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 현대 지능 개발사 작 가 : 레나 슈우도 ========================= 1.... "아..앙." 소파 위에서 아직 소년 같은 가냘픈 몸이 쾌락을 못 견디는 듯 뒤로 젖혀진다. "아아..앙..., 안....돼...엣" 어두침침한 방안의 창으로 새어 들어온 희미한 불빛을 받아, 가슴을 핥는 혀의 움직임에 교성을 지르는 옆모습이 드러난다. 본적 없는 그 옆모습의 가슴에 얼굴을 뭍고 있는, 너무나도 낯익은 뒷모습 그 다부진 어깨의 라인이 내 눈앞에서 천천히아래위로 움직이고 있다. "안 돼...아...앙..앗.." 새된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눈앞에서 펼쳐지고있는 육체의 향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앙..." 일부러 소리를 내며 가슴의 돌기를 빠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다.가냘픈 몸이 다시 활처럼 휘며 한층 더 강한 자극을 요구 하는 듯 허리를 바싹 갖다 대고 자신에게 드리워진 사내의 머리카락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얽는다. "못 기다리겠다는 건가." 킥, 하고 웃으며 고개를 든 것은 틀림없이, 타츠야 였다 환상도 꿈도 물론 영화의 한 장면도 그 무엇도 아닌 바로 타츠야 본인이 이런 한밤중에 무작정 신칸센에 뛰어들어 만나러올정도로 너무나 보고 싶었던 그가, 생전 처음보는 남자에게 미소지으며 다시 그 가슴에 얼궁을 파묻는 것을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은 타츠야의 생일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다 그런계획을 떠올리게 되었는지모르겠다. 나고야로 전근을 가있는 그에게 12시에 딱 맞춰 축하 메시지를 보낼까 하면서 십대 커플들이나 할 법한 아이디어들을 머릿속에 늘어놓다가 다음 순간, 그래 이왕 할 바에는 만나러 가자, 하고는 시각표를 뒤져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고야행 『노조미(신칸센 중 가장 비싸고 빠른 차종)』막차가 도쿄역 발 22시, 나고야에는 23시 반이 지나서 도착할 것이니,『사카에 (나고야시 나카 구의 번화가)』와 가까운 타츠야의 맨션에는 0시 반전에는 닿을 터이다. 갑자기 찾아가[축하해!]하고 말해주면 타츠야는 얼마나 놀랄까........ 근래 계속된 야근으로 축적되어있던 피로가 내 판단력을 흐려 놓았는지도 모른다. 타츠야와 자주 만난 수없게 된지 3개월이지나 답답함이 정점에 달해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침 올려다본 시계가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어, 지금 퇴근하면 노조미 막차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순간, 나는 윗도리를 손에 쥐고 일어 섰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도쿄 역으로 가서 시칸센 승강장을 향해달렸따. 출발 5분 전에 노조미에 뛰어 오른 나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슬슬 주주총회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며칠 연속으로 야근을 하게된 것이고, 그러니 내일도 절대로 쉴 수 없을 것이라는것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알고있다. 내일 정시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신칸센 첫차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노조미 막차로 가서 첫차로 돌아온다.... 타츠야의 생일을 가장 먼저 축하해주고 싶다는 그 이유하나 때문에... 얼마나 순정 가련한 행동인가 올해 서른 들이 되는 남자가 할짓이 아니지 싶어 스스로도 창피해지려던 참에 노조미가 천천히 플랫폼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평일 막차인 탓인지 차 안은 텅 비어있다. 배웅하러 나온 사람도 거의 없구나하고 생각하며 멀어져 가는 플랫폼을 우두커니 보다가 차에 타기전에 산 캔맥주를 땄다. 별 생각 없이 다시 창 밖을 바라보자 암흑속에 내 얼굴이 비쳐 보인다. 업무로 지친 듯한 그 얼굴을 본 내 가슴에 또다시 도대체 내가 무슨짓을 하고있? 란 생각이 차올랐다. 할 수 없잖아...보고 싶었으니까.. 순정파라고 비웃을 테면 비웃어라, 하고 나는 누구에게랄 것없이 변명하듯 중얼거리고 손에 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창 밖에 시선을 던지고 타츠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타츠야 스즈모토 타츠야는 내 전임 총무과장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중견 규모의 제약 메이커로 연구직으로 입사한 내가 무슨 영문인지 5년 전에 총무과로 인사이동을하게되어 타츠야 아래에 배속된 것이다. 타츠야는 창업자이자 기업주이기도 한 업계의 풍운아라 불리는 현 사장, 스즈모토 코우키치의 천척으로 당시 29세라는 젊은 나이로 총무과장 자리에있었다. 인사이동 후 인사차 간 것이 첫 대면이었는데 신약개발에관한 구체적인 지식이 있는 인재를 밑에 두고 싶었기 때문에자네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라면 그는 내개 환하게 웃음 지었다. 180이 넘는 장신에 늠름한 체격, 취미인 골프를 하면서 햇볕에 그을린 날카로운 얼굴이, 미소짓는 순간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도련님 같은 착한인상으로 바뀌었다. 그 갭에 호감을 느낀 나는 첫날부터 그에게 좋은 인상을 품었으나, 총무과에 배속된 후 얼마 안되어 끌려간 그의 맨션에서갑자기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았을때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뒤집힐 만큼 놀랐다. 충격이 가신 후 당연히 일어야 할 혐오감은 어째서인지 내안에서 싹트지 않았다. 타츠야의 잘생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나를 향한 찬사와 사람의 언어가 그의 방 창문에서 보이는 워트프론트의 야경이, 나를 취하게 했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그의 앞에서 그 마음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넌 정말로 아름다워" 처음으로 몸을 섞은 밤부터 타츠야는 몇번이고 내게 그렇게 되뇌었다. "그런 말 듣는 건 처음 입니다." "모두 속으로 생각할 뿐이라서 그래. 아름다움이란 찬미해야하는 것인데 말이지..." 타츠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연구실에서 나를 본 순간 꼭 곁에 두고 싶어져서 억지로 숙부인 사장에게 내 인사이동을 승낙하게 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부하로 삼았더니 도리어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서 못불러내겠더군..." 역효과였다며 어깨를 으쓱한 그는 그래도 교묘하게 나와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내었고 우리는 밀회를 지속했다 그로부터 5년 지금까지 남자와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던 내몸에 타츠야는 참을성 있게 [안기는 것]으로 얻을수있는 쾌락을가르쳤다. 처음에는 고통 쪽이 컸던 그와의 행위도 어느새 나를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던 쾌락의 절정으로 인도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열심히 길들인 성과다] 라고 타츠야는 짓궂게 웃었으나 그야말로 내 몸은 그의 뜻대로 [길들여지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타츠야이외의 사람과는 침대를 공유하지 않았다. 타츠야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너울거렸고 주름진 그곳은 그를 꼭 죄어 쾌락을 선사했다. 몸 위에서 그의 거칠어지는 숨결을 느끼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고 [최고야]라고 꼭 끌어안길 때마다 형언할 수없을 만큼의 행복감이 내 가슴에 흘러 넘쳤다 [혁재 아외에는 이제 할 생각이 안 들어.] 그 말을 그대로 믿을 만큼 어리지도 안았지만 단순한 립 서비스라고는 여길수 없는 농도 짙은 행위에 탐닉하는 일상속에사흘이 멀다하고 그의 맨션을 들락거리며 킹사이즈 침대위에서 끌어 안겼다. 마지막에 의식을 잃을 정도로 격렬하게 서로를 탐한 후, 땀에 젖은 그 품에서 잠이 드는 행복에 젖어있는 동안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 정신이 들어보니5년의 세월이 흘러가 있었다. 5년 그 긴 시간을 그와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것을 3개월전 갑자기 그가 나고야 지사에 전근을가게 된때였다. 이전근이 없었다면 나는 그와의 행복한 시간에 언젠가 [끝]이 온다는 사실을 영원히 알아차리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나고야에 대한 지원 조치라는군." 불만스럽게 입을 비쭉거리는 그에게 전근을 명한 것은 숙부인 사장인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타츠야가....." "낸들 알겠어. 말도 안되는 낙향이야" "그런........." "하지만 뭐. 네게 후임을 맡기게 된건 잘됐어." 타츠야는 문득 미소를 지으며 놀라는 내게 이마를 맞대었다. "뭐?" "혁재 총모 과장이 탄생한 거야. 혁재에게 뒤를 물려주게 되어서 다행이야" 빙긋 웃으면서 내 어깨를 끌어안는 타츠야에게 나는[난 못해]라고 당황하며 고래를 옆으로 흔들었다. "왜?" "다른 과장은 모두 35세 이상이잖아. 나는 아직 서른 둘이고, 총무 쪽 경험도 지금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짧고.." 총무부 같은 섹션에서는 인사 이동이 거의 없다. 입사 이후계속 총무 일만을 해온 관리직이 널려있는데 관리직 중 최연소인 내가 후임 과장이 되면 그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수없으니 당황한 것이었건만, 타츠야는 그런 나의 불안을 웃어넘겼다. "나도 과장이 됐을 때 스물 아홉이었어." "그거야 타츠야는...." 사장의 친척이니까 라고 말하려던 나는 당황하여 입을 다물었다.그가 연줄로 과장이 됐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타츠야는 말문이 막힌 내가 하려던 말을 민감하게 알아차린듯. "뭐 나야 어찌 됐든 회사에[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서 너로 정했다고 숙부님께서 말씀하셨는 걸?" 하고 환하게 웃고는 알았지?하고 다시 이마를 맛대온다. "말도 안돼" "안돼지 않아 그만큼 기대받고 있는거라구 열심히해" 빙긋 웃으며 입숭를 겹쳐왔다. 나를 밀어주려는 그의 마음은 기뻤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다는 사실에 대한 외로움은 감출수가 없어서 나도모르게 셔츠 바람의 그의 등을 꽉 움켜쥐었다 "이봐, 신임 과장님 정신 차리시게" 놀리는 듯한 어조로 타츠야가 내 등을 세게 친다. "...그만해" "그런 표정짓지마" 타츠야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떤 표정?" "다 큰 남자가 금방이라도 울을믕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어서야 되겠어?" 아하하, 하고 작위적으로 들릴 정도로 호쾌하게 웃은 타츠야가 다시 내 등을 두드렸다. "말도 안돼" "뭐 나고야와 도쿄 정도야 신칸센으로 1시간 반 거리야 여벌열쇠를 줄테니까 놀러와, 나도 네집에 찾아갈테니까" 그렇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인 타츠야의 얼굴도 어딘가 쓸쓸하게 보였던 것은 단지 내가느끼는 쓸쓸함을 멋대로 그의표정에 오버랩시킨 탓이었을까. 덜컹,하고 큰 소리가 난 다음순가, 신칸센은 터널에 진입했다. 시계를 보자 오후 22시 30분, 아프로 1시간 반이면타츠야가 서른 여섯이 된다. - 생일 축하해 문을 연순간 그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놀랄까, 하고 나는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둔 키홀더를 옷 위에서 누르며무의식중에 미소짓고 있었다. 그에게서 받은 이 스페어 키를 쓰는 것은 2번째이다. 나고야에 부임한 뒤 첫 번째 일요일에 놀러간 이후 서로가 바빠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만날 수도 없었다. 거의 3개월만에 보는 내게 그리고 나의 [Happy Birthday]에 놀라는 타츠야의 얼굴을 빨리 보고 싶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미소짓고 있던 나는 그를 놀라게하기는 커녕 하늘땅이 뒤집힐 정도의 충격에 휩싸이게될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 한 채, 암흑 속을 질주하는 신칸센의 진동에 몸을 맡기고 곧 있을 재회를 기다리면 혼자서 가슴을두근대고 있었다. 노조미는 정시에 나고야에 도착했고 신칸센의 아침첫차 시각을 확인한 나는 택시로 사카에에 있는 타츠야의 맨션으로향했다. 운전수는 가벼운 복장의 나를 보고 맨션의 주인으로 여긴 듯하다. "손님 좋은 곳에 사시네요" 진심으로 부럽다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뻥 뚫린 도로를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준 덕분에 10분도 되지 않아 나는 타츠야의 맨션 앞에 내릴수 있었다. 자동잠금장치가 되어있는 1츠으이 로비문을 열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도쿄 워터프론트에 자리 잡은 맨션 중에서도 일부러 최상층을 선택한 타츠야답게 나고야에서의 주거지도 15층 높이의 이 산뜻한 맨션의 최상층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막다른 곳에 있는 그의 집앞에 섰다. "...." 막상 초인종을 누를때가 되자 역시 느닷없이 온것이 좀 거북하진 않을까. 하고 뒤늦게 머뭇거려졌다. 놀라게 해주려고 찾아온 것인데 놀라움을 넘어 질려버리면 어떡할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 나는 한동안 문앞에 꼼짝않고 서있었다. 시계를 보자 10분 정도 후에 밤0시가 되려한다. 타츠야가 생일을 맞는 순간이다. 좋았어, 하고 나는 망설임을 떨쳐내고 인터폰에 손을 뻗었다. 모처럼 오지 않았는가,[딩동] 하고 실내에 울려 퍼지는 차임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심장 고동이 마구빨라지는 것은 이런 바보같은 행동을 타츠야가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불안뿐만 아니라, 3개월만에 그와 만날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때문이기도 했다. "뭐야, 왔어?" 눈을 가늘게 뜨며 웃는 그의 얼굴이 내 뇌리에 떠오른다. 활짝 벌린 두팔안으로 뛰어들어 그의 등을 꼭 안고 입을 맞춘다 머릿속에서 어느새 그런 시뮬레이션을 하고잇는 자신이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면서도 귀를 기울이고 응답을기다렸으나타츠야가 대답하는 기척은 없다. 혹시 아직 안돌아온건가? 무척 바쁘다고 했으니까 아직귀가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그가준 스페어 키를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집안에서 기다리자고 생각한 것이다. 타츠야가 도쿄에서 살때에도 나는 그에게 받은 열쇠로 먼저 방에들어가 나중에 돌아올 그를 위해 간단한 요리를 하거나 술을 준비한곤했었다. 술이라...그러고 본, 샴페인이라도 사올걸 그랬다, 하고나는 약간후뢰하면서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아 넣고 찰칵 문을 열었다. 현관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 두켤레가 맨 먼저 내눈에 들어왔다 "....?" 집에 있었나? 검은 신사화는 분명히 타츠야의 것이었는데 나머지 한켤레는... 사이즈도 다른 그 구두에 곁눈질하며 방으로 들어갔을때 나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인 것은 뭔가를 예감한 탓일지도 모른다. 불이 꺼져있는 거실 커튼이 젖혀져있어, 발을 들여놓자마자 나고야 거리의 근사한 야경이 내앞에 펼졌다. 그리고 동시에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 야경을 등진 창가의 소파위에서 두 남자가 얽혀있었다. 각각의 남자들의 동물적인 숨소리가 실내 구석구석으로 퍼지고있다. 내가 들어와 있는 것도 눈치 못 챌정도로 행위에열중하고있었던 것른 분명히 타츠야였다. "아....앙" 소파 위에서 타츠야의 탄탄한 몸아래에 깔려있는 아직 소년이라고 해도 될만큼 가느다란 몸이 뒤로 젖혀지고 가슴을 핥는 타츠야의 머리를 여린 팔이 꼭 끌어안는다. 헐떡이는 그 옆모습의 실루엣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진채로 그들의 행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못 기다리겠다는 건가" 킥, 하고 웃으면 고개를 든 타츠야가 다시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잡아뜯을 기세로 가슴의 돌기를 빨기시작한다. "음..., 헉..." 점차 어둠에 익숙해진 내 눈앞에서 타츠야의 팔이 몸부림치는 남자의 다리를 잡고 크게 벌리려 하고있다. 허리가 높이 들린 남자가 못기다리겠다는 듯 다급한 숨결을 뿜으며, 그 다리를 타츠야의 허리에 휘감는다. 거친 숨을내쉬며 타츠야가 몸을일으키고 자신의 수컷을 남자에게 삽입하려고 한 순간, "앗..." 문득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 상대 남자가 입구에 우두커니 서있는 내존재를 눈치채고 깜짝 놀라며 소리질렀다. "뭐야?" 타츠야는 갈라진 목소리로 내게 속삭일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그 목소리로 남자에게 묻고는 이끌리듯 내쪽에 시선을 주더니 경악에 찬 눈을크게 떴다., "....왜.." "의앗..." 남자가 [들켰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에서 였는지 타츠야의 목에 매달린다 타츠야갸 그등을끌어안듯 양팔을 두르는 것을본 순간, 나는 방에서 뛰어 나와 버렸다.. 2. 어디를 어떻게 뛰어왔는지조차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먼저 눈에 띈바의 문을 열고 위스키를 락으로 연거푸 들이켰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사실로부터 도망치려면 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계속해서 술잔을 기울였고, 얼굴도 알아볼수없는 호스티스가 친절하게 [그렇게 마셔도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물어오자 [시끄러]하고 고함쳐 쫓아냈다. 몇 잔을 마셔도 취기는 오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선명해지는 기억과 의식을 가능한 한 흩어놓고 싶어서 나는 가게에서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바텐더가 내 팔을 잡고 가게 밖으로 끌어낸 시점까짖는 어렴풋이 기억난다. 잘도 두들겨 맞지 않고 넘어갔다고 머리로는 냉정하게 느끼면서도 그대로 도로위에서 몸을 웅크린 나는, 뺨에 닿는 차가운 아스팔트의 상쾌한 촉감에 눈을 감았다. 점차 내주위에 넘치던 번화가의 떠들썩한 소음이 멀어져간다. "이봐, 괜찮아?" 누가 억지로 어깨를 잡고 흔드는 것 같았으나 이미 내 의식은 스스로 원했던 [혼돈]속으로 끌려간 상태였다 흐릿한 시야에꽤나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으나 그 다음 순간 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그대로 길바닥 에 쓰러져 잠이 든 듯 했다. 머리가 깨질것 같이 아프다.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에 위가 수축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떻게든 해줘, 하고 나는 구원을 요청하듯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향한 자신의 팔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것에 깜짝 놀라 단숨에 정신이 들었다. 몸을 일으키자 팔만이 아니라, 전신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 나체로 자고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침대 옆의 작은 불칮에 비친 방안을 둘러보고는 또 한번 흠칫놀랐다. 아무리 봐도 호텔, 그것도 평범한 호텔이 아니라 러브호텔의 방안이었다. 빨강을 기본으로 한 실내 올려다본 천정이나 벽은 전부 거울로 되어있고, 유일하게 거울이 아닌곳이 욕실과 방을 나누는 벽이었으나 그것마서 욕실안이 보이도록 유리로 되어있었다. 도대체 무슨일이일어난 걸까... 치밀어오르던 구역질도 어디론가 날려버릴 만큼의 충격에 멍하니 앉아있자니 갑자기 침대가 삐걱거린다 흠칫놀라 뒤를 돌아본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남자의 넓은 등이었다 "...." 이건, 누구야?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혀 눈만 크게 뜨고 있는데 다시 침대가 삐걱거리더니[음...]하는 신음소기가 들려온후 남자가 천천히 뒤척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내가 침대에서 뛰어내리자, 남자는다시 [음...]하며 미간을 찡그리고는 내 쪽으로 돌아누워 시트에 얼굴을 묻고 다시 새근거리지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누구인가 하고, 남자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빤히 그 얼굴을 내려다 보았으나 전혀 본적이 없는 남자였다. 아니...혹시, 내가 의식을 잃기직전에 [괜찮아?]하고 얼구을 들여다봤던 그 남자 인가? 나는 잠에 빠져있는 남자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내려다봐았다. 시트에 반쯤 가려져 있긴 하지만 분명히 그 때 말을 걸어온 남자가 틀림없는 듯했다. 의식이 가물거리는 와중에도, 배우처럼 참 잘도생겼구나 하고 생각했던그남자와, 왜 내가 러브호텔에 와있는것일까 그것도 실오라기하나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담요에 가려 하반신은 보이지 않지만 이 낯선 남자도 전라이리라는 것은 침대주위에 널려있는 옷을 봐도 알수있었다. 두 사람 다 전라에 그것도 러브호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고 하는것은 혹시 나는 이 남자와 관계를 가져버렸다는 걸까. "음........" 또 남자가 낮게 신음했나 싶더니 나를 등지고 벌렁 돌아누었다. 살짝 땀이 밴 넓은 등에 희미하게 손톱자국이 남아있다. 역시..[저질러] 버렸다는, 건가? 기억도 그런 감각도 없지만 [안 저질렀다]라고 잘라 말할자신도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술기운에 모르는여자와 물론 남자와도 잠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지금 그야말로 그상황을 체험하고있는것이다. "으음.."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지금까지보다 좀 더 큰목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켜듯이 두팔과 두다리를 침대 위에서 쭉 뻗었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바닥에 널려있던 옷을 주워들고 그대로 문을 향해달려갔다. 문앞에서 엄청나나 속도로 옷을 입고 안주머니에 지갑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후 소리나지않게 문을약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인기척이 엇는 복도에서 문을 등지고 하아. 하고 크게 숨을 토해내고 뒤늦게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필사적으로 되삼키면서 정신력으로 다리를 움직여 호텔밖으로 나왔다. 조금 걷다가 운좋게 빈택시가 지나가서 이곳이 어디인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나고야 역] 이라고 운전수에게 말하고 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역 말씀이십니까?" 운전수의 의아한 듯한 반문에, 지금 몇 시인가 싶어 시계를 보려고 팔을 들었지만 그자리에 있어야 할 손목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도처히 돌아갈 마음은 들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미터기 옆의 시계를 보니 오전 4시, 막차가 끊긴지 오래고 첫차까지는 한참 기다려야하는 어정쩡한 시간대이니 운전수가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하다. 뭐, 대기실에는들어갈수 있겠지. 아직 겨울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하면서 나는 운전수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피하려 도어에 몸을 기대고 거의아무것도안 보이는 차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옮겼다. 노조미로 나고야에 향하는동안에도 바깥은 함흑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듦과 동시에 도대체 나는여기에 무엇을 하러온건가하는 자기혐호감이 치밀어 올라 스스로도 놀랄정도로 크게 한숨을내쉬었다. "손님?" 운전수가 거울 너머로 점점더 수상하다는 시선을 보내온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뚝뚝하게 대답한 것은 단순한 화풀이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잊고 있던 타츠야에 대한기억 마치소년같은 젊은 사내와 뒤엉켜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수가 나의 그런달랠길 없는 속내 따위 알턱이 없었다. 내 건방진 응대에 화가 났는지 운전이 갑자기 난폭해진다. 또 토할것 같아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나는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차창에 눈을 돌렸다. 가로등이 뒤로 흘러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지금부터 신칸센 첫차가 뜰때까지 역에서 어떻게 시간을 죽일까 하는것도 아침부터 밀려들 오늘의 업무에 대해서도 아닌 단지 날짜가 지나 타츠야가 나이를 한살더 먹었다는 것뿐이었다. 역앞에서 멈춘 택시에서 내린 후 시간을 보낼수있을만한 찻집을 창았으나 눈에 띄지 안았다. 할수없이 나는 역 앞벤치에 앉아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여전히 머릿속은 분노로 피가 솟구칠 것 같고 머리는 깨질듯아팠지만, 두뺨에 닿는 차가운 바깥 공기에 기분도 꽤 가라앉았고 머리도 맑아졌다. 히카리(신칸센의 차종)첫차가 도쿄역 에 닿는 것은 오전 8시 반 전,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을 여유는 없을것 같았다. 샤워 정도는 하고싶은데 하고 한숨을쉰 나는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생각없는 행동을 해버렸구나 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에 다시 기가 막혀져서 한번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속에서 밤을새야한다는 점과 오늘 출근하고 나서해야할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신칸센에서 호텔을 예약해두었더라면 샤워정도는 할수있었을텐데, 하고 또 한번한숨을 쉰다음순간 자신이 무엇을 위해 나고야에 왔었는가를 기억해냈다. 호텔예약을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약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목적을제대로 수행했더라면 타츠야의 생일을 오래가만의 밀회를 그야말로 날이 샐때까지 둘이서 축하할수있었다면 애초부터 이런 고민을 할일도 없었을 터였다. 그런 사실조차 잊고있었다니 정말이지 본말전도 그차체로군. 나는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 치밀어 오르는 웃음과 함께 어깨를 떨었다. [왜...........] 놀라서 눈을 크게 뜬 타츠야의 얼굴이, [아,,,앙,,,,] 그의 탄탄한 가슴 아래에서 교성을지르던어린 남자의 목소리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타츠야의 손바닥이 희롱하던 남자의 나체는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희미한 불빛아래에서도 싱싱해 보였다. 콧날이 오뚝한 옆모습의 실루엣이 뿌리쳐도 뿌리쳐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보다 열살은 어리지 않을까, 여자도 남자도 젊은 게 낫다는것인가 타츠야도 의외로 속물이군..... 점차 복받쳐오르는 웃음을 억누를수 없게된다. 꽉 깨문 입술사이로 새어나온 웃음소리가 마치 오열같다고 느낀 순간, 얼굴을덮고 있던 오른손의 손가락 사이로 툭툭 눈말방울이 떨어져 내 무릎을 적셨다. 바보 같이 울정도의 일은 아니지 않는가, 하고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려고 손바닥으로 눈을 꽉 눌렀다. 정말 한심한 이야기이다. 애인의 변심을 눈치 못채고 멍청하게 이 나고야 촌구석까지 왔는데 정사장면까지 엿보게 되다니, 이보다 웃기는 얘기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아무리 필사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 생일 축하해 축하한다는 말조차 입에 담을 수 없었던 그의 타츠야의 예전에 내개 보여주었던 상냥한미소가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 너는 정말 아름다워. 까만 눈을가늘게 뜨고 미소지으면 똑같이 그 젊은 남자를 바라보겠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찬미하면 손바닥으로 가슴의 돌기를 스쳐 올리듯 애무하고 그긴 손가락으로 짓궂게 느껴질 정도로 공들여서 뒤쪽의 은밀한 부분을 헤집고 성난 수컷을 집어넣은 뒤 힘차게 밀어 올리기 시작하고......... 지난 5년 동안셀수 없을 정도로 둘이서 반복해온 행위를 타츠야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 남자와 나보다 열살이상은 젊어 보이는 남자와 한것이 틀림없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 않는가, 타츠야는 누가봐도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설마 근 5년 동안 자신만이 그의 상대였다고 생각한것도 아닌데....... 웃으려고 하면 할수록 눈물이 계속해서 솟아올라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의 부정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기가막히면서도 그 부정을직접 목격해버렸다는 사실에 상처 입은 자신을도처히 억누를 수가 없어 나는 언제까지고 벤치에서 고개를 숙인 채 솟아오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었다. 점차 아침의 활기로 가득해지는 이 나고야 역 앞벤치에서 눈물범벅이 된 나는 애인에게 배신 당한 슬픔만으로도 벅차서 그후에 내 앞에 나타났던낯선남자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다시 그남자를 ㄱ억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나느 한쪽 손에얼굴을 묻은 채 오열하며 어깨를 떨었다. 히카리 아침 첫차로 도쿄역에 도착한 나는 택시를 타고 회사로 직행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탓인지 총무과에 아무도 나와있지 않은 것에 안심하며 화장실에서 조문을할일이 생겼을때를 대비해 준비해둔 하얀 와이셔츠로 갈아입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얼굴은 엄청 나게 지쳐보였다. 몇 시간까지 나고야에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돈도 들었지만 체력면에서도 부담이 컸던 왕복 4시간의 이동을 되돌아보며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자리에 돌아가 PC를 키며 책상 위에 높게 쌓인 [오늘 처리해야할 서류]를 펼치며 다시 큰 한숨을 쉬었다. 한달 후면 총회. 오늘도 야근인가, 하고 이제 윈도우즈 화면이 뜬 PC에서 메일을 확인한다. "......." 신착메일 중 맨위 너무나 익숙한 이름에 내시선이 고정되었다.제목이 없는 메일의 발신자는 타츠야였다. 이제와서 무슨 말을..... 일부러 그의 메일을 외면하고 등록해놓은 닛케이(일본 경제신문)의 메일 매거진 따위를 별뜻없이 열어본다. 조금도 머리에들어오지 않는 글들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도 한심해서 나는 다시 한숨을 쉬며 신경질적으로 그 메일을 닫고는 결국 고집을 꺾고 타츠야가 보낸 메일을 열었다. [혹시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온거야? 고마워. 기뻤어.] 한 줄뿐인 메일이었다. 나는 기가 막혀 멍하니 메일이 떠있는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았으나 뒤에 인기척을 느끼고 당황해서 얼른 그 메일을 닫고 다른 메일을 열었다. 부장의 지시가 적혀있는 그 메일 화면을 앞에 두고 내안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타츠야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메일을 보낸 것일까. 내 눈앞에서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기억 안 난다는 말이 통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을텐데 그런데 한마디의 변명도 없이 잘도 [기뻤어]라는 소리를 부장의 메일을 닫고 다시 타츠야의 메일을 열고는 분노를 그대로 담아 답신을 보내려 했지만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그냥 메일을 닫았다. 그 어린 놈은 누구야? 무슨 관계지? 최근에 연락을 안 한건 그 남자때문이야?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 나약한 우는 소리 밖에는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알몸으로 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모습을 코앞에서 목격해놓고 [무슨관계]냐고 물어볼 것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자 더욱 화가 솟구친다. 나는 그에게 받은 메일을 휴지통에 버리고 그만 일을 시작하려고 눈앞의 서류를 집어들었다. [왜....] 젊은 남자 위에 올라탄 채로 멍하니 나를 뒤돌아보던 타츠야의 얼굴이 돌연 뇌리에서 재생된다. 내가 [왜] 왔는지 그 이유를 그는 스스로 알아낸 것이다, 하고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휴지통을 열어 거의 메일을 열었다. [기뻤어] 라는 글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다시 메일을 닫았다. 아까부터 메일을 열었다 닫았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 하고 자기 혐오에 빠지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일에 주위를 돌리려고 했으나 해야 할일은 산더미인데도 조금도 집중하지 못한 채 그날 하루를 보내버렸다. 슬슬 막차가 올시간, 전혀 진척되지 않은 업무를 눈앞에 두고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나고야 왕복같은 멍청한 짓을한 덕분에 점점 더 피로가 증폭되어버렸다. 오늘은 그만 집에가서 푹쉬자... 정신적인 쇼크보다 육체적인 피로를 핑계로대며 PC의 전원을 끄고 이미 사람이 없는 플로워를 나와 엘리베이터가 있는 홀로 향했다. 1층 현관은 이미 닫혀있을 시간이니 항시 열려있는 지하 1층까지 내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경비원에게 고개를 꾸벅하고 문을 나서자 매일 밤 야근을 한 덕분에 얼굴이 익은 그들은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하고 인사말을 건네 왔다. 붙임성 있는 미소로 답하며 밖으로 나간다. 달리지 않으면 막차를 놓칠것 같아 시계를 보려다가 손목시계를 어딘가에서 잃어버린것을 기억해내고 호주머니에서 꺼낸 휴대전화를 열어 시계를 보려고 한 그순간, "이제야 납시셨나. 너무 늦었잖아" 건들거리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자 눈앞에서 가드레일에 앉아았던 사내가 천천히 일어섰다. "네?" 똑바로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면 [너무 늦었잖아]라는건 나를 향한 말인듯 했으나 이런 종류의 남자가 말을 걸어올일은 전혀 없다. 이런 종류의 남자...이 오피스 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남자였다. 180이 넘는 장신에 올백머리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블랙 계열의 정장을입고 있지만 넥타이는 매지 않았고 엄청나게 번쩍거리는 아마 실크 같은 것이리라... 