[완결] kayaty의 '월요일의 오후'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prolog ~ "정수"] "이제..우리 그만만나자.." oh..no..농..농담이지? "미안해..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렸어.." 말도안돼..대체 이유가 뭐야.. "음.그 사람 키도 크고..무엇보다.. 너처럼 여자애같지 않고 터프하거든.." 황홀감에 젖은듯 꿈꾸는 공주라도 된양 말하는 여자애의 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박힌다. 내가..'여자애' 같다구..뭐 터프해? "그럼..정수야 이제 만나는일 없길 바랄게..^^ 오호호.." (실제로 이렇게 사악하게 헤어지자는 여자애가 또 있을까?..;) 그렇게..1달간이나 사귄 나의 4번째 여자친구는 결좋은 긴 생머리를 찰랑 이며 도도하게 사라져갔다. 18세 사나이 '박정수'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은것도 모자라, 아예 구겨 휴지통에 쑤셔 박아주곤 말이다. ...빌어먹을! ㅠㅠ 이름조차 여성스럽다..; 나는 왜인지..18살이 되도록.. 남자다움이란게 나타나지 않았다. 변성기도 치르는듯 마는둥 하여 높은 고음도 올라가는 목소리에.. (그나마 차분히 말할땐 보통이라 다행이다. 완존 내시짝 날뻔 했네..-.-;) 키는 작은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편도 아닌 어중간한 사이즈에.. 차라리 살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또 선천적으로 타고난 흰 피부에 여자애들은 부러워 하지만.. 뭐냔 말이다. 이게..;; 난 피부관리하는 계집애가 아니라 축구하며 그을린 검은 피부의 근육을 가진 터.프.한 남자이고 싶단 말이닷!! 이럴때마다 먼저 가신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푸하하하~ 그럼 그렇지.." "하하..^^ 그래도 이번엔 1개월이 어디야." "..아이고~ 우리 색시..장가가긴 글렀네..푸핫~~ ^^" ...빌어먹을..빌어먹을..;; 오전부터 어찌 알았는지 내가 차인게 주기적 행사라도 되는냥, 내 책상에 우르르 발정난 개 마냥 몰려와 학학대는 새끼들이 있으니.. "그나저나 정수는 너무 이뻐서 큰일이라니깐.." "하하..하긴 지 여자친구보다 뽀얀얼굴인데.. 나같아도 부담되서 같이 안 다니겠다. 야~" 낄낄거리는 자신들 중 한놈의 손이 어깨에 둘러지자 이루 말할수 없는 감정 이 폭팔해 버리고 말았다. "이..이! 새꺄! 그래 나 하얗다. 원래 날때부터 속살까지 하얀 원조 피부인데! 왜? 보태준거 있냐?!" 놀란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응시하는 아이들.. 그리고 다시 헤벌웃으며 영양가 없는 농담을 던진다. "오호~ 야..우리 정수 속살도 하얗다는데.. 한번 확인이나 해볼까?" "오~~ 조치~~!! ^^" "이..이것들이 이거 안놔?!!" 덩치큰 몇몇의 사내애들이 달라붙자 맥없이 뒤로 벌러덩 나자빠 져버리는 가벼운 몸이 원망스럽다. 키들거리면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녀석중 한명의 눈이 조금 묘하게 빛난다 싶었는데..이거.장난이 아니잖아!? "원조라며..구경 좀 하자는데 호들갑 떨지마.." "..크흑..! 씹..놔!" 크게 휘저은 팔에 채여 셔츠를 벗기려던 녀석의 팔이 떨어져 나간다. 그때다 싶어 몸을 일으켜 세워 열심히 째리며 말했다. "씨발..기분 더러워서..니네가 호모냐?" 잠시 주춤하던 '정수 괴롭히기 일당' 잠시 당황스러워 하더니.. 마주보고 시익 웃는게 또 뭔가를 꾸민다. "좋지~ 까짓거...정수 정도라면..^^" "으악! 저리 안꺼져!" 다시 끈덕지게 달라붙는 녀석들에게 바락거리며 악을 쓰고 있을때, 저 멀리 한켠에서 죽이게 낮은 허스키보이스가 깔린다. "..아씨..순 변태놈들 아냐.." "....." "....." ...설마.. 그 개학한 이래 한번도 수업을 제대로 들은적이 없다던.. 그 '잠만보보이' '한종협' 자식이.. '정수 괴롭히기 일당'에게 거슬린다는듯 차갑게 째려본 뒤.. 다시 입을 여는 잠맘보보이.. 이 녀석이 이렇게 말 많이하는건 또 첨 보네..; "씹쌔들아. 시끄러워 죽겠다 잠좀 자자.." 쮸볏거리며 일당들이 사라지자.. 아니나 다를까 다시 엎드려 잠을 청하는 녀석의 둥글게 말린 등이 보인다. 아까 그 새끼들도 그랬지만..; 저 자식도 정말..징한 놈이다..-.-; 어떻게 그러고 또 자냐?? 방과후.. 언제나 처럼 나의 일과는 다분히 '여.성.적'이다. "으흠~ 이제 야채가게 가서 양파만 사면 되나? 오늘은 완두통이라도 사가서 콩밥이나 만들어 볼까?" 교복에 책가방에 장바구니..; 누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는가? 나도 명색이 남자요. 물건달린 사내거늘..; "아이고~ 정수야 이제 가니..^^?" "네..아주머니 양파 두어개만 주세요..작은걸로요..^^ 아, 그리고 불려논 콩있어요?" "아이고..아버지하고 살림하려니 힘이 많이 들게다.. 츳츳, 어쩌다가..." "아니에요.." 괜시리 동정심에 울적해 하는 야채가게 아주머니가 달갑지는 않다. 중학교때 우리 엄마는 버스에 깔려버려 두 다리를 절단하는 상황까지 갔었다. 처음에 수술은 성공적이였지만.. 두 다리 절단후 엄마는 병원에서 아무도 모르게 수면제를 들이켯다고 한다. 결국 뇌사상태. 그리고 의사와 본인이 남긴 유서의 뜻을 반영해.. 아빠와 나는 엄마를 안락사 시켜야만 했다. ...우리 엄만.. 과거 유명한 발레리나였다고 한다. 여자들의 미(美)에 대한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리 다리가 없다고 해도 난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자살을 기도하지 않는다. 과거에 발레를 했다 하더라도.. 늙어 버리면 말라 비틀어지는 다리따위가 없어도 난 가족을 위해 구차하게 살겠다. 건네주는 야채를 받아쥐고.. 씁쓸하게 웃으며 집을 향하는 걸음이 아파왔다. 욱신.. 아 제길 진짜 월요일부터 기분망치네.. "차라리..제 다리를 가져가지 그랬어요?" "뭐?! 다리를 가져가?" 중얼..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해버렸나보다. 옆에서 핸드폰을 받던 한 남자가 힐긋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 "....." ' 젠장, 무슨 남자가 머리가 저렇담.. 게다가 저런 야해보이는 정장이라니..;' ' 뭐냐..; 이 시장바구니 프리티 교복 소년은? 아씨..핸드폰받다가 헷갈렷자나..-.-; 왠 개쪽이람..;' 잠시 눈이 멀뚱하게 마주치고.. "아? 뭐? 뭐라고? 야..그 홍차티벳은 사지마. 응. 차라리 중국산으로 구해볼게.." "......" 다시 핸드폰에 집중하며 걸어가는 결좋아보이는 긴생머리의 남자에게 흘깃- 시선을 한번 던졌다. 아무래도 일진이 나쁘다 했더니.. 어제 채여버린 여자애랑 똑같은 머리스타일 이라니..그것도 남자가..; "...뭐? 안들려? 어떻다구?" "...쳇, 머리꼬라지 하고는..-_-" "뭐? 머리 꼬라지가 뭐?!!" 허걱! 또 중얼거렸나..;; 걸음이 뚝 멈춰지며 그 긴머리의 남자가 스윽 뒤돌아 본다. 윽..아무래도 나보다 7센티정도는 큰거 같고..; 대학생은 넘어 보이는데..이러다가 죽는거 아냐..? 아이고..오늘 왜이러지..ㅜㅜ "야! 너..!" 플립을 신경질적으로 닫으며 남자가 돌아서자. 쮸볏~ 발끝부터 타고 흐르는 이 소름..; "...네? 저..저요?^^;" "그래! 장바구니! 너 말고 또 누가 있냐? -.-+" 크흑..장바구니 라고 불린 수치감 보단 위압감이 앞섰다. 삐죽거리며 잔뜩졸아 애꿋은 양파만 내려다 보고 있을때.. 뚜벅뚜벅 구두소리가 쟁쟁 울리게 조용히 그 남자는 다가왔다. ".......내 머리가 어떻다고? ^^+ 꼬마야?" "..엑..아..그게..후. 훌륭하십니다." 굽신 인사를 꾸벅하고 재빨리 돌아서려는데.. 타악! 엄마야! 이 남자..갑자기 손목은 왜 잡아채고 난리야!! ㅠㅠ 나..난 아직은 죽기엔 너무일러..으으.. "...흐음...김..정수? 너 바보냐? -_-;" "...예?" 낯선사람이 입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오자 정신이 번쩍들었다. "흐음.. 예쁘게 생기긴 했군.." "..네에?!!" 이..이사람..서..설마 말로만 듣던..그 변태스토커..? 아이고..이 젊은 나이에 죽긴싫어.. "그나저나 네 친구들 어지간히도 짓굳구나." "...??" "이거 네 등뒤에..^^" 빙긋웃으며 등뒤에서 뭔가 지익 하고 때 내여 보여준다. [ 우리 이쁜 색시 박정수양이 앤을 찾습니다. 어제 여자친구 한테 채였데요..낄낄..^^ ] ...;;; 그 새끼들 짓이다. 진짜 학교가면 죽이든지 해야지..! "그럼 조심해..이런거 달고 다니다가 언제 채여갈지 모르겠다 진짜.." "..예? 아예..;" "그리고 내머린 꼬라지가 아니고 예술집대성의 작품이야~ 우훗~ ^^*" "....-_-; 싸아~" 긴머리를 찰랑이며 그 남자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왜인지 모를 바빠질것 같은 한 주의 시작임을 그때 난 미리 알지 못했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1부 ~ 01] 햇살이 좋다. 뭔가 아른하게 뺨에 닿는 따스함이 기분이 좋다. 어디선가 들리는 차소리도 왠지 시골에 온것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몸에 감기는 이불의 느낌도..?! "아앗! 느..늦었다!" 번쩍 눈이 띄였다. 습관적으로 매섭게 돌아간 눈은 자명종에 멈추었다. 빌어먹을..벌써 11시라니..; "앗!" 급하게 일어서려다 이불에 다리가 감겨 그대로 침대 아래로 고꾸라 졌다. `정수미워~ 아침도 안챙겨 주는 아들이라닛! 아빠 오늘부터 출장이다. 한 5일뒤에나 오마. 그 동안 죽지말고..잘먹고 잘살어~' 팔랑거리며 아래로 떨어지는 낯익은 필체의 메모지를 주욱 읽어 내린 나는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고 말았다. 이..아빠라는 작자..; 이 인간이! 그렇담 좀 깨우면 될거아냐!! 으르렁 거리며 몇번 울부짓다가 급히 교복을 챙겨입고, 대강 우유한잔을 들이킨 뒤 허둥지둥 뛰쳐나갔다. 털컹 뒤에서 닫히는 대문소리에 정신이 확든다. 아..너무 싫다 이런 아침.. 늦어버린 오전중의 시간대는 어쩐지 이해할수 없는 낯선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른 새벽과는 달리 좀더 온후한 공기와.. 좀 더 느긋한 사람들... 기껏해야 책가방을 맨 나와 똑같은 학생의 뒷모습이 아닌, 제각각 할일을 하 는 여유로운 풍경... 아..오늘 진짜 제껴 버릴까? 두팔을 머리뒤로 넘겨 느긋하게 걷다가 고개를 길게 빼서 하늘을 쳐다봤다. 간간히 지금 시간에 어슬렁거리는 학생을 쳐다보는 어른들 시선이 곱지는 않았지만. 지금 난 기분 최고라구~ ^^ 어..어라? 근데 이 발에 채이는건 머야..아앗! "으..아아앗!!" "..크헉!!" 아이고..눈앞이 깜깜하네.. 뭔가 물컹(?)했는데..뭐지? 바닥에 넘어진 허리를 곧추세우며 고통에겨운 눈을 가늘게 치켜뜨자. 왠 여자가 쓰러져 있나? 아..최악이다. 박정수. 한눈팔다 여자랑 부딛히고..아이고 미안해라.. "...아..저기 괜찮으.." 그러나 그런 생각은 단 2초만에 싸그리 반대로 바뀌었다. "으윽..으 제길! 너..머야! 이 새꺄! 맞아 볼래...아우 내 팔..다까졌네..!!ㅜㅜ" 유난스레 호들갑떠는..이 여자..아니 저 남정네는 머야..-.-; 치렁한 긴생머리를 들어올릴때야 그 인물을 난 알아 볼수 있었다. 그래..기억났다. 어제의 그 핸드폰 이구나..--; "아악! 바보 핸드폰!! " 뒤로 자빠진채 경악하자. 그 남자도 힐긋 내 얼굴을 보더니 놀란듯 입을 연다. "윽! 너는 그 장바구니 소년!!" 그렇게..; 어이없게도 '바보 핸드폰'과 '장바구니 소년'은 다시 재회 했답니다.. ..가 아니고..! "이..이자식 죽을래! 어제부터 진짜!" 멱살을 잡아 올리는 그 남자의 모습에 다시 일순간 쫄며.. (나는 강하게 나오는것에 약하다..우웅..ㅜㅜ) "아..저기..진정 하시고..아하하..^^;" 으윽..비참하다~ 사나이 박정수. 이 계집애 같이 머리산발한 자식은 왜 나보다 덩치가 큰거야? 정말 18인생이 무색하게도 난 그자식에게 아주 가볍게 대롱 들려져.. 멱살을 잡혀 있는게 굴욕적이였다. "..진짜~ 죽.일.테.닷!" "에잇~ 이것좀 내려놓고 말해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바둥거리자. 조금 미안한지 그 핸드폰이 가만히 멱살을 놔준다. 이때다..줄행랑!! 콰당! "어엇? 괜찮나??" ..이런 오늘 일진 이상하다 했지..; 나는 어슬렁 걸어오던 어떤 덩치큰 남자에게 정통으로 부딛혀 그대로 휘청거리고 말았다. 산넘어 산이라더니..헤롱~ 어머니 저 갑니다. "어..야! 야! 새게 부딛힌거 아냐? " 얼굴에 맞지 않게 호들갑떠는 그 몸매좋은 남자는 휘청거리는 나를 가볍게 받쳐주며 걱정 스럽게 얼굴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조금 당황한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어라? 이 남자..왠지 뭔가 의미를 모를 눈인데.. "와아...너..내 취향이다..^^" 라니..;;; "네..넷?!!" 깜짝놀라며 떨어져 급히 떨어져 나가자.. 빙긋 웃는 그 남자의 뒤로 핸드폰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린다. "야! 이동해! 너 그 애한테 괜한 장난걸면 얄짤없어!" "하하..설마..영운이형...^^" 뒤돌아 보니 바람에 흩날려 현대의 사람같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머리의 남자가 미소짓는다. 저..사람..저 핸드폰 이름이 영운인가..보지.. 시선이 허공을 휙돈다. 어렴풋하게.. 뭐라고 소리치는 영운이라는 사람이 목소리가 들린다. 아..제길..아까 너무 세게 넘어졌나보다. 벌떡! "우왓!"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잠깐동안 가위에 눌린탓인지.. 온몸이 땀투성이다. 몸을 조이는 진한 자주빛 넥타이를 끌러내며..주위를 살폈다. 낯선 집..낯선 천장.. 그리고 나는 낯설은 더블사이즈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학교는? 아..진짜로 제끼게 생겼네.. "..야..관둬라..애 깨겠다." "흠..내가 영운형 카페 차리는거때문에.. 가게에도 못나가 보고 얼마나 노동을 했는지 몰라서 그래?" "그래서 보수도 줬잖아!" "에이~ 그걸로는 아쉽지.. 전대미문의 카사노바를 앞에 두고 그냥가리라 생각한거야?" 딩~ 하게 울리는 머리를 감싸쥐고 몇걸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었다. 그냥 평범하고 적당한 크기의 집이였는데.. 현관과 어떤 카페인지..식당인지 모를 곳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춤거리며 몇걸음 걷는동안 문득 시선은 카운터에 기댄 두 남자에게 향해 버렸고..세상에나..! "으..음.." 머..머하는거야 저 두사람?! 꿀꺽하며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땔수도 없는 상황인데.. 그 두사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키스하기에만 열중했다. 그것도 남자둘이서.. 그것도 디..딥키스를..! 시선은 오직 영운이란 사람의 헝크러진 긴 머리칼 사이로 헤집듯이 놓여진 그 남자의 손뿐.. 돌았어..저 사람들.. "읍! 이..자식!" "쿡..^^" "이동해..너 진짜 우악스럽게..!" 앗..차.. 순간 고개를 돌린 영운이란 사람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으..일단 숨자..! "...으악!" 그런데 나의 일진은 끝내주게 나빴다. 빌어먹을..왜 앞에 이따시만한 화분이 있는거야? 걸려 넘어지며 꽤 호되게 넘어지자 다시 머리가 욱신 거려 왔다. "...야!...." 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두손을 머리뒤로 가져다 대고 충격을 없에려고 할때쯤.. 잠시 당황해 하던 그 긴머리를 찰랑대며 그 남자가 다가섰다. "...너..너 괜찮냐?" "....윽!" 손을 가져다 대려하자 몸이 먼저 반응해 움찔 물러선다. 이 사람..정상이 아니야..으으..관계하지 말자.. "....." 약간 슬픈듯 놀란 눈.. 실수 했나..? 으윽..머리야.. "....아..가만가만!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고.. 너 가벼운 뇌진탕인듯해.. 저기 약있으니깐.." 무리해서 일어나려니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린다. 아..이런 왠 쪽팔림.. 힘에겨워서인지 앞에 서있는 영운이란 남자에게 그대로 안기는 꼴이 되었지 뭔가?! "....?!!" 후닥 떨어져 나가 카운터 모서리에 기대자.. 영운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이런..아까 어디부터 본거냐?" "....///" 아까 장면이 다시 리플레이 되자 내 얼굴은 사정없이 붉어졌고.. 이젠 두사람이서 아주 대놓고 웃기조차 한다. 빌어먹을...호모주제에..ㅠㅠ "하하..영운형 나 먼저 가볼게.." "..아..그럴래?" "...푸훗~ 거기 꼬마오빠두 조심하시라구요~^^" "..이 자식! 빨리안가! -.-+ 너땜에 애가 너 놀랐잖아!!" "간다..가! 가게에 좀 찾아오라구.. 일등급 회떠줄테니깐.." "생선 싫다. 이 비린내 나는놈아! -.-++" 뭔가 그 남자가 사라지자 휭하니~ 썰렁한 바람이 불었다. 멀리서도 '하하'웃으며 내려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괜찮은 거냐?" "괜찮을리가 있겠어요? 으으.." "흐음~그렇구나..영차!" 뭐뭐야?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내가 이 작자에게 대롱 들려져가는 꼴이 되어 있었다. 으으..당신 오늘 하루 날 쪽팔림으로 죽게만들 생각이구나! 바둥거리자 엉덩이 마저 찰싹 때리는 저 여유라니...ㅠㅠ "자자..좀 쉬라구.." 침대에 눕혀진 나는 주는대로 죽을 다 받아 먹고..(사실 배가고프긴 했다..;) 약마저 주는대로 다 먹은후 다시 눕혀 졌다. "저기!" "응?" 빈그릇을 들고 가던 영운이 뒤돌아 보자 그 긴머리가 흔들림을 만들어 내며 뒤로 넘어간다. 이야..진짜 뿅가긴하다. 남자들이 왜 그러는지 약간은 나도 이해가../// 앗! 정신차려! 정수야! 여기서 굴복하면 저 호모에게 잡혀간다구! "저..이제..집에 가볼게요.." "응? 왜? 학교도 땡땡이잖아. 아직 수업 끝날시간 아닌데? 그냥 여기서 있다가지 않으면 부모님들께서 의심하실걸?" "그런거 괜찮아요.." 중얼거림이 달그락 거리며 그릇 씻는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는지 되묻는다. "뭐?" "어차피..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빤 장기간 출장이니깐요." "..아..이런..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였는데.." 상습적인 동정심..싫다. 왜인지 울적해져 무릎은 가만히 끌어다 안았다.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고..아까먹은 약때문에 졸음도 밀려왔다. 저 남자는 뭘 끓이는지 좋은 차 냄새도 기분이 좋았지만.. 난생 처음 학교를 제꼈다는 불암감과 나중에 무슨소리를 들을지에 대한 두려움. 날 차버리고 자신만만하게 걸어가던 여자애의 뒷모습.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이나 무책임한 아빠까지 떠올랐다 사라지며 사람 서럽게 만드는 것이다. "야..너? 어디 아프냐? 아..제길.. 밖에 비오는데..그래도 택시타고 병원이라도 가야지..너 이러다가..?!" 무슨 용기가 났는지.. 그 호모일지도 모르는 긴머리의 남자의 옷 소매를 끌어 당겨 버렸다. 아마도...그 남자가 준 약에 분명 환각약이 있었을 거라 치부하면서.. "가지마요." "뭐?" "혼자 두지마요...." "후..^^ 너 진짜 못말리는 애구나." 아까부터 '애..애' 하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리던 터라 인상을 팍쓰며 대꾸했다. "나 애 아네요..-.-" "그래그래..일단 한숨 자둬라.." 꼭 엄마처럼 가득히 안아주며 다독거리며 등을 쓰는 섬세한 손놀림에 금방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1부 ~ 02] 새소리가 들린다. 가늘게 눈을 치켜뜨자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빛이 쏟아져 한동안 시린 눈을 이리저리 비벼대자 사방이 보여 왔다. 여기가 어디더라? 아..맞아 그 사람집이지.. 이침대에서 눈을 뜨는지도 두번째라 그나마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긴 하는데.. 어라? 아침? 하..학교는!! 급하게 시계를 찾아 보니 다행히 아직 새벽 6시를 지나고 있다. "으움...뭐야?" 턱하니 가슴에 감기는 하얀 팔.. 옆에서 꾸물거리는 이불에 덮혀진 물체에 뜨악 놀라며 물러섰다. 이불을 헤치고 나오는 저..사람은.. 말도 안돼 내가..이 이..호모랑..한 침대에서 잤다 말야? "이..일어나요! 어서..!!" "아우~ 좀만 더 자고오..." 이..이 사람이 점점 더..! "일어 나라니깐요!" 확 이불을 걷어 내자.. 난 더 경악 하고 말았다..뜨아..! 이..사람..알몸이다아..--;;;; "으음..왜 그래!! 어? 아..잘잤니..^^" 부시시한 머리로 빙긋 웃으며 건네는 아침인사..; 잘..잤을리가 없죠...-.-;; "...당신!" 다짜고짜 따져들려 했지만..암만 그래도 보기가 민망하다. 자꾸 눈을 돌리래도 그리로 가는 시선에 힘겨워 그냥 이불을 다시 확 덮어 버린다. "읍..왜 이래..!" "...몰라서 물어요? 무슨짓을 한거에요? 왜 당신이..당신이....나체냐고요!! ///" 어렵게 입에 담은 단어인데.. 그사람은 어라? 이러면서 자기이불을 들춰 확인을 하고서야 깨닫는다. 정말..원초적인 관념밖엔 없는듯해..-.- "아..놀란거야?" 그제서야 잠이 깨는지 그남자는 시트를 허리에 감고 일어선다. 잡티없는 하얀허리까지 늘어지는 검은 머리카락이 묘하게 어울리며 늘어뜨려지자.. 이럴수가? 왜 내께 서는거야..ㅠㅠ "으흠..어? 네 물건 아침활동 시작이다..^^" 능청떨며 중앙을 가리키며 말하는 그사람의 면상을 한대 갈려주고 화장실로 향했다. 주책이다..나도..ㅠㅠ "화장실은 저 문이야~" 여전히 시트를 질질 끌며 커피를 끓이는 여유로움과 반대되게 난 화장실까지 가면서 오만 물건을 다 넘어 트리고 자빠지면서 도착해 내었다. ;; "이..이봐요!" "...아삭..우물..응?" "대답을 하라구요! 왜 아까 당신이..그..그..그꼴이였냐구요!" "홀짝..우물.." 아침식사중.. 간단히 차려진 토스트와 커피는 맛있어서 좋긴한데.. 아직도 시트만 걸친채라니..;; 의자에 올려진 다리 한쪽 때문에 시트가 벌어져 다리 안쪽 까지 다 보인다. 신문을 끄적거리며 그 남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먹는데만 열중한다. "그거? 내 잠버릇이야..^^ 신경쓰지마.." 이봐..그렇게 간단히 신경안쓰일 부분이면 내가 이러겠냐구.. 지금 졸지에 내 총각딱지 때어가게 생겼는데... "이보라구요!!" 덜컹 소리가 나게 일어서자. 마지막까지 가리고 있던 그사람의 시트가 사륵 떨어져 내리며 길게 잘빠진 그 사람의 다리가 들어 난다. 이런..나도 돌아가나..저런걸 보고 왜 두근거리는거야.. "....미안한데..^^ 내 이름은 '이봐요'가 아니라 '김영운'인데.." "..여튼간..얘기 좀 하자구요!" "정말 잠버릇이야. 자면서 몸에 뭐 걸쳐져있는거 벗어던지는거야." "....-_-; 믿으리라 생각해요?" "...뭐..맘내키는 대로...우물.." 어쩔수 없이 별다른 대화를 건네지 못한채 간단한 식사가 끝났다. 입고있던 교복 단추를 제대로 채우며 가방을 찾아 방안을 한참 왔다 갈때할때가 되어서야 그 게으른 남자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내 가방 어디다 뒀어요?" 한심스럽다는 듯 그 남자를 보며 한마디 툭던지자 그남자는 그 긴머리를 가지런히 묶다말고 저벅저벅 다가와 다짜고짜 말한다. "너..옷벗어!" "........니예??!!!!" 경악..혼돈..패닉..드..드디어 본성을 드러 내는건가? 차근차근 숨을 들어쉬며 정리해 나갔다. "도...도..도대체..그게 뭔..소리..." "바보야~ 셔츠 다 구겨졌어. 벗어. 금방 다려줄게." 괜한 긴장을 했는지 맥이 팍 빠져 버린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다려준다고 할것이지! --; 솔직히 내가 봐도 어제 그대로 입고 자버린 교복은 엉망이였다. 슬짹 째려보자 빙글거리며 대꾸하는꼴이 더 미워 옷을 그냥 벗어 던져준다. "왜~~? 이상한 상상했어? ^^" ".....-.-; 받아욧!" 식탁에 끌여놓은 신기한 향내의 차를 마시다가 한켠에서 노래마저 흥얼거리 며 다림질이 열심힌 그 사람에게 눈이 멈춘다. 멀리서 보기에도 꼼꼼한 손놀림 이였다. "너, 교복 같은건 잘 다려입고 다녀라. 누가 엄마없는자식이라 그러면 기분나쁘잖아.." "신경안써요. 그딴거." 다림질하다말고 조심스레 물어오는 질문에 대수럽지 않다는듯 대꾸했다. 어차피 당신들 한번뿐인 값싼 동정일랑 개나 주라고.. "그게아니야..살다보면...." "누가 설교 듣고 싶데요?!" 나도모르게 제법 큰소리를 쳤는지 흠칫 놀라는 뒷모습에 미안함이 먼저 든다. 뭐라 사과하기도 전에 빙글 웃으며 돌아서는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아니~ 나도 그러고싶어서가 아냐.. 피차 비슷한 처지니깐 말야." "...아.." "자..다 다렸다. 입어.^^" 언제나 이런 사소한데서 실수한다. 성의보이는 상대에게 실수한것 같아 섣불리 건넬 말이 없어 한동안 머리를 굴리다가 슬쩍 다른얘기를 꺼냈다. "근데..이거 무슨 차에요? 맛이 신기하네.." "아~ 그거 말이지..허브차야..^^ 로즈마리인데..저기 작은화분 보이지..향이 좋아서 자주마시지.. 맛은 평범한데..어때 좋아?" 금새 차 얘기에 계집애 처럼 눈을 빗내는 모습에 잠시나마 숙연해 지던 내가 다 무안하다.;; "...흠~ 그럼 저기가 카페에요?" 어제부터 궁금하던 연결된 가게 안 쪽을 가르키며 묻자 더 빙글거리며 즐겁 게 대답한다. "그런 셈이지..^^" "그러면 그렇다지..셈은 뭐에요?" "..으흠..정확히 말하자면.." "...?" "게이바랑 비슷한데....음...소위 이반카페라고 하는.." "............;;;;;" 핏기가신 얼굴로 서둘러 그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언제 달았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무난해 보이는 카페건물에 깨끗한 흰색바탕에 철제의 글씨의 간판이 내걸려 있다. '월요일의 오후' 라..꼭 자기같이 게으른 이름이군.. 그때 카페한켠의 창문이 열리며 긴머리칼을 들어내며 그 남자가 외쳤다. "정수야~ 오늘 방과후 개업 선물 가지고 오기다~ ^^" 손까지 흔들어 대는 모습에 길거리의 모든사람의 시선이 집중되고, 창피함에 고개를 푹숙 이고 재빠르게 학생들 틈에 끼여 걸었다. 구리고..교문을 들어서며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악마의 소굴에서 무사탈출이다!!' 