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master- 주인님 분부대로! 부제:Harlem Cafe 1번가 - W.강인함으로 00 "김영운! 이리와!게임캐쉬 200만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 맞고를쳐? 나가! 나가서 타짜가 되던 타짜 형님이 되던 니 맘대로해!" "에이씨..아야! 아! 엄마!! 엄마!! 아퍼! 잠깐..아악!" 방년 18세 남자로선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수 있는 신체와 , 성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을 가질 나이...난 집에서 쫓겨났다. 어서오세요! 할렘까페 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젠장 고지서만 숨겼어도 어떻게 해보는건데" 과연 조무래기인 내가 전화비 고지서만 숨긴다고 땡겨쓴 100만원이 무마될수 있을까? 고등학교 성적표도 아니고..엄마의 빗자루 폭격에 미처 쫓겨날 준비 (?)도 하지 못한채 슬리퍼 차림에 집에서 애용하는 빨간 후드티와 회색 트레이닝 바지만 입은채 도망쳐야 했 다. 가까운 공원에 앉아 불쌍한 신세를 한탄한다. 왜 나는 기업을 운영하는 인상좋은 아버지 와 파티를 즐기는 어머니가 계시는 부잣집에 태어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나의 거주지는 강남이 아닌 서울 변두리 지역이란 말이다, 압구정만 되었어도 입닥치고 있으려 했는데.. 에효- 나의 이 외모를 썩히며 18년이나 살았다니..노무현 아저씨! 당신 정치 잘못한거야! 순박하고 듬직한 무소속 청년 김영운을 국회로 ! "씨발, 아이디 파란오리 그새끼한테 피박만 안썼어도 한몫챙기는건데 그나저나..썅 배고파" 쫓겨나는 한심한 인간도 인간이었는지 슬슬 배가 고파졌고 나는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안 을 뒤지기 시작했다. 찰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에 쥐어진건 오백원짜리 3개 천오백원, 지폐한장 당당하게 있지도 못하는 놈이, 게임에선 천금을 노렸으니 엄마가 분노할 만도 하지.. "그나저나 오늘은 어디가서 잠을 자야 하나? 밴드 연습실 가서 잘까?" 어차피 생각날때 마다 왔다갔다 한 학교는 하루쯤 더 안간다고 해서 , 문제가 생길것도 아니었고, 그나마 충실하게 활동한 학교 밴드부 연습실에서 밤을 보내야 겠다고 다짐했다 . 어쩌면 집보다 더 편한 곳이 연습실일지도 모른다. 벤치에서 일어나 공원을 빠져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내눈 앞에 검은 무리 들이 푸더덕 거리며 마구 치솟기 시작했다 "으악! 씨발..어푸푸..이게뭐야!!!" 강한 먼지와 모래로 인해 눈이 따끔거리며 눈물이 찔끔났다. 입안엔 뭔가 회색의 깃털같 은 것들이 마구 들어갔고 , 정신을 차리고 눈을 비비며 눈앞을 봤을때 비로소 그것들은 지구상에서 제일 깡이 세고 번식력이 좋다는 비둘기 떼라는걸 알수 있었다. 더럽게 들어 간 깃털을 퉤퉤 뱉으며 옷을 터는데 누군가 미안한 얼굴을 지으며 내앞으로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댁은 이게 괜찮아 보입니까?" "미안해요..비둘기가 예뻐서 빵조각을 준다고 던진것이.." "이뻐? 이보쇼, 쟤들 깃털 무늬 못봤어? 조폭들이 등에다 하는 산수화 보다 더 정교하고 화려해 , 그리고 빵조각? 쟤들 그런거 이제 식상해서 안먹어! 길거리 다면 롯데리아 에서 버리는 햄버거에 아웃백에서 버리는 립이 있는데 뭐하러 빵 부스러기나 쩝쩝대!" 내앞에서 연신 미안한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나보다 약간 작은 체구의 남자를 쏘아보듯 쳐다보았다. 약간 노란빛 나는 긴 커트 머리에 뒷머리를 묶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하얀피부에 얇게 깔린 쌍커풀 , 입가엔 보조개 까지 장착했다. 베시시 웃어보이는데 깊게 늘어지는 보조개를 나는 한참이나 관찰하고 있었다 젠장, 후광이 장난아니네, 부촌에 사는 도련님쯤 되나? 나는 천오백원에 쩔쩔매고 빵 하나에 덜덜 떨게 생겼는데 , 감히 피같은 빵을 한낱 닭둘기 들에게 뿌려? "어쩌죠? 옷이 더러워져서" "이게 얼마 짜린줄 알아?" "네?" "이거 우리나라에선 몇개 없는 한정판 이란 말야! 흠집이라도 나면 프리미엄 깎이는데 책임질꺼야?" "..저..정말요?" 정말 일리가 없잖아, 돈도 없고 갈곳도 없어진 상황에 이런 개같은 일을 당해서 신경질이나 한번 뱉어본 말인데, 내앞에 빛나는 생물체는 덥썩 백지수표라도 물려줄듯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호라..? 이거 먹히네? 나는 좀더 오기를 부려 보기로 한다 "어쩔꺼냐고? 물어줄꺼야?" "어..얼마나..하는데요?" "2백만원" "네?" "뭐야, 이옷이 그만한 가치도 없어보여?" "아..아뇨" "대답해 물어줄꺼야?아님 똑같은걸로 사주든지..구할수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이..일단..수중에 돈이없어서 그러는데..인출해서 드리면 안될까요?" "갑시다" "네?" "말귀참 어둡네, 돈뽑으러!" *** 빛나는 생물체를 따라 동네에 있는 번화가 까지 나와 버렸다. 양아치이긴 했지만 동네 번화가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터라, 생소하기 까지 했다. 왜냐면, 학주의 단골 코스였으니까 . 번화가 중앙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몇번 더 골목을 돌았다. 점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러다 막다른 곳에 데려가 나를 콱!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지..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이봐, 어디가는거야?" "다 왔어요..미안해요 조금만 더 가면" "허튼 수작이면 단념하는게 좋을꺼야 이래뵈도 태권도 유단자니까" "아, 다왔어요! 여기예요" "왠 건물이..하?...할렘..까페?" 막다른 골목에서 보인 작은 2층으로 구성된 건물엔 네온사인으로 할렘까페 란 간판이 빛나고 있었다. 할렘? 이새끼가 날 치고 도망가려고! 하..할렘으로!! "이봐 어딜 들어가! 빨리 돈내놔 할렘이라니..여기 무슨 깡패지역아냐?" "걱정마세요 일반 까페니까요" 또다시 베시시 웃으며 특유의 보조개를 내민다. 저 웃음 한방이면 해골물을 이과수 정수기에서 뽑아나온 물이라 해도 믿을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출입구로 들어가 그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할렘까페란 타이틀과는 다르게 안엔 목재로 이루어진 인테리어에 베이지색 쿠션이 달린 의자와 검은색 목재로 된 테이블이 즐비된 그야말로 일반 까페였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이리저리 건물을 안을 살핀 난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 앉아 기다려주세요..금방 나올게요" 나를 맨앞자리 테이블에 앉혀놓곤 재빨리 카운터 안 창고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알바생인가?..알바를 외진곳에서 해? 저 정도 얼굴이면 밤길이 위험하겠구만 "여기까지 오게 해서..어쩌죠" "됐고, 돈이나 주쇼" "...카드는 가지고 있는데..인출기가 밖에 나가야.." "복잡하네 진짜" 차라리 내 계좌번호 알려주고 다음날까지 이체해 달라할걸..이래서 사람은 공부를 하고 머리가 좋아야해, 그래야 몸이 고생안하지..내 맞은편 의자에 앉은 생물체는 남색의 허리앞치마를 하고 흰색 셔츠에 자주색 조끼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 다. 그리고 자주색 조끼 앞주머니엔 마스터 박정수 란 금색의 타원형 명찰이 꽂혀있었다 마스터?...마스터..마스터...설마 여기 주인?알바가 아니었어? 내 또래 인줄 알았는데? "마스터 일찍 왔네요! 하이!" "은혁씨 동해씨 왔군요 어서와요" 뒤에서 들리는 인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나는 검은색 긴 단발식 커트머리에 짙은 쌍 커풀이 기집애 같은 인상을 주는 녀석과, 또 하나는 그와는 정 반대로 약간 찢어진 눈에 동글동글한 입술이 참 잘 삐치겠단 생각을 하게 하는 짧은 머리의 녀석이었다. 기집애같은 놈은 얼굴과는 달리 굵은 목소리로 빽빽 소리 치며 우리쪽으로 다가오더니 빛나는 생명채 옆에 덥썩 앉았다 "짜증난다구요! 마스터!" "왜 그래요?" "은혁이 저자식이 길가다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를..침흘리며 쳐다봤다니까요?" "아냐! 아냐 동해야!" 기집애는 동해, 찢어진 눈은 은혁인듯 했다. 나와의 금전거래는 까맣게 잊은듯 박정수란 생명체는 동해란 놈의 머리를 쓰다듬곤 인자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침부터 사랑이 불타네요 동해씨?" "마스터! 혼내줘요! 아니면 여기 알바 쟤만 잘라버려요!" "동해야..정말 아냐! 난 그 꽃무늬 스커트 절대 보지 않았어!" "개새..존나 쳐다봤어! 물어 뜯어버릴꺼야 이은혁!!" 내앞에선 쌩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보기엔 은혁이란 놈이 더 셀것 같은데 막상 기집애 같은 놈이 주먹을 쥐며 그의 복부에 마구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아픈배를 부여잡으면서도 잘못했다고 비는 꼴이..쪽팔렸다. 실컷 때리던 손을 멈추곤 이마에 송글 거리는 땀을 훔쳐냈고, 은혁이란 놈은 그자리에서 넉다운 되었다. 그나저나 사랑이라니? 쟤네 게이야?.. "후...그나저나 마스터 이사람 누구?" "아..제가 오늘 민폐를 끼치게 되서.." "민폐? 마스터가?" "흠..빨리 내 200만원이나 주쇼! 나 그리 한가하지 않아" "200만원? 마스터..사채썼어?" 얘야, 까페주인이 200만원이 없어서 사채를 썼겠니..요새 쩐의 전쟁보냐? "실수로 이분 옷을 망가뜨렸는데..우리나라에선 구할수 없는..품목이래요 그래서..제가 보상해 드리려고" "한정판인가? 어디..나도 좀 봐요" "뭐..뭐야! 놔이거!" 또랑또랑한 눈을 한 놈이 내앞으로 성큼 걸어오더니 내 빨간 후드티셔츠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보더니 이번엔 내 목덜미를 옆으로 꺾곤 텍을 확인하려 하고있었다 안돼! 씨발!! "이거..동대문 표잖아?" "동대문..은..어디 브랜드 죠?" "휴..마스터, 한마디로 짜가라구요 가짜!" "네?..가짜?" "마스터는 너무 착해빠져서 문제야..당신 누구야? 뭔데 사기를쳐?" "썅..다된밥에 가래를 뱉다니.." 눈에 쌍심지를 켜곤 나를 야리는 저 기집애의 눈을 찌르고 싶어졌다. 점점 어색해지는 분위기와 오갈곳없이 막혀버린 이건물안에서 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경찰에 신고되 어 사기범으로 잡힌다면 나는 호적에서 영원히 파일것이다. 식은땀이 흐르고 눈을 데굴데 굴 굴리는데 옆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흐으으윽..이럴수가...너무해요..너무해" "왜..왜울어!! 돈안주면 됬잖아!" "마스터 이건 울일이 아니에요! 신고해 버려요!" "..야 기집애야 조용히 안해?" "뭐라고? 기집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을!!" "동해야 안돼!!" 언제 일어났는지 기운차린 눈 찢어진 은혁이란 놈이 나를 향해 주먹질을 해대는 기집애의 팔을 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앞에선 꺼이꺼이 울고 있는 동안의 까페주인과..막되먹 은 알바생들..환장할 노릇이다. "동해씨..흐읍 그러지 마요, 분명..뭔가 이유가 있을거예요..그쵸?" "무..무슨이유!" "...당신 눈을 보면 알수있어요..돈이 급했던 거죠?.." "마스터! 이딴 놈 말 듣지 말아요! 도둑놈이라니까?" "지랄말고 꺼져 기집애야!" "뭐!!!" 아..미치겠네 뭔가 말이라도 해야 이상황이 종료 될것 같았다. 저 수도 꼭지 부터 잠가야 겠다.뭔 사내자식이 눈물이 저리 많아? 까짓거 한번 거짓말 친거 두번은 못하겠냐?...남자 김영운! 한방이야 인생! "그래! 나 돈 필요해,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당장 집엔 나만 기다리고 손만빨고 있는 다섯동생들과 병든 할머니까지 계셔! 학교갈돈도 없고 일자리라도 구하려고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딱 걸린거야! 그래서 구라쳤다 됐냐? 됐어!" "역시나..그랬던 거군요..것봐요 동해씨..이제 진정해요" "정말이야?" "믿기 싫음 또 패보던가" 씩씩대며 오히려 반박하자 기집애도 조금은 진정이 된듯 했다. 일단 한놈은 정리되었고 , 계속 눈물 흘려대는 저건 어찌해야 해? "그럼..여기서 일해보지 않겠어요?" "뭐요?" "일자리를 원한다면..여기서 일해요..다른곳보다 편할거예요" "마스터 , 저런 양아치를" "동해씨." "아..알았어요! 이은혁 따라와 테이블 닦게" "어?어? 응!!"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듯 두손 든 동해란 놈은 똘마니 취급하듯 녀석들 끌고 카운터 족 으로 사라졌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은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뜨겁게 다가온 느 낌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어디..막노농같은곳에서..골병들지 말구..우리가게에서 일해요" "...아씨..이..이손놔!" "네?" "..씨...씨발" "네?" 가까이 줌인 해서 들어오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예쁜눈..예쁜 눈동자...뭘 먹어서 눈이 이렇게 맑아? "아..알았다고! 일할게!" "..좋아요! 잠시만 기다려요 인적사항을 적어야하니까" 기어이 내입에서 승낙을 들은 그는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뼉까지 치며 일어나더니 그둘이 다녀간 카운터 쪽으로 뛰어가고있었다 전생에 노아의 방주를 운전했나, 아님 스님이었나 남 도와주는거 엄청 즐기네 유니세프에 가입되 있는거 아냐? 하여간..이 가게엔 요물들만 있나보구만.. "김영운..어쩌다 일이 꼬였냐"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는 그대로 의자에 있는 쿠션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이왕 꼬인거, 200만원 단숨에 갚아버리는거야,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여기자 그리고..저 웃는 얼굴이..밉진 않으니까- 01 "이름은 김영운 18살, 한세동 버담길 1140-4번지" "학교 다니면서 일하기 버겁지 않겠어요?" "댁이 일하라고 일하라고 달라붙어서 억지로 승낙했더니..!" "아..아니에요! 시간은 맘대로 정해요 평일 알바로 하구요" "그러지, 5시부터 마감이 몇시야?" "새벽1시요" "좋아 1시" 내앞에 앉아 분홍색 깃털이 하늘거리는 볼펜으로 슥슥 내 신상명세서를 써내려가는 정수, 주름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한 손이 눈에 띄었다 "그나저나 마스터라며? 몇살인데 벌써" "아..25살이에요" "헉 존나 동안" 25살 얼굴이 그래도 되는거야? 나름 예의상 눈주름 하나는 있어야지, 역시나 부잣집 도련님이 맞구나..머리색부터 예사롭지 않았다고, 거기에다 귀에단 그 귀걸이는 완전 순금으로 샤워한거 맞지?..귀에 달고 목에 걸고 팔에 매달고 이야..금이 남아도는구나 너..명찰까지 금색.. 황금돼지해 라고 너무 데코레이션 한거 아 냐? "여기서 하는 일은 간단해요 서빙과 음료, 계산 또.." "또 뭐" "약간의 사교성만 갖추면 된답니다" "사교? 야 한세동 김사교라고 들어본적 있나 모르겠네? 사교하면 두말하면 입아프고 세말하면 입에 치석낀다?" "후후..근성 하나는 기똥차네요!" "너같은 사람도 그런말..할줄 아냐?" "앗..동해씨가 가르쳐준건데...촌스러운 말만하지 말고 가끔은.." "기집애라 그런지 잔소리가 심한가 보군" 한동안 시덥잖은 대화를 나눈 정수와 나, 이번엔 유니폼을 주겠다며 나를 카운터 안 창고 로 데려갔다. 먼지 날리는 종이박스에서 비닐로 포장된 유니폼을 꺼내 주었다. 내 체구를 언제 확인했는제 상의는 XL를 골라준다. 새하얗게 빛나는 흰 셔츠와 남색 앞치마 그리고 남색조끼..그리고 까만 나비 넥타이가 들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기 집애랑 가자미 눈도 남색조끼를 착용한듯 했다. 마스터만 색이 다른가 보지? "명찰은 주문해야 하니까 내일 쯤 받아볼수 있을거에요" "오늘부터 일해도 되?" "돈..이 급하군요....흑.." "야! 울지마!! 넌 왜 말보다 눈물이 앞서냐?" "미안해요..나도 모르게 감정이 그만.." "세상어찌 살려고 그것도 이 가게를 운영한다는 사람이..휴.." "옷갈아입고 나와요 어흑..가엾어라..!" 흰 셔츠 소매를 끌어 눈물을 닦곤 자리를 비켜주었다. 한숨을 한번 쉬고 심기일전 하기로 한다. 땀이 찬 후끈 대는 후드티를 던져 버리고 셔츠를 입었다. 벽에 달려있는 거울을 보 며 부착식인 나비 넥타이도 했다. 넥타이를 하니 제법 폼이 잡히는것 같아 나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팔랑거리는 여인네들 처럼 한바퀴를 씽 돌았다. "역시 A급 유전자야..셔츠 하나 입었을 뿐인데..풋!" "야! 불곰!" "..어라? 이 기집애가 지금 뭐라 씨부려?" "다 입었으면 어서 나와 손님들 올 시간이야 한심한 불곰" "불곰? 이게 뚫린 입이라고...어디 니가 한말 주어담아 볼까?" "지랄 삽질하네" 내 말을 무자르듯 자르곤 콧방귀 까지 뀐다. 김영운, 저 기집애 오늘 요절을 내고 말것이 다. 대충 앞치마와 조끼를 걸치곤 창고밖으로 나갔다. "여러분! 오늘도 열심히 합시다!" "네 마스터!" "그리고 영운씨 이곳엔 은해씨들 말고도 알바생이 더있어요 그때그때 친해지시면 될것 같네요, 알바생 관리는 동해씨가 하니까 알아두시구요 그럼 수고!' 어랍쇼? 기집애가 관리담당이야? 조만간 나 쓰리아웃에 총까지 맞겠는데? 나는 이제서야 알았냐며 기어라, 라고 얼굴에 고딕체로 굵게 옵션으로 쓰여있는 기집애를 향해 강한 눈빛을 날렸다. 불곰한테 데이고 싶냐? "그나저나 은해씨가 누구야?" "엇..은해는 저랑 동해를 칭하는 말이에요 이쁘죠?헤.." "넌 생긴것과 똑같이.. 참 벨도 없다 쟤랑 진짜 사귀냐?" "그럼요! 동해는 우리학교 얼굴 마담에 인기도 짱이라구요! 저런 아이가 나랑 만나주는데..감사하고 받아야죠..하하" "나같음 반품이야, 그나저나 이제 뭐하냐" "일단 동해는 이시간에 재료 사러 외출하는데" "누가 기집애 스케쥴 물어봤어?" 하나같이 맘에 안드는 인간들 뿐이었다. 말귀도 못알아 먹는 가자미 은혁은 그제서야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 웃더니, 서빙이요, 란 무심한듯 시크한 외마디를 던진채 묵묵히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은혁이 문쪽으로 가 close라 써있는 문패를 open으로 돌리자 얼마 있지 않아 손님들이 들어왔다. "인사하면 되요 형" "그..러냐?" "네,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어서오세요" 아까 활활 타오른 열정과는 달리 나는 개미 할머니가 낼만한 조그마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덩치 값도 못한단 엄마의 말이 어렴풋이 들리는듯 했다 몇몇 손님들이 자리에 앉았고 나는 메뉴판을 들며 하나씩 테이블 앞에 놓았다 "못보던 오빠네?" "..아..새로 영입되었습니다!" "오빤 이름이 뭐야?" "김..영운입니다" "오빠 완전 잘생겼다? 후후..우리는 모카쉐이크 2잔주세요" "알겠습니다" 다행이 앞치마 주머니 안엔 볼펜과 메모지가 들어있었고 나는 재빨리 그것들을 들고 메뉴를 받아적었다. 그리고 카운터 쪽으로 가자 정수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쟤네들 왜 남자인데 나한테 오빠라 하지? 징그럽게 "마스터 여기 주문" "네, 찍어드릴게요 계산서 메뉴나갈때 같이 주면 되요" "응, 그런데 말야" "네?" "..아, 아냐" 포스에 메뉴를 찍어 누르자 계산서가 튀어나왔다. 그것을 갈색 벨벳이 감싸져있는 보호대에 껴놓곤 잠시 대기 해 있었다 정수는 주방쪽으로 간듯 했고 생각보다 한가하다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 갑자기 주방쪽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왜..왜그래 무슨일이야 마스터...엥?" "..으아..으어...으어!!" 핸드폰도 던져 둔채 주방으로 달려간 나는 , 안에서 일어나는 참극을 보곤 미간이 찡그려졌다. 살인이라도 당하는 듯 질러대는 고음의 비명과는 달리 정수는 홀로 미친듯이 요동치며 돌아가는 거품기를 어찌할 바를 모른채 동동 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처럼 승천하고 싶은지 계속 솟구쳐 오르는 거품기와 옆엔 덕지덕지 떨어진 아이스크림이 주방을 어지럽 히고 있었다 나는 여기저기 날아오는 아이스크림 파편들을 피해 지뢰라도 제거하듯 조심스럽게 다가가 거품기의 코드를 뽑았고 그제서야 위잉..하는 종료음과 함께 멈추었다 "마스터! 지금 장난쳐? 코드를 뽑아야지 거품기랑 춤추고 싶어?" "아..아직 주방을 책임지는..셰프가 안와서..어..어쩌죠?흑.. 내가..다 망쳐 버렸으니..쉬울줄 알구..해본건데..엉망이.." "미치겠네, 쉐이크 보다 댁 얼굴좀 챙겨!" 눈이며 볼이며 온통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범벅댄 얼굴을 한 정수, 한심하단 얼굴을 한 내가 다가가 주방에 아무렇게나 있는 헝겊을 들어 마구 얼굴에 문댔다. 우우..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막혔는지 입술을 쭉 내민다 오리같이 내밀어진 입술 위로 아이스크림이 묻은 하얗게 변한 속눈썹이 보였다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추락한 느낌이 들었다. 닦아주던 손길을 멈추고 정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왜 그러냐 는듯 눈을 꿈벅 거리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헉..존나 귀염상 "아..아아 빨리 닦아! 칠칠맞아" "미..미안요.." "마스터, 신성한 주방을 또 난장으로 만들었네?" 뒤통수로 들리는 느끼하고 야하기까지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뒤에 보이는건 얼굴에 반이 눈일 정도로 커다란 눈동자에 온몸을 분홍색 옷으로 도배하고 심지어 가방까지 꽃분홍색으로 메고 나타난 주황머리 남자였다. 게슴츠리한 눈을 뜨곤 몸을 베베꼬며 걸어오는데..숨이 턱턱 막혔다 "셰프!!" "셰프?" "인사해요 영운씨 이쪽은 우리 까페의 없어서는 안되는 히로인 김희철 님이구요 여긴 새로운 알바 김영운씨" "안녕? 애송이 입좀 다물고 봐..내가 잘생긴 건 알지만 너같은 꼬맹이는 기타 등등 이라 고" "...그 에로스럽게 벌린 입이나 쳐 넣으시죠 떡볶이 먹었나 퉁퉁 부어가지곤" "너 혹시..연예인과 사귀는 법 ,찾아본거야? 나한테 대든 놈은 니가 처음인데" "남이사"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곤 나를 차근차근 훑어 보는데 온몸이 오싹해 지는 공포를 느꼈다. 징글맞게 쳐다보는 눈빛을 피해 나는 홀로 뛰어가듯 나와버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 주방안을 힐끔 거리는데, 나와는 달리 정수는 또 그렇게 실실웃으며 좋다고 그에게 데롱데롱 매달려 있었다. 그런 정수가 마냥 귀여운듯 노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순간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뭐야 이 까끌거리는 기분은...씨발.." "어이 오빠! 쉐이크는 아직도야?" "다..다되어 가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직도 나를 오빠라 부르는 건장한 청년들에게 의문을 품은채 나는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안그래도 계속 붙어있는 꼴이 짜증났는데 잘됐다. 하면서- "저기요 쉐이크 독촉이요!" "아..셰프 모카쉐이크 들어왔어요" "알아..주방에 모카 향이 진동을 하네 기다려 1분안으로 나가" "네..헤헤" 쑥스러운듯 미안하다며 주방을 나온 정수는 앞치마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원래 웃음이 많아?" "저요?..네!!!" "..더 안물어도 알겠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네 라고 말하는 정수를 보고 한번 씨익 웃었다. 간간히 들어오는 손님들을 자리로 안내하고 주문을 받고 , 그렇게 몇시간을 일하자 일이 서서히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한참 주문을 받고 카운터로 오는데 까페 문이 열리고 보기 싫은 얼굴이 들어왔다. 기집애.. 동해는 양팔 가득 대형마트 장바구니를 들곤 헉헉 대고 있었다 "야! 이은혁! 이은혁!!" "엇..동해야 왔어? 이리줘 짐" "존나 더워! 나 완전 땀찼어 썅 체리가루는 왜이렇게 무거운거야?" "더워? 존나더워??" "어! 존나 더워!" "내가 금방 얼음물 떠다 줄게 기다려!" 전생에 기집애 몸속에 있는 쓸개즙 이였나, 덥다는 말에 안절부절 못하며 짐을 다 받아들 곤 주방으로 옮겨준다. 거기에 컵에 얼음까지 띄워서 찬물을 받아다 입까지 논스톱으로 배달하는데 그꼴이..측은해 지기 까지 한다. "야..기집애 넌 손이 없냐? 그리고 가자미 넌 왜 자꾸 떠먹여?" "..동해는 소중하니까요..히히.." "무슨 참견이야 불곰아!" "너 자꾸 불곰불곰 하는데..그러다 화상입는다 어?" "일이나 똑바로 하셔!" 뾰루퉁한 얼굴을 하곤 컵을 들고 홀쪽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동해, 그 얄미운 얼굴에 속이 터져 나는 킹콩처럼 가슴을 마구 두들겨댔다. 그리고 옆에있는 동네북 가자미 은혁 에게 화풀이를 했다 "니가 애를 다 망쳤어, 버릇없잖아!" "그..그래도 좋아요! 학교 퀸카를 가지는건 수능보다 어렵다구요!형이..형이..뭘 알아 요!!!" "이게..야! 야!" 퀸카면 다 용서가 되는거야? 오히려 나에게 역정까지 내곤 동해를 따라 홀로 달려갔다. 어쩌면 하나같이 멍청하고 모자랄까? 