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Copyright ⓒ 2004 by BookCosmos. All Rights Reserved. Summarized with the Permission from Publisher. 본 도서정보는 원저작자의 인가를 얻어 (주)북코스모스에서 제작하였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무단전재나 무단복제 및 전송을 금하며, 원본 도서의 출판권과 전송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컴퓨터의 발전과정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였던 23인의 성공스토리. 컴퓨터의 탄생은 그들의 무한한 꿈과 끝없는 도전으로 이루어졌다. 이 속에 녹아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오늘날의 편안한 컴퓨터 환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Toshio Hosogai 지음 / 김성훈 옮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Toshio Hosogai 지음/김성훈 옮김/이향선 감역 성안당/2005년 1월/382쪽/15,800원 ▣ 저자 Toshio Hosogai 1947년 동경에서 태어나, 1974년 시즈오카대학 이학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버로즈사(현 일본 유니시스 사)에 입사하여, 이후 25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였다. 1998년 유한회사 ‘지혜의 화’를 설립하여, 개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이용의 기획과 지도를 하고 있다. 엔드 유저인 개인의 성장이 미래의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다. ▣ 역자 김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주)경우 개발실에서 프로그램 관리 및 매뉴얼 번역. 중소기업 네트워크 구축 및 사이트 제작.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주로 IT관련 서적 번역. ▣ 감역 이향선 한국정보통신기자협회 회장.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주간. CNET Korea 미디어 총괄이사. ▣ Short Summary 이 책은 컴퓨터의 발전과정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였던 23인의 성공스토리이다. 단순한 계산기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인간의 생활 방식을 바꿔가는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의 탄생은 그들의 무한한 꿈과 끝없는 도전으로 이루어졌다. 23인의 선구자들은 예외 없이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고, 그것을 극복해 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즐거워하고,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만큼의 생명력과 빛을 내재하고 있었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항상 긍정할 수 있는 솔직함이 바탕에 있었다. 단순한 세금 계산을 쉽게 하려고 만든 찰스 배비지의 해석 기관에서, 집채만 한 진공관 컴퓨터의 완성을 위해 많은 개발자가 매달려야 했고, 고희의 나이에도 식지 않았던 제일 빠른 컴퓨터에 대한 집념, 인공 지능으로 인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열정. 이 속에 녹아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오늘날의 편안한 컴퓨터 환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차례 Chapter 1. 모든 것은 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 셈에 대한 끝없는 도전 Chapter 2. 컴퓨터 시대가 찾아왔다 - 불가능이 컴퓨터란 현실로 Chapter 3.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시작됐다 - 컴퓨터, 드디어 언어를 갖다 Chapter 4. 소프트웨어 공학을 개척하다 - 예술로 가는 프로그래밍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Toshio Hosogai 지음/김성훈 옮김/ 이향선 감역 성안당/2005년 1월/382쪽/15,800원 Chapter 1. 모든 것은 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 셈에 대한 끝없는 도전 컴퓨터 탄생의 도화선, 해석 기관의 창조자 / 찰스 배비지 찰스 배비지는 1719년 12월 26일 영국의 Debon 주 Teignmouth에서 태어났다. 호기심이 강한 소년이었던 배비지는 기계에 흥미를 보였다. 배비지는 1810년 수학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배비지는 대학 졸업 후 왕립천문학회에서 천문학상의 계산을 돕게 되었다. 그때, 천문학의 지루하고 방대한 계산을 도와주다가, 기계로 계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은 정확한 수표가 필요했다. 1823년 배비지는 차분 기관(Difference Engine - 20자리의 대수 계산용)이라 부르는 계산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기계는 유한 계차법을 사용하여, 사칙 연산뿐만 아니라 다항식의 해(解)를 구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한 계차법이란 다항식의 해를 모두 덧셈으로 구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해와 두 번째 해의 차를 구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차를 구하면, 차의 수열을 얻을 수 있다. 이 수열에 대해 또 차를 구하는 작업을 하면 또한 2차 항의 수열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해 나가면, 수열이 모두 동일한 숫자가 될 때가 온다. 그 때 맨 처음의 해와 각 수열의 최초의 수치를 알고 있다면, 몇 번째 해라도 그 수치들을 더해 나가면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이 방법은 노력은 많이 들지만 계산 자체는 단순하기 때문에 기계에게 시키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차분 기관은 연산 부분과 인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쇄 부분은 숫자밖에 인쇄할 수 없었는데, 배비지는 0에서 9까지의 숫자로 각각 3천 개, 총 3만 개의 활자를 준비해 인쇄기를 차분 기관에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발상은 그의 계산기가 단순히 ‘계산을 해서 보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계가 될 수 있음을 약속하고 있었다. 1827년에 배비지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대수표를 만들어 발표했다. 배비지의 대수표는 면밀한 크로스 체크를 하고 있어, 기존의 대수표보다 훨씬 정확했기 때문에 그 후에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의 계산기 프로젝트는 완성을 목전에 두고 중단되었다. 배비지는 1834년에 신형 계산기에 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차분 기관은 계산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단순한 기계였지만, 이번에는 범용성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 배비지의 생각이었다. 그것이 해석 기관(Analytical Engine)이다. 해석 기관의 구성은 펀치 카드에 의한 프로그램 입력, 스토어라고 불리는 기억 장치, 밀이라고 불리는 연산 장치, 카드 천공기, 인쇄장치 등의 입출력 장치가 있어, 현대의 컴퓨터 구성과 거의 동일했다. 