라고..;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1부 ~ 03] 왠일인지 뇌진탕 때문에 어제 학교를 쉬었다는 거짓말을 담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그리 허약해 보이나? --; 혼나지 않고도 기분이 나빠지기는 했다.) 덩달아 5교시 체육수업마저 주번이랑 교환되어 교실에서 쉬게되는 행운을 얻었던 것이다.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볼까 했지만 하루간 그 집에서 잠만 자서인지 눈이 말똥말똥했다. 그렇다고 아프다는 주제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눈에 띄면 곤란하고.. 다행히 읽다만 책이 서랍속에 있음을 알고 꺼내들어 여유롭게 읽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뒷문이 열리는 소리에 순간적인 정적이 사라지자 자연히 뒤로 눈길이 갔다. 잠만보보이 '한종협'이다. 이제 등교한 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나를 그제서야 예의 그 잠에 취한 몽롱한듯한 눈길로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금방 자기자리로 들어가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엎드려 잠을 청한다. 어이구~ 저 징한 놈.. 밤에 뭔일을 하는지 정말 줄기차게도 잔다. 한동안 책읽기도 지루하고 해서 씨디피를 꺼내들고 이어폰을 켰다. 비틀즈의 'If I Fell'을 듣고 있을때였다. 음악이 좀 큰가..라고 생각되어 조금 볼륨을 낮추었을때 난 녀석의 흥얼거림을 들을수 있 었다. 놀라움반 신기함 반으로 흘깃 뒷자리의 녀석을 쳐다봤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을듯 멍청하던 녀석이 1분단 창가에 기대어 흥얼거리며 기분좋게 비틀즈 노래를 뇌까리는 모습은 유달리 맑은 하늘에 투영되어..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꽤 멋들어 지게 보였다. 저게..여자애들이 말하던 미소년이란 이미지인가? 언제나 엎드려 있어 자세히 보지 못했던 얼굴은 잡티하나 없고 나보다야 큰 덩치이지만 많이 말라서 인지 같은 교복인데도 분위기가 틀렸다. 걸리지 않을까? 조금 긴듯한 머리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고, 빌어먹게도 그 순간 녀석이 내쪽을 향했다. 멍해 있는 사이 노래가 이미 끝나있었다. "올드팬인가 보군 비틀즈말야.." 지독한 허스키.. 꼭 자기처럼 느릿하게 말하는 억양에 나까지 맥이 탁 풀려 버렸다. "뭐..그다지는.." 그때까지 녀석을 홀린듯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머쩍어져 급하게 씨디피 를 가방안 으로 쳐넣으며 말했다. 고개를 들었을때 녀석은 이미 내 책상앞까지 와서 막 짚어 넣으려던 씨디를 집어들어 찬찬히 보고 있었다. "......" "...줄래?" 빙긋 웃으며 종협은 씨디를 건네었다. 속을 알수 없는 녀석..--; 조금 긴장 상태에서 씨디를 받아 쥐는데.. 탁하고 녀석이 손목을 죄여 왔다. "...뭐..뭐야?!" 가늘고 마른손가락이 생각보다 힘이세자 놀라고개를 들어올리자.. 어쭈~ 이 자식 웃고있잖아.. "한종협. 뭐하는 거야..아파 놔!" 빨갛게 손가락 자국이 생겨나가고 있었다. 으으..뭐 맨날 자빠져 자던놈이 힘은 왜이리 무식하게 세.. 그리고 왜이러는거야..손목 분질러 지겠네..--; "그래도..내 이름 아네?" 느긋하게..억양을 올리며 말하는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욱신거리는 손목을 매만졌다. "으으..아퍼라..뭐야? 왜 이래?" 앙칼지게 쏘아보며 묻는데도 느긋하게 씨디를 들고 웃는 모습이라니..; 이거 진짜 미친놈한테 잘못걸린거 아냐? "...씨디 가지고 싶다면 가져가..-.-;" "...응?" "..그거말야." "뭐..?푸훗~" "...-.-;;" 나름대로 이유가 뭘지 생각해서 낸 결론인데..; 잘못짚었나? 으음..씨디정도는 그냥 가져도 괜찮은데..; "정수..박정수..맞지?" 오늘 참 표정도 많이도 보여준다. 종협은 소리까지 내서 웃더니 내이름을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허리를 숙여 손을 가져다 댄다. "왜 사내놈들이 그 난리였는지 이유가 있었군..그래.." 가볍게 턱이 올려지며 녀석의 그..그..입술이 닿는다.. 으으....미..미친자식..! "그만해 임마!" 탁 소리나게 쳐내며 고개를 돌리자 종협은 아까보다는 진지한 얼굴이다. 장난치는 자식들은 많았다. 몇번정도는 불가항력적으로 키스당한적도 있는데 다가..타고난 계집애같은 외모때문인지 부실에 갇혀 선배들의 장난상대로 강제키스정도 몇번 받아본 기억도 있던터라 거부감은 그다지 없었다. 그런데..뭐랄까..이 녀석은 장난이 아닐것 같은..직감적인 위기감이 들었다. "난 씨디말고 다른걸 받고 싶은데..말야.." 무시하고 일어서서 나가려고 할때쯤 강하게 멱살을 잡아끄는 느낌에 흠칫 놀랐다. 그 녀석은 뒷문벽에다가 날 몰아 붙이고 팔안에 나를 가두었다. 키가 이렇게 차이가 났었나? 녀석과 마주하자 작고 초라해 보이는 나라 울컥 화가 치민다. ".....이..미친새끼.." 이쯤되자 반쯤 자포자기가 되었다. 그래..뭐 한번인데 어떠랴..사나이 박정수. 이 정도에 궁색하면 안되지! "그냥 얌전히만 있어." 빙긋 웃더니 녀석은 자신의 팔안에 가둔 내 얼굴을 들어올리더니 가볍게 입술을 맞대어 왔다. 싫진않은 싸한 민트향이 났다. 살짝 혀가 말려들어오고 난 빨리 끝낼 생각에 순순히 입을 열었다. 예상 외의 반응에 놀라는듯 녀석은 잠시 주춤하더니 곧 다시 내입안에 자신의 혀를 오고가며 천천히 키스를 시작했다. 녀석만큼이나 싫을정도로 느긋한 키스였다. 익숙한듯 숨을 쉬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녀석과는 달리 나는 그다지 잘 받아내는 타입은 아니였나 보다. 숨이 차서 머리가 어찔해 지자 녀석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헉..하아하아.." 그제서야 떨어져나가는 녀석에게 흘깃 째려보는 시선을 준뒤. 입을 스윽 한번 닦고 나가려고 할때 다시 뒤돌아 세우는 손길에 맥없이 갇혀져 버렸다. "....뭐야?!" "...너...." 느릿하게 말을하는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 말을하다말고 종협은 그대로 다시 키스해 온다. 이번엔 너무 급작스러워 그대로 녀석의 침범을 허락하고 만다. 아까의 느긋한 키스는 어디로 갔는지 격정적으로 입안을 감싸고 도는 혀놀림에 나까지 정신이 아득할 정도이다. 이 새끼..키스만 하고 다녔나? 진짜 프로급이다.. 혀를 감아올리다가 자신의 입안에서 세게 빨아당기자 나도모르게 열중하게 되어 몸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어느새 올라온 마른손이 넥타이를 끄르고 셔츠 단추를 두어개 풀때가 되어서야... 나는 거부했다. "....으..읍..그만..! " 거친숨을 나도 그 자식도 내뱉으며 서로를 응시했다. "...너...." "...?" "너..무진장...도발적이다. 알어?" "...?? --;" 알듯모를듯한 단어를 내뱉더니 그대로 다시 얼굴을 내게 뭍는다. 녀석의 체중이 실리자 버티지 못하고 콰당 넘어져 버린다. "...야! 이 씨팔새끼! 뭐 하는 짓이야? 안 내려와!!" 위에 올라탄 녀석아래 버둥대며 꼴사나운 모습인 나는 악을 썼지만.. 완전히 분위기가 180도 전환된 종협이 자식은 이상황을 아주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 말야.. 애들이 너보고 난리법석이길래..어떤 곱상이가 그러는가 했었는데.." "...뭐?" "...근데..맛보고 기분이 달라졌어.." "...뭐라고..?" 유달리 말많은 날이다. 이자식..이거 진짜 미쳤다. "너...이쪽으론 처음이지? 이 방면으론 말야.." "...너 진짜 돈거 아니냐?" 점점 불리해져 가는 상황에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행운인줄 알아. 호스트에선 그래도 넘버순위 다툴정도의 인기인이라고..나.." 잠시! 정리정리..; 그러니깐 한마디로 이 자식 이거 게..게이 아냐? 왜 맨날 학교서 퍼질러 자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그래..네녀석 잘나간다는거야 이해를 하겠다만.. 왜 지금 내위에 네녀석이 있어야 하냐곳! 크학! ㅠㅠ "...그럼! 일착~" 녀석의 눈길이 아까와는 반대로 바뀌었다. 잠오는듯 졸린눈은 어디에도 없이 날렵하게 내려다보는 색기어린 눈이였다. 셔츠단추가 다 끌러지고 바지 버클이 열림과 동시에 속옷까지 같이 내려져 버렸다. 이런 이중인격자에게 잡아먹히느니 내가..! "누구 없---!!" 소리를 지르려는데 내석의 손이 입을 틀어 막아온다. "쉬쉬-- 이거.. 생각보다 난폭하게 굴면 위험하게 되어 있어.." "...웁! 이..이 새꺄..그럼 지금 가만히 있을..헉!" 입을틀어막던 손이 떨어져나가고 뭐라 대꾸할 세도 없이 녀석의 입안가득 내 페니스가 빨려들어 간다. 발끝부터 치미는 소름에 부르르 몸이 떨린다. 수치심보다 공포심보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지 않으면 진짜 당하겠구나(?) 라는 생각만이 머리속을 오고갔다. 혀로 농락하는것도 모자라 이까지 세우자 등이 팽팽히 휘어진다. 그래도 쪽팔림은 있어서 죽어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 고 있었다. "그렇게..참을 필요없어..편해지고 싶지 않아?" "으으..네 자식이..하앗..!" 절정에 다아 폭팔직전인 내 것을 녀석은 여전히 입에 물고있다. 빼내려 애쓰다가 어쩔수 없이 녀석의 입안에 사정을 해버렸다. "...괜찮은데?" 입가를 스윽닦으며 몸을 일으키는 녀석에게 한대갈기려 주먹을 들었지만 곧 저지당하고 뒤집어졌다. 녀석의 지퍼가 지익 내려가는 소리를 듣자 나는 꺾이는 무릎에 힘을주어 벗어나려했다. "...그냥 얌전히만 있으라고 했지.." 그대로 녀석의 부푼페니스가 뒷부분에 찔러왔다. "하악!" "..으.." 너무나 큰 충격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사방이 희뿌옇게 보였다. 녀석도 자극이 큰지 한동안 멈추어 있다가 나머지를 한꺼번에 들이밀어 왔다. 애널이 찢어졌는지 진득한 피가 흐르는 느낌이다. 주체할수 없는 고통에 이리저리 허리를 틀다가 녀석이 허리를 앞뒤로 흔드는 바람에 그대로 팔에 힘이풀려 쓰러져 내리고 말았다. 내안에서 폭팔하듯 쏟아붙는 녀석을 느끼며 아득하게 눈을 감았다. 눈을떠보니 양호실이였다. 교복은 말끔히 입혀진 상태였고, 양호선생님은 걱정스레 다가와서 안부를 물었다. '뇌진탕이 조금 심한가 보구나..몇일 집에서 쉬면서 병원검진을 받아보렴..' 이라며 약을 건넨다. 순간 종협의 얼굴이 떠오른다. 흠칫 몸을 일으키자 그 부위가 욱신대며 아파왔다. "아아.." "..어머? 괜찮니?" "..아..네.." 차라리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거리가 나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사내자식한테 강간당해 뻗었다고 말할수 있겠는가? 왠지 모를 서러움에 몸이 떨려왔다. 때마침 나간 양호선생의 모습이 사라지자 양호실 문을 잠그로 연고를 찾아들 고 바지를 내렸다. 대강 닦여진 핏자국과 녀석의 사정한 흔적이 군데군데남아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듯 했다. 장난으로 하는 키스야 무난히 넘겨왔던 터였다. 수더분하게 지내기위해 그런식으로 콤플렉스를 들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녀석처럼 밀어붙인 미친새끼도 처음이였다. 휴지를 물에 적셔 욱식대는 허리를 숙여 대강닦아낸뒤 연고를 얇게 펴 바르고 옷을 입었다. 여자애들이 성폭행이니 죽고싶나니..하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는듯 했다. 집으로 가는길 내내 죽을듯한 비참함에 속이 울렁거렸다. 어떻게 집앞까지 걸어왔는지.. 데려다 준다는 친구들에게는 괜찮다고 돌려 보내긴 했지만.. 몇번이나 벽에 기대어 쉬어가면서 집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 해져 버린 후였다. 맑았던 하늘이 흐려져서인지 더욱 늦은감이 짙어지게 사방이 어두워 졌다. 힘들게 철장으로 된 대문에 기대자 철컹 금속 소리가 난다. 무의식적으로 초인종에 손이가다가.. 이미 고장나버린지 오래라는걸 깨닫는다. ...어차피 문을 열어줄 사람도 열어준 사람도 없다. 힘겹게 가방을 열어 열쇠를 찾는다. 항상 넣어두던 포켓에는 없다. 조금 당혹감이 밀려와 교복속과 함께 여기저기를 찾는다. 한 5분쯤을 그러고 있다가..지친다리가 풀썩 꺾인다. 생각해 보니 어제아침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생각없이 문을 닫아버린것 같다. 열쇠는 어디에도 없다. 아버지는 출장이 가서 얼마가 늦어질지 모르는 상태인데다가.. 지금은 몸도 마음도 엉망으로 피곤에 절어 그저 쉬고싶을 뿐이였다. "...아...빌어먹을.." 때마침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새 빗발이 굵어지며 온몸을 적셔왔다. 자..이제 어쩐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무작정 길을 걸었다. 단지 쉬고싶을 뿐이였다. 비가와서인지..지금 울고 있어서인지.. 눈앞이 어릿어릿했다. 든것없는 가방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익숙한 골목 일거라고만 생각이 들뿐 그냥 무작정 걷고 있다고밖에는 정의 내려지지 않을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걷고있었다. 조금 낯선.. 아니 어쩌면 다른 건물보다는 낯익은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빗살에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리자. 흰색간판이 흐린하늘과 대조적인 선명함으로 눈에 들어온다. 게으른 카페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월요일의 오후' 여기다. 머리 긴... 잠버릇으로 스트립하는 남자가 사는곳.. 흐릿하게 누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오지 마.. 바보.. 찰랑이는긴 머리가 사정없이 내려붇는 빗물에 다 젖어 버린다. 뛰어오는 그 사람이 눈안에 가득차며 빗물이 넘치는 차가운 바닥의 느낌이 뺨을타고 스며든다. 나는 왜 다시 여기로 온걸까?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1부 ~ 04] "야! 박정수! 눈떠!!" "...우..으음.." "..정신차려..너 왜이래?!!" 다급하게 뺨을 찰싹거리게 때리며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왠일인지 안도감 이 느껴졌다. 몇초전까지만해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붓는 아스팔트 바닥이였는데.. 지금은 따뜻하게 데펴진 공기가 휘감는 실내이다. 그리고 따뜻한 품안..부드러운 느낌. "너...아직 머리아픈거니? 너 아직 그때 넘어진.." "...쿡..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들 뇌진탕 취급하는거야? 바보나 되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내가 멀쩡하게 조금 힘없이 웃으며 중얼거리자. 영운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듯 웃는다. 긴머리가 젖어 이리저리 엉크러져 달라붙어 있다. 그러게..너무 길다니깐..머리카락이.. 얼굴에 들어붙은 머리카락을 때어주려 손을 들었는데.. 그제서야 내가 이사람 품에 안겨있는 꼴이란걸 알았다. 화들짝 놀라서 몸을 곧추세우려는데.. 다시금 오늘당한일을 처절하게 알려주려는듯 엄청난 고통이 내리찌른다. "....아악! 으...윽.." "...정수야!" 나도 돌았나보다. 이 순간에 내 이름이라도 불려지자.. 미친듯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너..진짜 왜..?" 뭔가 이상하다는듯이 조금 찡그린 표정의 영운은 내 목줄기에 남겨진 붉은 자국을 발견하곤 굉장히 놀라는듯 했다. "...알 것 없어요.." 힘없이 말하며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잡아당기는 힘에 카펫이 깔린 바닥에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아..윽..왜이래요!" "....조용히 해!" 버럭! 소리지르는 소리에 움찔 움츠러 들었다. 처음보는 모습이였다.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뒤로 넘겨 묶어 버리더니.. 그는 그대로 몸을 숙여 젖어버린 교복바지를 멋겨 나갔다. "....아! 그만 둬요!" "..." "당장 그만두래두!" 버둥거리는날 억지로 누이더니 바지와 속옷을 내려버린 그사람은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듯.. 조용히 바지를 끌어올려 지퍼를 올려주었다. 서러움과 복받치는 알수 없는 감정에 사정없이 눈물이 흘렀다.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감정을 괜한 사람에게 화풀이 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힘없이 주먹을 휘두르며 울부짓었다. ".....놔요! 빌어먹을..당신도 더러워!" "..정수야.."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자..더 발버둥치며 소리쳤다. 내가 생각해도 꼴사나운 투정처럼.. "손대지마! 더러워! 어차피 다들 똑같잖아?! 더러워...게이주제에..." "정수야..왜이래?!" "이런 기분 알아! 손대지맛! 만지지 말란 말야! 더러워......더러운 호모자식!!" "...박정수!" 다시금 크게 소리치는 그사람의 따귀가 뺨을 스쳤다. "...하아..하아.." "정신차려!" 얼얼한 볼을 감싸쥐고 바닥에 털썩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지금내가 보기에도 난 너무 추했다. 너무나 꼴사나운 모습으로 괜한 상대에게 내기분을 풀려하고 있었다. 이런 내가 더욱 비참해져서 머리가 백지장같이 새하얗게 될 뿐이였다. "...그냥 지나가던 개가 물은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어요.." "....." "장난이겠지..의례그렇듯이.. 그런데...그건..장난이 아니였어...흑.." "......" "....너무나 싫고 무서웠는데 소리조차 지를수가 없었어.." "....그래..너무 놀랐구나..괜찮아.." 가만히 허리숙여 감싸 안아주는 손길이 따스했다. "....울었는데..싫다고 몸부림쳤는데도.." "그래그래..다 지나간 일이야..괜찮지?" 나도 팔을 뻗어 긴머리칼이 만져지는 목에 둘렀다. 너무나 지치고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머니가 돌아가신뒤에 한번도 흘린적 없는 눈물이 넘쳐버린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괜찮을거야.." 난생 처음.. 어머니의 품안을 다른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나지막한 '괜찮아'라는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나의 흐느낌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한참을 울고나니 개운해져서 일단 옷을 빌려들고 샤워를 했다. 꽤나 넓고 깨끗한 샤워실이라 한동안 욕조의 뜨거운물에 잠겨 머리를 식혔다. 길게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이미 영운은 보이지가 않았다. "....."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제일 만만한 침대로 가서 편하게 누웠다. (완전히 지네집이야..-.-;) 딸랑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고 곧 여전히 인상적인 긴머리의 그가 들어왔다. "...아..다 씻었어? 아무래도 오늘 개업은 저녁늦게나 해야겠다." 카페정리를 마치고 오는지 대걸레를 정리하는 모습에 키득 웃음이 났다. "..쿡..일하는 아줌마 같애.." "...뭐?! --;" 후다닥 달려들어 막 목을 조르는 모습에 마구 웃음이 났다. "하하...그렇잖아요...^^" "...야..이 쬐끄만 자식이..아직 장가도 못간 총각보고..!" "...훗..그래봤자...결혼 못할거 아녜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조금 말실수를 했는지 영운이 스륵 내 목에서 손을 치웠다. "...아..저기.." 매일 이런식의 실수다..우으~ 최악이다. 박정수. 걱정과는 달리 가벼운 억양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 남자들끼리도 애정이 있다면 조촐하게나마 혼약을 하기도 하지.. 드문 사례지만..차..마실래?" 싱크대로 걸어가며 던지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카페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이에요?" "..뭐...다들 그렇듯이 '이반'들. 그 중 남자들만 상대로하는 장사지만." "...'이반'?" "성적취향이 남성인 조금 불쌍한 족속들이지.. 소외받고 미친놈소리 듣기 싫어서 이렇게 모이는거야.. 아침에 마신걸로 할래? 아님 내가 하나 골라서..?" "..좋을대로.." 빙긋 웃으며 영운은 정말 멀리서보면 여자같아 보일정도의 꼼꼼한 손놀림으로 찻잎을 꺼내기도하고 어울리는 찻잔을 골라오기도 했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런 소위 '게이'라 일컷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꽤 되더라구.. 그래서 이 장사 해먹긴하지만..후후.." "...익숙한데요? 카페 처음하는거 맞아요?" "그전까진 바에서 일하다가..지치고 힘들어서 관둬버렸어.. 아깝지~ 보수가 꽤 셋는데 말야. 차에 대해서는 엄마한테 배웠어. 돌아가시기 전부터 허브차가 취미셨거든..." 달카당-- 침대앞 탁자위에 찻잔이 놓였다. 파란투명한 찻잔이 구슬픈 공명음을 냈다. "블루마운틴...마시면 기분 좋아 질거야..^^" "으흠~" "이상한거 안 탓어, 마시기나 해! -.-" 탕 하고 쟁반으로 머리를 맞는바람에 엄살을 부리다가 스윽 째려보며 찻잔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가게문 안 열어요?" "됐어. 저녁에 연다니깐.." "그래서 장사가 되요?" "몰라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냐..^^" "대책없기는..츳.." 티비가 켜지고 한창인 쇼 프로에 침대에 기대어 앉은 그사람은 웃으며 시청했다. 나는 오랜만에 여유를 느끼며 느긋하게 따뜻한 차를 마셨다. "...저기..근데.." "응?" 어색한 침묵이 싫어 어렵게 말문을 열자 뒤돌아 본다. "저번에..그 남자는.. 당신애인...." "...으으..'당신'은 좀 그렇다.." 뭐라고 호칭해야 할지 몰라, 같다붙인 대명사가 맘에 안들었는지 그는 미간을 찌푸린다.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형요? 몇살인데요? 아저씨가....아니라..으윽.." 농담 한마디에 다시 쟁반이 들어올려졌다..; "...습-- --+" "..네..형..;;" 홀짝.. 누구때문에 머리 다쳤는데 맨날 팰라 그러구 난리야..--+ "근데 형 애인 안와요?" "응? 애인? 그런거 없는데?" "왜 있잖아요..전에 조오기서 키..키스하던.." 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되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날 보더니 영운형이 마구 웃는다. 아예 침대시트에 얼굴을 박고.. "푸훗..큭..정수야..너 원래 이렇게 귀엽니? 하하.." "귀엽다는말 제일 싫어 해요..-_-;" "그 녀석 이동해라고.. 저쪽 일식가게 아니? 거기 주방장이지.." "...하하..주..주방장..;;;" 정말 그 외모에 안어울리는 직업이라 생각을하며 차를 마실때 영운형도 같이 웃었다. "그치..? 정말 안어울리지 않냐? 하하..^^ 근데 그녀석 칼다루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라서 생선회 하나는 기가막히다고.. 초밥도 잘 만들고.." "왠지 칼 잘다룬다고 하니깐 야쿠자 같은데요..;" "..하하..^^ 여하튼 그녀석 나랑 단순한 파트너야." "...?" "음..됐다. 거기까지 알필욘 없고. 집에 안가냐? 벌써 8시넘어가는데?" "...그게...저기..헤헤..^^;" 열쇠를 두고 나와 버려서 집에 들어갈수 없다는 사정과 아버지가 출장가서 몇일뒤에나 올것같다는 얘기등등을 꺼내놓자.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영운형은 이내 입을 열었다. "..음 그렇담 우리집에서 몇일 신세 지는 수밖에 없겠네.. 괜찮겠어?" 솔직히 내가 신세지는 주제인데 '괜찮겠어?' 라는 말이 남이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정상이 아닌 호모라구..; 으음..약간 고민을 하다가 마땅히 갈만한 친구도 친척집도 근처에 없던터라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몇일세 뭔일이나 있을라구..(설마가 사람잡는다아~ 정수야아~ ;;) "공짜로 머무는건 좀...아! 제가 돈을 지불 할게요!" 주섬거리며 지갑을 찾다가..아차 했다. 아마도 학교서랍에 두고온 듯 했다. 주머니에 있는거라곤..달랑 500원..; "푸~훗~" "우..웃지마요...////" 별수 없이 오백원을 받아들긴 했지만.. 그 사람은 웃겨 죽겠다는듯 웃고있다. "대신 제가 카페일 도울게요. 아직 종업원 못구했죠?" "뭐?!" 다시 꺼낸 제안에 놀란듯한 모습이지만.. 이 사나이 박정수! 빚지고 사는 체질이 아닌지라 공짜로 신세질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그럼..곧 오픈이겠네요.. 거들게요.." "너...정말 괜찮겠어?" "아까부터 괜찮냐는 소리는 뭐 그렇게 많이해요! 빨리와요! 치우다가 말았잖아요..!" "...그..그래..;" 누가 주인인지 누가 빌붙었는지 모를 묘한 카페의 문이 'OPEN'으로 바뀌고.. 비가 그쳤는지 활기가 느껴지는 밤이 시작되었다. "여어~ 어서 오라구.." "이게 얼마만이야..하하.." 개업 첫날이라 그런지.. 연락을 미리 해뒀는지 9시가 넘어서자 하나둘 영운형의 친구인듯한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정수야~ 여기 맥주 4병이랑 안주좀 들고 올래?" "..네네.." 대체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려 했는지.. 예상외로 많이도 들이닥치는 사람들과 그들 대부분을 알고 있는 영운형의 위력에 혀를 끌끌찼다. 대체 전에 뭔일을 했길래 아는 사람이 이리도 많아? (호스트바의 잘나가는 카사노바였다고는 죽어도 말 못하지..;) "하하...영운이 너 머리카락마저 그대로 구나.." "풋~ 그래요?" "브릿지는 어쩌고? 더 예뻐 보였는데.." "그냥 거기서 나왔으니 정갈하게 해다녀야죠. 안그래요?" "..하하..^^" 한 양복입은 남자가 영운형의 길게 늘어트린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얘기를 한다. 