검은 셔츠를 탄탄한 가슴을 자랑하려는 것처럼 활짝 벌려놓은 차림은 아무리 봐도 회사원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가슴에서 빛나는목 1.5센티 정도의 금목걸이나 밤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검은 선글라스를 보면 아무래도 건전한 직업일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 하얀 에나멜 구두라도 신고있으면 그대로 [야]란 글자로 시작하는 자우업 종사자가 될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조건 반자적으로 양미간을 찡그린 내 앞에서 남자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 가로등에 비친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여어." 선글라스를 쥔 오른손을 들며 내게 미소지은 것은 어젯밤 처음 본 남자 어째선지 러브호텔 침대에서 같이 알몸으로 누워있던 놀랄정도로 잘생긴 그 남자였다. "찾아 다녔다구." 남자는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멍하니 굳어있는 내 팔을 잡았다 "저기?" 아플 정도의 힘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는 영문을 몰라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잘생긴 얼굴이었다는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자고있는 그의 얼굴과 지금 이렇게 내눈앞에있는 거의 얼굴 사이의 갭은 너무나도 컸다. 야무지고 짙은 눈썹도 오뚝한 콧날도 두툼하지만 그래도 형태가 잘잡힌 입술도 자기도 모르게 홀려버릴 것같은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을 연출하고 있었으나 유일하게 그의 눈이 그 연출을 망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눈초리가 너무나도 불랑했던것이다. 눈을 치켜뜬 것인지 눈동자가 위로 몰린 것인지 그만큼 키가 큰데도 일부러 몸을 굽히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듯이 내 얼굴을 바라보는 그는 트집을 잡는 똘마니 건달이나 야쿠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눈초리와 깡패 같은 말투에 겁을 먹어 잔뜩 움추린 내 팔을 잡은 사내는 그대로 나를 끌고 가듯이 걷기 시작했다. "무. 무슨...."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인지 몰라일단 버티고 있는 나를 그는어깨너머로 뒤돌아 보았다. "아직 사례하지 않았잖아?" "사례?" 무슨 사례냐고 물어보는 동안에도 나는 그에게 팔을 잡힌채 가드레일이 끊긴 지점에 멈춰있는 차 앞까지 끌려가 버렸다. "그래, 잔뜩 취해서 길바닥에 누워있는 너를 거둬줬는데? 설마 잊은 건가?" 자, 하고 남자가 조수석 도어를 열고 나를 안에 밀어 넣으려한다, 요즘들어 볼일이없는 정겨운 형태의 검은 Z였다. 낮은 차체에 억지로 떠밀려 타자 문이 다혔고 일어나려고 했을 때는이미 남자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에어컨 고장났으니까 창문을 열어." 싱긋 웃고 사내는 갑자기 키를 돌리고 차를 급발진 시켰다. ".....윽." 끽끽 하고 타이어 마찰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엄청난 속도가몸에 느껴졌다. 단숨에 기어를 바꾸어 차를 가속시킨 그 너무나도 난폭한 운전에 나는 조수석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창문 안 열어도 괜찮겠어?" 앞차를 무리해서 추월한 후 남자가 내쪽을 보며 웃음 짓는다. 한 쪽 입술끝을 올리며 웃는 그얼굴은 역시 아무리 뜯어봐도 건전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 같지 안았다. "....." 야쿠자에게는 반항해선 안돼...말없이 수동 핸들을 돌리고 조수석의 창문을 열자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도대체 이남자는 누구이고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운전석을 살펴보자 마침 사내도 내쪽을 보고 있었던 듯 또 빙긋 입술 끝을 올리며 웃고는 한쪽눈을 깜빡한다. "........." 의미심장한 윙크에 다시 내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어젯밤부터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체험을 하고있는 나를단정하면서도 불량스러워 보이는 그 남자 다운 얼굴이 때때로 스쳐지나가는 반대 차선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반사되어 선명하게 드러났다가는 다시 암흑속에 묻혀간다. 창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이 아플정도로 빰을 때리고 있지만 그것이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을정도로 불안함을느끼고 있는 나를 태우고 검은 페어레이디z는 수도권을질주해갔다. "자, 어디..." 드디어 차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사내가 운전하느 차는 큰거리를 우회전해 좁은 샛길로 들어갔다. 자극적인 네온 간판이 늘어서 있는 그 길을 조금달리더니 사내는 망설임없이 어느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시동을 껐다. "다 왔어" "...." 그곳은 아무리 봐도 러브호텔 주차장이었다, 장소는 신주쿠의 옛날 니혼테레비(일본의 방송국) 골프가든이 있던 자리뒷부근쯤인것 같았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곳에..... 하고 생각는데 문득 남자가 내 머리로 손을 뻗어왔다. "읏........" 뒤통수에 손이 닿았다고 느낀 강한 함이 머리를 끌어당겨 놀란 내가 고개를 뒤로 빼기도 전에 사내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쳤다. 뭐야 이거, 하고 나는 사내의 가슴을 두손으로 있는 힘껏 밀어냈지만 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숨이 막혀 열린 입술 사이로 밀고 들어온 그의 혀가 내 혀를 찾는 듯 입속을 휘젓고 다녔다. "......욱" 눈 깜짝할 사이에 내혀를 붙들어 아플 정도로 빨아들이는 그 입맞춤의 감촉에 지난 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게걸스럽게 키스를 퍼붓는 그의 등에 손톱을 세우고 매달린 것은 혹시 나..였나. 무심결에 저항하는 것도 잊고 입맞추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내상태를 눈치 챘는지 그는 살짝 눈을 뜨고 입술을 그대로 댄 채 방긋이 웃었다. "이제야 기억이 났나 보군." 사내는 입술을 떼고 속삭이자마자 운전석에서 내려 날렵한 동작으로 조수석 쪽에 와서 도어를 열었다. 또 팔을 붙잡혀 억지로 입구로 끌려간다. "잠깐..." 당황해서 버텨도 남자의 완력에는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영문도 모르는 채 나는 그 호텔의 룸 으로 끌려 들어가 침대위에 나동그라졌다. "이봐!" 갑자기 덮쳐온 남자의 가슴을 필사적으로 밀쳐내고 다가오는 입술을 피하려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제와서" 내 팔을 머리위로 잡아올린 사내가 불쾌한 듯이 입술을 일그러 뜨리며 내얼굴을 내려다본다. 불쾌한 건 이쪽이야. 하고 나는필사적으로 사내의 팔을 뿌리치려고 버둥거리면서 외쳤다. "이제와서라니 뭐가 말입니까!"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야쿠자라는 것 이상으로 남자의 힘이 무서웠다. 나보다 체격도 완력도 몇 단계는 위인 이사내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너무나 쉽게 예측할수 있었던 만큼 더욱 나는 공포에 질려 사내의 몸 아래에서 필사적으로 날뛰었다 "어젯밤 나한테 찰싹 매달렸었잔아, 잊어 버렸어?" 그러나 사내에게 내 저항은 별게 아닌듯 내 몸 위에 올라타자마자 한손으로 두팔을 움켜쥐고 양복 윗도리를 능숙하게 벗겨냈다. 이어서 넥타이를 풀고 바닥에 내려 놓더니 셔츠 앞 단추를 풀고 그대로 셔츠를 확 끌어내렸다. 마침 셔츠가 손목커프스에서 걸리자 남자는 내 양손목을 그 셔츠로 둘둘 말아 버렸다. "그만...둬" 사내의 입술이 가슴의 돌기를 범한다. 갑자기 강하게 그곳을 깨물린 아픔에 몸을 움츠리자 사내는 힐끔 내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미안하다는듯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였다. ".......윽" 그래돌 혀끝으로 굴리는 듯 가슴의 돌기를 빨아대기 시작했고 그 오싹한 자극에 다시 나의 몸은 굳어졌다. 가슴의 애무에는 원래 약하다. 타츠야와 관계를 하면서 처음으로 남자의 가슴에도 성감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행위에 빠져 지내다보니 옷 위에서 닿기만 해도 몸을 떨게 되었다. 금방 뾰족 곤두선 그것을 남자는 넘칠 정도로 정성껏 혀로 핥고 때로는 가볍게 이빨로 자근자근 애무한다. 그 때마다 흠칫 떠는 내몸위를 사내의 오른손 이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찰캉 찰캉 소리는 내며 밸트를 풀기 시작했다. 몸을 비틀 새도 없이 단번에 속옷째로 바지가 벗겨져 나갔고 맨살을 드러낸 두다리 사이에 사내의 몸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만..." 사내의 손이 내 그것을 쥐고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끝을 쓸어올렸다. 동시에 가슴의 돌기를 강하게 빨아서 무심결에 신음을 토하자 사내는 내가슴에서 얼굴을 들고 빙긋 미소 지었다. :....윽" 타액으로 반짝이는 음탕한 입술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못박혀 버렸다. "마음껏 즐기게 해줄게." 마치 넋을 잃은 듯 멍한 내 시선을 받으면서 그는 천박한 미소를 띄더니 다시 내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내며 그 돌기를 빨기 시작했다. "그...만, ...악....앗...." 한쪽 가슴을 핥으면서 다른 한쪾 가슴의 돌기는 왼손으로 꼬집듯 애무한다. 활처럼 휘는 등에 그 두터운 가슴의 무게가 실리며 사내의 오른손이 내 수컷을 쉬고 단숨에 쓸어 올렸다. "앗.....안 돼.." 금방이라도 나올것 같았지만 허리에 힘을 주고 참고 있자 사내는 다시 내 가슴에서 고개를 들고 빙긋 웃더니 불쑥 혀를 길게 내밀고 가슴의 돌기를 핥았다. "안 돼..." 생각보다 붉은 사내의 혀와 너무 빨려서 역시 생각보다 붉게 물든 내 가슴의 돌기가 눈에 들어옴 과 동시에 그의 손안에 있는던 내 분신이 움찔 튀어 올랐다. 시각에의해 이렇게 까지 자극을 받는 것에 당황할새도 없이 그의 혀가 가슴에서 배로 훑고 내려가 곧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페니스의 끝에 닿는다. ".....윽.."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그는 다시 긴혀를 불쑥 내밀고 손안에 있는 것의 끝을 핥았다. 다시 흠칫 하고 크게 맥박이 친 내 분신의 끝에서 체액이 솟구쳐 흐른다. 사내는 다분히 고의적 으로 소리를 내어 페니스를 핥고는 갑자기 그것을 입에 머금었다. "앗...." 혀가 그 끝을 감았다고는 느낀 순간 힘을 줘서 오므린 입술이 음경을 타고 내려와 내 수컷은 완전히 그의 입속에 들어가 버렸다. 다시 압박감을 실은 그의 입술이 내 음경을 타고 올라오 더니 끝의 구멍을 혀끝으로 쑤시고 들어온다. "안 돼......, 악........." 점차 입술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결국 너무나 능숙한 오랄 섹스를 견디지 못 한 나는 그의 입안에 사정을 했고 엉겁결에 비틀린 내몸을 그는 그대로 뒤집어 눕혔다. "하지마...."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벌린 순간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 새로운 자극에 절정에 달한 뒤의 나른함에 젖어있던 몸이 다시 부르르 떨려왔다. 무의식중에 무릎을 세우고 앞으로 도망치려고 한것은 흥분했을때 내가 항상 하는 버릇이었다. 주어지는 쾌감이 크면 클수록 나는 그 쾌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가식적이어서 자신을 더 흥분시키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인다고 타츠야가 웃으면서 말하고는 했는데 사실 그럴 생각은 전혀없다. 너무 심하게 흥분하는 것에 뭐라 말로 표현할수없는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처음 섹스를 한 밤부터 행위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지금까지 줄곧 바뀌지 않는 내 버릇이기도 한 그 행동에 편승하듯 사내는 네발로 기는 자세를 취한 내 허리를 잡고 높게 들어 올리더니 양쪽 둔덕을 더 크게 벌리고 꼿꼿하게 세운 혀끝을 안으로 쑤욱 삽입했다. "앗....." 주름진 부분에 그의 입술이 느껴진다. 강하게 빨아올리면서 주변을 살짝 살짝 깨무는 그 생경한 자극에 나는 다시 앞으로 도망치려고 결박된 두손을 허공에 뻗었으나 허리에 둘러진 그의 손이 내 움직임을 제압했다. 그리고 그 손은 그대로 내 페니스를 쥐고 느릿느릿 훑어 올리기시작한다. "앗...., 하악...앗......." 사내는 다시 한 손으로 뒤 쪽 입구를 벌리고는 혀 대신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타액이 듬뿍 묻어있는 그곳에 그의 손가락 두개가 한번에 들어오더니 꿀쩍 꿀쩍 소리를 내며 난폭하게 헤집는다. 속 깊숙이 후비는 그 감촉에 앞쪽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방금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딱 일어서서 정액을 뚝뚝 떨어뜨리는 내 수컷의 모습이 엎드려 있는 나의 시야에 들어와 한층더 흥분 시켰다. "악...."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흔들고있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내 등을 누르듯 덮쳐온 그가 내 귀가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순간이었다. 제정신이 듦과 동시에 뒤로 삽입된 손가락이 세개로 늘었고 이제 막 돌아온 나의 의식은 쾌락의 심연으로 다시금 곤두박질 쳤다. "안돼......, ...아아...앗." 앞뒤를 격렬하게 공격당하며 다시 내 허리는 무의식중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미 이성이 날아가 버린 내가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몸을 비비꼬면서 원했던 것은 손가락보다도 더 그곳을 만족 시켜줄 강한 힘이었다. 사정할 것 같은 감각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답답한 듯이 허리를 흔드는 내 귀가에서 사내는 다시 킥킥거리더니 상체를 일으키며 앞뒤로 열심히 움직이던 손가락을 빼냈다. "싫어...." 그의 손가락에서 해방된 나의 뒤쪽 입구가 억제할 수 없을만큼 결렬하게 꿈틀댔다 "기다려봐" 또다시 허리를 흔들자 그는 내 엉덩이를 가볍에 찰싹 때리고 지익 소리를 내며 바지 지퍼를 내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어깨 너머로 그를 돌아본 순간 아직 상의만 벗은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과 잔뜩 성이 나서 튀어나와 있는 수컷의 갭이 내 흥분을 부채질했다. "앗...." 내 시선을 느낀 그는 빙긋이 입술 끝을 올리며 웃고는 내 허리를 끌어당겨 단단한 그것을 쑥 삽입했다. 내 뒤쪽 근육은 씰룩씰룩 기다렸다는 듯이 수축했고 푹푹 찔러 들어오는 남자의 성기를 깜짝 놀랄정도로 꼭 죄었다. "물어뜯을 기세로군." 다시 내등을 내리누른 사내가 킥킥 웃으며 귀가에 속삭여온다. 귓볼에 닿는 뜨거운 숨결에 그의 가슴 아래에서 내 몸이 움찔하고 경련했다. "...윽." 동시에 다시 그의 수컷을 강하게 죄어버린듯 사내는 내 귓가에서 뭔가 참는 것 같은소릴를 낸후 "잘하는데." "앗..., 하앗..앗...앗" 뜨거운 덩어리가 내속으로 기세좋게 치고들어온다. 잔뜩곤두선 그 끝이 그를 꼭 죄며 움직이는 내벽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때마다 놀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라 나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의 허벅지가 엉덩이를 아플정도로 쳐댄다, 동시에 몸 속을 도려낼 기세로 그의 수컷이 밀려들어와 나는 결박된 양손을 꿈뜰거리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와 달라고 애원하듯 어느새 스스로 허리를 쑥 내밀고 그의 움직임을 유도 하고 있었다. "앗.., 앗....., 앗...앗..." 그는 허리에 둘렀던 한손으로 내 허리를 높이 들어 올려 내 바람대로 그 수컷을 찔러 넣으며 다른 한손으로는 내 것을 쥐었다. "악....!" 침대위에 엎어진 채 허리를 높이 들어올린 자세인 탓에 시트에 깊이 파묻힌 뺨이 격렬한 움직임 에 따라 천이 쓸려 찌릿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의 단단한 욕망이 기세 좋게 찔러오자 그 뜨거운 통증도 잊어버릴 정도의 쾌감이 온 몸을 엄습하여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토하며 그의 손안에정액을 쏟아냈다. "큭..." 거의 동시에 그도 절정에 도달한 듯 거친 숨을 내쉬며 들썩이는 가슴을 천천히 내등에 기대왔다. 살짝 체중을 실으면서 나의 땀이 밴등을 천천히 안아온다. 그대로 어깨 너머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가까이 대오는 그의 움직임에 답하는 듯 무의식 적으로 나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넘기려다 한 손이 셔츠에 돌돌 말려 묶여있는 것을 깨달은 순간 제정신이 돌아왔다. "...윽..." 나도 모르게 돌려버린 내 얼굴을 쫒아와 사내는 억지도 입을 맞춰온다. "하지....." 마, 라고 말을내뱉기 전에 내입술을 덮친 사내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자 그의 수컷이 밀려나가듯 빠졌다. "...윽" 힘이 빠진 말캉해진 것이 허벅지에 닿는 불쾌한 감촉에 미간을 찌푸린 내입술을 계속 탐하며 사내가 눈웃음쳤다. 마치 우리가 서로 쾌락을 주고 받은 [동료] 나 [공범] 이라는 식의 그 미소에 아니고 외치고 싶어하는 내입술을 그의 입술이 틀어막고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품에 안겨 이렇게나 문란해져버린 내 자신을 납득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이 사내의 기술이 뛰어났다고는 해도 남자라고는 타츠야 밖에 몰랐던 내가 이사내가 어느 정도의 테크니션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리 없지만 억지도 당한 것인데도 마지막엔 마치 내 쪽에서 원한 양 이사내와 함께 절정을 맛보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기혐오 때문에 나는 다시 그의 몸 아래깔린 채 결박된 손을 버둥거리며 몸부림 치기 시작했다. "........체면할 줄 모르는군." 간신히 입술을땐 사내가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놔줘..." "뭐 이렇게 힘이 넘치니 아직 더 할수 있을것 같은데..." 내 저항따위는 개의치 않는듯 사내는 다시 빙긋이 웃고는 손발을 버둥거리는 내 몸을 반듯이 뉘이고 그위에 올라탔다 못 일어나도록 나를 누른 채 천천히 자신이 입은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저리 비켜! 이봐!" 콧노래를 부르며 셔츠를 벗어 던지고 몸을 일으켜 바지도 벗기 시작한 사내의 몸을 꽉 묶인 두손으로 밀어내 보려고 마구 날뛰었으나 사내는, "네, 네." 하고 놀리는 것으로 밖에는 안들리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알몸이 되자 곧바로 다시 내위로 덮쳐왔다. "....윽." 가슴이 겹쳐지기 직전, 그의 목에 걸려있던 금목걸이가 내 가슴에 닿았다. 그 차가운 감촉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 것을 마치 내가 [느끼고있다]고 착각한 듯하다 "뭐, 밤은 길어. 갈 데까지 가보자구." "하지 마..." 난폭하게 덤벼들어 내 목덜미를 빨면서 사내는 있는 힘껏 버둥대는 내 두다리를 너무나 쉽게 잡아채고는 확 벌렸다. "안 돼..." 억지로 허리를 들어올리고 훤히 드러난 그곳을 찌르고 들어온 그의 수컷은 절정에 도달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이미 활력을 되찾은 상태였다. 이 엄청난 회복력에 놀랄 새도 없이 사내의 뜨거운 수컷이 다시 내안을 쑤시고 들어온다. "하지 말란....." 나의 두리리를 높이 들어올린 채 단숨에 허리를 밀고 들어오는 사내의 움직임에 내등이 크게 휘었다. 격렬한 피스톤 운동에 방금의 전의 행위로 발출된 그의 정액이 새어나와 축축하고 음탕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소리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강력한 성행위가 나를 다시 빠른 속도로 쾌락의 절정으로 몰아간다. "하앗....., 앗...앗...." 부자연스럽게 들어 올려진 허리의 아픔도잊게 할 만큼의 쾌감에 다시 고성을 질러대기 시작한 자신을 깨닫고 혐오감에 빠질 틈조차 그는 주지 않았다 그대로 나는 그의 말처럼 [갈 데까지 가서]결국 정신을 잃고 정액으로 젖은 시트 위에 쓰러져 버렸다. 몸이 돌덩이 처럼 무겁다. 목이 말랐지만 귀찮아서 팔을 들어 올리기도 싫다. 이지경이 되도록 행위에 몰두한 것이 꽤 오래간만인 것 같았다. 아니, 행위 자체가 오래간만인 건가....반쯤 잠이 덜 깬 머리로 그런 것을 생각하는 동안 점차 참을수 없을 정도로 목이 말라와서, "물...." 하고 응석부리는 목소리로 곁에 누워있는 사랑스런 등에 몸을 같다 댔다. - 뭐야, 할수 없군 쓴웃음을 지으며 내 등을 안아줘야 할 손은 아무리 기다려도 다가 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멍하니 눈을 뜨자 "자" 갑자기 생수병이 들이 밀어진 순간 나는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단번에 기억해내고 당황하여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의외로 팔팔한데." 내 눈앞에 서서 병을 내밀던 사내가 빙긋이 천박한 웃음을 띠고 내 얼굴을 내려다본다. "............" 일어남과 동시에 다시 누워지고 싶어지는 권태감이 전신을 휘감았지만 그런 말을 하고있을때가 아니다, 지금 잠이 덜깨어 타츠야로 착각하긴 했지만 내 몸을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실컷 희롱한 것은 이낯선 사내인 것이다. 도대체 이자는 뭐하는 사람이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것일까 나도 모르게 말없이 노려보고있자 그는, "자" 하고 들고있던 병을 던져주고는 그대로 내게 등을 도리고 바닥에 앉아 무언가 하기 시작했다. 사내는 이미 그 야크자 같은 정장을 말쑥이 차려입고 있었다. 새삼 가까이에서 보는 검은 정장이 의외로 고급품임을 생각하며 받은 물병을열려고 하지 않은 채 이때 처음으로 나는 손의 결박이 어느새 풀려있을을 깨달았다. 대체 그가 뭘하는걸까, 하고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려고 했을 때 돌연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 이름이 혁재야?" "뭐..." 사내의 손에는 내 명함 케이스가 들려있었다. 그는 내 옷의 주머니에있는것을 전부 꺼내 놓고 있었다. 그가 앉았는 자리 주위에는 내 지갑과 수첩, 휴대전화가 널려있었는데 그는 이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던 모양이다. "호오,[총무 과장]이라, 이렇게 젊은데" "이봐!" 그가 명함 케이스에서 빼내어 유심히 바라보고있는 나의 명함을 뺐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남자는 가볍게 몸을 피했다. "동기중에서 가장 먼저 출세한 거 아냐?" 그리고는 빙긋 웃으며 명함 케이스를 내게 툭 던졌다. "뭐..." 다시 반사적으로 그것을 잡아버린 내게 사내는. "나는 동해, 이동해라고 해, 잘부탁해.[이혁재]씨." 하고 미리 한장 빼놓은 명함을 들어 보여주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동해?" "그래. 동해, 잘 기억해둬"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명함을 안주머니에 넣고 날쌘동작으로 일어섰다. "아" "이것도 맡아둘게 다음 만날 때까지 보험삼아서" 어느 틈에 내 수첩도 손에 들고있는 것을 보고 내가 팔을 뻗기도 전에 그는 그 수첩을 안주머니에 집어 넣어 버렸다. "이봐" "돈에는 손 안댔으니까 안심해." 그럼 이만, 하고 사내는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돌리려다가 무언가 생각 난 듯 뒤돌아보고는, "잊을 뻔 했군. 이거" 하고 내쪽으로 손을 불쑥 내밀었다. "............" 그 손에 쥐어져있는 것은 내 손목시계였다. "이것 덕분에 당신과 다시 만날 수있었어 고마운 시계지." 자, 하고 사내가 시계를 던졌다. 스위스제인 그 시계는 회사설립 30주년 기념으로 사장이 전 사원에게 나눠준 것이었다. 문자판 뒤에 회사명이 새겨져있다. 이것으로 내 소재를 파악 했다는 의미일까. 이자가 내가 있는 곳을 찾아다닌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멍하니 손안의 시계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또 연락할게" 라는 사내의 목소리에 제정신이 들었다. 당황해서 고개를 들자 사내가 [그럼 , 안녕]하고 손을 들어 보이고는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이봐...!" 나는 그 뒤를 쫓아가려 했으나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눈앞의 바닥위에 내 옷과 지갑, 휴대전화등이 뒹굴고 있는 것을 보고있자니 놀라움에 가려져 있던 불안 이 내안에 밀려 들어온다.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지? 그가 들고 간 수첩에는 내 예정 뿐만 아니라 자택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혀있다.주소록에는 친구와 지인들의 주소와 이름이 적혀져있다. 저런 야쿠자 같은 사내에게 이용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는 정신력으로 몸을일으켜 그가 버려둔 내 옷가지 들 쪽으로 기어갔다. 경찰에 알릴까,하고 휴대전화에 손을 뻗은 순간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누구인지 확인도 안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아, 혁재 씨? 나야, 동해.] 방금 전 헤어진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휴대전화에서 들려오자 나는 더 놀라서, "왜,,," [깜빡 잊고 말 안했는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거야] "........." 사내의 목소리엔웃음이 섞여있었으나 낮게 억누른 그 웃음은 나에 대한 위협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회사에 알려져도 좋다면 막지 않겠지만..] "뭐.." 위협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는 커녕, 명백하게 나를 위협한 남자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전화를 끊는것도 잊고 멍하니 귀에 댄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뚜...뚜..거리는 발신음을 듣고 있었다. 정말로 그사내는 누구지? 등줄기가 오싹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있다. 계속 차가운 공기에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인 것은 물론 아니다. 지금 이순간 영문을 알수없는 세계로 휩쓸려 가버리게 될것만 같은 공포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정시에 출근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사회인으로서의 정신력의 승리라고 할 만했다. 사내가 사라진 후, 그 러브호텔 방에서 나는 한참동안일어설수도 없었다. 체력이 바닥난 몸을 질질끌고 호텔을 나온 것이 오전 4시, 택시로 코우엔지(도쿄의 지명)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 샤워를한 시점부터 내수면시간은 2시간도 되지 않았다. 정시에 출근할 수만 있어도 적어도 3시간은 잘수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3개월전, 분에 넘치는 승진 이라는 험담을 들으며 과장 자리에 오른이후, 나는 총무과에서 맨 먼저 출근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야근이 계속되는 요 며칠간의 내 수면시간은 매일 3,4시간도 안되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 으로도 상당히 무리하면서 지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침일찍 출근하는 습관을 깰 수 없었다. 딱히 일찍 출근함으로서 내 의지를 주위에 증명해 보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으로 총무과 직원들 사이에 플러스효과를 기대할 만큼 어수룩하지는 않다. 플러스 효과를 위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되는, 말하자면 마이너스 효과를 피하기 위해 아침마다 무리해서 가장 먼저 출근하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일어나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체력이 소모된 몸으로 평소처럼 오전 8시에 출근했지만, 이 날 따라 피곤한 일과가 회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9시 반전에 총무부장에게 불려가 주주총회 준비가 전혀안 되어있다고 질책을 들었다. 재작년에야 상장한 우리 회사의 총회는 올해도 파란이 예상되고 있었다. 작년에도, 얼마 안 되는 주식을 가지고 총회에 참석하여 회의를 방해하는 주주총회꾼 대책을 세우느라 타츠야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녔고 말로 다 할수 없는 고생을 했었다. 올해도 작년 수준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시를 부장에게 이미 받았었는데, 왜 아직까지 이렇게 진행이 더디냐고 부장은 나를 닦달했다. 어제 그가 보내온 메일에 내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이 그의 신경을 건디린 듯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잖아. 어쩔 셈이야? 총회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았다구!" 평소부터 부장이 나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은 점은 알고 있었다. 타츠야가 인사이동을 하면서 억지로 나를 후임에 추천한 것에 대해, 자신이 공들여 가르친 부하직원이 과장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던 부장이 엄청나게 반발했다는 얘기는 부서내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 결국 타츠야의 뜻대로 내가 과장이 되었음을 안 순간, 부장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 봤었다. 원래 타츠야가 나를 엄청나게 감싸고 돈다는 이야기는 부서 내에 소문으로 돌고 있었고 모두가 그것을 탐탁찮게 여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나마 타츠야가 있는 동안에는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없었느나, 그가 나고야로 전근을 가게 되면서 모두 손바닥을 뒤집듯 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체 저런 쓸모없는 녀석이 어째서 과장인거야."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비슷한 일은 간혹있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관리직들이었다. 타츠야가 과장이 됐을 때도 그들은 소리없이 불만을 쌓아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장의 친척인 그를 거스르려는 이는 없었고 표면상으로는 모두 타츠야의 지시에 복종하고 있었으나 상대가 나로 바뀌자 그들은 내지시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원래 내가 매일 밤 혼자 남아 야근을 하고 있는것도 그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내 지시를 무시하기 때문인 탓도 있다. 한번부장에게 상담을 해봤지만 [부하를 잘 다스리는 것이 과장의 일이다]라고 잔뜩 혼나기만 하고 끝나, 결국 나는 혼자서 계속해서 주어지는 업무에 쫓기는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사과는 그만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나 말해." 짜증난 어조로 부장이 나를 노려본다. 찌푸린 얼굴의 어딘가에 즐기고 있는 듯한 표정이 보인것은 단순히 기분탓이라고 믿고 싶다. "이번 주 안에는 해당주주의 총회를 출결을 확인하겠습니다. 총회끈에게 권리를 양도한 자가 있을 경우에는 다시 부장님께 지시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안에 말이지, 알았어." 절대무리야, 하고 혼자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쉬었다. 오늘은 목요일, 이번 주 중이라고 하면 금요일인 내일 하루 동안 전부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리스트가 작성된 주주의 수는 2백명 정도 지금부터 어떻게 그 2백명과 접촉을 해야 하나, 하고 내심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부장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돌아와 체크해야하는 주주의 리스트를 내놓고 담당을 결정한다. 반드시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예상하고 직원들에게 할당해준 다음, 내일 중에 모든 연락을 취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나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무리 입니다." 예상대로 관리직들이 차례차례 들고 일어서는 가운데 나는 그 들보다 몇배는 많은 사람을 담당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납득을 시킨 후 그 날은 그야말로 쉴틈도 없이 일했으나 업무는 지지부진했다. 이윽고 다시 막차 시간이 되었고, 오늘도 플로어에서 마지막 한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며 전기를 끄고 사무실을 나섰다. 내일 부장님께 [역시 무리였습니다.]라고 보고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맥이 풀린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밝게 인사를 해오는 경비원에게 붙임성 있게 미소짓기만 하는 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정도로 기력이 저하된 것은, 분명 정신적으로 지친 것 이외에 육체적인 피로의 원인을 제공한 지난밤의 사내에 대해 생각했다. [카마죠우 동해야, 잘부탁해.] 동해... 아무리 생각해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그도 내이름을 모르는 걸 보면 아마 안면은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창업기념시계 하나로 나를 찾아내다니 대체 그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걸까. 지하철이 덜컹 흔들리며 잔뜩 취한 회사원이 다시 온 체중을 실어 내게 기대왔다. 혀를 차면서 그의 몸을 밀쳐내고 나는 오늘은 어젯밤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필사적으로 내일 부장에게 해야할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코우엔지 역에서 걸어서 15분 이상 걸리는 곳에 있었다. 역시나 있는 대로 지쳐있는 몸에 그 거리는 도저히 무리였기 때문에, 오늘은 역에서부터 택시 신세를 지기로 했다.시계를 보자 밤 1시. 오늘도 또 한밤중에 귀가인가, 하고 한숨을 쉬며 운전수에게 돈을 지불하고 건물 벽에 설치된 계단을 무거운 다리를 질질끌며 올라갔다. 내가 살고있는 집은 2층 건물 아파트의 2층 구석에 있었다. 계단을 다 오르자 집 앞에 서성거리는 그림자를 보고 나는 흠칫 놀라 걸음을 멈췄다. 기척을 느꼈는지 길다란 그림자가 천천히 문에서 몸을 일으켜 내게 다가온다. "뭐..." "늦었잖아." 어젯밤과 같은 대사를 읊조리고 두터운 입술 끝을 올리며 웃음 지은 것은 어젯밤의 그 동해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거야? 고생이 많으시군." 마음에도 없는 듯한 소리를 늘어놓은 사내는 갑자기 내팔을 붙잡았다. "뭐, 뭡니까?" 그대로 집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버티며 그렇게 소리 지르자, "이웃 분들께 민폐잖아? 어서 집에 들어가지." 사내는 어깨 너머로 내게 윙크를 날리고는 강제로 나를 집앞까지 끌고 갔다. "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열쇠 구멍을 가리킨다. "..........." 