한쌍의 바퀴벌레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 정말 인기는 좋은 모양이었다. 동해가 홀에 나타나자 까페 있던 남자들이 죄다 휘파람에 박수까지 치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 환호가 익숙한듯 손으로 키스를 해보이며 이놈 저놈에게 뿌리고 있었고 그걸 주워 담느라 정신없는 은혁 이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여긴왜..남자 손님이 없어?" 자세히 보니 손님들은 전부다 남자, 남자남자. 였다. 설운도 아저씨도 여자여자여자를 불렀건만, 이건왜 장정들만 가득차서..아기 파우더 향나는 여고생들이 와야지 왜 어울리 지도 않게 홀애비 냄새 풍기며 레몬에이드를 상큼하게 마시고 있는건데? "마스터!" "네?" "물어볼게있어" "뭔데요?" "왜..여긴 남자 밖에 없어? 소녀들은..어? 소녀들은!" "..아..밖에 서있는 말..못봤나요?" "못봤는데? 뭔데?" "가서..보는게 빠르겠어요" 정수가 출입구 쪽으로 손을 가리켰고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면으로 보이는 형광색 색지에 손글씨 아트로 적힌..충격적인 문구 [까페 '할렘'은 남성 전용입니다. 여성분들은 반대편 골목 자매까페인 '리즈'를 찾아주세 요 감사합니다] 시방..이게 훈민정음 이 맞다냐...남성...그것도 전용..남성 전용 그럼 여긴 나처럼 뭐달린 것들만 온다는 말?...내 사랑 소녀들은 절대 출입금지란 말?안 돼...안돼... "나 다시 돌아갈래!!!!!!!!!" 하지만 이미 나의 시급은 계산 되고 있었다. 쭈욱- 02 "어째서 남성 전용인거야? 여기가 대중목욕탕이야?" "저기..진정하세요 영운씨" "진정? 소녀들이 없는데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말해봐! 마스터 ! 매상올리고 싶지 않아? 까페는 소녀들이 원동력이라구!" "..아..저기..어떻게 말을 해야..할..까요" 나는 당장이라도 정수의 멱살이라도 잡을듯 그에게 바짝 다가가 원망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조금은 당황했는지 정수가 머뭇거리자 주문을 받아온 기집애가 안되겠다는 듯 한마디 꺼냈다 "불곰 내말 잘들어" "왜이래? 어디다 손을 올려?" 진지한 눈빛을 한 동해가 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곤 쌍커풀 짙은 눈을 번쩍 위로 떴다. "남성 전용, 즉 밀애를 즐기러 오는 곳이야" "이해가 안가 까놓고 말해" "휴..그럼 잘봐, 야! 이은혁!" "응? 왜!" 동해가 부른다면 비무장지대까지 갈것 같은 은혁이 쪼르르 달려왔고 동해는 그런 은혁의 허리를 두손으로 감싸곤 그대로 입술에...입술에!!!! 버젓이 자신의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나는 벙찐 얼굴을 한채 그들이 나누는 입술간의 교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기집애가! 미쳤냐!" "봤지? 여긴 이런 밀애를 하고 싶어서 오는 파라다이스야" "어엇..도..동해야..어젠 해달라고 해도 안해주더니.." "오늘 이쁜짓 했으니까 상이야" 병신아 넌 지금 남자끼리 뽀뽀 했는데 좋다고 얼굴까지 벌개지고.. 그 헤벌죽 대는 꽃 미소는 뭐야! 밀애라니..그럼 여긴 게이들이 맘놓고 키스하고 즐길수 있는 금기의 장소란 말야? 이런 곳에 일하겠다고 나선 난.. 개병신이잖아! "마스터 거짓말이지?" "..전 당연히 아는줄 알구.." "마스터도..게이야?" "...사..사랑에 원칙도..형식도 없어요" "게이냐고!" "..네" 머리에서 스팀이 끓었다. 부잣집 도련님이 할일이 없고 무료함을 달래고자 이런 짜증나는 장소나 개설해 게이들의 숨통을 이어주고 있었다니.. 하긴 너같은 외모라면 남자들도 한번더 ok? 겠다. 저 느끼한 셰프를 봤을때 눈치 챘어아 하는건데!! "나보고 게이들 비위 맞추며 음료수나 나르라고? 미쳤구만" "야! 불곰 니가 싫다고 우리들까지 싸잡아 욕하지마!" "가자미 입술 에 박은 주둥이로..닥쳐!" 나는 당장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나비넥타이를 떼어내곤 조끼 단추도 풀었다 나의 행동에 정수가 달려와 나를 막았다 "영운씨..영운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여기..나쁜곳 아니예요" "그런건 상관없어, 내가 존나게 싫은것 뿐이야..게이? 니들끼리 즐겨" "영운씨.." 나는 내 팔을 잡고 말리는 정수의 손을 쳐내곤 밖으로 나가려 걸어가는데 마침 문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수씨!!!" "어엇..승현씨 안녕하세요" "정수씨! 저의 데이트 신청 들어주세요 오늘은!!" "네?..저기 전 아시다시피 영업을.." 진하고 위로 올라온 눈썹을 한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소년이 장미가 가득한 꽃다발을 정수에게 내밀고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면서 얼떨결에 꽃을 집어든 정수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에이씨, 잡치게 뭐야! 야 기집애 쟨 누구냐" "쟤 최승현이라고..단골인데 마스터한테 데이트 신청한지 오늘로 80일째야" "스토커냐?" "지독한 짝사랑에 시달리는 환자쯤 되지, 마스터 취향은 아닌데 말야 마스터는 저런 애같은 스타일 안좋아해..근데 성격이 워낙에 착하고 순해서 80일째 거절도 못하고..저러고 있어" "80일째 거절한거면 순한게 아니라 지독한거 아니냐" 단번에 때려치고 나가려는 순간에 들어온 최승현이란 녀석때문에 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 내 눈앞에 보이는 성장드라마의 한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계속 들이대는 녀석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던 정수가 두리번 대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외면하려 고개를 돌렸다. "승현씨..제가 그동안 말못한..고백할게 있어요" "뭔데요?" "전..사..사실.." "..네?" "..사..사실..애..애인이 있어요!!!" "네에? 에이 거짓말..이제 핑계댈 말이 바닥 났나봐요?" "아..아니예요! 정말 이에요!" "그럼 당장 내 눈앞에 데리고 와봐요 그렇지 않음 나 정수씨 포기못해요" ".마..마침 여기 와 있어요, 저기..승현씨 뒤에!" 순간 정적이 소리없이 찾아왔다. 정수가 손으로 당차게 가리킨 인물은 한세동 최고의 킹카인 김사교..바로..나?..나!!? 모두가 예상치 못한 반응에 , 기집애도 가자미도 놀란듯 나를 쳐다보았고 몇몇 손님들도 재미있는 전개라는듯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등에 한줄기 땀이 흘렀다. 침이 꼴깍 삼켜졌다.. "저사람이..정말 정수씨 애인 이란 말이에요?" "그..그렇다니까요 그렇죠..여..영운씨?" "에?..에..에뭐.." 젠장할 왜 아니라고 말을 못해! 저사람은 내 애인이 아니다! 저사람은 내 남자가 아니다 왜 말을 못하냐고!! 너 바보야? 입없어? 순간 파리의 연인에서 여심을 사로잡은 신양이 형의 당참이 부러워졌다 "믿을수 없어요! 정수씨 애인있다는거 다른 바에서도 소문조차 못들었는데" "사..사귄지 얼마 안되서..그..그래요" "증명해 봐요!" "네?" "그냥 있다 란 걸론 인정못하겠어요 정말 연인이란걸 증명해봐요!" 저 새끼가 뭐라고 나불대는 거야! 하이킥이라도 맞아야 두뇌회전이 되려나.. 일편단심 최승현의 순정이 무너지는 이 시점에서 그는 눈에 뵈는것이 없었다 당장 증명해 보라고 떼를 쓰는 통에 정수는 할수없이 터벅터벅 나에게로 걸어오더니 눈짓을 하곤 살며시 팔짱을 꼈다. "이..이젠 됐죠?" "키스해봐요" "뭐! 야 이새끼야! 사귄다는데 시어머니 처럼 의심이 그리 많냐! 사귄다고! 박정수랑 나랑 사귀는데 너에게 왜 확인 받냐?니가 주례사냐?" "정수씨..전 절대 인정 못해요 내일 다시 올게요.." "미안해요..영운씨" "뭐가..어엇??어?? 읍!!" 내일 다시 들들볶으러 오겠다며 가게문을 나가려는 최승현을 보자 다급해졌는지 정수가 나에게 살짝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 말하곤 그대로 내 옷를 잡아당겼고 그가 약간 까치발을 들었다. 그 다음은..상상도 하기 싫다 어느새 내 입술은 정수의 입술과 맞닿아 있었다 물컹하고도 달짝지근한 내음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게이와 한 나의 첫키스는 그렇게..아이러니한 환희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최승현의 머리속엔 번쩍거리는 천둥번개 소리가 들렸다. *** "푸하하하 아까 최승현씨 얼굴 봤어? 물에젖은 초코머핀 같았다니까?" "기집애야 시끄러!" "불곰! 남자와 처음 닿은 입술 소감이 어때? 처음이 마스터인걸 영광인줄 알어 마스터 입술 우리나라 국보 1호 보다 비싸고 귀해 남들은 못 비벼서 안달인 입술을 넌 그냥 거저 먹은거야!" "..그..그만 놀려요 동해씨"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문을 닫은 까페 안,먹을걸 앞에 두고도 배꼽의 끝을잡고 깔깔 거리는 동해와, 나에게 선빵이라도 맞을까봐 노심초사 하며 눈치보는 은혁, 그리고 자신의 돌발행동이 민망했던지 계속해서 콩나물 국을 들이마시는 정수 마지막으로 그들을 앞에두고 인생의 회의를 느끼는 나 김영운이었다 "이봐 마스터, 어쩔꺼야" "네?" "내 입술 박치기 한거! 내 순결을 침범한 정신적 보상!" "미..미안해요!! 흐윽.." "눈물씨도 안먹혀!" "너무 야박하게 그러지마 소년이여, 동해말대로 마스터의 입술은 한떨기 딸기처럼 달콤하고...다이아몬드 에 버금가는 고가니까" "댁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오쇼? 셰프면 주방에서 과일이나 닦으시지" "셰프도 인간이기에 영양보충 해야하니까" 주황머리를 매만지며 나온 희철이 뒤춤에서 자신이 싸온듯한 꽃분홍색 보자기가 둘러진 도시락을 꺼냈다. 금방이라도 코가 빠질듯한 신냄새의 김치와 콩자반, 그나마 먹을만한 장조림이 들어있었다. 서구적인 외모와는 달리 토종인 메뉴설정에 나는 더욱더 그에게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년이여 김치를 계속 바라보고 있군 한입 하고 싶은가?" "코가 삐뚤어지겠어 , 엎어버리기 전에 빨리 입에 쑤셔 넣어요" "말투한번 사랑스럽구나" "당신에게 사랑받기 싫어, 마스터 !!빨리 말해!" "..시..시급을 올려 드리면 될까요?" "웃기네, 나 여기 그만둔다니까? 퇴직금으로 주던지"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나가겠단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은 또다시 나에게 집중 되고.. "도망가냐 불곰" "뭐라고?" "여긴 니가 그만두고 싶음 나가고 하고 싶음 음료수 따르는 그런곳 아냐" "나도 일하고 싶어서 한거 아니거든?" "나름 대로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야 너 여길 무시하는 모양인데 너같이 쉽게 포기하고 낙오된 인간보단 하루하루 성실한 게이들이 훨씬 나아!" "이새끼가 미쳤나!" "도..동해 턱 약해요 때리지 마요!" "오냐, 가자미 니가 대신 맞어라!"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 그렇다 나는 성실하지 않다. 다니던 학교도 겨우 연명할만큼 기웃거리는 정도..공부도 못하고 관심조차 없으며, 그나마 열심히 하던 밴드부도 200만원이란 빚덕분에 활동도 못하게 생겼다. 그야말로 양아치 같은 삶을 모토로 나는 무의미 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맘에 들지 않는 애들을 패고 학주에게 걸려 실컷 맞고는 보름씩 학교에서 도망쳐 있기 일쑤였다. 성실하지 않음 사고나 치지 말아야 하거늘.. 나는 부모님에게 빚까지 떠미는 못난 아들이 되어버렸다 씨발, 미치겠네.. 모두가 말은 안하고 있지만 동해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것 같았다. 분하긴 했지만 반박할수 없었고 나는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는걸 보자 심장을 다스리는 정수였고, 다시 콩자반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희철이었다 "4000원 한시간에" "..아..네네!!" "기집애야 이번만 참는다 한번만 더 까불면 진짜 아구창 닳줄 알어" "흥!! 내덕에 안 잘리고 일하는줄이나 아시지 이은혁! 다 먹었음 정리하자" "응!!" 얄밉게 일어나더니 자신의 식판을 가지고 문밖으로 나가는 동해와 그를 또 따라나서는 애완견 은혁이었다. "그나저나 소년..당분간은 좀 피곤하겠네?" "무슨 말입니까" "게이들의 우상이자 만인의 연인인 아름다움의 미학 박정수 에게 애인이 생기다, 이거야 말로 초특급 스캔들 아니겠어?" "..셰프!" "밤길 조심해..길 다니다 퍽 소리 나거나 칼부림 나면..그건 널 저격하는 저격수들의 외침일테니까..아 다먹었으니 일어나지" "이..! 에로 영감! 그게 무슨 소리야? 마스터..정말이야? 에로셰프가 하는말이 진짜냐고!" 아무렇지 않게 살벌한 말을 내뱉은 희철을 뒤로 한채 나는 정수에게 고개를 돌리고 대답을 기다렸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이젠 손사래 까지 친다. "아니..아니예요! 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요!" "그렇게 유명하지 않다면..그냥 유명은 하다는거야?? 만약에 내 신변에 위험이 생기거나 할시엔 가만두지 않을꺼야.." "아..우..우.."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당황해 하는 정수, 그는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대단한 인물 인것 같았다. 넥타이를 고쳐 메곤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깜깜한 나날들을 두려워했다. 과연 내가 이곳에 계속 일하는 게 괜찮은 일일지.. 하지만 난 깨달아야 했다. 박정수의 연인으로 살아가려면 (내 의지든 억지든간에) 심장은 열개도 넘게 있어야 하고 장기 매매 할 장기들을 항상 구비해 두어야 하며 상당한 맷집도 가져야 한다는것을... 03 오후타임, 대한민국 사람들은 시내에 나와선 놀지도 않고 이런 까페에 우글우글 모여 음료수만 마시다 가는 걸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손님으로 북적대고 있었다 거기에다 이곳은 게이들의 피난처 게이들의 파라다이스 게이들의 무릉도원! 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 "예! 까페모카 지금 나갑니다!" "이건 티라미스 케이크구요 이건 치즈예요" "아이스티 두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나를 비롯한 알바생들은 전부다 게이들을 위해 무료 친절 봉사와 시다바리 짓을 열심히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제길 제길 제길!! 아까는 멋있다고 자화 자찬한 패션 아이템 나비 넥타이가 목안에 땀이 차게되자 거추장 스럽게 느껴졌다. 으아- 고통스런 한숨을 쉰 나는 조이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버리곤 계속 해서 서빙을 하고 있었다 "자 여기 아이스라떼, 이건 하와이안펀치 아, 그건 러브스펀치야" "에로영감! 좀 천천히해 음료수 못갈아 뒤진 귀신이 붙었나? 하와이 인지 대마도 인지 내가 알게 뭐냐고!! 씨발!" "넌 화내는것도 섹시하구나" "생크림이랑 같이 갈아버리겠어" 여전히 야한 눈빛으로 생크림을 거품기에 섞고있는 희철을 씹어버리곤 쟁만에 음료수를 담았다. 갯수가 늘어서 그런지 팔에 근육이 생길 정도로 힘을주어야 했 다.낑낑거리며 한손으로 쟁반을 지탱하곤 테이블에 도착했다. 음료들을 하나씩 놓고있는데 목엔 어디 무덤에서 파내왔는지 하얗고 반짝이는 해골목걸이를 한 스킨헤드의 게이가 날 음흉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목선 예쁘다?" "예?" "팔뚝 근육좀 보라지..일은 잘하겠네" "맛있게 드십쇼" "저기!" "후..네에.." "전화번호 뭐야? 찍어봐" 내 조끼 주머니에 홀연히 자신의 핸드폰을 넣는 미친 스킨헤드, 뭘 찍으라는거야 이빨로 니 머리를 찍어버리란 거냐? 생각같아선 핸드폰도 두동강 내고 니놈도 아작을 내 야 시원하겠건만.. 손님은 왕이다 - 란 내가 생각해도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범적인 문구가 생각났다. 핸 드폰을 꺼내고 내가 자주 시켜먹는 짜장면 집 전화번호를 찍었다. "죄송하지만, 핸드폰이 정지되서..집 전화번호로..괜찮죠?" "적극적이네? 오케이, 저장" 너 박해미냐? "마스터, 저기보여? 대한민국 건장한 노멀 소년이 게이들에게 받는 사랑의 전파를 견뎌내는 저.. 참극이? 걱정이야..후훗.." "셰프, 어찌 말하는 것과 얼굴 표정은..정 반대네요..하하.." "씨발 스킨새끼..길가다 걸리기만 해봐라.." "소년, 너무 열받아 하지마..얼마나 열정적이니..사랑을 위해 전화번호를 딸수있는 용 기.." "시끄럽고 다음은 뭐예요?" "자리 꽉 찼잖아, 소년이 마지막 테이블 배달한거 였어..자 레몬콕이야 먹고 한숨놔" "독약 탄거 아냐? 왜이리 시컴해?" "영운씨..코..콜라를 넣어서..그런거예요 셰프가 만든 음료는 최고라서 중독성이 강하죠 마셔봐요!" "마약을 탔군" 나의 비난에도 꿋꿋하게 서있는 희철을 째리곤 조심스럽게 입을 가져다 댔다. 톡쏘는 콜라맛과 함께 비집고 나오는 레몬의 상큼함이...뭐..아주 쓸모없는 인간은 아닌 가 보군, 하긴 내가 이런 말 할 입장이 아니지... '맛있다' 란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 난 일부러 표정을 더 구겼다 하지만 은밀하게 비웃듯 킬킬 대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희철이 내내 찜찜했다 "마스터!" "네 동해씨" "오늘 밤에..거기 갈거야? 은혁이랑 나랑은 끝나자 마자 갈건데" "아...지난번에..은혁씨 에게..민폐를 끼쳐서..미안한데" "신경쓰지마! 마스터가 그런줄 알면서 막지 못한 이자식이 어눌한거지" "네..신경쓰지 마세요 마스터! 저 괜찮아요.." 뭣이여, 왜 나를 군중속의 고독씹는 남자로 만드는 건데? 거기가 어딘데 나는 알면 안되는거냐? 뻔히 들리는 데도 굳이 삼삼오오 모여 머리 맞대는 이유는 뭐야! 한참을 머리를 굴리던 셋, 그러자 머리를 쏙 하고 뺀 동해가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유용한 아이템이 생겼다는 듯이 "저거다! 불곰!" "앙?" "불곰 오늘 밤에 뭐해?" "아무일 없어도 너에겐 볼일없어" "마스터, 오늘 불곰도 데려가요. 불곰이 마스터를 지켜줄꺼야" "..네..네?" "괜찮을까 동해야?" "이은혁! 내가 누구냐" "경국지색, 절세미인, 카리스마 이동해" '이동해예찬가' 에 맞춰 응원법을 외치듯 술술 나오는 찬사..혀가 나올정도로 한심했다 한 여자..아니 한남자를 위한 뚝심은 인정한다 가자미! 형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차피..마스터 애인이라고 소문이 쫙 났을텐데..상관없잖아요?" "그..그치만" "야! 나와 관련된 일인데 나만 빼놓고 거래하냐?" "흥! 이왕이면 가서 도장한번 콱 박아두면..마스터 쫓아다니는 거머리들 절반은 떨어져 나갈것 같은데 말이죠.." "그..그런..거짓을..어떻게.." "마스터는 너무 착해, 그리고 이미 엎어지고 증발된 물이라니까?" "글쎄 이기집애야 나랑 얘기하라고!" "불곰, 너 급할때 내가 대신 땜빵하는 쿠폰 하나 줄테니까. 밤 시간 마스터가 사도 될 까?" "..도...동해씨!!" "행여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시다!" "존나 유치..좋아 그럼 내 권한으로 은혁이꺼 까지 하나더! 요샌 원플러스 원이 트랜드니 까..괜찮지 은혁아?" "어..어엇?..저기" "은혁아아앙" "막써 막써!" 저건 이동해를 위해선 나라도 팔아먹을 놈이야, 갑자기 밤 시간을 박정수가 사는대신 자기들의 노동력을 혹사시키겠다는 녀석들, 무엇이 이들을 필사적으로 만든것일까.. 그것도 박정수를 위해서,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사무라이 정신인가?.. 끝까지 거절하려 했지만..이놈의 썩을 오지랖 때문에 거기에다 거절하면 이동해 에게 화풀이 대상이 될 은혁의 맑고도 슬픈 두 눈망울을 보자..마음이 약해졌다. 아 성격 많이 죽었다 김영운! "좋아 받아들이지" "아싸! 마스터 들었죠? 해준데..해준데!" "아..미안해요 영운씨..부..부탁할게요" "어디길래 내가 마스터의 충성스런 호의무사까지 되야하냐..진짜 사채하냐?" "쓸떼없는 착각마시고 이따가 밤이 되면 알게될꺼야, 셰프! 셰프도 갈꺼죠?" "응...불구경보다 재미난 구경을 놓칠리 없지" 이것들 나 몰래 날 담보로 돈빌려서 신체포기각서까지 써놓은 다음에..밤에 몰래 야산에 생매장 시키려는거 아냐? 아무리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고, 당사자인 (제일 꼬시기 쉬운) 마스터 까지 머뭇거리며 자리만 피한다. 미치겠네..그저 밤이 되면 안다는 말뿐 그리고 마스터가 위험에 처하면 꼭 말려 달라는 말만 당부할뿐.. *** "집에간다" "어엇! 영운이형 어딜가요 다왔는데!" "이것들이..단체로 날 게이들 소굴로 빠뜨리려고 작정했나, 씨발 여기 게이바 아냐!" 언제 우리동네에 이런 큰 게이바가 있었는지..아무리 서울이라도 이건 너무 하잖아 우리동넨 건전함을 모토로 달려온지 ...달려온지...몇년이지? 아무튼 난 들어갈수 없다고! 곧장 뒤를 돌아 집으로 가려는데 은혁이 날 잡고 매달린다 동해에게 죽는다며, 자기를 봐서라도 한번만 봐달란다.. 비굴한 주제에 동해에게 버림받긴 싫은것 같았다. 애틋하다 애틋해.. 너 어쩌다가 그런 인생을 살게 되었냐..너보단..내가 낫겠지? "게이들의 진정한 할렘으로 온걸 축하해 소년" "댁 한테 축하 받기 몸서리 치게 싫거든?" "영운씨..불편하면..그냥..집으로" "됐어, 여기까지 왔는데. 마스터 호의무사인 척은 해야할것 아냐" "고마워요" "그럼 둘이 붙어있어! 사람들이 떨어져 있음 모를거 아냐 자자!" 모처럼 신이 났는지 동해가 나와 정수를 함께 붙여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있을땐 괜찮았는데 막상 남들 장단에 맞춰 억지로 팔이 맞닿자 어색하고 손이 저절로 머리로 가 긁적여 졌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까 낮에 처럼 내 팔에 팔짱을 끼는 정수.. 나보다 한뼘은 족히 작은 정수를 밑으로 내려다보인다 곱게 단정한 눈썹과 가지런한 속눈썹이 그 아래로 보이는 까만 동공이.. 어두운 바 안에서 비춰지는 간간한 조명사이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곧바로 느껴졌다. 으윽..이 위화감과 부담스러운 눈길들, 한번 무심코 보다 다시 제대로 보고, 손가락 질을 하며 우리를 가리켰다. 박정수 옆에 붙어있는 매미같은 놈은 뭔가..싶은 얼굴들 이었다. 과연, 인기가 남다르다더니..대단하군, 다 박정수만 쳐다보잖아? 그도 그럴것이, 박정수는 마치 이 바를 위해..아니 이안에 있는 게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 , 무척이나 튀었고 집중 시키게 했다. 남자치고 귀엽고 고운선을 가진지라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애기야!" "희철씨!" "헉 저 멀대 같은 놈이 애기?..누구야" "아..최시원씨라고,옆지역 미성동 저희 까페 2호점에서 일하는 알바생이에요" 키는 희철보다 훨씬더 커보이는데 하는 짓은 완전 갓난아기 그자체였다 희철의 얼굴을 보자 마자 먹던 술도 내팽개친채, 껑충껑충 키 만큼 긴다리를 휘저으며 한걸음에 달려와 희철의 품에 안겼다..아니 안았다. "애기, 밥 잘먹고 일 열심히 했나?" "응응 근데..나 너무 힘들었어요" "어째서지?" "자꾸 희철씨 얼굴이 생각나서, 울었어요.." "이런 , 내가 널 또 힘겹게 했구나.." "희철씨가 잘생겨서 그래!" "그럼..못생기게 성형시켜 달라 할까? 철이와 미애의..철이처럼" "그래도 멋있을꺼야!" 토나와, 토에 위액까지 추가한다. 언젠 나랑 박정수 구경에 흥미를 느낀다더니, 시원을 만난 그 이후론 우리일행에겐 관심을 싹 끊곤 속닥속닥 거리며 자리를 이동하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어느새 은혁과 동해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이 바엔 이젠 박정수와 나 단둘이 남는다. 의식해서 그런지 더더욱 뒤통수가 따갑고 앞이마가 패일듯 시선들이 강력해 졌다. "우..우리도 어디 앉을까요?" "스탠드 바에 앉아, 주변이 안보여야 살것 같아" 젠장, 두리번 대지 않고 남들 의식 하지 않으려 스탠드 바에 앉았는데 시덥잖은 바텐더까지 날 야리는거냐!! 의미심장한 눈으로 날 야리면서도 손으로 슥슥 와인잔을 닦고 있다. 한숨만 죽어라 쉬고 있는데 정수가 베시시 웃으며 바텐더 에게 인사를 건넸다 "동희씨 안녕하세요! 바빠요?" "안녕하세요 정수씨, 지금은 별로요..그나저나 이분은.." "박정수 남편 되는 사람 입니다! 왜요!" "헉..영운씨!" 이에는 이, 게이 에는, 게이! 맞는 비유인지 무식한 나로선 분간하기 힘들지만 더이상 남들이 나를 반신반의 하며 쳐다보는 것도 못참겠고 내앞에 이 푸짐한 바텐더까지 날 뭐냐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질색이다. 나의 당찬 한마디에 눈이 커지며 놀라는 바텐더..놀라면 어쩔거냐? 니가? "하..아아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신동희 라고 합니다 메인바텐더죠" 메인바텐더란 놈이..처음 본다는 놈이..존나 아려? "김영운입니다." "정수씨 축하드리는 의미로 제가 한잔 서비스 해도 되겠죠?" "그거 좋수다! 한잔 주쇼!" 너한테 말한거 아니거든?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삼키는 인내심 좋은 바텐더였다 정수가 마치 '원래 이런 놈이에요' 란 이상한 미소를 띄웠고 용케도 이해한 바텐더가 간단한 쇼를 보이며 칵테일을 만들어 냈다. 오목한 두개의 잔에 붉으면서도 노란빛이 얼핏 나는 오묘한 색의 칵테일을 담았고 데코레이션으로 레몬에이드 할때 지겹게 본 레몬조각을 꽂았다. "테킬라 선라이즈 라고 시작하는 연인들 에겐 턱없이 좋은 칵테일 입니다 일출때 타오르 는 붉으면서도 오렌지 빛이나는 하늘을 닮았다고도 하죠 마치 사랑한지 얼마 안된 연인들 의 상기된 두 볼 과.." "됐고, 잘 마실게요, 자 건배해야지" "저..저요?..그나저나..영운씨..미..미성년.." "무..무슨 말이야! 누가 듣겠네!..잔말 말고 안할꺼야.." 