물론 영운형도 접대용인지 뭔지 알수 없을 셀셀 거리는 사람 뻑가게 만드는 미소로 일관하고 거기에 남자들은 더욱 즐거워 보인다. "역시..너 사람잡는 매력이 있어." 한 남자가 영운형의 머리칼을 잡더니 가볍게 입을 맞춘다. 카운터에서 한동안 할일이 없어진 나는 의자에 털썩 기대어 있다가.. 그 광경을 보고말았다. 그 후 두사람의 짧지만 진하게 오가는 키스에 심장이 뜀을 느낀다. 왜이래..? 당연한 거잖아..여기 게이들만 가득하잖아... 저들에겐 자연스럽잖아..근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왜 상대가 영운형이라서 화가 나는걸까? "여기~ 아이스티 한잔 더 주실래요?" "...아..네~" 반대쪽 테이블의 주문에 급히 영운형이 미리 만들어 놓은 아이스티를 컵에 따르고 테이블로 향했다. 뒤돌아보는 영운형과 눈이 마주쳤지만 먼저 시선을피하고 주문받은 테이블에 컵을 놓았다. "..주문하신것 나왔습니다." "왜 그렇게 기분나빠 보여?" 컵을 내려놓고 돌아서려던 손목을 누군가가 잡아끈다. 조금 놀라 뒤돌아 서자 쇼파에 앉아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아..시팔.." "오~ 환영인사 한번 확실하게 하는구만.. 안녕~ 네가 이런 가게에 있을줄은 예상도 못했었는데?" 빌어먹을..잠시라도 잊었던 그 느릿한 억양이 정확히 귓속을 뚫고 들어온다. 한종협. 그 자식이 지금 내앞에 있었다. "몸은 괜찮아?" "...닥쳐." "미안미안..요새 너무 욕구불만이라 화풀이를 너한테 다..!" 퍽--! 제법 큰소리와 함께 녀석이 바닥으로 쓰러져내렸다. "무슨일이야!" 멀리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와 영운형의 외침이 들린다. "일어서! 일어서 이 개자식! 죽여 버릴거야!" "정수야..왜이래! 정신차려.." 뒤에서 영운형이 두팔로 꽉 잡고 있어 몸을 틀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 앞에 나타난 그 자식을 한대라도 더 패지 않고서는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저 자식..사람을 죽고싶을만큼 비참하게 만들고도 저렇게 웃을수 있어?! "너..순하고 귀여운 구석만 있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세다?" 턱을 감싸쥐고 일어서는 녀석에게 다시 달려들려다 앞을 막아서는 영운형의 등에 멈칫했다. "한종협..니가 정수를 건드렸나?" "...?!' 영운형이 종협을 안단 말인가? 눈앞에 너무 의외로 굴러가는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이런이런...이런 거물이 뒤에 있을줄이야. 형네 가게종업원 이야? 관리를 제대로 해야지.." ".....몇일만 일하다 갈 애야. 똑같이 취급하지마." 몇일있다가 갈 애.. 뭔가 굉장히 욱신한 느낌의 단어였다. "영운형이야말로 왜 남일에 끼어드는거지? 저 녀석이랑 나는 학교친구고, 형이 상관할바 없는 사이인데.." "상관할수 밖에 없어." 영운형의 단호한 발언에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 졌다. 뭐라고? ..지금..조금 기쁜건가? 왜 이러지..나... "뭐야..저 애랑 계약이라도 들어갔단거야?" 계약?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상황에 영운형만 쳐다보았다. 꼿꼿이 허리를 펴고 서있는 옆모습에 느슨해빠진 아침의 모습같은건 어디에도 없었다. 철저히 남앞에 세워진 당당한 한 남자의 모습에.. 내가 초라해질 정도의 모습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그래." 무...무슨 소릴 하는거에요? "..단돈 500원에 팔렸다. ^^" 으..으엑? 설마 500원 이라면 아까..내가 준..그..거? 빙긋 웃으며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카운터로 걸어가는 영운형의 뒷모습에 나까지 괜시리 빙긋 미소가 번졌다. "빨리 안와! " "아...예!" 꼴좋게 한방 먹은 종협을 힐긋 쳐다보고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는 영운형에게 달려갔다. 그래..500원에 난 저 사람을 샀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1부 ~ 05] "그게 무슨 소리냐구요오~" 여기 머문지도 2일이 지나갔다. 다행히 종협은 학교에서는 여전히 잠에만 취해 있었으므로 별로 거북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골치 아픈일이 하나 더 있으니.. 이 사람 도통 시원한 답을 안해 주는것이였다. "정수야~ 그만하자~~ 넌 질리지도 않냐..--;" 쾡한 눈으로 영운은 도어를 열며 카페정리를 해갔다. "그러게 '계약'이니 어쩌니가 다 머냐구요오~~" "넌 알거 없데두!!" "그런게 어딨어! 가르쳐주지 않으면 오늘 밤 내내 쫑알댈 거에요!" "...아..증말!" 몇일을 시달리던 형은 별 수없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지 나의 끈질김에 안 이뤄 지는것은 없다구 에헴~ "예전 내가 이렇게 살기전에 종협이와 같은 가게에서 일했었어." "...호스트..바..? -_-;" "조금 세력이 큰데다가..좀 막나가는 가게라서.. 여하튼 꽤 높은 위치에 까지 있었는데.. 싫더라고..그런식으로 사람을상대한다는게..몸도 마음도 버린것 같아. 나름대로 결심하고 대가를 치르고 나왔지" "..대가?" "그래..여하튼 그 후 돈이 한참 궁했어. 그래서 하게된게 계약연애야. 돈을 받고 일정기간을 정해두고 그 사람의 애인이 되어주는거지. 지금이야..거의 잊었다만...흠.."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보통사람인 나에게는 경악할 사건이다만은..) 얘기하는 형의 모습에 울컥해서 아이같이 빽 소리 질렀다. "...바.람.둥.이!" ".....--;;;" "카페로 위장한 술집마담!" "....이..이자식이!!" 괜시리 화가 났다. 내가 모르는 그의 모습은 지금과 너무나 다를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날라오는 쿠션에 정통으로 맞아 떨어지며..; "으앗! 그렇다고 쿠션을 던져요?" "그렇게 물어서 남의 과거 들춰 내주니깐 태도가 그게뭐야~" "쳇, 고리타분하긴.." "...;;;;" 어쨌거나 처음에 느꼈던 거부감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조금 냉정하게 굴긴해도 알고보면 놀리기 쉬운 타입이고.. "혀엉~ 배도 출출한데 우리 라볶이 해먹어요오~" "..싫다. 내가 왜.." "어우~ 혀엉~~" 엉겨붙어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도.. "거들어요? ^^" "됐다. 꺼져!" "네~~~~^^" "나쁜시키..ㅠㅠ" 부려먹는데는 내가 한수 위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후후.. 오랜만에 맛보는 사소한데의 소중함을 느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이렇게 즐겁게 애기할 상대란 내게 철이들고 난후 최초였다. 그만큼 낯설고 그만큼 그리웠던 것이였다. "형..비디오 테잎같은거 없어요?" "응?" 지루해서 이리저리 씨디가 널린 선반을 뒤지다가 비디오몇개를 찾아들고 티비앞으로 쫑쫑쫑 뛰어 갔다. "야! 너 아무거나 틀지마!" 조금 당황한듯 외치는 소리를 싸그리 무시하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에이~ 짜게 굴지마요." 제자리로 가 앉으며 빨갛게 매워도 보이는 떡볶이 몇개를 입에 쑤셔 넣을때 쯤... 영화는 시작해 있었다. "....너.. 보고나서 나 탓하지는 마라..;;" 자포자기한 영운형의 말에 조금 의아해 하며 티비를 응시하다가.. 대뜸 물었다. "이거 원어에요? 자막도 없네..어라..아까워라.." 반쯤 먹던 떡볶이가 떨어져 내리고 영운형은 혀를 끌끌차며 휴지로 바닥을 닦아내 주었다. 역시 예상외로 의외로 다정한 성격..이라고 생각할때.. "너 어린애처럼 그게 뭐냐?" 온통 고추장을 뭍힌 입술을 휴지로 꼼꼼히 닦아주는 영운형과 한순간 눈이 마주쳤다. 어라? 방금, 조금..두근..하고 심장이 뛴것 같은데.. 덥지도 않은데 영운형은 얼굴을 붉히고 금방 손을 거두었다. 음...음..영화나 보자. "아아앙~~ 아학!" ....싸아(핏기 가시는소리) ..플레이 한지 5분만에.. 나는 '보고 나 탓하지 마라..;' 라는 영운형의 말을 실감했다. 이거..에로물이잖아..그것도 게이포르노..; "것 봐..보지 말라고 했자나..;;" 조금 창피한듯 고개를 푹 숙이고 먹은것들을 치우던 형은 싱크대쪽으로 가 버렸다. 머쓱해져 비디오를 끌까? 라고 생각도 들었는데. 뭐..남자주제에 이런걸 가지고..라는 생각도 들어.. 유리잔의 콜라를 할짝이며 침대위에 엎드려 티비를 봤다. 남자들은 어떻게 서로를 느낄까? 라는 호기심도 작용한 터라 꽤나 진지하게 화면에서 몸부림치는 두남자를 쳐다보았다. "으음~ 아앙~"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대는 작은체구의 남자가 조금 측은하게 여겨질 정도로 길게도 그 씬은 이어졌다. 신음소리와 음탕한 소리만 가득해서 안그래도 어색한 방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아예..영운형은 설거지까지 끝내고 올참인가? "저기..형?" "응?" 티비에 시선을 때지 않은채로 막 물기젖은 손을 털며 돌아오는 형에게 물었다. "저기....저거..기분 좋아요?" "뭣!"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붉어지는 형을 보니 좋긴 좋은가 보지? 음..나름대로 진지하게 물은건데, 우물쭈물 쉽게 대답을 못한다. "형은 잘 알거 아네요?" "그야..그렇지만..그게..뭐랄까.." "흐음~" 후우~ 하고 길게 한숨을 쉬던 영운형이 침대 한켠에 털썩 앉는다. 올려다 보자 긴머리가 더 길어 보인다. 살짝 끝을 만지작 거리며 놀고 있는데 영운형은 막 절정에 다다른 듯한 헐떡거리는 정사씬이 연출되는 비디오를 눌러 꺼버렸다. "알고 싶어?" "...네?" 만지작거리던 머리칼을 놓자 형이 얼굴을 돌려 내려다 본다. "알고 싶냐구?" 꿀꺽 침을 삼키며 탁자위의 콜라를 들어 마셨다. 난데 없이 진지해 지고 그래..사람 무서워 지게.. "너..박정수..지금 내 인내력 테스트 하는거냐? 안 그럼 일부러 그러는거냐?" "뭐? 형...뭐하는!" 컵을 탁소리나게 내려놓기가 무섭게 영운형이 얼굴이 겹쳐졌다. 입술에 입술이 뭉클하고 와닿는 느낌에 얼굴이 확하고 달아올랐다. 할짝하고 내 입가의 방울맺힌 콜라를 몇번 핥더니.. 그대로 조용히 입을땐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치켜떠지자..한번도 본적없는 눈이 마주하고 있다. 이런 눈이 였던가? 이 사람이.. 무진장 섹시한.. "미안, 그만 자야겠다. 너무 늦었어." 다음날 저녁 달라진 것 없이 카페를 여는 영운형의 모습에 조금 안도하긴 했지만.. 어제의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했다. "정수야! 12번 테이블에 이탈리안 크림소다랑.. 1번에 맥주 2병 더 가져다줄래?" "네~" 영운형은 또 아는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아니면 형과 친해지기 위해 수 쓰는 사람들에게 묶였는지 아까부터 한 테이블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쁜와중이라 신경쓰지 못했지만 왠지 나만 부려먹히는 기분이 들어 곁눈질로 흘깃 영운형을 보았다가..충격에 눈이 깜깜했다. "너 오늘 서비스 완벽하네.." "내가 언제 섭섭하게 대한적 있냐?" 좁은 쇼파에 붙어앉아 영운형은 한남자의 셔츠를 풀어헤쳐놓고 있었다. 너무 능숙해서 소름이 돋을 손길로.. "아.." 영운형의 손놀림과 키스에 달아오르는지 그 남자는 영운형의 긴 머리칼을 부여잡았다. "아앗! 야..머리칼 끊기겠다." "...음..아..미안..하하..자식, 오늘 왜그래? 왜이렇게 자극적이야? 언제 마치냐? 같이..나갈래?" "..글쎄...." 머리칼을 습관적으로 쓸어넘기다가.. 으윽-- 눈이 마주쳐 버렸다. 아무것도 못본처억~ 아무것도 아닌처억~ 뚜벅뚜벅 카운터로 가긴했지만.. 왠지 뭔가에 막 화가 들뜨는 것이다. "여기 맥주 안 가져다 줘요~~?" 작작 마셔라..제길.. 맥주병을 제빨리 쟁반에받치고 테이블로 뛰어 갔다. 테이블로 가는 와중에도 흘깃 영운형을 쳐다 보았는데.. 그때까지도 형은 다른 사람 품에서 이제껏 본적 없던 표정으로 저질스런 짓만 하고 있는것이다. 마치 나 보란듯이.. 그래..당신 그 정도 일줄은 예전에 알았다 이거야! 근데..왜 이렇게 비참한 거야..제길.. "맥주 두병 맞죠?" "아씨~ 왜 이렇게 늦어?" "..죄..죄송합니다." 3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한 붉은기가 도는 염색을 한 남자가 짜증섞인 말투를 내뱉는다. 아..이게 성질 긁네.. 아...진정진정.. 영업용 스마일을 어거지로 지으면서 '주문하신것 나왔습니다' 라면서 뒤돌아 서려는데.. "야! 너 거기서 봐!" ....뭐야..--+ "쿡..야..야.. 얘 되게 귀엽지 않냐? 전부터 이 집 오면서 느낀건데.." 은근슬쩍 붉은 염색의 남자의 손이 어깨에 둘러진다. 어어..위험신호.. "저기..왜 이러시는지.." "너 몇살이야?" 말을 씹어? -_-; 조금 부아가 치밀어 있던터지만.. 여기서 뭘 어떻게 했다가는 또 영운형한테 혼날게 분명하고.. 흘깃, 영운형을 쳐다보니 아직 노닥거니느라 정신없었다. 에잇! 나라고 못할줄 알아! 조금은 객기와 베짱으로 그 사람들을 마주했다. "..18살이에요..^^" "오올~ 진짜다..진우 말대로 영계다." 은근슬쩍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영운형이 신경쓰여 계속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근데..정수..정수 맞지?" "아..네.." "너..애인 있냐?" "네?" "이 형이 오늘부터 되주면 안될까 하는데.." 아이고..저기요.. 저는 당신들 생각같은 게이가 아니라요. 엄연한 노멀에 여자친구 경력도 있고.. 에또.. 뭔가 말을꺼내야 하는데 어떤식으로 말을 해야 할지 우물쭈물 하는 상황에 난데없이 한남자의 입술이 엄습한다. "우웁!" 키들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든다. "이거 놔요!" "푸훗..얘 좀 봐 진짜 민감해.." 입을 닦아내며 일어서려던 찰나 다시 확 잡아끄는 힘에 그대로 쇼파로 주저앉아 버렸다. "야..나 너 한테 관심있다니깐..그냥 가기냐?" "전 댁한테 관심 없는데요." "으흠..그럼 좀 슬픈데? 그런 관심 가지게 해주지.." 셔츠단추가 몇 개 나가 떨어지고 축축한 혀가 목언저리 닿는 느낌이 들었다. 발끝부터 소름이 돋는 기분에 버둥댔지만, 나머지 사람이 양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잡는 바람에 손목에 피가 고이는지 저려 왔다. "앗..이거 놔욧!" 빠르게 내려가는 혀와 입술의 느낌에 몸서리가 쳐졌다. 싫어..싫어..! 바지가 열리고 기분나쁜 느낌이 페니스로 몰려왔다. 벌레가 기어다니는듯한 거부감에 입을 틀어막는 손을 힘껏 깨물고 소리쳤다. "영운..영운형!!" "이 자식이 진짜.." 퍼억..꽤 아프게 주먹이 뺨을 쳤다. 더럽고...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다리에 힘을 줄 수조차 없었다. 왜인지 자꾸만 눈물이 고여가는데.. 이를 악물고 참느라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였다. "뭣들.. 하는 짓입니까?" 낯익은 음성이 들리자..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주륵 흘러 내렸다. "형..." 쇼파위에 누여져 있던 나를 보더니 영운형의 얼굴이 일순간 무섭게 일그러진다. "이 가게 주인이요?" "..저희 종업원은 매춘상대가 아닙니다만.." 다시 평정을 되찾으며 높낮이 없는 억양으로 대꾸하곤 나에게 다가선다. 오지마요..순간 창피함에 움찔 몸을 움츠리자.. 형은 묵묵히 바지를 올려주고 셔츠를 잠궈주며 일으켜 세운다.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 날 부축해 세우더니.. 무서운 눈으로 그 사람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죄송합니다만. 이만 저희 가게에서 나가주시죠." "푸훗~ 자기도 얼마전까지 호스트 클럽에세 뒹굴던 주제에 이제 깨끗한척 하는거야..뭐야.." 내가 들어도 발끈하는 말에 영운형은 유달리 침착하게 대처한다. 지나친 감정의 절제에.. 정말 이럴때는 무서워지는 사람이다. "이미 지난 일들 펼쳐봤자.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런 가게 차려놓고 종업원 좀 건들였다고 발끈하다니.. 천하에 김영운님께서 많이도 변하셨군요.." 웅성거리며 실랑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꽈악 쥐는 영운형의 주먹을 느끼고 일순 불안감에 형의 손을 가만히 가져다 쥐었다. 돌아보는 형의 눈길이 묘하게 따뜻하게 웃었다. 뭐지...무슨 의미야? 그 웃음의 의미를 머릿속으로 채 파악하기도 전에.. 찰랑이는 머리칼이 뒤로 제껴지고..그대로 형의 입술이 맞닿았다. "..으음.." 아까 받던 키스와는 느낌부터 달랐다. 혀가 밀려오는 느낌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입천장부터 자극해 나가는 느낌에 키스하나로 흥분할 수 있음을 난생 처음 알았다. 형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올리자.. 아쉽게도 입이 떨어져 나가며 나직하게..'미안해' 라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이 상실감은.. 설마..너 더 지속되길 바란거야..미쳤구나..박정수.. "제 애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무슨!" 적잖게 놀란듯한 상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테이블을 치우는 형의 뒷모습을 보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가게문을 나서는 일당들에 대한 속시원함보다. 웅성대는 사람들의 창피감보다 형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에 머리가 복잡했다. 왜 '미안해' 라는 단어에 그렇게도 가슴이 아플까?..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1부 ~ 06] "..형....."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올때까지 영운형은 한마디도 내게 하지 않았다. 단지 신경질적으로 수건을 획 던져 버리는 행동 하나하나로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였다. "..혀엉!" 속시원히 한번에 화라도 내주면 속이 시원하겠건만.. 저런 행동에 오히려 나까지 화가 치밀었다. 전화기를 집어들고 어디에다 전화하는 모습에도 나에게 화가 나 있음이 느껴져서 서럽다. "동해냐..? 나 영운이.." '동해' 라는 이름에 다시 욱신하며 가슴이 저리다. "오늘밤..너희 오피스텔에서 좀 재워줘.. 조금 있다가 갈게.." 달칵 수화기가 내려진다. 미칠 듯이 화가 치밀었다. 분명..분명 거기로 가면..뭘 하며 밤을 보낼지 이해가 가니깐.. "대체 왜 그래요!" 물기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영운형은 침대로 걸어간다. "너..오늘 혼자 자라." "형! 내가 뭘 잘못했어!" 아무 대답도 없이 곧 나갈 듯이 옷을 챙겨든다. 보내면 안된다. 보내기 싫다.. 이대로 가게 하기 싫어.. "내가 무슨짓을 당하건 누구랑 뭘하건 형이랑은 아무 관게없잖--!" 찰싹-- 뺨이 욱신욱신하다.. 빌어먹을..! 두번째다. "뭐야! 형은 멋대로 다른 남자랑 그러는 주제에! 난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뭐에요!" 샤워가운을 쥐고 달려들 듯 화를 냈다. 뭐가 뭔지 지금 머릿속은 온통 뒤엉킨 불협화음의 천지였다. "너..널..나랑 똑같이 되게 할 수는 없어." 떨고 있다. 냉철한..김영운 이.. 놀라움에 조금은 기쁨에 들떠 가만히 다가섰다. "...왜 뒤돌아 서 있어요?" 돌려세우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형의 얼굴이 들어온다. 커다란 창가의 허브화분의 향이 막 샤워를 끝낸 형의 머리칼에 흡수되듯 섞여 들어가 몽롱한 향내를 풍긴다. 가만히 형의 머리칼을 쥐고 냄새를 맡는다.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내려다보는 형의 젖은머리칼을 타고 물줄기가 볼을 타고 흐른다. 무의식적으로 뺨에 흐르는 물방울을 살짝 핥았다. 날..버리지 마요.. 두고 가지 마요.. "제길...나도 이젠 모르겠어." 가만히 형의 입술이 나직하게 내뱉더니 그대로 입술을 덮쳐온다. 너무나 격렬하게..마치 참았던 것들이 폭팔하듯.. 그대로 침대로 넘어져 몸이 마주 닿아 있다. 서툴지만 나름대로 응해 보았다. 혀끝이 떨리는 것 같아. 서로 뒤엉키는 혀의 느낌에 알 수 없는 쾌락이 느껴진다. 입안의 부드러운 곳곳을 찾아내던 영운형의 혀에 숨을 쉴 수 없어 달아오른다. "...우..웁!" "하아.." 형도 숨이 찬지 입을 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얼굴이 묘한 죄책감에 일그러진다. 그대로 형의 고개가 내 몸에 묻힌다. 귓볼을 잘근잘근 물다가 그대로 혀를 들이밀자..조금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목 언저리에 붉은 자국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려가더니.. 유두 끝에 머물자 한참을 거기서 머문다. "아...으응~" 몸이 뒤틀어 졌다. 그때를 맞춰 이를 세우자..머리가 멍해져 갔다. "혀..혀엉!" "...미안하다..정수야..미안.."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을 내부으며.. 형은 그대로 애무해나가던 손을 바지 아래로 집어넣었다. "으음~" 손안 가득 쥐여지자 다리를 털어 피하려 했다. 그러나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바지를 벗겨내리는 형의 손길에.. 알몸이 되었다는 사실에 창피함이 엄습했다. "..싫..어!" 바둥대는 팔을 그대로 올려붙이고..다시 한번 형이 키스해왔다. 너무 격렬하고 강하게 밀어 붙어 타액이 흘러내린다. 그래도 목을 타고 가슴, 배로 향하던 혀가 내 아래의 페니스를 삼키는 느낌에 알 수 없는 거부감과 공포심에 소리쳤다. "아악!" 끝으로 아릿하게 몰려드는 느낌에 참아내기가 힘에 겨웠다. 한번의 사정을 받아낸 형은 그제서야 내몸에서 입을 때고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젖어 사정없이 떨리는 몸으로 올려다 본 형의 얼굴은..제기랄.. "정수야....." 묘한 죄책감. 슬픔에 가득 차있는 듯한 눈은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다리가 어깨 위까지 들려지고 허리가 들어올려지자 곧 몸을 반으로 가를 듯이 엄습하는 고통에 입술을 꽉 다물었다. "정수야...그냥..소리질러. 참지말고.."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눈물이 나게 애달프다. 형이 좀더 깊숙히 몸을 숙이자 애널 깊이 삽입되는 느낌에 쇠된 비명이 난다. "아...으윽...아학..." 쾌락보다 먼저 스며드는 고통에 목소리마져 막혀버린 듯 제대로 나지가 않았다. 천천히 형이 허리를 움직이자 더 큰 고통에 '하악'하고 침대 시트를 부여잡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랫부분부터 은근히 밀려오는 또 다른 느낌에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았다. "하앙~ 으..으응" 나도 모를 색스러운 신음이 토해지며 허리가 틀어 졌다. 처음 느끼는 쾌락에 머리가 멍해지며 다른 생각은 할 수조차 없었다. 알 수 있었다. 나도 미치도록 느끼고, 미치도록 원한다는걸.. 나 역시 내 안의 형과 다를게 없다는걸.. 인정하기 싫던 사실을 난 몸으로 먼저 느껴버리고 만 것이다, "혀...혀엉..아!" "정수야..." 팔을 들어 형의 목에 두르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어지는 몸과 신음해 대는 목소리에 마지막 한오라기 이성마저 놓아버렸다. "하아...너무..좋아.." 가늘게 뜬 눈으로 맞은편 형의 놀란 듯한 동그란 눈이 보인다. 어깨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가 묘하게 색스럽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마저 이해 못할 순간 짧은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해가 중천이였다. 창밖의 날씨는 창가의 허브화분들이 좋아하게 너무나도 청명했다. 낯익은 커피냄새에 몸에 휘감긴 시트를 느끼며 눈을 떴을 때 지나치게 들이닥치는 햇볕에 한동안 저릿하게 시야가 들어오지 않았다. 주말의 아침처럼 여유로운 향기.. 지나치게 여유로와 게을러 보이는 뒷모습... "이제..일어 난거야?" 작은 움직임에도 파동이 느껴지는 길게 늘어진 머리.. 비정상적일 정도로 긴 머리칼로 가려진 하얀 어깨... 찻잔을 다루는 익숙하고 꼼꼼한 손놀림 하나하나 마저도 이다지도 눈에 가득차는 아침일까? "홍차...마실래? 마침 맛있는 오렌지페코가 있는데.." "미치겠어..옷이나 입어요." "응?" 여전히 옷을 걸치지 않은채로 하얀 침대시트 자락으로 허리에 대강 두른 모습에 별수없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어쩔수 없는 저 사람 잠버릇이다. 자신의 차림을 빙 둘러보더니..(그걸 꼭 확인해봐야 아냐..;) 곧 형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그러는 너는?" "...에??" 이럴수가....; 나 역시 하나도 걸친게 없다니..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엉킨 시트를 제대로 펼쳐 덮으려 했다. 당황했는지 제대로 되지 않은 버둥대는 꼴을 보고는 뭐가 즐거운지 영운형은 시원하게 웃어 제낀다. 얄미운 모습에 조금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느긋하게 잔을 건낸다. "마셔.." 입안 가득 상큼한 오렌지페코의 향이 들어선다. 이미 학교수업은 5교시 일 것이라는 것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것도.. 신경쓸거 없었다. 알몸이된 채 얼룩이 가득한 흰 시트 위에 있다는 것도.. 어제밤 앞에 있는 이 남자와 무슨짓을 했다는 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오늘...이구나.." 오늘이 아버지가 출장에서 돌아 오신다는것도, 또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이 홍차..이름이 뭐라구요?" 뭔가 입을 열려던 형의 말을 끊으면서 뜬금없이 물었다. 어차피 듣지 않아도 이미 뼛속깊이 알고 있는 사실이였다. 