어떻게 하나 조금도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 했던 만큼 나는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분명히 어젯밤 저자가 내 수첩을 빼앗아가긴 했지만, 설마 바로 다음 날인 오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그것도 주소를 보고 내 집을 알아내 일부러 찾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대체 이남자의 목적은 뭘까. 여기서 자물쇠를 열어도 되는걸까, 머뭇거리면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는 것을 주저하고 있자니 사내가 말했다. "그냥 억지로 여는 수도 있어."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하며 그의 팔이 내 어깨 위에 가볍게 올라왔을 때, 나는 어찌 됐든 저항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완력으로는 도처히 대적할수 없다는 점은 어젯밤 사무칠정도로 절실히 실감했다. 거스를수록 상황이 안좋아질것이고 잘하면 남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수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억지로 생각을 긍정적인 쪽으로 끌어가며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가까스로 구멍에 놓고 돌렸다. "꽤 깨끗하게 하고 사는데."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본 후 남자는 나를 내려다보며 다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깨끗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것이, 부엌하나 달랑인 좁은 집구석에서 가구라고 할만한 것은 부엌쪽에 있는 테이블과 창가에 붙은 침대하나, 그리고 싸구려 옷장과 책장이 전부다. 어지르고 싶어도 어지를 게 없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남자가 찾아온 목적을 묻고자 마음먹었다. "저기..." 조심스럽게 말을 걸며, 여전히 야쿠자 같은 차림을 한 사내를 앞에 두고 어떻게 물어봐야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을까 궁리했다. 오늘 남자의 복장은 다크 그레이정장에 하얀실크 셔츠였다. 목에는 여전히 금목걸이가 빛나고 있었고 부담스럽게 벌어진 셔츠 깃 언저리에는 선글라스가 걸려있었다. "뭐?" 그의 손이 내 나머지 팔을 붙잡는다. 마주보고 서게 되니 갑자기 그와의 거리가 확 가까워 졌다. 거북해진 나는 무심코 몸을 뒤로 뺐지만 이대로는 계속 그에게 휘둘릴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결국 없는 용기를 쥐어 짜내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용건이지죠?" 그러나 그 다음 순간 그자리에서 떠밀려 넘어졌다. "이보세...." "[무슨 용건]이냐니 참 희한한 인사말인데." 내 몸위에 걸터 앉은 사내가 느닷없이 내 다시 사이를 움켜쥐었다. "앗!" "당연히 이쪽 [용건]이지." 잘생긴 얼굴에 천박한 미소를 지은 그는 저항하는 나를 꽉누르고 바지의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마!" "왠지[이쪽]은 [하지말라]는 것 같지 않은데?" 내 페니스를 잡아 빼내 손으로 조물거리며 끝을 쓸어올린다. "헛소리..." 하지 마, 하고 그의 가슴을 밀쳐낸 손은 그대로 잡혀 내 머리 위로 쳐들렸고, 남자는 기세좋게 하던 동작을 계속 했다. "그만 해...." 남자의 몸 아래에 깔린 채 등이 활처럼 휜다. 능숙한 수음에 솟구치는 흥분을 억누르지 못 하고 고개를 떨구자, 내 시선을 쫓아오듯 그가 내얼굴을 들여다본다. "어제도 느낀 건데, 당신, 최근에 쌓여있 않아?" 빙긋 웃으며 남자는 변함 없이 교묘한 손놀림으로 나를 자극했다. "뭐...." "오늘밤도 마음껏 귀여워해 줄 테니까." 알았지, 하고 말하며 다가온 사내의 입술을 피한 순간 나는 그의 손안에 어이없이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몸이 극도로지쳐있을때에는 발기도 금방 되지만 사정도 금방한다. 나도 모르게 그런바보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싶어진것은 남자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치?" 하고 내게 미소지어왔기 때문이다. "대체 뭐가?!" 지칠대로 지친 상타에서 이런 생판 낯선 남자에게 욕구불만취급을 당한다는 사실이 결국 나를 폭발하게 했다. 야쿠자에게 반항하면 무슨 이를 당할지 모른다든가 압도적인 완력의 차는 어떻게 손을 쓸도리가 없다든지 하는 이유로 나를 억누르고 있던 이성은 어디론가 날아갔고,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사내의 가슴을 밀어내고 그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뭐가 [그치?]야!? 도대체 당신 누구야? 왜 자꾸 날 따라다니는 거지? 야쿠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왜 날 당신 맘대로 주무르는 거야!" "누구냐니, 말했잖아. 동해라고 벌서 잊은 거야?" 너무 과로한 거 아냐? 하고사내는 동해는 내가 소리를 질러대든 말든 완전히 무시하고 축 쳐진 내 성기를 꽉 쥐었다. 그것을 본 나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하지 말라고 했잖아!" 하고 혼신의 힘을 쥐어짜 그의가슴을 밀어냈다. "뭐가 어때서 그래? 여기서 만난 것도 무슨 인연이 있는거 아니겠어?" 동해의 탄탄한 몸은 내가 아무리 밀고 당겨도 꿈쩍도 않는다. 자유를 속박 당한 답답함과, 그가 희롱하기 시작한 내 수컷이 다시 단단해지는 것에 대한 초조함, 그리고 무엇보다 명백하게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있는 동해의 태도에 대한 분노로 더이상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수없을정도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여기서 만났다]니 당신이 기다린 거찮아!도대체 뭐하러왔어!?" "뭐라니, 그거야." 싱긋 웃는 그가 다시 페니스를 꽉 쥐어온다. "알잖아?" "헛소리 집어치워!" 그에 대한 공포보다 분노가 더 커져서 말투도 어느세 상당히 거칠어졌음을 나는 깨닫지 못했다. "남자랑 하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해! 나는 생판 처음보는 남자하고 하는 취미는 없다구!" "이제 안면 텄잖아?" "그런뜻이 아니잖아!" 갖고 노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 그의 응대에 나의 분노는 한층 더끓어 올랐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잘 생각은 없다는 말이야!" "그래? 꽤나 순정파시네."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내 눈앞에서 동해는 하하하,하고 큰 소리로 웃더니,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장난 스런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열굴을 내 쪽으로 들이 민다. "뭐가 마찬가지라는 거야! 이거 놔!" 그대로 입술을 빼앗길 것 같아 필사적으로 고래를 돌린 내 귓가에서 그가 낮게 속삭인다. "그럼 당신이[사랑하는]남자는 요즘 뭐 하는데." "...윽" 사랑하는 사람...동해의 말을 들은 순간, 타츠야의 얼굴과 동시에 그가 [한]짓도 떠올려버린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동해가 고개를 돌린 내 얼굴 앞으로 바싹 다가와 들여다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 꽤 오랫동안 안 한거 아냐? 그래서 어젯밤도 그렇게..." "시끄러!" 큭, 하는 그의 웃음소리와 타츠야에게 안겨있던 젊은 사내의 신음소리가 오버랩되었다. 가슴속에서 참을 수없는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격정에 사로잡힌 채 남자를 노려보며, "네가 무슨 상관이야!?" 하고 소리 지른 순간 뚝뚝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나는 다시 말이 막혀 버렸다. "뭐..." 갑작스런 눈물에 본인인 나도 놀랐으나, 동해도 많이 놀란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말을잊은 그의 손이 약간 풀어진 것을 느낀 나는 그의 가슴을 밀치고 몸을 일으켰다. 일어남과 동시에 다시 억누를 수 없는 눈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이봐...?" 당혹스런 목소리르 내며 동해가 내 어깨를 잡았다. "놔"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치밀어 오르는 오열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을 흔들었으나 동해는 강제롤 나의 양어깨를 잡더니, "왜 그래?" 하고 뒤에서 내몸을 안고 귓가에서 속삭였다. "...읏." 놓으라고 말하고 싶은데 역시 말은나오지 않았다. 아무말도 없이 세차게 고개를 젓는 나를 동해는 억지로 끌어안으며, "왜그래?" 하고 같은 말을 속삭였다. "......" 동해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따듯한 숨결이 귓불에 닿자, 가슴속에 뭐라 말할수 없는 감각이 퍼졌다. 왠지 정겨운 이느낌,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다래주는 이 감각은 예전에도 느낀적이있다. 어디였을까 등에서 전해저오는 그의 따뜻한 체온도, 강한 힘을 무리하게 어필하지않는 그의 팔도, 뭐랄까 전부가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있는듯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득 나는 그런 착각에 빠져 버렸다. [부드럽다] 지금까지 그에게 당한 짓을 생각하면 그런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말도 안되는데,멈추지 않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니끼며 울고 있는 내 몸을 꼭 끌어안은 그의 팔은, [부드럽다] 는 단어 이외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울지마." 나직하게 속삭이는 허스키 보이스도 너무나 상냥하게 들려와, 어느새 나는 완전히 그의 팔에 몸을 맡긴 채 때때로 그가 귓볼에 그리고 내 뺨에 입술을대는 것을 피하지도 않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응?" 동해의 손이 내뺨위에 포개지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게 했다. 그대로 입술이 겹쳐진 순간에도 나는 저항다운 저항을 하지 않은 채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감아오는 혀를 내혀로 감싸고 있었다. 입맞춤을 나무며 동해가 하나하나 내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대로 셔츠를 벗기고 속에 입고 있던 T셔츠도 벗겨낸 후 그는 나를 안아들고 침대로 옮겼다. 너무 운 나머지 멍해진 머리는 그가 내 바지를 속옷째 벗겼을 때도, 옷을 벗은 그가 내위로 덮쳐왔을때도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가 나를 내려다 보며, "잊게 해줄게." 라고 미소지었을때는 왠지 솟아오르는 눈물을 억누를 수가 없어 눈을 감아버렸다. 동해의 입술이 천천히 내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내려간다. 가슴의 돌기를 ,마치 위로하듯 애무하는 그 손바닥의 감촉에 허리를 비틀었을 때, 내 뇌리에 어딘가에서 가슴에 이와 똑같은 손길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괜찮아?] 잔뜩 취해 잠들어버린 나고야 거리에서 말을 걸어준 남자의 목소리 그후 억누를 수없는 감정을 토해내는 나를 끌어안아준것은 이 힘세고 상냥한 팔이 아니었던가. "....앗..." 동해가 내 가슴의 돌기를 강하게 빨다가 가볍게 이빨로 깨물었다. 막 재생된 기억의 이미지가 강렬한 자극에 안개처럼 흩어지려해서,그것을 쫓으려는 듯 뻗은 손을 동해의 손이 꽉 쥐었다. "....앗.., 하앗...." 그의 입술이, 혀가, 내 가슴을 핥고 나머지 한손이 내 수컷을 희롱한다. 첨차 쾌락의 정점에 내몰리는 것에 상쾌함마저 느끼며 나는 무의식중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을 꼭쥐고 이윽고 그몸 아래에서 높게 교성을 질러댔다. 꿈을 꾸고 있었다. 타츠야의 품에 안겨있는 꿈이었다. 행위로 지친 몸을 그에게 기대고 꿈속인데도 꾸벅 꾸벅 졸고있는 이상한 꿈이었다. 타츠야가 땀에 젖어 뺨에 들러붙은 내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쓸어 넘겨주고 입을 맞춘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행복한 기분에 젖어 마치 고양이처럼 목을 그렁댄 내 귓가에서 타츠야는 생긋 웃으며 속삭였다. - 생일 축하하러 와준 거야? 고마워. 그 말은 분명히, 어제 도착한 메일 속 문장 그대로가 아닌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참을 수 없어진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버둥 거렸---. "이봐? 왜 그래? 이봐?" 가볍게 뺨을 맞고 눈이 번쩍 떠졌다. 동시에 땀이 다 마르지 않은 그의 가슴에 내 가슴에 닿아았는것을 느끼고 당황하여 고개를 들자, 걱정스럽게 나를 내려다보는 그- 동해와 눈이 마주쳤다. "...엣?" 어째서 이 남자가 여기에 있는지 하는 의문이 떠오름과 동시에 그 답도 머리에 떠올라, 나는 정신을 차린 듯 꿈속에서처럼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었다. "뭐야, 아직 잠이 덜 깬 거야?" 질렸다는 목소리로 동해가 나를 끌어안는다. 잠이 덜 깬것은 그를 호락호락 받아들인 조금 전까지의 나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혼란스러워하며 바둥거리는 내게, "알았어. 알았어." 하고 동해는 다시 질린 표정을 지으며, 그제야 손을 풀어 주었다. 허둥지둥 일어나서 지금까지 덮고 있던 시트를 끌어당겨 몸을 가리고,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누운 자세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동해를 바라본 나는 여전히 안돌아가는 머리로, "어, 어째서...."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해버렸다. 동해는 더더욱 질렸다는 얼굴이 되었으나 마지막엔 후우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동정 섞인 목소리로 [너 정말로 지쳐있구나]하고 말했다. 그리고 영차 하고 몸을 일으키더니 내쪽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댄다. "뭐..." "잊어버린거야? 상처입고 엉엉 우는 당신을 부드럽게 안아주고 내친김에 약간 몸도 달래주고, 덤으로 자장가까지 불러줘서 편하게 자게 해준....나를 말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는 한쪽 눈을 찡긋 감는 사내를 앞에 두고,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의 말대로다. 흥분해서 그에게 바득바득 대들다가 왠지 모르게 펑펑 울음을 터뜨린 것은 분명히 나였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위로의 말을 속삭이며 꼭 안아준 것은 분명히, 눈앞에 있는 이남자 -동해라는 이름의 신원을 알수없는 이 자였다. "달래기의 프로라고 불러 줘." 알았지, 하고 미소지으며 그가 내게 더 바싹 얼굴을 들이댄다. 무심결에 뒤로 물러나며 그를 째려보자, 동해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픽 웃고는,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지쳐있다면 자는 게 어때? 내일도 일찍 출근해야하잖아?" 하고 먼저 뒤돌아 누우면서, 크게 하품을 했다. "....." 자든 뭘 하든 이건 내 침대가 아닌가. 어이가 없어진 나는 시트를 끌어안은 채, 잠 잘 자세를 잡는 사내를 빤히 바라보고 이었지만, "또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하고 남자가 어깨너머로 뒤돌아보며 물어와서, "됐습니다." 라고 즉시 대답했다. "언제든 말해, 노래는 내 특기 중의 특기니까." 농담처럼 그렇게 말한 후 사내는 [잘자]하면서 그대로 베개에 머리를 묻고 잠을 청한다. "저기....." 이미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 규칙적으로 그의 어깨가 오르락 내리락한다. 벌써 잠이 든 걸까, 하고 기가막히면서도 정체를 알수없는 사내와 한 침대에 자는 것도 그렇고 해서 나는 이불을 안은채 바닥으로 내려왔다. "......" 곰곰이 생각해보니 왜 집주인인 내가 바닥 신세이고, 그가 침대를 차지해야하는가 싶기도했으나, 깨우기도 귀찮아 나는 바닥을 뒹구는 속옷와 티셔츠를 집어 입고는, 이불을 몸에 휘감았다. 금방 잠이 쏟아진 것은 사내의 말대로 지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자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에는 이미 반쯤 잠에 빠져들었다. 이런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내를 집에서 재워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싹트기도 전에 나는 잠이라는 심연에 가라앉아 꿈도 안꾸고 아침까지 숙면을 취했다. 밝다. 그리고 왜 이렇게 몸 여기저기가 뻣뻣하고 아플까. 살짝 눈을 떠보았다. 익숙한 천장이 평소보다 높게 보이는 것에 의아해하다가 자신이 바닥에서 자고 있던 사실을 깨닫고 당황해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어젯밤은 그 [동해]라는 이름의 댄 사내가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와서, 그리고.... 옆의 침대를 보니 이미 텅 비어있다. 놀랄 새도 없이 화장실에서 샤워소리가 들려, 그 사내가 어디있는지 알게되었다. 방의 시계를 보니 6시 정각을 가리키고있다. 남을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저런 분위기의 인간이 이렇게 일찍일어나다니 참 의외라고 잠에서 막깬 멍한 머리로 그런 아무래도 좋을 일을생각하는 사이 샤워소리가그쳤다. 욕실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동해가 문 너머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저기, 타월 좀." "아"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온 그가 바닥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당황한 나는 수납장에서 목욕 타월을 꺼내어 사내를 향해 던졌다. "고마워" 빙긋 웃으며 수건을 받아든 그는, 우선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낸 다음 전신을닦기 시작했다. 그 깎아놓은 듯 근육이 잡힌 멋진 체구가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몇살인지는 알수 없지만, 서른은넘지 않았나 싶다. 그 나이에 군살하나 없는 이런체형을 유지 하려면 얼마나 몸을 단련하고 있다는걸까. 어쩌면 스포츠를 생업으로 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했는 데, 그가 파을 올리고 내릴때마다 단련된 팔뚝 근육이 보기 좋게 불거져 나왔다가 다시 피부속 에 들어가는 모습은, 뭐랄까 정말로 그림 같아서 무심결에 나는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색골." 갑자기 고개를 들고 동해가 나를 보며 웃었다. "누가 색골이라는 거야?" 무심코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은 그의 알몸을 넔을 잃고 바라본 것을 들킨 것이 창피해서였는데, 사내는 그 정도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내 곁에 다가와, "이혁재 씨, 당신 말이야." 하고 내게 다쓴 타월을 툭 던졌다. "뭐라고..." 실례잖아, 하고 소리지른 내 눈앞에서 사내는 재빠르게 벗어 놓은 자신의 옷을 입었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 봐도 사내의 복장은 도저히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않아서, 도대체 무슨일을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그러고 보니 혁재씨 말이야, 스즈모토 제약의 총무과장이었지." 셔츠를 걸치며 사내가 내쪽을 뒤돌아보고 빙긋 웃었다. "....뭐?"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 눈은 뭐라 할수 없는 빛을 띄우고 그래, 마치 맹금류의 눈처럼 날카롭게 나를 꿰뚫어보고있다. "총무라면 회사의 중추에 있다는 거네?" 바지에 셔츠자락을 집어넣으며 그가 다시 어깨너머로 나를 뒤돌아본다. 이 남자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어째서 좀더 빨리 알아내지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엄습한다. 대체 그는...동해라고 이름을 댄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내게 접근한 것일까. 뻣뻣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내게 사내는 의미심장한 윙크를 했다. "안색이 안 좋은데. 바닥에서 자니까 그렇잖아?" 옷을 다 입은 후 동해는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던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대로 팔을 잡혀 일으켜 세움과 동시에 입을 맞춘다. "...읏." 일순 저항하는 것도잊고 끌려갔다가, 억지로 혀가 밀고 들어오려는 순간 그의 가슴을 밀치고 거절의 뜻을 확실히 밝혔다. 동해는 그 이상 강제로 입 맞추려 하지 않고 곧바로 나를 놓아준 뒤 빙긋 웃더니, "그럼 또 보자." 하고 한쪽 눈을 찡긋 감고 그대로 집을 나가려했다. "이봐...." 딱히 쫓아가서 뭔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적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알아두고 싶었다. 그러나 동해는 나의 다급한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빠르게 문으로 걸어가더니, "감기걸리지마." 하고 뒤돌아보고 윙크한 뒤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잠깐....." 닫힌 문을 향해 다시 그를 부르기는 했지만 쫓아나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출근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반, 그리고역시 풍채에서 볼때 건전한 직업은 아니고 짐작 할수밖에 없는 사내와 연관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기분이 반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는 누구이고, 무슨목적으로 내게 접근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혁재 말이야, 스즈모토 제약의 총무과장이었지.] 사내의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 내 뇌리에 되살아난다. 왠지 터무니없이 불길한 예감이 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만일 동해가 겉모습대로 조직폭력단 관계자라면... 앞으로 한달 후에 총회가 열리는 이 시기에 우리 총무부가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총회꾼]이라고 불리는 조직폭력단 관계자 였다. 견고한 가면을 쓰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야쿠자 그자체인 그들을 처리하기위해 매년 엄청나게 고생을 해야하는데, 혹시 동해가 그 [총회꾼]이라면..... [총무라면 회사의중추에 있다는 거네?] 빙긋이 웃던 동해의 목적은 스즈모토 제약의 속사정인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총회를 망쳐놓겠다고 협박이라고 해오려는 걸까.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야쿠자는 뼈까지 빨아먹는다는데 동해는 그야 말로 나를, 그리고 스즈모토 제약을 뼈까지 쪽쪽빨아먹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감싸쥐었으나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상담할 수 있는 상대도 없다. 부장에게 이런소리를 하면 엄청나게 시끄러워 질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 부서 내에 친구는 한사람도 없었따. 아직 연구실에 있던 시절에는 상담할 수 있는 친구나 선배, 상사가 있었지만 근 5년 사이 타츠야와의 시간을 지나치게 우선시 했던 탓인지 다른사람들과의 교제가 점차 줄어들어 버려 이제는 거의 끊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타츠야...그 타츠야와는 상담할 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번쩍 고개를 들었지만, 그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다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저께 그런 우기지도 않은 메일이 온 이후, 타츠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ㄱ의 메일을 무시한 것은 나였으나, 혹시 그에게 조금이라도 나에게 미안해하는 감정이 있다면 또 다른 연락을 취해올 것이다. 무엇보다, 그 메일 자체에 나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니 지금까지 대체 그가 어떤생각으로 나와 사귀었는가 라는 근본적인 사항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처음부터, 그에게 나는 놀이 상대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또다시 침울한 바닥으로 잠겨들던 나는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당황해서 바보같은 잡념을 머리에서 몰아냈다. 시계바늘이 슬슬 7시를 가리키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허둥지둥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마치자마자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출근하면 우선 부장에게 업무진척을 보고하고, 기한을 다음 주 중반까지 연장해달라고 부탁해야한다. 아침부터 우울한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정체불명의 건달의 위협까지 걱정해야한다니, 하고 한숨을 쉬며 역까지 뛰어가는 내머리에 꿈에서 본타츠야의 얼굴이 떠올랐다. - 고마워. 빙긋 미소짓던 그의 잘생긴 입술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의 잔상을, 아쉬운 듯 멍하니 떠올리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그 이미지를 쫓아냈다. 그리고 마치 오기를 부리듯이 속도르 올려 역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출근하자 마자, 업무진척을 보고하러가기도 전에 부장쪽에서 먼저 호출을 했다. 보아하니 이미 그의 수족같은 부하가 내가 내린 업무 할당에 대해 부장에게 일러바친듯했다 "어제 지시를 내리고 오늘 중으로 답변을 모으라니 할수 없는게 당연하잖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부장은 내 업무 스타일을 질책할 뿐 기한 연장에 대해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주 중반까지는 반드시 끝내겠습니다." "긴장감이 모자란것 아닌가? 아무리 과장이라고 해도 자네의 서투름 때문에 부하들을 억지로 무리 시키지 말게." [긴장감] 이 지금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수 없었지만 부장은 그렇게 내뱉듯이 말하고, [자리로 돌아가]하며 턱짓을 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나를 쳐다보는 부서 직원들의 눈이 웃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아마도 부장에게 밀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이가 가장많은관리직이, "그럼 내일 건은 다음주 중반까지 미뤄진 거죠?" 하고 일부러 확인하러 왔을땐 정말 폭발할 것 같았으나 여기서 화를 내면그의 뜻대로 되는 것이란 생각에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 "그래. 잘 부탁하네." 그와 우리 쪽을 주목하고 있던 다른 직원들을 둘러보며 고래를 숙이고, 나는 기분을 가라 앉히기 위해 손을 씻으로 가려고 일어섰다. "애초부터 무리였어. 하루 안에 다하라니." 들으란 식으로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직원들이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이지 다 똑같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에 나는 속으로 이를 갈며 빠른 걸음으로 그자리를떴다. 고립무원이라는 것은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겠지. 원래 사람을 잘 사귀지 못했지만 그래서 남과 접촉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 연구실을 지원 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스트레스로 위에 구멍이 뚫릴 정도였다. 언제까지 이런 반집단 따돌림 같은 상태가 계속될까, 하고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의 큰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나는 너무나도 지쳐있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진절머리가 났다. 눈이 움푹 들어간 데다가 눈 아래는 검게 그늘져있다. 조금 말랐나 싶어 뺨을 손으로 만진 순간 불현듯 내머리에 나고야에 있는 타츠야의 맨션에서 그와 얽혀있던 젊은 사내의 알몸이 떠올랐다. 아직 소년 같은 싱싱한 피부였다. 이렇게 겉도 속도 녹초가 된 내게 타츠야가 질려버린 것도 어쩔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자학적인 생각을 하다가, 그런자신에게 울컥 짜증을 느꼈다. 나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하고있을 여유는 없다. 고립무원이든 뭐든, 총회까지 해야 할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그렇게 거울속 자신을 꾸짖은 내 뇌리에 문득 그 사내 동해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그가 정말로 총회꾼이라면 나 혼자서 그 존재를 품어두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면 도대체 누구와 상담해야 할까 생각해보니,적어도 상사나 부하는 아니라는 것은 자명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다시 잠깐 고민해보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업무를 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이 문제는 뒤로 미루기로하고 일이 쌓여있는 내자리로 돌아갔다. 그래도 과 직원들이 나를 골탕먹이기 위해 업무를 소홀이 하지는 않았지만 퇴근 시간이 되면 다들 빠짐없이 [먼저 들어가겠습니다]하고 재빠르게 집에 가버렸다. 과장 혼자 남아서 야근으 한다는 평상시대로의 패턴이 반복되게 된 셈인데, 그들에게 남아서 일을 처리하고 가라는 말을 꺼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총회와 관련된 업무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으니, 쌓일 대로 쌓인 일상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시계는 오후 9시를 지나고 있었다. 둘러본 플로어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고 주위는 암흑에 휩싸여 내가있는 라인에만 형광등이 켜져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순간 일주일 분의 피로가 몰려와오늘은 이만 돌아가기로 하고 pc전원을 끈 다음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토요일인 내일 휴일 출근을 하면 되겠지 싶어서 였다. 일단 주 5일 근무제였는데 과장으로 취임하면서 부터는 2주일에 한번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출근해야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 주는 토, 일요일 이틀 다 출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정말로 지쳐버려서 빨리 집에 돌아가 자고만 싶어졌다. 재빨리 정리를 끝내고 플로어에서 마지막 형광등을 끈 뒤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경비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은 것은 항상 심야에 귀가하던 내가 평소보다 일찍 나온 탓이리라. "수고하십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그대로 지상으로 이어진 계단을 뛰어 오른다. 저녁을 걸렀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고 어디서 가볍게 먹을까 생각하며 도로 쪽으로 발길을 돌린 순간, "혁재" 갑작스런 목소리에 나는 깜짝놀라 돌아보았다. "............ 타츠야..." "여어."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고 한손을 든것은 나고야에 있어야할 남자였다. "어째서..." "내일은 휴일이니까. 오래간만에 얼굴 보러왔지." 마치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방긋 웃으며 내게 다가온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멈춰버렸던 사고 회로가,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사이 점차 가동하기 시작했다. 뭐가 [간만에 얼굴을 보러왔다] 인가. 무슨 낯짝으로 그런대사를 읊을 수 있느냐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내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입을 법릴 수조차 없었다. 타츠야가 바로 앞까지 걸어와 내 양팔을 잡는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져 고래를 푹 떨구고 있자, 타츠야는 잘생긴 눈썹을 찡그리고 들여다 보았다. "화났지?" "......." 당연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고개를 들자마자 타츠야의 검은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와 나는 무심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가로등불빛에 반짝이는 눈동자는 3개월 전 그대로이다. 사랑스러운 그눈으로 살며시 웃으면, 그 반짝임이 눈동자 안쪽에 쓱 빨려드는, 마치 내 의식도 그 빛과 함께 그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가는 듯한.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러니까...." 도톰한 입술이 내 귓가에 다가오고 말과 함께 그의 뜨거운 입김이 귓불에 닿는다. 오싹한 감촉이 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무심결에 온몸이 굳어진다. 타츠야는 잡고 있는 내팔에서 그것을 느꼈는지 쿡 하고 내귓가에 숨을 불어넣듯 웃고는 달콤한 허스키 보이스로 내게 속삭여왔다. "오늘 밤 재워 줄래?" "......." 뻔뻔하게 잘도 그런소리를 지껄이는군 하고 완전히 질려버린나와 ,웃기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나와, 그리고....일부러 나고야에서 나를 보러 온것을 기뻐하고 있는내가, 서로의 말문 막고 있었다. "괜찮지?" 아무말 없는 나를 보고 승낙으로 받아들였는지, 타츠야는 그렇게 웃고는 재촉하듯 등에 손을 두르며, "택시로 가자." 하고 도로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내 다리가 그에게 이끌려 앞으로 나가는 것을 스스로도 믿을수 없었다. [미안하다] 조금도 마음이담겨있지 않은 사과로 모든 것이 무마되리라 믿고 있는 그의 오만함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오만한 그가 이렇게 일부러 나를보러 온것또한 사실인 것이다. 그러하고 해서이대로 그에게 굽히고 들어가도 될까. 미약하게나마 내안에 남아있던 냉정함이 내 다리를 멈주게 했다. "혁재?" 뻣뻣해진 내얼굴을 타츠야가 다시들여다본 그때, "여어, 많이 기다렸지." 돌연 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강한 힘이 담긴 손이 불쑥 뒤어나와 어깨를 붙잡았다. 놀라서 가법게 뒤로 휘청거린 내 등을 두터운 가슴이 받쳐주었다. 당황하며 뒤돌아보자 그 자리에 서 있는것은,바로 오늘 아침에 헤어졌던 그 사내....동해였다. "뭐야, 넌." 잘생긴 눈섭을 찡그리고, 타츠야가 내 등뒤에 선 그를 노려본다. 그 시선을 즐기는 듯 동해는 내 등을 더욱 꼭 끌어안으면서, 한밤중인데도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한손으로 벗고 타츠야에게 빙긋 웃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선약?" 타츠야의 양미간의 주름이 더 깊어진다. 