싹둑 잘라먹은 바텐더의 말, 어이없다는 듯 퉁퉁부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얼굴 을 보자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복수심의 희열이 느껴졌다 하마터면 미성년인게 들킬뻔 했으나, 나의 재치있는 순발력으로 아무도 못들은듯 했다 잔을 들고 정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건배해..연기하자며.." "저..전 술..잘 못해요" "야! 이게 술이냐? 알콜 등급 축에도 못껴 이건! 니네 가게에서 수차례 만드는 음료랑 같 다니까?" "그..그래도..술은..술.." "나 칵테일 한번도 안먹어 봤어, 자꾸 김새게 빠질래?" "아..안되는데.." 슬그머니 잔을 든 정수가 쭈뼛거리며 망설이자 그대로 챙- 하고 건배를 막무가내로 했다. 처음 접하는 칵테일.. (오랫만에 먹는 술)에 신명 굿거리 장단이 난 나는 에잇 ! 기분이다 싶어 러브샷 까지 하 는 애드리브 까지 연출했다. "으앗!" "3초안에 원샷이다..러브샷 까지 하는데 너 안마시면 우리 연극 완전 쫑인거 알지?" "..저..저기 영운씨" "마셔! 동구 밖 과수원샷!" 꿀꺽 꿀꺽 단맛의 술이 입안에 널리 퍼지자 황홀하기 까지 했다. 학주에게 걸려 감시 당해 술집 하나 뚫지 못한지 어언..2억년..비록 알콜이 세진 않았지만 이걸로 인해 섭취 할수있다니..이게 어디야? 술로 인해 하지 않겠다고 용쓰던 가짜 애인행세를 열심히 하게 되다니.. 사람 참 오래 살고 볼일이지? , 못내 계속 입술에만 칵테일을 축이던 정수도 팔이 당겨지고 얼굴이 밀리자 결국엔 칵테일을 한입에 털어넣었다 으윽..하며 얼굴을 찡그리는데, 그 표정이 ..귀여웠다 "잘먹네! 튕기긴 , 탁구공이냐?" "아으.." "그래..그렇게 한두잔 늘리면서 크는거야 푸하핫, 가짜 애인행세도 좋은게 있네 공짜로 술도 먹고" "으어...써..쓰다구요" "괜찮아, 그나저나 너 인기 진짜 많은가 보다 아까부터 얼마나 뒷통수 쏘였던지 혹이 생 길 지경이라구" "아..아니예요...전...인기 안많..히윽! 아요" "뭐야 설마 취기가 도는건 아니겠지?..웃찾사 찍지말고" "술먹음..딸꾹질이..히끅! 잘..나서..콜록" "그래?" "네..힉! 그래서 잘 안먹..거든요..그래고 소량으로도..필름이 잘 끊겨서..히끅!끅!" "안되겠다. 물 떠올게 기다려!" 작은 가슴을 더 작은 손으로 툭툭 치며 숨을 고르는데, 삐죽 나온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내 이성관에서 차마 나올수 없는 망상이 휙 하고 지나갔다..뭐지? 계속 딸꾹질을 반복하길래 나는 괜히 먹였나? 하는 미안함이 들었 다. 정수기에 물을 떠다 주겠다고 자리를 뜬 뒤에 종이컵에 물을 가득담아 다시 돌아 왔을때 박정수는 이미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넉다운 되 있었다. "어라? 술 못먹긴 하나보네..야 박정수! 마스터!" "..흐음.." "물 가져 왔어 마셔!" 미동도 없이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것 같아 종이컵을 정수의 얼굴 옆에 두곤 두손모아 그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전혀 반응이 없길래 이거 기절한거 아냐? 하는 노파심이 들어 더욱 거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정수의 팔이 올라와 내 손목을 딱 붙잡는 것이 아닌가.. 그의 힘이라곤 상상도 할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어엇? 일어났어? 야..무슨 남자가 술이 그리 약하냐?" "..." "물먹어 먹고 정신차려" "너나 정신차려 어린놈의 새끼" "..뭐?" '영운씨...' 다 기어가는 개미할머니 같은 목소리와는 180도 다른 굵고 남자다운 목소리가 박정수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을땐 낮에 봤던 흐리멍텅하기 까지한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냉철하고..섹시하기 까지한 눈을 하고 있었다. 눈 사이로 흘러내리는 밝은 톤의 머리색이 더 그를 요염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저 당황스러울 뿐- "박..박정수?" "어린놈이 꼬박 꼬박 반말을 지껄이는군" "..왜..왜그래" "아직도 말끝을 잘라먹어?" "으악!" 촤악- 하고 정수기에서 떠온 물이 내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덕분에 왁스로 세운 내 세팅머리가 쥐새끼처럼 딱 붙어 앉았다. 박정수가...내머리에...물을 끼얹었어?... "훗..인물 하나는 잘 골랐단 말야 불곰새끼" 내가..아는 박정수가 맞는거야? 저기..누구세요? 05 "김영운, 당장 교무실로 와!" "에이씨.." 밤늦게 담벼락을 타고 집에 들어간건 좋았는데, 새벽일찍 나온다는걸 느지막이 찾아온 피곤함에 나는 결국 엄마로 인해 방안에서 폐인으로 발견되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먼지나게 맞고 간신히 뛰쳐 나왔는데. 이젠 교무실에서 2차를 즐기자시 네? 흑기사 쓰면 안될까요 학주님? "너 이자식 학교가 장난이냐?" "죄송합니다" "니 죄송하다는 말 신물이 나다 못해 역하다 역해!" "그래도 제가 어디가서 마약을 팔아넘깁니까, 본드 나발 붑니까?저요 이래뵈도 건전한 학 생 이라구요"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라도 않지 이새끼는 매를 벌어요! 가서 운동장 20바퀴돌아!" 터벅터벅 엄마로 인해 맞아 부어오른 어깨를 툭툭 치며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어? 선배?" "성민이구나" "안녕하세요! 학교 온거에요?" "응 근데 수업은 못받겠다 뜀박질 하러 가야되서, 넌?" "한문시간에 나눠줄 프린트 배달해요" "무겁겠네 꼬맹이가 이런거 들고 .이리줘" "안그러셔도 되는데" "줘" 1학년 대표인 이성민, 녀석과 나는 악연속에서 친해진 케이스다. 매일 오토바이를 몰고 온 나를 하루도 빠짐없이 학생부 벌점 기록에 적었었고, 맹한 외모와는 달리 깐깐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나는 성민으로 인해 매의 은총을 받아야 했다. 한번 손좀 봐줘야 겠다고 방과후 성민을 불렀는데 , 미운정도 정이라고 그 자리에서 난 주먹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하긴..저 조막만한 몸집에 맞을곳이 있을까?걷기도 벅차보이는데, 나는 성민이 낑낑대며 들고 있는 프린트를 번쩍 들곤 나란히 복도를 걷고 있었다 "공부는 잘 하고 있냐" "에이, 선배님이 걱정할 일은 아닌거 같은데" "어쭈 상위권 이다 이거지?" "헤헷..저도 이제 슬슬 동아리 하나 들까 하구요" "어떤거? 문예부? 아니면 과학탐구?" "밴드 동아리요" "엥? 우리 동아리?" 성민아, 니가 생각하는 밴드는 대일밴드가 아냐, 노래하고 악기 연주하고 사람들앞에서 신명나게 무대를 연출해야 하는 깡이 있어야 한다구 너같은 샌님이 가능하겠어? 나는 대놓고 그건 무리다 - 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성민의 표정은 이미 결심이 단단히 선 모양이었다 "그렇게 쳐다볼줄 알았어" "하하..미안 내가 워낙 포커페이스가 못되서" "저 이래뵈도 노래 즐겨불러요! 친구들도 곧잘 한다고 그러구" "글쎄 노래 만으로 되는게 아니라니까?" "왜 자꾸 안된다고 만 해요! 아직 제 노래 들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좋아. 이번 달 말에 오디션 볼생각 인데..참가해" "진짜요?" "그래 참가비 없으니까 대신 뇌물가져와" "뭐야,..풉" 평소에 애교가 많아 선생님은 물론 주변에 있는 선배들 까지 구워삶아먹는 탁월한 사교성이 있는 녀석이었다. 학교 여학생들은 두말 할것도 없이 성민이는 이미 백마타고 흑마까지 끌고 오는 왕자님, 난 저녀석이 하루에 5번이나 고백을 받는 현장을 목격한적도 있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옛말 토씨 하나 틀린거 없어- "이제 주세요! "그래 잘 들고가 넘어질라" "넘어지면 선배님이 양호실 까지 업어다 주기!" "지랄 하네 , 안그래도 니가 나한테 하도 앙앙대서 우리반 애들은 물론이고 니 친위대년 들이 의심한단 말이다" "뭘요?" "너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에 의하면 기집애들 사이에서 너랑 나랑 커플까지 만들 어 내서 지네들끼리 소설쓴다고 그러더라 징그러운 년들" "우와 우리가 그렇게 사이 좋아 보이나? 난 좋은데요?" "좋긴 뭐가 좋냐! 너 빨리 너 좋다고 하는 전교생 기집애들 중에 하나 골라서 대충 사겨 라, 그래야 나도 편하게 학교 다닐수 있을것 같다" "에이..그건 싫다! 아무나 사귈바엔 그애들 바람처럼..선배님이랑 사귈래!" "야! 누가 들어! 빨리 꺼져!" "히힛, 네! 부디 무사히 운동장 완주 하시길!" 특유의 눈웃음 과 시원스럽게 드러나는 흰치아가 돋보였다. 프린트를 건네받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나는 행여나 자빠지지 않을까 녀석이 복도쪽으로 사라질 때 까지 바라봐 주었다 . "하여간 여기저기 성가신 것들 뿐이라니까" "김영운! 이새끼 아직도 안뛰고 뭐해?" "가..가요! 지금 간다니까요!" 운동장에 내얼굴이 보이지 않자 학주가 교무실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공포스러운 사랑의 매를 휘두르자 나는 곧장 계단을 내려가 운동장 쪽으로 내려갔다. 점심때가 다가오려 하는지 해가 점점 높이뜨고 뜨거워져 갔다.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에이 씨발, 이라고 작게 읊조리곤 운동장을 달렸다. "씨발 , 뭐 빠지게 힘드네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라고 학교에 오랄때는 언제고 자진해서 오면 수업 들을 필요없다고 뺑기 치고 어쩌라는 거야!!" 으아! 비명을 지르며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20바퀴를 다 돌면 나에게 짊어져 있는 200만원이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이상 엄마 한테 구타당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으면 싶다. 그리고 그 저질 게이 까페 에서 일했던 일이 꿈 처럼 지워졌음 하고.. 나에게 두번이나 키스를 했던 야시꾸리한 싸이코 박정수도.. 박정수도...박..정수도.. "썅! 도대체 뭘 망설이는 거냐 나는 도대체!" 커다란 핸디캡이라도 얻은듯 나는 섣불리 움직일수 없었다. 땡땡,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시원하게 울려퍼졌고 온갖 남녀 학생들이 우왕자왕 식당족으로 민족대이동을 하고 있었다. "야! 김영운 경주용 말짓 그만 하고 밥처먹어! 학주 긴급 교무회의 들어가서 모를꺼야!" "그래? 아 역시 죽마고우 밖에 없다 김종운!" 같은 친구이자 나와 초중고를 함께하는 죽마고우론 부족한 김종운, 친구 하나 먹여살 리겠다는 의지로 , 교무실 염탐까지 서슴치 않고 행해주셨다. 그의 은혜에 감동한사발 먹은 나는 바로 달려가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번쩍 그를 안았다. 징그럽다는 듯 정강이를 차는데 아팠지만 기뻤다. 왜냐? 밥을 먹으니까- "이런게 바로 팀플레이 아니겠냐, 너는 망을 보고 나는 밥처먹고" "시끄러워 너 때문에 완전 스파이로 취업해야 할지도 몰라 미친놈아" "알았다 밥먹고 오렌지 주스 하나 쏘마!" "이런날엔 아이스티 먹어야 목안이 시베리아 처럼 썰렁 할텐데" "아이스티? 너 그딴것도 먹고 쏘다니냐?" "왜 시원하잖아" "지랄, 미친..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티 가루 좀 집어넣고 찬물로 우려낸 그 단가 사기 치는 재수없는 음료수를 찬양하는거냐? 김종운 너 세속에 찌들었다?" "너야말로 레시피는 어찌 알고 있는거야? 혹시 집에서 몰래 타먹는거 아냐? 상상이 안간다 푸하하하 티스푼으로 곱상하게 가루 뜨고 있을 니 몰골이" "아가리 강타해 버린다!" 나도 상상하면 그대로 박장대소 할듯한 모습이 계속 떠오르는지 배를 잡고 나살려라 하는 종운이었다. 나는 씩씩대며 녀석의 물오른 볼살을 쥐어뜯으려 손을 뻗었고 쏜살같이 튀는 녀석이었다. 아..뛰면 안돼 배고파 뒤질것 같아.. *** "선배 밥 맛있게 먹었어요? 종운 선배님도 안녕하세요!" "오 성민이구나 배터지게 먹고 있다 얘랑 나랑, 알잖아 아줌마들이 우리 대식가 라는거" "하하..영운 선배님 이거 마셔요 비타민 드링크 에요" "이걸 왜주냐?" "뇌물이요! 나좀 잘 봐달라구" "뇌물? 김영운 너 어디서 부정부패 일삼냐?" "..시끄러워 새끼야, 오냐 잘 마시마" 한참 식판에 얼굴을 파묻고 점심을 음미하고 있는데 우리쪽으로 다가온 성민이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비타민 드링크제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센스있기는 하지만 똥마려울때 마음심 (心)이랑 싸고 나서의 마음심은 천지차이인데.. 아그야 형을 너무 믿진 말어라, 미안하다 잘마신다 "그런데 오늘 선배 방과후에 시간 있어요?" "왜" "곧 친구 생일인데, 여자애들 선물 골라본적이 없어서..선배 여자에 관한거라면 다 부탁 하라고 했잖아요" "그랬지, 헌데 어쩌냐 나 요새 비즈니스 해서 바쁜데" "비즈니스요?" 내말을 듣던 국을 한숟갈 뜬 종운이 웃긴다는 듯 국을 털어내곤 숟가락으로 내 정수리를 가격했다. 악 하는 외마디 지름과 함께 난 머리를 마구 문질렀다 "니새끼가 무슨 비즈니스 , 이새끼가 오늘 여러번 배터지게 하네? 너 비즈니스 영어철자 가 뭔지나 알어?" "누..누가 모르냐! 새끼야 비즈니스 ! b,u,s,...b,u,s.." "그건 104번 버스고 똘빡새끼야!" "..너나 나나 영어는 도토리 키 재고 체중계 올라가는 꼴이거든? 여튼 이성민 형님이 요 새 알바뛰어서 안되겠다" "...아..그래요..알았어요오.." 단순한 거절이었는데 금새 풀이 죽은 성민이 뒤를 돌아 힘없이 휘청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괜시리 마음이 불편해진 나였다. 아이씨..저새끼 수 쓰고 있네 진짜 "알았어! 방과후에 교문앞에서 만나!" "..히히..그럴줄 알았어 , 선배가 짱이야!! 이따봐요" "저..저..김영운 또 오지랖 5만평 넓혔어...허무한 내인생" "너 이성민이랑 사귀냐?" "미쳤냐!" "소문이 점점 증폭되고 있어 조심해, 이성민 노리는 애들 년말고도 놈들도 많으니까" "..씨발 뭐같네 게이들은 우리나라 어디곳이나 있는 것들 이냐? 질린다 질려 나 먼저 먹고일어난다 밥맛 뚝 떨어졌어" "..어디가!" "쉬 갈기러!" 그놈의 게이 얘기 안듣고 살순 없나? 한번 발견하고 나니 온통 세상이 게이들이 판치는 요지경 세상인듯. 여기도 게이 저기도 게이 게이로 들썩 거리는 것만같다. 분명 박정수 같은 놈들이 술먹고 정상적인 놈들 다 홀려서 바뀌게 한후 자신의 까페 매상 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만든게 분명하다. 박정수 , 박정수 하니 어제 술먹고 한 키스가 또 생각이 났다. 진절 머리 나게 , 이건 기억이 흐려지지도 않냐 금방 일어난 것처럼 HD화질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박정수의 도톰한듯 붉은 입술이...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보이는 물컹한 혀....혀!! 김영운 너 언제 혀까지 본거냐! "아..벗어나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고!" 18세 순수한 소년 김영운 , 게이소굴로 빠진지 48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발버둥쳐도 소용없었고 더욱더 옥죄고 있었다. 어서 여자친구를 만들어야지 안되겠어..이러다 나도 물들겠어- 06 방과후 , 어차피 야자따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므로 (도대체 커서뭐가 될거니) 일찌감치 가방을 메고 교문 앞에서 애꿎은 땅에 신발을 끌끌 차고 있는 중이다. 나는 기 다리는건 딱 질색 , 1분이 겨우 지났는데 벌써 부터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 "선배님!" 저멀리서 부터 손을 흔들며 총총 뛰어 나오는 이성민, 나는 더 빨리 손을 흔들며 퍼뜩 안뛰어오면 뒤진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온 성민이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나 늦는거 되게 싫어하는거 알지" "그래서 뛰어 왔..잖아요 휴" "가자 숨고를 시간도 없어" "같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온 성민이 급했는지 내 손을 잡았다. 슥- 하고 들어온 따뜻한 체온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손을 뿌리쳤다. 민망하다 는 듯 뿌리쳐진 손을 만지는데 가슴이 뜨끔했다. 겁주려고 그런건 아닌데- "너무하다, 그렇게 소문이 무서워요? 선배 답지 않게" "답지 않은게 아니라, 귀찮은 얘기가 오가니까 그렇지" "그래두 선배같은 사람이랑 소문나서 많이 싫진 않은데" "난 싫거든요 이성민씨?" "와 정말 너무하다!" "무슨 친구 생일인데?" "아..있어요 안지는 얼마 안됬는데 항상 본것처럼 편안해진 친구" "그게 기집애라니..그 기집애도 인생 허망하다.너에게 친구로 보이다니.. 걘 널 좋아하고 있을지 어찌 알고 그런 망말을 내뱉냐" "날 좋아할리가 없잖아요" "..뭐?" "빨리 가요! 어디부터 가지? 팬시점?" 말끝을 흐린 성민이 머뭇거리더니 다시 활기차게 웃어 넘긴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종합팬시점에 들어갔다. 온통 여자애들뿐이라 그런지 남자둘이 들어가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영 쪽팔린 거사가 아닐수 없었다 마치 이 가게 깽판치러 들어온 조폭같은 나와는 달리 외모곱고 앞에 진열되있는 봉제 토 끼 인형과 형제 먹어도 될듯한 성민은 참으로 이곳이 어울려 보였다 한참 인형을 뚫어지게 보더니 토끼 인형은 지나치곤 분홍색 돼지 인형을 집어 요리조리 살피고 있었다 "걔 살찐애냐? 왠 돼지" "귀엽지 않아요?" "여자애한테 돼지 인형은 난센스지, 너 공부만 잘했지, 이런 분야는 영 제로구나?" "헤헤..그런가? 그럼 선배님이 골라줘요 오늘 도우미로 나선거잖아" "잘봐, 귀신같이 단번에 소녀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골라볼터이니..자자..어디보자 어 디보자" 나는 잘 보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들곤 나란히 옆줄로 선 인형들의 머리를 스치며 점쟁이처럼 중얼중얼 대고 있었다. 그러던중 눈에 띄는 하얀 인형이 있었으니! 번쩍 하는 눈빛과 함께 손가락질을 멈췄다. 그것은 하얀 털이 길게 늘어진 강아지 인형이었다. 의기양양하게 강아지 인형을 들어 성민에게 건넸다 "이걸로 초이스다" "강아지?" "그래..이걸 딱 주잖아? 소녀의 마음이 뭉클해지며 , 방안으로 들어가 이 개새끼한테 이 름까지 해피 메리 쫑! 이라 지어주곤 사료까지 줄지도 몰라" "푸핫, 좋아요, 저기 잠깐만 여기 서있어요!" "야..야 어디가!" 나에게 강아지 인형을 가슴팍에 던져 놓은 성민이 쪼르르 악세사리 코너로 달려갔다 반짝이는 디피된 물건들을 쭉 보며 이것 골랐다가 저것 골랐다가 놓고 꽂아두길 반복했다. 슬슬 지겨워진 난 강아지 인형을 팔에 끼곤 성큼성큼 성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녀석의 눈빛은 답안지 마킹할때 짓는 진지하고도 섬뜩까지 한 눈이어서, 그냥 옆에서 같이 기웃거리기로 했다 "엇, 영운씨?" "..뭐야, 컥..박정수!" "영운씨 여긴 왠일 이에요? 일하러 갈 시간이..아직 시간이 있긴 하네요" "그러는 마스터는 여기 왜있어!" 나는 성민이 들리지 않게 박정수 앞으로 바짝 뛰어가 조근조근 속삭였다 내 행동에 이해가 갈리 없는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음표를 던졌다 "뒷머리에 묶던 머리끈이 끊어져서요..혼자 왔어요?" "미쳤냐 ? 머리끈 샀냐? 빨리 사!" "왜..왜그래요..안그래두 빨간색이 예쁠지 스트라이프가 예쁠지 .." "그냥 검정거 해! 검정거!" "시..싫어요 장례식두 아닌데..아 여기 오렌지 색은 어때요?"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언능 집어서 사, 길거리 가면 한통에 천원하는것도 많은데! 가게 사람 많을거 아냐 농땡이 자주 치면 손님떨어져" "선배? 누구에요?" 헉, 좀더 고민의 늪에 빠져주길 바랬건만, 뒷통수에서 들리는 성민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가 돌아갔다. 박정수도 내 뒤에 있는 귀염상인 성민에게 호기심 가득찬 눈을 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나 한번 박정수 한번 번갈아 본 성민이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성민의 손 앞엔 은색의 별 모양이 나있는 핸드폰 고리가 두개 들려있었다 "어어..? 성민아," "누구..선배님 아는 사람?" 응 이분은 내가 공갈협박 하다 걸려서 , 또 형이 빚도 있고 해서 말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내가 거의 무보수로 걸리적 거리는 일도 해주고 알바도 뛰는 게이 까페 마스터 되시는 분이야 , 너 게이가 뭔지 알지?......라고 말할수 없잖아! "안녕하세요 전 박정수 라고 합니다..영운씨와는..저기 읍!!" "아하하하..그냥 동네 아는 형이야 형.." 박정수의 무편집, 생방송 으로 진행될게 뻔한 입을 나는 급히 막았다. 동네 형의 입을 우악스럽게 막는 내 행동이 머리좋은 성민에겐 자연스럽지 못할게 안봐도 비디오였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웃어보였다..닥치고 머리 그만 굴리라며.. "저 선배님 ! 이 핸드폰 고리 어때요?" "어? 이야 이쁘다 이뻐! 별모양이 S자 라인으로잘 빠졌네! 탁월하다 일품이야!" "...오바다..치, 여튼 맘에 들어요?" "어?..나? 어..어" "그럼 이거랑 같이 계산 해야지 인형 가져갈게요" 내 침이튀는 상품평 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까의 아이러니한 상황도 잊고 팔에 껴있는 인형을 가져가곤 계산대로 룰루 랄라 걸어가는 성민이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곤 박정수의 입을 결박한 손을 떼어냈다. 짠맛이 났는지 퉤퉤 거리는 정수, 야..나 화장실 청소해서 손 열라 씻었거든?..더 더러운가.. "처음 본 분 앞에서 완전 실례였겠어요.." "넌 존재 자체가 실례야 알아!?" "..힝..그런 말이 어딨어요..역시나 제가 저번날 밤에..잘못 한거 맞죠?" "..씨발, 질질 끌지마 아니라니까!" "그런게 분명해...영운씨..나 맘에 준비 되어있으니까 말해요..네?" "알바가야 할 시간 다 되었어, 이거 사 이거 얼른 계산해" "..어엇?..빨간색이요?.." "그래 시뻘건게 니 머리랑 어울린다!" 단순한건지 치매인건지..아까 전 만해도 우는 소리 하던 정수, 내가 우연히 집어든 빨간색 머리끈을 주자 고새 알았다며 헤헤 거리곤 계산대로 갔다. 아..인생사 가시밭길의 연속이구나...쉬고싶다 "선배 계산 다했어요 가요" "조금만 기다려, 저 형이랑 같이 나가게" "형 맞아요? 어려보여.." "저 형이 불로초를 먹어서 그래" "네?.." "엇, 계산 다했나 보다 가자" 계산을 해준 직원에게 뭐가 그리 고마운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박정수의 목뒤를 손가락을 꾹 누르자, 화들짝 놀라며 폴더처럼 일어난 정수, 나는 잽싸게 나오라며 까딱거렸다. 조금은 투덜거리며 나온 정수, 그리고 나와 성민이 팬시점 밖 인도에 서있었다. 알수 없는 이상기류와 어색함 만이 흐르고 있었다.. 스윗스로우의 노래를 신청하고 싶어졌다..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선배, 이거 받아요" "엇? 아까 니가 고르던 고리잖아" "하루 수고한 일당 이에요" "너 까지 날 직원취급이냐.." "네?" "아냐, 고맙다! 성민아 먼저 돌아가 나 이 형이랑 같이갈게" "집은 저쪽인데..어디가요?" 너무 알려하지마..다치고 목졸린다.. "집에 같이 가고 싶은데에!" "다음에 니가 쫓아오지 말라고 할정도로 질리게 가줄테니까. 돌아가" "네에...그럼 안녕히 가세요..형되시는 분도 안녕히 가세요" "네..잘가요.." 짤랑짤랑 쇼핑백을 들고 뒤돌아가 걷는 성민, 성민이 골목을 틀고 사라지고 나서 나는 박정수를 급하게 끌고 있었다. "영운씨 후배 에요?" "엉, 아씨..일진이 사납네" "뭐가요?" "당연한거 아니냐? 게이랑 함께 있는 꼴을 보였으니..눈치깐거 아냐?씨발.." "..미안해요.." 아차, 흥분해서 나불대던 주둥이가 한건 하고 말았다. 고개를 틀어 박정수를 바라보는데 이미 상처 어퍼컷 받은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뻘쭘하게 서있었다 고개를 땅에 박듯 숙이고 있던 정수가 어느덧 연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내 더러워진 운동화 위에 박정수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야..야 우냐?" "흐..흐윽..내..내가 거기 없었으면..좋았을걸.." "우..울지마! 길거리에서 창피하게..아씨..이리와!" "흐읍..." 급한대로 박정수의 손을 잡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나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쓰레기통과 쓰레기 봉지들이 난무한 시궁창 같은 곳이었지만 사람들이 볼수 없으니 그나마 다행, 박정수는 이런 냄새나는 환장할 곳에서도 눈물을 하염없이 쏟고 있었다 "울..울지마, 나 애들이 울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 말야!" "난 영운씨 한테..피해만 주는것 같아요..으읍.." "뚝! 뚝! 내가 말 실수 한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니가 술먹고 나한테 키스했을때 바로 뿌리치지 않고 약간..약간 즐긴건..사실...헉" "키..키스요?..사고쳤군요 또제가..흐어엉..흐앙" 김영운, 니 주둥이 교수형에 처한다. 아니면 사약을 받아라!!! 발뺌을 하려면 끝까지 하던지, 하루도 못되서 불어버리곤 거기에다 즐겼다고 씨부리는거냐? ....즐겼다니...미친놈아 천하에 썩을놈 , 니가 기집애맛을 잊었구나 그래서 꿩대신 닭이라고 사내새끼 입에 담곤 즐겼다고 ...