나는 정상인 이였고, 형에겐 단지 하루밤 동안의 일상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래..우리에겐 단지 그것뿐인 의미의 밤 이였다. 그러니깐 더 이상 듣지 않아도 괜찮아. 신경쓰지 말자.. 뒤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형의 머리카락을 빗어주다가 장난삼아 어릴적 엄마에게 배운 솜씨로 기억을 더듬어 땋아 보았다. 꽤 긴머리라 어설프게나마 모양이 나는걸 보자 왠지 흐뭇해서 오후 내내 기분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언제나 와는 동떨어진 하루가 그렇게 저물고.. "형! 이제 가볼게요." 일부러라도 기운내서 큰 목소리로 말하자 형이 길게 땋은 머리를 하고 일어 섰다. 이 집에 발을 들여 놓을때와 다를게 없는 교복에 책가방을 메고 이제 낯익은 카페문을 열고 나서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가는듯한 묘한 착각을 일으켰다. 아마도 어릴적 본 만화영화 '이상한나라의 폴' 이 마왕에게 잡혀있는 니나를 찾으러 시간을 정지시켜 놓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때의 시간이 풀리는 느낌이 이랬을거라고 생각하며.. 그래..이 문을 나서면.. 달라질게 없어. 딸랑하고 문 상단의 벨이 울렸다. 묘하게 믹스된 차향이 사라져 간다. '월요일의 오후' 라는 문구가 게으름부리는 저 사람과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난 완전히 그 카페에서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뒤돌아볼 엄두따윈.. 없었다. 그랬다간.. 혹여나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간, 벗어날수 없다는걸 직감했기에 폴이 시간을 넘길수 없는것처럼, 나역시 무언가에 쫓기듯 그 곳을 벗어났다. [ 1부 - END- ]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1] - 일어나~~ 안 일어나면 액션가면이 와하하하하~~ "우음..." - 일어나~~ 안 일어나면 액션가면.. 아빠 취향인지 새로 바뀐 짱구모양의 탁상시계를 집어던지며 일어났다. 암만 적응하려 해도 적응이 안되는 소리다..; 아..머리야.. "정수! 아빠 간다! 학교 잘 갔다 오고!" 저..인간이..돌았나..; 언제나 깨울때마다 극성이던 위대하신 파파가 넥타이까지 고쳐메며 현관을 나서자 어안이 벙벙해져 창을 열고 해가 동쪽에 있는게 맞나? 하고 확인까지 해 보았다. 그러나 오전 일찍 바이어접대가 있다던 아빠의 말이 생각이나 그제서야 머리를 긁적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아침일찍 일어났을때 드는 멍한 혼돈감. 뭔가 기나긴 꿈을꾸다가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듯한, 어지러운 사념의 복합적인 아우성... 자동으로 틀어지는 오디오에서 때마침 흐르는 재즈곡에 머리가 멍해져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도. 이빨을 닦으며 거울속에 비친 모습을 보자 낯설게 느껴져 흠칫- 놀라기도 한다. 백지상태의 하얀 기억처럼 말이다. 잘 안닦아서인지 혼탁한 색의 군데군데 얼룩이 묻어진 거울옆에 놓여진 화분이 레몬밤이라는 허브 라는것을 이제야 알았다. 일상적인 녹색 색채안에도 이름이 있고, 향이 있었을 지도 모를 화분에 가득 물을 주고 돌아서며 노란식탁보가 깔린 깔끔한 식탁위 토스트로 눈이 간다. 뭔가 떠오를법하나 고개를 휙휙 저어 기억들을 무시해 버리고 일찍인 감도있지만 서둘러 교복을 챙겨 입었다. 달카당-- 자줏빛 넥타이에 자줏빛 대문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열쇠가 주머니에 있음을 확인하자..빙긋 웃으며 느긋하게 이른 새벽길을 걸 었다. 최근에 바뀐 춘추복을 입기엔 조금 쌀쌀한 감도 있다. 몇걸음 걷다가 길목에 어울리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있다고 생각 될법한 즈음에.. 외화에서나 봄즉한 유달리 눈에 들어오는 새로지은 건물이 있다. 새벽인데도 등교하는 학생 몇명의 가방을 멘 뒷모습이 보이고, 더러는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야를 가리는 교차되는 몇몇의 사람이 지나고.. 그제서야 한눈에 들어오는 무척이나 튀지않는, 사소하게 지나쳤다가는 풍경에 묻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법한 하얀 나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월요일의 오후] 카페..월요일의 오후. 창이 많은, 그 창들마다 허브화분이 햇볕을 받기 좋으라고 내놓아져 있는.. 그 사람만큼이나 게으르게 늦은오후에야 문을 여는, 이상한 카페. 잠시.. 걸음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물론 이렇게 여유부릴 이른아침에야 가능한 일이라는걸 잘 안다. 스치듯이 오른켠으로 지나가는 영상들을 그냥 보내기 안타까와 잠시 걸음을 아예 멈추고 흘깃- 2층 창을 쳐다본다. 저 창은 분명 침대 머릿맡의 제일 큰 창이다. 그 옆의 작은창은 샤워실의 창. 어디에 위치하는 창일지 그리고 그안은 어떤지 남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을 사소한 문제임에도 꼼꼼히 쳐다보며 상상해본다. 지금..분명, 시트를 발가벗은 몸에 칭칭 휘감고 잠들어 있을거야. 분명 탁자에는 어제밤 미쳐 치우지 못한 찻잔과 잡지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긴머리카락을 아이처럼 주체하지 못해 잔뜩 엉크러 트리고.. 신화에나 나올법한 올림프스의 신처럼 느릿하게 잠에 빠져들어 있을거야. 조금 입가에 미소가.. 졌나? 저전거를 타고 지나치던 몇몇 학생의 시선이 내게 머문다. 분명, 웃었나 보다. 혼자. 바보같기는.. 걸음이 다시 시작되고, 아침등교시간을 지체시키던 그 영상은 뒤로 사그러 든다. 여느때와 다를바 없는 아침의 시작이다. "박정수! 국어 수행평가 내!" 화끈한 성격의 반장이 머리를 툭치며 말한다. 왜인지 2교시가 지날때까지 아침의 잠에서 못깨어 났는지, 아니면 아침의 영상에 너무 눈이 아려와 적응이 안되었는지. 그제서야 정신이 확들며 본연의 시계에 직면한듯한 느낌이였다. 여하튼, 오늘 아침부터 정말 왜이래.. 꾸물꾸물 움직이기조차 귀찮은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 학번과 이름을 아랫칸 에 휘갈긴 보고서를 냅다 던지듯 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 한종협! 자식, 징하게도 자네..대체 밤에 뭔짓을 하길래 이렇게 자대냐?" 반장의 질렸다는듯 내지르는 소리에 문득 시선이 일분단 뒷자리의 종협에게 향했다. "야야~ 괜히 잠만보보이냐.." "새끼, 보고서 내라니깐 개무시네.." 잔뜩 구부정하게 구부려져 두툼한 정석위의 체육복을 베게삼아 골아 떨어져 있었다. 창문이 열려있었는지 묘하게 찰랑이는 머리가 추워 보였다. 어? 그러고보니 저자식은 아직 동복이네.. 여하튼 된통 당한(?)이후로 미치도록 역겹고 다가서기 싫은 사람 1위였지만. 저 자식은 신기하게도 시선을 끌었다. 분명 어젯밤에도 어느 남자랑 뒹굴다가 부족한 수면을 학교에서 보충하는 것 이겠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우리반에 나밖에 없을테지만.. 반 아이들은 새학기이후 거의 말도 안해 본 종협을 많이 의식하는듯한 눈치다. ..어찌보면 시선을 타고날 만한 외모와 분위기이다. "...!" 이런..눈이 마주쳤다. 부스스하게 눈을 깜박이며 뜬 자식은 여전히 잠에 취한듯 몽롱한 눈을하고는 빤히 나를 쳐다본다. 안자고 있었나..--; 치사한 새끼.. 미간을 약간 찡그리는가 싶더니, 부시시한 머리를 몇번 메만지더니 몸을 일으킨다. 빙긋거리는 미소를 흘리면서.. 그렇게 몇초간 마주한 시선은 곳 들어오는 윤리선생에 의해 돌려졌다. "야이 새꺄~ 사람말이 말같잖아?!" 점심시간이 되자마자였다. 시끄러운건 질색이다. 우당탕탕 물건들이 바닥으로 내던져지는 소리와 함께 짜증이 섞여든다. 학교란거, 이래서 질색이다. 수없이 트러블에 선생들은 자기논리 앞세우기 여념에..비위맞추는것도 한계가 있고 장난거는 애들 받아치는거도 때론 지친다. 아빠 말처럼 '학교부적응자'인가? 글적~ 그럴지도.. 그건, 나중에 심각하게 고민해보기로하고. 별 생각없이 몸을 틀어 뒤를 보다가..또 아찔한다. 한종협. 또 그 자식이다. 왜 돌아볼때마다 눈이 마주치는지..; 녀석은 멱살이 잡힌채로 힐긋 내쪽을 쳐다보더니 다시 빙긋~ 그 웃음을 띈다. 뭐...뭐야? "웃어?" "좀 놓고말해. 시끄러." 상황을 보니 불같은 반장의 아침부터 꼬인속을 기어코 저 자식이 터트려 논 모양이다. 뭐..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종협의 하얗다못해 허연얼굴(자식-나보다 하얗다. 저건 거의 창백수준이야.) 과 매치되지 않을 지독한 허스키가 흘러나오자 교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된다. 아마 모두들 드는 생각은 매 한가지, '저거 말도 할줄 알았나?' 퍽-- 제법 다부진 체격의 반장의 주먹이 종협의 턱을 일갈한다. 나도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으~폭력은 질색이야..; 말로해~ 말로~ "야.그만해." 반장의 친구들이 아무래도 유혈사태발생의 위협을 느꼈는지 반장을 뒤에서 잡아다 말린다. "놔~! 저새끼 새학기부터 재수없었어!" 그 말에 반아이들의 과반수는 수긍하는듯 했다. (물론, 나 역시 그 일 이후론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밥맛이라 생각했지만..) "씹새끼..피 나잖아. 얼굴에 흠집을 내?!" 구석에 나자빠진 종협에 입술을 매만지며 일어난다. 만만찮게 화난 모습이 차갑게 깔린 눈을봐도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빨갛던 입술이 유달리 더 발게져 옆은 찢어졌는지 연신 피가 흘러 흰교복 상의에 드문드문 얼룩이 생기고 있었다. "새꺄~ 밥줄 끊기면 네가 책임질꺼야!" 퍼억---! 이번에 종협의 주먹이 무방비의 반장의 배에 정확히 꽂혀들었다. 저 자식..결국은 그게 문제였군..-_-; 다시 나는 눈쌀을 찡그렸다. 그러게..폭력은 싫대두~ 녀석의 주먹은 그대로 사정없이 반장에게 날려들었다. 의외로 센 주먹에 반장은 맥도 못추고 밀리는 기세가 되었고, 반장을 말리던 친구들까지 그걸 보자 뚜껑이 열렸는지 종협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개판 난장판 아수라장.. 빌어먹을 시끄럽고 요란스러운건 싫어..--; 자식..싸움도 그리 잘하는게 아니다. 주먹이 센건 알겠는데 그것도 맞아야 힘을쓰지..; 두어명이 가세한 싸움이 되자 죽어라 맞는 놈이 불쌍하고, 여하튼 폭력도 싫 고 해서인진 몰라도 뜻밖에도 큰소리가 입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만들 해!!" 어라? 애들의 시선이 모조리 나에게로 쏠렸다. 사실 나도 내가 왜그랬는지 의문이야..-.-; 그런 눈으로 보지들 말라고~ 싸움을 하던 놈들도 의외라는 눈으로 놀라듯 나를 쳐다보고, 흠~ 이쯤되자 아예 못박아 두자는 생각이 들어 성큼성큼 한종협에게로 가 섰다. "씨발..신경꺼." "닥쳐. 시끄러운거 질색이야." 뒤에서 지켜보던 반장이 말했다. "야! 박정수. 네가뭔데..." "반장, 선생님들한테 알려져 봤자. 좋을것 없을테니깐, 여기서 관둬 줘." 속으론 종협이 자식 신나게 얻어터지길 바랬지만서도..여하튼 폭력은 나쁘다.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교육 잘받고 잘 자란 대한의 건아인것 같다. 널부러진 종혁을 들쳐메고(딴에는 부축한다고 부축했는데, 키 차이가 나 녀석이 거의 질질 끌렸지만..;) 교실문을 열고 양호실로 향했다. '이거, 감동인걸~' 이라고 중얼거리는 종협을 싸그리 무시한 채..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2] 양호선생님이 어딜갔는지 없는지라, 어쩔수 없이 대강 선반에서 약품을 꺼내들고 녀석의 상처를 둘러봤다. "미쳤다고..깝죽거리냐? 쌈도 못하는게." "수면부족으로 신경이 날카로워 진것 뿐이야." 여하튼 소독약을 묻힌 솜이 팔에 닿자 쓰린지 인상은 구겨질대로 구겨져서 낮게 읊조린다. "밤 일을 몇탕이나 뛰길래 그러냐? 정력도 좋지.." "쿡--!" 내 중얼거림에 키들거리며 녀석이 웃다가 다시 쓰린지 '아야야' 엄살을 부린다. 자식아, 치료해 주는것도 눈물머금고 감사할 일이다. 중학교때 제비뽑기로 뽑힌 이래뵈도 양호부 출신이라 대강의 지혈과 약을 발라주고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여기저기 생채기가 생긴 몸으로 뭐 볼게 있다고 뚫어져라 내 얼굴만 주시한다. "뭐 묻었냐?" "아니.." 지독히도 짧은대답. 질렸다, 고 생각하며 막 문을 나서려는데 녀석이 부르는 소리에 멈춰섰다. "박정수!" 저, 자식..사람 이름도 아나? -.-; 돌아보자 녀석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오라고 한다. 내가 니네집 개냐? 오란다고 넙죽 가게? "잠깐만..얘기하자." 조금 간절한듯한 말에 뭐에 혹했는지 난 밑도 안 보일 시꺼먼 속을 가진 녀석일지도 모르는 종협에게 갔다. 자신이 앉아있는 침대옆을 툭툭 치며 앉으라고 했지만, 싹~ 무시하곤 의자를 끌어다 멀리 앉는 내 모습에 다시 빙긋 웃는다. "용건이 뭐야?" 묵묵히 날 쳐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셔츠단추를 두어개 푸는 녀석의 몸짓에 몸이 흠칫- 떨렸지만, 단지 녀석은 단추를 끄른것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정말 이해 못하겠네.." 중얼거리는 허스키에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되묻자 녀석은 참 신기하게도 길게 말을 이었다. "네 뭐에 인간 김영운이 넘어갔는지 아직도 모르겠단 말야.." '김영운'이란 단어에 고개가 본능적으로 들려졌다. 미치도록 듣고싶었던 이름을..저 놈 입에 담게하다니.. "닥쳐." "훗~ 얼굴은 완전 계집에 같은게 말은 왜그리 터프해? 뭐 내가 맘에 안드는건 알겠지만 서도.." "약 먹었어? 지껄일려고 나 부른거면 간다." "어어~ 잠시만.." 일어서려던 어깨를 잡는 녀석의 느낌에 오싹-하고 온몸이 뻗뻗해졌다. "놔---!!!" "..?!" 내가 생각해도 놀랄정도로 내지른 소리에 종협도 놀랐는지 어깨에서 순간적으로 손을때었다. 손 대지마..만지지 마.. "하아- 하아-" 심하게 숨이가빠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종협은 크게 웃기 시작한다. 미친자식. 더러운 호모자식 주제에.. "김영운에 대한 얘기 궁금하지 않아?" "...!" "바(bar)라고 해봤자 안 내용물은 호스트 클럽이야. 내가 일하는데는.." 오늘따라 유달리 지껄이는 녀석의 모습에 신기했다. "거기서 김영운도 일했어. 돈받고 남자랑 자 주고, 돈받고 섹스하고.." 담담하게 얘기를 듣는척 했지만, 아찔해왔다. 차얘기를 하면 아이같이 종알거리는 그 남자가.. 아침마다 흥얼거리며 토스트를 구워내던 그 사람이.. "특히, 김영운이라 하면 다 알아주는 인기인이야. 이 근방에서는.. 일단 거물들만 상대했어. 그러다가 갑자기 클럽을 나갔어. 그리고 네가 알다시피 그 이상한 카페하나를 짓고 완전 딴판으로 살고 있는거야..훗, 꼴사나워.."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마." 발끈해서 말하자, 종협은 픽픽 웃으며 담배를 꺼내문다. 네 까짓게 뭔데 형을 나쁘게 말하는거야? "지금 네까짓게 뭔데? 라고 생각했지..?" 윽..; 괴물이다. 저 녀석 언제 독심술까지.. "킥- 김영운이 클럽을 나가면서 어떤 대가를 치룬지 알면 그딴소리 싹 사라질걸?" 언젠가..형이 말했었다. [조금 세력이 큰데다가..좀 막나가는 가게라서.. 여하튼 꽤 높은 위치에 까지 있었는데.. 싫더라고..그런식으로 사람을상대한다는게..몸도 마음도 버린것 같아. 나름대로 결심하고 대가를 치르고 나왔지] [..대가?] 그게..뭐지? 심하게 동요하는 나를 눈치 챘는지 종협은 느긋하게 담배를 피던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원룸에 클럽의 모든 남자들이 들어갔어." 왜인지..들어서는 안될것 같은 불암감에 몸이 으슬해져갔지만, 종협은 천천히 끊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클럽을 나가기 위해서 김영운은 손을 뒤로 포박당하고 무릎꿇린상태로 벗겨졌지..굴욕적이야." "....!" "쿡..개같은 곳이야. 하루동안 그 사람은 남자들이 원하는 만큼 섹스를 했어. 상대를 바꾸고, 여러명이서 완전히 가지고 노는 놈들도 있었어. 영운의 인기와 성공을 평소 시기하던 놈들과 영운형을 가지고 싶어하던 애들까지..전부 다." "...그만해...." "아니. 들어!" 담배를 깊이 빨아당기며 종협을 떨고있는 내 모습을 흘깃 쳐다봤다. 그만해..그런 얘기..알아 봤자.... "식사도, 물도 없는 상황에서 24시간 동안 완벽하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상태로.." "그만!" "쿡, 알겠어? 이런 세계야. 김영운은 그런 인간이야. 돈으로 계약하고 몸을 파는.. 클럽을 나가기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르는!" 문득 500원에 팔렸다는 형의 말이 떠올랐다. 하..이런 의미야? 사고 판다는게.. 당신...어이없게도.. 일순간 왠지 모를 기쁨이 느껴졌다. 돌았어, 박정수.. 어느덧 떨리는 몸에 닿는 느낌에 뒤돌아 보니 종협이 다가와 있었다. "더럽다고 느끼지? 혐오스러? 그럼 넌 그런 우리랑 다를게 뭐지?" 뒤에서 껴안아 오는 느낌에 목까지 치미는 외마디 비명조차 질러지지 않았다. 공포.. 혐오.. 녀석의 중얼거림에 의한 미칠듯한 혼란. 귓가에 와닿는 녀석의 혀에 더욱 혼돈스러웠다. 더운 입김이 확 와닿았다. "귀여워. 풋~ 아직도 신경쓰는 거야? 그날 일?" 나에겐 죽을만큼 싫은 기억을 마치 애들 장난꺼리라도 되는양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녀석에게 울컥 화가 치밀었다. 어느새 몸이 돌려져 녀석과 마주하고 있었다. 꺼져..보기싫어.. 그 애의 손이 턱을 쓰다듬는 느낌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그대로 치켜올려 자신을 쳐다보게 하더니 종협은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자세히..보니 김영운이 애착할만하군. 어때? 여기서 또 재현해 볼까?" 다가오며 마주닿는 입술의 느낌에 몸이 제어불능이 되어버렸다.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몸으로 녀석을 밀어내려했지만 쉬운 상대가 아니였다. 영운..! 영운형... 눈앞으로 보이는 커텐이 쳐진 창의 빛이... 한사람의 영상을 수도없이 자아낸다. 지나치게 긴..긴 머리에... 찻잔을 들고 웃고있는 눈웃음이 예쁜사람. 형..도와줘..영운.. "킥!" 아무것도 하지않고 입만 마주대고 있다가 종협은 떨어져 나가며 웃었다. 이 녀석..지독한 새디스트란걸 잘 알고 있었지만..웃어? "으..욱!" 순간 치미는 구토에 바닥에 털썩 무릎꿇었다. 놀라며 손을 가져다 대려는 느낌에 흠칫- 놀라 녀석의 손을 탁! 쳐내며 쏟아 내 듯 말했다. "손대지마!" 일어나자! 일어나서 벗어나자! 무릎꿇고 있는게 미치도록 비참하고 경멸스러 현기증이 일었지만 애써 몸을 가누었다. 이런 기분이였어요? 형? 아니, 이것보다 몇배는 더 굴욕적이였나요? "내가..그 날 여기서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 몸도 가누지 못할 정신으로 네 녀석 정액과 내 피로 범벅이된 거기 닦아내는 동안 무슨 생각한지 아냐고! 씨팔, 네 녀석 죽여버릴거라고 생각했어!" 녀석은 그 와중에도 빙글거리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더러운 호모자식' 이라고 지껄이며 난 뒤돌아 섰다. "김영운을 포기못한 놈들이 많아." 뭄을 열자 드륵하는 거슬리는 소리가 울렸다. 귓가가 웅웅 울렸다. 어지러워.. "내 고객중에 김영운에 미친 꽤 큰 조직의 머리가 있어. 조만간..무슨 일이든 일어날 거야." "내가 관계할 바 아냐." "몸 조심해.." 양호실 문을 쾅소리 나게 닫아버린 후 방향도 틀린 복도를 마구 뛰었다. 아침부터 발목을 잡아끌던 영상이..지나치게 비대해지며 내 몸속을 가득 메 우던 모습이 하나하나 현실감있게 구성되어 눈앞을 아른거렸다. 지나치게 넘치도록 그리워서...사무치게 보고싶어서... 그러나..말도안돼는 미친짓일게 뻔한..사랑이 아냐. 나는 호모가 아냐..그 남자 따위..그냥..단지.. [더럽다고 느끼지] 닥쳐. [혐오스러?] 아냐..난! [그럼 넌 그런 우리랑 다를게 뭐지?] 영운. 영운형! 눈앞이 희미해지는것 같았다. 눈물같은건 질색이다. 울면 더 계집애 같아 보일거야. 앞도 보지않고 막무가내로 뛰었다. 주위풍경이 여러번 변한듯 하지만, 지독한 자기혐오와 치미는 구토로 이미 제정신이 아니였다. 근데...근데..왜 하필 그 인간 이름 밖에 안 떠오른거야?! 왜? 왜?! "큭..더러워..." 눈앞에 조금 익숙한 길목이 들어온다. '그 곳' 앞에서 나는 지치듯 무너져 앉아 혼자 키들거렸다. 한낮에 미친놈을 스치며 신기한듯 쳐다보는 이질적인 눈들은 보이지 않는다. 왜...왜..난 여기 있는거야? '월요일의 오후' 생각해보니 오늘이 월요일이였다. 아리도록 시린 흰 문구, 난 왜? 왜! 머릿속을 오고가는 단어는 하나뿐이였다. 영운형...영운형.. 나도, 그들과 다를게 없었다. 지금 벗은 형이 떠오르다니, 최악이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3] 빌어먹을--!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길을 걷던몇 몇의 사람들은 카페 입구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날 발견 하더니 힐긋 쳐다보고 다시 대화하며 걸어간다. 어차피, 한낮 몇초간의 관심. 타인의 눈. 익숙했다. 어미없이 큰 자식이라 측은한 시선을 보낼때도.. 매년 바뀌는 담임의 동정어린 말도. 익숙할데로 익숙했다. 그럼에도 분득 잠시나마 흐릿하게 그의 음성이 들리면 눈이 번쩍 뜨이곤 하는 것이였다. 애초부터 형에게 집착한건 나였다. 이렇게 엿같은 상태까지 가버릴줄은 죽어도 예측하지 못했다. 조용히 나지막한 계단을 걸어올라가자 형의 집으로 연결된 현관이 눈에 들어온다. 몇번이나 얼마동안이나 망설엿는지 모른다. 떨리는 손이 초인종을 향하다가 방향을 틀어 조심스럽게 문의 손잡이를 지긋이 돌려보았다. 달칵-- 너무 어이없이 열려 버리자 맥이 빠졌다. 그랬다. 형은 매번 잠그지 않아 내가 잔소리를 하곤 했다.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았다. 이런 모습 혹여나 바깥의 다른 사람이 본다면 충분히 도둑이라 생각하고 신고해도 의심치 않을 정도로.. 하하..박정수. 이젠 스토커라도 되셨나? 발끝부터 치미는 자기혐오에는 이미 익숙해질 정도로 뻔뻔해 졌다. 나에겐 형의 익숙한 허브향내와 차향이 묘하게 섞인 공기가 와닿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 단지..형의 얼굴만 조용히 보고 가자. 다행히도 학교를 뛰쳐(?)나온 시간은 일렀다. 지금시간이라면 아직 자거나 씻을 시간이였다. 그냥, 조용히 얼굴만 보고 가는거야. 뭔가, 움직이는 소리에 흠칫 놀랐지만.. 곧 카페안쪽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고 조용히 액자가 바뀌어 여러개 죽- 걸려있는 벽지가 예쁜, 카페와 연결된 복도를 걸어갔다. 빌어먹을- 역시나, 오면 안되는 거였어. "...혀엉~~!" 동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내눈에 가득찬 건 그 사람의 목에 입을 지긋이 대고 누르는 영운형의 옆모습이였다. 방금 커피를 끓였는지 지독한 커피향내가 풍긴다. 헝클어지며 흐트러진 호흡을 내뿜는 형이 눈에 잔뜩 클로즈 업되자.. 참지 못하고 신음이 흐를것 같아 입을 틀어막고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촤아-- 샤워기의 물이 틀어지자 주체못할 액체가 눈에서 부터 흘러 내렸다. 거울을 올려다보니 꼴사나운 모습의 내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흐...욱! 우욱--!" 입을 틀어막았다. 바보냐? 박정수? 바람피는 남편이라도 보는 드라마의 아줌마같은 꼬락서니하고는.. 이제와서 형에게 뭐라고 할려고 할랬어? 뭐 땜에 여기 온거야..? "흑- 우웁~ 욱!" 금새 젖은 모습이 우습다. 머리는 머리에 딱 붙어 엉클어 져버렸고 교복셔츠와 바지도 몸에 들어 붙어 버렸다. 군데군데 묻었던 종협의 상처에 의한 핏물이 흐릿해 지며 물에 씻겨 내려간다. 난 울고 있는게 아니였다. 단지 샤워기의 물이 눈에 들어가 다시 흐르는 것일 뿐. 그래..단지 그것 뿐이라고 생각하자. 비참하다. 그런데도 형에게서 풍기던 샴푸향내가 풍기자 너무나 그가 보고싶다. 그래서 더욱 황당하고 어이없이 슬프다. 여기서 발가벗고 샤워하던 형이 생각이 난다. [더럽다고 느끼지?] 실제로 뼛속까지 더럽던건 가식적인 나였다. [혐오스러?] 혐오심에 몸이 떨린다. 씻어내자..이 기분..벗어 버리자.. [그럼 넌 그런 우리랑 다를게 뭐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믿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해 돌아섰을뿐.. 이 카페를 떠나던 그날도 망설임 없이 뒤돌아 걸었던 나는, 단지 거짓으로 위장했을 뿐이였다. 그 뿐이였다. 하나도..다를게 없었다. 거울에 가만히 얼굴을 가져다 대자..잘려나갈듯 서늘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무진장 바보같은 아이 하나가 나와 볼을 마주하고 있었다. 끼릭- 끼릭--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던 물의 양이 줄어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익숙한 손이 샤워기를 돌리고 있었다. 왜...왜...나타난걸까? 이제서야...알아버린 내 마음 같은건, 중요치 않을 당신인데.. 이런 모습 보면서 무진장 우스울꺼야. 삼류 코메디 보다도 못하다고 생각 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히 묶인 너무나도 아름다운 긴 머리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사람. 그 목소리.. "너..돌았냐? 왠 옷입고 샤워야?" 놀란듯 마치 유령이라도 만난듯 흠칫 놀라던 너무나 그립던 그 눈은, 조용히 내 전신을 훑더니 힘없이 미소지었다. "나..미쳤나 봐요. 헤헤.. 그래서 학교도 미친듯이 뛰쳐 나왔어.." 듣기에도 거북한 울음으로 메여버린 목소리가 좁은 샤워실을 울린다. 샤워기에서 똑똑 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적막을 깨는 유일한 규칙적인 음이다. "나쁜학생이야. 어서 닦고 나와." 한참만에 형은 나에게서 시선을 때며 조금 화난 목소리로 타올을 집어 던졌다. 화난 거에요? 몰래 들어와서? 이런..이런 바보꼴로 있어서? 화난거면..난 어떡하면 좋을지.. "그럴 필요 없어. 곧 갈거니깐요." 타올을 세면대에 올려놓으며 뒤죽박죽인 머리로 아무말이나 중얼대었다. 멈칫- 형의 문을 열려돈 손이 멈춰선다. 