눈썹을 찡그리고 싶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여서, 선약은 무슨 선약이냐고 동해를 노려 보았으나, 동해는 나와 타츠야의 반응에 저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 "가자" "거기 서" 당황하며 항의하는 나를 질질끌듯 걷기 시작한 동해의 팔을 타츠야가 뒤에서 붙잡았다. 동해의 발이 멈춘다. 어깨 너머로 타츠야를 뒤돌아보는 그의 얼굴도, 그리고 타츠야의 얼굴도 , 동해의 커다란 몸집에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뭐야, 귀찮게." 동해의 위협적인 목소리에 타츠야가 겁을 먹은 듯 숨을 삼키는 기척이 느껴졌다. 타츠야가 겁을 먹는 것도 당연하다. 오늘 동해의 차림새는 평소보다도 대단했다. 그레이와 검정의 스트라이프 정장같은 것은 , 평범한 양복점에서는 본적이 없다. 셔츠는 오늘도 검정, 그리고 한밤중에 선글라긋, 목에는 항상걸고 다니는 굵은 금목걸이, 아무리뜯어봐도 건전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모습에 겁을 먹지 않는 사람이 더 드물것이다. 그런사내의 날이 선 시선을 받으며 깡패 가은 말투로 위협까지 당한 타츠야는 사내가 다시 몸을 돌려서 가던 길을 걷기 시작하자, "이봐" 하고 말을 걸어오긴 했으나 그 이상 뒤를 쫓아오지는 않았다. "저기....." 타츠야 쪽을 뒤돌아보려 했지만, 어깨를 붙잡은 손에 실린 강한 힘에 위축되어 고개도 놀리지 못했다. 그대로 그에게 질질끌려간 곳에는 그저께 밤과 마찬가지로 그의 검은 Z가 세워져있었다. "타." "타라니....." 망설이는 내 몸을 동해는 조수석에 억지로 밀어 넣고 난폭하게 차를 발진시켰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발진하자 뒤에서 다가오던차가 크게 경적을 울린다. "시끄럽네. 정말." 툭하고 중얼거리는 동해의 목소리는 역시나 위협적이어서, 무심코 몸을 움츠러든다. 그 기척을 느꼈는지 동해는 금세 웃음을 띄면서, "교통규칙은 지켜야지, 안 그래?" 하고 나를 향해 윙크를 했다. "....저기......" 찡긋 하고 소리가 날것같다, 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의 의외로 짙고 긴 속눈썹에 일순 넋을 일고 말았다. 정말로 얼굴은 잘생겼다. 불량한 것은 복장과 태도, 그리고 눈초리 뿐이다. 이렇게나 멋진 용모와 축복 받은 체구를 갖고 있으면서 왜 야쿠자 같은 것이 됐을까, 나는 이런상황에서도 멍하니 바보같은 생각을하고 있다가, 마침 눈앞의 신호가 노란색 으로 바뀌려하자 자내가난폭하게 차를 가속시킨 덕분에 제정신이 들었다. 그제야 내가 왜 여기이ㅔ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든다. "저기...?" 중력에 밀려 좌석에 몸을 붙이며 남자를 쳐다봤다. "응?" 이번엔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춘사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벗은 선글라스를 아직 손에 쥐고있던 그가 그 선글라스의 한쪽다리를 입에 문다. 그런 몸짓에 다시 넋을잃을 뻔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나는 허둥거리며, "어,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하고 사내를 향해 물었지만, 당환한 나머지 삐끗한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으~흠, 어디로 갈까" 사내는 능숙하게 선글라스를 입술에 대어 한손으로 접고는, 다시 셔츠 앞자락에 걸었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는 듯 허공을 바라본 후, "뭐, 야스쿠니 도로(신주쿠와 아사쿠사를 잇는 간선도로)도 한산했으니까, 오늘은가부키쵸 (신주쿠의 번화가)에나 가볼까" 하고 마치 상담하는 듯한 어조로 내게 미소 지어왔다. "[갈까]라니....."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방이 찬 곳이 꽤 많을것 같은데, 뭐 시간이 시간인 만큼 괜찮겠지." 빙글빙글 천박한 웃을 띤 사내가 말한 목적지는 [방이 찼다]는표현에서 짐작하건데 그렇고 그런 호텔임이 틀림없다. "...내려주세요" 내가 왜 이 남자와 호텔까지 동행해야하는가. 두번 생각할것 업이 문손잡이로 손을 뻗은 순간, 동해는다시 차를 급발진 시켰고, 그 바람에 나는 반대로그가 있는 쪽으로 쏠려 넘어졌다. "어라" 웃음 섞인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들려오먼서 탄탄한 손이 등을 밭쳐주었고 놀랄새도 없이 상체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위험하잔아. 안절벨트 매는거 잊지마." 교통규칙을 지키자고 웃으며 말했던 주제에 지금은 한 것은 명백한 속도위반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을따지기도 전에 동해가다시차의 속도를 올렸기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에 위협을 느낀 나는 얌전하게 안전벨트를 매고 질주하는 차의 전방을 바라보았다. 야스쿠니 도로에 진입하자 분명한산하긴했다. 카 내비게이션도 없는데 잘도 아는구나, 하고 별 거 아닌 것에 감탄하며 앞자의 미등을 바라보던 내 뇌리에 불현듯 타츠야의 얼굴이 되살아났다. 그 후 타츠야는 어쩌고 있을가. 러브호텔은 어떨지 잘모르겠지만 금요일밤은 시티호텔의 방을 잡기는 좀처럼 힘들것이다. 전에 살던 맨션은 해약했다고 했고 분명 내집에 묵을 생각 이었을 텐데, 오늘밤 길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그건 마치 며칠전 나고야에서의 내 모습같군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한심해진 나는 생각하는것을 멈춘다. 타츠야가 무슨 생각으로 도쿄에 왔는지는 알수없다. 그러나 동해의 분위기에 겁을 먹고 우리 뒤를 쫓지 않은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그의 눈에 나와 동해는 어떻게 비쳤을가, 내가 생가가하기에는 자신이 동해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던 것같지는 않다. 타츠야도 그렇게 여겼기 때문에 [거기서]라고 동해를 제지하려고 한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는 결국 나를 내버려뒀다. 야쿠자와 연관될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우리 뒤를 쫓는 것을 주저하게 했을 것이다. 어차피 그에게 나는 그 정도의 존재였다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래?" 운전석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질문을 해와서 나는 반사적으로, "아무 것도 아냐"라고 대답하고 나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동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낮지만 야무진 좋은 목소리였다. 귓불에 부드럽게 스미는 듯한 부드러운 분위기의, 잘울리는 좋은 목소리이다. 그가 질 나쁜 말투로 지껄이는 것 밖에 들은 적이 없는 내 귀에 너무나도 신선하게 스며든 그 목소리에 놀라서,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동해는 핸들은 쥔채, "뭔데?"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왠지 가슴이 철렁해진 나는 허둥지둥 시선을 돌리고, 신주쿠가 가까워지면서 슬슬 막히기 시작하는 야스쿠니도로를 바라보는 척했다. 뺨으로 피가몰린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싶어 빨갛게 달아올른 볼을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빰에 손을 댄 내게, 가미죠우는 아아 하고 납득한 듯 중얼 거렸다. "배가 고픈거지? 할수없군. 그럼, 한판뛰기 전에 밥부터 먹을까" "......." 너무나 천박한 소리를 늘어놓는 그를 무심코 흘겨보았지만, 동해는 내시선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불고기라도 먹어서 스태미너를 보충할까. 즐기는 건 그 다음에 하고 말이야." 같은 상스런말을지껄이며 어느 가게로 갈까 하고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둘러보기 시작했다. "........." 정말로 이남자의 머릿속에[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일까. 남자의 신원이나 목적을 알아내겠다는 생각이 현저히 힘을 잃기 시작한다. 어느새 야쿠자의 차에 동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도 느끼지 않게 되었음을 깨닫고 뒤늦게 후회하게 된 것은 나중에 어처구니없는 반전을 겪은 뒤의 이야기지만, 이시점에서 그런 것을 알수 있을리 없다. 그저 단순히 질리다못해 지쳐버려서 깊이 깊이 한숨을 내쉬는 나를 태우고 검은 Z는 유유히 정체된 도로 위를 신주쿠방면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가부키 쵸에는 차를 세울 곳이 없어 결국 동해는 신오쿠보의 불고기 요리집에데리고갔다. "여기가 꽤 맛있단 말이야." 차를 길가에 세운 동해가 언뜻 보기에 약간 지저분해 보이는 가게로 나를 데려가려고 한 그때, "여어, 오래간만인데"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들려 놀라 그쪽을 바라보자 야쿠자 한명이 서있었다. "여어" 동해가 한소늘 들고 미소짓는다. "엄청난 미인을 끼고 계시군. 데이트냐?"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사내의 박력에 압도되어 쳐다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힐끔힐끔 그를 뜯어봤다. 동해보다 키도 체구도 한층 큰 사내였다. 190은 족히 넘을 큰키에 마치 K1선수같이잔뜩 근육이 붙은 몸.나이는 동해와 비슷하정도, 검은 단발이 살짝 웨이브를 그리고 있는 모양세가 원래 곱슬머리인것 같았다. 머리 뿐만아니라 얼굴생김새도 이국적이어서 시선을 끄는 리틴계열의 미형이긴했지만 역시나 그 옷차림이 대단했다. 그야말로 티비에 나오는 [야쿠자]자체 였던 것이다. 호스트나 야쿠자들에게 밖에는 수요가 없을 법한 짙은 보라색의 정장 같은 건 대체 어디에서 파는 것일까. 사내도 역시 두터운 가슴을 강조하듯 와이셔츠의 단추를 4개 정도 풀어놓았고, 목에는 금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왜 이런 계열의 남자들은 모두 금목걸이를 좋아하는것일까. 하고 쓸데 없는 생각을 하던 내게 라틴계의 야쿠자는, "하이~" 하고 방긋 미소지었다. 웃는 순간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로 바뀌어 버린 이야쿠자에게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데이트 중이야.방해하지마.." 옆에 있던 동해가 내 어깨에 손을 두르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팔자 좋군, 이쪽은 일에 쫓겨다니는데 말이야. "뭐야, 경기 좋은 거 아냐?" "우리들 일이 경기가 좋은 게 정말 좋은 일은 아니지." 순간, 아무리 봐도 똘마니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두사람이 사내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놀란 듯 그 자리에 멈춰섰다. "안녕하십니까. 수고 많으십니다." 잔뜩 격식을 차린 표정으로 인사를 해온다. "여어, 이따가 또 보자." 사내가 건성으로 인사를 받으며 한손을 들어 휙휙 쫓아내는 시늉을 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내가 허둥지둥 사라지는 똘마니 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눈에 힘주는 건 여전하군." 하고 동해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며 그의 어깨를 툭툭가볍게 쳤다. "네가 영역을 바꾸고 나서부턴 잘 못써먹게 됐지만 말이지." 사내는 그렇게 웃음으로 답하고 다시 호기심어린 시선을 내게 향했다. "아아, 나, 코우엔지라고해. 이녀석의 오랜된 친구지. 잘부탁해"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음을 지으며 뒤늦게 자기소개를 한다. "코우엔지?" 나도 모르게 되물은 것은 내가 살고있는 곳과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 스기나미 구의 코우엔지랑 같은 코우엔지." 옆에서 동해가 끼어 들어 부연 설명을 하자, 사내는 코우엔지는 기쁜듯한 표정을지었다. "왠지 인연이 있는것 같은데?" "전혀" 곧바로 치고 들어간 것은 동해였다. "그런거 없지?" 빙긋 미소짓는 코우엔지에게서 나를 멀리 떼어놓으려는 듯 동해는 내 어깨를 다시 꽉 끌어안더니, "이런데서 게으름피우지 말고 빨리 일이나해" 하고 그를 험악하게 째려보았다. "쓸데없는 참견이셔. 그렇지, 당신 이름은?" 역시 [오래된 친구]라서인지 동해의 삼백안에도 겁먹지 않고 내 얼굴을 더욱 유심히 들여다보는 코우엔지의 질문을 자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혁재 입니다." "혁재? 혁재 뭔데?" "혁재 입니다." "그럼 마다토시씨, 이 녀석이 싫증나면 다음엔 나한테오셔" 그러면서 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싫증나게 할까 보냐" 나대신 동해가 오른손으로 그손을 세게 쳐낸다. [아야]하면서 키득거린 코우엔지는, 그래도 다시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녀석은 매그넘일지 모르지만 나는 바주카라구, 천국을 구경시켜줄게" 하고 한쪽 눈을 찡긋했다. "뭐가 바주카야 한발 밖에 못쏜다는 거냐?" "훌륭해! 방석 한장드리지." 아하하, 하고 다시 코우엔지의 갈라진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진다. "뭐 이제부터 네가 자랑하는 6연발이든 뭐든 실컷 즐기라고 그럼 잘가라."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똘마니들이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보인다. 야쿠자의 세계는 잘모르지만 꽤나 지위가 높은 모양이다 싶어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자,가자구?" 하는 동해의 재촉에제성신이 돌아왔다. "나쁜녀석은 아니지만 너무 상스럽지" "......" 어깨를 으쓱한 동해에게 그게 네가 할 소리냐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런 용기는 없었다. "6연발이라." 빙긋 웃은 그의 그야말로 [상그러운]미소에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하고 얼굴이 경련이 일어났다 "빨리 식사나 해치우자" 재촉하듯 불고기 집에 끌려 들어가,[빨리해치우자]는 말대로 엄청난 속도로 고리를 굽고 싹싹 먹어치우는 그의 먹성 좋은 모습에 감탄하면 식사를 마친 후 동해는 내 팔을 끌고 식당의 뒷길로 들어갔다. 호텔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때에는 가장 이미 가까운 호텔에 억지로 끌려가고있었다. "잠깐...." 그래돌 침대에 떠밀려 고깃집 냄새가 밴양복을 잡아 뜯기려는 순간, 다급해진 나는 소용없다 는 것을 알면서도 저항을 시도 했다. "뭐야?" 동해가 불만스러운 듯 인상을 쓰고 나를 내려다본다. "왜, 왜 제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계속 이런 식으로 그의 페이스에 끌려 다닐수 없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의목적을 모르겠다. 오늘도 회사 앞에서 내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한 타이밍으로 나타난 이 동해라는 자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나름대로 없는 용기를 쥐어짜서 물어본 것이었으나, 동해는 뭐냐는 식으로 입을 비죽 거리더니, "왜냐니...., 당연한걸 왜묻고 그래." 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황당한 소리를 내뱉었다. "당신한테 반했으니까." "뭐....." 놀리지 말라고 소리치려 한 내입술을 그의 입술이 덮었다. 그대로 턱을 한손으로 잡고 뜯어먹을 듯 입맞춰오는 그를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며, 그의 입술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체 왜 이래?" 점점 더 불만스럽게 나를 내려다본 동해가 입술을 떼자, "그건 내가 할 말이야!" 하고 나도 모르게 외쳤다. 농담도 작작해라, 뭐가 반했다는 거냐 하고 그를 쏘아보자, "정말이야. 남자에게 차여서 상처입은 당신을 위로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난 네게 빠져 버렸다구"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입술을 가까이 대왔다. "쓸데없는 참견이야!" "[타츠야]라는건 아까 그남자지?" 발끈해서 버럭 소리를 지른 내게 숨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댄 동해가 속삭였다. 놀란 나는 호흡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타츠야의 이름을....눈썹을 찌푸린 내 표정에 동해는 아아, 하고 웃었다. "나고야에서 너를 만난 그 날 밤에 말이야, 너는 나를 그 [타츠야]로 착각했는지 [타츠야, 타츠야]하고 몇번이나 이름을 부르면서 내게 매달렸거든." 싱긋 웃으며 내 관자놀이 근처에 입술을 댄다. "하지 마" 그러나 얼굴을 돌리는 내 귓가에서, "너를 차는 멍창한 남자 따위 잊어버려." 하고 동해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끄러워",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내 안에서 단숨에 끓어 올랐다. 이런 질 낮은 야쿠자가 나와 타츠야의 사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지껄이는 것에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덮쳐오는 동해의 가슴에 닥치는 대로 주먹을 날렸다. "네가 뭔데 그런 소릴 하는거야!" 미친 듯이 그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조금 놀란 듯한 동해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점점더 말을 멈출수 없게 되었다. "네가 뭘 알아? 차였다니, 네가 나와 타츠야에 대해 뭘 안다는 거야? 딱히 난 차인것도 아니고, 원래 우리는 그런 진지한 관계도 아니었고, 그리고....." "하지만 넌 차였다고느낀거 아냐?" 동해가 조용한 어조로 격앙된 내 말을 잘랐다. "......뭐?" 잔뜩 흥분해 언성을 높이던 나는 동해의 곤혹스런 얼굴을 앞에 두고 말문을 잃었다. ".. 계속 울고 있었잖아. 무리하지마." 동해는 그렇게 웃고..평소처럼 상대를 바보취급하는 듯한 웃음이 아니라, 쑥스러워하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였다. 다시 내위로 덮쳐왔다. "....헛소리 하지...." 그 얼굴을 본 순간 어째선지 가슴속의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넘쳐흐를 것같다. 당황해서 얼른 고개를 돌리는데, 동해의 손이 뺨에 닿았다. "잊어버려" 어젯밤과 똑같은 이 말을 들리듯 말듯 속삭인 동해의 입술이 내입술을 덮쳤다. 아까처럼 물어뜯을 것 같은 키스와는 사뭇 다른 촉촉하게 감싸는 듯한 부드러운 키스에 내 눈에서는 점점더 많은 눈물이 고여 결국 흘러내렸다. 이런 남자에게 정체를 알수 없는 야쿠자에게 상냥한 말한 마디를 들은 것만으로 어째서 이렇게나 눈물이 나는걸까. 머리 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어젯밤과 똑같이 동해는, 그의 외로 를 보면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내 옷을 벗겨내고는, "잊게 해줄 테니까" 하고 다시 수줍게 웃고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앗........" 알몸이 되자 역시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동해가 내 위에 올라탔다. 목덜미에서 가슴까지 입술로 훑어 내려와 가슴의 돌기를 입에 물고 집요하게 빨기 시작했다. 나머지 한 쪽 가슴의 돌기를 꼬집듯 애무하며 정성스럽게 혀끝을 굴리고, 때로살짝 깨문다. "안돼....." 허리를 비틀며 무심코 벗어나려 하는 나의 몸을 누르고 가슴을 희롱하는 그의 애무에, 나의 성기가 점차 제 형태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자 동해는 나머지 한 손을 뻗어 발기하기 시작한 그 것을 천천히 쓸어올렸다. "음....., 허억......, 으음......" 아플정도로 세게 가슴의 돌기를 꼬집으며 나머지 한쪽은 소리를 내며 빤다. 초조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고, 비비꼬는 모을 쫓아오듯이 동해의 입술이 가슴에서 떨어져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양손으로 내 다리를 활짝 벌린 동해가 그 사이에 얼굴을 묻고 내 수컷을 입에 머금은 순간, 견딜수없는 그 감각에 나는 크게 등을 뒤로 젖히고 그의 머리카락을 쥐고 말았다. 동해의 입 속은 너무나 뜨거웠고, 힘껏 휘감아 오는 혀의 거친 감촉에 지금 당장이라도 사정해 버릴것 같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러자 동해는 내것을 입에 문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윽" 목구멍 속까지 머금고 있던 그것을, 입안에서 강하게 조이며 천천히 고개를 뒤로 뺀다. 페니스를 전부 입에서 꺼낸 후, 손으로 잡은 그 끝에 키스를 하듯 입술을 댄 동해가,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내게 빙긋 미소지었을때 어떻게 할 수없을 만큼 뜨거운 열기가 전신 으로 쫙 퍼져나갔다. "아...앗.." 순간 나는 높게 소리를 지르며 벌려져있던 다리로 그의 등을 확 감았다. "........." 후후 하고 낮게 웃는 동해는 체액과 그의 타액으로 젖은 내 성기를 한번 쭉 쓸어 올리고는 그 손을 엉덩이 아래로 뻗었다. "안돼...." 그의 손가락이 푹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다시 내 수컷을 입에 머금은 동해가 혀로 그것을 꽉 조여왔다. "앗....하....앗.., 앗....." 뒤에 삽입된 손이 난폭할 정도로 세게 안을 휘저으며, 앞쪽을 훑어내리는 그 혀의 움직임과 함께 나를 급속히 절정으로 이끌었다. "하..앗앗...악..앗.." 사정한다... 이걸로 사정하는 건 싫다. 이성이고 뭐고 전부 날아가 버린 나는 두다리로 그의 등을 꽉 안아버렸다. "........" 다시 그가 고개를 들고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싫.....어..."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어 그의 손가락을 꽉 죄자, 동해는 알았다는 듯 내 성기를 입에 문 채 빙긋 웃더니, 천천히 그것을 입에서 꺼내고 몸을 일으켰다. "이걸 원하는 거지?" 무릎을 세우며 성난 자산의 물건을 쥐고 내쪽에 보인다. "........" 이미체액을 뚝뚝흘리고 있는 성난 그 수컷이야 말로 내가 바랐던 것이었기에 무심결에 그곳에 시 선이 못 박힌다. 자신이 무의식중에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인 것을 깨달은 것은 동해가 다시 빙긋 웃고, "솔직한 게 가장 좋은거야" 하고 말하며 양손으로 내 다리를 잡고 그의 쪽으로 끌어당겼을 때였다. "앗..." 지금까지 그가 실컷 길들여놓은 그곳에 굵은 그것이 푹 꽂혀 들어온다. 동시에 내 두다리를 다시 잡고 자기 쪽으로 내몸을 확 끌어당겨 단숨에 안쪽까지 꾸욱 집어넣었다. "앗...하앗...아앗...." 그대로 격렬한 피스톤 운동이 시작된다. 몸 속 가장 깊은 곳을 휘젓는 그 강력한 움직임이, 내벽을 쓸어 올리고 쓸어 내리는 그 열기가, 나를단숨에 절정으로 이끌어 갔다. "하악..앗.., 앗...앗.." 땀에 미끄러졌는지 몇번이나 내 허벅지를 고쳐 안으며 동해는 점점 빠르게 그리고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와 나의 배사이에서 움찔거리며 탁한 체액을 끊임없이 흘리던 나의 페니스는 한계의 순간을 맞으려 하고 있었다. "앗..하앗... 앗앗앗.." 이를 눈치 챈 동해가 내 페니스를 쥔 순간 나는 그의 손안에서 절정에 달했고, 평소 버릇대 로 두 다리로 그의 등을 꽉 안아 내쪽으로 끌어 당겼다. "윽...." 동해가 내 몸 위에서 낮게 신음함과 동시에 뒤에서 뿜어지는 그의 정액이 느껴진다. 움찔거리며 정액을 토해내는 그 움직임이 내가 얻은 쾌락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숨을 헐떡이며 동해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동해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위로 덮쳐와, 그대로 입술을 덮었다. ".......끝내주는데" 잠긴 목소리로 속삭이는 숨결에, 그를 아직 머금고 있던 그곳이 다시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동해는 쿡하고 웃으며 내 가슴의 돌기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앗....." 작게 신음한 내 입술을 자산의 입술로 덮으며 동해는 다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허억..." 접합한 부분에서 그의 정액이 꿀쩍꿀쩍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수컷이 다시 뜨겁게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그의 등에 두르고 있던 다리를 더 꽉 조이며 격렬하게 입맞춰오는 그의 키스와 그 행위에 다시 몰두 했다. "여어" 찰싹, 뺨을 가볍게 맞고 나는 살짝 눈을 떴다. 낯선 천장..그을린 듯 때가 탄 이방은 어디일가,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가, "아....." 이곳이 러브호텔 방이고 말을 걸어온 것이 동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또다시 엉겁결에 그와 자버린 것이군, 하고 한숨을 쉬었을 때 갑자기 그가 나를 들어올렸다. "으악" "목욕하자" 몇번이나 절정을 맛보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격렬한 행위를 한 뒤라고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씩씩하게 미소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응" 정말로, 어째서 항상 나는 이 남자의 페이스에 끌려가 버리는 걸까. 섹스에 관해서는 끌려가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오히려 내쪽에서 매달리며 그를 원했고, 쾌락에 절은 나머지 의식을 놓아버릴 정도 까지 행위에 빠져들었다. 타츠야와는 전혀 딴판인 사내의 몸짓은 항상 나 자신을 망각하게 했다. 이런 사람을 [테크니션] 이라고 하는지도모른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사내에게 안겨 들어간 욕실의 모습을 보고 앗 하고작게 소리 질렀다. 검은 타일이 빽빽하게 깔린 그 넓은 욕실 한 가운데 있는 것은 거품욕조였기 때문이다. "설마, 당신 러브호텔 처음 와 본거야?" 쿡쿡 거리며 동해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니...학생 때 와본 적은 있지만..." 뭘 솔직하게 대답하고 있냐고 자책하는 나를 안은채, 동해는 천천히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렇다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닌가, 최근 거품욕조 같은 건 드문게 아니거든?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는데" "수영장?!" 그의 가슴에 기대앉아 있던 나는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그래, 2인용 수영장, 그것도 꽤 예전부터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 가슴 앞으로 손을 뻗어 양쪽돌기를 집어 올리며 비틀었다. "하지 마...." 그의 위에서 몸이 움찔떨려왔다. 이젠기력이 바닥이났을 텐데, 짜릿한 자극으로 흠칫거리는 피부에 욕조의 거품이 달라붙어 오싹오싹한 감각이 전신을 위감는 것이 느껴진다. "당신 말이야, 가슴을 애무하는 거 좋아햐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동해가 가삼의 돌기를 꼬집는다. "앗.." 다시 흠칫몸을 떤 나를 뒤에서 꽉 안으며 동해는 유두를 비틀었다 꼬집었다 잡아당겼다 하며 집요하게 희롱했다. "앗.., 하앗...앗.." 점점 머리가 멍해진다. 몸을 담근 욕조 물의 온도가 점차 내몸을 달궜고 새어나오는뜨거운 한숨 이 다시 내 몸의 열기를 부채질한다. 마치 흥분하여 피가 머리에 올랐을 때처럼 자신의 심장 고동 소리를 귓가에서 들으면서 나는 그의 품안에서 자극적인 애무에 몸을 비틀며 신음하기 시작했다. 욕실 안에 내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스로의 목소리에 더 흥분이 되었다. "가슴을 만지기만 했는데도, 대단한걸?" 기가 막힌다는 듯 동해가 속삭이며 다시 내 가슴의 돌기를 잡아 당겼다. "앗....." "이런" 크게 휘어지는 등을 동해의 가슴이 받쳐준다. "감도가 좋은 몸이군." 쿡 하고 웃으며 귓가에서 속삭이는 동시에 그의 손이 내 하반신으로 내려갔다. 두다리의 허벅지를 잡아 활짝 벌리고 몸을 끌어올렸다. "하지 마...." 마치 해부대의 개구리 같은 자세가 된 것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전에, 벌어진 뒤쪽 입구에 닿는 거품의 그 감질나는 감촉에 나는 그의 몸위에서 다시 몸을 비틀었다. "...못 참겠는데" 귓가에서 동해가 꿀꺽 침을 삼키는 것이 느껴진다. 엉덩이 부근에 닿는 그의 수컷도 완전히 딱딱해져 있었다. 보채듯이 내 엉덩이를 그것에 문지르자 동해는 다시 꿀꺽 침을 삼킨후, "흥분시키지마" 하고 웃으며 내 몸을 들어 올려 발기한 그의 수컷위에 내리려했다. "앗...." 무의식중에 나는 그의 수컷을 손으로 잡아 내 그곳에 잘 들어가도록 도운 듯했다. 잡은 수컷의 열기에 깜짝 놀라 손을 떼려고 했으나,동해는 그런 내 배에 팔을 둘러 자기 쪽에 끌어당기고, 욕조 가장자리를 잡으면서 몸을일으켰다. "안돼..." "물속에서는 몸이 떠버리니까." 삽입한 채 일어서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엉덩이가 높이 쳐들렸다. 내 두손을 잡아끌어 동해는 욕조 가장자리를 잡게 하더니, 그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앗..., 안돼.., 앗..앗..." 그가 손을 아래로 뻗어 내 페니스를 훑어 내리자 못견디고 주저 앉을 뻔했지만, 억센 팔이 단단히 허리를 받쳐주었다. 그대로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하던 그가, 윽 하는 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내 뒤에서 절정에 도달 했을때에는 이미, 내 의식은 몽롱해져있었다. "이봐? 괜찮아? 어이?" 당황한 듯 뒤에서 안아오는 그의 목소리를 멀리서 느끼며 때때로 꿈틀거리는 뒤쪽의 감촉에 작게 신음한 것을끝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한 모양이었다. 이마가 차가워 기분이 좋다. 목이 말라 힘없이 눈을 뜨자 걱정스러운 듯 나를 내려다보는 동해 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응?" 멍한 머리를 굴려보려고 한 내게, "괜찮아?" 하고 동해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온다. "......." 천천히 몸을 일으킨 나는 자신이 알몸이라는, 그리고 이곳이 러브호텔 방이라는 사실을다시금 깨달았다. "너무 흥분한 탓일거야 자, 물" 이마가 차가웠던 것은 아무래도 동해가 찬물에 빨아 꼭짠 타월을 올려 놓아줬기 때문인 듯했다. 방금 전까지 욕실에서 망가질대로 망가졌던 자신의 모습으 떠올리고 나는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쑥 내민 물병에도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있자, "왜 그래" 하고 동해는 내팔을 잡아 생수 병을 쥐어준다. ".......고맙습니다......" 나직하게 고마움을 표하고 병을 열었다. 차가운 물이 상쾌하게 몸 안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단숨에 병을 비울 기세로 꿀꺽꿀꺽 마셨다. "속이 안좋은 건 아닌 모양이군 괜찮은 거야?" 카미죠운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여전히 걱정스러운목소리로 물었다. "네..." "아아, 다행이야" 순간 동해는 한숨 놓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내게 손울 뻗어왔다. "...?" "물 더 마실거야?" 텅 빈 병을 내 손에서 받아들면서 묻는다. "아니..., 됐어요.." 힘없이 고개를 저은 나는 아직 일어나 앉아있기도 힘들어서 털썩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한참 쉬는게 좋아 뭐, 어차피 묵고 가는걸로 했으니까 여기서자도 괜찮고" 동해는 그렇게 말하고 내 이마에서 떨어진 타월을 주워 욕실로 가더니, 찬물에 빨아서 물기를 짜낸 다음 이마에 올려놓아 주었다. "..고마워요.." "신경쓰지마" 빙긋 웃은 그에게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후 나는 노곤함에 눈을 감고 크게한숨을 쉬었다. 동해의 손이그런 내 얼굴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조용히 넘겨주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로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와 섹스를, 그것도 문자 그대로 쓰러질때까지 문란하게 놀다가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의 보살핌까지받고 있다니 그리고 그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의 손을 이렇게나 상냥하게 느껴버리다니.. [잊게 해줄게] 손만이 아니었다. 그가 속삭이는 목소리도, 키스하는입술도, 꼭 안아주던 그 품의 체온도, 모두가 나를 부드럽게 감싸 내마음을달래고, 그리고... 머리를 넘겨주는 손길의 상냥함에 이끌리 듯 내 손이 그의 손을 향해 뻗었다. 그 손을 쥐려고 한 그때, "저기 말이야" 동해의 낮은 목소리가 머리위에서들려왔다. "당신회사, 상당히 위험한 짓을 하고 있지 않아?" "엣?" 생각지도 못 한 말에 놀라 눈을 번쩍 내가 본 것은, 나를 쏘아보는 동해의 굳은 얼굴이었다. "........."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 쳐서 그에게서 떨어지려는 내게, "왜 그래?" 하고 동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다가온다. "......" 어째서 나는 이런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한 순간 이나마 방심했을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후회에 짓눌려 있는 내게 동해의 손이 뻗어왔다. 내 손을 꼭 쥐어온다. "뭐..." "가르쳐줘, 응?" 빙긋 미소짓는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메마른 눈이똑바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역시 함정이었나. 그 날카로운 눈빛에 꿰뚫려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 몸을 다시 동해는 자기 쪽으로 확 잡아당겼다. 균형을잃고 쓰러질 뻔한 몸을 그가 뿥잡아주었다. "나쁘게는 안할 테니까" 다시 입 끝을 올리며 웃고는 [응?]하면서 내게 이마를 기대왔지만, 너무 가까워 초점이 안맞게 된 그 눈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흉폭한 맹수처럼 보였다. "응...?" 동해의 찌르는 듯한 눈빛에 할 말을 잊은 내 얼굴빛이 꽤나 창백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동해의 시선이 부드러워지더니, "뭐야, 역시 속이 안 좋은거 아냐?" 하고 완전히 돌변한 상냥한 어조로 이마를 맞대왔다. "......." 상태는 물론 최악이었다.야쿠자에게 협박당했는데 컨디션이 최고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보고싶다. 내가 속으로 그런 욕설을 퍼붓고 있는것을 전혀 눈치 못 챈듯 동해는 다시 걱정수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 거야?" 나는 일단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뭐, 그럼 푹 자둬" 그는 웃으며 이마를 떼고, "자, 그럼" 이라고 말하면 자신이 벗어던지 윗도리를 주어 들더니,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귀에 댔다. 보아하니 부재중 전화 메시지라도 체크하는 모양 이다. 그런 다음 재빨리 옷을 입고는, 멍하니 그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던 나를 돌아보았다. "금방 돌아올게" 찡긋 한쪽 눈을 감으며 씩 웃고는 그대로 총총 걸음으로 방을 나간다. "........" 콰당하고 문이 닫혔다. 나는 느릿느릿 침대에서 일어나 동해가 나간 문을 쳐다보다가 이틈에 도망쳐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쳐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윽" 순간 현기증이 나서 나는 다시 천천히 몸을 뉘이고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허겁지겁 도망쳐봤자 그가 내집과 직장도다 알고 있는 이상, 도망친다고 해도 또 쫓아올것이 뻔하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그리고 어제도,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실을 새삼 떠올린 나는 대체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돌아가지 않는 혼란스러운 머리로 다시금 생각하기 시작 했다. [당신한테 반했으니까] 순간 빙긋 웃으며 입술을 맞춰온 동해의 얼굴이 생각나, 나는 그 환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동해라는 남자의 정체에 대해 아직까지 캐묻지 못하는 것은 항상 마지막에 섹스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와 요 며칠 새 몇 번이나 해버렸는지 손가락을 꼽아본다는, 자신이 생각해야 할 문제로부터 도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머리를 붕붕휘저었다. 