특히 연산 장치와 기억 장치를 분리한 점과 프로그래밍이라는 발상을 도입한 것은 오늘날 높이 평가되고 있다. 찰스 배비지의 해석 기관의 내용을 20세기 컴퓨터의 태동기에 활약했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에이다 로벨라스가 쓴 해석 기관의 상세한 설명서가 현대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1833년 파티에서 만난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는 배비지의 계산 기계에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1834년 배비지는 차분 기관을 버리고, 해석 기관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1840년에 배비지는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해석 기관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 강연록이 유럽에서 출판되었을 때, 에이다는 그 강연록의 번역과 상세한 주석을 작성했다. 1848년에 출판된 에이다의 ‘배비지의 해석 기관의 고찰’은, 오늘날 해석 기관의 훌륭한 해설서로 전해지고 있다. 그 책에서는 서브루틴과 루프, 점프 같은 프로그래밍 개념의 성립이 그녀의 해설 속에 분명히 인식되어 있었다. 배비지의 해석 기관은 진공관이나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단지 배비지는 그 컴퓨터를 ‘기관(Engine)'이라고 불렀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계산 부분을 “밀”, 기억 부분을 “스토어”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로 미루어 배비지는 분명히 어떤 종류의 공장의 기능을 연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약 100년 후에 독자적으로 컴퓨터를 구상했던 앨런 튜링은 계산 부분을 “인간”으로, 무한히 긴 테이프를 이용한 기억 부분을 “인간의 기억”에 견주었다. 완전히 계산 기계를 의인화한 발상이었다. 개개인의 발상이 시대를 넘어 살아 있는 것이다. 찰스 배비지는 1871년 10월 18일에 사망했다. 그의 해석 기관은 로벨라스 부인의 상세한 해설서로 남게 되었고, 배비지 사후 약 70년 후, 몇 명의 연구자의 눈을 사로잡게 된다. 그 때가 진정한 컴퓨터 시대의 개막이었다. 노이만형 컴퓨터의 고안자 / 폰 노이만 존 폰 노이만은 1903년 12월 28일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1914년 노이만은 김나지움인 루텐에 들어갔다. 김나지움은 10~18세 사이의 우수한 소년들이 공부하는 학교이다. 노이만은 8년 간 착실히 영재 교육을 받게 되었다. 1921년 노이만은 김나지움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부다페스트 대학에 입학하여 수학을 전공했다. 1937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노이만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미국 정부의 군사 연구에 참가했다. 그런 중에 탄도 계산과 원자폭탄의 폭발을 제어하는 유체 역학 계산 등 고속의 계산기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노이만은 계산기에 흥미를 증대시켜 나갔다. 노이만은 1944년에 펜실베이니아 대학 무어 학교의 계산기 프로젝트(ENIAC)를 지휘하고 있던 하먼 골드스타인이라는 육군 중위를 만난다. 노이만은 이후 어드버이저로서 ENIAC를 자주 방문하게 된다. 노이만은 ENIAC 팀의 논의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의 두뇌는 그곳에서 곧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노이만은 1945년 「EDVAC에 관한 보고서 제1고」를 완성하였다. 그 안에는 최초로 프로그램 내장 방식 컴퓨터의 정보 처리를 설명하였다. 이 보고서는 나중에 에커트와 모클리의 특허 논쟁으로 발전되는데, 물론 프로그램 내장 방식이 노이만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내장 방식은 계산기를 만드는 데 필연적인 과정이지, “누가 생각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단, 노이만은 그 명석한 두뇌로, 복잡한 것을 간단히 표현하거나 근본 원리를 추출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계산기 노하우를 상업화하려 했던 에커트와는 달리 폰 노이만은 기계 계산의 논리화, 추상화라는 학문적 흥미밖에 없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노이만은 프린스턴의 고등 연구소에서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컴퓨터가 전후 과학 발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노이만은 컴퓨터에 관한 논문을 많이 써냈다. 1946년에는 버크스, 골드스타인과 같이「전자계산기의 논리 설계의 예비적 토론」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컴퓨터 설계의 기본이 명확히 논해져 있고, 한동안 이것이 교과서처럼 사용되었다. 노이만은 1947~48년에 골드스타인과 공저로「전자계산기를 위한 문제의 계획과 코딩」3권을 발행했다. 이것은 프로그래밍에 관한 최초의 책으로, 프로그래밍의 정의와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노이만의 프로젝트가 개발한 컴퓨터는 1952년경에 완성되었다. 이 머신의 구조는, 오늘날 컴퓨터 설계의 기본이 되고 있다. 이것이 후에 노이만형 아키텍처라고 불리게 되었다. 노이만형 아키텍처의 특징은 프로그램 내장 방식과 순차 처리 방식이다. 순차 처리란 명령을 순서대로 처리해 가는 방식이다. ENIAC는 순차 처리가 아닌 병렬 처리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고자 연구한 결과였지만, 이 점이 설계를 복잡하게 하고, 진공관의 수를 늘리고,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노이만은 이것을 좀 더 간단하게 하고자 순차 처리 방식을 제청한 것이었다. 노이만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중요시했으며,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해 나가고자 했다. 노이만은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남겼다. 또한 노이만은 일반적으로 게임 이론(게임에 참여하는 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결과적인 균형을 측정하기 위한 응용 수학의 한 분야) 창시자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1944년에 발행된 모르겐슈테른과의 공저「게임의 이론과 경제 행동」이 기점이 되고 있다. 경제학적 견지에서 게임 이론의 유용함을 보여 준 것은 이것이 최초다. 폰 노이만은 기상학, 생물학 등에도 업적을 남기고 있다. 노이만은 1957년 2월 8일 54세의 나이로 워싱턴 DC에서 암으로 죽었다. Chapter 2. 컴퓨터 시대가 찾아왔다 - 불가능이 컴퓨터란 현실로 최초의 범용 컴퓨터 ENIAC의 공동 제작자 / 프레스퍼 에커트 현대의 컴퓨터 계보를 거슬러 가다 보면 그 원점에는 ENIAC이 나타나게 된다. 본격적인 계산기를 만들려면 적어도 수천 개의 진공관이 필요했는데, ENIAC은 진공관 18,000여 개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이것을 계획하고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은 22세의 에커트와 34세의 모클리였다. ENIAC은 당시 참고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논리 회로, 계수 회로, 동기 방식, 데이터 저장 방법 등 다양한 문제들을 일일이 해결해야 했다. 아마도 수백 가지의 발명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ENIAC의 공적은 정글에 활주로를 닦았다는 것이다. ENIAC의 노하우는 무어 스쿨 렉처(알프레드 무어라는 사람의 유산을 기금으로 펜실베니아 대학에 설치한 기증 학부)에서 이어져 갔다. 