기절할것 같다. "아..아니! 즐겼다고 하잖아..그렇게 울일 아냐," "흐어엉...흡..어떡해.." "아이씨..그만 울어!..모르겠다" 두손을 눈에 꾹 붙이곤 계속 나 죽는다 라고 울어버리는데,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될대로 되라는 맘으로 난 정수를 품에 안았다. 내 품안에서 히끅대며 몸을 움츠리는데 남김없이 품안에 딱 들어맞는게 신기했다 "..흐으..영운씨" "..귀신한맺힌 소리같다..난..사람들 울려보기나 했지 달래주는건 모..몰라! 그러니까..그쳐, 나 쪽팔려 죽을것 같으니까" "..미안요.." "그놈의 미안하단 소리좀 안하면 안되냐? 귀가 따가워" "미안.." "으이그 널 누가 말리냐, 하여튼 술집에서 있었던 일은, 내 과실도 있으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뭐..니 애인 행세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서..어쩌면..니 입술에 적응하는것도 필요할 지 모르지 그러니까 울지마" "...정말요?"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나를 위로 바라보는데 눈물에 에이..드러워 콧물까지 질질 흘리며 살짝 부은눈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르르 눈물방울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눈을 깜빡일때 마다 투명한 구슬 들이 얼굴을 선을 타고 내려왔다. 또 한번 내가 상상해선 안될 망상 2탄이 전광석화 처럼 휙 하고 지나갔다. 젠장..자꾸 가슴속이 간질거리는 거야? 목구멍에 손 쑤셔 넣어 긁을 수도 없고- 정말요? 아..저..씨.. 라는 19세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상한 대사들이 머리속에 울리고 왠지 정수가 나에게 점점더 달라붙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따지니 박정수와 내 ...하..하체가 너무 밀착해 있는것 같아서..안돼! 노멀천국 불신 지옥! 노멀 천국 불신지옥! "자..자 괜찮지? 이제?" "네네?..네..흡" 어깨를 잡고 박정수를 확 밀어버렸다. 급하게 떨어져 나가고 나선 난 긴 호흡을 쉬었다. 하아...마성의 게이라더니 헛소린 아닌가 보군.. "가자" "어딜요?" "바보냐? 일하러 가야지!" "..네..!" *** "하이 소년" "들어오자 마자 당신 보니 일할 의욕이 천만배 떨어지는군" "마스터도 같이 오네? 아니..얼굴이 빨개 마스터..어디 편찮아?" "아뇨..저 옷갈아입고 올게요" "..흐흠..나도 옷입으러.." "소년..소년의 얼굴이 분홍빛이야.." "뻑큐다 에로영감탱" 희철의 능구렁이 같은 말을 피해 나는 정수를 따라 카운터 안 창고로 들어갔다 옷을 입기 위해 창고안 옷이 보관되어 있는 커튼을 촥 - 하고 단번에 쳐냈는데 눈앞에 ..왠 노출신 한컷... 나보다 먼저 들어간 정수가 훌렁 - 윗옷을 벗어제끼고 있었다. 얼굴만 고운지 알았는데 속살은 더 희고 허리라인이..호리병도 다이어트 들어갈 만큼 ..예쁘다.. 곧게 뻗은 등뼈가 군살하나 없었고, 나는 그 순간 부터 에로영감의 저주에 홀린듯 천천히 다가가 정수의 어깨부근을 잡았다. 꾹 눌러지는 맨살이..놀랐는지 고개를 돌리는 정수였다 내 눈은 이미 넋이 나가고 맛이 갔고 멍때린지 오래였다. "여..영운씨?" 에로영감의 저주가 단단히 걸린게 분명했다. 나는 곧바로 매만지고 싶었던 정수의 허리를 손으로 꽉 감곤 그를 내려다 보았다. 미쳐 팔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티셔츠를 꼭 잡고 있는 정수였다. 그 모습이 한없이 귀여워서 마음속의 울림이 퍼졌다 "연습..해도 되?" "네..? 무..무얼" "니 애인연습" 그대로 염치없이 내 입술이 정수의 입술에 닿았다. 내가 먼저 청한 입술의 맞닿음 상당히 흥분감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린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입을 맞춘것 같다. 하지만 두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들이었고, 별다른 애틋함도 없었다 하지만..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조금 놀라 입을 움직이던 정수, 미세한 움직임 하나 놓치지 않고 허겁지겁 입술을 담았다. 어린 시절 맛보았던 딸기 사탕의 맛을 머금은 듯한 입술이, 기분이 좋아졌다. 좀더 빠져들고 싶어서 급하게 빼낸 혀를 집어 넣으려 했는데 꽉 다문 박정수의 입술에 나는 감던 눈을 뜨고 정수의 눈을 보았다. 그제서야 저주에서 풀렸다. "..여..영운씨.." "어..어어" 할건 다해놓고 오빠! 미워요! 라고 울어버리는 싸구려 여자 같이 난 화들짝 놀라 정수를 품에서 꺼내주었다. 우물쭈물 티셔츠를 다시 입으려는 정수를 향해 말했다 "이..이번..실수아냐, 여..연습..연습한거야, 갈아입고 나와" 커튼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길게 늘어지는 숨소리와 함께 땀이 삐질나왔다 귀까지 붉어졌을 얼굴이 차마 거울을 볼수가 없었다. "소년..소년얼굴이 분홍빛이다 못해 토마토네?..뭔일 있었어?" "..어디서 나타난거야 갑자기!" "애정의 정체성에서..혼란을 느끼는 듯한 페이스야.." "쌍퍼큐다." 한손으로 입을 가린채 눈웃음 치는 희철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두개나 들어 들어보이곤 카운터 밖으로 나왔다. 내 눈 앞엔 여전히 으르렁 대는 기집애와 깽깽대며 옷자락잡고 잘못했다. 무조건 잘못했다 비는 가자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영문모를 가슴이 뛰고 주체할수 없는 심장을 부여잡는 내가 있었다 07 알바하는 내내 난 박정수의 얼굴의 때조차도 바라보지 않았다. 아니 바라볼수가 없었던 거겠지, 아까 했던 나의 돌발 행동도 지금 생각해보니 미친짓이 따로 없었다. 미친놈, 미친놈 김영운 여자친구 없이 독수공방 바늘로 허벅지 쑤신세월이 너무 오래라 지친 본능이 막무가내로 떼를 쓴것이라고.. "불곰!" "으앗, 깜짝이야 어디다가 속닥거려 기집애야" "생크림 다 녹았잖아 넘쳤어 등신아" "...엇??아..끈적거려 썅" 쟁반위에 놓여있던 캬라멜 모카 의 생크림 장식이 뜨거운 열에 녹아 찻잔 밖으로 다 세어나가 버렸다. 손가락에 흐르는 녹은 생크림이 무척이나 끈적거렸다. 밖에 무더운 날씨처럼.. 왜 그리 멍때리고 있냐 는듯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맘에 안드는 눈빛은 뭔가를 알고있다는듯 의미심장하게 클클 거리는 셰프 김희철의 눈이었다. 아니 눈깔 이었다. "다시 해줘, 미안" "괜찮아.. 그 나이땐 고민도 많은 법이니까. 풋.." "웃지마! 니가 제일 기분 나빠 걱정하는듯 놀리는 그말투 맘에 안들어" "오케이 오케이" 여부가 있겠냐며 다시 커피를 받는 희철이었고 다들 멈추었던 몸을 움직여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끈적대는 손을 씻고 툴툴 물기를 털었다. 아 지끈거려 , 빨리 집에나 가고 싶다. "그러지 말고 좀 앉았다 가요" "손님 죄송합니다" "에이, 음료수도 당신 때문에 한잔씩 더 시켰단 말야" "대신에 제가 서비스로 과자 한봉지씩 돌릴게요" "과자 말고 5분만 앉았다 가라니까?" "아..저기.." 카운터 밖에서 들리는 요란스러운 실갱이에 뭔가 싶어 물기 묻은 손을 앞치마에 마저 닦아버리곤 걸음을 돌려 홀 쪽을 지켜보았다. 뭐.. 이미 목소리로 누군지 파악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한숨만 나온다 . 또 피라미 같은 게이자식들이 박정수를 꼬득이는 사심 가득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고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실실대며 거절을 하는 정수였다. "에휴 마스터 또 걸려들었네" "기집애, 쟤네는 또 뭐냐?" "나도 몰라 저런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이젠 이름도 기억안나" "박정수는 몸에 꿀이라도 쳐 발랐대냐? 뭐 저리 똥파리 들이 끼어?" "니가 가서 말려봐 저래 가지곤 마스터 절대 못 빠져나와" "..내가 왜!" "왜긴 왜야 그럼 우리 착한 은혁이가 가리? 은혁이 마저 자리에 합석하기 전에" 그게 착한거냐? 멍청한 거지 "아 씨발.." 또 다시 지끈대는 머리를 거칠게 털어내곤 어슬렁 어슬렁 박정수가 있는 곳으로 갔다 똥파리들은 이젠 박정수의 팔목까지 잡으며 앉으라고 자리 까지 내주고 있었다. 흐흠! 하는 헛기침과 함께 인기척을 알리자, 이건 왠 똥파리야? 라는 듯 바라보는 똥파리두마리 "마스터, 주문 밀렸어요" "아..그래요? 저기 손님..주문이 밀려서 그런데.." "참.. 보니까 알바생들이 세명은 더 되 보이던데, 주인까지 나설필요있나?" "바빠요 빨리와요" "어이! 보아하니 듬직한 알바생인거 같은데 댁이 좀 빨리 움직이면서 나르지?" "뭐? 이런.." "하하..영, 영운씨 그..그만 가봐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알아서 하긴 개뿔! 이봐요 손님!" "..어쭈?" 이러다간 날이 새도록 실갱이 칠것 같은 예감에, 나는 넥타이를 헐겁게 당겨버리곤 허리춤에 두손을 올려놓았다. 내 행동에 어이없어 하는 똥파리 게이둘 이었다 "여긴 손님을 개똥으로 아나? 당신 뭐야!" "박정수 건들지 말고 빨리, 후루룩 쳐먹고 꺼져" "..이 새끼가, 니가 뭔데 참견이야! 너랑은 볼일 없다고!" "너 아직 소식 못들었냐? 박정수 몇일 전부터 내 소유 됬거든?" "..뭐?" "이새끼가 귓밥을 마일리지로 쌓아뒀나 , 안들리냐? 내 마누라 건들지 말라고!" 나는 계속 옭아매고 있던 게이녀석의 팔을 툭 치곤 박정수의 손목을 빼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지 손목이 빨갛게 부어 올라 있었다. 황소가 빨간것만 보면 미친듯이 달린다고 하지 않던가...나도 박정수의 빨간 손목을 보자 눈이 홱! 하고 도는 기분이 들었다. 박정수를 뒤쪽으로 몰아놓곤 그것들을 한껏 야렸다 "좋은말 할때 그냥 가라, 내가 니들 음료수값 안받을게" "니가 주인이야!?" "마누라! 내 권위로 이것들 돈 받지마" "네..?" "뭐해 대답안하고! 남편 말씀에 복종한다 , 앙?" "..아..네네.." "들었지? 테이블 엎어버리기 전에 꺼져..내 팔뚝 보이지?" 운동을 소홀히 해 푹 꺼진 근육들이었지만, 등치가 큰 몸덕택에 나는 그나마 두꺼운 팔뚝을 내밀어 보일수 있었다. 더 말꼬리 늘어졌다간 얼굴팔고 쪽팔릴것을 알았는 지 벌떡 일어나 나에게 욕을 한바가지 퍼붓곤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말 내가 테이블이라도 엎을것이라 믿었는지 가게안 사람들이 전부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안엎으니까 다들 고개 돌리시죠" 샤샤샥- 소리가 날것만 같은 고개 돌림들이 연차례 파도치듯 일어나고 있었다 녀석들은 나갔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기분에 박정수를 두고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수기에 얼음가득 찬물을 받곤 벌컥벌컥 한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입은 차가운데 머리는 뜨거웠다 ,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박정수가 따라들어왔다 "영운씨.." "건들지마, 너 보면 한대 칠지도 몰라" "저기.." "하아..너말야, 양아치들 한테 질질끌릴 거라면 차라리 술먹고 객기부리는게 낫겠다" "..네?" "술먹고 지랄하는데 낫겠다고! 그럼 그런 놈들 안붙을것 아냐, 너 맘약하고 여린거 처음부터 알았지만, 너무 하는거 아냐? 넌 니 의견도 없냐? 싫다 라고 한마디면 되걸 왜 그리 끌어? 같은 남자지만 한심해" "미안..해요" "그 미안하다 미안하다! 소리좀 그만해!!!" 그만 지껄여야 하는데, 내입은 주체할수없는 독설로 가득찼다. 멈출수 없이 내뱉는 내말에 놀랐는지 질리도록 잘하는 미안하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이고 있었다. "소년, 사람 성격 한번에 바꾸기 힘들어.." "누가 한번에 바꾸래? 에로영감 댁도 마스터 옆에 있으면 충고라도 좀해! 맨날 그렇게 불구경하듯 쳐다만 보지 말고!" "난 나도 제어하기 힘들어서..." "뭘 바라겠냐 아..씨발 열받아 나 바람좀 쐬고 올게" "저..저기 영, 영운씨!" "부르지마!" 터벅터벅 카운터를 벗어나 까페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느닷없는 내행동에 또한번 놀란 정수가 날 쫓아오다 자신앞에서 매정하게 닫힌 문 때문에 더 오지못하고 멈춰서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될대로 되라지, 나도 화 났다고 근데..난 왜 화가 난거지? "머리 아퍼, 공부해도 멀쩡한 내머리가 사고력을 좀 요한다고 이렇게 지끈댈수가" 유치하게 게이들 틈에 껴서 감놔라 밤놔라 배놔라 하는 꼴도 우스웠지만, 왜 다들 박정수 를 만만하게 보는지 모르겠다. 소심하고 심한말에도 그저 베시시 웃어버려 쉬워보인건가? 이런..그저 박정수만 있으면 개떼같이 몰려들어 이 난리인지...이젠 박정수 뒤에 사내새 끼만 서있어도 오금이 저릴것 같아... 늦은 오후 ,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를 식히며 내내 박정수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박정수가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영운씨.." "왜 왔어, 찾지도 말고 부르지도 말라니까" "화 많이 났어요?" "너 때문에 화난줄 아냐? 개놈들이 영업방해 하니까 그렇지" "저..때문이란거 알아요" 기어이 바깥으로 나온 나보다 오지랖이 만평 정도 넓은 박정수, 상기된 내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며 변명할 타이밍을 찾고있었다 그래 , 너도 원인제공 중에 하나야- 내 더러운 오지랖때문에 화가 난게 아니고 너 때문이란건 이미 알고있어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 "전 어렷을때 부터 왠지 모르게 거절같은건 잘 못했어요.." "태생이 그렇다고, 어른이 되서 까지 그럴필요는 없어, 그런성격 좋은거 아냐" "알아요..하지만..사람의 행동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되? 그새끼들이 껄떡대는 데에도 이유를 따지냐? 그저 너 한번 구워삶아보려고 하는 수작이란건 지나가며 사탕빨던 유치원들도 이해해" "내가 조금더 용기가 있었다면 영운씨에게 폐끼치는 일 안했을텐데" "이미 폐는 많이 끼쳐서 돌아가시겠거든요" "그래도..다행이에요" 특유의 보조개를 넓히며 활짝 웃어보이는 정수, 야..나 지금 화났어 낯짝도 좋다 내 험상궂은 얼굴에 웃음이 나오냐? 비위도 대단하셔 "영운씨가 있어서..다행이야" "난 안 다행이야" "..흐잉.." "헉, 지금 니입에서 나온 소리 ..뭐냐 징그럽게" "엇 저도 모르게...영운씨가 자꾸 제 뜻과 반대로 말해서.." "애교따윈 필요없어 알아?" "..애..애교라뇨! 저 그런거 몰라요" 진심?.. "이왕 이렇게 된거 내가 인내심을 발휘해서 한번 넘어가지..내가 화낸다고 해결되겠냐" "헤헷..정말요? 이제 화 안내요?" "어! 그런데 말야, 가짜긴 하지만 내가 너 애인 이잖냐" "네...그것도 항상 죄송.." "미안하다 는말 말랬더니 이제 죄송하다네, 하하..여튼 죄송할건 없고, 앞으로 곤란한 일 있을땐 주저하지 말고 나부터 찾아 그런 지저분한 일은 더 두고 보고 할것도 없어 알았냐 ?" "네에.." "목소리가 작다! 크게 !" "네!!" "그리고 말야" 뒤를 돌아 다시 들어가려던 차에, 박정수에게 고개를 돌리곤 말을 걸었다 "아까.." "네?" "아까 말야" "아까..뭐요?" "아씨발...차..창고에서..너랑 나랑.." "네" "내가 너한테.." "아..." "그래! 기억나지?" 기습적으로 한 키스가 생각나 나는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벌개진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다시 뒤돌아 계단을 올라갔다 발걸음은 흔들리지 않았건만..내 입은 덜덜 대며 더듬 거렸다 "그..그거 사과할게" "..." "너랑 나랑 쌤쌤이다? 내가 오늘 화냈으니까, 너도..그일로 화내도.." "괜찮아요" "뭐?" "다른 사람이라면 불쾌했겠지만...영운씨니까..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거니까..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아요...실..실수잖아.." 당장이라도 내 옷자락을 부여잡곤 눈물방울 서너개 뚝뚝 흘리며 영운씨 너무해! 영운씨 미워요! 해야 정석이거늘...덤덤하게 괜찮다고 말하며 계단을 뛰어가듯 올라가는 정수였다. 나는 또 다시 멍때리고....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야! 나 게이아니다!!" "..네?" "나 게이아니라고!!!" "..풋..알아요" 안다는 놈이 '영운씨라..행복해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음) 라고 하는거야? 왜 수줍어 하면서 들어가는건데! 설마...술먹은건 아니지? "난..난 너 안좋아해!" "..전 좋은데" "안돼! 니 순결을 자주 뺏은건 미안하지만! 나보고 게이가 되서 책임지란 말은.." "전 영운씨도 좋고 희철씨도 은해씨들도 다 좋아요!.." "말은...말은....아..아하하하 그..그런거였어?" 우와- 미친놈 김영운 , 자고로 한국말은 마침표찍을때 까지 기다렸다 대답해야 한다고 어머니가 누누히 말하셨잖냐, 김칫국을 들이마시는구나, 보이느냐 니 코에 김칫국 물 나왔어.. 꼴깝 제대로다 ! 사나이 김영운 왜이렇게 쪽팔려졌냐? 08 ps story1.동해님분부대로! (은해 사실은..해은, 항상 비굴했던 은혁의 이야기) 우리 학교는 전통적인 공립 남고로, 여기저기 교실 구석구석 홀애비 냄새 가득한 (여자 교생중 교실 문열었다가 헛구역질을 했었던 에피소드가 있음) 그야말로 혈기왕성한 사내들로 가득한 곳이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사내자식들끼리 모여 하는 짓이라곤 책이 눅눅해 질때 까지 침흘리며 수업시간에 자거나, 점심시간때 우정을 논하며 급식줄 전쟁을 벌이거나 운동장에 황사현상 일으키며 축구를 하는것뿐, 무료하고 지루해..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떠들썩한 이슈가 하나 생겼다. 반에 한명씩 꼭있는 마당발 소식통인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아침 자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야야야! 우리반에 전학생 도착했데, 이은혁! 반장인, 너도 알고 있었냐?" "아니 담임한테 못들었는데 그런말" "넌 반장맞냐? 아무튼 교무실 갔다가 들은 얘기야" "그래? 이거이거 오랫만에 군기 좀 잡아야 겠는데? 그동안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왜 사내자식들은 신입이 들어오면 있지도 않은 군기를 잡거나 텃새를 부릴까? 얼떨결에 반장이 된 나도 사실은 자질이나 능력보단 만만해서 였다. 묵묵히 잔소리 없이 시키는 일을 하고 부려먹기 편하니까 몰표를 받은 셈. 나는 웅성대는 아이들 틈에서 아무렇지 않은듯 볼펜을 굴리고 있는데, 복도에서 들리는 둔탁거리는 마찰음을 감지해낸 마당발 녀석이 담임온다! 란 말과 함께 자리에 뛰어가 앉자, 아이들도 다시 열공 모드로 돌아갔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험상궂은 (체육담당) 담임이 자신의 분신인 당구채를 들며 들어왔다.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곤 출석부를 기웃거린다. 그러더니 얼굴을 들어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어이 , 니들 당발이 새끼한테 이미 들었지? (마당발=당발) 전학생이 왔다. 멀리 목포에서 온 친구니까,텃새 부리거나 허튼짓 했다간 니들 엉덩이에 포켓볼 깐다 알 겠나" "예!" "전학생 들어와서 인사해라" "네.." 어떤 인상의 아이일까 궁금은 했지만 , 우리반 아이들과 우리학교 아이들의 상태를 봐선 거기서 거기려니 하며 교실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번 기회에 단단히 기합을 넣어주겠다며 주먹을 갈던 날라리 놈들도, 전학생이 왔다고 호들갑 떨던 마당발 녀석도, 그외의 반아이들도..마지막으로 나도..모두 유체이탈, 입은 3cm이상 벌리고 멍하니 고개만 교실문으로 들어오는 빛나는 전학생이 움직이는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머리속에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란 찬송가 같은 것이 들렸고 하늘 높이 폭죽들이 마구 터지고 있었다. 약간 긴 커트머리를 가지런히 정돈하며 우리들을 향해 살며시 뻘쭘한 미소를 날리는데 , 그 미소가 화살이 되어 이놈저놈 염통에 가차없이 꽂아 주고 있었다. 하얀얼굴과 짙은 쌍커풀의 예쁜 눈이 또랑또랑하게 빛나고 있었다 교탁앞에 다다른 청순하기 까지한 마스크의 전학생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 난 이동해 라고해" 주먹을 쥐며 뿌드득 거린 아이들은 짜고 치기 라도 한듯 죄다 손바닥을 쫙 펴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도 그들을 따라 엉겁결에 사이비 신도들이 하는 영광의 박수를 보냈다. 동해라는 그 아이는 우리들의 환영에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 미소만 짓고 있었다 "시골에서 와서 서울은 잘몰라 너희들이 많이 알려줬음 좋겠고,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야.." 그리고..그리고? "시골에서 왔다고 우습게 보면 죽인다거 대가리 날린다거" 전학생은 청순하고....... 남자다웠다. * 짝사랑 전문이었던 이은혁, 연애는 해봤지만 연애의 정석인 밀고당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번번히 차이거나 내가 먼저 포기하고 만 일이 허다했다. 나름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다고 좋아라 하던 여자애들도 뭐든지 퍼주기만 하는 내모습이 남자답지 않다.. 질린 다..로 바뀌어 상처만 주고 떠나갔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절대 연애 하지 않고, 사랑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다가 대학가서 만나야지..란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사람맘대로 되지 않는 마음중에 제일힘든것이 사랑이라고 하지 않던가, 녹슬어 버린 내 두근거림의 박동이..기름칠을 한것 처럼 다시 끼기긱 거리며 둥탕둥탕 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새로운 전학생...나와 똑같은 남자에게, 그도 그럴것이 동해는 선생님도 칭찬할 정도로 외모가 예쁘장 하고 공부도 전교 에서 노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수준도 아니었다. 운동장에 체육하러 나가면 5분도 안되서 햇볕에 말라 쓰러질것 같은 얼굴과 마른 체구와는 달리, 축구 경기에선 공격수를 맡고 있을 정도로 날렵했다. 그리고 경기 중 던지는 말들도 무척 날렵했다. "썅! 당발이! 빨리 이쪽으로 공 보내라고! 발목이 부러졌나 패스가 그따위야? 그리고 부반장 ,대가리에 힘좀 줘서 헤딩해! 목안으로 꺼지기 전에!" 환상이 깰만도 한데 오히려 그것이 더 매력지수를 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자리잡았다. 급속도로 호감도가 올라간 동해는 우리학교의 일명 얼굴마담, 공주로 통했다. 기집애 같다는 말은 죽어도 싫다면서도 공주란 말은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인기를 받아들이며 아이들을 사로잡았다. 퀘퀘묵은 사내들 냄새도 동해에겐 나지 않았다. 동해옆에 가면 산림욕을 하는것 같다는 증언을 한 아이들도 몇몇있었다. 매일 아침 동해의 책상엔 동해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준 선물들로 가득했다. 우유부터 시작해서 매점에서 파는 메뉴들은 전부다 동해의 책상에서 구경할수 있었다. 그중에..딸기우유는 내가 준것이었다. 나만의 착각 일지는 모르겠지만, 동해는 그 많은 애정공세 들중 항상 딸기우유를 먼저 마셨다. 딸기우유를 좋아하는 것인지..아니면 나를 궁금해 하는 것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 모습이 무척이나 좋았다.. "반장, 수학 숙제 했어?" "응?..아..했어" "나..너무 어려워서 못했는데..반장 니가좀 알려주면 안될까?" "그럼 조금이따가 알려줄게, 내가 지금 할일이 있어서" "바쁘면 됐어, 너 말고도 숙제 알려줄 사람은 많으니까" 동해의 단점이면 단점이라고 꼽을수 있는게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인기가 많단걸 너무 잘 알고 있있다는 점이었다. 목포에서도 그런 대접을 받았었는지 남의 도움받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아닌 남에게 관심이 쏠리면 참지를 못했다. 소위 얼굴 값한다고 말하면 이해할수 있을까?.. 금새 뾰루퉁해진 표정으로 홱 하고 고갤 돌리더니 다른 아이에게 가 베시시 웃으며 수학 교과서를 펴 보았다. 금새 화색이 돈 아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동해의 수학교과서 에 열나게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쉬운 맘이 든 내가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 나와 눈이 마주친 동해가 손가락을 눈에 대곤 메롱 -하며 나를 놀렸다. 어때? 너 아니어도 나에게 와줄 사람은 이토록 많아, 넌 그중 하나일뿐이야.. 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나는 깨달았다. 이대로 가다간 그아이를 뺏길지 모른다고, 매일 몰래 주는 딸기우유 만으론 턱없이 부족했고, 동해는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우리학교에서 애인 만드는 것쯤은 누워서 잠자기 보다 쉬운 일이었다. 몸안 가득 긴장감이 들어왔다.