뒷모습이 보기 싫었다. 비정상적이게 긴머리로 형의 상반신이 다 가려져 왠지 싫어,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박정수, 닦고 나와, 아직 쌀쌀하다." "풋~ 됐어요. 왠 걱정이래요? 나가서 그 일식 주방장이나 걱정해 보시죠." 다시 한번 더 멈칫- 하며 돌아본다. 천천히 돌아서는 형의 모습에 속으로 쾌제를 부른다. 그렇다. 나는 이렇듯 재수없는 녀석이였다. 뼛속 까지 더러운.. "....봤..어?" 달싹거리던 입술에서 어렵사리 말이 비집고 나온다. 그런데..고작 하는 말이 '봤어?' 라니..하하.. "네~ 아주 대단 하시데요. 동해라는 형 아주 맥을 못추고 흐느적 거리던 걸요? 어디가면 그런거 배울 수 있어요?"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같이 비꼬며 말이 나온다. 순전히 좀더 형을 바라보고 싶은 괴팍한 심리에서 비롯된..나조차 제어할 수 없는 입이였다. "아아~~ 종협이 자식이 말하던 그 호스트바에 가면 배울 수 있나 보군요? 형도 거기 출신이라면서요? 흐음.. 이참에 나도 거기 가야겠네.." "박정수!" "하하..왜? 안되나요? 이젠 나도 완전 게이랑 다를게 없는데..형만 보면 흥분하는데.. 왜요? 나도 거기 들어갔다가 나오려면 형같은 대가를 치러야 할까봐 측은해 보이나요?" 형이 놀란듯 다가선다. 그래..가까이 와요. 지금 자세히 보이지를 않아. "걱정하지 마요! 형같이는 안할테니깐. 미쳤어! 나는 그렇게 까지 해서 그 가게를 나오진 않겠어. 다 안겨보니 기분이 좋던가요? 하루동안?" "어디서..들었어?" 심하게 격양되어 떨리는 형의 목소리. 나는 무슨짓을 저지르고 있었던 거지? 무슨 말을 해서 이 사람을 아프게 하고 있을까? 무슨 자격이 되서.. "....새삼 부끄러워요? 고맙네요. 하하..나는 그 무수한 사람들중 하나였을테니.. 형한테 안긴거 따윈 싸그리 백지 상태로 돌려도 하나도 안 미안 하겠네요?" 분명...다시 뺨을 맞을꺼야.이렇게 못되게 굴었으니.. 영운형의 얼굴이 숙여지며 몇걸음 더 다가온다. 그래..좀더 좀더 가까이 와요. "난....난...미칠듯이 좋았어!!! 빌어먹을! 몇일 밤을 얼마나 형을 생각하며 자위한줄 알아! 보고싶어서...! 몸만지며 형 과거 들추던 종협이 자식 떠밀고 이대로 스토킹 짓하듯 기어 들어온거야! 근데 그 딴 자식이랑! 형은! 영운형은!!!!" 홱-- 팔이 치켜들어 진다. 분명 뺨을 스칠 고통을 각오하고 이를 악다물었다. 어쩌면 주먹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잠깐의 생각과 함께.. 그런데..그런데... 그 후에 다가온 것은.. ".........미안하다." 아무렇게나 물기를 머금고 젖어진 손에 와닿은건 형의 긴 머리카락의 감촉 이였다. "미안해..정수야....미안" 내 어깨위로 그사람의 팔이 둘러져 있다. 마주닿은 젖은 셔츠 가슴아래로 미칠듯이 심장이 뛰었다. 그래..익숙한 음성. 익숙한 체취야. "내가...널 너무 힘들게 했구나." 왜 미안하다고 하는걸까? "흐욱--왜! 왜 이래요! 왜...욱-- 미안하다고만 해!!" "정수야..사랑해." "당신 바보야! 이상한 차를 타 마셔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야?" 안겨있는 그 사람의 들썩이는 어깨가 느껴졌다. 제길..웃고있다 형은 지금. 눈물로 엉망이된 얼굴을 더 깊이 묻으며 형에게 안겼다. 온통 젖어 엉망이 된 날 안아서인지, 형의 몸에도 점점 물기가 번졌다. 사랑해..라니.. 이 순간에 그런 말을 하면 믿을리가 없잖아. 그런데....너무 기쁘다. 난 분명 미친게 틀림없다. 떨어지려 하자 다시 안아오는 힘에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함참을 두근 거리며 안겨 있자니 잠이 밀려왔다. 우습다.. 이런 순간 이런때에.. 아마도 너무 긴장이 풀려 버려서 였을 거라고 기억한다. "그래...아마도 바보가 맞는 모양이구나.." 맞아. 형, 바보에요. 이제야 알았아요? 그리고 난 형같은 바보에 게으름뱅이를 좋아하는 미친애구요. 나도..나도 너무 사랑하는가 봐요.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4] 조금 군데군데 하얗게 먼지가 끼어있는 창틀가에는 여전히 싱싱한 허브화분 이 죽- 진열되어 있다. 깨끗하게 관리되어서 인지, 아니면 남쪽 정방향으로 난 창에의한 따뜻한 햇살을 한껏 머금어서 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마음씨좋은 세심한 배려를 가진 아름다운주인덕분인지, 정말로 싱그러운 잎파리들이였다. 금새 공명이라도 해서 음악을 연주할듯 보이는 그득한 식물들옆에, 하얀 시트의 무식하게 넓은 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나와 이 어린아이가 하나. "으음~" 조금은..다리가 저린가? 침대 위에서 내 무릎을 베고 깊이 잠들어 버린 것은 내가 조금 몸을 틀려 하자 바로 반응해서 투정부리듯 몸을 뒤척댄다. 내 무릎께를 다 덮어주는 긴 머리카락이 꽤나 따듯해서 기분이 좋긴 한데... "저,형... 나 다리저려..;;;" 아, 젠장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ㅠㅠ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정수 기억모드 on.) "뭐야...그런거야?!" "그래. 만재는 이번에 좋아하게 된 애와의 일로 의논하러 온건데.. 그런 타이밍에...; 여하튼 그 녀석은 그 상대에게 푹빠진 모양이야." (807호808호 참고해 주세요옹~♡) "우음..그러쿠나..(티셔츠 안에서 웅얼대는 목소리)" 젖은 옷을 벗어놓고 뒤적뒤적 챙겨주는 바싹말라 햇빛내음이 가득 뭍어 나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낯익음 따스함이 등뒤에서 부터 감싸 안아왔다. "....나랑 같은 샴푸냄새." 머리카락에 가만히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머리끝부터 울려온다.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무리없이 안길줄 아는걸까? 같은 남자인데도..전혀 거리낌없이.. 죄책감없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걸 손에 넣었다는, 어린아이 같이 들뜬 표정으로.. 나 역시 나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알게된 후에도 이렇게 납득하기가 어려운데.. "좋아?" "응. 좋아." 이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으로... 신기도하지, 난 이 촉감에는 너무 약해져버리지? 간지럽게 머리속을 매만지던 손이 내려와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아픔에 인상을 찡그리자, 이마를 맞대고 우습다는듯 웃는다. "꿈은 아닌 모양이구나. 도망나간 식객이 제 발로 걸어들어 올 줄이야.하하.." "병신! 보통은 자기걸 꼬집는다구유!" 당신... 정말 어린아이 같아. 아이... 야. 철 덜든 무턱댄 장난심리. "그럼..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지.." "..뭐?...!" 그후..한동안 몰아 붙이는 격정적인 키스에, 정말 숨이 멎을정도로 한다는 말을 몸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건, 그렇게 침대로 몰아붙여진 덕에 어쩔수없이 달아올라 있었을때였다. 더 가해질 손길(?)을 기대하고 눈을 감고 있는데.. "으음....형..." "......." "...형?" "...쿨..." ".......;;" 정작 긴장이 풀려야 할건 나인데, 이렇게 까지 마음대로 거칠게 키스를 퍼부어 대놓곤, 잠들어 버리는 심보는 뭐란 말인가?!! (한마디로 원했다는 투정으로 밖에 안들려 정수군..-_-;) 휘리리릭-- (다시 현재 시점으로 필름감기는 소리.) "진짜~ 못됐어!" 태평스레 남의 무릎에 쥐가나던 경련이 일던 알바없다는 얼굴로 잠든 얼굴에 울컥! 화가 치민다. 솔직히..안심이다. 다시 찾아와서 억지부린다고 받아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했고, 불과 조금전까진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절망감을 맛봐야 했던 나인데.. 문득 손끝에 닿는 금속의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돌리니 반짝이며 볼펜이 빛나고 있다. 쿠쿠쿠~ 그래..좋은 생각이 났다. "아악! 죽인다! 박정수!!" 나도 문득 침대에서 잠이 들었나 보다. 열림창문에서 쌀쌀한 바람이 들어오고 밖의풍경에 으슥하게 어둠이 깔린걸 보니 금새 저녁이된 모양이다. 귀를 울리는 비명에 부스스 눈을뜨자 한 벌거벗은 긴머리의 남자가 뭐라뭐라 큰소리로 악악댄다.. 아씨..뭐가 저렇게 시끄.......!!! "으악!" "얼씨구..으악이라니, 내가 하고싶은 말이다! -_-+" "으으....지..진짜. 오..옷 좀 입고 살라구요!" 그래, 김영운, 저 인간 원래 잠버릇이 자면서 옷벗어 던지기 였지..; 좀 안보고 살았더니 그새 까먹은 내가 한심스럽지만.. 얼굴에는 낚서가 되어져서 계속 뭐라뭐라소리를 지르는 형의 모습은 한심의 극치이다. 그것도 홀딱 벗고 뭐하는 짓이야..--; "너..이.. 나..낙서!!" 헉, 문득 고개를 드니 형의 흰얼굴에 내가 삐뚤삐뚤 쓴 글씨가 보인다. 이것 참, 후딱 써놓고 도망가려 했는데, 같이 자버릴 줄이야. 다시 거울을 보더니 형의 얼굴이 뭐라 말할수 없을 정도로 울그락푸르락해 진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차마 웃지도 못하고 (웃으면 맞을까봐..--;) 쿡쿡거리고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의 세가지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그사람은 아마 풍경을 보지 못한 것이리라.. 웃지못하는게 이렇게 괴로울 줄이야. 아이고 배야~ ㅜㅜ "윽...박정수! 죽었어!!" 켜허~ 내가 실수를 했나보네..--; (당연하지! 이 둔탱아! --;) 그나저나 형의 저렇게 흥분한 모습은 또 처음본다. 물론 화가 많이 났을때나 침대에서 응응 할때는 무지 무섭기도 하지만, 원래 유들유들해서 좀 심심한 사람이였는데, 이렇게 장난에 유치하게 반응을 해주니, 좀더 가까워진 느낌이든다. 앗! 잠시잠시, 내가 뭐라고 썼드라.. "저기....저기..형..;" 그래 생각이 났다. "후후후..정수야? 그랬구나..그랬어." 음흉하게 눈을 빛내며 형이 천천히 다가온다. 우씨~ 증말 옷이라도 입던지!ㅠㅠ 이제 난 죽었네.. 인간의 3욕구중에 식욕도 수면욕도 모두 충전한 형은 그야말로 무슨 일을 터트릴지 뻔한 원초적(?) 생물이였다. 아아..가..가까이 오지마요! "저기...형 그건 본심이 아니라..;;" "'형 오늘밤 어때요?' 라니 기특한 녀석..후후..^^" "아악! 형!!" 결국은..그날 밤. 내가 판 무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라는 것이다! ㅠ-ㅠ 몇번이나 일방적으로 당한(?) 후 거의 탈진지경인데.. 가슴께가간질간질해서 무거운 눈을 겨우들어보니 영운형이 긴 머리칼을 내 몸위에 드리우고 올라타 있었다. 정말, 손짓 하나하나가 묘한 색기가 흐른다. "으...애 잡을일 있어요?" "조용히 해! 너 내일 학교만 안갔으면 허리가 나가게 해줬을테니.." 그러면서 어깨를 무는건 모슨 심보란 말인가? 딱딱하던 치아의 느낌이 촉촉한 혀의 감촉으로 바뀔때, 형은 가만히 내 손을 끌어다 잡았다. "그러게..왜 잠자는 사자를 건드려..^^" "...형이 사자면, 난 서태지다.--" "쿡!" 형의 몸이 내 위로 누여진다. 따뜻한 느낌에 눈물이 어린다. 정말, 잠시동안 너무나 그리웠어..너무나.. '난 울트라맨보다. 벡터맨이 좋아. 국산이잖아?' 라는 형의 나직한 헛소리를 마지막으로 잠이 들어버렸다. 아마도 꿈에 울트라맨이 영운이 형을 괴롭혔으 면 하는..조금 못된 생각도 했던 것 같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5] 십여년간의 내 인생이 조금 색다른 일들이 최근 일어났다. "그러게, 피자가 났다니깐!" 그게 뭐냐하면, 첫째는 그날의 땡땡이로, 담탱이에게 오지게 깨지고, "싫어, 난 짭고,매운 음식 먹고싶어." 둘째, 최초의 무단외박으로 아버지에게 비오는날 먼지나게 깨지고. "시끄러!! 돈내는 사람은 나야! 짜장면으로 해!!" 셋째, 이상한 사람에게 (김영운이라고는 말못해!) 걸려들어 한밤에 허리뼈 틀어지게 당하고.. 무엇보다 더욱이 참을수가 없는건! "그래. 우리, 정수한테 물어봐요.^^" 이 이상한 일당들과 주말마다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쉽사리 끝나지 않을법한 저녁거리에대한 논쟁에 입을 열었다. "중국음식 먹을래. --+" "에엑~ 역시 정수는 영운이 형꺼라서 형 말만 듣잖아!!" "맞아요! 억울해요~ ㅠㅠ" 누가 누구꺼라는거얏?! --++ 시끌시끌하다. 도대체 이 커플은..--; 이미 토요일 늦은 시간 카페는 일찌감치 문을닫고, 명색이 일식점 요리사라는 회뜨는 야쿠자 이동해라는 인간과, 그의 횟감(?)이자 연인인 이제갓 프로대열에 선 일러스트레이터 은혁이라는 사람이, 이 조용한 카페의 적막을 깨트리는 장본인이다. 그래도 한때나마 동해라는 인간이 (아무리봐도 정이안간다.--+) 영운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 알고 혼자 망상했던 나인데..(그건 오해였잖니..--;?) 저렇게 귀엽고 착한 연인이 있었는줄 알았다면..괜한 법석이였잖아! "어허~ 봐라 봐! 정수도 짜장면이 땡긴다고 하시지 않느냐?! 우리카페와서 차한잔도 안마시고 나가는 것들이..--+" 영운형의 내가 땋아준 긴머리를빙빙 돌리며 선생님처럼 설교하자, 할일없는 식객 두사람은 금새 입을 다문다. "그 대신 탕수육시켜!" "....윽! --;;" "와아~ 역시 정수야~ ^^" 영운형은 괜히 울상을 지으면서 내쪽을 쳐다보았다. 방실거리면서 나에게 꼭 안기는 은혁형의 모습에 이미 번복할 의사가 싹- 사라진다. 동해형의 연인이라는 이 사람도 잘보면~남자다. 나보다 더작고 마른체구에 염색기없는 검은 결좋은 머리, 게다가 직업을 알리기라도 하듯 무진장 낮은 시력에, 줄기차게 쓰고다니는 좀 둑탁한 검은 뿔테안경이 꼭. 범생이나 샌님 타입이지만..벗으면 무진장 아이돌틱한 마스크를 가졌다. (나도 우연히 안경닦을때, 보곤 놀라버렸다.) 놀라운건! 올해 23살이나 잡수신..나보다 훨씬~ 형이다. "은혁형도 맛없는 일식초밥보다는 때로는 탕수육이 좋죠? ^^" "응~~ ^^" "..윽..이은혁!! 그럴수가 있어! 언제는 내 초밥이 최고라 더니! ㅠㅠ 정수야, 횟감되어서 포라도 떠지고 싶니? 이래뵈도 내 칼은 최고야..^^++" 동안에 이렇게나 싹싹하고 귀여운 강아지를 연상케하는 이 사람이 동해형의 애인 이라는데 상당히 의심이 가는지라. 이렇게 몇번이나 단순무식한 동해형을 놀려먹지만. 무서울건 없다. 까앙~ (쟁반으로 머리를 내려찍는 소리..;) "그랬다간..니가 내 주전자에서 홍찻잎과 함께 끓여질테다. 이놈아! --+" "...네에..--;;" 내 뒤에는 언제나 단연 연장자, 우리의 영원한 여왕님(?) 영운형이 버티고 있으니. 저 떡판같은 손에 맞을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쿠훗~ ^^ 주말저녁이면 아버지의 야간근무가 있어서 하루정도 집을 비우시므로.. (역시, 월급쟁이는 별수없는 것이다.) 이곳 '카페, 월요일의 오후' 에 네명이 모여앉아 시끌시끌 늦은 저녁식사를 하곤 하는게 일상이 된지 꽤 오래다. 연인이라는게 정말 신기한 관계인가 보다. 저렇게 이미지가 다른 두사람인 동해형과 은혁형도,같이 식사를 할때마다 문득문득 어김 없이 보여주는 애정행각(?)에 '아, 이 두사람은 정말..사랑하는 구나.' 라고 느끼곤 한다. 마치, 이 카페안에서 상대가 '남자'이든 뭘하던 사람이든 사랑할수만 있다면 마음껏 사랑해도 된다는 착각에 빠지곤한다. "커피? 마실거니?" "아...." 어차피 머그컵 두개를 이미꺼내들고 살짝 웃으면서 물어볼거면서 왜 굳이 질문하는지는 모 르겠지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기분좋게 손을 놀리는 형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편한 쇼파에 몸을 깊이 기대자, 세상이 다 편안해 진다. 시끄러운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동해형이 은혁형을 삐지게 만들고, (유치하지만 어쩔수 없나보다. 이사람들이란..;) 그 귀여운 얼굴로 우물쭈물 거리면서, "잘먹었습니다. 다음에 뵈요" 라면서 먼저 일어서는 은혁형을 따라나서는 동해형은.. 그야말로, 덩치 크고 멍청한 개한마리다.-_-; 쭐래쭐래 따라나서는 잔뜩 쫄은 동해형의 뒷모습에, 소리죽여 영운형과 키득거리다가, 어질러진걸 대강 정리한 후 카페 내부에 자리한 그 멋들어진 복도를 지나 편안한 이 방으로 들어온지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을 시점이였다. 나는 배가 불러와 나름함에 손하나 까닥하기 싫건만, 저 사람은 아침의 잠에서 막 깨어나 게으름부리던 모습과는 달리 습관처럼 커피를 끓이고 있다. 정말, 천성인 직업이야..라고 느끼다가, 이 사람은 카페를 안 했으면 뭐하고 살았을지, 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정말 문득. 영운형의 과거의 모습이 잠시떠오르자 뭔가 착찹해 지는 생각에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켰다. 조금 슬픈감정이 불편하게 베겨온다. 무슨 콘서트니 뭐니하는 방송에서 뚱뚱한 테너 아저씨의 지루한 성악곡을 듣다가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우움." "일어났어?" 부시시하게 눈을 치켜뜨자 잡지를 뒤적이는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제서야 추스린 내 몸에는 얇은 담요가 하나 덮어져 있다. "좀 얇게 입고 있는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에 비시시 웃어주고, (분명 바보같아 보였을거야!) 탁자 위로 시선이 돌아갔다. 아차..탁자위에는 다 식은듯한 커피가 있었다. "다시..타줄게. 먹을래?" 정말 이 사람은 차에 관해서는 귀찮음이나 성가심을 잊어 버린건지 정말 눈물나게 다정하게 물어온다. "응. 먹을게요."라고 대답하는 동안에도 찡하게 눈물이 베여와 형의 뒷모습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머리감은걸 억지로 돌려앉게해서 땋아준 머리를 이제 풀었는지 긴머리가 물결처럼 굽이굽이 내려져 있다. 예전..엄마의 머리가 저렇게 긴 퍼머였는데.. 엄마는 인자했지만, 결국 자식과 가정보다는 자신의 과거를 더 중요시했다. 발레의 최고의 명예와 찬사. 그리고 그 두다리를 잃은것에 대한 분노와 좌절. 어머닌 나에게 어머니이기 이전에, 나약해빠진 여자였다. 그런 의미로 그녀가 참 많이도 밉고, 미워서, 또 그렇게 미워해와서인지.. ..때론.... 그립다. "머리는..안 자르실 거에요?" 싫어. 구차한 과거따위에 얽메이는 모습은. 너무나 나약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애처러움을 간직하고 혼자만 앓는것 같아서.. 예전 엄마가 그렇게 허황되게 돌아가신것 처럼. 난 형도 그럴까봐 걱정이 되. ".....글..쎄.." "음, 형은요, 적당한 컷트에 염색을 하면 어울릴거야. 짙은갈색으로 해서 흰색 브릿지 넣어요. 쿳, 너무 젊어보이나? ^^" "이 나이에.." 농담을 던지며 형은 정말 지나치게 긴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조금 몰래 뒤로다가가 형의 머리카락을 살짝들어올리자 왜인지 뭉클하는 감정에 복받쳐 그대로 뒤에서 껴안아 버렸다. 웃! 하고 놀라 움찔하는 형이 우스워서인지.. 조금 이대로 있을까? 라는 위험한 생각에까지 이르렀다.안긴상태로 구불구불한 형의 머리칼에 뺨을 부비며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잘라줄게요.." 형은 잠시 멈칫거리던 스푼을 내려놓고 허리에 감긴 내손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왔다. "그래..그러자. 맑은날, 저기 베란다에서.." "예쁘게 잘라드릴게요." "훗..부탁하마." "예쁘게..할테니깐..." 슬퍼졌다. 지금 나는 무진장 해피한데다가 기분이 업된 상태인데.. 이해가지 않는 감정만이 치솟았다. 그 다음 말이 이어지질 않았다. 별로, 생각해둔 말도 아니라서, 그냥 잠자코 따뜻하고 든든한 등에 안겨만 있었다. "이런이런..아까 악몽이라도 꿨니?" 다정한 목소리에 목이 잠긴다. "너 오늘 왜이렇게 자극하고 그러니?" 손을 움켜쥔 감각이 거세진다고 느낀순간 몸이 휙하고 돌아 삭탁으로 내몰려졌다. 눈이 잠시 깜박한 사이 어느새 탁자에 눌려져 영운형에게 갇혀 있었다. 설마..내가 씨를 뿌린거야? -.-? (엉? 그러냐? 작가?) (묵묵무답이로다.--;;;) "..혀..형! 설마 여기서..?.." 이렇게 불편하면 허리가 아플텐데, 아니 아니지! 장소가 중요한게 아니고.. 에..저기 전... "왜? 싫어? 간만에 여기서 하룻밤인데.. 설마 예상못했다고는 않겠지?" 아아..정신이 혼미해지는 미소와 애원의 어텍에 넘어가고 마는가?..; 그도그럴것이 따지고 보면 내가 안긴거고, 나도 아주 예상못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에..또..그게 뭐시냐..--;; 그래도 그게 좀..; 나는 잠시나마 감성에 젖어 있던걸 후회했다 너무 감성적이 되어서 제무덤을 내가판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좋게 해줄게.." 라면서 어느새 손으로 이리저리를 벗겨내는 빠른 손놀림에 뭔가 꺼내려던 말이 턱 하고 목에 걸린다. 당신, 욕구불만이야? 왜 그리 서둘러..ㅠㅠ "잠깐만..저기 잠시!" 라고 소릴질러도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형은 아예 놔줄 생각이 없나보다. 에이~ 이왕 이렇게 된거 편하게 하고 말자. 라는 생각에.. 자신의 티셔츠를 벗고난 형의 입술에 먼저 입을 가져다 데어 살짝 혀를 내밀어 핥았다. (말이 그렇지. 그것도 엄청난 고민중에 실행한 거라서, 타이밍을 놓쳤는지 형의 입술을 살짝 스친정도였지만, 그것으로도 형은 충분히 놀랐다는듯 눈을 똥그랗게 치켜뜨는것이다.) 영운형은 크게 웃으면서 '정수야. 정수야.' 라면서 내이름을 크게 불러댔고, 무안해져 고개를 돌리는 내 턱을 바로잡더니 형은 깊게 키스했다. "으음..응~" 정말 키스는 끝내주게 기분이 좋단말이다. 아쉽게 입을때는 형에게 뭐라고 속삭거리자(제정신이 아니라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 열에들떠 색스런 소리를 냈겠지..뭐..--;) 형은 타뒀던 커피를 가득 입에 물더니 다시 더욱깊게 입을 맞춰왔다. 미끄러져 들어온 혀와 진한 커피가 내 혀를 감아 틀고, 끈적한 타액이 흘렀지만 더럽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직 그 감각에만 신경을 곳추세우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혀는 이미 형의 입안까지 딸려들어가, 고른치아에 자근자근 씹히고 있었다. 으윽-- 내가 무슨 고기야..ㅠㅠ 우씨.. "읍! 그만.." "하아..정수야.." 형의 입에서 겨우 떨어져 나오자. 이번에 철컥하고 버클이 풀리더니 바지가 아래로 쓰윽 미끄러져 내려가 버린다. 와앗!! 이 자세로는 굉장히 볼썽사납단 말에요! 탁자에 반쯤기대고 있던터라 침대에서보다 더욱 긴장이 된다. 형은 내 귓볼을 물고 놓아주지 않더니 목과 쇄골을지나 붉은 자국을 세겨간다. 나도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형의 머리칼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데..이번엔 중심부분이 꽉하고 잡히자. 놀라버려 형의 머리칼을 조금 세게 움켜쥐었나 보다. "아야! 아야야..정수야..좀 놔줘..ㅠㅠ" "윽- 예고도 없이 그런짓 하면 어떡...하앗!" 머리카락이 자유로와 지자마자 정확히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마냥 영운형은 내것을 쥐더니 쓰다듬기 시작한다. "아..으으~~" 내가 미쳐..ㅠㅠ 이럴줄 알았다니깐. 물론 영운형네 집에서 같이 잔적은 몇번있었다. 그렇지만 진짜 섹스까지 간적은 손에 꼽히고, 대부분은 조금 진한 스킨쉽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는데, 그 이유중하나가 일단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서글픈 식돌이 이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이렇게도 매정하신 아버지는 출장을 훠이훠이 2일간 떠나버리시고.. 인간레이더 영운형은 그런 사실을 듣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는 것이다. 그게 이런거였어?! 민감한 부분에 스치듯 자극이 가해지자 내 아들놈은 이미 일어서고 있었다. 쪽팔리게시리.. 형은 가만히 그걸 지켜보더니 씨익- 사악하게 웃고는 입에 서슴없이 넣어버린다. 이봐요.. 김영운씨..난 고깃덩이가 아니래도...--; 핑글하고 머리가 어질하더니 순간 밑에서 부터 뭔가가 치솟는 기분이다. 온뭄에 핏줄하나하나가 꿈틀거리는 듯하고, 순간 구토도 일더니 온몸에 춥지도 않은데 으슬으슬 떨려오는것이다. 뭔가..내몸이 좀 이상하다?? "어? 벌써 약발 받는거야? 빠르네.." "욱- 무..무슨 약을..하아.." 시야도 점점 흐려진다. 뭐야..뭔짓을 한거야? 그러던 중 저멀리 찻잔이 눈에 들어온다. 헉! 설마..형..-_-;; "아까 먹은 커피에 조금 타둔게 있지..^^" 뭔지 말안해도 알만하다. --; 이 변태에 섹스매니아 같으니라고.. "...이게..무슨 조금..하아..하아.." 아까보다 배는 열에들떠 욕정이 밀려왔다. 안돼..안돼.. 이 페이스에 말려들면. 손을 아래로 내려 부푼 페니스를 쥐고 내가 처리하려 하였건만, 곧 야무진 그 두손에 저지당하고 손마저 위로 올려져 포박당하고 만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아..젠장! 가까이 다가온 형의 입술과 드러난 가슴에 시선이 멈추자 더욱 미칠듯한 감정이 일었다. 빠..빨리 좀 끝내 자구요..하아.. "너 알아? 내가 항상 죄책감 느끼는거? 그래서 오늘은 양보못해, 둘이 즐겨놓고 나만 나쁜놈 되는건 공평치 않단 말야." "하아..그래도 할건 다하..면서..이..씨.." 가슴의 돌기가 빨리듯 형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약기운인지..아니면 몸이 느끼고 있는건지. 알수없는 느낌에 입에서 교성이 세어나왔다. 근데..정말..죽인다. 형의 손이 몇번 스치자 마자 사정해버려 조금 놀랐지만, 정말 보고만 있어도 흥분이 될듯한 사람이 이렇게 몸을파고드니 머리가 하얗게 바래는듯했다. "하아..저..저기. 형." "음. 역시 약발이 잘받나..보네..쩝 아쉽게 시리..-.-" "....;;;" "뭐..그럼 가자구~ 응차~~" 능청스레 농담을 던지고는 날 번쩍 들어올려 뚜벅뚜벅 침실로 향한다. 무슨 인간이 팔힘이 이렇게 좋냐..이씨.. 그래도 반항할 기력이 없어 반은 설레임과 반은 긴장으로 일관하며 어쩔수 없이 침대에 누여졌다. '이젠 어찌되어도 좋아~' 라는 생각이 든 순간, 영운형은 내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자꾸 섹시하게 쳐다보면 어쩌라는거니?' 라며 키들키들 웃었다. 욱- 한 감정에 배게를 집어던진걸 선두로 한판 거나하게 배게싸움이 이어지고.. 