그 이후로 설계자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드디어 교본이 생긴 것이다. 프레스퍼 에커트는 1919년 4월 9일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에커트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 실험, 발명 같은 것을 좋아해서 열두 살 때에는 진공관을 이용한 라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전자석으로 제어되는 모형 요트를 만들기도 했다. 무어 스쿨 재학중인 1940년에는 빔을 사용한 음향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받기도 했다. 물리학 박사 존 모클리는 계산기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전자 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무어 스쿨에 찾아왔다. 에커트와 모클리는 전자식 계산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NIAC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43년 5월이었다. 에커트는 진공관에 대해 철저한 예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압과 전류를 정격보다 아래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수명이 목표치보다도 2,500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자 회로의 기준을 만들었다. 그것들을 정리해 개발자 전원에게 ‘에커트 표준’을 지키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작업은 대규모 프로젝트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는 일에서는 중요한 것이었다. 좋은 표준은 사물을 이해하게 만들며,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여 준다. 그의 표준은 제대로 그러한 역할을 해냈다. 에커트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느긋하게 시작했던 것은 현명했다.” 에커트와 모클리는 세계 최초의 전자식 계산기를 만들었고, 세계에서 최초로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를 세웠다. 그들은 컴퓨터가 군대나 연구소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필요로 하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1946년 10월 설립된 회사의 명칭은 일렉트로닉 컨트롤이었다. 나중에 COBOL의 어머니라고 불리게 되는 머레이 호퍼는 1950년 경의 회사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에커트와 모클리는 특히 편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팀이 하나가 되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컴퓨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참신했지요. 이 사람들은 일이라고 하는 것에 얽매이는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상용 컴퓨터는 UNIVAC(the Universal Automatic Com -puter)라고 이름 붙여져 1951년에 제1호기가 완성되었다. 그 이후로 디지털 컴퓨터는 급속도로 실용기로 접어들며 화려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DEC 미니컴퓨터의 아버지 / 고든 벨 IBM으로 대표되는 메인 프레임 전성시대에 DEC는 미니컴퓨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DEC의 미니컴퓨터는 영업용 냉장고 크기를 하고 있어 실제로는 ‘미니’가 아니다. 그러나 DEC는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것을 개인적인 레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연구자들에게는 상당히 기뻐할 만한 일이었고 혁신적인 일이었다. DEC의 미니컴퓨터는 그 용도로 보면 개인용 컴퓨터의 선구자인 셈이다. 사실은 UNIX도 DEC의 미니컴퓨터 PDP-7상에서 제작되었다. 1970년경 켄 톰프슨이 방구석에 굴러다니던 PDP-7에 자신의 코드를 조금씩 입력하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미니컴퓨터는 광범위한 호환성을 무기로, 일찍부터 네트워크에 강한 특성과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고든 벨은 1934년 8월 19일 미국 미주리 주 커크스빌에서 태어났다. DEC에 80번 째 사원으로 들어온 벨은 곧바로 PDP-1의 개발과 납품을 도왔다. PDP(Programmed Data Processor)는 컴퓨터란 말을 피하고 데이터 프로세서라고 이름 지었다. 고든 벨은 컴퓨터 디자이너로서 PDP와 VAX 등 DEC가 생산하는 대다수의 미니컴퓨터 디자인을 수행했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컴퓨터는 대화성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였다. 벨은 통신 장비를 개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데이터 통신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초 기술을 손에 넣었다. 1962년 발매된 PDP-4는 벨이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한 최초의 머신이 되었다. 벨의 디자인은 매우 심플했는데,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머신이었다. 1963년에 발표된 PDP-5는 PDP-4의 데이터 수집용 머신으로, 세계 최소형 12비트 컴퓨터였다. 이 PDP-5는 PDP-8로 진화해 간다. PDP-8은 12비트 CPU를 사용한 싱글 태스크 머신이며 IC 기술과 코어 메모리가 사용되었고 냉장고 크기 정도의 크기에 1만 달러를 밑도는 가격에 팔렸다. 이것은 DEC에서 처음으로 양산 체제를 이끌어 낸 미니컴퓨터였다. 빠르고 값싸며 작은 컴퓨터가 요청되던 시기에 PDP-8은 대히트 했다. 벨이 다음으로 디자인한 PDP-6은 PDP-5와는 반대로 DEC최대의 36비트 멀티프로세서 머신으로, TSS를 지원하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였다. 1964년에 발표된 이 머신은 PDP-10으로 발전한다. 1966년 벨은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멀티프로세서에 대한 연구했다. 그 연구를 기반으로 PDP-11이 탄생했다. PDP-11은 1970년에 발표된 스택 구조, 유니버스 구조를 채택한 멀티프로세싱이 가능한 본격적인 컴퓨터로서 DEC의 명성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1968년 시애틀의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텔레타이프가 설치되었다. 그 텔레타이프는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PDP-10에 전화로 연결이 가능한 것이었다. 타임 셰어링(TSS)이라는 시간을 빌려 처리하는 구조인데, 아이들에게 최첨단 기술을 체험시키려는 부모들이 비용을 부담했던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이 PDP-10과의 대화에 매료되었고, 이 때 역시 텔레타이프에 매달려 있던 상급생 폴 앨런과 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들게 된다. “처음 프로그램을 작성했던 것은 13살 때이다. 단순한 Tic-tac-toe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에 사용한 컴퓨터는 거대했으며, 사용하기 어렵고 느렸지만 최고로 매력적인 기계였다(미래로 가는 길, 빌 게이츠)." 