동해라는 사내는 내가 처움부터 내가 스즈모토 제약의 총무 과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금한 것일까. 예스라고도 할수 있고 노라고도 할수있다. 내 명함을 보고 직책을 안 듯한 기색을 보였으나, 애초부터 스즈모토 제약을 어떻게 할 셈이 었다면 내 신원을 알고 접근했다고 생각 못할것도 없었기때문이다. 아니, 잠깐 그와 처음 만난 것은 나고야였다는 사실에 다시 내 생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역시 그럴 리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날 밤 내가 나고야에 가려고 마음먹은 것은 정말로 단순한 충동에서였다. 타츠야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기로 결정하고 그 로부터 수십분 후에 신칸센에 탈 것이라고는 아 무도 예측 못했을 것이고 타츠야가 다른 남자와 즐기고 있는 것이 쇼크를 받은 내가 그 맨션을 뛰쳐나올것도 ,그 후 술을 퍼마실것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태였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만약, 타츠야가 그렇게 젊은 사내를 자신의 맨션으로 들여놓지 않았다면 나는 타츠야의 맨션에서 그와 하룻밤을 보냈을 것이다. 동해가 나를 만날 기회는 여기서 사라지는 것이다. [괜찮아?]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온 그의 어렴풋한 실루엣이 내 뇌리에서 되살아난다. 그래. 무심코 매달려 속내를 다 털어놓고 싶을 만큼 상냥했던 그 팔.... [당신한테 반했으니까..] 다시 동해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되살아나고 귓불을 간질이는 숨결까지 떠올려버린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 말은 진실이었을까. 그는 정말로 내게 반한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하고 다시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흔들고 자신의 그 멍청한 생각을 내몰았다. 그런 야쿠자의 말을 한 순간이나마 믿으려고 했다니 내 자신을 믿을 수없다. 채찍과 당근, 달콤한 말과 격렬한 섹스로 나를 낚아 나로부터 회사의 속사정을 캐물으려고 하는 그야말로 야쿠자 전형적인 수법이 아닌가. 나는 냉정한 사고를 위해 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격렬한 섹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까지 실컷 쾌락을 탐했던 욕실 문이 눈에 들어와 나는 다시 깊이 한숨을 쉬었다. 내 정상적인 판단력을 흐려놓는 원인은 이것인 것이다. [잊게 해줄게] 그의 말대로 그 품속에서 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그의 힘센 피스톤 운동 앞에 모든 사고의 끈을 놓아버리고, 그가 주는 쾌락에 몸을 맡겨버렸다. 타츠야를 상대할 때도 그정도로 문란해진 적은 없었는데 조금도 마음이 통하지 않은 상대와의 행위에, 어째서 나는 그렇게까지 빠져들었을가. [반했어] 다시 동해의 갈라진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재생된다. 반했다, 혹시 그말이 진심이라면.. 그의 입술의 감촉을 확인하려는 듯 입수을 손끝으로 쓰다듬던 나는,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당황해서 쓱쓱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져서, 사고의 흐름을 정지시키고 몸 아래에 깔려있던 담요를 잡아 당겨 머리부터 뒤집어 썼다. 더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침대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움츠렸다. 여기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사태는 전혀 호전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자 역시 체력도 한계에 달했는지, 마치 잠이라는 심연에 끌려 들어가듯 수마가 덮쳐왔다. - 잊게 해줄게 거의 잠이 든 내 뇌리에 다시 동해의 나직한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잊는다...그러고 보니 몇시간전에 만난 타츠야에 대해 바로 지금까지 잊고 있었구나, 하고 멍하니 생각하다가 이윽고 깊은 잠속에 빠졌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기척에 눈을 떴다.몸이 무척 무겁게 느껴진다. 노곤한 몸의 무게를 느끼며 게슴츠레 눈을 뜨자 지저분한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딜까 멍하니 생각하다가 단숨에 기억이 난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잘잤어? 벌써 대낮이야" 누군가 내 팔을 꽉잡았다. 흠칫해서 돌아보자 알몸이 된 동해가 졸린 듯한 눈을 하고 나를 향해 웃고있었다. "...잘 잤어요?" 대답하는 나도 알몸이었지만, 맥이 빠져있는 내 수컷에 비해 동해의 그것은 배에 닿을정도 로 발딱 서있었다. "대낮인데도 아침 마냥 서있네" 내 시선을 쫓은 동해는 자신의 그것을 쥐고 내게 보여주더니 내팔을 자신 쪽으로 꽉 끌어당겼다. "으왓" 균형을 잃고 그의 위로 쓰러지자, 그는 내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머리를 꽉 붙잡고 입술을 겹쳐 왔다. "...웃." 그에게 입술을 내맡긴 채 그의 턱에 막 자라기 시작한 수염의 거친 감촉을 빰에 느끼며, 나는 하룻밤이 지났구나, 하고느긋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몸이 노곤해서 저항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지만, 몇 번이고 입술이 맞닿게되다보니 일종의 익숙함 을 느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막 잠에서 깬 멍한 머리가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에, 동해는 내허리 를 자신의 하반신쪽으로 잡아 내리더니, 갑자기 양손으로 내 엉덩이를 벌려 발기한 자신의 페니스를 쑤셔 넣었다. "무슨...."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비집고 들어오려는 것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잠이 확깬나는 당황해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힘껏 꼼지락거리면서 그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그보다 한 박자빨리, 동해는 내허리를 꽉 잡아 당겨 단숨에 속까지 집어 넣었다. ".....윽." 단단한 중량감을 몸 속 깊숙이 느끼며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러자 동해는 빙긋이 웃으며 여보라는 듯이 아래에서 치고 들어온다. "아..앗." 속 깊이 후벼파는 듯한 감각에 신음하는 내 허리를 꽉 붙잡은 채 동해는 격렬하게 허리를 들썩이며 피스톤 운동을 계속했다. 놀라운 복근력이라고 감탄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리 없다. 단숨에 불이 붙어버린 몸에 사고력 따윈 남아있지 않은 채로 나는 그의 배위에서 몸부림치고 그의 격한 몸놀림을 유도하려는듯 어느새 인가 스스로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고있었다. "앗..., 하앗.., 앗..앗" 반짝반짝 눈앞에서 빛나며 떨어지는 것이 자신이 흘리고 있는땀인지도 모르고 그 반짝임에 내 눈이 빨려들어간다. "...윽" 억누르는 듯한 낮은 신음이 몸 아래에서 들려와 무심결에 내려다보자, 가볍게 이마를 찡그리며 절정에 달하려는 것을 참고있는 동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어째선지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흥분을 느끼고 더욱 요란하게 허리를 움직 였다. "앗..앗., 하앗..아앗.." 격렬한 피스톤 운동에 다시 내 의식은 끓어오르는 정열 속에 삼켜졌다. 절정에 도달할락 말락 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이상태를 점차 견딜수 없게 된 내몸이 그의 몸위로 무너져 내린다. "큭.." 입술이 닿을 정도로 고개를 떨어뜨렸을때, 내안에 사정을한 그가 하아 하고 깊이 내쉰 숨결이 얼굴에 닿았다. "아....앗." 겹쳐진 배에 따뜻한 것이 퍼진다. 동시에 나도 사정을 했음을 깨달았을때는, 바로 코앞에서 부드 러운 눈으로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모닝"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인 동해가 내얼굴을 들어올려 입술을 덮었다. 그 입술을받아들이며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어느새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듯한 격렬한 입맞춤을 나누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일어나자마자 한 격렬한 운동으로 완전히 녹초가된 나는 그가 그렇게 말을 걸때까지 쌕색소리를 내며 그 품안에서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슬슬 체크아웃 시간인데...일어날수 있겠어?" 동해가 내 뺨에 입술을대고 속삭여오자 나는 응, 하고 끄덕였지만 사실은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전신이 녹아버린 상태였다. "연장할까. 하지만 러브호텔에서 2박이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걸" 빙긋 웃으며 동해가 내 빰에, 눈꺼풀에 셀수 없을 정도로 키스를 퍼붓는다. 막자라기 시작한 수염이 그때마닥 뺨을 스치는 감촉은 내게 일종의 안락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타츠야의 집에서 묵은 다음날 아침, 역시 이런 식으로 거칠거칠한 수염깎은자리를 일부러 문질러대는 그로부터 도망치면서 장난을 치곤 했던 것이다. 그런 장면을 멍하니 떠올리며 지금 현재,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거친 수염을 뺨에 비벼대고 있는 그의 뺨을 동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야?" 내 시선을 느낀 그가 역시 똑바로 나를 내려다본다. "당신.... 누구죠?" 당연한 듯 나를 끌어안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함께 절정을 맛본 이사내는 도대체 누구인지 지금 내게, 그리고 회사에 해를 끼칠 인물인지 여부를 넘어, 나는 동해라고 자칭한 이남자의 정체를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었다. 단단한 팔로 나를 깔아 눕히고 몸부릴칠 정도의 쾌락을 주는 이남자, 촘촘히 키스해오는 부드러운 입술과 내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빗어 넘기는 섬세한 손가락을 가진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인가? 누구... 내가 맏고 싶은 것은 과연 그의 신원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나는 그런 자신에게 화들짝 놀랐다. [총회꾼이다] [야쿠자다]- 내가 그의 입에서 듣고 싶은 것은 그런 그의 직업 같은 것이 아니라, 그가 내게 접근한 이유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자신이 그에게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있는가도 알아차렸다. [반했어] 귓가에 속삭여온 그의 거친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설마...설마, 나는 진심으로 그의 이 말을 믿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 믿고 싶은 것일까? 자신의 생각이 너무나 한심해서 얼이 빠져버린 내 앞에서 동해는, "내가 구나냐고...?" 하고 내말을 되풀이하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동해야] 라고 농담조의 대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있던 내게 동해는 의외로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툭 던지듯 중얼 거렸다. "지금은 말할 수 없는데." "엣...?" ".....조심해" ".............에?" 뭘 조심해야 하느냐고 물으려 한 나를 내려다보는 동해의 눈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인것은, 내 기분 탓일까. 아니면 상냥한 표정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뛰어난 연기력의 산물이었을까.. 진의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본 순간 동해는 조금 굳어져 있던 표정을 풀고 미조짓고는, "슬슬 돌아갈까" 하며 내뺨에 키스를 하고 몸을 일으켰다.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옷을 입은 나는 그에게 안기다 시피해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 그래 이거." 한참 자동차로 달린 후 동해가 생각 난 듯 안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조수석의 내게 던졌다. "돌려주는 걸 깜빡했어." 찡긋 한쪽 눈을 감고 동해는 옷깃에 걸어둔 선글라스를 꺼내어 썼다. 밖에 나왔을 때, 해가 높이 뜬 것을 넘어 이미 오후 2시가 가까워져있음에 나는 크게놀랐다. 1.5박 같은건 한적이 없다며 키득키득 웃는 동해를 따라 나도 무심코 웃어버렸지만, 그야말로 [태양이 노랗게 보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이렇게 긴 시간을 그 호텔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째서 이러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어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도망칠 방도가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도망치기 싫은 건지...... 잠깐, 도망치기 싫다니, 그럴 리 없잖아. 머릿속을 스친 그 생각에 혼자 기막혀하고 있던 나는 그가, "..어?" 하고 내게 뭔가를 물은 것을 놓려버린 것 같았다. "네?" 되묻는 내 눈에 짙은 선글라스를 쓴 동해의 얼굴이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박력이 넘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당신 회사 최근 이상한 점 없냐구?" 위협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동해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엣...." 당근과 채찍.... 내 뇌리에 다시 그 어휘가 떠올라 등줄기 오싹해졌다. 역시 이자는 그 모습 그대로 나를, 그리고 회사를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야쿠자인 것일까. "예를 들어 말이지, 사용처가 불명한 돈이 엄청나게 많다든가, 장부가 이중으로 되어있다든가." "무슨....." 뜻밖의 질문에 나는 무심결에 버럭 화를 낼 뻔 했다. 도대체 이남자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하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동해는, "응? 코주으 씨" 하고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그러나 짙은 선글라스에 가려 그가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있을 리 없잖습니까" 정말로 이 남자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사용처가 불명한 돈이니 이중장부라느니, 우리회사에 그런게 있을리 없지 않은가, 하고 나는 점차 기가 질려버렸다. 원래부터, 조금 지나칠 정도로 오너이니 사장에게 원맨 파워를 실어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경영 방침이다. 따라서 오너가 원맨인 만큼 지휘명령계통이 일직선이기 때문에 모든 지시는 사장직결로 내려지고 있고, 사장의 눈을 피해서는 어떠한 사소한 승인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되어있었다. 사용처가 불명한 돈이 생기면, 그것이 몇 천엔 단위라고해도 곧바로 사장이 경리쪽에 캐물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상장회사라고는 생각할 수없을 정도의 그철저함이 우리회사를 이정도로 크게 키워왔다고도 할수 있다. 또한 바쁜스케줄 속에서 이정도 규모의 회사의 경영전반을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도 스즈모토 코우키치 사장은 업계의 유명인 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협박을 하려는 건가, 하고 기가 막힌 것이지만 동해는 내 대답에 흐음, 하고 살짝 끄덕일 뿐 그 후로는 입을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차는 코우엔지에 있는 내 아파트아래에 도착했고, 동해는 바로 계단 앞에 차를 세워주었다. "고맙습니다..." 데려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차에서 내리려고 한 내팔을, 갑자기 동해의 손이 홱 붙잡았다. "...?" 뭐야, 하고 무심코 인상을 찌푸리고 어깨 너머로 뒤돌아본 내게 동해는, "아니....." 하고 그로서는 드물게 뭔가 망설이는 듯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말했다. "조심해" 또다시 그 의미 불명이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내팔을 놓았다. 그리고는, 그럼갈게 라는 인사말 과 함께,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 도대체 무엇을 [조심]하는 것일까....영문을 모르는 채 나는 [네]하고 끄덕이고는 차에서 내려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끔찍할 정도로 몸이 노곤하다. 동해의 차는 내가 계단을다 오를 때까지 계속 그자리에 서있었 던 모양이다. 집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고 돌려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래쪽 길에서 엔진소리 가 들려왔다. 동해의 차일까, 하고 다시 문을 열고 확인하려고 했으나 한꺼번에 몰려온 피로에 져버려서,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후 깊이, 그야말로 날짜가 바뀌는 것도 모르고 계속 잠을 잤다. 다음 날인 일요일,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 쯤 나는 배가 고파서 눈을 떴다. 토요일 점심에 호텔에서 돌아온 이후 대체 멏 시간이나 잔 걸까, 하고 아픈허리를 문지르며 일어나 냉장고를 들여다 본다. 미리 사 둔 냉동식품으로 대충식사를 한 후 쌓일대로 쌓인 집안 일을 해치우기로 했다. 6시가 지나자 겨우 외출할 기력을 되찾은 나는 휴일출근을 하기위해 회사로 향했다. 원래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출근을 해도 끝나지 않을것같은 업무량을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얼마나 처리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처리해야할일들을 떠올리면 역시 일상업무정도는 처리해 둬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지나칠정도로 수면을 취한 덕분에 몸 상태는 꽤 좋아져있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일주일은 질풍노도의 일주일이었다. 흔들리는지하철안에서 나는 멍하니 동해에 대해 생각했다. 동해와 화요일에 처음 만났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오래된 친구 같이 느껴진다고는 할수 없으나 만난지 아직 일주일도 안됐다는 것도 왠지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매일 몸을 섞은 탓일까, 아니면 그의 성격 때무일까.... 마음 속에 떠오른 [그의 성격]이라는 단어에, 자신이 얼마나 그에대해 할고 있는가 하고 나는 혼자 고개를 갸웃 했다. 동해의 사람됨은 물로 그의 환경도, 그의 습관도 누가 물어보면 하나도 대답 못할 만큼 나는 그에 대해모른다. 체구나 분위기에서 건전한 직업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은 할수있지만, 그 이상의 것은 뭐하나 정말로 뭐하나 그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고 텅 빈 지하철안에서 나는 잠시 멍해졌다. [지금은 말 할 수 없는데] 대체 누구냐고 물은 내게 곤혹스러운 듯이 그렇게 대답한 그는 정말 어디의 누구 일까.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내게 접금했을까.... 그의 지나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 천박한 웃음으로 망가지는 그모습이 뇌리에 떠오르자, 왠지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정말로 내가 어떻게 됐나 싶어 당혹스러워 하다가,곧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다는 차내방송 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기분을 바꾸어 지금부터 회사에서 보낼 몇 시간으로의식을 돌리고는 어휴 하고 한숨을 쉬며 도어 로 향했다. "수고하십니다." 일요일 밤에 휴일 출근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기 때문에, 항상 열어놓는 회사 입구로 들어가자 경비원이 놀란 듯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이름을 적고 플로어의 키를 받아 그대로 엘리베이터홀로 향했다. 평일엔 자물쇠를 채우지 않지만 휴일에는 방범을 위해 각 플로어마다 자물쇠를 잠그는 것이 회사 의 결정 사항이었다. 내가 열쇠를 받았다는 것은 먼저 와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었는데, 원래 총무부는 나 이외에 휴일 출근 같은 것은 안하는 부서였다. 나도 과장이 되기 전에는 거의 휴일에 출근할 일이없었는데, 라고 곰곰이 생각하며 곧 내려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총무부플로어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이 빠른 속도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나는 벽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 충분히 수면을 취했을 터인데, 너무 오래 자는 것도 안좋은 거구나,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입구의 자물쇠를 열었다. 캄캄한 플로어의 불을 켜면서,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총회 때는 타츠야와 함께 곧잘 주말에 출근 을 했었던 것이 새삼떠올랐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내 책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밀성이 높아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없어] 혁재한테 밖에 부탁할 수없어, 라고 말하며 타츠야는 내게 여러가지 잡무를 맡겨왔다. 그와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기뻐서 바보처럼 그가 시키는 대로 몸이 가루가되도록 일했던 기억에, 나는 한숨을 쉬고 풀썩 소리를 내며 내자리에 앉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도[기밀성] 따위없는 업무였다. 아마 타츠야는 자신에 대해 그다지 좋은감정 을 품고 있은 부하들에게 부탁하기가 싫었을 것이다. 내게 부탁하면 싫은 표정하나 안 짓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그것을 이용당한 것이라고, 이제 와서 분하게 생각하면 책위의 서류를 잡으려고 한 순간, "...?" 뭐라 설명할 수없는 위화감에 나는 혼자서 눈썹을 찌푸렸다.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뭔가가 금요일 밤과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책상위의 서류를 옮긴 듯한..? 평소에는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귀가하는데그저께 금요일은 어차피 주말에 올 것이기 때문에 어질러진 채로 놔두고 갔었다. 그 때문에 이런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기밀서류라고 생각되는 것은 자물쇠를 채운 서랍안에 뒀기 때문에 책상위를 누가 만진 정도는 큰일이 아니었지만 정말로 누군가가 내 책상에 손을 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착각인지, 어딘지 모르게 신경이 쓰여서 자물쇠를 채운 서랍을 찹아당겨 보았다. 자물쇠가 제대로 채워져있는 점에 안심하면서도 만약을 위해 가지고 있던 열쇠로 서랍안을 체크해 본다. 평소라면 [기분 탓이겠지] 하고 넘어갔을 것을 이렇게 내가 신경쓰는 것은 아마 동해가 한말 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 틀림없다. [너희 회사에 최근에 이상한 점 없어?]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이 엄청나게 만다든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책상안을 훑어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동해가 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나도 정말 어떻게 됐구나 싶어 쓴웃음을 지으며 서랍을 닫으려고 한 순간 가장안쪽에 아무런 라벨도 붙어있지 않은 종이 파일이 한권섞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꼼꼼한 성격이 나는 파일을 만들때 반드시 라벨에 파일명을 써놓는 버릇이 있었다. 이 서랍은 매일 여는데 지금까지 이런 파일은 없었던 것 같아 의아해하며 그것을 꺼내 안을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전혀 본적이 없는 기안서와 경리의 전표가 들었다.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그것을읽어보는 동안 내 머릿속은 점점 퀘스천마크로 가득했다. 그것은 전혀 들은 적이 없는 회계사무소에 대한 지불을 의뢰하는품의서와 전표였다. 어째서 이런파일이 뒤섞여 있는지 의아해하며 계속해서 읽어간 나는 흘끔 표지를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황당하게도 전혀 본적이 없는 품의서의 기안자가 내 이름으로 되어있었고, 내 도장이 분명히 찍혀있는 것이었다. "뭐야...?" 뭐가 뭔지 도저히 알수 없었다. 당황해서 나는 그 품의서를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품의서의 내용은 거의 내용이 맞지 않은 것 투성이에 내 책임하에 이 회계사무소에 지불한다고 적혀 있을뿐 그 내역도 설명도 아무것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날짜를 보니 지금으로 부터 딱 3개월 전, 내가 과장으로 취임한 직후에 작성한 것으로 되어있다. 내가 기억상실에라도 걸려있다며 이야기가 다르지만 나는 이런 서류를 적은 기억도, 그것을 회부 한 기억도, 무엇보다 이 서류를 본적이 전혀 없었다. 여우에게 홀린 듯한 기분으로 나는함께 꽂혀있는 대랑의 경리전표를 손에 쥐고 넘기기시작했다. 과장인 나의 결재 권한은 1건 당 1천만엔까지인데 결제 권한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1천만엔 짤리 전표가 합계 30장, 도합 3억의 돈이 이름도 모르는 회계사무소에 지불된 것으로 되었다. 대체 이회사는 뭐지, 하고 나는 당황해서 PC를 켜고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일본 최대의 신용조사 회사)에 접속하여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결과는 0건, 대체 [나] 는 어떤회사에 합계 3억이나 되는 큰 돈을 지불한 것인가? PC화면을 앞에 두고 얼이 빠져있는 내 등을 갑자기 누군가 툭 쳤다. "수고 많으십니다." 느닷없는 목소리에 말 그대로 뛰어 오를 만큼 놀란 나는 의자에서 넘어질듯 휘정거리며 뒤돌아 보았다. "왜, 왜 그러시죠?" 내 모습에 오히려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매일 얼굴을 대하는 경비원이었다. "아, 아니..,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나는 허둥지둥 파일을 덮고, 정시 순찰을 도는 중인 듯한 그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저야말로 놀라게한것 같네요" 하고 드물게 말을 걸어왔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믿을것 같은 이청년은 한밤중에 돌아가는 내게 곧잘 말을 걸어주는 경기원중 한 사람이었다. 유도라도 하고 있는 듯한 탄탄한 체격에 다람쥐나 비버 같은 작은 동물을 연상시키는 동그할고 큰눈과 살짝 나온 앞 이빨이 특징인 귀여운 얼굴이다. 얼굴과 몸의 언밸런스가 재미있어 인상에 남아있었지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음..., 좀더 일 하다 갈 생각인데, 곤란한가?" [아직 더 있을거냐]라고 일부러 물어온 것을 보니 빨리 집에 갔으면 하는 이유가 있는걸까 싶어 그렇게 묻자, 경비원 청년은 햇볕에 탄 그 귀여운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이며, "아, 아뇨! 곤란하지 않습니다. 전혀, 괜찮습니다!" 하고 내앞에서 차렷 자세가 되어 큰소리로 대답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늦게까지 고생많네" 뭐가[죄송하다]는 건지 싶어, 일단 격려하는 말을 하자 청년은 점점 더 얼굴을 붉혔다. "혁재 과장님이야말로 항상 늦게까지 수고 많으십니다." "호오, 내이름을 알고있어?" 그러고 보니 한밤중에 회사를 나올 때에는 항상 이릉을 적었다. 그러나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의외여서 무심코 그렇게 묻자, 경비원 청년은 한층 더 얼굴이 새발갛게되어서는, "죄송합니다." 또 영문을 알 수 없는 사죄를 하고 허둥지둥 그 자리를 뜨려고했다. 도대체 뭔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아차 싶어, "있잖아..." 하고 뛰어나가려는 청년의 넓은 등에 대고 말을 걸었다. 일단 이번 주말에 플로어에 발을 들여놓은 자가 없는지를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네!" 청년은 다시 차렷 자세가 되어 내쪽을 돌아보았다. 그대로 경례라도 하려는 태세의 그에게 나는, "이번 주말에 나 이외에 총무부에 휴일 출근한 사람은 없는지, 혹시 알아?" 하고 물었다. 묻고 나서 나는 그도 이틀 내내 근무한 것이 아니니까 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돌아가는 길에 사무소에서 물어보는게 더 나았을텐데 하고 생각하는데, "아뇨, 아무도 안오셨습니다." 하고 뜻밖에도 청년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즉시 대답했다. "없어? 어떻게 그렇게 금방 대답할수 있지?" 딱히 신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조건반사처럼 빠른 대답에 놀라서 묻자, "아까 전에 제가 혁재 과장님께 열쇠를 드렸습니다만 열쇠를 대출할때에는 우선 당번인 경비원 이 자기 이름을 대장에 적고 나서 드리기로 되어있습니다. 아까 보니까 이번 주말엔 아무이름도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경비원청년은 그렇게 대답한 후, "아, 하지만" 하고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뭐?" "금요일 밤에도 제가 당번이었는데, 혁재 과장님께서 귀가하신 후 플로어도 어두워서 아무도 안 계실줄알고 자물쇠를 채우러 왔더니, 아직 사람이 있었습니다." "뭐?" 금요일 밤, 나느 분명히 플로어에 맨 마지막으로 남아았었다. 내 라인 이외에 형광등은 전부 꺼져 있었고 마지막 형광등을 내가 끄고 귀가한 것이다. "그건 누구였지? 알아?" 내 뇌리에 어둠 속에서 이 플로어를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대체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있었을까. 무심코 미간을 찌푸리면서 질문을 던진 나는 경비원 청년의 대답에 너무나 놀라 할말을 잃었다. "네, 알죠 전에 총무과장님이었던 스즈모토 씨였습니다." 타츠야? 어째서 타츠야가 이 총무부 플로어에 있었던 거지? "저를 보고 깜짝놀라셨습니다만 [도쿄에 오니까 왠지 그리워서 올라와 봤는데 아무도 없네] 라고 유감스러운 듯이 웃고 계셨습니다." 거침없는어조로 그렇게 설명하는 경비원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제대로 맞장구를 쳤는지는 자신이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남자의 실루엣이 타츠야의 얼굴을 하고 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서랍을 열고 그래, 이책상의 전 주인은 그였다. 타츠야라면 이 책상의 스페어 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리고, 그가 라벨이 안달린 이 파일을....? ".....혁재 과장님?" 걱정스러운 듯한 청년의 목소리에 퍼뜩 제정신이 들었다. "얼굴색이 너무 창백하세요. 속이 안좋으신 건가요?" 작은 동물을 연상시키는 새까만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있다.사람좋아보이는 그의 얼굴에 당황해서, "아무것도 아냐" 하고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그만 집에 갈까 하고 소리내어 중얼거리며, 너무나도 걱정스러운 표정의 그의 앞에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택시라도 불러 드릴까요?" "괜찮아, 고마워" 나는 침착하게 PC전원을 끄고 책상에 자물쇠를 채운 후, 손에 들고있던 파일을 가방안에 찔러 넣고 플로어를 나섰다. 경비원 청년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뒤를 따라오면서 몇번이나,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왔다. "그래" 붙임성 있게 웃어 보이며 고래를 끄덕였지만, 나는 한시라도 빨리 혼자가 되고 싶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혼자서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조심히 가세요" 입구의 도어를 열어주는 경비원에게 나는 다시 상냥하게 웃고 고마움을 표시한 후, 가방을 끌어 안고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모처럼 출근했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한 일이 없다는 것을 후회할 심적 여우도 없이 나는 그저 가방을 꽉 끌어안고 내가 내릴 역에 전차가 도착하는 것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역에서부터는 서두른 나머지 택시를 잡아타고, 말 그대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간 나는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안에 있는 서류를 한장 한장 펼쳐놓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본 적이없는 서류였다. 그러나 찍혀있는 것은 분명 내가 항상 사용하는 도장이다. 품의서의 문장도 평소에 내가 사용하는 형식이었고 샤프로 적혀있는 단서는 내 필적과 유사했다. 도대체 어디의 누가 내이름을 도용해서 이런 영문을 알수 없는 품의서를 작성하고 3억이나 되는 돈을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도 게재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회계사무소에 지불했단 말인가? [사용처가 불명한 고액의 자금이라던가] [이중장부 같은건 없어?] 동해가 안 말이 뇌리에 재생되었다. 말 그대로 사용처가 불명한 고액의 자금은 있었다. 그것도 그것은, 내 지시로입금된 것이 되어있다. 동해는 이사실을 사전에 알고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뭐가 뭔지 알수 없어, 멍하니 서류를 앞에 두고 주저 앉아있던 내 귀에 갑자기 벨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어이, 있지? 나야, 나" 쾅쾅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저 목소리는 동해가 틀립없었다. 나는 허둥지둥 서류를 파일에 끼워 넣고 그것을 가방속에 집어 넣었다. 