둘이 쓰러지듯 커다란침대에 들어누워 목청이 터져라 웃어 제꼈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6] "미안..정수야~ 화 좀 풀어~ ㅠ.ㅠ" "아..씨..(8.. 차마 욕은 못하고..;) 나가!" 이게 뭔일이고 하니.. 어젯 밤, 그러니깐 정확하게 토요일 오후 12시 32분부터 말이다. 커피에 이상한 약을 타서 잠시만 스쳐도 흥분되게 만들어진 내몸을 가지고, 이 김영운이란 이간은..인간은..으윽- 아..혈압아! (; 너 고혈압이였니?--;) "안 꺼져요?! 가까이 오기만 해봐라! 으윽---!!" "정수야! 정수야~ 괜찮니~ 그러게 무리하지 말래두~" 이게 누구 때문인데? ㅠㅠ 그래 처음에는 나도 꽤나 적극적으로 응해 줬단말야.. 근데, 그게 한두번이라야 말이지!! 나중에 가서는 기진맥진한 나는 본체만체하고..거기에 그걸 몇번이나 쑤셔 넣었냐 말야! ㅜ-ㅜ 아..박정수..사나이인생.. 이런 고통은 처음이다. 나중에는 울면서 매달리자.. 뭐? "울지마, 지금부터라구~ 니가 너무 야한소리를 내니깐 이렇잖아?" 라고?!! 그게 내탓이냐고~ 이리저리 더듬더듬 아저씨변태마냥 더듬어 대는데, 게다가 이상한 약까지 먹여놓고는 야한소리를 내니깐 그랬다구?!! "다..당신..가까이 오면..윽! 죽여 버릴테야.." 침대에서 위협을 해보지만, 솔직히 그럴수록 더욱 우스워 지는 내꼴.. 조금만 들썩거려도 허리랑 엉덩이부분이 나갈듯이 울어대는데 살아있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맞은편 거울에 비쳐진 얼굴을 보자.. 오~shit! 이게 나야? 눈물자국과 땀에절어 엉망으로 헝크러진 머리에.. 이 쾡한 눈..ㅠㅠ 아..내가 봐도 불쌍하다. "정수야~ 화풀래두~ 널 위해서, 이렇게 닭죽도 끓여 왔는데~ 아침먹어야지~ ^^;" "지금이 아침이에요? 11시가 넘어가는구만.." "..그거야 그렇네..하하..;" "가게는 안 열어요? 굶어 죽으려고 발악하시는군요." "..어..어, 너 먹는거 보고 오픈준비 해야지..하하..;;" "어제 제가 몇번이나 대줬는지 기억나요?" "..아..아..그게 저..어젠 너무 흥분해 버려서..;; 잘..;;" "..정확히 12시 37분에 한번. 3시 07분에 한번. 3시 46분에 한번. 라스트로.. 잘 자던 인간 깨워서 6시 25분에 한번." "(뜨..뜨끔!!) 하하..; 그걸 어떻게 다~" "밑에 깔리면 보이는게 벽시계밖에 없더라구요." "...;;;;" 여하튼, 이러나 저러나 무안해서 얼굴이 빨게진 형이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죽그릇을 들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너무 귀엽단 말이다. ^^ (너도 새디냐? --;) 장난은 여기까지, 일단은 배고픈거 부터 해결하고.. 그날 평소보다 2배나 친절한 영운형이 떠먹여주는 죽을 깨끗히 비우고, 그냥 얌전히 침대에서 쉬라는말에 따라 (사실은 앉아서라도 있구싶지만.. 무리였다.;) 티비나 보면서 나름대로 혼자 잘 놀고 있었다. 형도 아침에는 게으름쟁이가 되는터라. 시트 다 치우고, 만들기도 까다로운 닭죽 끓이고, (분명 침대에서 내일 아침은 닭죽 먹자, 라고 잠결에 말한 소리를 기억했으리라) 카페 오픈하기 참 바빴을텐데..너무 맘 상하게 했나? ..라는 미안한 생각에, 조심조심 몸을 일으켜 슬리퍼를 직직 끌면서 카페문쪽으로 향했다. 윽- 그나저나 정말 온몸이 삐그덕 거리네..; (이걸생각하면 용서가 안돼! 흥!) 잠시 아래가 허전한듯 해서 내려보니..오마나..--; 셔츠한장 달랑 입혀지고 완전 누드모델이네..; 카페까지 이 차림으론 차마 나가기도 그렇고, (바지를 입는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해서. 문만 조금 끼익- 열어 (어차피 카운터 구석진 쪽이니 보는 사람도 없을거고,) 사람들을 찬찬히 살폈다. 앞치마를 멘 영운형이 조금 피곤한 얼굴로, 왔다갔다 주문받고 서빙하기 바빴다. 아르바이트라도 들이면 될텐데, 주말마다 와서 거드는 내가 괜히 마음상할가봐. 혼자 저 많은 일을 다 하고 있는것 같아. 그 모습이 몇배나 안쓰럽다. (단지, 고용할 돈이 없어서가 아닐지..쿨럭! -_-;) 빈 컵두개를 내려놓으려던 형이 열려진 문을 이제야 눈치채고 고개를 든다. 헤헤..나라구요~ 빙긋 웃으면서,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듯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자, 형도 그제서야 의아함을 벗고 마주 웃어준다. 피곤하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듯 활짝 밝아진다. 아.. 정말. 저 카페를 배경으로 던져주는 미소는 최고구나.. 홀린듯 가만히 서있는 내 차림을 살피더니, 조용하게 입이 열린다. 아직도 입꼬리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있다. '미안, 깜박했어. 좀 있다가 옷 입혀 줄게. 지금 손님이 많아서.' 누가 볼까봐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면서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그 모습이 눈물나게 예쁘고 멋져보여, 나도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어서 가봐, 사람많아서 좋겠네..^^' '미안~~' 두손을 모으고 비는 시늉으로 웃으며 말하는 형이 뒤돌아섰다. 왜인지, 한번 더 보고 싶은, 미소머금은 얼굴이 아른거려, '잠시만' 하고 부르려다.. "아." 하고 형이 먼저 뒤돌아 보인다. 내 마음이 전해진건지 뭔진 몰라도, 그냥 그 밝은 모습이 마냥 좋아, 쳐다보고 있자. 형은 진하지 않는 분홍색의 입술의 주름을 한껏 펴며 더욱 또박또박 소리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마.치.고. 베.란.다.에.서 알.지?" '에?' 기억이나지 않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입가로 손을 모으고 외치듯이 (물론, 소리는 없지만 말이다.) 전해지는 말에 울컥, 감동받아버린다..라는 느낌을 만끽했다. '이 머리, 잘라준다면서..^^' 긴 머리카락을 가리키더니 씨익- 웃어주고 형은 뒤돌아 메뉴를 들고 손님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잠시 그 자리에 나만 시간이 정지한듯 물끄럼히 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인지 눈가가 그렁그렁 해지면서 앞이 안보이는게, 하.. 진짜 허리가 많이 아픈가 보다. "흑...!" 저 사람을 만나면서 울보가 되었나 보다. 왜 이렇게 감상적이 되는지... 또 왜 그런 말 한마디에 계집애들처럼 감동받아 눈물이 흐르는지.. 정상적인 사고회로는 이미 예전부터 망가진 느낌이다. 조금 더, 조금 더 형의 뒷모습을 보려고 문을 닫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지금보지 않으면 마치 아주 오랫동안 못볼것 같은 불안이 치솟았다. 벌써 오후가 되었는지, 오렌지색 빛에 군데군데 빗물자국이 있는 큰창을 넘어 탁자와 탁자 사이로 사람과 사람 사이로 가로지른다. 연하늘이던 테이블보도, 꽃이 꽂힌 투명한 물빛 꽃병도,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늘 희던 형의 피부도 모두모두 오렌지색이 된다. 어릴적 본, 동화삽화처럼 모두 너무 따뜻한 오렌지 색이다. "딸랑~" 카페문위의 종소리가 경쾌하지만, 결코 경쾌하지만은 않게 울렸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회색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남자가 서서히 드러났다. "..^^ 어서오세..!!.." 형은 언제나 처럼 인사를 하려메뉴판을 들고 고개를 돌리려다.. 일순, 안색이 창백해 지며 멈춰 선다. 그런 형의 모습에 나도 순간 멈추어 그곳을 쳐다보았다. 회색양복의 남자가 가게문을 열고 완전히 들어서자. 뒤이어 거한의 남자 여럿이 따라 들어왔다. 뭔가..상당히 위험한 분위기이다. 천천히 회색앵복의 남자가 아직도 얼어있는 영운형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뚜벅뚜벅..지독하게 한기가 느껴지는 발소리에 침조차 바싹 마른다. "...여어~ 김영운.. 이런 곳에 있었구만.." "....어떻게...여길.." 형의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히 들어난다. 대체? 왜..무슨 일이기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사이 회색양복의 남자는 영운형의 멱살을 잡아 채었다. 나는 그때까지는 단 한순간에... 최고의 행복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져 내릴수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7] 그 이후의 상황은 간단했다. 마치, 인사치례라도 하듯, 가장 먼저 들어온 그 남자의 구둣발이 형의 복부를 차버리고, 영운형은 그대로 풀썩 주저 앉았다. 순식간에 뒤에서 있던 거한들에게 카페는 엉망이 되고, 손님들은 썰물이 빠지듯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도, 난 너무 놀라고 무서워 그 자리에 꼼짝않고 서있었다. 왜? 왜? 이런..일이. 영상이 끊기기 시작한다. 안돼, 정신차려 박정수!! 형이 다시 몇번이나 그 남자의 발에 채여나간다. 잔뜩 웅키리던 형은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발견하곤 애써 아픔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편다. 미쳤어! 지금 상황에 웃음이라니..형은... 다시 조그맣게 입모양 만으로 말한다. 그러다가 다시 짓밟힌다. 긴 머리가 엉클어지며 흩어진다. '도망쳐.' 형이 나에게만 전해준 말은 분명히.. '도망쳐.'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나에게만 환하게 웃어준 뒤,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는데.. '도망쳐. 어서.' ...형...형! 형이 일으켜 세워져 주먹으로 구타당하는걸 보자. 더 이상 두려움이나 당혹스러움 같은건 존정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망가트려 진다는건 용서 할수가 없었다. "그만 둬!!" 미안..그렇지만 난 형말대로 도망갈 수가 없었어. 내 차림이 어떤지 신경쓰지못했다. 던져져 깨어진 글라스에 발바닥이 찔렸는지 피가 베여 나왔지만, 그런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들도 의외의 상항이였는지 고개를 모두 내쪽으로 돌린다. 이미 입술가에 피가 흥건이 베여진 형도 힘들게 내쪽을 보며 다시 웃는다. "가...가라고 했잖니?" 갈라진 형의 목소리가 들리자 울컥 눈물이 맺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회색양복의 남자는 전혀 놀라움의 기색없이 뚜벅뚜벅 나에게 걸어온다. 그러다가, 발밑에 떨어진 넵킨으로 새것인것 처럼 빛나던 구두에 묻은 형의 피를 아주 더러운 것 인냥 천천히 닦아내기 시작했다. "....네가..정수니?" 소름돋을것 같은 목소리다. 마치, 사막에서 한마리의 파충류를 연상케하는 눈이 나와 마주쳤다. 이미 찢겨진 맨발에서 베어져 나온피는 바닥에 흥건이 차올랐다. 대답없이 그 남자를 쏘아보자. 그 남자는 일어서며 피식 웃는다. 그러면서 담배를 꺼내물며 불을 붙인다. "카페안에서는...." "...?" "...금연이야." 어째서 그런말이 튀어나왔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유쾌한듯 웃더니, '그래?'라며 영운형에게 걸어갔다. 영운형은 거한들에게 양쪽에서 붙잡혀있었고, 남자는 담배를 서서히 형의 앞에 들이 대더니..다시 나지막하게 말했다. "꺼라." "...!!" "...김영운. 꺼라."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날아오른다. 역겹다. 모든 향이가..지워 질것만 같다. 저 허브는 형과 내가 직접 고르고 키웠던 것인데, 어째서 이렇게 한순간의 독한 담배향에 깨끗하던 허브향기가 다 사라져 버린걸까? "......" 형은 아무말없이 그 남자가 내미는 담배를 가만히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설마...!! "형! 그만둬요!!" 내 비명과는 상관없이 형의 입안으로 아직 발갛게 타오르던 담배가 들어갔다. 고통으로 잠시 찡그러진 얼굴을 하던 형은 곧 불씨가 완전히 꺼진 담배를 뱉어냈다. 그리고..나를 향해 보고는 또, 미소짓는다. 정말, 세상천지의 바보가 다 모인다 해도, 영운 형 만을 못할거라는 확신이 든다. 고요하게 적막감이 드는동안 회색양복의 남자는 나와 형을 번갈아 쳐다본다. "얘들아. 계획이 바꼈다." 그 남자의 손짓하나와 명령하나에 거한들은 놀란듯 했다. "박정수를 데려간다." ...?! 제대로 생각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나는 거한들에게 잡혀버렸다. "안돼!! 박의찬!" 형의 소리가 쩌렁쩌렁 난장판이 된 카페를 울렸다. '의찬'이라고 호명된 그 남자는 여전히 냉정하게 웃더니 형에게 다시 발길질을 했다. "네 까짓게 뭐라고, 나한테 명령하지?" 형이 다시 쓰러졌다. 남자들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무리였다. 비참하다. 어째서 이런일이? 왜?!!! "꿇어라." "..." "무릎꿇어!!" 형은 아까와는 달리 그 남자의 말을 무시한채 무서운 얼굴로 '의찬'이라는 남잘 마주 쳐다보았다. "다른건 다 할수 있어도, 정수만은 안돼!" "...쿡..그 정도냐? 김영운?" "너희 그 잘난 도련님이 날 데리고 오라고 했으면 나만 데리고 가면 되는거야! 저 애는 상관없잖아! 풀어 줘!!" 형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에도 그 남자는 아무말이 없었다. "....." "풀어 주란 말이다!!" 형의 주먹이 정확하게 '의찬'이라는 남자에게 꽂히자, 그 사람은 욱- 소리를 내더니 뒤로 몇걸음 물러나게 되었다. 예상치 않은 공격이였는지 잠시 수습을 못하더니 곧 고개를 들어올렸다. ".....너..변했어." "......." "어서 데리고 나가!" 남자의 명령에 거한들은 날 끌고 가기 시작했다. 놀란듯 형은 뛰어왔지만, 곧 다른 남자들에의해 저지당하고, 린치당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이였다. 불과 5분전만 해도, 곧 죽어도 좋을것 같다는 행복감에 젖어.. 형의 모습하나하나가 그렇게 그리워 지더니.. 그게 이런 의미일줄은 몰랐다. 이렇게 정신없이 짖밟히고 농락당할줄은.. "정수야!!!" 멀리서 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가야 해. 빨리, 가야 하는데.. 카페의 유리문이 열리더니 닫힌다. 딸랑..하는 종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도망쳐. 어서' 형의 말을 들을걸 그랬지? 난 맨날 형말 안듣다가, 사고 친단 말야.. 그래도..형. 나 있지.... 흰 거즈가 입에 닿더니 곧 정신이 희미해 졌다. 독한 소독약같은 냄새가 싸하게 코를 자극했다. 차에 던져지는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눈이 감긴다. 그 찰나의 순간에.. 흰색바탕에 은색 철제의 글자가 시리도록 눈에 박힌다. [월요일의 오후] '일어나요~ 늦잠쟁이. 나 학교가야한단 말야.' '웅...조금만..정수야....음..' '형! 형! 영운형!!' ...카페, '월요일의 오후' 그래도...형. 나 있지... 내가 형 대신 끌려가서, 조금 안심하는거 알아요? 이 상황에..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있다면. 나 인가봐..쿡..봐, 이젠 신나기 까지 해. 세상천지의 바보가 다 모인데도, 형보단 못할거고, 형은 나만큼은 바보가 아냐. 결국 전부 바보다. 하하..형. 이대로 나. 어디로 가는거에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 형.. 형,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죠? 앞으로 벌어질 일보다. 난 그게 너무 무섭고, 두려워요. 형..영운..형.... "야, 일어나." 누가 부르는 거지? 좀 더 잘래.. "...형..영운형.." "일어나래두!" 확- 하고, 찬물이 뒤집어 씌워 진다. 정신이 번쩍들며 몸을 일으켰다. 시야를 가리는 것에 좀더 신경을 기울이니.. "다시 한번 그 이름 입에 올렸다가 봐. 죽여버릴테니깐." 내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갈색머리에 잘 선텐한듯한 갈색피부, 맑고, 아주 건강해 보이는 쌍커플진 눈을 가진, 그냥 편한 힙합차림의 그냥, 내 나이 또래의 소년이다. 노란색 선글라스가 꼭 어린애들 장난감같이 유치해 보이지만 상표를 봐선 무진장 비싼게 틀림이 없는것 같다. (저런걸 돈주고 사냐..?? 센스하고는..) 근데, 이건 또 왠, 장난인가..총이라니? -.-; "....(잠시 머리굴리는 중) 저기, 여기가 어디야? 그리고 장난감 총 좀 치워줄래? --;" 물에 젖은 차가운 옷이 달라붙는 느낌에 차림을 살피니 영운형 카페에 있던 차림과 같은 옷이다. 윽- 브리프도 안 입은 채인데..; 그냥 셔츠 한장 달랑 걸치고 물까지 끼얹어진 상태라, 적나라다면.. 적나라다..--; 게다가 손이 뒤로 묶여져 침대에 내동댕이 쳐져 있다니.. 원초적 본능찍는것도 아니고, 참 나.. "..장난감이라고 생각해?" "...읍!" 내 말이 신경을 거슬렸는지 무서운눈으로 권총을 내 입안에다 쑤셔넣은 채 노란선글라스의 남자애는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고 보니 곱상한 외모와 달리 체격도 키도 나보다 큰것 같다. 생각해 보니, 이 방만해도 운동장 만하다. 이런방에 살려면 굉장한 갑부아들일텐데, 그러면.. 저 권총이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라고 생각해도 별로 이상할것 없었다. 저 노란색 선글라스도 장난감이 아니니깐..헉! 그렇다면 설마..-.-;;; ".....아우..어이.. (아우..저기..)' "맞아!" "엥?" 놀란 듯 벙찐 눈으로 쳐다보는데 그 소년은 내 입에서 총구를 쓱- 빼더니 방아쇠를 당기며 유쾌하게 답한다. 총구에서 요란할 소리가 터질줄 알고 눈을 질끈감았다가 뜨니 그냥 화륵- 하고 불이 조그맣게 붙을뿐이였다. "근데,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라이터야..^^ 하하!!" ".....-.-;" 디..딥따 썰렁하다. 저 자식, 저런걸로 사람 괜히 놀라게 하고 난리야. 머리 날라갈줄 알고, 쫄았네.. "....야!" "...응?" 그 썰렁한 개그에 자기가 도취되었는지 웃어제끼는 놈을 불렀더니 돌아본다. 임마, 말을 해야 알겠냐? 지금 내꼴이 어떤지 알거아냐 옷을 줘! 아님 뭐 덮을걸 주든가! 아씨..여긴 어디야. 머리깨지게 아프네.. 배고프다..히잉.. 이 많은 의사가 전달이라도 되었는지 아니면 내 얼굴에 다 나타났는지 한참을 내 눈치를 살피던 그 애는 경쾌하게 '잠깐만!' 이라고 말하고 침대 위에서 몸을 날려 통통- 뛰어간다. 분명 머리도 염색한것같고, 얼핏보면 모르겠지만.. 분명 내 또래의 그냥 애일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뭔가, 이상하다? 아까 까진 분명 나 조폭이게요? 아니게요? 라고 써놓은듯한 깍두기 아저씨들한테 잡혀서 끌려나왔는데..가만히 보니 발에 상처로 꼼꼼하게 붕대로 감겨있었다. 여기는 어딜까? 지독하게 넓어서 한숨마저 나오는 방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때, 저 멀리서 문을 열고 그 애가 다시 통통- 뛰어왔다. (암만봐도 신기한 취향의 옷과 요란한 악세사리를 한 놈이다.-.-;) "그거 벗어! 내가 옷 들고 왔어." 그애는 선글라스를 벗어 침대 저켠으로 집어던지더니(워메~ 저비싼걸...;) 타올로 젖은 내 몸을 닦이며 옷을 벗기려 했다. "아악! 네가 왜 벗겨!! 내가 할래! 나가." "쳇, 수줍어 하긴.." "내가 할거라니깐..///" "알았어..알았어..근데 그 수갑한채로 갈아입기엔 좀 힘들지 않을까?" 그 말에 뒤로묶인 손을 더듬어 보니 뭔가 차갑고 딱딱한게 만져지는게 진짜 수갑이 맞는모양이다. 진짜 수갑이라니.. 대체, 얘는 뭐하는애야? 그제서야 싱글거리면서 내 앞에 서있는 그 소년이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아..배고파으~~ㅠㅠ (진지함이 30초도 못가다니..; 정수바보.) 똑똑하는 노크 두번과 달칵-- 문이 열리더니, 그 회색옷의 남자가 나타났다. 힙합의 소년은 재밌다는듯 내 표정을 쳐다보다가 그 '의찬'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의찬'이라는 남자가 꾸벅하고 고개를 숙인다. ..뭐..뭐야? "의찬, 그런데, 난 이런 날뛰는 짐승을 잡아오라고 한게 아닌걸로 아는데?" "누가 날뛴다는 거야!!" 고래고래 소릴질렀지만 아예 싹- 무시하고 얘기하는 두사람을 열심히 째려주며 정말 이 수갑이 진짤지 가짤지에대해 곰곰히 고민해 보았다. "저 아이가, 김영운과 함께 있었습니다." '영운'이라는 반가운말에 '의찬'을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 옆에 서있던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와는 달리 무서운 눈으로 내쪽을 쳐다보다 싱긋 웃었다. "그럼, 네가 박정수구나?" 명랑하게 묻자,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애는 다시 총을 꺼내어 내 쪽을 겨누었다. 왜인지 아까와 똑같이 웃고는 있었지만, 분위기가 틀렸다. "이것도, 장난감은 아냐..^^" 타앙---!! 귀를 멍멍하게 할 정도로 큰 총소리와 함께 정확히 명중한 뒤쪽의 창문이 완전히 박살난채,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조금 스쳤는지, 귀끝에서 붉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에 발끝부터 소름이 온몸에 좍 돋아오르는걸 느꼈다. 그애는 다시 빙글 웃으며, '의찬'에게 지시했다. "저거, 망가트려주자." 나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 그 갈색피부를 가진 명랑하게 말하는 그 아이만큼 무서워보이는것은 없었다. '예, 도련님' 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가는 '의찬' 이라는 사람보다. 형을 무지막지하게 짖밟던 그 거한들 보다...더. 나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그 남자애가, 그 순간만큼 몸이 오그라들도록 두렵게 느껴졌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8(외전-"영운")] 깨어진 찻잔. - 생각해 보니 저건 정수와 처음으로 함께 쇼핑에서 고른 것이였다. 부서진 테이블 -언제나 저기서 저녁식사를 하곤 했었다. 화분이 넘어져 하얀 뿌리가 드러난 허브들 -어머니의 취미셨다. 정수도 참 좋아했다. 일순간에 망가져 버렸다. 왜? 이럴 줄 잘 알고 있었으면서..왜..일어나지 않길 바랬던 걸까? 행복이 진심으로 이어지길 바란 나머지..앞일이 보이지 않았던 거야? 달그락- 깨어진 찻잔의 파편부터 주워 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누군가가 치워야 할것이 있다면 일찍하는게 나았다. 단지, 역시 부서진 처참한 몰골의 것들이 길거리의 의미없는 과자봉지같은 쓰레기는 아니다. 그 차이 뿐이다. 쓰레기와 아닌것에 대한 구분은. 깨어진 유리조각을 주워 담아가다가.. 문득 바닥에 이미 응고되어 굳어진 다갈색의 피를 본다. 분명, 정수의 발에서 베어나온 것이다. 그 말은 곧. 정수의 일부이다. 손가락을 가져다 데니, 유리조각에 엉겨붙은 피가 너무나 차다. 어?...이상하다? ..정수는 이렇지 않은데. 이미 내 안에 남겨진 정수의 일부도 이렇게 되었을까봐, 덜컥 겁에 질린다. ...그러하다면..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투둑-- 이런, 이상도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실때도 울지 않던 눈에서. 이미 예전에 말라버린줄 알았던 눈에서 뭔가가 흘렀다. 나 조차 믿기힘든.. "으흐...흑!" 이상도 하지? 그렇게나 혼자서 강하게 잘 살아오던 내가. 나..김영운이. 이 깟 일에 무너져 내리다니, 이렇게 비참하다니.. 엉망진창이된, 무참하게 망가져 내린, 이젠 누구도 찾지않을 카페 한가운데에서. 그렇게 무릎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밀리고 밀려, 썩을데로 썩어들어간.. 내안의 진물들이...멈춤없이 베여나온다. 구역질날 그 물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쫙 빼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혼자 복받쳐옴에, 처량하게 몸을 떨며 한참을 울었다. "하하, 영운아. 너무 귀여워!" 아버진 꽤 멋진 사람이였다. 중후함이 흐르는 신사였으며, 돈도 많았고, 뛰어난 수완과 명석한 머리를 가진. 그런데, ..어머닌 아니였다. 그냥 시골촌뜨기출신. 사랑받았지만 곧 커다란 집을 지키는 이름만 있는 아내였을 뿐이다. 난 내가 10살이 넘었을때부터 아버지의 얼굴을 구분해 내지 못하였다. 나의 6번째던가? 7번째 생일이던가? ..여튼, 그때이후로는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어머니!" 술에 절어..외지고, 습한. 크기만 큰 방에만 틀어 박힌 채. 몇년동안 다른 여자들과 뭘하면서 사는지도 모를 남편을 기다렸다. 종종 내 머리를 이리저리 계집애들처럼 묶어주면서 웃는걸 즐기기만 할 뿐. 그녀에게는 산다는것 자체가 너무나 긴 기다림에 지루하고, 지루해서 미쳐버릴것같은 무의미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였다. 머리방울을 겨우 풀어내며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다른 아이들의 엄마에게선 우유냄새라든가, 맛있는 음식냄새가 난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에게서 나는 냄새는 오직 알콜내 뿐이였다. ...찌들은 술내음. 그러나 그녀는 내 어머니였다. 처절하게 아름답게 웃고 우는.. 단. 하나...그녀에게서 배운것이 있다. "허브들은..조용하지,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써 주지 않으면 굉장히 짜증을 낸단다." "...." "봐..몇일 살펴주지 않았다고 금새 시들해 졌어." "....." "영운아...너 머리길러보는건 어때?" "..난 여자애가 아니에요." "그래? 그랬지..그래.. 맞아! 그랬어! 후후.. 너 역시 그 인간과 똑같은 사내일뿐이지!!" 챙--! "..!!!" 방안의 빈 술명이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산산조각이 난다. 앙상한 그녀의 팔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솟을지 의아스럽기전에, ..무섭다. 나의 어머니는 언제나 미쳐있다. "....하하..미안..미안..놀랐지? 미안해..자, 이리와봐. 한번 안아보자. 