1972년 벨은 DEC의 엔지니어링 부사장 대우로, PDP를 잇는 차기 컴퓨터 VAX(Virtual Address Extension)의 설계를 감독했다. 가상 메모리(주 기억 장치의 기억 영역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를 구현한 32비트 머신이었다. VAX는 마침 공통 사양이 합의되어 실용화된 이더넷(Ethernet)과 세트였고, 네트워크용 컴퓨터로서 한 세대를 풍미하며 1980년대 LAN 시대의 선구자가 되었다. 1977년에 VAX는 PDP시리즈를 대체하는 DEC의 주력 상품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 당시의 벨은 설계를 하는 한편, 부사장이라는 위치에서 개발 팀을 이끌어야 했는데, 리더십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던 것 같다. 벨은 PDP-11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막 입사한 한 남자를 주목했다. 나중에 Windows NT를 개발하게 되는 데이빗 커틀러였다. 벨은 커틀러의 재능을 인정하고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다. 커틀러가 이끄는 VMS 개발 팀은 2년 후에 OS를 완성시켰다. VAX-11/780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다. 빌 게이츠는 벨이 설계한 PDP를 통해 처음으로 컴퓨터란 것을 알았다. 빌 게이츠에게 있어서 벨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빌 게이츠가 세운 마이크로소프트에 고든 벨이 몸을 맡기게 된 것도, 운명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DEC 시절에 벨의 휘하에 있던 데이빗 커틀러도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로 와서 퍼스널 컴퓨터로서는 최초의 본격적인 OS인 Windows NT를 개발했다. DEC 시절에 커틀러가 독립하고 싶다고 상담하러 왔을 때, 고든 벨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며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자네의 팀을 만들게. 누구라도 필요한 사람을 데려가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좋아. 자금은 DEC가 내지. 필요한 금액을 말하면 회사가 지불할 거야.”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는 고든 벨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슈퍼컴퓨터의 아버지 / 시모어 크레이 시모어 크레이는 1925년 9월 28일 미국 위스콘신 주의 작은 마을 차페와폴스에서 태어났다. 크레이는 초등학생 시절에 사진을 현상하거나 모스 부호를 이용해 놀기도 했다. 1951년에 크레이는 ERA(1955년에는 스페리 랜드사로 바뀜)에 입사했다. 크레이는 ERA에 입사하여 컴퓨터 기초 교육을 받고, 펄스 변압기 설계 등을 담당했다. ERA는 대학을 갓 나온 이 신입 사원에게 신형 머신의 심장부, 제어 시스템의 설계를 맡겼다. 이 머신은 과학 기술 계산용인 ERA1103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크레이는 타고난 호기심과 집중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하드웨어의 회로 설계에서부터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기술자가 되었다. 1957년 컨트롤 데이터 사(CDC)로 옮긴 크레이가 그곳에서 개발한 CDC1604, CDC6600 , CDC7600은 나중에 슈퍼컴퓨터라고 불리는 분야를 일구었다. 크레이는 그 첫 단계로 CDC160이라는 12비트 미니컴퓨터를 설계했다. 이것은 나중에 I/O 프로세서의 원형이 되었고, DEC의 미니 컴퓨터 PDP5와 PDP8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CDC1604이다. 1604는 48비트의 명령 세트를 0.2MHz의 클록으로 동기화시키는 당시로서는 최고 속도의 컴퓨터였다. 진공관을 사용하지 않고 트랜지스터의 채용으로 컴퓨터의 크기가 대폭 줄었으며, 전력 소모량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1604는 1958년에 발표되어 1960년부터 출시되었다. 이때 크레이의 나이 35세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 할 나이였다. 크레이는 연달아 컴퓨터를 설계해 왔다. 그의 설계 방식은 이전의 설계도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완전히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고안해 내는 것이 크레이의 방식이었다. 그 때문에 크레이는 호환성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나 호환성은 사용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이다. 이런 상반된 입장은 크레이와 경영진 사이의 알력을 낳게 된다. 1963년 CDC는 CDC6600의 발표를 위해 연구소를 보도진에게 공개했다. 크레이가 6600과 연구소의 해설을 맡았다. 이 발표는 IBM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고, 동시에 크레이의 명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컴퓨터 시장을 수중에 넣으려던 IBM은 범용 컴퓨터 쪽으로 한층 힘을 쏟게 되었다. IBM을 굴복시킨 크레이는 ‘슈퍼컴퓨터만을 만드는 회사’인 크레이 리서치사를 1972년에 설립했다. 4년 후, 1976년에 CRAY-1이 완성되었다. CRAY-1은 배선을 가능한 한 짧게 하기 위해 C자형으로 설계했다. 레지스터를 도입하여 병렬 처리가 가능하였고, 기판은 프레온 가스로 냉각하게 되어 있었다. 기능에 비해 마이너 체인지가 용이하고, 간결한 구조였다. 간결함은 크레이가 추구한 설계 사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CRAY-2는 1985년에 완성되었다. C자형 구조이지만, 사이즈는 훨씬 줄어들었다. 크레이는 컴퓨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에 직접 손을 댔다. 크레이는 컴퓨터에 있어서 위대한 제너럴리스트였다. 크레이는 나이 50이 넘어서도 똑같은 제작 방식을 고수했다. 크레이는 기술자가 가져야 할 리더십 중 하나를 가르쳐 주고 있다. 그가 항상 제멋대로 하면서도 계속 세계 최고속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그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CDC로 회사를 옮겼을 때, 함께 일해 온 기술자들도 크레이를 따라갔다. 크레인 리서치를 설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수한 기술자들은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일할 곳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즐겁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크레이 곁에 있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하나는 팀으로서의 일체감이다. 이 일체감을 자아내는 데에는 크레이의 카리스마가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두가 쫓아온다. 그것이 크레이의 리더십이었다. 크레이가 창출한 슈퍼컴퓨터 시장은 크레이의 독무대였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반도체 업계와 속도를 위해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을 가진 슈퍼컴퓨터는 이미 장인의 기술이나 정신만으로 버틸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슈퍼컴퓨터의 존재감은 저하되었고, 연구자들은 퍼스널 컴퓨터도 수십 대를 연결하여 계산시키면 아쉬운 대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CRAY-3이 1993년에 발표되었지만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게다가 CRAY-4를 개발 중에 도산하게 되었다. 