이대로 문을 열지 않고 버티는 쪽이 좋은지, 집안에 그를 들여 넣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는 쪽이 나은지 망설이는 내앞에서 다시격렬하게 쾅쾅 문을 두두리며, "열어 줘, 나야, 나! 동해라니까. 당신의 사랑하는 달링말이야" 농담조로 떠벌거리는 카미조의 목소리가 울린다. "안 열어주면,여기서 네게 사랑 고백을 할 건데, 그리도 좋아? 응? 코우지 씨" "뭐.." 바보아냐, 하고 내가 당황해서 문앞으로 달리는 사이 동해는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릴 만큼 큰소리로, "너의 그 엄청 진지한 면도,의외로 기가 센면도, 잘우는 면도, 섹스를 좋아하는 면도, 다 합해서 반했어. 응? 듣고 있어? 혁재씨?" "누가 섹스를 좋아한다는 거야?" 쾅, 하고 기세좋게 문을 열고 소리 지른 순간, 빙긋 웃은 동해가 거침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허니..." "누가 허니야" 갑자기 끌어안으려는 것을 동해의 가슴을 힘껏 밀어내며 피했다. 손바닥을 미끄러트리는 실크 감촉, 오늘 그가 입은 셔츠는 놀랍게도 진홍색이었다. "열렬한 사랑고백이었지? 정말로 반했따니까?" 진홍색 셔츠에 금목걸이, 검정에얇은 흰 줄무늬 정말 어디서 이런걸 샀냐고 한마디 해주고 싶어 지는 옷차림을 한 동해우가 나를 억지로 끌어안으려 한다. "하지 마" "또, 또" 싱긋 웃은 동해는 저항하는 내 팔까지 모두 끌어안고 억지로 입을 맞춰왔다. 그의 키스에서 벗어나려고 크게 뒤로 몸을 젖쳤지만 그대로 체중에 눌려 바닥에 쓰러질것 같았다. "으왓" "적극적이네" 점점 더 환하게 미소지으며 동해는 내 등에 팔을 두르고 넘어지는 것을 받쳐주면서 그대로 바닥에 밀어 눕혔다. "그만 해" 덮쳐온 동해의 오른손은 이미 내 사타구니에 있었다. 만나기만 하면 사람을 밀어 넘어뜨리는 이 활력은 어디서 오는것인지, 질릴 새도 없이 그곳을 꽉 쥐어온다. "...하지 말라니까." 흠칫 몸이 떨린 것은 페니스의 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더듬어 찾은 그가 옷 너머로 그것을 쥐어왔 기 때문이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 형태를 훑는 듯 옷 위를 오르내린다. "아까도 왔었다구. 집에 없었지만." 내 얼굴을 위에서 들여다보는 동해의 시선이 문득 옆으로 돌아갔다.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내 분신에 의식이 옮아가던 나는, "뭐야, 회사에 갔던거야?" 라는 질문에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동해가 활짝 열려있는 내 가방을 보고있는 것을 눈치 채고 흠칫 놀라 몸을일으키려 했다. "이런" 동해는 예측을 못한 듯 내 움직임에 한 순간 이나마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었지만 곧 내몸을 다시 내리 눌렀다. "뭐야?" 수상하다는 듯한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본다. "아무것도 아니야..." 반사적으로 흠칫 놀라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엄습한다. 가방속에 허둥지둥 쑤셔 넣은 파일, 그것을 동해에게 들키면 어떤 식으로 악용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3억이나 되는 사용처가 불명한 자금이 있다고 적혀이쓴 수수께끼의 서류... 게다가 지불을 지시한 것은 어째서인지 나로 되어있는 그런 서류를, 동해와 같은 신원을 알수 없는 남자에게 보여선 안된다. 나는 내심 입술을 깨물며, "됐으니까 나줘." 하고 가급적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유지하며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 동해는 말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내 가방을 흘끔 쳐다보더니 오른손을 뻗으려 했다. 당환한 나도 가방으로 손을 뻗었으나 한 박자 빨리 동해가 가방을 낚아챘다. "이봐" 재빨리 일어나 가방을 빼앗으려고 그의 등으로 손을 뻗었으나 동해는 가방에서 내가 쑤서 넣은 정체불명의 파일을 꺼낸후 내게 가방을 던졌고, 그가 파일을 보는 것을 막으려고한 내움직임을 제압했다. 날아온 가방을 내던지고 계속해서 그의 손에서 파일을 빼앗으려고 그의 팔에 매달리는 내 양손목 으 한손으로 누른 동해는 대충 파일 내용을 훑어 본 후 놀란 듯한 시선을 내게 곧바로 향해왔다. "...멋대로 남의 물건을...." 꽉 쥐인 손목의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며 나는 가능한 한 아무렇지 않은 척 동해를 노려보았다 생각해보면 이서류가 [사용처가 불명한 자금]인것은 우리화사의 직원이 아닌 이상 슬쩍봐서는 알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서류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그것을 냉정하게 생각하기 위해서도 한시라도 빨리 동해가 그 서류에 흥미를 거둬주길 바랬으나, 그 동해이 반응에 내가 겨우 꾸민 [평정]은 한 순간 날아갔다. "이거, 정말로 네가 작성한 서류야?" "..에?" 너무나 진지한 그의 말투에 놀라며 쳐다보자, 그는 내 손목을 놓고 한 장씩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멋대로 남의 것을 보지 말라고..." 당황해서 나는 그의 손에서 파일을 빼앗았지만, 이번엔 그는 나를 막으려고 하지도 않고 다시한번 "대답해, 정말로 그거 네가 만든 서류냐구?" 하고 더 진지한 시선을 똑바로 내게 보내왔다. "....?" 진홍색 실크 셔추에 블랙 계열의 양복, 깔끔하게 빗어 넘긴 올백 머리가 형광등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평소처럼 야쿠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차람에도 불구하고,지금의 동해는 괜지 분위기가 완전기 딴판이었다. 나를 붙잡은 찌를 듯한 시선은 먹잇감을 포착했다기보다는 뭐랄까.. 엄격하면서도 마치 동정하는 듯한 눈빛이 느껴져서 나는 무심코 정직하게, "아니..." 하고 고개를 저어버렸다. "정말이지? 네가 작성한게 아니지?" 더욱엄한 어저로 물어봐서, 나는 그 무서운 표정에 이번엔 더크게 고개를 흔들고 정말 아니라고 말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동해는, "그래" 하고 중얼거린후, 멍청하게 서있는 내손에서 잠자코 다시 파일을 가져가더니 서류를 한장 한장 넘기기 시작했다 "저기..?"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에 다시 나는 완전히 그의 페이스에 휘말려 우물쭈물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평소대로라면 멋대로 남의 서류를 보는 것을 책망해야 할 터이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동해는 한참동안 말없이 한장 한장 서류를 체크하다가 이윽고 길게 한숨을 쉬고 내쪽을 돌아봤다. "..이대로는 너 [뇌물공여] 혐의를 혼자서 뒤집어쓰게 돼" "뭐어?" [뇌물공여] 라는 의외의 어휘에 나는 무심코 큰 소리로 되물으며 물끄러미 동해를 바라보았다. 동해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한장 한장 서류를 넘기면서, 한증 더 [의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즈모토 제약이 후생노동성의 사무차관에게 고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소문은 꽤 예전부터 있었 는데, 조금 욕심을 부린이 사무차관이 자기하고 친한 거물 중의원 의원의 선거자금을 대라고 스즈 모토 제약에 요구를 해서 스즈모토 측이 자금을 유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 이쪽을 파고들어서 일련의 뇌물공여를 적발할 거고, 곧 너희 회사에 강제 수사가 들어가기로 되어있는데..." "뭐라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는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고 동해의 팔을 잡았다. 스즈모토 제약이 뇌물공여? 그런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분명 후생노동성의 사무차관과 스즈모토사장과의 골프 세팅을 했던 기억이 있긴하지만, 뇌물을 줬다는 소문은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그런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말하려던 내말을 막듯이 동해는, "중의원 의원에게 지불한 뒷돈은 딱 3억. 뇌물공여의 증거확보가 가능할 것 같은건 현재로선 이 의원뿐이니까 우선 이 돈이 가장 입방아에 오르겠지. 그 3억을, 혁재씨, 이대로는 당신이 지시 해서 회사에 지불시킨 셈이 되어버리는데, 대체 이서류는..." "뭐라구..?" [말도 안되는] 정도가 아니었다. 어째서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뇌물공여를 한게 되는 거지. 나도 모르게 동해의 손에서 서류더미를 낚아채서, 떨리는 손으로 한장 한장 넘겨보았다. 내 인감밖에 찍혀있지 않은 전표. 내 글씨체와 비슷한 품의서의 메모.. 분명 이서류만 보면, 내가 3억의 돈을 이 회계사무소에 지불하도록 지시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돈을 지불한 야마베 회계사무소라는 곳이 이 의원 아래에 있는 사무소야. 물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라 바깥에는 일절 공표되지는 않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단번에 의원과 연결될것은 분명해. 사무차관에게 댄 돈은 입근 같은건 일절 안하고 그대로 돈다발로 건넸으니 꼬리를 잡을 수 없었는데, 이 3억에 대해서는 일부러 이런 [증거]를 남겨두다니." 동해는 그렇게 말하고, 멍하니 서류를 보고있던 내 어깨를 꽉잡았다. "누군가 너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으로 밖에는 볼수없어" "그런...." 낮게 억누른 톤으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더욱 얼이 빠져서 멍청히 그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동해도 뭐라 표현하기 힘든 표정으로 한동안 내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얌전히 있어. 내일은 회사도 쉬고. 아무 데도 가지마. 내가돌아올때까지, 여기서 한발짝도 나가지마. 알았지?" 내 양쪽 어깨를 꽉잡은 후 아플정도로 세게 때리더니 [그럼 이만]하고 일어선다. "저기...?" 영문을 모르는 채 나는 그대로 문으로 향한 그의 뒤를 쫓아갔다.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대체 동해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어째서 그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걸까, 이대로 그를 보내도 괜찮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에 무심코 그의 등을 붙잡자, 동해는 휙 돌아보고는 갑자기 나를 끌어안았다. "뭐..." 그대로 입술을 겹치고 아플 정도로 세게 빨아들인 다음 곧바로 입술을 뗀 동해가 똑바로 나를 내려다본다. "기다려" "...엣?" 정신을 차리니 내 양 손은 그의 등에 들러져있었다. 당황하여 그 손을 푼 내 몸을 다시 끌어안고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잡아당긴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무슨일이있어도, 너는 내가 지켜줄게" "..에?" 무슨 소리야, 라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나를 더욱 힘껏 끌어 안는다. "알았지? 안 발짝도 집에서 나오지마"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단단히 일러두고, 재빨리 구두를 신은 동해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이봐?" 내 목소리가 쾅 하고 큰소리를 내며 닫힌 문에 가로막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하고 나는 집안을 뒤돌아보다가 바닥 위에 흩어져있는 그 정체불명의 서류들에게 끌려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누군가 너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으로 밖에는 볼수 없어] 누군가가 스즈모토 제약의 뇌물공여죄를 내게 뒤집어 씌우려하고있다? 스즈모토 제약이 정말로 뇌물공여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기본적인 질문은 이미 내머리에서 날아간 상태였다. 눈앞에는 분명히 사용처가 불명한 3억을 지불한 [증거]가 있다. 그리고 그 전혀 알수 없는 3억을 지불시킨 것이 나로 되어있다는 사실만이 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뇌물공여죄.... 대체 누가 그런 죄를 내게 뒤집어 씌우려고하는걸까.. 어둠속에서 내 사무실 책상앞을 서성이는 남자의 실루엣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호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로 내 책상서랍을 열고 가지고 있던 파일을 소리 없이 집어넣는 남자의 얼굴이, 어렴풋한 이미지에서 점차 내머릿속에서 구체적인 형체를 갖춰간다. 파일을 집어넣으며 선명한 미소를 띄고있는 그 얼굴은.... [혁재] 타츠야 였다. 금요일 밤, 총무부 플로어를 서성였다는 그. 나이외에 유일하게 내 책상 서랍의 열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그. 내 필적을 흉내내고 내 도장을 찍는 것은 그에게는 쉬운 일일 것이다. 혹시 그가 금요일 날 상경한 것은 나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이 파일을 내 책상에 넣기 위해서 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흩어져있는서류를 대충 파일에 끼고 가방에 쑤셔 넣은 뒤 벌떡 일어섰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후 8시 반. 아직 나고야행 신칸센에 탈수 있는시간이다. [혁재] 몇 번이나 내 이름을 속삭였던 타츠야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되살아난다. 정말로 이 서류를 내 책상에 남긴 것은 타츠야인가, 정말로 그가 내게 뇌물공여죄를 뒤집어씌우 려고 하는걸까, 어떻게든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다. 직접 타츠야에게 물어봐야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실히 설명을 들어야겠다. 자신이 기대하는 것이 타츠야의 부정인지 긍정인지 그것조차 알수없을 정도로 흥분한 나는 지갑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가방을 집어들고는 잽싸게 아파트를 뛰어 나왔다. 그 때 내 머리엔 동해의 진지한 눈동자도, [집에서 나가지마] 라는 목소리도 분명히 남아있었 지만, 어떻게든 타츠야와 만나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심정 쪽이더 강했던 것이다. 내가 그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은 그가 내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가라는 사실이라기보다, 그가 나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하는 그의 진심이 아닐까. 그것을 깨달은 것은 허둥지둥 올라탄 신칸센의 자유석에 앉아, 한동안 뒤로 흘러가는 도쿄의 가로등을 차창 너머로 바라본 후 였다. [미안해] 금요일 밤 내게 속삭였던 ,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타츠야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그에게 나란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하고 나는 가로등도 드문드문 해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다시 멍하니 바라 보았다. 지난 주, 똑같은 장소를 역시 [노조미]를 타고 바라 봤었다. 그때의 나는 타츠야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단지 그에 대한 억누를 수없는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열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있어 타츠야가, 그리고 타츠야에게 있어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없다니, 하고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일그러진 내 얼굴이 열차 창문 의 유리에 비쳐 보였다. 젊은 사내와의 정사장면을 들킨 것을 넉살좋게 사과한 타츠야. 야쿠자에게 끌려가는 나를 지키려 고도 하지 않은 타츠야.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모종의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하는지도 모르는 타츠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몸을 섞어왔는데, 나는 타츠야의 사람됨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걸 아닐까. [혁재] 그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항상 상냥함이 배어있었다. 그 목소리를 상냥하다고 여길 근거가, 그의 행동 속에 있었을까. 뒤늦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그의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환청에 귀를 막고, 눈앞에 떠오르는 그의 미소지은 얼굴을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내 몰았다. 다시 열차 창에 툭 이마를 기대고 나서, 아무 것도 안보이는 차창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바깥 풍경에 시선을 집중했다. 문득 뇌리에 동해의 진지한 눈동자가 스친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그는 스즈모토 제약의 뇌물공여에 대해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알고 있는걸까. 하는 의문이 이제와서야 내 머리에 떠올랐다. 대체 그는 누굴까.. 방에서 그가 말했던 것엔 무슨 의미가있었을까, 하고 나는 약간 그에 대해 생각했으나 모든 것은 타츠야와 만난 후에 따져보기로 하고 또 머리를 흔들어 그생각을 떨쳤다 그때 내 머리 속에 가득했던 것은 타츠야에 대한 내 마음과, 5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보내온 그와 내 나름대로 결별을 하고 싶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 출발을 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쉰 나는 자신이 어디를 향해 그 [첫 걸음] 을 내딛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에 퍼뜩 놀랐다. 스스로도 한심해하며 무심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나고야로 향하는 차창으로 시선을 돌리고 타츠야 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때 내 뇌리를 스친 그 [이미지]는.... 헤어질 때 본진지하기 그지없는 동해의 까만 눈동자였다. 나고야 역에는 23시 전에 도착했다. 마치 지난주의 데자뷰처럼 나는 택시 승강장으로달려가 택시 를 잡아타고 운전수에게 사카에에 있는 타츠야의 맨션 주솔ㄹ 말했다. "좋은 곳에 사시네요" 이 대화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운전수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한것은 타츠야가 사는 맨션이 최근 들어 생긴 고급스러움이 이 세일즈 포인트인 고층 맨션인 탓인 듯했다.... 그 최상층에서 타츠야는 어떤 기분으로 나고야 거리를 내려다보고있을까... 문득 머릿속에 타츠야의 아래에서 신음하던 젊은 사내이 몸이 스쳐지나갔다. [아아....앗] 달달한 교성. 달빛에 비치는 싱싱한 피부를 가진 그젊은이가 또 그의 집에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떠올라 나는 무심코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생각해보면 타츠야갸 맨션에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일단 전화를 걸어볼까 하고 전화기를 열자 화면에 [부재중 전화] 표시가 되어있다. 전화가 온것을 전혀 몰랐던 나는 누가 건 전화인지를 보기위해 통화기록을 보았다. 그러나 본 적이 없는 휴대전화 번호가 떠있다. "..?"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해서 통화기록을 보다보니 며칠전에도 그 번호로 착신이 기록되었는 것을 알았다. 날짜와 시간을 보며 대체 누구일까 생각하던 나는 동해의 번호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에게서 한번,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호텔에서나를 범한 후,[경찰에 갈생각은 하지마]라고 협박했을때이다. 동해는 무슨 용건으로 내게 전화를 한걸까, 별생각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문득, 집밖으로 나가지말라고 했던 그의 말을 무시하고 이런 곳에 와있는 것을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그대로 전화를 끄고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래도 어째서 동해는 내게 [집에 있으라]고 말했을까, 하고 의아해 하던 차에 택시가 타츠야의 맨션에 도착했다. 결국 그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채 와버렸다고 생각하며 나는 운전수에게 돈을 지불하고 맨션의 자동 잠금장치 앞에 섰다. 열쇠는 가지고 있었지만 다시 정사장면을 목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망설임 없이 나는 타츠야의 집번호를 누르고 그의 답을 기다렸다. 한참 후 기에 익은 타츠야의 목소리가 인터폰너머로 들려 왔다. [네] 평소같으면 [나야]라고 말했을 텐데 어째서인지 그 말이 순순히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위의 감시카메라 화면이 그의 집에서는 보이는듯, [혁재?] 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왔어, 지금 열게] 타츠야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눈앞의 자동문이 열렸다. 평소와 다름 없는타츠야의 모습에 어떻게 그런서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까 고민하며 나는 열린 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홀로 향했다. 최상층에 있는 타츠야의 집의 차임벨을 누르자마자 문이 열려서 나는 무심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타츠야가 손을 뻗어왔다. 그대로 파을 붙잡혀 집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곧바로 타츠야의 품안에 비틀거리며 쓰러져버렸다. 쓰러진 내 몸을 타츠야가 꽉 안아왔다. "보고 싶었어" 뜨거운 숨결이 귀에 느껴진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어안이벙벙해진 내 뺨을 타츠야의 손바닥이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입술을 겹쳐왔다. "...읏" 놀란 나머지 들고있던 가방이 탁,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다시 타츠야의 뜨거운 손바닥이 내 등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의 혀가 내 입 속으로 침입하려고 입술 틈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려 할 즈음에 겨우 제정신을 차린 나는, 그만하라고 그의 가슴을 힘껏 밀어냈다. "...왜 그래?" 평소에 안 하던 내 저항에 타츠야가 정말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 할 얘기가 있어" 너무나도 평소와 다름없는 그의 반응에, 지금까지 내가 계속품어온 그에 대한 의문이 흔들리려 한다. 그 일순의 주저를 굳히려는 듯 타츠야는 다시 빙긋 내게 미소짓고 내 등을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에 녹아 내릴 것 같은 의식을 어떻게 든 다잡고 천천히 입술을 가까이 하는 그러부터 고개를 돌린다. 내게 그럴생각이 없는 것을 알아챘는지 타츠야는, "...현관에서 할 일은 아니지." 하고 킥 웃고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멋진 윙크를 한 후 겨우 몸을 놓아주었다. "할 이야기가 있다구" 평소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짓는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나는 천천히 가방을 집어들었다. "뭔가 마실래? 맥주나.. 마시토시는 와인이 좋을까?" 앞서 걸으며 타츠야는 명랑한 목소리로 물은 후,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저은 나를 거실로 데려가 [앉아] 라고 소파를 가리키더니 부엌으로 사라졌다. 지난 주 타츠야가 젊은 사내와 뒹굴었던 그 소파를 눈앞에 두고 나는 토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혼자 입술을 깨물었다. 무신경한 데도 정도가 있다. 아니면 타츠야에게는 내게 다른 남자와의 섹스현장을 들킨 것은 조금도 죄악감을느낄만 한것이 아니라는 것일까. 화가 나서 꼼짝 않고 서있던 나는 이윽고 부엌에서 와인 병와 글라슬ㄹ 들고 나타난 타츠야가, "앉으라고 했는데" 하고 미소 지어왔을때 그만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말았다. "뭐야?" 탁, 하고 테이블에 와인 병등을내려놓은 타츠야갸 내게 천천히 다가 온다. "..묻고 싶은게 있어" 다시 안길 뻔한나는 그 손을 피하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며 손에들고 있던 가방을 열어 속에서 파일을 꺼냈다. 눈앞의 타츠야의 뺨이 움찔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역시, 라는 생각과 설마,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나는 파일을 그에게게 보이고 단도 직입적으로 물었다. "이것을 내 서랍에 집어넣은게.. 너야?" "..내가? 혁재의 서랍에?" 타츠야가 놀란 듯이 눈을 뜨고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부자연스런 큰 목소리도, 가식적인 그표정 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으나, 나는 그의 입을 통해 제대로 진상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말을이었다. "그래. 금요일 밤엔 이런 파일은 없었어. 아까 회사에 가서 처음으로 발견한 거야. 안을 보고놀랐 어. 전혀 본 적이 없는 서류에 내 인감이 보란듯이 찍혀 있잖아. 이거 타츠야가 한짓이야? 내 이름으로 기안서를 작성하고, 내 이름으로 3억이나 되는 전표를 끊은 게 타츠야냐구?" "어째서 나라고 생각한 거지?" 타츠야는 여전히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억양이 없는 목소리 로 내말을 가로막은 그에게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에 내가 돌아간 후에 타츠야가 총무부에있었다고 경비원에게 들었어. 게다가 내책은 원래 네가 사용했던 거야. 너라면 책상열쇠를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내 필적을 흉내내는 것도......" "그것만 가지고? 그것만으로 날 의심하는거야? 그리고 그 서류는 도대체 뭐야?" 타츠야가한 발짝 내게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에 묘한 빛이 감도는 것 같아, 나는 무심결에 뒷걸음 질 쳤지만 이야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스즈모토제약이 후생노동성의 사무차관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 그 돈은 사무 차관의 부탁을 받고 중의원 의원의 선거 자금으로 준비한 돈이라고.. 정말로우리 회사가 그런짓을 하고있는거야? 그서을 타츠야는 알고있었어? 그리고..." 어째소 내가 관여한 것으로 되어있지, 하고 외치려고 한 내 눈앞에서 당차 않게도 타츠야는 쿡, 하고웃었다. "......." 그 얼굴을 본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지극히 평소와 다름없는 상냥한 미소를 띈 타츠야는 한걸음 더 내게다가와, "..하는 수 없군" 하고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어깨를 으쓱했다. "...타츠야?" 타츠야는 천천히 한 발짝 더 내게 다가왔다. 같은 보조로 나도 한걸음 물러서려했으나 식탁이 내 퇴로를 가로 막았다. "혁재가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말대로야." 홀릴 듯한 미소를 띤 타츠야가 다시 한 발짝 내게 다가왔다. "......." 그말대로...역시 스즈모토 제약은 중위원 위원에게 뇌물을 지불했고 거기에 타츠야가 관련 되었다 는 [그 말]대로하는 것일까. 나는 완전히 잠겨버린 목소리를 쥐어짜내어 물어ㅗ려했지만 그보다 먼저 타츠야가 다시 한걸음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이번엔 말이야, 강제수사가 들어 올거라는 정보가 있었어. 특수 수사과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이지, 사무자관이 가르쳐 줬거든" 타츠야의 눈이 샹들이에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한 담담 한 어조였지만, 내 팔은 그의 손가락에 움푹 파일정도로 꽉 붙잡혀 있었다. "그 의원이 야단스럽게 돈을 뿌리고다니는 바람에 걸려서 말이야. 우리 회사에서도 사찰이 들어 온다더군. 그쪽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자신의 이름을 절대로 내지 말라니, 정말 이기적인 인간 아냐? 하지만 정보를 제공해준건 고마웠기 때문에 허둥지둥 서류를 같춘거야, 그야말로 [희생양] 용으로 말이지."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며 타츠야는 계속 속삭였다. 너무 가까워서 초점이 안 맞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시선을 피하려고 한 내 뺨에, 타츠야는 나머지 한쪽 손을 천천히 뻗어와 내 움직임을 제지했다. "혁재는 날 사랑하지?" 뜨거운 입김이 입술에 닿는다. 고개를 옆으로 흔들려고 했으나 타츠야의 손이 뺨에서 턱까지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움직일 수 없었다. "5년이나 지속됐잖아. 나를 사랑하는거 맞지?" 검은 눈동자가 미소로 가늘어지며 잔짝임이 안으로 쓰윽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아냐...." 억지로 쥐어 짜낸 목소리에 타츠야의 목소리가 겹친다. "그러니까, 날 좀 도와줘" 타츠야의 입술이 내 입술에 살짝 닿았다. 뜨거운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친 순간 전신에 오한 이 느껴져 그에게서 도망치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팔과 얼굴을 꽉 붙잡힌 상태에서는 벗어날수 없었다. "부탁이야, 혁재...네가 했다고 말해주지 않을래?" 몸부림치는 나를 더 세게짓누르며 타츠야가 속삭여온다. "뭣.."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소리 지르려 했으나 타츠야의 손이 내 뱜을 더 세게 쥐어서 입을 열 수도 없었다. "숙부님도 나를 전과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나고야로 이동시켜주셨어. 너라면 분명히 내 대신 쉬집어써줄 것 같아서 내 후임으로 밀었다구. 전부 네가 했다고 말해주면 되는거야. 회사는 절 대로 너를 버리지 않아. 향후의 처우에 대해서는 반드시약속할테니까, 그러니까...." "헛소리 하지마" 완전히 사람을 우습게 보는 그의 말이 내 손발을 움직였다. 꼼짝없이 붙잡혀있던 소을 뿌리치고 그의 가슴을 양손으로 밀어젖힌 나는 잔뜩 화가 난채로 그에게 꽥 소리를 질렀다. "왜 내가 너 대신 죄를 뒤집어써야돼?! 바보 취급하지마!" "...바보 취급하는게 아니야.이건 [부탁]이야"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한 눈으로 다시 내게 다가오는 타츠야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혐호감 이 치솟는다. 그의 눈이 진지하면 지지할수록 지금까지 내게 보내온 그 눈빛 하나하나가, 말 하나 하나가, 전부 그의 형편에 맞춘 거짓투성이였다는 것이 여지 없이 드러난 것 같아, 나는 다시 그의 가슴을 양손으로 밀어냈다. "누굴 바보로 알아!!" 기세좋게 소리친 것은 좋았지만, 곧바로 타츠야에게 난폭하게 파을 붙잡혀 흠칫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군." 타츠야의 어조는 소름끼칠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 뿐인가, 평소보다 느긋하게,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한 말투로 속삭여온 말에 내 몸은 얼어붙었다. "그렇다면 죽어줘야겠어" "뭣.." 무심코 할 말은 잃은 내 양 손목을 타츠야는 꽈악 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쥐었다. 아파서 얼굴을 찡그린 내게 타츠야는 천천히 얼굴을 갖다 댔으나 여전히 미소를 띤 그잘생긴 얼굴 은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의 공포를 느끼게 했다. "흔히 있는 일이잖아?정치가의 비서가 [모든것은 제 책임 입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그런거 말이야. 혁재, 너는 그 비서야.[전부 제가했습니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거지 피의자 사망으로 이 뇌물 공여 사건은검찰에 넘어가는 거고....이걸로 스즈모토 제약도, 나도 구제되고 모두가 행복해질수 있어" 타츠야의 한 손이 내 손목에서 떨어져 내 벨트를 잡고는 재빨리 그것을 벗겨 바지에서 빼냈다 설마, 하고 몸을 움츠린 내게 타츠야는 화사한 미소를 띠며 양손으로 벨트를 쥐고 갑자기 그것을 내 몸에 둘러 단숨에 조르기 시작했다. "...윽" "...섹스하는 맛은 쇠고 였는데..유감이야.." 쿡, 하고 미소짓는 그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채운다. 타츠야는 일부러 목을 감은 벨트를 위로 잡아당기듯 내목을 조르고 있다. 내가 목을 매달고 자살 했다고 꾸미기 위한 것이리라. 그런 무사태평한 잡념이 몽롱한 의식 속에서 떠올랐다가는 사라진다. 이젠 못견디겠다...서서히 감각을 잃어가는 내 귀이ㅔ 콰당하는 커다란 소리와 울림과 동시에, 여러명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이 침침해진 시야를 스쳐지나갔다. "스즈모토" 성난 남자의 목소리가 집안에 울린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내몸이 바닥에 내 팽개쳐졌다. 그와 동시에 내 목을 조르고 있던 벨트가 느슨해지면서 공기가 단번에 기도로 흘러 들어와서, 나는 그자리에서 웅크린 채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 "괜찮아?" 당환한 듯 내 곁으로 달려온사내는 내 뺨을 두드리며, "괜찮아? 이봐!" 하고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댄 사람은, 놀랍게도 동해였다. "........아?" 입을 열려고 하자마다 다시 콜록콜록 기침을 해버린 내 등을 동해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쓸어 주며, "괜찮은 거야?" 하고 정말로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응, 하고 끄덕인내 귀에 "스즈모토 타츠야, 살인 미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라는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고개를 드니 창백해진 타츠야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있는 거구의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 살인 미수 현행범...타츠야는 정말로 나를 죽이려고 하고있었다. 아무런 주저없이 내목을 조른 그의 미소마저 띄고 있던 얼굴을 떠올린 순간 새삼 죽음에 대한 공포가밀려와 나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괜찮아? 이봐?" 점점 더 걱정스러운 듯 내얼굴을 들여다본 동해의 목소리에 이끌리듯 타츠야가 내 쪽을 바라본다. "너 때문에...." 수갑이 채워진 손을 휘두르며 웅크리고 있는 내쪽으로 달려드는 그의 옆구리에 옆에서있던 사내 의 주먹이 푹 박혔다. "남의 힘에 의지하는건 이제 그만 하지?" 하면서 발로 걷어 찬 그 사내가 내쪽을 휙 돌아보고 [그렇지] 하고 웃어보인다. 그 얼굴을 본 나는 무심코 앗, 하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남의 힘에 의지하는거] 랑은 좀다르지" 바보야, 하고 동해가 빈정거리자, "시끄럽네ㅣ 대충의미만 통하면 되는거 아냐?" 하고 말하며 큰소리로 웃고 있는것은 신오쿠보에서 만났던 남자 내주소와 같은 이름의 코우엔지 였다. "에엣?" 으윽, 하고 신음하는 타츠야에게 채워진 수갑을 잡고 억지로일으켜 질질 끌고 문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이 코우엔지란 사내는..." 혀.형사?" 