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혹은 미남)을 얻는다고 했지 않던가, 나 반장 이은혁.. 반장의 이름으로 널! 내 애인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동해야" "왜? 숙제도 안도와주는 반장" "저기 아까는 미안했어 , 매점갈래?" "너랑 왜 매점에 가야 하는데?" "아까 일도 있고 해서, 맛있는거 사줄게" "..풋..소심하기는 그래 좋아" 못이기는 척 일어난 동해, 나는 실실 멋없는 웃음을 보이며 함께 복도를 걸었다. 동해와 복도를 걷는건 처음있는 일..그것은 무척 살벌한 일이었다.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동해가 복도에 나오기만 하면 교실 창문 에서 머리들이 쏙쏙 빠져나왔고 복도에 서있던 아이들은 전부 차렷 자세로 바뀌어 멍하니 동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해옆에 서있는 한낱 소인배인..나를 죽일듯 야리고 있었다. "어이 이동해!" "어?넌...5반 반장?" "아니 난 7반 반장이라니까," "아..미안 내가 이학교 반장들을 다 알고 있어서 말야" "괜찮아, 그나저나 너 방과후에 시간있어" "있으면 어쩌라고" 미인은 (미남) 꽤나 쿨하고 시크했다. "우리반 애들끼리 노래방 갈건데 같이가자" "나..돈없는데?" "누가 너한테 돈 내라고 했어? 넌 그냥 몸만 가시면 됩니다" "정말? 아싸 공짜다!" "가기로 한거다? 어?" "안돼!!" 복도 에 쩌렁쩌렁 울리는 그놈목소리...나는 나도 모르게 7반 반장을 향해 소리를 냅다 질렀다. 안돼! 하는 울림과 함께 전부다 나를 한번씩 야리며 귀구멍이 찢어지겠다고 욕을 퍼붓거나, 당황한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내 앞에 있던 반장녀석이나 옆에 있는 동해나 마찬가지 였다. 이왕 저지른거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난 동해를 얻어야 하니까.. 동해의 손목을 꽉 잡고 난 7반 반장을 향해 말했다 "얘 나랑 오늘 볼일있어, 동해 시간없어" "엥? 내가 언제" "잊었어? 어제 나랑 약속했잖아!" "약속?" "그래!..이..잊었냐? 너 진짜 너무하다.." "...약속...약속..그랬나? 하하! 내가 워낙 바빠서 말야 그랬구나 난 이은혁이랑 약속이 있었구나..어쩌지? 미안해 이 녀석이랑 약속이 있었데 노래방은 다음에 가자" 더 말이 길어지기 전에 난 동해의 손목을 끌고 매점으로 향했다. 저 새끼 뭐야- 란 7반반장의 불만섞인 소리가 귓가를 괴롭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해만 붙잡아 둘수있다면 세상에 있는 육두문자는 다 아그작 아그작 씹어줄 각오가 되있었으니 까 매점에 도착한 난 , 비로서 녀석의 팔을 놔줄수 있었다 "근데 무슨 약속?" "이..있어 그런게!" "구라는 아니겠지?" "흠흠!..저..저기 먹자 아줌마 이거 두개 얼마에요?" 나는 재빨리 냉장고에서 딸기우유를 두개 꺼내 천원짜리 지폐를 던지다 시피 놓곤 우유를 잡곤 계산대 옆에 있는 빨대를 꺼냈다. 나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는 동해의 눈길 을 피하며 딸기우유에 빨대를 꽂았다. 그리고 동해의 얼굴앞에 우유를 내놓았다 "마셔" "어?..어..응" "아침에 먹는 우유보단 신선함이 덜할지도 몰라" "뭐?" "매일 첫번째로 나오는 우유만 샀는데, 낮에 파는건 잘모르겠다" "뭐래는 거야 이은혁" "잘 마시라는 소리야,그리고 무슨 얘기 인지 곰곰히 생각해봐 나 먼저 교실갈게" 얼굴이 붉어진 난, 동해만 덩그러니 매점에 둔채 죄를 진 사람처럼 뛰쳐나갔다. 내손안에 있는 또 하나의 딸기우유가 뜨거워질것 같았다. 내심장에서 시작해 손가락끝까지 전해진 온기가 너무 벅차서.. *** 그뒤로 학교가 끝나는 오후 5시무렵까지 동해는 아무말 없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라는 내말을 껌으로 여겼는지, 별것 없었다는 냥 아이들과 히히덕 거리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특별히 나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그렇게 말한 나도 멍청하지, 우유하나 가지고 고심을 해보라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아니한가- 쭉쭉 마시고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인 것을..딸기 우유 하나에 무슨 철학이 담겼다고 ,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쉰 나는 그만 포기하자며 손을 흔들곤 가방을 싸고 있었다. 오늘따라 책가방이 무거웠다. 어깨에 메자 내 가슴속에 있는 허무함의 잔해만큼 무겁고 아파왔다. 힘없이 교실을 나가려 터벅 터벅 걸어가는데 "이은혁!" 나를 부르는 이동해의 목소리가 들렸다. 풀이죽은 내 얼굴을 애써 감추려고 얼굴 근육을 한번 입을 벌려 움직인뒤 고개를 돌리는 데 어느새 내 눈앞까지 다가온 녀석, 예쁜 녀석의 얼굴이 내 맘을 더 안타깝게 했다. "너..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기다렸지?" "아..아냐" "아니기는, 내가 눈치가 빠른 놈이라서 말야 금방 답을 찾았지" "..." "근데, 딸기우유 만으로 날 사로잡기엔 너무 쉽잖아" "어?" "이래뵈도 명품 지갑도, 고가 브랜드의 옷도, 질리도록 뿌리는 향수도 거절하는 나야..근데 500원짜리 딸기우유는 내 존심이 허락안해" 아..또 실패야, 이래서 짝사랑 안한다고 했잖아 이은혁, 너 니 자신에게 자꾸 실망만 시키냐? 푼돈 으로 잡으려 했다니..한심하다 "500원 짜리 딸기우유를 50만원 어치 사주면 고려해 볼게" "..뭐?" "말귀 못알아 들어?, 돈이없으면 근성이라도 보여야지" "동해야.." "하지만 그전에 누가 나에게 구찌 가방이라도 털썩 내놓으면 언제 가버릴지 몰라 그건 명심해 둬, 원래 기회조차 주지 않는게 내 좌우명이지만 넌..어느정도 성실함도 있고 착하고..웃을 때 얼굴이 패주고 싶을 만큼 귀여우니까" "도...동해야!!!"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두팔을 벌려 와락 동해를 안아버렸다. 동해를 품에 넣자 싱그러운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우리반에서 동해를 좋아하는 놈들의 주먹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적어도 난 차이지 않았으니까- 나를 바라보게 할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 우리가 사랑을 할수도 있다는 것, 동해가 나를 좋아해 줄수 있다는 것 그 두가지 만으로도 난 벌써부터 미친듯이 행복해 졌다. 물심양면 으로 너에게 꼭 내 맘을 전할거야 ,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내 진심을 줄게 기다려 동해! ◈ 주인님 분부대로! (8번째 본편) "선배님!" "어 이성민" 점심을 먹고 교정 벤치에서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툭툭치며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데 나를 본 성민이 토끼처럼 총총 뛰어오고 있었다. 왜 쟤만 보면 토끼가.. "넌 항상 점심 시간에 보는것 같다?" "점심 시간 아니면 공부하느냐고 교실 잘 안나와요" "가라" "에이 농담이에요 농담" 혀를 내밀며 에헤헤 거리는 성민을 보고 나도 살짝 웃어보였다. 눈치를 보던 녀석이 내옆에 조심스럽게 앉았고 함께 점심에 내리쬐는 따스한 (좀뜨거운) 태양을 느끼며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난 바깥체질이지..교실에 쭈그려 앉아 필기할 팔자는 아닌거 같아.. "선배 핸드폰 줘봐요" "뭐하러" "빨리요 네네네?" "배불러서 움직이기 귀찮은데.." 분명 내가 줄때 까지 조를 녀석이다. 귀찮은 손을 뻗어 교복 주머니 안에 있는 핸드폰을 건네 주었다. 달라는 이유는 뻔했다. 녀석이 예전에 팬시점에서 준 핸드폰 고리를 확인하려는 것일 테니까- 사실 그날 바로 걸지 않고 내내 책상 서랍에 잠들게 했다가, 왠지 예감이 안좋아 달고 나온것이었는데.. 하하 김영운 넌 역시 감이 있어- 죽지 않아! 지 눈앞에서 핸드폰 고리 걸때 까지 졸졸 쫓아다니거나 협박을 할 놈이다. 다행이 자신의 눈앞에 딸랑거리는 핸드폰 고리를 본 성민이 무척이나 흐뭇한듯 자신의 핸드폰도 꺼내보이며 양손에 두개의 핸드폰을 높이 들어보였다 "와 이렇게 보니까 너무 이쁘다 그쵸?" "귀찮아, 딸랑 거리고 주머니 넣을때도 걸리고" "힝.." 힝..하니까 불현듯 생각나는 박정수의 얼굴, 난 손사래를 치며 성민을 바라본다 "너 말야 사내 자식이 자꾸 힝힝 , 말콧방귀 뀌는 소리 내면 안돼" "말 콧방귀래..힝..슬퍼" "하지 말라니까!" "왜요!" 그...그야, 김희철 같은 놈이 했다면 바로 귀싸대기 갈겼겠지만 너야 박정수 같은 애들이 하면...뭐랄까...귀..귀엽다고나..할까 "아 아무튼 난 사내놈이 그런짓 하는거 징그러" "어라? 그럼 맨날 해야지" 핸드폰 쥔 두손을 가슴앞으로 모아 양옆으로 흔들며 애교를 떠는 녀석, 어이없는 모습에 그저 실소가 터졌다. "이 고리 잃어버리지 말고 맨날 하고 다녀야 되요 알았죠?" "이걸로 인해 니 친위대들 한테 테러당하겠어" "테러 당해서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게요" "아서라, 니 친위대들이 너만은 꼭 첨단기술을 이용해 복구 시켜놓을껄? 내 장기를 빼서 니꺼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 "으..무서워!" 내가 생각해도 잔인한 말장난에 몸서리 치는 성민이었다. 커플도 아닌데 똑같은 고리 해서 뭐하냐고 핀잔을 주자 성민이 도리질을 하며 이것도 추억이고 기념이라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난 도대체 무슨 기념인지 모르겠는데- 띠리링- 니가 알아서 하라는 말과 함께 저 멀리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는데- 그때 내 핸드폰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들렸다. 성민의 귀가 쫑긋 거리는가 싶더니 밝게 켜진 내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았다.힐끔 봤다가 아무렇지 않게 계속 광합성을 하고 있는데 녀석의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문자왔어.." "누군데" "..에로마누라" "..뭐! 이리줘!!" 흠칫 놀란 난 허겁지겁 성민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었다. 뭐야 박정수라고 분명히 저장해두었는데...어째서 에로마누라 로 바뀐거지? ...에로마누라 에로마누라... 씨발 죽여버려 에로영감!! 이건 분명히 에로영감이 내가 일하고 있는 틈을 타 장난질을 해놓은것이 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에로영감..은근히 내가 붙여준 애칭에 불만이 있었나? 아니면, 예전에 쌍뻐큐 날린 것에 대한 복수인가...비겁한 자식..어쩐지 내가 욕할때 마다 군소리 없이 듣는다 했어! 이런식으로.. 나는 나를 뚫어져라 보는 성민의 눈치를 보며 덜덜 떨리기 까지한 손으로 슬라이드를 열 었다. [영운씨 수업시간이에요? 수업시간 이면 미안한데.. 그래도 할말이 있어서요. 핸드폰 진동으로 해놓은거 맞죠? 진동으로 해야 안들킬텐데..괜히 보냈나? 어쩌지..] 이 무슨, 혼자 물어보고 혼자 상상하고 혼자 결론짓는 쿵짝짝 3박자란 말인가 문자도 지같이 보내네, 에휴 - 약간 한숨을 쉰 나는 곧바로 통화키를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딸깍 , 박정수가 전화를 받았다 -거..걸린거에요? 미..미안해요! "헛소리 그만해 점심시간이야" -다..다행이에요 "왜 연락했어" -저기..오늘 한시간만 일찍 와줄수 있어요? "뭔데 뭘 또 시키려고" -아니..가게에 재료들이 떨어져서 마트에 가야할것 같은데.. "그거 기집애 가 하는거 아냐?" -마침,동해씨가 늦는다고 해서요..그리구 짐은 영운씨가 더 잘들거 라면서.. 자기가 오늘 마트가면 커피가루 다 쏟을것 같다고..저기..어쩌죠? "넌 마스터 란게 기집애 하나 못잡아서 쯧, 알았어 한시간 전이면 되지?" -네! "오케이 끊어" 마침..이라니 작정한 모양이군 기집애.. 띠리리- 대답도 듣기 전에 종료키를 눌렀다. 아 귀찮아 기집애 자식.. 분명 더워서 가기 싫어진게 분명해, 잔머리 하나는 일품이라니까? 나를 부려먹어? 다음날 바로 쿠폰써버린다.. "저기..선배" "어? 너 아직도 안갔냐?" "누구.." "누가" "에로..마누라.." "아..하하..하하 치..친구야 친구 그자식이 야동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런 장난을 잘치더라고" "애인 생겼어요?" 뜨끔...뭔가 찔린듯 등골이 바짝 선 기분이었다. 난 애인이 없다 하지만 애인인척 해주는 이가 있다. 그 하나 만으로도 이런 기분이 되다니.. 그리고 애인있어 라고 말해도 상관없을텐데, 왜 난 숨기려 하지? 이성민이 알수도 없을텐데 말야- "애인좀 소개시켜 줘라 제발" "애인..아니에요?" "아니라니까, 나도 간절하다 애인" "...아..그렇구나" "그렇다니까? 아..썅 참 덥다! 그만 들어가자 하하..자외선은 피부의 적이니까 그치?" "서..선배?" "니가 뭘 묻고 싶은지 알겠는데, 난 없어 알았지? 난 간다!" 도망치듯 빠른걸음으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지같은 타이밍을 맞추는 , 신기술을 박정수는 가지고 있는것 같다. 괜히 인터넷 맞고 게임에서 쓰리고 까지 외쳤다가 엄마에게 딱 걸린 아주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씨.. 햇빛으로 뜨겁게 달궈진 머리카락을 거칠게 털곤 계단을 올라갔다. 한시간 전에 알바를 가야 하니 마지막 8교시는 제껴야 겠단 철두철미한 계획을 짜며- 09 "마스터!" "영운씨 이쪽이에요" 서울 번화가에 있는 한 대형마트 , 잘사는 부잣집 도련님 답게 이 마트는 회원증이 없으면 들어가 시식조차 할수 없는 고급마트였다. 으리으리한 형체에 놀란 난 박정수가 가는 입구로 졸졸졸 쫓아갔다. 왜냐면 카드가 없으면 출입할수 없으니 미아가 되면 난 끝장인셈, 회원증을 확인후 드디어 베일에 쌓인 (원래의 내 신세였다면 평생 가보지 못했을) 마트의 문이 열렸다. 여느 대형마트완 다를게 없었지만 취급 하는 물건들은 일반 마트에선 맛볼수 없는 수입산 과자며 냉동식품에 이르기 까지 전부 포장지엔 알수 없는 영어들이 쏼라쏼라 거리고 있었다. 씨발 처먹기 전에 토하겠네 "카트좀 끌어주세요" "응" 나는 주머니에 있던 백원을 꺼내 카트끼리 연결된 잠금장치에 넣어 거둬낸뒤 카트를 힘차게 밀었다. 이런곳은 바닥 부터가 다르구나 카트가 미끌어진다 미끌어져 "일단 생크림이랑 우유랑 사도록 해요" 정수는 이런 마트를 좋아하는듯 했다. 다른때 같았음 세월아 네월아 하며 멍했을 눈이 반짝이며 진열대에 놓인 물건들을 마치 자기 자식이라도 되는냥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냉장코너로 가 냉장보관된 생크림과 우유를 담기 시작했다. 꼼꼼히 유통기한을 살피는것도 잊지 않았다. 우유를 지나 아이스크림코너 로 아이스크림을 지나 커피코너로.. 이리저리 박정수의 시다노릇을 하며 스낵코너에선 비스켓 몇종류와 쿠키들을 샀고 그 앞 우리나라에서 부터 유럽에서 까지 배타고 건너온 수백가지 종류의 캔디들중 가게에서 취급하는 과일향 캔디들을 담았다. 텅텅비었던 카트는 이제 두손으로 끌지 않음 제대로 속도를 낼수 없을 정도로 산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단내가 나는 음식들만 죄다 담다보니 내 입에서 까지 단맛이 나려 하고 있었다. "박정수 나 지루해, 그리고 씨발나게 무거워" "정말요? 어쩌죠 아직 살게 더 남았는데" "뭘 얼마나 손님들한테 퍼줄려고? 이만하면 됐어 그리고 나 배고프단 말이다" "배고파요?" "그래 아까 점심 먹은게 여기 와서 뱅뱅돌다보니 다 꺼져버렸어" "음..저기 제가 여기 오면 항상 저녁은 해결하고 돌아가는데" "그래? 어서 먹자 니가 쏘는거지?" "네 제가 쏠게요 가죠!" "아싸!" 난 마지막 힘을 다해 카트를 끌었다. 박정수도 허기가 졌는지 나와 같이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긋지긋한 수입과자 코너를 지나 인스턴트 음식들이 진열된 코너로 이동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던 식당은 온데간데 없고 내 앞엔 일당 받는 아줌마들이 한줄씩 서선 후라이팬 에 각자 서비스할 인스턴트 음식들을 졸라 잘게 잘게 쪼개곤 굽고 있는것이 아닌가, 햄버거 부터 시작해서 , 수제소시지, 피자 ,닭다리 까지.. 없는것이 없었다. 박정수가 나를 보며 짜잔- 을 외치며 두팔을 벌렸다. "뭐냐 여긴" "보면 몰라요? 시식코너에요" "너...도련님 맞냐" "네?" "어째서 내가 개끌듯 카트를 끌곤 저런 좁쌀만한 시식코너를 돌아야 하는건데!" "저래뵈도 한바퀴돌면 무척 배불러요 열량이 높은 음식들만 있거든요" "싫어..싫다고" "얼른 가지 않음 다른 사람들이 다 먹어버린단 말이에요 빨리 가요 네?" 박정수가 내 팔을 잡곤 마구 끌며 아줌마들이 있는 전쟁터 같은 시식코너로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가 나타나자 후라이팬으로 올라오는 기름열에 온갖 잔소리를 퍼붓던 아줌마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금방 스마일 모드로 바뀌었다. 엄청나게 맛있어요- 오늘 이제품 사시면 하나더 드립니다! 식상하기 까지한 멘트들을 날리며 뒤집개로 음식들을 뒤집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맨 먼저 수제소시지 앞으로 간 박정수가 이쑤시개를 꺼내더니 잘익은 소시지를 하나 찍어서 건네주었다. "자요" "너나 드세요" "진짜 맛있는데 소스에 찍어줄까요?" "여기 말고 식당같은데 가면 안되냐" "사실..가게에 갈 시간이 촉박해서요 봐주세요 영운씨" 소시지가 꽂힌 이쑤시개를 가슴팍 위치에 놓곤 동그란 눈으로 날 위로 바라보는 박정수 아저씨..소시지 사세요..아저씨 소시지 사세요 맛좋은 소시지에요..라고 외치던 추운겨울내내 소시지를 팔았던 소시지팔이 소녀가 생각이 났다. 빨간 망토를 쓰곤 소시지를 팔던 귀여운.....씨발 내가 뭐래는 거냐 지금 "알았어 줘" "헤헤..이거 먹구 피자 먹어요 피자는 꽤 양이 많거든요" "안많음 니 얼굴 피자 처럼 만들어 버린다" 나는 이쑤시개를 거칠게 빼앗곤 아구아구 소시지를 넣어 씹어버렸다. 음.. 수입산 고기를 써서 그런가 맛이 부드러운데? 혀를 자극하는 이 독특한 향신료 씹을때 마다 뽀득뽀득 거리는 이 감칠맛! 목넘김 까지 끝내주니 이것이 바로 수입산일세 "피자 먹으러 가 소시지 맛 별로다" "아줌마 듣겠어요!" "저 아줌마도 그렇게 생각할껄? 아줌마 어때요, 아줌마 아들 딸 도시락에 문어 모양으로 썰어 넣을수 있을 정도로 맛납니까?" "영운씨!! 죄..죄송합니다, 많이 파세요 ..빨리 가요" 괜히 힘들게 일하시는 우리의 어머니 같은 아줌마에게 핀잔을 주었다. 금새 민망해진 박정수가 나를 다시 끌기 시작했다. 박정수는 나를 끌고 나는 카트를 끌고 쇠사슬 처럼 이어진 우리의 모양새가 꽤나 웃기다고 생각했다. 좀더 걸어가자 왠일인지 사람들이 한곳에 새치기 까지 해가며 줄을 서있는 곳을 발견했다. 우린 맨 끝줄에 서있었고 난 박정수에게 물었다. "왜이리 줄이 기냐 여긴" "피자 코너인데 마트안에서 제일 인기좋은 곳이에요" "치즈가 얼마나 늘어지길래 사람이 ..졸라 많네"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평소에 박정수가 피자를 좋아했던가? 피자피자 노래를 부르며 가슴설레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매사에 차분한 이녀석마저 들뜨게 만드는 것인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고 시식코너 아줌마가 전자렌지에 돌려진 피자를 꺼내는데 , 와! 피자한조각이 내 큰 손바닥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했다. 종이 포장지로 하나씩 싸서 주는데 코를 자극하는 치즈향까지 일품이었다. 얼른 받아든 정수가 입으로 피자를 호호 불더니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입가에 소스까지 묻히고도 좋다고 웃어보인다. "칠칠아 입에 묻었어" "어디요?" 거울이 있을리도 없고, 손엔 이미 자신의 손보다 큰 피자가 놓여져 있기에 어쩔도리가 없던 정수가 혀를 내밀어 입가를 낼름 거리며 닦기 시작했다. 순간 내 눈엔 피자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짧은 혀를 불쑥 불쑥 내미는 박정수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귓가에 끈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고 똘망똘망한 그의 눈동자가 왠지 반쯤 감긴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뀐듯 자체 필터링이 진행되었다. 아...노멀천국 게이지옥 노멀천국 게이지옥! 하느님 부처님 공자 맹자 알라신 소크라테스 제우스 신이시여...저에게 제발 이상한 19세 상상은 그만 하게 해주시옵소서 "야! 휴지로 닦아야지 드럽게 에씨!" "으으으읍!!" 난 휴지로 닦아야 한다는 말을 꺼내며 아이러니 하게 기름묻은 내 손을 뻗어 박정수의 입을 마구 비벼댔다. 어푸푸 - 소리를 내며 눈을 찡그리는 박정수..씨발 만지지 말았어야 했다. 시각보단 촉각이 더 예민하다 하지 않던가, 내손에 닿은 물컹한 박정수의 입술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어서 내 얼굴은 점점 열기가 오르고 있었다. 거칠게 비빈 입가가 아프다며 칭얼대는데, 그것마저 귀엽다고 느껴져 난 웃기시네! 란 말을 뱉곤 뒤를 돌아 카트를 발로 차며 앞으로 밀고 있었다. "가게나 가자, 다리도 아프고" "..네" 내 뒤를 종종 쫓아오는 박정수가 , 두손으로 조각피자를 들며 걸어오는데.. 마치 엄마를 따라 장을 보러온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 같아서..가슴속이 간질거렸다. 이젠 더이상 멈출수가 없었다. 처음 시작된 나의 상상은 끝을 보이지 않고 계속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가슴이 간질간질 거리고 목구멍이 탔다. 설마..나 정말 이 녀석에게 사심이 있는 걸까?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결정적인건 같은 사내자식이 나에게 무작정 키스를 했다면 당장이라도 녀석의 멱살을 잡고 공중 부양을 시켜줬을텐데 심지어 난 가짜 애인 연기에 물이 오른것이라 합리화 시키며 내가 먼저 입술을 범하기도 했다. 진심으로..김영운, 내가 이 녀석에게 마음이 있는걸까? 다시 한번 뒤를 돌아 박정수를 바라봤을때 그때도 마음이 답답하다면.. 난..이녀석을...이녀석을..! "어이 박.." "정수..?박정수..?" "...선배..?" 내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피자를 들던 박정수의 손이 툭 하고 떨어졌고 그는 나를 비껴 내 뒤에 누군가를 당황스럽게 보는듯 했다. 난 내뒤에서 들리는 또하나의 박정수를 찾는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 앞에선 장바구니를 든 젠틀한 인상의 남자가 반가운듯 웃고 있었다. "이게 얼마만이야?" "선배...한경 선배 맞아요?" "응, 맞아 오랫만이야 정수야" "어째서..한국에 있어요? 미국에 유학을..갔었잖아요" "얼마전에 귀국했어, 고향음식 먹게 되서 기쁘긴한데 커피는 미국에서 먹던게 습관이 되서 커피사러 왔지.. 이런곳에서 널 만나다니..한국참 좁다!..정말 반갑다" 한경이란 이름의 남자가 천천히 긴다리를 뻗어 걸어 박정수 앞에 섰다. 나를 지나치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무언가 내가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위압감과 지적인 분위기가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박정수 앞에 우뚝 서보이자 믿지 못하겠다는 듯 슬프기 까지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박정수, "한국에 오셨음 연락..연락해주시지..왜 안했어요 네? 이렇게..같은 곳에 있으면서 한번도 연락 안했어요?" "아, 온지 1주일 밖에 안됬어, 그리고 아주 온게 아니고 다니던 대학교에서 한국 학교와 자매결연 맺게 되서 교환학생을 하게 되었거든 난 거기 아이들에게 한국말 통역 하러 온 사절단 이라고나 할까?..하하 얼마 있지 않고 갈거라 부모님 말곤 친구들 한테도 연락 못했어, 미안 섭섭했구나?" "그럼요 ..얼마나 섭섭한데! 나 지금 무지 섭섭해요.." "그랬어? 하하..정이 많은건 여전하구나, 고마운데?" 한경이 씨익하고 웃어보이곤 자신의 손으로 귀엽다는 듯 박정수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가슴이 철렁했다..분명 꼬집었다면 아프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나야 정석이거늘..꼬집혀도 좋단다. 박정수가 좋다고 웃고 있었다. 뭐야 이 개같은 타이밍은..난 왜 여기서 홀로 서있는 거지? "메일은..항상 읽고 계셨던데.." "아 , 미국은 피시방이 너무 느리고 비싸서 답장은 잘 못썼어 미안 하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어 덕분에 한국의 소식도 잘 알고..너밖에 꼬박꼬박 보내주는 사람 없었어 전화라도 한통 해준다 해준다 한게..바빠서 이렇게 되버렸네 미안해 정수야" "아니..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혼자온거야? 무슨일로 여길" 한경의 말에 잠시 주춤거리는 박정수가 한번에 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더니 고개를 내밀어 내쪽을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단번에 얘기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행동하는 박정수에게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너 나랑 온거잖아, 혼자 온거 아닌데 왜 .. 내가 있다고 말못해? 왜 그렇게 멍청하게 쳐다만 보고 있는건데! 박정수의 고갯짓에 한경이 뒤를 돌았고 무식하게 쌓인 카트옆에 쪽팔리게 서있는 나를 발견했다 "친구야?" "아뇨..저번에 메일로 말한건데..저 까페열었다구" "아! 그래 그랬지? 할렘이었나? 내가 미국에서도 할렘가 지날때면 니 생각났었어" "기억하시고 계셨네요...