시대가 더 이상 장인의 컴퓨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시모어 크레이는 1996년 10월 5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71세의 나이에 또다시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기 직전의 사고였다. 크레이는 오직 빠른 컴퓨터를 만드는 데 걸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를 계속 만들어 낸 사나이’. 그것이 바로 시모어 크레이라는 남자이다. IBM 시스템/360의 디자이너 / 진 암달 IBM 시스템/360의 “360”은 360도 전 방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 기업들도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본격적인 상용 컴퓨터로 만든 것이 360이었다. 360은 동일 시리즈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보장함과 함께, 강력해진 오퍼레이팅 시스템인 OS/360을 장착하였고 고급 언어인 FORTRAN, COBOL, PL/1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컴퓨터의 전체적인 성격을 결정짓는 실제의 골격을 컴퓨터 아키텍처라고 하는데, 이 말을 쓰게 된 계기도 IBM의 시스템/360 프로젝트였다. 또한 오퍼레이팅 시스템이란 말도 이 프로젝트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이상으로 중요하고, 또한 그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명확해졌다. 진 암달은 1922년 11월 16일 미국에서 태어났다. 암달은 1941년 사우스 다코다 주립 대학에 입학했다. 징병으로 인해 중단됐던 학업은 1946년에 복학하면서 계속되었고, 1948년에는 물리 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위스콘 대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는 계산을 하는 데 수동 계산기와 계산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이었기 때문에, 그는 직접 컴퓨터를 만들기로 했다. 1952년 WISC라고 하는 컴퓨터가 탄생했고, 그 설계에 관한 논문으로 이론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IBM은 이 논문을 읽었다. 암달의 논문은 정열에 넘쳤고 읽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었다. IBM은 암달을 이례적인 고액의 연봉으로 영입했다. 1960년 암달은 시스템/360 설계에 종사했다. 360은 IC를 사용하였고, 8비트 어드레싱을 채용했다. 바이트라는 단위와 명칭이 이때부터 일반화되었다. 또한 메모리의 상대 어드레싱을 통해 메모리에 올려진 프로그램의 재배치를 용이하게 했다. 또한 마이크로 프로그래밍(각 명령에 대하여 어느 기본 동작을 어떤 순서로 실행하는가 하는 순서를 나타내는 것)을 최초로 채용하여, 마이크로 코드화된 ROM(마이크로 컴퓨터의 기억장치)과 마이크로 코드에 의한 에뮬레이션으로 360 이전 컴퓨터들의 소프트웨어도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시스템/360은 소프트웨어를 선택하여 과학 기술 계산부터 사무 계산까지 다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었다. 시스템/360 시리즈는 1964년에 발표되어 대히트를 쳤다. 암달은 그 공적을 평가받아 1969년에 IBM 펠로가 되었다. 그 시기에 일본에서는 히타치, 후지쓰, NEC 같은 컴퓨터 메이커가 계속 힘을 키워 가고 있었다. 후지쓰 컴퓨터의 기초를 쌓은 이케다 도시오는 암달이 IBM을 떠나기 전, 1969년에 비밀리에 암달을 만났다. 이듬해 암달은 암달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암달은 그곳에서 IBM과 호환이 되는(플러그 컴포터블한) 메인 프레임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후지쓰는 암달의 사업을 시작으로 IBM호환 기기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암달의 회사는 자금적인 면에서 고전하게 되었다. 이 때 후지쓰가 자본 참여를 하여 공동 작업을 하게 되었다. 1979년 자신의 주식 태반을 후지쓰에 매각하고 암달은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곧바로 트리로지라는 회사를 세워, IBM 호환 기기 비즈니스를 계속했다. 그 다음에는 CDS 사에서 메인 프레임 비즈니스를 하였고, 8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멈출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실로 불굴의 투혼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불멸의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암달은 지금도 달리고 있다. Chapter 3.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탄생했다 - 컴퓨터, 드디어 언어를 갖다 COBL의 어머니 / 그레이스 호퍼 현대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역사에서 여성 프로그래머는 빠질 수 없는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업계에서는 일이 지나치게 힘든 경우가 많지만 남녀 차별이란 것과는 이전부터 무관했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유능했고, 바쁠 때에는 철야도 하며, 팀의 리더로서 활약하는 모습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1950년 전후의 컴퓨터의 여명기에도 여성 프로그래머가 크게 활약했었다.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ENIAC의 프로그래머는 거의 여자였다. COBOL은 많은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이다. COBOL은 자연 언어 컴파일러인 플로매틱(Flow - Matic)을 베이스로 하여 제정되었다. 플로매틱을 만든 것은 그레이스 호퍼라는 사람이다. 컴퓨터의 여명기에 만들어진 자연 언어에 기초한 COBOL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별들 가운데서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다. 그것은 그레이스 호퍼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감성’과 그것을 실현한 신념의 발현인 것이다. 그레이스 호퍼는 1906년 12월 8일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호퍼는 어린 시절부터 수학, 특히 기하를 좋아했다. 1934년에는 예일 대학으로부터 수학 박사를 수여받았는데, 여자로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 호퍼는 여성을 위한 사관 양성학교에 들어가, 1944년에 수석으로 졸업하여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때 호퍼의 나이 37세로 신념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다. 호퍼는 하버드 대학의 선박 계산 프로젝트로 배속되었다.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ENIAC도 육군 탄도 계산 연구소의 예산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호퍼는 그곳에서 최초로 당시로서는 최신 디지털식 컴퓨터 ‘MARK-1'과 대면했다. 호퍼의 상사는 MARK-1을 설계한 하워드 에이킨이었다. 에이킨은 그녀에게 MARK-1을 한번 보여주고 곧바로 과제를 부여했다. 호퍼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기계 앞에서 철야를 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고, 아침이면 에이킨이 결과를 체크하러 왔다. 