영운아..." "....." "그이도, 너처럼 작은 아이일때가 있겠지..? 작고, 여리고, 착한..너같은..시절이 분명 있었을테지? 응? 그렇다고 말해 보렴...응?" 조심스럽게 안긴 그녀품에서는 찌들은 술내음밖에없었다. 지독하게. 머리를 울리는... 곧 그대로 그녀는 얼마안 가 알콜중독으로 죽었다. 볕이 잘 안든다며, 허브가 잘 안 큰다고 투덜대던, 그 갑갑한 감옥같은 방에서.. 무의미하게, 집안에서 누구하나 슬퍼해주지 않을 초라한 장례를 치르고. 그렇게 되자. 모든 유산이 나에게 쏟아졌고, 후계자이니 어쩌니 라는 소리가 머리아프게 내 주변을 옭아메었다. 그리고, 난 그들의 소원처럼 컬트영화의 배경같은 그 집에서 나왔다. 아무리 길바닥에서 구걸을 하며 산다고 해도, 어머니가 죽은 그곳은 더이상 내가 숨쉴수있는 곳이 아니였기에.. 그때 내가 14살이였다. 그대로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일들이라면 닥치도록 하고, 아무렇게나 커왔다. 그러다..게이바에 들어가고, 손쉽게 돈을 벌수 있고, 나쁘지 않은 생활에.. 시궁창에서 기어서 사느것보단 났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그렇게, 살았다. 아, 그리고..어머니의 소원대로 머리를 길렀다. "여기있지? 김영운이 라는거." 시간은 빨리도 흘러서.. "보여줘 봐. 그렇게도 비싸다던데?" 머리가. 이렇게 길었던가? 바 안은 온통 술내음, 어머니품과 같은.. 갈색피부에 건강하게 웃으면서, 한 소년이 나를 찾았다. '이수현' . S그룹의 차기회장이라는 이름값만 가지고도 수천만원의 돈을 하루에도 몇번이나 뿌려쓰는 골빈 도련님 하나...그의 첫인상이다. 아마, 내가 그 집안에서 그대로 컸으면, 이 모습과 판박이가 아니였을까? "접니다." 동그랗고 지나치게 검은눈동자가 장난기를 머금고 반짝 빛났다. 아직, 어리다. 어린애... 확- 하고 머리카락이 잡혀 끌려가 서게되었다. 어린애치곤, 너무 변화가 심한 눈이다. 사람을 꽤뚫을 듯한. 혼자 사납게 길러진 사자새끼같은 눈. 소름이..돋는다. "너..방금 어리다고 무시때렸지?!" "..." "....마음에, 들어. 소문에 의하면 계약이니 어쩌니 하던데.. 흐음~ 1년은 얼마야? 너. ^^" 다짜고짜, 경쾌한 청바지 차림에 게이바를 찾아든 '도련님' 이라는 녀석이 황당했지만. 1개월이상의 관계계약을 말했던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저기..영운은 한달 이상은..좀, 무리가.." "내가 한다면 하는거야! 너.. 얼마니?" "쿡..당돌한 놈." 그렇게 나보다 훨씬 어린녀석에게 팔렸다. 난 단지, 늙은 아저씨들보다 신선한 몸과 좀더 길고 안정된 보수를 불러줬기 때문이다. 그것 뿐이였다. "하아..하아..." "수혀...아..!" 그런데, 그 어리게만 봤던 그놈은..침대에서만은 최고였다. "김영운...너, 언젠가는 진짜 일급요리사를 시켜, 먹어버리고 말거야." "윽..." 수현의 집요한 손가락이 입안으로 들어와 혀를낚아채 끌어냈다. 대답조차 못할상황을 만들어놓곤 혼자 질문을 던지며, 몸부림치는 나를 보고.. 저 녀석은 분명 즐기고 있다. "스튜가 나을까? 아냐아냐..훈제고기도 좋겠다. 정원에서..킥킥.." 아프게 꼬집으며 수현은 계속해서 음식이름을 나열했다. 지독하게, 외롭고, 심심함에 치를떠는 어린아이. "머리..참 길어. 예쁘다. 내 허락없인 1센티도 못자르게 할거야." 누군가를 연상케 했다. 그래서..편안했다. 그 애 앞에서만. 그애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은 나와, 그의 집사인 박의찬이라는 젊은 남자 밖에 없었다 의찬은 그래서인지, 수현과 관계를 가지는 나를 그닥 좋게 보지는 않았다. 아침에 수현없이 늦게까지 잠을 청하던 나를 (그때부터다. 게으름이 늘어서, 아침잠이 많아진 것은.) 거칠게 일으켜 세워. 으르렁대기도 했다. 그가 주먹을 들이댈때마다.. 달게 맞았다. "..꽤나 애지중지 하는군. 그렇게 소중한 도련님이면...네가 직접 침대에서 상대해보지..그래?" "...닥쳐!" 엘리트의식에 똘똘뭉친 눈빛. 그래..난 이렇게 굴러먹어왔어. 침대위의 일 밖에 모르지..더러우면 하고싶은대로 해보라구. 약간의 객기와 비웃움이 앞서, 좀더 그 고귀하게 자란 얼굴을 구겨트리고 싶었다. 결코 약하지는 않을 주먹이 내리꽂혔다. "너의 그 얌전한 도련님은..침대에선..말야..후후..어떤지 알아? 궁금해? 알려줄...으흣!" 다시 주먹이 깊숙히 들어갔다. 바닥이 가까워 지더니..그대로 뻗어 버렸다. "....후후..아주, 이성을 잃은 것처럼 그것만 원해... 어떨때는 정말 무섭다니깐..쿡..하하하!" 일년이 흐르고 계약도 끝났다. 많은 돈이 쥐여졌고, 수현은 마지막 밤 나를 꼭 안고 믿을수 없을만큼 아이같이 투정을 부렸다. 지독한 순수함. 그리고 잔혹함.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개미들을 돌로 내리찧는 아이들의 무서운 순수함을 가진 소년. "나랑 같이 살면 안돼?" "....." "그럼 더 계약해! 1년 더, 아니면 2년이든..5년이든! 평생!!" "....싫어. 난, 이제 이런 일 관둘거야." "왜?" "하고싶은 일이 있어. 카페를 차릴거야. 창가에는 허브를 키우고. 술냄새가 아닌 차향이 가득하게.." "....쿡, 네가? 이제와서 깨끗한척 굴기는..." 짜--악! 그애의 손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재수없어." 눈빛을 바꾸며 그애는 나에게 침을 뱉었다. 끝이다. 계약은 끝. 솔직히 그애가 무서웠다. 그 순수함이.. 오히려 악의가 깃든 말한마디가 더욱 감사할 정도의 맑은 눈빛이. 그리고..내가 정말 '깨끗한 척'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대가가 따랐다. "..흐읏!....으..악!" "미안해...." 친하던 친구들도 나에게 손을 댔다. "쳇, 혼자잘난척이더니 꼴좋군.." 역겨워..어서..끝내. "...조용히 하지않으면 그어버릴거야..쿡" 뭐든 좋으니깐 빨리 해버리라구! 빌어먹을.. 24시간동안의 대가. 정해진 규칙이였고.. 반항없이 따라야 했다. 테이블에 묶여진채, 하루동안을 완전히 인간이길 버렸다. 발밑에 엎드리라면 엎드리고, 핥으라면 핥고, 소리지르라면 질렀다. '깨끗한 척'이라도 하기위해..세상에서 가장 더러운일이란 일을 다 당했다. 짓이겨져 흐르는 피와 누구의 것일지도 모를 뒤섞인 정액들에 범벅이되여. 손과 발에는 선명하게 붉은 멍이든채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눈앞이 흐릿했다. 지릿하고 역겨운 기분에 뒤엉킨 머리칼의감촉이 몸을타고 움직이는 뱀같았다. "어서...꺼져. 다시는 여기 발 들여놓을 생각 말고!" 툭- 하고, 그제서야 몸위로 천가지가 떨어졌다. 게이바 오너의 마지막말을 끝으로 밖으로 내쫓겨졌다. 밖의 날씨가..이렇게 추울지, 몰랐다. 언제 눈이 내렸는지, 아무도 없는 컴컴한 골목길 바닥은 습하고, 축축했다. 맨살에, 시커멓게 때묻은 눈이닿을때마다 상처가 쓰라리다. ..여기서, 죽으면. 참 보기흉할텐데.. 어째서 그런 상황이 이런 유치한 생각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너무, 춥다. "....이봐! 괜찮은 거야? 야! 뭐 덮을것 좀 가져와! 세상에나..살아 있기는 한거야?" 누군가..다급하게 소리치는게 보인다. 아하하..정말 무식하게 생긴 식칼이군. 눈을 감기 직전에 생각나는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무식하게 큰 칼이였다. "...야! 일어나..젠장..몸이 이 모양이라니.. 대체 당신 애인이 누구길래, 이 꼴이 되도록 하냐? 혹시 새디아냐? 그리고, 이 추운날 거기 그렇게 벗겨놓고 버리다니..죽일놈!" ....'이동해'와의 만남. 우연히 내가 쓰러진 그 습하고 축축하던 골목옆의 일식초밥집의 요리사. 처음부터 생각해 보지만, 그 칼은 너무 언벨런스하다. 쿡.. "쿡..푸훗.." "허? 웃어?...이봐. 내가 창고에 참치찾으러 가지 않았다면..당신은 이미 동사했어! 알긴 아는거야..젠장..--; 그리고, 나 앞치마 두른 모습이 섹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큭..바보냐? 너.." "....닥쳐. 생명의 은인에게 그딴소리라니. 아예 성불구가 되게 거칠게 해버리기전에 조용하라구!" ...여하튼간, 당돌하고. 귀여운 녀석이였다. 한동안, 신세를 지며 의외로(?) 부드러운 간호를 받았다. 누군가가 이렇게 도움을 준다는게 익숙치는 않았지만. 난 생활 적응능력이 꽤 뛰어난 편이였던 것이 다행이였다. 한동안, 부담없는 파트너였다. 일에도, 아니면..섹스에도. ...드디어 찾아온 생활의 안정. 조용한골목에 카페를 내고, 넓고, 햇빛 잘드는 창엔 허브를 키우고.. 그러다가, 녀석을... 그 꼬마를... ..만나버렸다. 동해와 통화를 하던중에.. "아? 뭐? 뭐라고? 야..그 홍차티벳은 사지마. 응. 차라리 중국산으로 구해볼게.." 유달리 거슬리게 뒤에서 통화얘기를 헷갈리게 하던.. "...뭐? 안들려? 어떻다구?" "...쳇, 머리꼬라지 하고는.." "뭐? 머리 꼬라지가 뭐?!!" ....생각해보니. 어이없게 첫만남을 가졌다. 하하.. 작고 계집애같은 큰눈을 겁에 질린듯 이리저리 굴리며, 버벅거리던. 조금 맹랑하고 괴씸한 꼬맹이 녀석이.. 이 카페 안에서 차를마시고, 내방 침대에서 잠을 자고. 너무나 애처러운 모습으로. 상처를 입고 쳐들어와선 남 심란하게 만들고.. 한번은 카페에서 서빙을하겠다고 깝죽대며, 도와주던 녀석이. 예전 내가 다니던 게이바에서 온놈들에게 붙잡여 혼쭐이 난 적이있다. 확- 치미는 화김인지, 아니면 이리저리 먹이는 술때문에 이는 취기인지.. 녀석의 애인이라고 말해버렸다. "뭐야! 형은 멋대로 다른 남자랑 그러는 주제에! 난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뭐에요!" ..정수는 화를 냈다. 그런 그애가 너무 안쓰러워, 너무 예뻐서.. "너..널..나랑 똑같이 되게 할 수는 없어." 그래..난 이 애와 함께 있을때 마다 늘 두려웠다. 내가 나쁜짓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정수를 나와 같아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그냥, 모른체 했다면 평범하게 살았을 아이인데. "...왜 뒤돌아 서 있어요?" 묘한 죄책감에 그렇게 서 있는데, 정수가.. 뒤돌려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녀석을 안아 버렸다. 이기지못한 욕망에.. 웃으며 돌아가는 녀석을 끝으로 엄청난 자책의 무게를 지어야만 했다. 난..그애를 좋아하게 된것이다. 신비스럽기도 하지..처음 봤을때부터.. 나에게는 이미 사랑이라는 고귀한 단어는 더러움에 사라진줄만 알았는데.. 그런데, 이미 정수는 내게 없었다. 차라리..잘된거다. 나의 과거를..더러움을 알게되면. 그애는 분명 날 떠날테니깐. 그후..녀석이 기적처럼 내게 다시 찾아왔다. 오해라는 큰 어긋남을 가진채로.. 그애는 내가 생각했던것의 몇배로 힘들어 했다. "미안해..정수야....미안" 모른채한다고, 괜찮아 지는 일이 아니였다. 너무나 서툴은 사랑에 난 그런것을 몰랐다. 아무도 가르쳐준 이가 없었기에.. "내가...널 너무 힘들게 했구나." ...난 사랑받거나 사랑하는 일 같은건 배워본 적이 없으니깐. 바보같겠지만.. "정수야..사랑해." "당신 바보야! 이상한 차를 타 마셔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야?" ...그래. 그걸로 된거야. 내품에만 있으면 된거야. 이렇게 서툴지만..사랑하려 했는데.. 그랬는데.. 정수가 끌려간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아니면 하루가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치워도..치워도...이 카페는 예전처럼 되지가 않는다. 무기력하게 잔뜩 물먹은 솜같이 온몸이 무거워서..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정수의 발소리나 숨소리라도 들릴까 귀를 기울이고만 있었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들린다. 확! 정신이 든다. 설마..정수니! "...정수!!" "......!" 한종협..네가 왜? "...이게..무슨 일이에요?" 정수가 아냐.. "......." "영운형..울어..요?" .....정수가.. 아니였어. "이봐! 정신차려! 형!!" 어깨를 흔드는 느낌에 어렵게 눈을뜬다. "....젠장. 벌써 들이 닥쳤을 줄이야. 정수는요?" 네가..정수를 찾을 자격이 있니? "..쿡..네가 왜? 또 강간이라도 해주게?" "사람이 왜이렇게 됐어!! 응! 어디갔냐니깐!" ".....데려.. 갔어.." "?" "...수현이가...." "...젠장! 이럴줄 알았어!" 종협은 곤란하다는 눈으로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날 일으켜세워 그나마 성한 쇼파에 앉힌다. "잘 들어요. 나 대강은 알고 있었어요. 이수현이랑 몇번 자는동안, 아직도 그 녀석 형 포기 못한거 알 수 있었어요. ..이렇게 극단적인 놈일지는 몰랐지만.." "....훗, 가지고 싶은거라면 끝까지 가져내는 꼬마야." "우습게 보지마요. 그 녀석, 더이상 형이 알던 그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어디있지? 수현은? 정수를 어디로 데려간거지?" ".....나도, 그것까지는 몰라. 알잖아요. 우리 클럽에선 특수 vip는 모든게 비밀이란걸.. 다만, 오너라면 알지도..." "가자!" "..하..하지만.. 형!!" 종협의 팔이 급하게 일어서는 날 잡아끌었다. 그런 종협에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냐..가야 해. 정수를 되찾으려면. "형에게..정수는 뭐죠? 이해 할수가 없어요. 당신, 이런 사람이 아니였는데.. 뭐랄까 좀 더 공허하고, 어떤것도 두렵지 않고, 좀 더 냉정한..." "..정수 때문이야..." "...?" "그애를 사랑해버렸기 때문에. 이럴수 있는거야, 어서 가자!" 다시..클럽으로... 클럽의 간판을 볼때까지는 어느정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갈때마다, 그날의 고통과 혐오가 밀려올라왔다. 그렇지만, 들어가야한다. 저 문을 열고.. 종협이 앞장서서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여전한 술내음과 재즈음악이 느리게 흘러나왔다. ".....이게..누구야?" "....." "하하! 김영운이잖아!" 여기저기에서 비웃음을 담은 시선과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렇지만..이길 수 있어 이 정도쯤은... "오너를..만나러 왔다." 조금씩 비켜서며 오너가 나타났다. 여전한 정장차림에 담배를 물고, 까슬하게 기른 턱수염을 천천히 매만지며, 약간 저는듯한 걸음걸이도 그대로.. 걸어왔다. 그래도, 날 최초로 받아준..큰 형 같은 사람인데. 퍼억---! 물 한잔도 마시지 못한채 이까지 달려왔더니.. 주먹한대에 이성을 잃을듯 머리가 아찔하다. 휘청거리는 나를 아무도 부축하려 들거나 신경쓰지 않는다. 이미 난 여길 내발로 걸어나간 사람이니깐. "....왜 나타난거냐?" "..허억!" 다시 배로 주먹이 들어가자, 숨쉬기 조차 곤란하다. 아무래도 의찬에게 맞은것이 아직까지 무리인 모양이다. "다시는 여기 발들여 놓지말라고 했는데?! 그 사이 머리가 나빠진거냐! 이 영운!!" "...하아..다행히..이름은 기억해 주시..네요..하아.." "꺼져라! 들어내!!" 남자 두명이 양팔을 잡고 날 들려했다. 그럴수는 없다. 여기서 물러설수는..! "제발!...부탁입니다... 수현이가..어디있는지 알려주십시오! 제가 여기온 이유는 그것뿐입니다!!" "........" "오너! 제발...부탁..드릴게요..제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건 상관없어. 정수만..찾는다면.. 진하게 술냄새가 베인 카페트가 이마에 가까이 닿려는 순간이였다. "...그만둬! 언제 김영운이 그렇게 비참해 졌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익숙한 음성에 가슴이 뭉클했다. "...오너.." "...이유가 뭐야!" "누군가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 "....." "....." 적막이 흘렀다. 숨이 끊길것 같은. ".....한종협! 따라와서 이놈한테, 가르쳐 줘라! 내 사무실 컴퓨터명부에 있어." "......오너!" "이번뿐이다. 이 놈..다시는 들어오기만 해봐.." ....절뚝거리며 오너는 뒤돌아서서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고마워요. 한번 꾸벅 인사를 하고, 급히 수현이 머무는 곳의 위치를 알아 밖으로 나섰다. 이제, 가야한다. 정수에게...한시라도 빠르게.. "....형!!" 뒤에서 부르는 종협의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몸 조심해요. 그리고, 이거 필요할 거야." 종협은 조용히 말하며 붉은천에 감긴 둔탁한것을 들려주었다. "..?" "...단도(短刀)에요. 정말 조심해요. 그리고, 정수에게 전해줘요. 미안하다고.." 종협은 깊게 고개를 숙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고맙다...^^" 희미하게 웃으며 급하게 몸을틀어 택시를 잡았다. ..수현이 있는 곳은 이곳과 멀리 떨어진 지방의 별장이였다. 한번 여름에 함께간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나, 이대로 꼬박 가도 날이 밝은 후에야 도착할 거리다. 몇일간 동안 제대로된 식사도 잠도 자지 못한터라,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무사해야..할텐데.... 왜인지, 꿈에서 조차 불행한 일들이 일어 날것 같아..쉽게 잠들지도 못한 채.. 차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09] "하아...하아.." 그 도련님이라는 자식은-수현도련님 어쩌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잘 기억 되지도 않았다.- 실실 쪼개면서 장난치더니 드디어 본색을 들어내 버렸다. 다행일지 우연일지 총에 스쳐 찢어진 귀는 급히 달려온 흰 의사가운차림의 여자들에 의해 곧 치료 되었고, 난 그대로 어느 방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아까보다는 좀 더 작은 방이였지만 역시나 깔끔한 집대실 분위기의 방이라서, 난 쇠사슬 달린 고문실로 데리고 갈 줄만 알고 잔뜩 쫄아있다가 조금 안심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였다. "....뭐..하는 거야..." 그대로 푹신하고 넓은 쇼파로 내동댕이쳐져 (이미 뒤로 채워진 수갑으로 인해 손목이 저릿거려왔다)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는데, 수현은 얇은 흰색 반팔티 차림으로 한손엔 주사기를 들고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 팔에다가 그걸 놓는것이다. "그냥..조금, 아플 뿐이야. 걱정 마." 지독하게 다정한 목소리로,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사이라도 되는냥. 친절하게 주사를 놓긴 했지만,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 애는...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미친 놈이 분명했다. 압도하는 분위기. 절대 부족함이 없는 것 같은 완벽한. 그에 걸맞은 거만함과 아이같은 장난기.. 그리고 냉혹함 까지. 갑자기 머리가 어찔해 왔다. "암페타민(필로폰)이야. 소량이긴 하지만. 처음 이니깐. 그럼 잠시 환상의 세계에서 즐거워 해..." 하늘이 내려 앉는 기분이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녀석은 무섭고,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귀에다 데고 나직히 속삭이는 수현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난 분명 가만히 누워 있는데, 세상이 돌기 시작했다. 빙빙빙.. 돌던 그 속도는 점점 더 높아져 곧 구토증이 일었다. 그 와중에 천정에는 온통 조용해 보이는 바다가 보인다. 일렁일렁 조금씩 일렁이던 천정의 바다가 점점 거세져 파도가 친다. 아..이건 분명 환상이다. 안돼, 그 녀석 수작에 말려들면..난, 영운형을....만나야..... ".......으..." 탁자앞에서 종이조각들을 보고 있는 수현을 향해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그건 신음수준 정도 밖에 되지가 않았다. 여전히 수갑이 풀리지않았는지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파왔다. 녀석은 느긋하게, 그런 나를 감상이라도 하듯 마주보는 탁자에는 잔뜩 서류다발을 가져다 놓고, 이어폰을 꼽고 음악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어라? 일어난 거야? 어땠어? 소감은..^^" 이어폰을 빼며 웃는다. 이젠, 그 웃음이 가볍게 느껴지지 만은 않는다. 몸을 일으킨 순간 욱- 하고 구토가 일어 그대로 허리를 푹 숙이며 고꾸라 지고 말았다. 가득 정리하던 서류를 정리하며 그 애가 천천히 일어나 걸어왔다. 주륵-- 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엎드리 내 머리위로 물이 흘러 떨어졌다. 젖은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오기만으로 라도 난 괜찮다는걸 보이고 싶었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자. 수현은 유리잔을 탁자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멋진데, 너무 관능적인 눈이야. 하하.." "허튼 소리..하지 마.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거야?" "그거알아? 인체실험만큼 정확한 자료는 없어. 토끼도 흰 쥐도. 결국은 짐승이지..넌 이번에 내가 밀 수입해 온 마약을 처음 복용한거야. 그 뿐이야..어때? 네가 상상하는 액수보다 수십배는 더 나갈 그런 약들을.. 남들은 구하지 못해 목을 메는 약들을.. 먼저 체험해 볼수 있다는게? 두근거리지 않아?" "허튼소리 집어쳐!!"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꼬여서 쉽지 않았다. '저런 무리하면 안돼지' 중얼거리며 수현은 일어나 서류를 정리하며,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소리쳤다. "나한테 감사하라구...네가 잘못한거야!" 놈의 개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구역질이 더 심해졌다. 대체, 왜 하루아침에 영운형은 괴한들에게 소중한 가게를 짓밟혀야 했으며, 이 사이코 같은 녀석은 나와 언제 만난 적이 있다고, 사람을 잡아다가 미친짓을 하고 있느냔 말이다. 그런데다가 뭐? 감사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염장지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영운을 포기못한 놈들이 많아." "내 고객중에 김영운에 미친 꽤 큰 조직의 머리가 있어. 조만간..무슨 일이든 일어날 거야." 종협이 예전 경고한 일이 떠올랐다. 그땐 흘려 들었지만, 이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조차 없었다. 나는 지금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감금된 채 몇날 몇일을.. 아니, 몇년, 아니면 평생을 여기서 이렇게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이대로, 이렇게 망가뜨려 질 수는 없었다. 난 인형이 아니였다. 박정수이며, 꼭 돌아가야 한다. 그 카페로..영운 형에게로.. 탁자에 놓여진 유리잔이 눈에 들어왔다. 더이상 망설일 여지가 없었다. 챙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돌아 보는 수현을 그대로 밀어트려 바닥에 깔아 뭉겠다. 팔이 불편했기 때문에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유리조각을 쥐고 잇는 주먹에서 끈적하게 피가 베여나오는게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그대로 넘어진게 타격이 컸는지 수현은 머리를 감싸쥐고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급하게 우리조각을 쥔손을 다른 쪽 손목에 가져다 대었다. "..아윽..아야야..미쳤냐? 어! 너 뭐하려는 짓이야!!" 머리를 문지르며 수현은 일어서더니 나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미 툭툭- 피방울이 떨어지며 바닥을 불들이고 있었다. "보면 모르냐? 엄지손가락이라도 잘라내야지 이걸 벗겨 낼수 있을것 아냐!" 너덜해진 살갗의 감촉에 쓰라리고 아팠으며, 혐오스러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수현은 놀란듯 크게 눈을 뜨더니 그대로 달려들어 유리조각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게 하려 했다. "너! 미쳤냐!" "오지마!! 찔러 버릴거야!" "지금 니 꼴을 보고 그런 협박이 통할 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거의 반은 잘린듯한 손가락에 녀석을 급히 유리조각을 뺏았다. 그의 손에도, 나의 손에도 바닥에도 온통 얼룩덜룩한 피로 엉망이였다. 수현은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그 답답하게 죄이던 수갑을 풀었고, 그대로 팔을 꺾으며 상처를 살폈다. ".....미쳤구나, 조금만 더 있었다가, 진짜 잘렸겠어." "놔!!!" 심하게 몸부림 치는 나의 팔언저리에 다시 시큰하고 바늘이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 "......너,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그렇지만, 네가 잘못 한 거야.." 등뒤에서 가만히 끌어안으며 중얼거리는 녀석의 말이 척추를 타고 전달되었다. 주사기 속의 액체가 뜨겁게 밀려들어 오는 느낌에 심음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눈앞이 흐릿해져 갔다. "....네가, 김영운을 만난것 부터가 잘못한 거야. 난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니깐.." "....빌어먹..을..." 그대로 바닥에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방은 온통 피냄새로 역류하는 듯 했다. 얼마가 지났을지 모를 시간동안.(방에는 시계나 시간을 가늠케 하는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수현은 거의 내옆에서 식사를 하고, 업무를 봤으며, 나는 여전히 침대나 아니면 쇼파에 누워 진채 무의미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단지 달라 진것이라면, 난 이제 묶여지지나 감금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수..