알바하는 친구에요 같이 재료 사러 왔어요"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정수가 사장님이 될줄은 몰랐는데, 어때요 ? 가게 적자는 안나나요? 정수가 워낙 정이 많아서 예전부터 불쌍한 노숙자들 보면 자기돈 탈탈 털어 먹을거 사주곤 했는데..하하" "부..부끄럽게!" 얼씨구? 지화자 하고 자빠졌네, 부끄럽긴 무엇이 부끄럽다고! 나를 본 한경이 반갑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하곤 박정수에 대해 아주 잘 안다는듯 나에게 말하고있었다. 그는 별뜻없이 말한것이겠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비아냥 스럽게 들렸다. 박정수..이것봐라..?알바하는 친구?..내가 너의 알바하는 친구냐? 나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 맞아 난 박정수의 가게에 알바하는 친구지...그렇고 말고 젠장. "흠흠, 사장님 가게 도착 늦게 하겠어요 가죠 그만" "어?..네 영운씨, 어쩌죠 선배? 저 가봐야 되는데.." "그래? 아쉽네 언제 또 볼수 있을까?" "음...선배 ! 저희 가게에 놀러 오실래요? 가게 열면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메일에 가게사진은 보여드리긴 했었지만.." "그러면 되겠구나? 알았어 핸드폰 있니?" "네!" "핸드폰좀, 나 한국에 있는동안 어머니가 쓰시던 핸드폰 살려서 쓰거든" 해피! 손! 왈왈! 거리는 상황이 생각났다. 손을 내밀자 곧바로 바지주머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고스란히 올려주는 박정수 , 그리고 그가 핸드폰을 열어 자신의 번호를 눌러주고 있었다. 눌러주는 그 짧은 시간 내내 싱글벙글한 박정수.. 난 점점 속이 불편하고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알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다. 박정수에게 내 맘을 확인할 상황을 놓친것에 짜증이 난것이 아니다. 난..저 둘이 함께 있는 그 모습 자체가 거슬렸던 것이다. 아..미쳐버리겠네 "사장님 빨리요!!" "엇..네 알았어요" "자, 이번호로 연락해" "네..헤헷" "빨리가봐, 사장이 가게 오래 비우면 안돼, 알바하는 친구도 지루하겠다" "네..조심히 가세요 꼭 오셔야 해요?" "가면 음료수 공짜로 주는거지?" "네 물론이죠..가볼게요 이제.." "그래 잘가..잘가요 친구도" 이미 식어버린 피자를 들며 두손으로 인사를 정수, 그런 박정수에게 머리를 쓰다듬은 한경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몇초간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좀처럼 오지 못하고 미안한듯 바라보는 박정수를 무시하곤 카트를 끌어 매장을 나가려 하고 있었다. 나와 좀 떨어져서야 박정수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상태 그대로 우리는 1미터 의 간격을 유지하며 박정수가 대놓은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왔다. 리모컨 키로 박정수가 트렁크를 열어주었고 군말없이 하지만 대충대충 물건들을 던져 놓기 시작했다. 왜 나에게 미안해 하는거야? "영운씨 살살 놔요 쿠키들 다 깨지겠어" "..." "네? 영운씨..내말 듣고 있어요?" "에잇 젠장!!" 사그러 들지 않는 마음속 응어리 때문에, 그리고 내 등뒤에서 머뭇거리는 박정수 때문에, 화가난 내가 마저 넣고 있던 물건들을 한꺼번에 털어넣어 버렸다. 우르르 쏟아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떨어진 물건들을 보자 박정수가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영..영운씨" "내가 우습냐?" "네..?" "맘에 안들어 너" "...영운씨" "넌 아무한테나 그렇게 실실 웃고, 아양떨고 그래?" "..." "아주 좋아 죽더만?" "왜그래요.." "그자식 누구야" "네?..그자식 이라니.." "마트에서 만난 미국에서 온 그새끼 누구길래 , 내가 누구냐고 묻는말에 내눈살피고 초조해서 그러고 있었던 거냐고!" 내가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이게 아니었어, 뒤를 돌아 너의 그 또랑또랑한 눈과 새초롬한 얼굴을 보면서..내가 혹시 너에게 관심이 있는걸까? 라고 묻고 싶었어, 내가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너에게 하소연 하고 싶었어 그런데..다른 남자 앞에서 니가 그렇게 웃어보이는데...내가 어떤말을 할수있겠어 "그자식 라뇨, 처음 본 사람하게 너무하네요" 갑자기 당한..차갑고 박정수 답지 않은 또박또박 한 말투, "어이쿠 그러세요? 그럼 그자식이라 그러지 그님이라고 그러냐?" "함부로..영운씨가 함부로 불러도 되는 사람 아니에요" "..너...뭐야 그자식 좋아하기라도 했냐?.." "그만..해요 트렁크에 다 넣었음 문닫고 타요..정말 늦겠어" 나를 돌아서 운전석으로 걸어가 차문을 여는 박정수.. 그 답지 않는 단답형인 행동과 말에 난 온몸이 얼어붙는것만 같았다. 박정수 , 너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어, 좋아했었냐고 묻잖아- 물어보기 죽기보다 싫었지만..니 얼굴을 보곤 묻지 않을수가 없었어 너의 그 미소가 , 나에겐 보여주지 않고 숨겨둔 그 웃음을..보고 말았으니 내가 베알이 꼴리는건 당연한거 아냐? 사람 차별하는것도 아니고 말야 설마..진짜 좋아했던건 아니지? 이제서야..내 마음의 정답을 찾으러 떠나려 하는데..니가 이런식이면 안되는 거잖아 10 "가자미, 내려와서 물건좀 옮겨" "네 형!" 박정수와는 차안에서 일체 한마디 얘기 조차 나누지 않았다. 간간히 박정수가 말을 걸긴 했지만 나는 응, 아니 로만 대답했을뿐 전처럼 말 꼬리 늘어잡고 빙빙 돌리거나 버럭 화내지 않았다. 지금 나는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생각만으로도 깨질것만 같으니까. 물건들을 들 힘도 사라져버려 나는 까페로 올라와 은혁을 불렀다. 역시나 머슴근성 이은혁, 좋다고 내려와서 물건들이 담긴 봉지들을 양손 가득들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은혁을 따라 들어갔을땐 , 은혁만 부려먹는다고 길길이 날뛰는 기집애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야 우리 은혁이 부려먹지좀 마! 니꺼냐? 내꺼지?" "5분만 내꺼하자" "지랄마!! 너..은근슬쩍 자꾸 부려먹는데... 은혁이 좋아하는거 아냐?" "너야 말로 지랄마" 실갱이를 벌이다 마치려는 참에 박정수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역시나 그의 표정은 멍하니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신에게 홀린듯 휘청휘청 거리더니 바로 주방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멀리서 가만히 박정수가 하는짓을 지켜보는데 곧장 희철에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더니 포옥 하고 희철의 어깨에 머리를 눌렀다. 그리고 무언가를 중얼대는듯 싶더니, 희철의 큰눈이(안그래도 큰데) 조금 놀란듯 데굴데굴 눈알을 굴렸고 애틋하게 박정수를 토닥여 주었다. 분명 그 한경이란 놈에 대해 실토한게다. 도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무심장 에로영감까지 화들짝 거리는거지? 난 답답한 마음에 은혁과 함께 물건들을 꺼내 정리하고 있던 동해를 다시 불렀다. "기집애" "뭐 불곰탱아" "물어볼게 있다" "호기심천국도 아니고 넌 뭘그렇게 궁금한게 많냐? 사춘기냐?" "씨발, 주둥이를 그냥.." "..휴,뭔데" "너 한경 이란 사람 아냐?" ".....뭐?" 역시나, 또 나만 모르고 있었다. 동해가 아는 거라면 자연히 은혁이 자식도 안다는 얘긴데..풋..웃긴다 이제 어떤것을 더 알아야 너희들에 대해 모르는것이 없게 되는걸까, 니들은 왜이렇게 꽁꽁숨기는것이 많냐? 혹시..간첩 ? "누구라고 했어 지금?" "한경" "한경..? 한경!!? 한 과 경?" "이게..고막 한번 터져야 정신 차리나" "이상하다 한국에 있을리가 없을텐데, 그나저나 니가 그사람 어떻게 알아?" "오늘 마트에서 우연히 봤어 박정수가 무척 놀라는 눈치던데" "당연하지 안놀라고 배길수 없지, 혹시 기절하진 않디?" "보시다 시피 잘 왔수다. 누구냐니까 그사람"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딴소리만 해대는 동해덕에 복잡했던 머리가 더 띵해질 지경이다. 빨리 말하지 않으면 은혁이 자식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린다며 붕붕 주먹을 공중에 회전시켰다. "야! 안돼!" "한경이 누군데 시간은 1초, 그뒤에 이은혁의 턱은 없는거다." "알았어!! 한경씨는...마스터가.." "..." "마스터가...막말로..게이가 된 계기가 된사람,마스터의 첫번째.." "뭣이? 그 자식이 게이교를 전파시킨 놈이라고?" "이새끼가 무슨 , 마스터가 처음 좋아한 첫사랑 이라고 멍충아!" 첫사랑 첫사랑 첫사랑...첫사랑은 90년대 히트쳤던 드라마 아냐? 젠장, 이동해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허! 첫사랑? 첫사랑 이라고 했냐? 내 첫사랑은 전지현 누나인데 , 박정수도 그렇듯 그 자식을 사랑했단 거야? 이제까지 사랑한번 못해본것 같은 그 쑥맥이..사랑? 사랑? "푸하하하! 하하하하하" "..부..불곰 왜..왜그래" "하하하하하!! 아..웃겨 웃겨 뒤질것 같아!" "으..은혁아 너 빨리 창고에 숨어..니 턱 날아갈것 같아" "응!" 배를 잡고 좋다고 , 죽겠다고 박장대소를 하는 나를 본 동해가 순간 겁을 먹곤 은혁을 도망치게 만들었다. 나는 나도 알수 없는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와 숨을 쉴수 조차 없었다. 이건 뒷통수 맞은거론 설명이 안돼.. 예상하지도 못한 반전이잖아, 야..식스센스가 울고 불고 뛰어가다 자갈돌에 발 걸려 넉다운 되는 소리야 안그래? "푸하하..야 기집애, 이것보다 더 꼬이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뭐?" "젠장..하하..뭐이래..하하하! 겨우 알듯 한데..이제서야..푸히힛.. 이제서야, 확인하고 싶어졌는데..." "..어디..아프냐? 더위 먹은거 아냐 그새?" "꺼져 자식아" 웃음이 갑자기 뚝 끊긴 난 동해의 이마를 콩 하고 때렸다. 평소 같았음 불곰 배에 불질러 버린다고 지랄할 동해도 , 익숙치 않은 내 싸이코 같은 모습에 아픔도 잊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헛기침을 한 나는 유니폼을 입기 위해 카운터 안 창고 로 향했다. 옷을 입는 내내 찝찝함이 견딜수가 없었다. 땀에 쩔은 옷들도, 짜증에 쩔은 내자신도 용서할수가 없었다. 간신히 넥타이 까지 하고 나온 난 주방으로 향했다 때 맞춰 박정수가 주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난 나를 옆으로 지나가려는 박정수를 팔로 막았다. 그가 나를 쳐다봤다 "야" "..네?" "너도 꼴에.." "...?" "..푸하하..너도 사람이다 이거냐?" "..왜..왜이래요" "아냐, 아니라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마스터" 누가봐도 난 그에게 빈정대고 있었다. 내 모습은 철부지 없는 어린 아이 그자체 가지고 싶은걸 가지지 못해 장난감 코너에서 엄마 다리 붙잡고 발 동동 굴리며 우는 7살짜리 , 죽이고 싶은 7살짜리의 꼬마였다. 그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보지 않고 팔을 놓아 그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케익을 손보고 있는 희철을 바라보았다. "소년 왔어?" "왔다 에로영감, 너..재미있는 장난을 쳐 놓았더라?" "무엇일까 그게?" "내 마누라는 청순한게 좋지 에로틱한건 별로라서 말야.." "아...청순마누라 라고 해둘걸, 이래저래 해도 마누라는 마누라 잖아?" "맘 같아선 그 발칙한 입을 생크림에 비벼버리고 싶다" "..소년, 지금 벼랑끝에 서있구나?" 썅, 너 왕꽃선녀랑 친구지? 에로영감 진짜 싫어! "벼랑끝에 매달아 주랴?" "소년..사람은 누구나 첫사랑은 있는법이야" "터무니 없는 소리하지마! 알게 뭐야 그런게!" "신경쓰고 있잖아..자신이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가지고 있었지?" "씨...씨발..아냐..아냐!" "이래뵈도..소년보단 5년이상은 더 산 남자야..넌 소년이지만.. 마스터는 남자야..설마 사랑도 못해봤겠어?" "그게 나랑 무슨 관계냐고! 박정수가 사랑을 하든 밥말아 처먹든!" "같이 밥말아 처먹고 싶은 거잖아" 씨발, 더 얘기 했다간 내 속 다 꿰뚫어서 장기들 빼내 기증 시킬것 같아.. 어찌나 정곡을 콕콕 찌르던지 말할때 마다 화살들이 날아와 내 가슴을 명중시키고 있었다 . 그래.. 에로영감 말이 맞다. 같이 밥말아 처먹고 싶었던게 ..그게 내 맘이야 같이 밥말아 처먹어도..좋을것 같았단 말이야- *** 알바를 하는 동안 나는 실수연발이었다. 주문을 잘못 받지 않나 그렇다고 주문받은 대로 가져다 주는것도 아니었다. 음료수를 테이블에 놓다가 보기좋게 다 쏟아버리고, 음료를 놓곤 가만히 멍청하게 서있다가 자신의 치마속을 보고 있었다며 소리를 지르는 트랜스 젠더의 따귀를 냅다 맞기도 했다. 다른날 같지 않은 내모습에, 동해도 차마 못보겠는지 그만 나를 쉬라며 내가 서빙하려던 쟁반을 들고 주방을 나갔다. 송글 땀이 맺힌 이마를 털어내며 주방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았다. 마감까진 5분 ..내 머린 아직 까지도 온통 아까 낮의 마트안 상황이 생생하게 HD화질로 재연되고 있었다. 내머릿속의 지우개가 필요하다. 한경을 보며 헤벌쭉 웃어버리는 그 얼굴, 그 얼굴은 느낌은 확연히 달랐지만 나에게도 보여준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나만의 착각일까.. 아주 많이 귀엽고 , 해맑은 얼굴...기쁠때 마다 나타나는 보조개, 질리도록 하얀 얼굴까지...아까의 완벽했던 박정수의 모습은 나를 향한 모습이 아니었다. 나도 박정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있는것이 방해라도 된다는 냥 눈치를 봤다. 아니라고 한다면...서러움에 난 너무 ..너무.. "영업 종료 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수고 하셨어요" 내 깊은 고뇌를 깨운 사람은 박정수의 목소리였다. 박수를 치며 오늘도 수고 했다고 사람들을 다독여 주었다.그리곤 주방으로 들어가 깨끗하게 마른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 일단 이곳에서 탈출하자 집에가서 푹자고 나면, 지금보단 덜 하겠지... 나는 마무리 청소도 잊은채 재빨리 유니폼을 벗어냈다. 땀이 식은 사복을 입고 카운터 쪽으로 빠져나왔다. 나머지 사람들은 홀 안 청소를 하기 위해 청소 도구를 하나씩 쥐고 있었다. "미안한데, 나 먼저 갈게" "엇? 불곰 땡땡이?" "기집애 니 말대로 더위 먹었나봐, 설사 나올것 같아 집에 가서 쉬겠어" "..씨발 드러워" "니 앞에선 안쌀테니까 걱정마, 간다 마스터에겐 얘기잘해줘" 이동해의 말을 대충 받아치곤 까페문을 열었다. 휴- 하는 한숨과 함께 내려가기 위해 계단에 발을 디뎠다.한계단 한계단 내려갈때 마다 발에 닿는 무거움이 나를 짓눌러 버린다. 너무 무거워서 주저 앉고 싶을 정도였다. 얼마 정도 내려갔을까, 중간정도 닿았을때 까페의 문이 열리고 , 문을 열고 나온 박정수가 나를 불렀다 "영운씨?" 나는 뒤를 돌았다..그는 나를 걱정하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내게 화내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평소의 박정수다. "애들한테 못들었어? 집에 간다고" "어디..아프다면서요 괜찮아요?" 세계최강맥시멈 오지랖인 박정수가 호들갑을 떨며 계단을 내려 왔다. 나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자, 손을 올려 내 이마에 대려 했다. 난 그의 손을 내 손을 막았다. 흠칫 하는 박정수, "손대지마" "..네?" "손대지 말아줘" "...왜 많이 아파요?" "어" 투정 부리듯 나는 그에게 아프다며 말하고 있었고, 아프다고 말을 하니 정말 몸에 힘이 쫙 풀리는것에 으슬으슬 떨리기도 했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코에선 콧물이 날것 같이 맹해져 갔다 "오늘 나랑 마트..가지 말걸..아프면 말하지 그랬어요..아픈 사람 괜히..불러서" "...내가 아파서 그런게 아니잖아" "..네?" "내가 없었다면 , 그저 내가 없었다면 그사람 편히 만났겠네?" "무슨.." "기분 드럽게 없는 사람 취급하고, 두리번 거렸잖아" "영운씨...그런거 아니었어요. 정말 이에요!" "나, 니가 어떤 기분인지 다 읽어 낼수 있어, 니가 웃고 싶은지 울고 싶은지 알고 싶지 않아도 , 알게 되" 박정수...등신 처럼 이 날이 와서야 내 맘 깨닫게 된거 크게 후회해, 내맘의 근본이 뭔지 알게 된걸..후회해 병신처럼 "...영운씨" 이게뭐야, 제대로 차여보지도 못하고, 내 진심 말하지도 못하게 되었잖아. 어설픈 노멀이 너때문에 게이가 되어도 , 너라면 !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새끼 보며 연민 느끼는 널 보고 말았으니, 난 말도 못 꺼내게 되었잖아 어쩔거야 어쩔거냐고! 내 입을 막아버린 너....내 기분 알수 있겠어? 난 너의 기분 다 알것 같은데.. "그렇게 좋아해 버리면 , 난 뭐가 되냐?" "...도대체 왜 이래요..알아들수 있게 설명을" "미쳐서 그래, 아파서, 그럼 간다" "영운씨!...영운씨!" 입속에 맴돌지만 절대로 꺼내지 못할말- 나 아무래도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11 "여보세요, 이동해냐?" -불곰!? "그래, 나다" -왜 전화질이야? 반갑지 않아 니 전화 "나도 마찬가지 거든? 야, 오늘 그거 써야겠다 -뭔데? "쿠폰, 내 몫까지 니가 열심히 일해서 일당 받아라" -오늘 빠지게? 금요일이라 바쁠텐데 "더욱더 잘됐네, 어디 뭐 빠지게 일해봐, 끊는다 알바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 아직도 살아남아 숨쉬고 있는 이 감정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수업시간 내내 잠들어 있었지만 피곤이 풀리기는 커녕 굽혀진 허리 덕분에 뒤척일때 마다 뻐근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겠다 는 내 말에 김종운은 심장을 잡으며 헛기침 까지 했다. 이새끼가 나를 밥돼지도 아나... "김영운, 너 급식비 까지 띵겼냐?" "니미...배 안고프니까 너나 가서 처먹으라고" 험상궂은 내 얼굴에 김종운은 알았다- 그만 말할게 ,라고 중얼댄뒤 교실문을 빠져나갔다. 아무도 없는, 쥐새끼 꼬리 조차 보이지 않는 텅빈 교실에서 나는 계속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밖 하늘에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닌 맑은 박정수의 웃음이 둥둥 떠있었다 난 , 그의 웃는 얼굴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나이를 잊게 하는 그 얼굴은 곱고 귀여웠다. 내 농담에 어쩔줄 몰라하고 내 짜증에 그저 웃기만 했던 멍청하기 까지한 그얼굴을 , 좋아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제야 느낄수가 있는데..씨발 남자 란게 그깟게 뭐가 대수라고 그동안 그를 내속에서 밀어냈던 걸까. 하긴, 내가 당기면 뭐하냐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니 , 가짜 애인 행세 한것도 우습게 되었네 "똑똑!" "...." "김영운씨" "..." "선배!! "어?..어..성민이구나" 내앞에 얼굴을 들이밀곤 어흥- 하는 표정을 지은 성민, 깜짝 놀란 난 괜시리 눈을 한번 꿈벅거렸다. 재미있다는 얼굴한 성민이 내앞에 의자를 끌곤 앉았다 "내가 온줄도 모르고 무슨생각을 그리 해요?" "아냐" "음..에로마누라?" "아, 아니라니까 그거 친구가 장난깐거야" "점심도 안먹었다면서요 , 종운 선배님 지나가다 만났는데" "그래.." "배 안고파요? 점심을 포기 한거면..어디 아파?" "그런거 아냐" 토끼같이 동그란 눈을 뜬 성민이, 내 이마에 자신의 손을 대곤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럴리가 있겠냐 - 라며 난 손을 내리게 한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왜 축 늘어졌어요오" "니가 사나이의 마음을 알겠냐" "나도 사나이 인데!" "아서라" 녀석이 자신의 팔을 들더니 구부리며 근육을 보여주겠다고 마구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올라오는건 핏줄 뿐, 근육이 있을 턱이 없지 그래도 기운없는 나를 위해 애쓰고 있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됐다,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가봐" "선배 이상해.." "무엇이" "아무래도 오늘 선배는 이상해. 꼭 마음이 병든 사람 같단 말야" 얼굴에 그렇게 티나 나나...아니면 눈치가 절대적인 건가, 나는 약간 당황한 얼굴을 하곤 녀석을 쳐다보았다. 마음이 병들었다 라.. 넌 내 마음이 보여? 그럼 어떤 상태인지 말좀 해주라, 졸라 궁금하다 "웃기고 있네, 병든거 같음 약이라도 하나 사주던가" "안돼.." "뭐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선배.." "무슨 헛소리야" "아직도 몰라요?"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을 짓더니 나를 보고 하소연 하듯 말하는 녀석을 보곤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단 얼굴을 했다. "이렇게 기운없는 선배얼굴, 나만 봤음 좋겠어요" "야" "핸드폰 고리 까지 줬으면 , 뭔가 깨닫는게 있어야지..바보같이" "설마" "나..이제..더 숨기고 싶지않아, 이렇게 기운없는 얼굴 보고 있으니까..더 그러고 싶지 않아 졌어.. 내가...사귀고 싶어진 사람..좋아하고 있는 사람.." "성민아" "당신인데" 이녀석이 나에게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누가 누굴 좋아해? 남녀 모두 선생까지 인기만점인 너같은 국보급 인물이..나같은 건달을 좋아한다고? 이게 무슨 지나가다 화분 맞는 소리야, 야..너 틈새 공략해도 너무 갑작스레 하는거 아냐? 나 지금 박정수 하나로도 충분히 머리가 깨지겠는데 ... 뭐? 나를 좋아해?, 박정수도 아닌 니가, 나를 좋아한다고? "너 농담할거면 그만해" "농담아냐, 선배도 나 어느 정도 예뻐한다고..생각했는데, 아니에요?" "이뻐했어, 하지만" "그럼 내게도 기회를 줘요..지금 바로 밀어내지말구" 너를 예뻐했어 , 아꼈어 하지만..그건 후배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것이었는데 내가 여기서 너를 거절하면 넌..지금의 나처럼 무척이나 기운이 없어지고 기분이 우울해 질까, 하지만 난 너를 좋아하지 않는데..난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하는데,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 버려서, 너의 맘을 조금은 알기에 선뜻 말을 할수가 없어 "딱 일주일만 사겨봐요" "뭐?" "일주일 만나보고 그래도 내가 아니라면, 내 맘 정리할게" "성민아.." "나 정말 간절해, 이대로 포기하기엔 내맘이 너무 아깝잖아..응? 그러니까 내게..기회를 줘요..선배 혹시 좋아하는 사람..사귀는 사람 있어요?" "..어?...아..니" 다짜고짜 자신과 일주일만 만나달라는 제안을 한 성민,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확률이 희박하긴 하지만, 박정수가 날 좋아할리가 없잖아 좋아해주지 않는 사람 앞에서 쩔쩔매는것 보단..차라리..날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이 복잡한 맘 다 털어버리고...너에게 맘을 열수 있을까, 지금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지워버리고 싶어, 깨달은지 얼마 안된 만큼 잊는것도 쉬울꺼야, 지금이 아니면..절대 잊지 못할지도 몰라..그건 너무 무섭잖아 박정수 앞에서 전전긍긍 한 내 모습..보기 싫어 보고 싶지 않아! "거절해도, 너 뒷말없기다?" "선배..진짜죠?" "난 한번 뱉은 말 지켜" "..믿기지 않아...와...정말 나랑 만나줄거죠?" "일주일이야, 그때 되도 너..정말 아니면 아니라고 할거야" "와! 고마워요!!" 녀석이 활짝 웃으며 두팔을 벌리더니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동안 내가 단번에 거절하면..아니 고백했다 멱살이라도 잡히는거 아닌가 걱정했다며, 내내 마음 졸였다며 칭얼대기 까지 하는 성민을 보자, 조금 당황했던 내 마음이 어느정도 수그러졌다. 고백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차라리 내가 너를 좋아했다면 많이 기뻤을거야- "히히.." "뭘 웃냐" "선배 참 잘생겼다. 처음엔 잘생겨서 좋아했는데" "너도 게이일줄은 몰랐는데" "태어날때 부터 그런건 아니었어, 선배때문에 그렇게 된거야" "세상엔..게이도 참 많다" "응?" "아니다" 이번엔 내 손을 잡고 좋다고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과연 내가 잘한 짓일까- 이런다고 박정수를 지울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편할텐데... 박정수...그런데도 보고 싶다. 박정수! 오늘 알바 못가 , 아..이젠 상관없나, 아니..원래 부터 상관없는 거였는 지도..나같은거 하루 안온다고 지구가 뒤집히거나 그런건 아니잖아. "김영운, 좋아해!" "이게 어디서 " "오늘 집에 같이 가요 응?" "알았어" 너를 좋아하게 된다면...너가 나좀 잊게 해줘- *** 방과후 5시 나는 정문앞에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성민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조차 판단할수가 없다. 