가혹한 노동환경이었지만, 이 시기의 힘들었던 경험은 호퍼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호퍼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서브루틴 라이브러리를 작성하여 자원을 모든 사람과 공유했다. 195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라이브러리의 작성이 성행했고, 그 흐름은 컴파일러 제작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호퍼는 이러한 흐름을 몇 년은 앞서 나갔다. 에커트 모클리사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호퍼는 1949년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 1952년 UNIVAC-1용으로 주로 부동 소수점 연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 컴파일러 A-O가 개발되었다. 호퍼와 그의 팀이 개발한 것이다. 단, 이 A-O가 생성한 머신 코드는 효율이 좋지 않아, 실용성이라는 점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자동적으로 머신 코드를 생성하려는 이 아이디어는 개선을 거듭하여 서서히 효율을 높여 갔다. 호퍼는 자동 프로그램이라는 발상을 계속 추구하여, 1957년 자연 언어(영어)를 기계어로 번역하는 플로매틱 컴파일러를 만들었다. 이것이 사실상 COBOL(Common Business Oriented Language)의 원리가 되는데, 그때까지 개발 혹은 발표된 컴퓨터 언어는 수학적 계산을 주체로 고안된 구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신택스가 수학적인 표현방식이다. 그에 비해 COBOL은 영문에 가까운 표현 형식을 취해 그 독자성은 두드러졌다. 그 후에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컴퓨터 언어가 개발되었지만, 모두가 수학적 표현방식을 가진 신택스를 채용하고 있다. COBOL만이 컴퓨터 언어의 세계에서 이채로운 빛을 띠고 있는 것이다. 호퍼는 수학자이지만, 얽매이지 않는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COBOL의 어머니라고 불리고 있다. 1959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사무 처리용 언어의 표준화를 위한 모임이 있었다. 호퍼를 포함한 6명의 멤버였다. 1개월 후 국방성 펜타곤에서 새로운 사무 처리용 컴퓨터 언어의 사양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COBOL의 시작이다. COBOL은 수학을 잘 못하거나 비전공자라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언어이다. 사무 계산에서 사용하는 수학 표현은 사칙 연산으로 충분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출력 양식이다. COBOL은 수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친숙해지기 쉬운 언어였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라고 불리던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는 1992년 1월 1일 취침 중에 사망했다. 장례는 해군장으로 치러졌고, 호퍼는 애리조나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UNIX의 공동 개발자, C 언어의 설계자 / 데니스 리치 데니스 리치는 1941년 9월 9일에 미국 뉴욕 주 브롱크스빌에서 태어났다. 1968년에 하버드 대학에서 응용 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리치는 그의 아버지가 근무하는 벨 연구소에 들어갔다. 마침 그 때, 연구소는 컴퓨터 OS를 만드는 거대 프로젝트(MULTICS)에 참가하고 있었다. MULTICS는 MIT의 릭라이더가 제안한 MAC 프로젝트의 일부로 계획된 멀티액세스 컴퓨터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1969년에는 MULTICS는 느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게 완성되어 있었다. 리치와 그의 동료인 켄 톰슨도 이 환경을 몹시 마음에 들어했다. 그것은 대화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TSS환경이었다. 그러나 벨 연구소는 MULTICS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이 일은 두 사람에게 자신들의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켄 톰슨은 자신들의 힘으로 시스템(OS)을 만들고자 파일 시스템의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MOLTICS 상에서 그의 파일 시스템을 상세히 시뮬레이트하는 장치를 만들거나, GE의 머신에서 동작하는 간단한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만들거나 했다. 또한 톰슨은 흥미를 가지고 “우주 여행”이라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들의 파일 시스템도 연구소 구석에 굴러다니던 구식 PDP-7에 이식되었고, 그들 그룹은 조금씩 OS로서의 체제를 정비해 갔다. 이런 작업이 1969년과 1970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들의 OS는 얼마 뒤에 UNIX라고 불리게 되는데, 입출력의 리다이렉션 등 MULTICS의 장점들을 계승하고 있었다. 톰슨과 리치는 UNIX에 MULTICS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여러 가지를 받아들였다. 트리 구조의 파일 시스템, 커맨드 인터프리터(셸), 일반화된 입출력 방법 등은 UNIX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무거워져서 메모리와 디스크의 기억 공간을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기능 등은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어느 기능을 넣고 빼는지에 대한 판단은 디자이너의 역량이고, 설계의 요체를 이룬다. 보통은 이것도 저것도 좋은 것은 무조건 넣고 보자는 식이 되기 쉽다. 그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써먹지 못할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된다. 거대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의 대부분이 이 때문이기도 하다. 리치는 MULTICS의 새로운 기능에는 매료되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거대 프로젝트가 가지는 폐해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관리 면을 충실하게 하면 할수록, 프로젝트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소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일은 전혀 걱정이 없다. UNIX는 더욱 이상적이었다. 톰슨과 리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를 만든 시모어 크레이는 개발에 관련되는 사람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했다. UNIX는 켄 톰슨 한 사람이 구상했던 파일 시스템으로부터 출발하여 극히 적은 멤버로 커널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심플하고 견고한 OS가 되었다. 톰슨은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그의 눈에 띈 언어가 BCPL이라는 언어였다. 그는 UNIX를 기술하기 위한 시스템 정의 언어로서 BCPL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BCPL(Basic CPL)은 ALGOL-60에서 나온 언어인데, 켄 톰슨은 BCPL을 발전시켜 B 언어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톰슨은 리치와 협력하여, 이 B 언어에서 NB(NewB) 언어를 거쳐 C 언어에 도달했다. “C”는 물론 “B의 다음”이라는 의미이다. B 언어는 주로 켄 톰슨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C 언어는 데니스 리치의 주도로 완성했다. 