놀란 듯한 내목소리에 코우엔지가 어깨너머로 돌아본다. "응, 신주쿠니지 경찰서에있지.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 내 휴대폰은..." "됐으니까 어서 데려가기나해" 동해가 소리질렀다. "질투하지말라고.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에... 혁재 씨" "멋대로 이름 외우지 마셔!" 아하하, 하고 쉰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타츠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저러면서 잘도 형사를 한다니까" 거참, 하고 한숨을 쉬며 동해가 멍해져있는 내얼굴을 들여다보고 미소짓는다. 저 코우엔지란 남자가 형사인데 함께 이런 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설마 이 동해란 사내도 형사인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머뭇머뭇, "설마 당신도...형사?" 하고 묻자 동해는 아니, 하고 고개를 젓고 상의 주머니를뒤져 내 눈앞에 뭔가를 펼져보였다. 그 손에 쥐어져있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금배지... "난 검사야 도쿄지검 특수부의 검사지.." "으에엣?" 더 큰 충격에 무심코 큰소릴ㄹ질러버린 내등을 동해가 끌어 안는다. "정말로..무사해서 다행이야" 거듭되는 쇼크에 결국 내 신경은 버티지 못해 [정말로 다행이야]라고 되풀이해서 속삭이는 그의 품안에서 끝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아, 히데 일어난 모양이야" 방안의 눈부신 불빛에 힘겹게 눈을 뜨자, 익순한 쉰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이봐, 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동해의 얼굴이 시야를 채운다. 여기는 멍한 머리로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보던 나는 자신이 아무래도 병원에 있는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아?" 동해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 또박또박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 응,하고 작게 끄덕인 나느 동해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두남자의 실루엣 쪽으로 천천히 시선 을 옮겼다. 한사람은 낯익은 쉰목소리의 소유자, 코우엔지형사이고 다름 한사람은? 비교적 마른편인 이사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놀랄정도로 잘생긴 외모라는 것이 차츰 인식 되었다. 동해도 그렇고 코우엔지도 그렇고, 그들주변에는잘생긴 남자밖에 없는 것인가. 또다시 눈뜨 자마자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는 그런 내머릿속을 알리가 없는 동해는 다시 걱정스러운 듯 눈썹을 찡그리며, "정말로 괜찮은 거야?" "응" 괜찮다 고 할 만큼 의식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속이 안좋은 것도 아니었다. 목이 따끔거려 손을 대니 꼼꼼하게 감긴 붕대가 만져진다. 그 천의 감촉에 새삼 내 뇌리에 아까 전 타츠야의 집에서 일어났던 장면의 기억이, 폭풍일듯 되살아 났다. 그래.. 이 동해란 사내는 야쿠자가 아니라 특수검사이고, 그리고 이 코우엔지란 사내도 야쿠자가 아니라 신주쿠니시 경찰서의 형사이고, 어떻게 된건지는 알수 없지만 타츠야에게 살해당할 뻔한 내 눈앞에 나타나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거기까지 떠오른, 나는 당황해서 일어나려 했다. 아직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안한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봐?" 동해는 억지로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는 나를 보고 놀라는 듯 했지만 얼른 손을 뻗어 부축해 주었다. "왜 그래?" 이마가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 고마워요"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동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뭐가? 왜그래?" 하면서 더 유심히 내표정을 살핀다. "..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안했으니까.." 완전히 갈라져서 알아듣기 힘든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놀랐다. 하긴 목을졸렸 으니까, 하고 생각하며 나는 붕대 너머로 목을 누르고 나직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는데 뭐가 웃긴 것인지 나 이외의 세 남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 "당신 정말 진지한 성격이구나" 아하하, 하고 호쾌하게 웃으며 동해가 내등을 친다.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답례를 하는 것이 뭐가 웃긴걸까, 하고 눈썹을 찌푸린 내얼굴에 그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히데가 반한 것도 납득이 간다, 그렇지, 나카츠" 경련하는 듯한 쉰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코우엔지가 은행직원이 등을 치자 보아하니[나카츠]라는 것이 그의 성인 듯하다..은행직원도, "정말이지 동해가 이 배려심의 반만큼만 배우면 좋겠어" 하고 새하얀 뺨에 홍조를 띄며 코우엔지에게 웃음짓고 있다. 대체 어째서 그렇게 웃는지 알수없어 망연자실해진 내 표정을 알아챘는지 동해는, "미안, 미안" 하고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봐, 실례잖아, 너희들 우리 허니 화났다구" 자기도 실컷 웃은 주제에 갑자기 다른 두명에게 투덜거리면서 내 어깨를 안아온다. "누가 허니야" 무심코 언성을 높이려한 목소리가 갈라져 콜록콜록 기침을 한 내모습에 단번에 웃음소리가 잦아 들었다. "괘, 괜찮아?" 당환한 듯 동해가 내 어깨를 안고 안색을 살폈다. "...." 시하게 기침을 하면서도 응, 하고 끄덕이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 하고 동해는 내 등을 받쳐 다시 나를 침대에 눕혔다. 겨우 기침이 가라앉은 후 나는 동해와 나머지 두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쳐다봤다. 대체 내게 무슨일이 일어난것일까, 도무지 파악이 안된다. 도대체 어떻게 동해와 코우엔지는 그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타츠야의 맨션에 나타난 것일까. 특수부 검사라는 동해가 나를 쫓아다닌 것은 역시 스즈모토 제약의 뇌물공여를 뒤쫓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코우엔지라는 형사와 이 나카츠라는 사내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걸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영문을 알수 없게 된나는 머뭇거리며,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죠?" 하고 동해를 올려다보았다. "..뭐부터 설명할까" 으음, 하고 동해가 팔짱을 끼고 한순간 허공을 노려보자 나카츠가, "우선 뇌물공여부터 시작해야지?" 하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 곁에서 코우엔지가 응, 응, 하고 끄덕이고 있다. "그렇지" 동해는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웃은 후 표정을 다잡고 내쪽으로 돌아봤다. "스즈모토 제약이 후생노동성의 사무차관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이번에 그차무차관의 요청으로 거물의원에게 3억의 돈을 융통했다는 이야기는 벌써 했지?" 진지한 눈빛이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에 왠지 두근대면서도 응, 하고 끄덕이자 카미 죠우는 살짝 내게 미소짓고 다시입을 열었다. "특수부는 최근 3개월 동안 계속 스즈모토 제약을 쫓고 있었어. 주모자는 사장인 스즈모토, 실제 로 자금을 수배한 것은 그의 조카인 총무과장 타츠야라는 짐작은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특수부가 주시하고 있다는 정보가 그들에게 유출됐는지 타츠야가 나고야에 전근 을 가버리더군. 그래서나는 계속 타츠야를 잠복수하고있었는데..." "아, 잠깐 끼어들어도 될까" 나카츠가 불쑥 한 발짝 나서며 동해의 말을 가로 막았다. "뭐야?" 불만스럽게 입을 비죽거리는 동해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나카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특수부의 검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하지. 경찰의 능력으로는 처리 할수없는 사건, 예를 들면 정치가가 얽혀있는 뇌물 공여나 탈세등의 기업 범죄나 사회를 흔들어 놓는대규모 범죄의 수사를 검찰청 조직만으로 독자적으로 수사를하는 것이 특수부의 역할이야. 가장주된것이 곧잘 TV에서 강제 수사하는 장면이 나오지? 산처럼 쌓인 종이 상자를 기업에서 운하하는.... 바로 그거야" 아무래도 나카츠는 내가 [특수부 검사] 의 역할에대해 전혀지식이없다는 것을알아 챈듯했다. 무테안경 아래에서 긴 속눈썹으로 둘러싸인 예쁜 눈이 미소로 가늘어진다. 무심코 그 표정에 넑을 잃고 있던 나는, "그래서" 하고 재개된 그의 이야기에 허둥지둥 의식을 집중했다. "강제수사에 들어갈때에는 실은 특수부는 모든 증거를 갖춘상태야, 만일에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 이 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수사를 하고 나서 일제히 적발에 나서는 거지. 그 때문에 특수부검사는 은밀하게 뒤에서 움직이는 거야. 동해를 비롯한 특수부 검사들은 최근 3개월 동안 일을 분담 해서 매일 스즈모토 제약에 잠복해서 증거 굳히기를 하고있었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역시 전 동업자시군." 나카츠의 어깨를 세게 친 동해가 알았냐고 내게 미소를지어왔다. "전 동업자?" 무시코 되물어버린 것은 말하자면 이 나카츠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내 머릿속의 [검사]의 이미지 에 더 가까웠기 때문 이었는데, 과연 나카츠는 쓴웃음을 짓고는, "아아, 나도 이전엔 도쿄지검의 검사였어. 지금은 변호사로 전향했지만."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야메켄이라고 하지" 곁에서 코우엔지가 끼어든다. "야메켄?"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이번에 코우엔지에게 되물은 내게 대답한 것은 동해였다. "응, 검사를 그만둔 변호사, 통신[야메켄(검사와 그만두다의 일본어 합성어)]. 경찰청과도 안면이 있다는 이점 때문에 꽤짭짤하지. 이녀석은 기업전문 변호사야" "그렇게 잘 벌지는 못해" 그게 일부러 와준 내게 할말이냐, 하고 나카츠변호사는 살짝 동해를 째려보는 시늉을했다. "미안, 미안. 유사시엔 변호사선생님의 힘을 빌려야 할것 같아서 말이야" 동해는 한 손으로 비는 흉내를 낸 후 그들의 대화를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던 내게 시선을 돌리고, "왠지, 얘기가 옆길로 많이 새버렸는데, 슬슬다시 본론으로 들어갈까?" 하고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네" 특수부 검사와 형사와 [야메켄]변호사라는 너무나 낯선 직업을 가진 그들의 대화에 압도되어 왠지 얼이 빠져있던 나는, 동해가 [본론]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새삼 바짝긴장했다. 그리고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된 특수부 검사으 ㅣ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 나카츠가 설명한 대로 우리들 특수부는 일을 분담해서 너희 회사를 수사하고 있었어. 내 담당은 스즈모토 타츠야여서 계속 나고야에 있었는데, 지난 주 화요일에 신임 총무과장이 갑자기 움직였다는 연락을 받은 거야. 스즈모토가 억지를 써서 자기 후임으로 너를 천거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기 때문에 네 이름을 요주의 인물로 리스트업시켜 놨었거든." "뭐?" 너무나 놀란 나는 큰소리를 질러버렸다. [요주의 인물]이라니, 내게도 감시가 계속 붙어있었다는 건가 싶어 묻자, "제대로 맞추셨습니다" 하고 동해는 일순 농담조로 말한 뒤 항의하려는 나를 가로 막듯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해서 너한테 붙었던 감시역으로부터 네가 노조미막차를 탔다는 연락을 받았지. 행선지는 나고야. 스즈모토 타츠야와 접촉하는 게 아닐까 했던 우리의 예상대로 너는 곧바로 그의 맨션 으로 찾아왔어. 그날 밤, 스즈모토는 젊은 부하직원을 잡안에 들여놓고 있어서 너희 셋이서 대체 뭘 시작하려는 건지..., 비밀 회합 같은 거라도 하는건가 싶어서 지켜보고 있던차에 갑자기 네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도 놀라서 말이지, 그래서 이번엔 내가 너를 미행하기로 한거야" "........" 나는 그저 할 말이 없어 멍하니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내가 미행 당하고 있었다니,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되돌아 보면 내가봐도 행동이 꽤 수상했다. 갑자기 노조미 막차를 타고 나고야에 가서 타츠야의 맨션으로 찾아가서는 뛰어 나온다..설마 내가 타츠야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그의 집에 갔다가 젊은 남자 부하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알았다. 와의 정사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뛰쳐나온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우스꽝스러웠지만, 웃을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나는 동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뒤를 쫓다보니 아무래도 네 상태가 이상해 보이더군.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바에서 잔뜩 취해서 소동을 피우더니 내쫓겨서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너를 보다보니, 원래 눈에 안띄게 미행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냥 놔둘 수 없어서 말이지, 그래서 그만 말을 걸어버린 거야. 뭐 말하자면 헌팅 인가." 아하하, 하고 수줍은 듯 웃는 동해에게 나는 어떻게반응해야할지 몰라서,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는 없었다. "뭐, 히데의 심정도 알 것 같아. 나도 처음에 혁재를 봤을때 이쪽에 느낌이 팍 왔거든." 옆에서 코우엔지가 쉰 목소리로 끼어들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러니까 멋대로 이름 외우지 말라니까." 하고 동해는 그 엄지손가락을 꺾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야야." 진짜로 아프지 않다는 것은 실실 웃고 있는 표정에서 알수있었다. 그런 코우엔지의 옆에서 "그만 좀해. 얘기가 진행되지 않잖아?" 하고 나카츠가 질렸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맞아, 방해하지마" 동해는 코우엔지를 한번 흘겨보고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뭐, 헌팅이는 뭐든, 강제수사가 가까워진 것도 있고 해서 네가 뇌물공여에 관련되었는지 여부를 한시라도 빨리 조사할필요가 있었던 특수부는 내가 직접 너에게 물어볼수 있도록 일반 수사를 허가해줬어. 그걸로 나는 네 수첩을 조사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집에 가본 것인데, 너무 진지한 그 성격, 그 소박한 생활을 보면 뇌물공여에 관여했다고는 생각할 수없게 된거야. 그래서...." "자, 잠깐만 기다려 봐" 수첩을 가져간 것은 그런의미가 있었는가 라든가, 그래서 우리 집에 온것인가 라든가 이제와서 그의 행동이 해명되는 것은 좋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곳에 문제가 있는것 같다 라는 생각이 무심코 든 나는 그의 이야기를 가로 막았다. "응?" 동해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나를 강제로.. 그..."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그의 뒤에서 코우엔지와 나카츠가 흥미진지하다는 듯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아니..그.." 묻고 싶었던 것은 한마디, 섹스를 강요한 것도 수사의 일환이었는가, 그것은 위법수가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으나 남 앞에서 그와 [섹스 했습니다] 라고 공표하는 듯한 질문을 할 용기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강제로?" 나카츠에게 말꼬리를 물린 나는 더더욱 얼굴을 붉히며, "아니..., 뭐랄까..., 저기..." 하고 할 말을 찾다가 횡설수설하게 되어버렸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동해는 아아,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뭐야, 네가 말하고 싶은건 그거지? 수사에 섹스를 결부시켜도되냐는 거 아냐?" 하고 핵심을 찔렀다. "당연히 안되지" 아하하, 하고 쉰 목소리로 웃으며 코우엔지가 웃는 곁에서 나카츠가 [맙소사] 란 표정 으로 어깨를 으쓱한다. "수사는 수사, 섹스는 섹스. 말했잖아? 헌팅했다고. 수사에 섹스를 결부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동해는 내 어깨를 꼭 안으며 얼굴을 들이댔다. "........"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머리를 싸쥐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섹스도 수사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당분간 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재기할 수없다...? 자신의 생각에 무심코 고개를 갸웃한다. 수사를 위해.. 내게서 무언가를 캐내기 위해 나와 잤다는 말을 들었다고 왜 쇼크를 받아야하는가.. "응?" 내게 이마를 맞대고 동해가 빙긋 웃는다. 가늘게 뜬 상냥한 눈을 바라고보 있는 동안 왠지 뺨이 붉게 상기되어 나는 허둥지둥 시선을 피했다. "이러지 마세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로 그의 몸을 밀어내자, 동해는 얌전히 내게서 떨어진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뭐, 그렇게 해서 더는 결백하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네가 뇌물공여에 관여했다고 밖에는 볼수없는 서류가 나왔잖아? 물어보니 너는 전혀 모르겠다고 하고. 이는 스즈모토가 너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게 분명하다는 감이 왔지. 금요일에 그녀석은 도쿄에 와있 었고 그때가 가짜 증거 서류를 놔두러왔을테지. 강제수사는 내일들어갈 예정이었어. 지금쯤이면 아직 스즈모토가 준비한 가짜 증거서류가 사내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서둘러 상부에 연락해서 강제 수사정보가 샌 것을 전하고 연기를 신청하고있는데 네가 움직였다는 연락이 들어온거야." 여기서 동해는 돌연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노려보았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내가 돌아올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조작된 증거라고 는해도 그 서류가 남의 눈에 띄면 네가 뇌물공여의 주모자가 되는 거야. 강제수사 중지되 지 않았다면 즉시 체포될 수 있었다구. 그뿐이이 아니야.너를 주모자로 몬 사람이 이를 깨달은 네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있어. 네가 신칸센에 탔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미안해요." 그의 당부를 안들었다가 실제로 위해를 당한 입장으로서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동해는 그런 내 어깨를 툭치고는, "뭐 무사하니까 다행지만.." 하고 웃은 뒤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네가 스즈모토 타츠야와 직접 담판을 벌이러 간게 아닐까 해서 얼른 코우엔지에게 부탁해서 경찰차로 나고야까지 달려온거야. 나는 경찰서 수첩도 권총도 없으니까, 만약 스즈모토가 네게 위해를 가하려고 할때에는 이녀석의 수첩과 권총이 쓸모가 있지. 만약 직접 손을 쓰지 않고 경찰에 너를 뇌물공여의 주모자로 인도하려 한다면 변호사인 이 녀석의 수완이 도움이 될것 같아서 이 녀석까지 끌고 온거고." "정말로 무리한걸 시키다니까, 히데는" 아하하, 하고 코우엔지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친구야. 말 그대로 30년 묵은 지긋지긋한 사이지. 그걸 구실로 매번 진짜 무리한 요구를 헤온다구." 하고 나카츠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네에" 그랬구나, 하고 나는 다시 이 [오랜친구]세 사람을 번갈아쳐다보았다. 정말 각자 색깔이 짙고 개성적인 사람들이 모였구나, 하며 감탄하고있는데 그런 내 어깨를 동해가 툭 쳤다. "자, 사건의 전말은 이렇게 된 건데, 혹시 아직 더 묻고 싶은게 있어?" "저기..." 사태는 거의 파악되었다. 그들의 정체도, 그리고 나를 구해준 경위도.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알수없는 것이 있다. "동해씨는 검사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그런 변장을 하신 건가요?" 하고 그가 검사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무심코 입에 담아버렸다. "변장?"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 동해와 코우엔지 옆에서 나카츠가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아니야. 이 녀석들 항상 이런 차림이야. 변장이 아니라구, 끔찍할 정도로 악취미이긴 하지만 정말로 이 인간들 사복이야." "에엑?" 목이 맬 정도로 웃으며 설명해준 나카츠의 말에 놀란 내게, "악쉬미라니 실례잖아" "정말이야, 뭐가 악취미라는 거야" 하고 동해와 코우엔지가 입을 모아 투덜댄다. 이 야쿠자같은 복장이 변장이 아니라는 것이 사건의 전모보다 나를 놀라게 했다고 말한다면 동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런생각을 하고있을때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실례합니다.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 다른 환자분들께 폐가됩니다." 엄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드러온 것은 나이 지긋한 간호사였다. "체온을 재겠습니다. 네게 전자 체온계를 건네고 혈압을 재기 시작한 그녀에게,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하고 나카츠와 코우엔지가 사과한다. "정말로 너희들은 시끄럽다니까." 간호사를 따라서 덩달아 둘에게 주의를 준 동해는, 그 간호사에게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하고 따끔하게 주의를 들었고 그 바람에 다른 두사람이 큰소리로 웃어대자 다시 간호사의 날카로운 눈총이 쏘아졌다. "뭐, 혁재 씨의 건강한 얼굴도 봤으니 우리는 이만갈게" 엄한 간호사의 시선에 재촉 당한 듯 코우엔지가 그렇게 말하며 나카츠의 등을 친다. "그렇네. 그럼 내일보자" 나카츠도 빙긋 웃고 내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럼, 하고 둘이서 간호사의 뒤를 따라 병실을 나선다. "여어, 정말 도움 됐어. 고마워" 동해는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그런 그들의 뒷모습에 명랑하게 인사를했다. "아, 그렇지" 간호사가 나간 뒤 코우엔지가 발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우리쪽으로 돌아보았다. "여긴 호텔이 아니니까 아무리 침대가 있다고 해도 너무 무리하지마" 허리를 흔들며 웃는 코우엔지의 모습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도대체가" 나카츠도 기가 막혀 코우엔지를 보고 있다가 동해를 돌아보고는, "병실은 열쇠를 걸수도 없고 간호사들이 몇시간마다 체온을 재러 오니까. 너무 제멋데로 놀지 말라구." 하고 못을 박는 것을 보니 동해라면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들킬만큼 바보짓을 할까봐서" 그렇게 큰소리로 웃은 동해도 할 생각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순간 당황해진 나는, "저기 말이죠" 하고 저항을 표시하려 그것도 그들의, "그럼 내일보자" "잘 자라" 라는 활기찬 인사말에 가려져 버렸다. 쾅, 하고 방문이 닫히자, "그래 잘가!" 하고 쾌활하게 말하며 동해가 내 어깨를 안아온다. "........." 설마 정말로 할 생각은 아니겠지, 하고 살펴보는 듯 고개를 들어 올린 내게 동해는 의외로, "지쳤지? 푹 쉬어" 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짓고는 그대로 천천히 내 몸을 침대 위에 눕혀주었다. "...." 담요를 덮어주는 그를 올려다본 것은 맥이 빠진 탓은 아니었지만 동해는 내시선을 느끼고, "밤새 간호하겠다고 병원에 말해뒀어. 안심하고 자." 라고 말하며 담요위로 내 가슴을 두드리고 곁에 있는 파이프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난 이제 괜찮아" 이곳은 개인 병실인 듯한데 급할때쓰는 곳인지 침대는 하나 밖에 없었다. 설마 의자에 앉아서 하룻밤을 보낼 셈인가 하고 나는 당황해서 혼자서도 괜찮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괜찮으니까 누워있어" 하고 다시 동해에게 제지당해 이불에 떠밀렸다. "...." 둘의 시선이 그대로 잠시 얽힌다. "정말로...무사해서 다행이야" 툭 던지듯 동해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내게 입술을 맞춰왔다. 촉촉하게 내 입술을 감싸듯 키스하며 동해가 살짝 내뺨에 걸쳐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그 상냥한 손에 이끌리듯 나는 눈을 감았다. 동해의 입술이 입술에서 뺨으로 옮겨가고, 이마로, 눈꺼풀로 셀수 없을 정도로 키스를 퍼부어 온다. 따뜻한 입술이 닿을 때마다 내 마음엔 뭐라 말할수 없는 포근한 느낌이 가득 차올라 그 안락함에 희미하게 눈을 뜨고 동해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정말로... 당신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내 시선을 느낀 동해가 내 빰에 손을 대며 똑바로 나를 내려다본다. "..........미안" 그의 경고를 지켰더라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고 이렇게 그에게 폐를 끼칠 일도 없었을텐데.. 이렇게나 나를 걱정해주고 있던 그에게 정말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새삼스럽게 깨달은 나는 그의 가슴을 밀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어" 당황해서 다시 나를 침대에 눕히려는 그의 손을 막고, 나는 그에게 사과하기 위해 내가 왜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행동했는지 설명했다. "폐를 끼쳐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정말로 그가..,타츠야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고 했는지 직접 본인을 만나서 확인하고 싶었어." "혁재" 동해가 놀라움 때문인지 살짝 눈썹을 찡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피하면서 나는 천천히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타츠야와 나의 관계는 5년 전에 시작됐어. 그때까지 나는 남자와 섹스한 적은 없었어. 타츠야가 첫 남자였기 때문이라는것이 핑계거리가 되지 않았겠지만 나는 그에게 푹빠져있었어. 지난 5년간 타츠야 밖에 보이지 않았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놓고 스스로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정말로......" 타츠야를 사랑했다고 말하려고 한 순간,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라 나는 한참 말을잃었다. 뚝뚝 눈물이 담요위로 떨어진다. 내가 이렇게눈물이 많다니, 정말로 최근 까지 몰랐다. 지난 5년가 나는 단지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고, 나는 그가 속삭이는 샹냥함을 가장한 말에 취해서 그도 나를 사랑하고있다고 착각하고있었다. 이런 어리석었던 자신이 한심하다고 웃고 넘기면 그만인것을, 어째서인지 눈물이 계속 솟아나 나는 어깨를 떨며 오열했다. 내가 왜 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처랑하게 느껴져서? 아니면 계속 속고있었던 것이 충격이었기 때문에? 둘다 내눈물의 이유 에서 약간씩 어긋나 있는것 같았다. 단지 나는 울고 싶었다.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며 나는 멍하니 그렇게 생각하다가 가장 들어맞는 이유를 찾았다. 적어도 내게 지난 5년은 거짓이 아니었다고 나는 분명히 그를 사랑하고있었다고, 지금이라면 분명히 인정할 수있다. 지금까지는 구태여 외면해온 그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것은 그대로 내가 지난 5년을, 타츠야를 과거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틀림없었다. "...혁재" 어깨를 떨며 계속 눈물을 흘리던 내 머리 위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따뜻한 손이 눈물에 젖은 뺨에 다가온다. 고개를 들자 동해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안" 그의 검은 눈동자를 앞에 두고 겨우 안정을 찾은 나는 기분을 다잡아 이야기를 계속하기로했다. "지난 주 화요일 갑자기 내가 나고야에 간것은 다음날이 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야. 바보같지? 십대 애들처럼, 직접 [축하한다] 고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칸센에 올라 탄거라구. 놀라게 해주려고 연락도 안 하고 타츠야의 맨션에 갔는데, 거기에서 타츠야는...." 창가의 소파에서 젊은 사내와 뒤엉켜있는 타츠야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 그 이미지를 몰아내고는 일부러 가벼운 어조로, "새 애인이랑 한창 즐기고 있더군" 하고 동해를 향해 웃어보였다. 동해는 말없이 손바닥을 내 뺨에 댄다. 왠지 다시 눈물이 솟아올랐으나 그것을 참고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무 놀라서 허둥지둥 맨션에서 뛰어나와버렸어. 그 다음엔 당신이 아는 그대로야. 필름이 끊길 정도로 잔뜩 취해서 잠이 든것을 당신이 거둬서.... 내가 봐도 정말 한심하다니까. 5년이란 긴세월 동안 나는 그를 사랑했지만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 그러니까 타츠야가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어떻게든 그에게 확인하고 싶어졌어. 그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는지, 그것을 그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그걸 확인하지 못하면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어. 타츠야와의 5년과 결별할수 없을 거라고 생각 했어. 나는..." 동해의 손바닥의 체온에 복받쳐 오르는 심정을 토로하던 나는,양손으로 볼을 감싸오는 동해 의 손길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나고야까지 갔다고...?" 동해가 천천히 얼굴을 대온다. 검은 눈동자가 베개 맡의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그 별빛 같은 반짝임에 홀린듯 나는 점차 초점이 안 맞는 그의 빛나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정말 기가 막힐정도로 진지한 성격이구나" 눈 속의 별이 순간 사라졌다. 그것이 동해가 우스며 눈을 찡그렸기 때문이라는것을 깨닫는데 몇 초가 걸렸다. "..진지..." 무심코 중얼거린 입술에 동해가 입술을 대고 낮게 잠긴 목소리로 속삭인다. "...괜찮아. 오늘부터 당신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응?" "내가 잊게 해줄 테니까" "........응?" 너무 가까워서 초점이 안 맞는 검은 눈동자가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 그의 너무나 상냥한 목소리가 따뜻한 숨결과 함께 전해진다. "..나고야에서 처음으로당신을 봤을때부터 나는 당신에게 반해 버렸어. 절대로 접촉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처입은 당신을 지켜보는 동안 안고 싶어서 참을 수 없게 됐지. 당신 상처를 내가 치유해주고 싶었어. 당신의 한결같은 마음을 내가 받아들여주고 싶었어. 일은 어떻게 하지, 라는 갈등은 정말 한순간에 사라졌고, 상처입은 당신의 얼굴은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나는 정말로.." 동해는 여기서 수줍은 듯한 미소를 띠고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정말 내가 어떻게 됐나 싶을 정도로 당신에게 반했다구" 하고 내게 이마를 툭 갖다 댔다. "...동해씨" 부드럽게 웃는 검은 눈동자가 눈앞에서 흐릿해진다. "....당신만 괜찮다면,... 나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 과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 내가 전부 잊게 해줄테니까" "동해씨........" 다시 눈물이 솟아올라 뺨을 감싼 그의 손등위로 계속해서 흘러 내린다. "응, 그러니까 이제 울지 말라구" 울지 말라는 본인이 울리고 있는 것을 모르는 걸까, 하고 생각하며 나는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감아오는 혀에 내 혀를 휘감았다. 치솟는 오열을 그의 격렬한 입맞춤으로 흩어 놓으며 덮쳐온 그의 등을 세게 끌어안는다. "...사랑해" 입술을 살짝 떼고 동해가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응, 하고 끄덕인 순간 다시 내 눈 꼬리를 타고 흐른 눈물이 베개를적셨으나 그 차가운 느낌이 내게는 전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기뻤다. [함께 앞으로 나가자]라고 말해준 그의 미소가 정말 눈물이 날정도로 기뻤다. 내가 타츠야와 결별하고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느낀 저편에는 동해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억지만 부리고, 천박하고, 툭하면 섹스와 결부시키는 사내에게, 상처 입은 나를 안고 상냥한 손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달래준 그에게 강하게 끌려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그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나와 몸을 섞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농담조로 말하는 [반했어] 라는 말의 진의를 알고 싶었다. 어느새 나느 그에게 말 그대로 [반했던] 것이다. "사랑해" 다시 속삭여 온 그의 목소리에 다시 내 빰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나도]하고 대답하고 싶어느데도 치솟는 오열에 그말은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다. 마음 가득 차오르는 그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서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 그 등을 힘껏 끌어 안았다. "사랑해" 동해는 다시 그렇게 속삭이고 침대에 올라오더니 내게서 담요을 벗겨냈다. 입을 맞추며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푸는 그의 손을 막을 이성이 그때의 네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곳이 병실이라는 사실도 , 그래서 잠글수 없다는 사실도, 간호사가언제 돌아보러 올지 모른다는 사실도 전부 잊고, 나는 동해의 단단한 등에 양손을 두르고 그에게 매달려 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나를 알몸으로 만든 후 동해는 내 몸에 올라 탄채 자신의 옷을 벗어던졌다. 