그저 박정수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는 것과, 잊을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이런다고 잊혀질까 - "선배!" "빨리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어온 녀석이 도착하자 마자 찾은것은 내 손이었다. 따듯하다..너 정말 나를 좋아하냐? 박정수의 손도 참 따듯했는데... "우리 바로 집에 가지 말고, 햄버거! 햄버거 먹을래요?" "먹고 싶냐?" "아니...선배 점심 안먹어서 걱정되니까" "어이구 그러십니까" "선배는 모르겠지만, 난 너무 걱정 된단 말이에요 밥 좋아하는 선배가 밥도 안먹구..아픈것 같은데 아프다고 말도 안해주고..성민이 섭섭해" "마누라 행세 하기는, 일주일 동안 만난다고 했지, 사귄다고 안했어" "흥! 그러니까 일주일동안 좋아하게 만드면 되지!" 자신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쥔 녀석이 얼굴이 귀여웠다. 함께 걷는 길이 쓸쓸하진 않았다. 나를 위해 무척이나 애쓰는 녀석때문에 조금은 괜찮을수 있었다. 번화가에 도착하자 굳이 날 무엇이라도 먹어야 겠다며 나를 패스트 푸드 점으로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뭐 먹을래요? 음..콤보세트?" "아무거나" "히히..여기 콤보세트 하나주세요! 아..콜라말구 사이다로 바꿔주세요" "난 콜라 좋아하는데" "안돼! 콜라 먹으면 뼈삭아..차라리 사이다 먹어요" 이녀석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너를 좋아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일주일만에 가능할까...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신경써주는 너인데, 왜 이런 너를 마다하고 난 어려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나를 보며 계속 실실대는 성민, 메뉴가 나왔고 그것마저 들게 할수 없어 내가 쟁반을 들었다. 그러더니 더더욱 헤헤 거리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미워할수가 없네 정말.. "자 빨리 드세요!" "니껀" "난 먹는것만 봐도 배부르다!" "웃기네, 자 반나눠 줄테니까 먹어" "아아아..싫어! 빨리 이거 다 먹어요 그러면 되 정말.." 극구 사양하는 녀석, 더 권할수 없어 들고 있던 햄버거를 한입 물었다. 드디어 밥 먹는다고 박수까지 쳐보이는 성민 때문에 웃음이 났다. 사이다도 먹으라고 빨대를 입앞까지 대주고, 샐러드도 숟가락을 퍼 먹여주려 한다. 처음엔 싫다고 화를 냈지만, 녀석 ..근성하나는 끝내준다. 내 짜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것도 다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이 감자튀김 안엔 독약이 들어서 이거 먹으면 이성민을 좋아하게 될껄요?" "진짜 썰렁하다" "에이..정말인데?" 그거 먹고 까맣게 잊고..내 정신상태가 예전처럼 돌아왔으면..나도 좋겠다 Rrrrrrr, "선배, 전화" "응" 교복 바지 주머니 안에서 울리는 전화, 에로영감..이젠 얘 앞에서 에로영감까지 오해사기 생겼네, 슬라이드를 열고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소년 , 오늘 일 안와? "갈궈줄 사람이 안와서 시원할텐데," -끝나고 회식이 있을텐데..상반기 회식말야 니가 와야 재미나는데.. "시끄럽고 니들끼리 잘하셔" -꼭 와줘야 할텐데... "왜그래 자꾸! -일단 장소랑 시간 말해줄테니까 선택은 자유야 소년.. "안가! 안간다니까? -밤1시 30분까지..그때 갔었던 바에서 할꺼야..알지?..무슨 바인지... "너 , 무슨 꿍꿍이야. -소년..사람들이..마스터의 애인은 너인줄 알고 있는데...오늘 안오면..뺏길지도 몰라.. "뭐?" -왜일까...왜 뺏길지도 모르는 걸까?..그건 누군가가..온다는 얘기 아닐까.. 아니면 이미..이곳에 있는지도 모르지...푸훗.. "너..죽는다 -아..죽기전에 끊어야지 아무튼 건투를 빌어 썅..이 자식이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 뭘 뺏긴다는 거야.. 그리고 난 그자식 애인도 아닌데 뺏기고 말고 할게 뭐있어..씨발.. 진짜 씨발이야..또..누가 뺏는단 말야? 뺏겨도 할말없지만.. 설마..그 자식이 와있는건 아니겠지- "선배 누구에요?" "어?..있어 친구" "그런데 왜..전화를 그렇게 받아요?" "종운이 자식이야" "아.." 나는 햄버거를 꾸역꾸역 씹으며 또 다시 망상에 사로잡혔다. 김영운, 너 이성민을 좋아하려 애쓰기로 했잖아, 에로영감 말은 두귀로 흘려버려 하지만...정말..내 염려대로 그자식이 와있다면..완전 K.O패 잖아- 젠장, 무슨 상관이야 그자식이랑 잘되면 잘되는 거지, 어차피 박정수는 그 자식 좋아하는거 같던데 , 나같은 피래미가 껴서 어쩌자는 거야 쪽팔림 당하지 않는걸 다행스럽게 여겨- 넌 겉이나 속이나 그 자식에게 상대도 안되...씨발 12 안녕하세요, 저는 오지랖이 넓고 성격이 조폭만큼 드러워 말도 거친 대한민국의 건실한 소년 김영운입니다. 네..저는 지금 그 미친 게이바 앞에서 있습니 다.............씨발. 에로영감의 저주 주술에 의해 성민을 데려다준 내 발걸음은 집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안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재수없는 게이바 앞에 도착해 있었다. 두번다시 오지 않기로 다짐해 놓고..이게 뭐하는 짓이냐, 그래 나는 나에게 시덥잖은 농담을 던진 에로영감의 숨통을 끊으러 가는 것 뿐이야, ..그것 뿐이야 한번 크게 숨을 몰아쉰 나는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눈에 띄는 게이바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전히 이곳은 어지럽고 술냄새 가득, 축축한 곳이었다. 술에 쩔어 비틀대는 게이놈들이 넘쳐나고 벽 구석구석에선 서로 정신없이 비벼대며 미친짓을 하고 있다. 이런 악의 구렁텅이에 얼씨구나 좋다! 라고 빠졌으니, 김영운 완전 병신이지- 안그래? 나는 고개를 연신 돌리며 내가 아는 낯익은 무리들을 찾으려 애를 썼고 얼마 가지 않아 멀대같은 애기놈과 히히덕 대고 있는 에로영감을 찾을수 있었다 옳치, 접수- "에로영감" "오..소년 왔어?" "선빵 초대 한번 제대로 하셨더구만 전화로" "애기..인사해 전에 봤지? 동해가 불곰이라 하던" "..아..안녕하세요" 야 이새끼야! 나는 지금 너의 아구창을 날리려 하고 있는 절대적인 타이밍이라고 넌 겁도 없냐? 아악..그리고 자기 보다 한뼘은 족히 더 커보이고 어딜봐도 애기같은 마스크는 절대 아닌데..어째서 말끝마다 애기애기 하며 좋아라 하는거냐 니 취향...알만하다 "시끄럽고, 나머지 애들은" "은해들은 오늘 따로 데이트가 있데..그래서 마스터만 왔지" "씨발..뭐야" "그리고 말야" "그리고 뭐" "저기..내 손길이 끝나는 저 곳을 봐봐" "..뭔데"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에로영감의 손가락 네비게이션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뚜두두두 레이더빔 이 자리를 마구 이동하더니 딱 , 그의 손가락과 일치하는 한 테이블에 꽂히게 되었다. 거기 있는 현장을 목격한 나는 눈이 뒤집힐 것만 같다. 화려한 조명들 사이로 실실 웃고 있는 박정수와, 그를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는 한경, "에로영감, 너 내가 박정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냐?" "난 그런 말은..하지 않았는데.." "구라 치지 마. 말 빼고 다했잖아 할수 있는건!" "소년..난 너의 편이야 후훗.." "씨발 존나 음산해" "이젠 니가 알아서 하는거야, 여기 까지 왔으니 사나이 라면 자신의 것은 자신이 노력해서 쟁취해야지 언제까지 알아주길 바랄거야?" 오, 너답지 않은 훈계스러운 말투.. "그리고 나 애기랑 놀아야되 빨리 자리좀 피해줘" 썅..그저 니가 귀찮은것 뿐이잖아- 나는 에로영감의 건방진 두눈을 갈겨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일단 사전탐색을 해보기로 했다. 가까운 근처 테이블에 앉아 웨이터가 가져다 준 찬물을 벌컥대며 눈은 박정수를 응시했다. 그는 내가 온줄 꿈에서도 상상조차 할수 없겠지, 나쁜놈, 사장이란게 직원이 안오면 연락이라도 해야지..저 자식 만난다고 나같은건 싹 잊어? 문자 한통도 없어? 세계최강 오지랖이? 너 웃음이 나와!!? "선배 이렇게 만나서 얘기나눈거..정말 오랫만이죠?" "그렇지..그동안 못다한 얘기 하니까 시원하기도 하고 재미있고..그렇다" "네 저두요 헤헤" 헤헤?...헤헤? 하고 자빠졌네, 그 싱글벙글한 표정좀 지울수 없어? 나 정말 미쳐버릴것 같아 , 당장이라도 가서 너 끌고 나가고 싶지만.. 씨발 어른답지 못하고 존나 애같이 구는것 같아서 , 쪽팔려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컵에 잠긴 마지막 한모금의 물을 더 털어 넣어도 내 들끓음은 쉽게 잠재우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앞머리를 쥐어뜯으며 계속 그 쪽 테이블을 보고 있는데 박정수 쪽으로 쟁반을 든 웨이터가 오더니 이게 왠일, 병맥주와 안주들을 쌓아 두고 가잖아? 설마.. 야 , 너 그거 마시려고? "정수야 너 술 못먹지 않아?" "아..네 그렇긴 한데요..병맥주니까..조금만 먹으면 상관없을것 같아요 솔직히 이런날 까지 술 안먹겠다고 빼면..안될것 같아서" "하하, 정수가 아주 큰 결심을 했구나 너 학교 다닐때도 선배들이 주는 술 극구 사양하면서 피했잖아" "그..그랬나.." "그래 너랑 나랑 이렇게 만난날, 안마시는것도 좀 어색하지...하지만 조금만 먹어 술 약하니까" "..네" "건배 할까?" "네!" 손으로 병맥주의 뚜껑을 돌려서 딴 한경이 하나는 박정수 에게 하나는 자신의 앞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둘은 병맥주를 들더니 서로에게 웃어 보이며 기분좋은 마찰음을 냈다. 망설이지 않고 박정수가 병 주둥이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더니 눈까지 찡그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와..니가 그렇단 말이지, 나랑 먹을땐 죽여 살려 했으면서 그 자식이니까 니가 오히려 나서서 먹이겠다 이거냐? 이게 완전 사람 가리네? "정수야 천천히 마셔 입가에 다 흘렸잖아" "네..?.." "이것봐 술은 급하게 마시는거 아냐, 너..나 때문에 그러는 거면 무리하지마" "아..아니에요!" 한경이 그를 어린애 보듯 바라보며 웃더니 그대로 손을 뻗어 박정수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멍하니 그의 손길에 경직된듯 뻣뻣하게 서있는 박정수 내참..어이가 없네, 그러더니 다시 한번 두손가득 쥐고 있던 맥주를 입에 마구 쑤셔 넣고 있었다. 꿀꺽 대며 목이 마구 울리고 있는것 을 보아 그저 목에 넘어가는대로 막지 않고 마시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수야, 그동안 애인은 안생겼어?" "..푸..!!..네??" 한경의 말에 박정수가 놀랬는지 마시고 있던 맥주를 뿜어댔다. 다행히 한경에게 까지 튀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발언에, 아니면 기다리고 있었던 그의 물음에 적잖게 놀란 모양 이었다 "하하.. 너무 예민한 질문 이었나?" "..아..아뇨, 헤헤..애..애인이라뇨 그런게..있을리가" 그런게..여기있다. 씨발- "너같이 귀엽고 다정한 애가 아직도 애인이 없어? 에이..말도 안된다" "정말이에요, 저 그리고 별로 귀엽지도..다정하지도 않구..힙!" "어..딸국질 하네? 자 여기 냉수마셔" "네..흑!" 드디어 박정수 안 오장육보들이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물컵을 받아든 내내 몸을 들썩이며 딸국질을 한 박정수가 어렵게 물을 마시고 있었다. 간신히 목으로 물을 넘기고 푸우 - 하고 한숨을 쉬어 보인다. 애인 없는 박정수 가... 나 완전 서러워 졌다. 에로영감은 내 뒤지는 꼴을 보고 싶어서 부른건지.. 씨발 애인도 아니라는데, 아무리 가짜라지만 여기 있는 게이새끼들은 박정수가 임자 있는 몸인지도 다 알고 있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아니라고 말해? 넌...니 사랑만 제일 중요한 거냐? "서..선배는요?" "나?" "네.." "그러고 보니, 내가 메일에 써놓지 않았던가?" "...?" "나, 미국가면 결혼해" 결혼해..결혼해 결혼해..순간 물을 마시던 박정수의 얼굴이 굳어지며 멍하니 한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는지 철저히 망가져 가는 얼굴 표정을 간신히 버텨가며 지켜내고 있었다. 푸하하! 박정수 꼴 좋다 , 들었냐? 여러분! 들었나요? 존나 지 첫사랑 만나곤. 기껏 듣는 말이 결혼해 - 래요!! 나는 갑자기 밀려드는 폭소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웃어제꼈다. 이게 무슨 씨발스러운 드라마란 말인가.. 박정수의 저 일그러진 실망스러움좀 보라지..것봐, 사람이 솔직하지 못하고 니 맘대로 저질러 버리니까..벌받은거야 날..숨긴 벌.. "정수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네.." 한경이 자리를 일어나 테이블을 벗어났고, 그를 지나쳐 고개를 푹 숙인 박정수가 보였다 약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듯도 했다. 앞머리가 다 앞으로 쏠려 비맞은 강아지 같기 까지 했다. 몇초간을 그러고 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남은 병맥주를 물 마시듯 한입에 털어 넣으려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나중에 크게 곯려 주려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박정수는 쉽사리 병에서 입을 떼려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다 마셔 버리겠네, 안되겠다 싶은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박정수가 앉은 테이블 쪽으로 천처히 걸어갔다. 탁! 하고 빈병을 테이블위에 거칠게 놓더니 여전히 고개를 밑으로 추락할듯 머리까지 다 쏠린채 숙이고 있었다. 고개 떨어질라- "야..박정수" 나는 한경이 앉던 자리에 앉아 청승 모노 드라마를 찍고 있는 박정수를 바라보았다 애처롭고, 한없이 작아보였다. 젠장, 그것도 사랑이라고 질질 거리고 있는 모습이 ..가엾게 느껴졌다. 야..너만 힘드냐? "어이 박정수, 이것봐라?" 내 부름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박정수는 숙인 고개를 유지하고 있을뿐 한손엔 아직도 빈 병을 쥐고 있었다. 딱한 마음에 나는 그가 쥐고 있던 병을 치우려 손을 가져다 댔다. 순간 병을 잡던 손이 놓아지고 곧바로 내손을 움켜 쥐었다 "뭐야" "..박..정수?" "어쭈? 이게 누구야, 무단결근 김영운 아냐?" 이런 씨발 딱걸렸다. 다크 박정수 마성의 게이 출동 "그래 나다. 너 회식하는데 나 부르지도 않더라?" "일하지 않은놈...흐흐..처먹지도 말랬다" "존나 우리 엄마랑 똑같은 얘기하고 있네" 고개가 삐뚤어지게 들어진 박정수,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눈이 살짝 젖어있었다 그러면서도 약해보이긴 싫다고 마구 날 째리고 있었다. "한경 이란 놈 만나려고 나 안부른거 아니고?" "..뭐?" "너 애인있냐는 물음에 있다고 대답 안하더라?" "없는데, 애인" "나는 ..난 너에게 뭐냐?" 마성의 게이라고 쫄 필요는 없다. 나도 이제 너에게 빠져버린 남자기에 너의 이런 모습까지 감싸줘야 할 아량은 필수목록이 되어버렸으니까 지금 니가 하고 있는 그 눈빛이 조금은 겁나긴 하지만..피할순 없어 "뭐라니" "가짜 애인도 애인 아냐?, 여기 있는 새끼들 내가 니 남편인거 뻔히 아는데 이렇게 외간 남자랑 만나고 있으면..말이 안되지 , 안그러냐?" "푸훗..야야 이거 김영운 깡다구가 업그레이드 했네?" "악성코드 번지고 싶냐?" "차인것도 짜증나 죽겠는데...너 까지 와서 칭얼대야 겠어?" 고개를 완벽히 들어 의자에 허리를 기대도 앉은 박정수가 나를 내리깔아 보고 있었다 살짝 풀어진 눈과 벌어진 입술이 , 눈에 띄었고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가 앞머리를 들어 넘기는데...그것 또한 가슴이 뛰어서.. "세상 참 뭐같지..실컷 짝사랑 하면 뭐하냐고, 결국엔 이렇게 차였는데" "야! 너 내얘긴 끝까지 안듣냐?" "들리지 않아, 니 얘기 난 니가 바라는 대답을 해줄수 없어" "왜! 왜해줄수 없는데!" "어린 놈이 어디서 박박 대들어" 허리를 뗀 박정수가 손을 뻗더니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튕겨져 나갔다 들어오면 또 누르고 또 튕겼다 들어오면 누르고 .씨발 니가 학주냐? 젠장..참다 못한 난 건방지다는 듯 나를 누르는 손가락을 잡았다. 그리고 정면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내꺼해" "푸하? 뭐라고 꼬맹아?" "나 니가 좋아졌어" 이순간 , 내게 제약된 것도 없고 못할말도 없었다. 이대로 영영 내 맘을 말하지 못한다면 후회할것만 같고 잠도 자지 못할것 같다. 니가 이렇게 좋은데.. 정신 나간 너도 환장할것 같이 좋은데.. "이게 진짜 애인자리 꿰차려고 하네?" "대답해" "이쁜짓도 적당히 해야 되는거야" "씨발 지금 장난 하는지 알아?" "아..몰라 몰라 머리아파, 나 나갈래 니 말듣고 있으니 머리 더아파" "야..야!" 내 손을 귀찮다는 듯 놓은 박정수가 휘청대며 일어났다. 자신의 울리는 이마를 붙잡더니 터벅 터벅 어려운 한걸음 한걸음을 냈다. 나는 조금만 더 걸어가면 쓰러질듯 발이 꼬이는 박정수를 잡으러 테이블에서 일어나는데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한경이 종종 걸음을 걷는 박정수와 마주쳤다. 그의 얼굴을 본 박정수는 오호라? 하며 픽 - 하고 웃어보였다 "정수야..?" "선배..선배다!" "너..언제 마신거야..괜찮아?" "그럼요, 저 멀쩡해요" "멀쩡한게 아닌데?..얼마나 마셨길래.." "한병 다..한병다 먹었는데" "안되겠다. 너 이러다 쓰러지겠어" "아아아 냅둬 냅둬. 결혼하는 선배는 이만 신부에게 가보시지요 네?" "..뭐?" 한경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박정수가 걱정이 되었는지 극구 그의 손길을 피하려는 걸 쫓아가 박정수를 부축이려 했다. 하지만 손사래를 치며 싫다고 하는 박정수 였다. "정수야, 나가서 바람이라도.." "악! 싫다니까? 나 괜찮으니까 , 가보시라니까요" "..너 이런데 나보고 가라는거야? 나랑 나가자" "아..아아!! 싫어..싫어!!" "정수..." 안타깝고도 즐거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제길 그깟 애정이 뭐라고 서로가 서로를 불쌍하게 만들고 , 만들어 지고 있는걸까 나는 한걸음에 다가가 한경의 어깨를 잡았고 박정수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고개를 돌렸다. 그는 내 얼굴을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엇 당신은" "박정수 한테 손떼" "..네?" "내 마누라 건들지 말라고" 나는 그의 잡은 어깨를 밀쳐내 뒤로 떨어지게 하곤 여전히 손을 흔들며 지랄하는 박정수의 허리를 잡았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병신 모진 말 하는거 젬병인 주제에- 나는 박정수에게 어깨 동무를 하곤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한경은 아직도 내 발언에 놀란채 그 자리에서 쉽게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미친 박정수" "..곧장 나가, 뒤돌아 보지 말고 곧장가" "알았습니다 마누라님" "누가 니 마누라냐.." "니가" "...바보.. 나 , 내일 아침이면 니가 했던 말 다 까먹을거야" "알아, 그러면서도 그런 니가 좋다고..그런 너를 잊어 보겠다고.. 오늘 미친짓 까지 했는데...어쩌냐" "너 원래 미친짓 잘하지..않았었나?" "그애 한테..너무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나도 너에게 미안한 짓 할거야, 난 너 좋아하지 않아" "벌써 부터 밀어내려 하지마. 어떻게 해서든..날 좋아하게 만들테니까" "병신.." 정말이야, 나 박정수 니가 정말 좋아- 이렇게 나를 밀어나는 너도 너무예뻐서..자꾸만 더 다가가고 싶어.. 13 "네? 어제요?..기억이..잘" 그 입 다물라!, 박정수 죽여버린다 진짜- 안녕하십니까- 지금 여러분은 서울 어느 외곽에 위치한 게이들이 즐비한 게이들만의 파라다이스인 까페 할렘 마스터인 박정수 씨가 술먹고 지랄 하다 다음날 아침 까맣게 잊고 또 헛소리 하는 소리입니다. "너 어제 내가 택시까지 태워서 보냈는데 기억 안난다고 할꺼냐?" "..아..저도 제가 어찌 집에 갔는지.." "썅 너 내 택시비 내놔, 할증 붙어서 제대로 나왔을텐데" "제가 어제 또 실수라도 한건가요?" "어 , 인류 최고의 실수" 박정수 너 나좀 도와줘라- 어떻게 내가 맘먹고 한 고백을 깡그리 잊을수가 있냐? 니 머릿속엔 delete키가 살고있니? 아니면 아침마다 새롭게 재부팅이 되니...지금 이순간 널 아주 좋아하는 내가 , 아주 좋아하는 너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 "얼마나 큰 실수길래..이렇게 학교도 빠지고 아침부터.." "사람을 죽였어" "네?!!!!???" 넌 김영운 이란 남자를 죽인거야, 알어? 비아냥 거리는 내말투에 화들짝 놀란 정수가 자신의 두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끔찍한 시체라도 목격한듯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너 진짜...사람 죽였다고 생각하는 건...아니겠지 "믿을수가 없어요..어쩌죠? ..당장 경찰서라도.." "너 앞에서 농담을 할수가 없다" "..네?" "농담 이라고 병신아" "..아..노..놀랐잖아요!!"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놀란 심장을 겨우 붙잡을수 있었다. 아침 댓바람 부터 까페에 찾아와 한다는 말이 농담따먹기 라니 김영운..너 이런삶을 살다간 고등학교 졸업은 커녕 , 퇴학 당하겠다. "니가 차였다는 사실은, 기억 할거 아냐" "...네?" "한경인지 안경 인지 하는 놈한테서 단번에 차였던거" "...그걸..어떻게" "하하, 세상참 우습지? 짝사랑 이자 첫사랑인 유학간 게이놈과 극적 상봉끝에 얻어낸 결과가 겨우 ..나..결혼해 - 라니 , 세상참 맘대로 안되" "영운씨.." "의기소침에 절망끝에 서있는 그 놈을 좋아하는..나같은 놈도 우습기 그지없다" "..." 세상이 내맘대로 안될 바엔, 될대로 되라지..나는 봇물터지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내고백과 내진심에 부끄럽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내말에 그는 적잖게 놀란 모양이었다. "뭘 놀래, 나 너 좋아하는거 이제 알았냐?" "..저기..저.." "어차피 은근히 내가 너한테 눈치준거 너도 알고 있었을 테고..모르는 척 하지마, 그리고 .. 이 인간 김영운, 벌써부터 차려고 하지마, 너 차인 사람의 맘 뼈저리게 알거아냐" "하지만..전.." "대답은 나중에 , 나중에 해" 나는 앞서 대답하려는 그의 말을 자른채 까페 안을 서성거렸다. 이곳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우리가 처음 보던 그 공원에서 내가 너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면 ,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일은 없었겠지..그리고 이렇게 예쁜 너를 좋아하게 될일도 없었을 거야, 그건 무척 서러운 일이겠지.. 서러워서 펑펑 울었을거야- "박정수" "..네?" "정말 좋아해" "..." "너, 그놈 때문에 게이가 되었다 했지?..나 너때문에 되었어, 게이가 뭔지 노멀이 뭔지 그 경계선이 어디인지 난 잘몰라, 아무튼 난 너란 남자를 좋아해 널 좋아한다는걸 인식 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 확신하게 되어서 이렇게..자신있게 고백해" "영운씨.." "이제 니 가짜 애인이 아닌, 진짜 애인이 되고 싶어 , 너때문에 게이 되었으니까 책임져" 물만난 고기처럼 내가 생각해도 진한 로맨스가 묻어나는 주말 하이틴 드라마 대본을 쭉쭉 읊고 있었다. 여전히 내 말에 벙쩌 있는 박정수, 멍하니 침까지 흘릴듯한 저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서 , 새콤한 레몬을 입에 머금은것 처럼 부르르 입안까지 떨려왔다. "너 나같은 킹카 잡기 힘들다? 이래뵈도 은근히 인기 많아" "..풋.." "어? 웃어? 코피터지고 싶나..아무튼 잘생각해 , 무슨 방법을 써서든 니가 날 좋아하게 만들어 보일테니까" "..영운씨" "그만 포기하란 말 , 니가 포기해..난 니가 좋으니까" "..." "좋아한다 라는 말, 하면 할수록 더 해주고 싶은 말인지 이제야 깨달았어 니 덕분이야, 나 학교 가야하니까 갈게..처음부터 너한테 내가 좋아한다는걸 세뇌 시키려고 온거야, 간다!" 나는 인사를 하려는 박정수를 뒤로 한채 까페문을 열고 나갔다. 지금쯤 3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이 한창이겠지, 학교에 도착할때 쯤은 아마도 내가 유일하게 집중하는 시간인 점심시간.. 점심시간을 떠올리니 머리가 갑자기 아파온다. 점심시간 때 마다 찾아와 한껏 재잘거리다 가는..이성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 "야, 김영운 너 학교 밥먹으려고 다니냐?" "그건 김종운 너도 마찬가지잖냐" "그래도 너처럼 땡땡이는 안친다, 얼마나 쳤으면 담임이 찾지도 않아요" "밥 먹으러 가자" "그 전에 성민이 한테 연락좀 해봐..녀석 너 1교시때 부터 찾아왔었어" "...왜" "내가 아냐?" 녀석 이라면 쉬는 시간 마다 우리반에 와 뒷문에 붙어 나를 찾기 위해 요리조리 고개를 돌렸을게 분명했다. 내가 잠시 돌았지..대가리가 돌아도 단단히 돌았지 무슨 베짱으로 일주일동안 만나본다는 허무맹랑한 약속을 했을까... 그렇다고 정말 하루만에 , 너 별로다 - 할순 없는거고..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말이지.. "야, 쟤도 양반은 못되나 보다" "..왜" "저기봐 저기" "영운선배!!!" 