리치와 톰슨은 지금까지 어셈블러로 만든 PDP-11의 UNIX를 자신들의 언어인 C로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C는 비교적 저수준의 언어이다. 비트 연산과 메모리 어드레싱 같은 소위 기계에 의존적인 조작을 간단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퍼레이팅 시스템과 컴파일러, 기타 시스템 의존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또한 C 언어는 최소한의 신택스로 이루어진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면 입출력 기능이 언어 자체로는 없다거나 파일 엑세스용 문법조차도 없다. 이 기능들은 모두 함수의 호출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C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함수 라이브러리가 필수적이다. 표준 라이브러리는 거의 C의 일부로서 처음부터 제공되고 있었다. 이런 특징은 C 언어의 자유도를 높여 주는 결과가 되었다. 1974년, 버전 5를 계기로 UNIX에 대해 설명한 논문을 컴퓨터지에 발표하여 큰 반향을 얻었다. 이 논문은 많은 대학과 연구자들에게 읽혀졌다. 벨 연구소는 대학 같은 데서 문의가 오면, UNIX 시스템을 소스 코드를 포함해 복사비 정도의 비용으로 배포했다. UNIX는 고급 언어 C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보편성이 있어 대학 등의 교육에는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UNIX와 C는 그 후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교육에 사용되면서 독자적인 기능 추가와 변경이 이루어졌다. 특히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행해진 기능 추가는 대단했다. 빌 조이를 중심으로 한 그룹에 의해 UNIX는 VAX에 이식되었고, VAX의 기능인 가상 어드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UNIX 커널을 확장했다. 더욱이 나중에 인터넷 접속을 위한 네트워크 기능의 확장도 행해졌다. 또한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학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는 교육용 UNIX 클론 Minix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커널을 완성했다. 토발즈의 커널은 인터넷상에서 좋은 평을 얻었고,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커널을 보강했다. 이것이 현재의 Linux가 된 것이었다. C 언어는 퍼스널 컴퓨터, UNIX기, 범용기,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컴퓨터의 주요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C 언어로부터 객체 지향을 포함하는 C++가 만들어지고, 그 C++에서 제임스 고슬링에 의한 Java가 태어난다. 이 계보는 컴퓨터 언어의 주류로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니스 리치가 한 역할은 한없이 크다. 리치는 1983년에 튜링상을 수상하였고 벨 연구소의 펠로가 되었다. 현재도 벨 연구소에서 활약하고 있다. 리치는 멈추지 않는 진보를 계속하면 나중에는 언제나 즐거운 추억만이 남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JAVA의 수석 아키텍터 / 제임스 고슬링 1995년 5월 선월드 95에서 Java가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Java는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의 필수 과목이 되었다. 넷스케이프 사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의 첫 버전을 1995년 6월에 발표했다. 정말 알맞은 시기에 Java는 등장했다. 넷스케이프 사는 차기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2.0에서 Java대응을 표명하였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995년 12월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로부터 Java의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Java는 인터넷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언어가 되었다. Java는 본격적인 객체 지향 언어이면서 인터넷 시대의 컴퓨터 언어로 여겨지고 있다. 제임스 고슬링은 1956년 3월 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태어났다. 고슬링은 캘거리 대학에 입학해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에 만들어진 PASCAL 컴파일러를 수정하여 Pyxis라고 이름 붙인 개량판 PASCAL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MULTICS 시스템 상에서 PASCAL을 작동하게 했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고슬링은 프로그램 언어와 컴파일러를 만드는 방법 같은 노하우를 학습할 수 있었다. 고슬링은 1983년에 컴퓨터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84년에 빌 조이의 권유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 들어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Sun은 스텐포드 대학에서 개발된 SUN(Stanford University Network)에서 유래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스탠포드 대학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1982년에 설립되었다. 설립에 참가했던 4명중에는 버클리 버전 UNIX를 작성한 빌 조이도 있었다. 이 시기의 컴퓨터는 8인치 디스켓과 16KB 메모리를 사용했고 하드 디스크도 없었다. 컴퓨터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책상 위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고급 기계는 아직 없었던 것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바로 여기에서 자신들이 도전할 곳을 찾아냈다. 선은 기술 주도적인 엔지니어 취향의 기업으로 성장해 간다. UNIX를 중심으로 한 오픈 시스템을 지향하고, 나중에 RISC 아키텍처를 채용한 SPARC 프로세서를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91년이 되자 선은 가전 업계를 겨냥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슬링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작고 안전한 프로그래밍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처음에는 객체 지향 프로그램 언어 C++를 확장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곧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고 독자적으로 새로운 언어 Oak를 만들기로 했다. 이것이 나중에 Java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가전 업계로 파고들기 위해 1992년 퍼스트퍼슨 사가 설립되었으나, 이 회사는 어이없이 분해된다. 