현.." 무의식적으로 힘겹게 그애의 이름을 부르면 여전히 건강하게 웃으며 그애는 내게 달려온다. 그리고는 헤로인을 흡입하게 하거나, 알약을 던져 주거나, 주기를 이용해 액체를 밀어 넣으며. 아주 즐거워 한다. 나는 이미 약에 절어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알지못할 약들이 쏟아지고, 이젠 억제할 수 있을 이성조차 남아 있지를 못했다. 그저 약을 통한 세상과, 약이 없는 세상중에 편한 쪽을 택해가고 있을 뿐이였다. 난 제대로 몸을 가누지 조차 못했기 때문에, 묶여지지 않았다. 뜻대로..지독하게, 망가지고 있다. "너 밥 먹어. 오늘은 네가 좋아할만한 매운 음식이 많아.^^" "....날 보내줘.." "......" 중얼거리는 순간에도, 내가 무슨말을 지껄이는지 알수가 없었다. 수현은 번뜩이는 눈으로 가만히 날 내려다보며 냉소적으로 미소지었다. "....안돼." "......" "싫어. 안돼. 그건 안돼." "....흑...영운..형...." 미쳐가고 있있다. 나 박정수는 약에 절여진 채, 형을 그리워하는 지독한 절망감으로 인해, 서서히 조금씩 벌레가 갉아 먹어 들어가 듯이. 분명히 미치고, 미쳐서 죽을게 분명했다. 흐느껴보지만, 눈물을 닦을 행동조차 내게는 힘들었다. 그저 침대 시트 아래로 볼을 타고 툭툭 흘러내리는 눈물을 쳐다보는 수현의 얼굴만 보일 뿐이였다. 그 애는 심하게 화가 나 있는게 분명했다. 언제나 웃음기 많은 그애의 얼굴이 싸늘한 무표정으로 굳어갔다. "한번만 더 그 이름 입에 올리면, 죽여 버린다구 했지?" "....영운..형.." "박정수!! 여길 봐!" "...형......" 멍청하게 천정만이 보였다. 형이 죽도록 보고싶어서..단지,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슬펐다. "제기랄!!" 수현은 침대위로 올라와 올라타더니 따귀를 때렸다. 짝- 하고 꽤 쎄게 맞았는지 정신이 조금 들었다. 눈을 부라리며 수현은 내게 똑똑히 들리게 말했다. "잘 들어. 김영운은 내거야. 내가 샀다구! 긴 머리를 빗어 줄 수 있는 것도, 녀석에게 키스 할 수 있는 것도, 안을 수 있는 것도. 다 나만이 할 수 있어!!" "쿡......!" 내가 웃자, 수현은 죽일듯이 멱살을 쥐며 노려봤다. "....바보, 나도 형을 샀단 말야.. 알어? 500원에 형은...나한테 팔린 거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욱! 하고 옷이 찢겨져 나갔다. 그냥 눈에선 멈추지 않고 눈물이 흘렀다. 수현을 몸을 숙여 목을 정말 찢을 듯이 세게 물었다. 사자에게 물린 것 같은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난 계속 쿡쿡 대며, 웃을 뿐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철저하게 날 망가트리기로 작정한 자식이니깐... 바지가 벗겨지고, 속옷도 딸려 내려갔다. 나신으로 있는게 거북했지만, 손목에 뚜렷하게 찍힌 붉은 수갑자국의 멍이라든가, 잘려져서 치료받은 손가락의 붕대같은것이 더욱 거북했다. 일전에 자신이 쏜 총으로 다친 아직 아물지 않은 귀를 콱 깨물자, 윽- 하고 소리를 내는 수 밖에 없었다. 미친 듯이 수현은 날 벗겨 낸채 그야말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싸늘한 무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벗는 수현의 얼굴을 쳐다보는 나는 여전히 허공만을 응시했다. 갈색의 운동으로 단련된 듯한 단단한 몸이 들어났다. 비슷한 나이인데도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수현은 그대로 내 다리를 들어올리더니 이를 악물며, 자신의 페니스를 그대로 찔러 올렸다. ".......! 하읏!" 입술을 깨물었다. 몽롱하던 정신은 온데간데 없이, 오직 통증과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것 만이 느껴졌다. 찢겨진 애널 안에 가득 찬 그것은 다시 한번 밀어 올려지며 안을 가득 메웠고, 거북함에 부들부들떨며,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널 망쳐주겠어. 끝까지.." "..아윽!" 들썩이는 침대에 눈에 고인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저 축 늘어진 몸을 비틀거나 피하지도 못한채 빨리 그가 느끼고 나가주기만을 기다렸다. 엉망으로 만들 듯이 안을 휘저던 수현이 곧 멈춰지고, 정액이 가득 애널안에 차 올라왔다. 그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내 입안으로 손가락을 들이밀어 벌리게 했다. "....너!!!" "흑..영운..형.....흐흑.." 어렵게 손가락을 들이밀어 입을 벌리게 한 수현은 아연자실해 보였다. 혀를 깨물어서 피가 베어나오던 입은 곧 저지 당했고, 살짝 찢어진 혀도 꺼내졌다. "......죽으려해도, 쉽지 않을거야." 셔츠를 채우며 수현은 바닥을 보며 말했다. "...한번만 더...강간당했다간, 혀 깨물어 죽으려고 했었어." 그애가 일어서 날 벗어나고 난 뒤 처참히 망가진 내 몸에.. 난 그저 시트를 끝까지 움켜쥐며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그런데, 순간...멈출 수 밖에 없었어. 영운형이 떠올라서..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고.." 수현은 마지막 단추를 채우던 손을 잠시 움찔하더니 곧 휴대폰을 집어들어 어딘가로 급히 버튼을 눌렀다. "의찬! 여기 재미있는게 하나 있는데, 이 녀석 죽여줄 남자들 좀 보내줘. 그래, 신음이 아주 죽인다고 전해.." 플립을 닫자 마자. 수현은 나에게 다시 걸어와 파란 알약들을 입안에 틀어 넣더니 물을 들이 부으며 격하게 삼키도록 했다. 억지로 넘어가는 알약이 스치자 혀가 아프고 물을 들이킬때는 피 맛이 났지만 차라리 약을 먹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윽..!! 아윽!!" 잠시 뒤 들어온 남자들에 의해 난 정말 죽지못해 숨쉬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건 아주 간단하게 상대를 처참하게 망가트리는 방법 중 하나였다. 침대 위에서 두어명의 남자들이 올라타, 나를 깔아 뭉개고 있었다. 그것도, 비참히. 벌써 몇번째 당하는지 모를 정도의 삽입에 꼴이 어떨지 상상이 가는 그곳과, 온통 땀과 미끈거리는 액체로 범벅이 된 내 몸이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 치는 걸 저 멀리 쇼파에 깊게 앉아, 영화 감상이라도 하듯 쳐다보는 수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만..그만..둬...읍!" 입안으로 틀어 박히는 한 남자의 거대한 페니스에 비명조차 삼켜졌다. 온통 역겹고, 메스꺼운 냄새뿐이였으며, 난 정말 죽는다는 생각을 수십차례는 되풀이 했다. 탁자위에 놓인 수현의 폰이 울렸고, 수현은 내쪽으로 시선을 때지 않은 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씨익- 기분 좋게 미소 짓더니 크게 소리쳤다. "야! 이제 그만 들 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번갈아 가며 올라타던 헐떡이는 남자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몸을 압박하는 물체들이 사라지자, 완전히 가벼워진 느낌에 그대로 침대에 엎드리며 작게 신음을 삼켰다. 최악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악인건, 다음 수현의 말이였다. "김영운이 왔다." ".....!!!.." 수현을 노려보며, 난 그 짧은 말한마디를 수도 없이 되풀이해서 떠올렸다. afternoon of monday.. - 월요일의 오후 - by. 카야티 [2부 ~ 10] 나는 급하게 들어올려져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묶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캄캄한 밀실에 쳐낳어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불가항력이였다. 이미 약에 절고, 날 범하던 남자들의 정액에 젖을대로 젖은 나의 추한 몰골이 상상이 갔다. 지독한 비참함에 눈물도 멎는 것 같았다. 아마, 영운 형도 이랬을까? 그렇게 당하고, 비참하게 무너진 후에도 형은 언제나 나에게는 웃어 주었다. 아마, 영운 형도 나와 똑같이 함들고 서러웠을까? 추운공기에 무릎을 꼭 끌어다 안았다. 대강 입혀진 옷들을 여미며 고개를 무릎에 파뭍고 있자니, 형이 자꾸 떠오른다. 그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가엽고도 강한 사람이다. 멀리서 싸우는 소리와 우당탕!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 굉음소리와 말소리들이 뒤섞여 흘러왔다. 분명 멀지 않은 곳에서의 소란이였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상처에서 다시 주륵 피가 흘러 바지를 적신다. 눈물자국을 대강 쓱쓱 닦아내고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줘서, 일어섰다. 약이 없어서인지, 금단증세가 나타나며 죽을듯이 근육이 틀어질 것 같았지만. 일단은, 일어나야 했다. 몇번이나 나자빠지며 문쪽으로 발을 옮겼다. "무슨 소란이야!" 앙칼진 수현의 외침에 삽시간에 소란이 조용해 진다. 뚜벅-뚜벅-뚜벅- 구둣굽 소리가 긴 복도를 울리며 들려왔다. 휘청 쓰러질 듯한 몸이 간신히 문에 지탱하며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뚜벅-뚜벅-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린다. 분명하다. 영운형이다. 형의 발걸음이며, 형의 소리이다. 그리고 형의 미미하지만 산뜻한 허브향내가 느껴졌다. 손잡이를 반쯤 돌리다가 힘이 부쳐 놓히고 만다. 조바심이 난다. 수차례 집중을 하며 돌려보지만 쉽지가 않다. "....김영운." "이수현..정수를 돌려받으러 왔다." 큭-하고 이를 악 물었다. 형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리는 이 순간 조차도... 단지, 이 문 하나를 열지 못해서 이렇게 형을 보지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다시 손에 힘을 쥐며 서서히 손잡이를 돌렸다. 온몸의 한계였다. 더 이상 서 있는 것은 고사하고, 정신을 곧 잃어버릴 것 같았다. 달칵! 하고 금속음이 나는 순간, 콰당하고, 그대로 쓰러지며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정수야!!" 쓰러진 상태로 눈을 반쯤 몇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서있는 영운형이 놀란듯 소리를 지른다. 봐..하하... 난 형 걷는 것만 들어도 알잖아. 영운형이잖아... 달려오던 형은 곧 앞을 막아서는 남자들 3명에 의해 저지 당했다. 형은 한동안 몸싸움과 주먹등을 날리더니 세명을 거뜬하게 때려눕히고 수현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이 수현. 정수를...어떻게 한 거냐.." 형은 쓰러진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는 듯한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저기 튿어진 옷과 상처들로 봐서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것이 짐작되었다. 분명 난 보기 흉한 몰골이였을 것이다. 형은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김영운, 네가 잘싸운다는건 알았지만 이정도 일 줄을 몰랐어." "훗, 살아남으려면 당연한 결과였지.." "그런데, 난 아직 그애를 너에게 줄 수 없어. 쿡, 지금 이애가 어떤 상태인지 말해 줄까? 약에 절을데로 젖은데다가.. 예전에 니가 클럽에서 나갈때와 조금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실컷 즐기게 해줬지. 비명소리가..아주 죽이던데?" "......." 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수현이 빙긋 웃자. 의찬이라는 남자가 걸어가 영운형의 앞을 가로 막는다. 날카롭게 서로를 노려보는 상황이 잠시 흐른 후, 형의 배에 의찬의 무릎이 찍혀 들어갔다. "...욱!" 형이 배를 움켜쥐자, 이번에는 수현이 소리쳤다. "김영운! 여길 봐!" 수현은 나에게 다가와 머리카락을 부여잡더니 그대로 들어올리며 이마에 총을 겨누었다. 수현은 처음에 나를 만났을때 장난을 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사람 처럼 화가나고 슬픈듯한 알수없는 눈으로 장전을 했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그는 분명 가식없이 솔직하다는 것이다. "쏴 버리겠어!" 쩌렁쩌렁 수현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가 울렸다. 반면 영운형은 배를 움켜쥐고, 조금 고통이 가시자. 아무 표정도 읽을수 없는 얼굴로 수현에게 걸어갔다. ".....내게 와! 널 사겠어.." "......" "너의 그 알량한 카페도 다시 차리게 해줄게! 널 사겠어!" "아직도...아직도 어리구나. 수현아." 이제까지 형의 그런 얼굴은 처음이였다. 불같이 화가나도, 저런식으로까지 무서운 눈을 한 적이 없었다. 마치, 형이 다른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곧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눈을 마주친 형은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걸 보고서야 안심이 된다. 아...영운형이구나..형맞구나... 그 순간을 수현이 놓칠리가 없었다. 그는 미소짓는 형을 보고 몹시 분노하는 것 같았다. 언제나 웃던 그애는 지금은 단지 격한 감정으로 총을 쥔 손을 조금씩 떨고 있었다. "너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어...처음에는 단순히." 형은 걷는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은 채 수현에게 걸어갔다. ".....그런데, 널 만나는 동안 난 외롭지 않다는걸 깨달았어. 그것도, 네가 날 떠난 후에, 너무나도 늦게말야.." 수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척 해도. 그애도 역시 사람이고, 나와 같은 소년에 불과했다. ".....정수야. 집에 가야지." 형은 수현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나에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예상외의 말을 건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입밖으로..'응' 이라는 한단어가 안 나온다. "집에가서, 너 청소 도와야 해. 알지? 그리고....그리고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태워 줄게. 저녁에는 동해놈이랑 은혁이랑 불러서 다같이 저녁먹자..형이 근사한거 시킬게. 응? 그래 그러자?" '응'이라는 말이 안 나와 어렵게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수현은 이를 악물고 손이 떨리는걸 참아보려 애쓰는것 같았다. 갑자기 형에게 총구를 향하게 하더니, 불이 튀었다. 탕-! 탕-! 탕-! 세번의 귀를 찢는듯한 소리에, 그제서야 "안돼!"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형은 팔로 앞을 가리고 있었다. 다행히 총알은 모두 비켜가 복도 천장이나 벽에 박혀버렸다. "김영운. 넌 내거 였잖아..네 몸도, 그 긴 머리카락도..한올도 남김없이." "......계약은 끝난걸로 아는데?" "왜, 왜 저런 작은 남자애 하나에 연연해 하는거지? 차라리, 예전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살았다면, 널 용서 할수도 있었어!!" 수현은 격하게 소리쳤다. 이미 그 아이는 절제를 잃은 것 같았다. 의찬이 멀리서 놀란듯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영운형은 잠시 눈을 감더니 조심스럽게 치켜떴다. 그리고 길게 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안쪽 주머니에서 천에 잘싸여진 뭔가를 꺼내들었다. 칼..이였다. 파란날에 소름이 돋았다. 형은 그런 날 눈치채고 아무일 없을 거라는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알아요..근데, 형..하지만.. "....!!" 사락- 형의 길게 풀어헤쳐진 머리가 한 주먹에 잡힌다 싶더니 그대로 날이 잘선 칼에 의해 잘려나갔다. 그걸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이 흘러 제대로 쳐다보질 못했다. 형의..길고 긴 머리카락들이 잘려나간다. 더러는.. 형의 손안에 더러는.. 바닥에 떨어진다. 단숨에 잘려진 머리카락은 형의 손에서 툭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길이 때문인지 무게감있게 떨어지는 소리에 그 순간까지도 멍하게 형을 바라보던 수 현이 정신이 든 것 같았다. 영운형이 칼도 바닥으로 던지며 다시 길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가진다면 가져가! 그렇지만, 정수는 안돼. 무슨일이 있어도. 난 정수를 데리고 돌아갈거다." 아마도 참 많은 시간이 흘렀을거야. 제일 처음... 깨진 여자친구 머리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긴 머리를 가진 이상한 남자라 생각을 했다. 어머니가 기르라고 해서 기른게 저 만큼이나 길어진 거라 웃으며 형은 말했다. 아마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그리고, 다시 나와 만나게 되었겠지.. 형이 나를 보며 어색하고 쑥스러운듯 시선을 제대로 못맞춘다. 알고 있나 보다... 내가 머리 잘라주기로 했던걸 어겼다는걸.. 형은 기억하는가 보다. 그래서 참 많이 쑥스럽고 미안 한가 보다. 그 만큼이나 영운형은 바보였다. "......이해...할 수 없어. 당신들을..." 수현은 총을 떨어 트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고개를 깊게 속이며..수현은 들릴듯 말듯하게 말했다. "....가. 내가 뭔가를 놓혀버린건 이번이 처음이야." "....수현아..." "젠장! 내 이름 부르지 마!" 그애가 울고 있다. 믿을 수는 없지만..납득은 할 수있는 상황이였다. 그애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고개를 깊이 숙인 채로 목메이는 소리로 다시 소리쳤다. "김영운. 어서..저 애를 데리고 꺼져줘. 가!!" 영운형이..내게 걸어왔다. 잘려나간 머리가 익숙치는 않은 얼굴이였지만. 분명 영운형의 얼굴을 하고.. 이제 세걸음...두걸음.....이제 한 발자국 후 면은.. 몸을 숙이며 나의 몸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눈물을 조금 글썽이더니 날 안으며 형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형의 손이 닿았다. 그러다 곧, 쓰러진 나의 고개를 가볍게 끌어다 쓸어주며 형은 나직하게 속삭여 주었다. "....정수야. 이제, 가야지?" 손끝에서 아릿하게 허브향과 원두향과 혼찻잎 냄새가 묘하게 믹스되어 코에 와닿았다. 뭐라고 말할수 없는기분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겨웠다. ....정수야. 이제, 가야지? 형의 목소리가 몸을 타고 울리는것 같음과 동시에 따뜻함이 확- 퍼져감을 느꼈다. 눈을 감자..그대로 모든게 빛속에 사라져 갔다. 이제, 가야지? 단지, 형의 목소리만 반복해서 귀를 웅웅 울려댔다. 서울행 기차안에서 형의 어깨에 기대고 잠이 들었다. 지나치고, 길고. 힘든 여행을 마친 순례자들 처럼 곤히 잠든 형과 나는 서로에게 뭔가를 물어볼 여유도, 뭐가를 먹거나 마시지도 못했다. 동해형이 연락을 받고 차를 가지고 왔다. 급히 날 안아들더니 '이 자식을 첨 봤을때부터 사고를 몰고 다닐줄 예상 했었다니깐!' 이라고 중얼거리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게 본심은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다. 급히 병원에서 상처들을 소독하고 치료받고, 입원하게 되었다. 심하지 않은 외상이였지만, 마약에 짧은 기간동안 과다한 양을 접하는 바람에.. 이미 내몸은 예전같이 정상은 아니였다. 다행히 종협이 아버지의 병원으로 연락을 받고 바로 옮기는 바람에, 약에 대한 조사는 피할 수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거의 졸도하실 정도로 놀라다가.. 어떻게 의사 선생님이 잘 둘러댄 말에 납득을 했는지, 금방 이해해 주셨다. (아마, 단순히 유괴(?)당한걸로 아시나 보다. 끄응..;;) 그러나..예전으로 돌아가기란 쉬운일이 아니였다. 2주동안의 치료 후 퇴원하고,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형의 집에서 한동안 지내게 되었다. "....형! 형! 제발..으흑.....!" "박정수!! 정신차려..안돼..자..진정하고.." 뒤에서 꽉껴안은 형이 억지로 날뛰는 나를 눌러 눕혀 버렸다. 약이 없으면 일분일초도 편하지가 않았다. 머리가 너무 아파 잠조차 잘수없었고, 그렇다고 수면제 조차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이렇게 한참을 형에게 안겨 흐느끼고, 애원하다가, 결국은 울다지쳐 잠들게 되길 기다렸다. 후유증은 심했으며, 그만큼 형도 나도 힘들어졌다. 식사도 하지못해 먹는 족족 올려내는 나를 일일이 닦아주며 또 더러는 입으로 씹어 먹여주며, 형은 한시도 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형!! 형!!!" 챙강!! 유리거울을 깨트리며 난 형을 미친듯이 불렀다. 잠시, 장을 보러 갔던 형은 현관에서 나의 비명을 듣고 사온 물건을 집어 던지며 뛰어 왔다. "......형..거울안에..하아...이상한게..많아..헉.." "정수야..왜 이러니..너.." "...시커멓고..일렁이는 것들이..하아..날..죽이려 했어.." 바닥에 널부러진 날 가만히 끌어다 안으며 형은 슬픈듯이 다독거려주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손발이 시려웠지만, 견뎌야 했다. 형이 아파하는 모습은..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약을 찾으며 온 집안을 뒤져 엉망으로 만드는 손을 깨물어 가며.. 형이 힘든만큼 난 더 참아내야 했다. 무참하게 많이 찔린 주사바늘 자국이 이젠 거의 사라져 가는 팔이나.. 다친 귀라든가 손가락 등이 아물어 가듯이.. 나도 점점 호전되어 가서 한달정도 후에는 어느정도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학교는 벌써 여름방학시즌이 되어 있었다. "정수야..저기...손님이 왔는데.." 머뭇거리며 영운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은 날 간호하는 동안 카페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손님이라기에 조금 의아해서 보고있던 문제집을 집어던지며 문을 주시했다. 끼익- 문이 열리며 종협이 나타났다. "......" 녀석은 잠시 날 쳐다보더니 무척 놀란 얼굴로 입을 벌리고는 아무말도 못꺼내고 서있었다. "...많이...야위였네.." 여전히 빙글웃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 다행이다. 걱정했어." "영운형한테 얘기들었어. 고마워..요즘도 잠만 자냐?" "...하하..아냐. 그리고..정수야.." 툭 하고, 뭔가가 날라오는 바람에 무의식 적으로 손을 뻗었다. ...비틀즈..씨디... "그럼, 다음 학기때 학교에서 보자..빨랑 나와! 정수 괴롭히기 일당들이 심심해 한다구, 빨리 너 끌고 오라더라." 종협은 웃으며 문을 나갔다. 자식..괜히 다 까먹었던 걸로 사람 감동 시키고 있어.. "오늘..동해랑 은혁이가 완쾌 축하 기념이라며 들이 닥친다는데.. 저녁, 먹을 수 있겠니? 갈비라도 해먹을까?" "...저기..형." 씨디를 만지작거리며 목이 메여왔다. 왜..저사람은 저렇게 까지 헌신적일까? 그게 너무나 고맙고..또 미안해서.. 또 말할수 없이 너무나 좋아서.. 가지런히 정리된 컷트머리가 형에게 의외로 잘 어울렸다. 그다지 짧은 길이는 아니였는데, 예전과는 다른의미로 형에게 어울렸다.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형의 허리를 가만히 둘러보았다. 머리에서 좋은 내음이 난다. 이젠 날이 더워서 얇게 입은 티셔츠 아래로 형의 등이 느껴졌다. "머리...." "..응?" "맑은날, 저기 베란다에서..내가 염색해 줄게요." "...하하..아직도 미련을 못버린 거니?^^" 뒤돌아 서며 형은 나의 머리를 엉클어 트리며 빙긋 웃었다. 올려다 보자..부드럽게 볼을 어루만지던 차향이 떠나지 않는 손이 가만히 턱을 들어올렸다. 형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입술이 와닿았다. 더할나위 없이 난 행복하다 딩동~ 초인종 소리에 잠시 움찔했지만, 곧 우리 두사람은 신경쓰지 않고 키스를 계속했다. 너무나 오랜만이고 따뜻한 느낌과 촉감에..두사람 다 쉽사리 떨어지지 못했다. 딩동~ 탕!탕!탕! 문을 두드리는 동해형과 은혁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봐! 문 열어!!!-0-" "남의 집에와서, 왜 그래~~ --;" "사람을 불러놓고 어딜 간거야! 어이~ 영운형~ 정수야~ 둘다 안에 있지!! 방금 그림자 보였어! 빨랑 안 열어!!" 탕!탕!탕! 소리지르는 동해형때문에 풋~ 하고 웃어버렸다. 영운형은 가만히 날 끌어안더니 '어쩌지? 이대로 끝까지 가고 싶어졌어~!' 라며 마치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해버렸다. "아악!!! 두사람 다 닭공장 그만짓고, 회떠버리기 전에 문열어!!" 동해형의 절규는 들은채 만채.. 형과 나는 유유히 다시 입을 맞췄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영운형의 말을 동해형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밖에까지 안 들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곧 조용하게 '응. 사랑해요.' 라고 속삭거리며 웃었다. 게으른 월요일.. 유달리 일어나기 힘든 학교가기싫은 월요일.. 그리고 '월요일의 오후'라는 문구가 적혀진.. 오후 늦게야 문을 여는 카페의 게으르고 잠 많은 주인이 하나. 벌써 카페창가에 놓여진 우리들의 허브들은 새 화분에서 다시 잘 자라고 있다. afternoon of monday.. '카페-월요일의 오후'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