침대가의 불빛에 그의 조각 같은 멋진 나체가 비춰져 그 탄탄한 가슴근육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흥분되는 것을 느끼고, 이런 내상태를 들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왜 그래"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전라가 된 동해가 다시 내게 덮쳐온다. 이미 뜨거워진 성기를 움켜쥐는 손길에 흠칫 몸을 굳히자 동해는 쿡 웃고는 고개를 숙여 가슴의 돌기를 입에 물었다. "....하앗...." 천천히 페니스를 희롱하며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유두를 빠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없게 된 나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그의 등에 다리를 둘렀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 눈을 살짝 뜨자 그의 발기한 성기가 보여 더욱 내 흥분을 부채질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내 손은 어느샌가 그의 머리카락을 뽑힐 정도로 세게 쥐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응?" 내 가슴의 돌기를 할짝거리며 동해가 그 남자다운 얼굴을 든다. "아아...앗..." 시트 위에서 슬금 슬금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는 내 의도를 파악한 동해는 싱긋 음흉한 미소를띠고, "못 기다리겠다는 거야?" "하고 가슴을 쪽 빨아올리더니, 내 다리를 가볍게 잡아 내몸을 다시 제자리로 쑥 밀어올렸다. "...읏" 시트와 등 사이의 마찰열에 눈썹을 찌푸린 내위로 엎드린 동해는 내 두 다리를 잡고 활짝 벌려 그대 로 허리를 들어올린다. "나도 이제 못 참겠다구" 그는 채액을 토하고 있는 자신의 페니스의 끝을 훤히 드러난 나의 은밀한 입구에 대고 문질렀다. "음.., 읏... 으음....." [못 참겠다] 면서 좀처럼 삽입하려고 하지 않고 입구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움직임에 초조함을 느낀 내가 원망스어운 듯 그를 노려보자, "장난이야" 하고 씩 웃는다. 그와 동시에 내 다리를 고쳐 잡고 단숨에 안까지 찔러 넣었다. "앗..." 그대로 다리를 잡아당겨 내 하반신을 홱 뒤집은 동해는 곧바로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몇 번이고 내 허리를 고쳐 잡으며 거칠게 자신을 밀어붙인다. "앗..하앗.., 앗...앗.." 단숨에 절정에 이끌려 가는 데 공포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없는 감각을 느끼며, 나는 그의 몸 아래에서 정신 없이 몸부림치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양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렸다. 부자연스럽게 허리가 들어 올려진 탓에 발기한 내 성기가 내배를 문지르고 있다. 그 끝에서 하얀 정액이 줄줄줄 쏟아져 나와 배를 적시고, 침대 옆의 불빛을 받아 축축하게 빛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규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일정한 빠르기로 움직이는 그의 수컷이 쿵쿵하고 마치 일종의 리듬처럼 내 몸을 지배하고 아침 종 같은 고동소리와 함께 침대위에서 튀어오르게했다. "하앗..., 앗..아...아아..악" 크게 등을 젖히고 마친 듯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한층 더 밀고 들어노는 그 허리의 움직임에 정신이 아득해져서, 무심코 두다리로 그의 등을 꽉 끌어안자 동해는 왜 그러냐는 듯 움직임으 멈추고 내 위에서 몸을기대왔다. "아..앗" 내 안의 근육이 무서울 정도로 움찔거리며, 움직임을 멈춘 그의 수컷을 조이는 것이 느껴진다. 못견디고 먼저 허리를 움직인 내게 동해는 뭐냐는 듯 웃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더 세게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앗...하앗.., 앗앗앗"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온 몸 구석 구석이 뜨겁다. 머리속도 그의 분신을 품고있는 그곳도 뚝뚝 체액을 흘리기 시작한 페니스도, 발딱 곤두선 가슴의 돌기도, 모든것이 끓어오를 정도로 뜨거워서 그 뜨거움에서 벗어나려는듯 양손을 뻗자, 돌연 그 손을 마주 잡아오는 온기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읏.." 내 두손을 꽉 쥔 동해가 허리를 계속 움직이며 나를향해 미소를지어온다. "앗..." 그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그의 손을 꽉 움켜쥐며 절정에 도달했고, 내 배에는 하얀 정액이 흩뿌려졌다. "으...읏.." 두 다리로 그의 등에 꼭 매달린 내 안에서 그도 절정에 도달한 듯했다. 직장을 자극하며 분사되는 정액의 촉감에 나는 다시 가늘게 신음하고 그의 몸 아래에서 몸을 비틀었다. ".......최고야" 동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지으며 내 손을 놓고 허리를 끌어 안았다. 나도 그의 등을 양 팔 양다리로 꼭 안으려 했다. 그때, "체온을 재려..., 당신을! 지금 뭐하는 겁니까!" 갑자기 문이 열리며 여자의 비명이 들려 깜짝 놀라 쳐다본 그곳엔 아까 본 나이 든 간호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있다. 들켰다는 쇼크때문에 그의 등에 두른 다리를 풀지도 못하는 내위에서 동해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간호사를 향해 찡긋 한쪽눈을 감아 보이며, "미안해요. 작업중이거든. 나중에 해줄래요?" 하고 넋을 잃을 것 같은 미소를 지어서, 나와 그녀가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들은 그 후 간호사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고 동해는 병실에서 쫓겨났다. 홀러 남겨진 내가 그후 체온검사를 받을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는지 굳이 설멍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이야기를 전해들은 듯한 코우엔지와 나카츠가, "설마 정말로 할 줄은 몰랐는데." 하고 짓궂게 웃으며 놀렸을 때도 어쩔 줄 몰라하는 나와 달리 동해는, "침대가 있고 서로 사랑하는 두사람이 있어. 아무일도 없는쪽이 이상한거 아냐?" 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그렇게 말하고 내 어깨를 안았다. "[서로 사랑한다] 라" 실실 웃는 코우엔지 옆에서 참 내, 하고 웃고있던 나카츠가 문득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오늘 아침 8시에 스즈모토 코우키치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나왔어. 체포되서 자포자기한 조카 타츠야가 다 불었다는군. 뇌물을 공여 받은 측인 사무차관에게도 곧 체포영장이 발부될거야. 뭐, 이걸로 한건 해결인가" 하고 나와 동해를 향해 빙긋 웃어왔다. "그런가요..." 사장체포라니..., 지금쯤 총무부는 발칵 뒤집어졌겠군. 나 혼자 이런 곳에 있어도 좋을까 하고 고개를 숙인 내게, "매스컴도 달려들어서 난리가 났어. 조카인 타츠야갸 체포된걸 냄새 맡은 곳도 있으니까 당분간 혁재 씨는 숨어있는게 좋을거야" 하나 나카츠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줬다. "네..?" "그렇다면 우리집에 있으면 되겠네" 멍한 내어깨를 동해가 꽉 잡는다. "...우리집?" "아아, 그럴지도, 특수부 검사의 관사라면 매스컴도 접근하지 못할테니까" 코우엔지가 무릎을 탁 치자 곁에서 나카츠가 끄덕인다. "...저기..." "뭐야. 신경쓰지 않아도돼. 지금까지 계속 야근이었던 모양이고 한동안 한가롭게 보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은데?" 싱글거리며 동해가 내얼굴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하고 머뭇거리는 내게 동해는, "혁재 씨는 말이야 너무 성실하단 말이지. 지금은 회사보다 자기일을 생각하고 푹쉬도록해. 응?" 하고 내게 이마를 맞대고 웃었다. "스즈모토 제약은 사장의 원맨 회사였기 때문에 사장이 체포되면 경영재건도 힘들거야. 사건이 마무리 되면 사직서를 내는 것이 어때? 다른 제약회사에 이직을원한다면 조금은 도와줄수있어. 일이 정리될 때 까지 푹 쉬라구" 나카츠도 곁에서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방긋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기와 이렇게 된 김에 부양가족이 되는 방법도 있지" 쉰소리로 껄껄 웃으며 코우엔지가 내 등을 찔러왔다. "부양가족이라, 괜찮네" 완전히 농담은 아닌 듯한 어조로 동해가 내게 미소지어온다. "아니 그건 좀..." 쩔쩔매는 내게 동해는, "좋잖아, 정소, 세탁에 밤 일만 해주면 하루 세끼 낮잠까지 챙겨준다니까" 하고호쾌하게 웃자 농담이 아니라고 그를 째려본 내 얼굴을 보며 모두 또 한번 웃었다. "동해의 옷 입는 센스가 좋아질수도 있고 동거가 쌍방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 "나카츠씨까지 무슨 말씀이에요" 셋 중 유일하게 건실한 줄 알았던 그도 잘 생각해보면 그의 오랜친구인 것이다. 건실할 턱이 없나, 하고 다시 생각한 내 앞에서, "센스가 나쁘다니 실례아냐?" 하고 동해와 코우엔지가 농담처럼 투덜거린다. 그 두사람에게 시선을 돌리다가, "아, 하지만 나 실크세탁은 못 할지도..." 반짝반짝 빛나는 진홍 셔츠가 눈에 들어와 무심코 그렇게 중얼 거리자, "뭐야, 동거할 생각 있는 거잖아" 하고 코우엔지가 웃으며 내 등을 툭 치자 다시 웃음 바다가 되었다. "아니, 그런 뜻은..." 당황하는 내게 동해는, "안심해. 합성 섬유야, 합성 섬유" 하고 입고 있는 옷을 당겨보이고 다시 내 어깨를 안고는, "세탁도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까 우리집에와, 응?" 찡긋, 하고 너무나 매력적인 윙크를 했다. 스즈모토 제약은 나카츠의 예상대로 사실상 도산했고 민사재건수속을도쿄지방재판소에 신청했다. 뇌물공여사건에 관해서 나도 몇 번인가 지검에 불려갔으나 아무 것도 몰랐다는 이야기는 동해덕분에 신뢰받을수 있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졸업한 대학의 연구실로 돌아가 신세를 진교수님의 신약 연구 프로젝트팀 업무를 돕고있다. 나카츠가 제약회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지만, 다시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에 노출될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사양했다. 다행이 담당 교수님은 세상일에 무관심했고 학생들도 자기 연구에 몰두하느라 스즈모토 제약이 무슨짓을 했느가 같은 것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감사 할 뿐이다. 매스컴에는 전부 동해와 나카츠가 대처해주었다. [당분간 만] 지내기로 했던 동해의 관사에는 아직도 신세를지고있고 다음 주에라도 둘이서 쓸 가구를 사러가기로 했다. 정말로.., 그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싶다. 뇌물공여죄를 뒤집어쓰고 어쩌면 그대로 자실로 위장해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고야에서 술에 잔뜩 취한 내게 말을 걸어준 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없다. [괜찮아?]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야쿠자 같은 차림새의 특수부 검사... 지위와 딴판인 겉모습과, 억지스럽고, 천박하고, 섹스를 좋아한다는, 역시 지위와 딴판인 알맹이를지닌 동해라는사내. 그래도 상처 입은 내 마음을 달래주고 상냥하게 안아주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해준 그 특수부 검사와의 생활은 지금 까지 느낀 적이 없는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분명히 그것은, 지금까지 내게 손에 넣은 적이 없는 [행복한 생활]이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단 한가지, 그는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의 야쿠자 스타일의 셔츠는 합성 섬유가 아닌 진짜 실크였던 것이다. 그때문에 세탁이 번거롭다는 것을 빼면 불만하나 없는 생활을, 지금 나는 보내고 있다. 자그마한 소원 "실례합니다." "여어, 오래간만이야" 부엌에서 마무리로 파를 썰고 있떤 혁재의 귀에 정겨운 목소리가 들여왔다. "오래간만이라고 인사를 할 정도로 오래간만은 아니잖아" 마중 나간 동해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우당탕탕 요란한 발소리가 울린다. "혁재 씨, 잘 지내시나?"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불쑥 고개를 내민 K1선수 같은 신주쿠니시 경찰서의 형사와 단정한 미모의 [야메켄] 변호사가 미소짓자, "오래간만입니다." 하고 혁재는 당황하여 식칼을 놓고 그들 쪽을 돌아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하하, 여전히 예의바르시네" 이웃들에게 민폐가 될정도로 크고 쉰 목소리가 형사의...코우엔지의 입에서 울려퍼진다. "목소리 좀 낮춰. 이웃에 폐가 되잖아?" 그들의 뒤에서 얼구을 내민 집주인, 동해가 두 손님을 거실로 안내한 후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냉장고에서 슈퍼드라이 캔 6개들이 팩을 꺼냈다. "적당히 해도되" "응, 금방 끝날거야" 미소를 주고 받는 두사람을 고개를 빼고 엿보던 코우엔지가, "완전 신혼 커플이구만" 하고 농담을 한다. "부럽냐" 비긋 웃은 동해가 일부러 그들에게 보라는 듯 혁재의 엉덩이를 쓸어 올린다. "이봐" 어깨 너머로 찌릿 쏘아보는 혁재에게 [장난이야, 장난] 하고 윙크한 동해는 손님 두 사람에게 [컵은 필요없지] 하고 웃으면 거실로 캔 맥주를 들고 갔다. "언제부터 그렇게 고상해지셨어" 경쾌하게 웃는 코우엔지도 [괜찮아] 하고 미소짓는 변호사 나카츠도, 동해와 30년 이상 어울려온 [오랜 친구]이다. "건배하자" "응" 동해의 권유에 혁재는 일단 요리하던 손을 멈추고 거실로 나왔다. 귀여운 앞치마 차림을 한 혁재가 동해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 시작한 지 딱 한달이 지나려고 하고있었다. 그가 이집에 살게 된 계기가 된 사건 때 상당히 도움을 받은 두사람을 오늘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혁재였다. 근무처인 대학의 교수 쪽에 출판사에서 감사의 뜻으로 1등급소고기 마츠자카우시 1킬로그램이라는 호화로운 선물을 보내왔는데 당사자인 교수가 미국에 장기출장 중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묻기 위해 혁재가 교수에게 전화하자 1킬로 그램이나 되는걸 가져가 봐야 아내도 곤란할 테니 괜찮다면 자네가 가져가라. 라고 말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고급 와규(우리나라의 한우), 그것도 1킬로라는 대량의 고기를 눈앞에 두고 혁재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아무리 동해가 많이 먹는다고 해도 둘이서 1키로는 역시 벅찼다. 좀처럼 먹을 수 없는 고급식품이라는 점도 있어, 이번 기회에 신세를 진 동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스키야키라도 대접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혁재의 제안에 동해는 그 자식들이 고기 맛을 알리가 없다고 흉을 보면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갑작스럽겠지만 곧바로 좋다고 응답해서 이렇게 모이게 된 것이었다. "역시 신혼이라서 그런지 혁재 씨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은데." 거실 소파에 앉아 실실거리며 코우엔지가 핥는 듯한 시선으로 혁재를 바라본다. "그런 음흉한 눈으로 보지마" 동해가 냉정하게 그 시야를 막았다. "자자, 됐으니까 건배하자" 질렸다는 듯한 나카츠의 말에 그래 그래, 하고 모두 캔을 따고 건배를 제창하며 캔을 부딪쳤다 "[마츠자카우시]의 스키야키라니 꽤나 호화롭군" 대접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고 말한 나카츠는 웃으며 도와줄까, 하고 양복 상의를 벗으려했다. "아뇨, 이제 거의 끝났으니까" 괜찮습니다. 하고 웃으면서 혁재는 마무리를 하기 위해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위에는 아미 전기프라이팬과 함께 간단한 술안주도 차려져 있었다. "정말로 뭐랄까 앳된 새색시 같다" 부러운데, 하고 웃는 코우엔지에게, 뭐 그렇지. 하고 동해는 싱글 벙글거린다. "요리 솜씨가 제법일 것 같은데" "뭐, 그렇지" 국물도 시판 제품이 아니라구, 라며 자기가 만든 것인냥 자랑하는 동해를 보고 나카츠와 코우엔지가 마주보며 웃는다. "뭐야" "이런, 완전히 녹아버렸네, 서방님" "너무 비꼬지 말라구" 실실웃는 두사람의 친구에게 입이 귀에 걸린 동해가 맛받아쳤을때, 혁재가 스키야키 재료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미안, 달걀을 사는 걸 깜빡했어. 잠깐 사러 갔다 올게" 이어서 고리를 옮겨온 후 혁재는 그렇게 말하고 앞치마를 벗었다. "달걀? 내가 갈까" "됐어. 그리고 뭐 또 살게 있나?" 술도 충분한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혁재에게 나카츠가, "이 인간들은 완전히 밑빠진 독이니까 부족한 정도가 딱 좋아"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금방 다녀올게요" 먼저 적당히 드시고 계세요, 하고 빙긋 웃고 혁재는 재빨리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향했다. "아따 정말 좋구만" "갑자기 왠 사투리야" "진짜로 러부러부네유" "나카츠까지 왜그래" 아하하, 하고 웃는 그들은 눈 깜짤할 사이에 캔 맥주를 비우고 두개째에 손을 뻗는다. "그런데, 어때? 허니문 생활은" 코우엔지가 킥 웃으며 동해의 하반신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냥 뭐, 아주 충실하지" "잘 먹고있습니다, 로군" "정말 창피라는걸 모르는 녀석이라니까" 코우엔지는 호들갑스럽게 곁에 있는 나카츠의 어깨를 쳤다. "정말이야. 그런데 혁재 씨 왠지 표정이 좋은데" 맞장구를 친 나카츠가 동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가" "응, 사랑 받고 있는게 보인 달까" "우후후" 수줍운 듯 웃는 동해를 보고, 못 말리겠군, 하고 나카츠는 폭소하며 맥주를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 보니 신혼 커플께선 서로 뭐라고 부르셔?" 술이 모자라, 라며 벌써 두캔 째를 비운 코우엔지가 자기 집인냥 부엌으로 가서 6개들이 팩을들고온다. "그러고보니 그렇네. 한 달 전에는 [혁재] [동해 씨] 였잖아" "그래 그래, 내가 혁재 씨라고 이름을 부르니까, 히데, 엄청 싫은 표정을 지었었지" 아하하, 하고 웃으면 캔을 딴 코우엔지는 놀려대듯 동해에게 바싹 다가갔다. "[달링] [허니] 라는 말이 어울릴 면상도 아니고" "너한테 그런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 탁, 하고 다 마신 캔으로 코우엔지의 머리를 친 동해도 새 맥주에 손을 뻗었다. "그래서, 모라고 부르는데?" 꿀꺽, 하고 맥주를단숨에 들이킨 동해에게 여전히 간들거리는 표정으로 코우엔지가 묻자, 동해는 질세라 간들거리는 표정을 짓고, "[마사]" 하고 대답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혁재의 [마사]?" 낯간지럽다는 표정으로 나카츠가 수줍어하는 동해를 쿡찌른다. "그래서? [마사]는 히데를 뭐라고 부르는데?" 코우엔지의 말에 동해는 더욱 수줍은 표정으로 한 마디, "[히-짱]" 하고 말하고는 꿀꺽 맥주를 들이켰다. "히-짱!!" "거짓말~" 폭소하는 친구들을 앞에 두고 [상관없잖아] 라며 동해는 수줍은 듯 웃고있다. "무슨 낯짝으로 [히-짱]이냐" "신혼부부들이 잘 하는 짓이지" 아하하, 하고 웃으며 나카츠가 한 말에 코우엔지가 대꾸했다. "잘 하는 짓이란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그쪽은 어때?" 빙긋 웃는 얼굴은 이미 달큰하게 취해있다. "그쪽이라니 어느 쪽?" "알면서" 하하하, 하고 웃은 코우엔지는 동해의 물건을 꽉 쥐었다. "징그러워" "여기 말이야 여기." 나도 징그럽다구, 하고 웃은 코우엔지는 아양을 떨며, "같이 목욕탕에 들어가고 그래?" 하고 동해에게 안기듯 기댔다. "당연하지" "우와~! 제법인데" "너희 집 목욕탕은 좁을 텐데" 잘도 하는군, 하고 역시 세 캔째 맥주를 딴 나카츠가 웃는다. "그거 아냐, 그거? [밥 먹을래? 목욕할래? 아~니~면~?" "그렇지. 항상[ 아~ 니~ 면~?]쪽이지만" "대단한 걸" 휘익 휘파람을 분 코우엔지의 옆에서 나카츠가 방긋 웃으며 동해를 쳐다본다. "그래도 의외로 혁재씨, 잘 맞춰주네" "그러게 [히-짱] [마사]에 같이 목욕까지 한다니. 참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른다니까" "그거야 뭐 애정이 있으니까 딱딱 맞는 거지" 에헤헤, 하고 수줍은 듯 웃는 동해에게 코우엔지는 한층 우쭐해져서 혁재가 벗어놓고 간 앞치마를 집어들었다. 마침 [다녀왔어]하고 혁재가 돌아왔다. "여! [마사]가 돌아오셨군" "놀리지 마! 수줍음을 많이 타니까" 실실 웃는 코우엔지의 머리를 마시다 만 맥주를 캔으로 두드린 동해는 [갔다왔어?] 하고 일어나 혁재의 손에서 슈퍼마켓 봉지를 받았다. "그럼, 시작할까" 모두 자리에 앉은 후 나카츠가 눈치 빠르게 전기프라이팬의 전원을 킨다. "국물이 시판제품이 아니라면서? 대단한데" 비계를 프라이팬에 올리고 방긋 웃는 나카츠에게 혁재는, "입맛에 맞으면 좋을텐데..." 하고 웃음으로 답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눈썹을 찡그린다. "괜찮다니까. 이놈들은 음식 맛 같은거 몰라" 부엌에서 달걀을 사람 수대로 풀어온 동해가 자, 하고 그릇을 나눠주자, "실례잖아. 코우엔지는 그렇다 쳐도 나는 미식가라구" "너야말로 실례야. 신주쿠의 맛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내가 어떻다고?" 하고 나카츠와 코우엔지가 동시에 따지고 든다. "맛의 달인?" 시끄럽게 떠들며 모두 혁재가 직접 만든 국물과 고급와규로 만든 스키야키에 입맛을 다시며 어느새 다 마셔버린 맥주를 일본주로 바꿔 계속 마신다. "혁재 씨, 정말 요리 잘하네. 너무 맛있다" 슬슬재료가 바닥날 즈음, 완전히 취한 코우엔지가 마주 앉은 혁재의 어깨를 탁쳤다. "고마워요..." 수줍은 듯 웃는 혁재에게,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나카츠도 방긋 웃으며 비어있던 혁재의 잔에 술을 따랐다. "고맙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너무 딱딱하잖아" 코우엔지가 혁재의 어깨를 아플정도로 세게 두드린다. "그만 해" 옆에앉아있는 동해가 혁재의 어깨를 감싸며 자신을 노려보는데도 아랑 곳 않고 코우엔지는 다시 세게 혁재의 어깨를 치고는, "혁재 씨, 성격이 진지한 건 알겠는대 우리한테너무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좀더 속을터놓고대해봐" 응? 하고 주정뱅이 특유의 풀린 눈으로 얼굴을 들이댄다. "지저분한 얼굴 가까이 대지마" 동해가 손을 뻗어 그 얼굴을 찰싹 때린다. "아얏" "이제그만" 코우엔지의 옆에앉아있던 낰츠가 그의 셔츠를 당기며, "너는 만난 순가부터 [친구]가 될수있는 타입인지 모르지만, 세상엔 그런사람만있는게 아니라구" 하고 설교조로 말한 뒤 혁재에게 시선을돌렸다. "코우엔지도 나쁜 뜻이 있는건 아니야. 그도, 그리고 물론 나도, 혁재씨하고 앞으로 오랫동안 찬하게 지내고 싶어하거든. 우리 셋 모두 왠지 코드가 맞아서 태어나서 35년동안 줄곧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지속되어온 질긴 인연이지만 말이야, 마찬가지로 당신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거지"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진뜩 취해서 한층 더 갈라진 목소리로 껄껄 웃는 코우엔지가 이번에는 나카츠의 등을 세게친다. 아파, 하고 나카츠는 쓴웃음을 짓고 다시 혁재에게 시선을 돌려, "뭐, 나는 굳이 말하자면 코우엔지나 동해보다 당신한테 가까운 타입인 것 같은데, 그러니까 더 [속을 터놓으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곧바로 속을 더놓을 수 없다는 거 , 잘알아.강요당할 일도 아니고" 하고 싱긋 웃었다. "아뇨..." 당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혁재의 옆에서 동해가 얼른 끼어들었다. "이봐, 이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와 이녀석이 한 묶음이 되어버리잖아" 그러면서 코우엔지를 가리키며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이런 짐승 녀석하고 똑같이 취급하지말라구" 코우엔지도 지지 않고 크게 소리친다. "뭐라고?" "이제 그만 하라니까" 일어나서 테이블 너머로 서로 노려보는 두사람을 나카츠는 질렸다는 듯 말리고는, "나도 포함해서 이런 바보같은 녀석들이지만 앞으로도 잘부탁해" 하고 혁재에게 빙긋 미소짓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래 그래, 잘 부탁해" 코우엔지도 웃으며 혁재에게 오른손을 내민다. "...아니에요" 혁재는 그런 두사람 앞에서 잦아드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떨군다. "아니라니?" 왜 그래, 하고 동해가 당황해서 고개숙인 혁재의 얼구를 들여다본다. "혁재 씨?" "왜 그래?" 혁재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 것을 알아챈 나카츠와 코우엔지는 내민 손을 거두고 역시 당황해서 혁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정말로.., 사이 좋은 여러분이 부러워요. 뭐든 말할수 있는 친구가 제게는 여태까지 없 었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분의 손발이 척척맞는 대화가 정말로 부러웠어요. 언젠가 나도 끼워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제 쪽이에요. 그런데..." 더듬더듬 호소하듯 말하던 혁재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촉촉해진 그 눈동자에 코우엔지도, 나카츠도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도리어 신경쓰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를 수그리기 직전 반짱이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 것을 본 두사람은 엄청나게 당황했다. "무, 무슨 소리야.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그래,그래, 우리는 전혀 신경같은거 안쓰니까, 울지마" 그런 두사람의 [배려]가 점점 더 혁재를 울리는 것 같ㅇ, 동해는 [죄송합니다] 하며 고개를 숙이고 떨고 있는 어깨를 끌어안았다. "취한거야? 울 건 없잖아"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혁재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녀석들도 너와 친해지고 피어하고, 너도 이녀석들과 친해지고 싶어해. 아무문제 없잖아?" "..." 응, 하고 혁재는 끄덕이고 나서, 눈물에 젖은 뺨을 손바닥으로 훔치고는 고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왜 울어버렸는지..." 모두 안심했는지, [놀랐잖아]하고웃으면서 오른손을내밀었다. "잘부탁할게" "잘 부탁해" "저야말로,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혁재가 각각의 손을잡는 것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던 동해가, 자신도 혁재의에게 오른손을 내밀고, "잘 부탁해" 하면서 미소지어 친구 두 사람의 실소를 자아냈다. 두친구가 돌아간뒤 묵묵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 혁재를 뒤에서 소리없이 끌어안았다. 혁재는 수도꼭지를 잠그고는 어깨너머로 동해를 돌아보았다. "희망사항있어" "희망사항?" 동해는 그렇게 말하고 혁재의 배 근처에 두른 손을 꽉 힘을주었다. "언제까지고 [동해 씨] 잖아? 나도 뭐,'당신'이라고 부르긴하지만 슬슬이름으로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해서" "..." "목욕도 그래. 같이 하자고 해도 당신, 좀처럼 그러자고 하지않잖아" "그건 단지 좁으니까......." "좁아도 말이야 가끔은 같이 들어가고 싶어. 코우엔지가 [같이하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그렇다고 대답해 버린거고" 작은 목소리로 끼어든 코우증게 그렇게 대답하고 동해는 혁재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동해는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카락에서 고개를 들고 뒤에서 혁재의 표정을 살폈다. "....그게 동해 씨의 희망사항이로군?" 혁재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뭐 그렇게 간절한건 아니지만" 새삼 물어오니[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어 나직하게 얼버무리는 동해의 귀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이름하고 목욕은...." 오케이인가,하고 동해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좋았어! 금방 욕조에 물받아놓고 올게!" 혁재의 뺨에 쪽 소리나게 키스하고 나서 [이봐]하는 연인의 질린 목소리를 등지고 욕실로달려갔다. "역시 좁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혁재의 마른 몸을 욕조 안 뒤쪽에서 안은 동해는, "그래?" 뭐 그런 거지, 하고 밝게 말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었다. "그러고보니 전에 러브호텔에서 거품 욕조에 들어갔었지" 그때는 정말로 섹시했어, 하고 기분이 좋은 나머지 우쭐해서 말한 동해는 어깨너머로 노려보는 혁재의 시선에, "농담이야"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도대체가.." 하아, 하고 한숨을 쉰 혁재의 가슴을 동해의 손바닥이 더듬는다. "...읏." 가슴의 돌기를 살짝 꼬집혀 움찔하고 몸을 떤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댄 동해가, "모처럼이니까 이쪽으로 돌아앉지 않을래?" 하고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모처럼이라니.." 무슨 뜻이야 하고 되물으려 한 그의 가슴의 돌기를 다시 동해의 손가락이 꼬집는다. "앗...." 무심코 내지른 소리가 욕실 안에 울려 퍼져 평소보다 크게 들리는 것을 깨달은 동해가 입술을 깨문다. 그런 그의 허리에 손을두른 동해는,[영차]하고 그를 일단 욕조 안에서 혁재를 일어서게 한 후, 그 자리에서 돌려세워 마주보게하고 다시허리를 잡고 자신의 위에 앉히려했다. "더 좁잖아" "마찬가지라니까" 생글생글 웃으면서 동해가 혁재의 등을 받쳐주며 자신의 몸에 양다리를 걸치도록해서 앉힌다. "답답해" "불평하지 말기" 여전히 환하게 웃으면서 동해가 혁재의 목덜미를 입술로 훑는다. 한손은 여전히 혁재의 등을 받치고 있었지만 나머지 한 손은 톡 튀어나온 가슴의 돌기를 비틀어 혁재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아앗..." 목덜미에서 귀로 입술을 옮겨 일부러 소리내어 귀를 핥기 시작한다. "안돼..." 다시 움찔 튀어 오르는 등을 어루만지던 손이 슬슬 미끄러져 내려가 혁재의 엉덩이를 잡았다. "으음...." 엉덩이를 벌린 그곳에 동해는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고 난폭할 정도로 세게 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앗...하앗..." 몸부림치는 혁재의 몸을 동해는 나머지 한 손을 등뒤로 둘러 지탱해주었다. 그대로 약간 코주의 상체를 욕조 안에서 띄우더니 귀를 핥고 있던 혀로 목덜미를 쓸어 내려가 물 밖으로 나온 가슴의 돌기를 입에 머금고 빨기 시작했다. "앗...하앗, ..핫.." 혁재의 높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린다.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동해의 머리를 끌어안은 팔에, 혀를 더 움직여달라고 보채는 듯 힘이 더 들어간다. "이봐..." 뒤쪽으로 넣은 손가락 개수를 늘려 깊숙이 후벼파듯 휘저으며 별안간 동해가 혁재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앗..." 뭐야, 라는 듯 팔을 풀고 동해를 내려다보는 혁재의 뺨은 온수의 열기에 빨갚게 달아올랐고 눈동자는 욕정에 젖어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그 음탕한 얼굴에 자신의 수컷에 아플정도로 열기가 몰리는 것을 느끼고 동해는 그의 몸을 밀착시켜 더 깊이 후비며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사]" "....아앗.." 계속되는 애무에 몸을 비틀며 교성을 지르던 혁재가, 놀란 듯 눈을 뜨고 빤히 동해를 내려다본다. "[마사]" ".....[히-짱]은.., 조금.앗..." 미소지으며 다시 뒤를 휘젓는 동해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가냘픈 등이 활처럼 휘었다. "그럼 뭐라고 부르게?" 서로 발기한 수컷이 닿도록 혁재의 하체를 움직이며 동해가 속삭인다. "...동해..씨.." 나지막히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혁재가 수줍은지 다시 동해의 머리를 안고 그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한번더 불러줘" 욕실에 울려 퍼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그 잠긴 목소리에 동해는 더할 나위없이 흥분한 자신을 억제할 수없어 혁재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동해..읏, ...씨.., 앗..." 끌어안은 허리에 단단하게 일어선 자신의 분신을갖다대고 지금까지 충분히 길들여놓은 그곳에 푸욱 삽입 시킨다. 움찔움찔 꿈틀대는 내벽을 동해의 수컷의 발딱 선 부분이 기세좋게 쓸고 올라가자 혁재는 못 견디겠다는 듯 교성을 지르며 그의 머리를 꽉 안아왔다. "앗...앗..하앗..." 아래에서 격렬하게 치고 들어오자 혁재는 동해의 머리를 놓고 욕조 가장자리를 붙들어 몸을 지탱 했다. "...윽" 부력으로 물위에 뜨려는 몸을, 허벅지를 잡고 자신의 위에 꽉 고정시킨 채, 동해는 더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앗..앗.., 하앗..." 욕조 안에서 몸을 비트는 동해의 움직임에 철퍽철퍽 욕조에 물결이 일고 서로의 피부를 간질이듯 자극한다. 동해는 혁재의 한쪽 허벅지를 잡고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높이 들어 올리더니 더 깊숙이 삽입되도록 세게 허리를 밀어올렸다. "앗..앗..앗..앗" 헝크러진 머리칼을 미친 듯이 흔드는 혁재의 높은 교성이 욕실 안에 울려 퍼진다. "마사,..앗..." 허리는 계속 움직이면서 동해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그의 애칭을 부르자, 혁재는 욕조 한 쪽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히에..엣..." 하고 동해의 이름을 입에 담고는 결국 못 견디고 물 속에서 절정에 도달해 정액을 토해냈다. "아.." 낭패라는 듯 그가 작게 소리지르고 매달려 있던 욕조 가장자리에서 몸을일으켰을 때, "읏..." 동해도 못 견디고 혁재의 안에서 사정하고는, 하아, 하고 짙은 숨을 내뱉었다. "...미안해" 겸연쩍은 표정으로 사과한 혁재에게 동해는 [나도 마찬가지잖아] 하고 웃고는 손을 뒤로 뻗어 욕조의 마개를 뽑았다. 쏴아 소리를 내며 물이 기세좋게 빠져나간다. "....읏..." 물 속에 떠있던 몸이, 물이 빠지면서 동해의 위로 가라 앉는다. 아직 삽입한 채였던 그의 수컷을 다시 깊숙이 느낀 혁재가 작게 숨을 토하고 다시 욕조 가장자리에 매달렸다. "..마사..!" 그런 그의 등에 팔을 둘러 욕조에서 떼어낸 동해는이마를 맞대로 사랑스러운 그 이름을부른다. "..역시 [마사]는 좀..." 물이 다 빠진 욕조안에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입을 비죽거리는 혁재에게, "좋잖아. 딱 어울려" 하고 동해는 웃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뭐가 딱 어울린다는....앗.." 이미 다시 단단한 열기를 되찾아 가는 동해의 수컷이 몸안을 꽉 채운다. 열이 식지 않은 몸을 그의 위에서 비비꼬는 혁재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간 동해는, "마사" 하고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듯 되풀이해서 그 이름을 속삭이고 다시 연인을 쾌락의 심연으로 내몰기 위해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욕할래?" 결국 그 후 이런 좁은 데서할짓이 아니라고 결론을내리고 침대로 이동하여 넓은 시트위에서 둘은 서로를 탐했다. 하아하아, 하고 거친 숨을 내쉬고 땀이 밴 가슴을 헐떡이는 혁재에게 동해가 물었다. 혁재는 응,하고 끄덕인후, "이번엔 한 사람씩 들어가자" 하고 숨을 고르며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왜" 무슨 소리를 하냐고 눈썹을 찡그린 동해에게, 혁재는 다시 쿡쿡웃으면서, "씻을 틈이 없잖아" 하고 말하고는 동해의 가슴에 몸을 갖다 댔다. "..밝히기는. 아직 부족하다는 거야?" "누가" 키득키득 웃으며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맞춘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