그러나 Java가 가진 플랫폼 독립성과 작고 안전하다는 장점은 때마침 붐을 일으키고 있던 인터넷에 적합한 것이었다. Java는 초창기 객체 지향 언어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C++를 기반으로 하여 작성되었다. C++는 객체 지향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좋았다. 고슬링은 C++의 이런 점을 마음에 들어 했고, 성능의 우수성을 계승하고자 했다. 하지만 고슬링은 답습하지 말아야 할 특성들은 조심스럽게 제외시켰다. 기능에 무엇을 추가하고, 무엇을 제외시킬지는 설계자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인데, 이 작업을 거쳐야 언어의 성격이 명확해진다. 고슬링의 정책은 이해하기 쉽고, 오류가 없으며, 게다가 안전한 프로그래밍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고슬링의 체에 걸러지면서 Java가 탄생한 것이다. Java는 개발 초기에는 Oak라고 불렸지만, 상표 등록 단계에서 이미 Oak가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Java로 변경되었다. Java 컴파일러는 바이트 코드라고 불리는 중간 코드를 생성한다. 그것을 각각의 하드웨어 환경용으로 설계된 Java 인터프리터가 읽어 들여 실행하는 행태를 취한다. 이런 점에서 Java 언어 자체는 어떤 하드웨어 환경이라도 동일하게 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상의 안전성도 Java의 큰 특징이다. 메모리 액세스를 컴파일러 레벨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C나 C++는 의도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자신이 관여된 메모리 영역 밖을 자유롭게 액세스할 수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시스템이 충돌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메모리 엑세스의 불안정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프로그램의 문제로 여겨왔지만, 컴파일러 레벨에서 막아야 할 문제라는 것을 시스템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의식하고 있었다. Java는 C와 같은 포인터를 가지지 않음으로써 이것을 해결했다. Java는 프로그램 상에서 영역 밖의 메모리 액세스가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다음으로 언어 레벨의 보안 기능이다. Java 의 메모리 관리는 의도적인 불안정한 메모리 엑세스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Java가 중간 코드를 생성하고, 사이에 인터프리터가 개입하여 실행 시에 코드의 타당성 체크를 병행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바이러스의 침입 등에 대해 비교적 견고하다 할 수 있다. 또한 Java는 가전제품에 내장할 프로그래밍 언어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아주 적은 메모리로 충분히 동작한다. Java는 오늘날에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확립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고슬링은 현재 선의 부회장이면서 선의 펠로로 대우받고 있다. Chapter 4. 소프트웨어 공학을 개척하다 - 예술로 가는 프로그래밍 구조화 프로그래밍을 개척한 알고리즘의 대가 / 에즈거 다이크스트라 에즈거 다이크스트라는 1930년 5월 11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태어났다. 1948년에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1951년 라이덴 대학에서 조기 졸업하고, 수학과 물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다이크스트라는 영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강사 중에는 EDSAC를 만든 모리스 윌크스가 있었다. EDSAC는 윌크스가 만든 초기의 컴퓨터로 최초의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1952년 다이크스트라는 암스테르담의 수학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수학 센터는 네덜란드의 컴퓨터 첨단기지로, 수학 센터 소장이었던 반 비엔가르덴 박사가 네덜란드의 독자적인 컴퓨터 개발을 지도하고 있었다. 다이크스트라는 비엔가르덴과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과 하드웨어의 개선을 수행했다. 다이크스트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해서 특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문제를 연결하는 논리 연산의 집합을 알고리즘이라고 하는데, 알고리즘이 실제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컴퓨터가 출현하고서부터이다. 컴퓨터는 알고리즘을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다이크스트라가 고안한 최단 경로법도 컴퓨터가 있고 나서야 실용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또한 이 시기는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의 사양 제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비엔가르덴과 다이크스트라는 이 제정 작업에 참가했다. 이 사양은 1959년 12월에 ALGOL60으로 제정되었다. 다이크스트라는 ALGOL60이 제정된 후, 동료인 존네페르트와 ALGOL 컴파일러의 제작에 착수했다. 컴파일러가 완성되자, 수학 센터에서 ALGOL의 교육코스를 개최했다. ALGOL은 지금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지만, 현재의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어떤 형태로든 ALGOL을 교본으로 삼고 있다. 특히 유명한 것이 교육용 언어인 PASCAL과 미국 국방성이 제정한 Ada, IBM의 시스템 언어 PL/1 그리고 C언어도 CPL을 통해 ALGOL과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객체 지향 언어의 원조인 Simula67은 직접 ALGOL60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ALGOL60은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이미 존재했던 FORTRAN과 LISP의 노하우를 받아들이면서, 언어 이론적으로 정연한 문법이 만들어졌다. ALGOL은 구조화 프로그래밍을 구현할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 언어가 됐다. 정말로 다이크스트라가 원한 대로 된 것이다. 다이크스트라는 알고리즘의 과제를 많이 제기하고 답을 제시했다. 프로세스의 동기 방식에 관계된 배타 제어, 세머포어, 데드락 등은 그가 제기한 것이다. 다이크스트라는 인공 지능 연구와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인공 지능 연구는 1950년대~60년대에 많은 연구자들을 매료시킨 테마였지만, 다이크스트라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유행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모든 것을 분명히 해야 하는 성격 탓에 적도 많았지만 자신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텍사스 대학 오스틴교에서 다이크스트라의 업적을 기념하여 열린 심포지움은 ‘심플함의 추구’라고 이름 붙여졌다. 그는 장래가 유망한 연구자들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다이크스트라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 명문장이다.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Only do what only you can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