복도를 거닐고 있는 우리둘 앞에 작은 물체 하나가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리곤 그 가속도 붙은 물체가 쿵 소리를 내며 내 앞에 충돌했고 물체의 두팔은 나의 허리를 힘껏 껴안았다. 밀려오는 속도감과 충돌을 흡수하느냐고 내 배가 찢어질듯 아파왔다. 나는 작게 신음하곤 밑을 내려다 봤다...이성민 "뒤질래? 오장육보 튀어나오는줄 알았잖아!" "어디 갔다 왔어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핸드폰도 안받고!" "..아..진동이라 몰랐어" "나 완전 목 빠지는줄 알았잖아" "안빠졌으니 걱정마, 비켜 밥먹으러 가야되" "같이가요." 떨어질 리가 없지- 곧바로 내 팔짱을 끼더니 헤헤거린다. 옆에서 그 현장을 목격한 종운이 나와 성민을 번갈아 보며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왠 팔짱" "헤헤..그런게 있어요 그쵸?" "그런거 없어" "치.." 나는 종운의 이마를 치며 , 빨리 걷기나 해 - 라고 빈정대곤 복도를 걸었다 복도 양 사이드에서 이성민을 추종하는 친위대 와 그 소속원들이 나를 양껏 째리는것이 느껴졌다. 우리 귀여운 성민이 옆에 붙어있는 저 킹콩은 누구야..라는 마음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놈은 작은 목소리로 , 씨발 새끼 라고도 했다 가서 족쳐줄수도 있지만 주먹이 아깝기에.. "이성민, 좀 떨어져라 살인나겠다" "에이 왜요!" "넌 이 오로라들이 안보이냐...온통 지옥의 불구덩이들이 가득한데" "..내 눈앞은 꽃길 뿐인데?" "누가 널 말리냐" 복도를 지나 도착한 급식소엔 한번 지나간 풍파로 인해 조금은 한가했다 나는 식판을 들어 차례차례 점심을 받았고 더 걷기 귀찮은 맘에 맨앞자리에 식판을 놓고 앉았고 마치 자석이라도 된냥 성민이 쪼르르 오더니 내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선배.." "뭐" "헤헤.." "미쳤냐? 실실거려" "좋아서요" "난 너 별론데" "..이잉.." 아 진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대로 거절했다간 저 큰 눈망울에 눈물 빼고 짜고 할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사람이 밥먹으면서 우는 것이 제일 비굴하고 슬 프고 최악인 것을...평소엔 부드럽고 입에 착착 붙는 밥알이 모래알처럼 까끌거렸다 꾸역꾸역 밥을 집어 넣으며 나는 사념에 잠겼다. 어느 타이밍에 거절해야 잘 거절했다고 소문이 날까.... 이런 나도 참 잔인하단 생각을 한다. 내 애정을 위해 남 따윈 배려 하지 않는 내모습이 찌질했다 "선배 배 많이 고팠어요? 계속 밥만 집어넣어.." "니꺼나 많이 드세요 남 신경쓰지 말고" "치..아! 오늘도 집에 같이가요" "나 오늘 바뻐" "빼지말구..응? 선배랑 꼭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단 말이에요" "어딘데, 문화탐방, 박물관 , 인사동 이딴데면 죽인다" "..좋은 데이트 장소를 알았뒀지롱! 기대해요!" 밥알을 넣은 입으로 히히 라고 실실 거리는 녀석, 행여나 밥알이라도 떨어질세라 나는 성민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분위기 봐서 거절하려 했는데 이래가지곤 데이트에 후식 까지 챙겨먹을 노릇이다.. 아..김영운..!!! 넌 인기가 너무 많아...(이게 맞는 말일까) 14 이게 무슨 운명의 개장난? 진정 내가 이성민에게 방과후 먼지 나도록 끌려온곳이, 대한민국 그 흔하고 흔한 데이트 장소들 중에서 하필이면 이곳, 너와 내가 같은 남자이기 때문에 올수밖에 없다고 변명할만한..이곳 나의 일터, 나의 치부..나의 인생의 최대 오점! '할렘' 이란 말인가...하느님!!!! 내가 당신 가만히 안둘꺼야 "선배 뭘 그리 멍하게 있어요?" "너, 여기 어떻게 알았어" "엇? 선배도 할렘 알아요?" "너 같은 토깽이 한마리도 본적 없는데" "선배도... 태생이 게이? 뭐야! 그럼 처음부터 고백할걸!!" "시끄러워 게이고 나발이고 니가 여기 어떻게 아냐고 묻잖아!" 나는 박수까지 쳐가며 나의 얼떨결에 밝혀진 커밍아닌 커밍아웃을 반가워 하는 성민에게 주먹질을 해가며 협박을 했다 그러자 실실대던 녀석의 입가에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인터넷 게이 사이트에선 이곳 유명해요, 사실 전 건물 주변 어슬렁대봤지, 들어간적은 없어요 쑥스럽잖아 혼자서..헤헤" "그럼 계속 쑥스러워 해라, 난 간다" "어!! 안돼! 어디가요?" 나는 단번에 미련없이 뒤를 돌아 왔던 길을 가려하자, 성민이 내앞을 두팔벌려 가로막았다. 팔 분질러 버린다... "나중에 애인생기면 당당하게 들어가고 싶었단 말이에요!!" "누가 애인이야? 내가 만나본댔지 계속 만나자 했냐?" "여기서 나랑 차 한잔 마시면 나한테 반할지 모르잖아!" "웃기시네, 이왕 이렇게 되서 말인데 나 여기 정말 싫어하거든? 그리고 오늘 에서야 깨닫는다. 너랑 애인못해" "또 욱해서 맘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요 , 그리고 여기 안가면... 당장 내일 학교방송 에 우리 둘이 사귄다고..흠..사귈거라고 말할거야!" 날향한 녀석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왜 나는 막판에 사람의 눈을 보면 거절을 못하는 걸까, 저주라도 걸린것처럼 나는 또다시 맘이 약해지고 만다. 녀석에게 이끌려 할렘으로 들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고 갖가지 상상들이 나를 괴롭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안에 있는 녀석들의 비웃음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그리고 박정수 보고 다른놈팽이 만나지 말라고 선전포고 해놓곤 , 정작 나는 다른놈 이랑 까페에 들어가고 있으니...나를 얼마나 머저리로 볼까 안그래도 연하라 나를 마음속으로는 깔보고 있을게 분명한데.. 아무것도 모른채 마냥 행복한지 헤헤 거리는 성민이 드디어 지옥의 문을 달칵- 하고 열었다. 익숙한 커피향이 나고 익숙한 은은한 조명의 할렘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먼저 보이는 카운터까지의 길이 천리길 같다 어서오세요- 란 나의 동료들..하지만 나의 모습에 그들은 금방이라도 하이킥을 날릴듯 괜히 인사했다 는 표정이 적나라 했다. 야..이것들..씨발 "어이, 김영운 일찍 왔다?" "..어..어..네? 저요? 제이름을..어떻게.." "이 곰탱이가 더위 먹었나 ? 빨리와서 옷갈아 입고와 손님들 쌓였어" "저기..얼굴도 예쁘장 하신분이..자꾸 아는척을..하하" "형 왜그래요? 동해야 너 또 시비건거야?" "안그랬어! 썅! 너때문에 은혁이 잔소리 들었잖아!!!" 아수라장, 사면초가..나를 위한 이 애절한 말들, 이것들아 틱틱 대지 말고 내옆에 있는 작은 토끼의 얼굴을 봐주지 않으련? 한 학교의 임원을 맞고 있는 이기적인 브레인의 소유자인 이녀석도 이해가 안간다는 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선배...여기서..일해요?" "어..?어어?" "뭐야! 여기서 일하는거야? 그래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거에요? 우와 하하! 진짜 진짜? 선배 완전 천연 게이?" 선키스트 상큼한 천연 100% 무가당 게이도 아니고... 예상과는 달리 거부감없이, 지금의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는 얼굴을 한 성민을 보자 왠지 마음이 더욱 곤란해 졌다. 대충 꼬셔서 난 남자 안좋아 한다는 핑계로 떨어지려 했는데...은해 니네 둘 가만히 안둔다. "오우 소년, 능력있네? 영계를 물어왔어?" "시끄러워! 어디서 갑툭튀 해가지고!!그리고 얘 그런애 아냐!" "아니면...수단?" "..그입 다물라.." 나는 내 속을 훤히 거울처럼 들여다 보는 에로영감의 눈빛이 두려워 성민을 끌곤 대충 아무 테이블이나 앉았다. 빨리 유니폼 갈아입으라며 바락바락 대들며 쫓아온 동해를 향해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성민에겐 테이블에 놓쳐진 메뉴판을 건네 주었다. 신이난 녀석이 이것저것 메뉴들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음..뭐가 제일 맛있어요?" "다 맛없어" "치이..." "빨리 골라! 빨리 먹고 나가" "싫어요, 여기서 선배 일하는 모습도 구경할래" "구경은 무슨 구경하려면 저 멀리 산불 나면 그거 구경해" "뭐야 치사해, 그리구 왜자꾸 주변을 살펴요 죄지었어요?" 응...널 데리고 이곳에 들어온 죄..대죄인..김영운은 사약을 받아야해 나는 행여나 박정수가 나타날까 싶어 조바심을 내며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행여나 싶었지만. 역시나 입이 새털처럼 가벼운 기집애 녀석이 박정수에게 찌른 모양이었다. 주방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박정수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곤 웃으며 천천히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한발자국씩 다가올때 마다 내 목구멍엔 굵은 침이 꼴깍 삼켜졌다. "영운씨 왔어요?" "엇? 이분은 그때 팬시점?" "어머..그 귀여운 분이시네 여기서 뵙네요?" "네! 오옷 뱃지를 보아하니 이 가게 주인 이세요?" "네 박정수 라고 해요.." "선배 진짜 너무한다! 왜 이분 만났을때 거짓말 했어요?" "...옛날..얘긴 그만하고 빨리 고르라니까?" "에잇..보채긴 알았어요!" 빼도 박도 못하는 이 공간..이 난감함 속에서 나는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벌벌떨고 있었 다. 아니왜..?? 내가!! 이성민 좀 데리고 올수 있지 ! 암! 그렇고 말고 왜 쫄아있는거야 김영 운? 설마 박정수가 오해라도 할까봐서? 취향을 들킬까봐?? 참내...착각도 자유시간이지.. 박정수는 널 남자로 안봐, 오히려 여기서 우리둘을 사귄다고 오해하고 멍청하게 축하해 주면 모를까...하지만.. "저기 저는 잘 몰라서 그냥 레몬에이드 주세요! 선배는요?" "나..난 냉수줘, 박정수! 레몬에이드랑..냉수" "네 알겠습니다..그나저나 두분이서 같이 놀러 오신거에요?" "네! 전 몰래 깜짝 데이트 하러 온건데.." 데이트라고 하지마!! "선배가 여기서 알바를 했다니 정말 놀라웠어요, 선배가 남자 좋아하는지.. 훗..몰랐거든요" "아...그렇군요" "이젠 확실해 졌으니까 더더욱 노력하려구요! 헤헤..엇 초면인데 너무 실례..죠?" "아니에요 , 영운씨가..잘해 주나요?" 야 박정수 너 무슨 망언을 하는거야! 머리끝에서 흘러내려오는 한기로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우리둘이 무슨 특별한 관계라고 믿는걸까? 그에게 난 애인 행세를 하는 대역이었고 , 그러다가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고백한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첫사랑이 나타났어도 좋아한다고 남자답게 대쉬 하였거늘..지금 이상황을 아이러니 하게 생각해야 맞는 말 아 닌가 싶었다. 하지만 박정수는 그저 작게 웃을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영운씨는 좋겠네요..이런 귀여운 후배도 있고" "야..박정수" "아니에요! 선배가 얼마나 구박을 많이 하는데요! 꿀밤도 막 때리구" "그래요?..저한텐..한번도 때린적은 없어서..영운씨는 왜 구박을 해요!" "너.." "..음....흠흠! 제가 말이 길어졌네요 메뉴 어서 만들어 드릴게요" 꿈틀대는 내 눈썹의 움직임을 알았는지, 박정수가 내 눈치를 보곤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 싱글벙글 동네 잔치가 났는지 연신 웃는 이성민.. 너를 정말 어쩌면 좋으냐.. "너는 왜 쓸떼없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왜요..내가 뭐 틀린말했나" "난 분명히 말했다. 너랑은 안사겨" "왜 자꾸 그러는데요? 왜 노력도 하지 않으려 해요? 그럴거면 처음부터 대답하지 말았어야죠..치사빤스 보다 더 더러워!" "차라리 따귀 한대 후려치고 시원하게 끝내자, 너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그땐..내 처지가..좀 지랄맞아서..홧김에..충동적인 게 없지 않아 있었어" "너..너무해! 설령 선배가 나랑 사귀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진심인 사람 앞에서 한번에 내칠순 없는 거에요! 일주일 꼭 채워요." "성민아" "싫어요! 일주일 안에 날 좋아할수도 있는거구..그 안에서 정말..정말 불가능 한거라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잖아..네? 내 맘 이렇게 단번에 부시려하지마요" "...미안하다. 너도 큰 용기 낸건데..쯧...알았어, 그얘긴 이제 그만할게..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려 유니폼좀 갈아입고" 나는 울먹거리며 하소연 하는 성민의 얼굴을 보자 면목이 없어졌다. 그래 나는 내 맘만 급급해 다른 사람의 맘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성민이도 대단한 용기를 내서 나에게 말한 고백인데, 나는 녀석과 같은 마음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귀찮음에 빨리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만 했다. 그건..무척이나 잔인한 일이다. 나는 머리속을 정리하기 위해 테이블에서 일어나 카운터 안쪽 으로 들어갔다 옷걸이에 힘없이 걸린 유니폼이 오늘따라 더 힘없어 보였다. 꾸역꾸역 옷을 몸에 끼워 넣는데, 뒷통수에서 박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귀엽던데요..?" "나도 알아, 우리학교에서도 인기많은 놈이야" "좋겠어요? 영운씨를..많이 좋아하던것 같은데" "니가 어떻게 아냐" "얼굴을 보면 알아요..당신과 관련된 얘길 할때 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걸요" "너 무슨말을 하고 싶은거야..오지랖 질 하려면 그만둬" 나는 넥타이 를 매만지며 박정수를 쳐다보았다. 사귀라고 부추기는 말 한마디만 더 한다면 난 그대로 폭발해 버려 그에게 어떤짓을 할지 모른다. 그러니까..지금..내가 차라리 말을 씹어버리는게 낫다. 박정수는 살짝 팔짱을 끼더니 나를 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좋아해요?" "..뭘" "영운씨도, 그 후배분.." "야, 너 내가 너한테 한 고백은 귀로 안듣고 뭘로 들었냐? 사람 쪽팔리게 꼭 물어봐야 되냐?" "이상하잖아요" "뭐가!" 아..이놈의 성질..기어코 나는 소리를 내지르고 만다. 하지만 어쩌겠어, 박정수가 답답한 소리만 늘어놓고 계시는데- "제 애인..역할 해주면서..저한테는..아무도 못만나게..행동하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한경 선배를 만났을 때도..이유없이..화내고" "그래서" "저한텐..항상.." "단도직입, 몰라?" "저한테 고..고백도 했으면서, 왜..다른 사람 만나..요?" 어쭈? 박정수 니가 지금 나한테 뭐라고 쏼라쏼라 하는거냐 내 고백은 쌈싸먹듯 넘겼으면서..이거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 "누가 다른 사람을 만나" "여..영운씨가요!" "난 사람도 못 만나냐?" "그..그분은 그런 의미로 만나는게 ..아니잖아요!" "뭐가! 내가 아니라는데! 그 녀석이 하는말을 믿냐?" "불공평..해요!" 말은 거침없이 내뱉고 있지만 행여나 나한테 복부라도 강타 당할까봐 몸을 사리고 있는 박정수의 모습이 우스웠다. 나는 올라오는 혈압을 간신히 누르며 목덜미를 잡았다. "넌 나한테 언제 공평했냐?! 그리고 내가 누굴만나던 무슨상관이야?" "왜..왜! 저는..안되고 영..영운씨는 되요?" "너 진짜 크나큰 착각을 하는가본데, 아무사이 아니라니까?" "그런데 왜 그분이..그런식으로 말을.." 잠깐, 이거이거... 흥분만 할일이 아닌데? "야" "...왜요!" "너 , 속으론 나한테 관심 있었냐?" "..네..네?" 옳커니! 이것이로구나 이느낌이로구나! 에헤라 디야 왜 우리둘이 대화가 안맞는지 이제야 알겠다! "니가 지금 화내는거, 나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 말은 안해도 너..나..좋아하지" "누..누가 조..좋아한데요! 저..저는 그저 영운씨의 불공평한 일 처리에 불만이 있어서 그..그런다구요!" "에이, 얼굴이 빨간데?" "네..네?..이익..아..아무튼! 나이도 어리면서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간섭 말아요! 영운씨도 맘대로 했으니까요!나도 영운씨..눈치안보고 ! 행동할꺼니까.." 빨개지지 않은 얼굴을 , 빨갛다고 속이자 금새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곤 곤란해 한다 그리곤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을 야심차게 하곤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텅빈 창고 안에서 나는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하하..뭐야..이런 거였어? 깍쟁이 짓 한거야?" 상대를 구속하고 싶어진다.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1.. 완전한 증거는 아니지만, 박정수는 분명 나에게 반은 넘어온것이 분명했다. 나는 저절로 나오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4분의 4박자로 흥얼대며 창고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갔을땐 이미 음료를 만들고 얼음을 넣고 있는 에로영감이 보였다 "김희철씨 다 되었습니까?" "어라..소년..지금 뭐라고?" "네? 왜요" "소년에게 내 이름을 직접 들은게 백억년 만이라..거기에 존대까지 해가 북쪽에서 떠서 소년의 집에서 사라질 일이군" "헛소리 말고 쟁반이나 넘겨요" "뭐야..그 꽃웃음 ? 마스터 에게 뭔가 건질만한 얘길 주워듣기라도 한거야?" "난..당신이 무서워 끔찍하게도" "천만해" 천만은 개뿔, 나는 다시 빈정상한 얼굴을 한채 음료가 담긴 쟁반을 들고 주방을 빠져나갔다. 테이블엔 조용하게 앉아 잡지를 들춰보고 있는 성민이 보였다. 쟁반을 들고 테이블 앞에 다가가 서자 성민의 눈길이 옮겨졌고 유니폼을 입고 쟁반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여간 신선했는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우와! 선배 맞아요? 완전 짱멋져!" "초딩같은 말하지 말고 , 자 마셔" "맛있겠다!!" 빨대에 입을 대고 모기처럼 쪽쪽 빨아먹기 시작한다. (모기라 표현해서 미안하다..내가 국어를 못배워서 말이다) 후배로선 참 예쁜 녀석인데...서로의 감정이 달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유니폼 멋지다, 남자다워요" "알어 나 멋진거" "뭐야..농담하는거 보니 기분 좋은가봐요?" "..그래보이냐?" "네! 나는 선배 얼굴만 보면 알지롱" "대단하다." 나는 계속 연신 맛있다 란 호평을 보내는 성민을 보며 같이 가져온 냉수를 들이켰다. 시원하고도 이가 시린 느낌에 살짝 눈이 감겼다. 무엇보다, 박정수에게 내가 가능성이 있다란 사실이..시원하고 시원했다. 시원시원 하니..자꾸 에로영감의 멀대같은 애인이 생각나 토쏠렸지만.. 성민아, 미안하다 . 니앞에서 이런 웃음 짓는거 예의가 아닌데.. 그런데..나 자꾸 웃음이 나서 미칠것 같아- 실낱같은 희망이 ..사람을 벅차오르게 한다는거.. 예전엔 몰랐는데.. 눈물겹도록 기쁘다. 15 "다 먹었으면 가" "왜요? 조그만 더 있다 가면 안되요?" "나 일해야 되, 너 신경쓰여서 일도 제대로 못하겠다" "에이..뭐야 내가 신경쓰여 일도 못하는건..무슨 의미?" "의미없다는 의미" "에이씨! 신경질나!" 성민은 레몬에이드를 얼음 한알 남김없이 다 먹고도 계속 빈컵에 빨대를 대곤 쭉쭉 빨아대고 있었다. 물론 내가 놀아주길 바란다 는 무언의 메시지란건 애초에 알고 있었지만, 그럴 시간의 여유따윈 없었다. 놀아줄 의무도 없었고.. 이야..김영운 맨날 반성하면 뭐하냐 넌 진짜 싸가지 없어도 너무 없다. "알았어요! 갈게요..이게 뭐야 데이트같지도 않은 데이트 하구.. 눈치보이게 하구..쫓아내구..결국엔 버림받았어" "야! 그렇게 부풀릴 필요는 없잖아!" "몰라요! 선배가 책임져요!" "웃기고 자빠지고 헤드락 걸고 있네 , 계산서 가지고 어서가! 가서 공부해 모범생인줄 알았더니 이런 게이들 집합소 나 탐구하고..쯧쯧" "자기는 공부도 안하고 학교도 빠지고 게이들 집합소에서 일하면서!" "이게!" "으아아!" 내가 팔을 걷고 주먹을 올려보이자, 기겁을 한 성민이 계산서를 달곤 카운터 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해방감이 느껴진 난 주먹을 풀곤 미리 가져온 쟁반에 빈컵을 올렸다. 쟁반을 들곤 성민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걷는데.. 카운터에서 계산을 돕는 박정수가 보였다. "맛있게 드셨어요?" "네! 여기 너무 맛있네요 분위기도 좋구..영운선배가 일해서..더 좋구..헤헤" "네에..아! 계산, 오천원 입니다." "아...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또 오시구..조심해서 가세요.." "안녕히계세요!" "저..저기요!" "네?" 나는 뒤에서 그들이 하는 얘길 지켜보고 있었다. 딱히 감시하겠단 생각은 없었는데 왠지 껴서는 안되겠단 마음이 들어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런데 박정수가 뒤돌아 가려는 성민을 다시 불러세우는게 아니겠는가, "오시는건 좋은데요.." "..?" "영운씨..일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에..영운씨 쉬는 날에 같이 오세요!" "...네?" "아니..저기 제말은..영운씨가..일하는 시간에 오시면..제대로 같이 있지도 못하고 혼자 계시는게..좀.." "아..아아!..전 또 무슨말인가 했어요. 네 그럴게요" 어리둥절 하던 성민이 정수의 말을 듣곤 너털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했다. 성민이 출입문을 열기전 나를 찾는 듯하여 ,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살짝 옆으로 빠져나와 성민과 마주치게 했다. 나를 발견한 성민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고 나도 손을 들어 까딱거리며 웃어보였다. 어서가...어서.. 뜻을 알리 없는 성민이 까페를 나갔고 나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 돈을 집어넣는 박정수를 쳐다보았다 "야 박정수" "네..?" "너 웃기더라 금방?" "뭐..가요" "나 일하는 시간에 오지 말라니, 푸핫 너 지금 질투하지?" "무..무슨!질투요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는데 영운씨.." "아니기는! 누가봐도 남편뺏길까봐 노심초사 하는 마누라의 모습인데!" "오해하지마요! 전 그저..불량스러운 근무태도가 맘에 안들어서 하는 말이고 저분..혼자 있기도 뻘쭘하니까..그런거라구요" 한강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배 처럼 입을 삐죽 내밀더니 창고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애기야, 하드 사줄게! 애기야!! 푸하하.. 김영운 좌절스러운 나날들에도 해는 뜬다! 해는 떴고 박정수만 완벽하게 넘어오면 이 지긋지긋한 짝사랑 레이스와는 안녕이다.. "어이 에로영감" "응?" 빈 컵이든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 싱크대 안에 넣었다. 그리고 조금은 여유로운지 재료들을 채우고 있는 김희철이 보였다. 왠지..왠지 모르게 그를 불러보고 싶어졌다. "너, 니눈에 지금 뭐가 보여?" "뭐라니.." "그냥 너 헛소리 잘 하잖아 그것좀 지껄여보라고" 난 어쩌면, 그를 직장 동료가 아닌 점쟁이로 받아들이는 지도..... "너에게 종소리가 들려" "그렇지! 들리지!?" "그리고 눈물이 보여" "무슨 개같은 소리야 눈물이 있을리가 없잖아!" "하나를 얻는 대신에 하나를 잃을 예정이야" "...썅 너 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잘 나다가 꼭 한마디 재수없는 말을 던진다. 넌 욕먹어서 아주 오래오래살거다. 주방에서 앞치마를 털고 나온 나는 , 창고에서 다시 카운터로 나온 박정수를 보았다. 공책을 펴놓고 메모를 하는걸 보니, 재고 정리를 하는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박정수의 어깨에 얼굴을 올려놓았다. 묵직한 느낌에 박정수가 흠칫 놀라는듯 했다 "엇!" "으하하..나다" "뭐..뭐에요!또!" "너만 보면 안고 싶잖아. 그런데 지금은 근무시간이니까.." "이..이러지 마세요!" "뽀뽀하기 전에 그냥 하던 일해" "으...." 어깨에서 고개를 까딱까딱이며 말을 하자 박정수의 어깨가 더 무거지는지, 이리저리 어깨 를 들썩인다. 하지만 내 얼굴을 밀어내진 않았다. 그모습이 귀여워 나는 고개를 더 쭉 내밀 어 박정수의 볼에 촉- 하고 뽀뽀를 했다. 말캉대는 볼느낌이 좋아서 , 저절로 웃음이 났다. "아! 영운씨!!" "왜요 박정수씨" "하지 마세요!" "그럼 이따가 할까요?" "...그..그런말 아니란거.." "너 자꾸 숨기려 하지마, 너도 어느정도 날 좋아 한다는걸 알았으니까" "..." 어라? 대답이 없네? 뭐야 이제 고백이라도 하시겠단 말씀? "나도..잘 모르겠어요" 썅, 이런 미지근한 대답 듣자고 뽀뽀한거 아니거든 박정수씨? "아까 행동은 저도..이해할수 없어요 충동적이란거 인정해요.하지만..난 아직..아직.." "조바심 갖지마" "네?" "천천히 와, 내가 말했잖아 급한일 아냐..천천히 늦어도 좋으니까 결론은..나에게 오면 되" 박정수의 얼굴이 무척이나 곤란해 보였다. 아마 오랫동안 좋아해온 한경의 대한 마음이 배신당한것 같아서..인정할수가 없었던 것 처럼..그렇게 힘겨워 보였다. 분하긴 하지만 지금 여기서 내가 닥달 한다면 그는 나에게서 영영 도망쳐 버릴것이다. 기다려야 한다.. 박정수의 오랜 사랑까지 보듬어 감싸줄수 있는 멋진 연하애인! 이 되기 위해 나는 기다려야 한다. "잊지마. 그럼 나 쓰레기 버리러 간다" 나는 멍하니 (내가 멋있었나..) 쳐다보는 박정수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곤 까페 밖으로 나왔다 문앞에 있는 쓰레기 봉투를 힘껏 쥐고 쿵쾅쿵쾅 계단을 내려갔다. 결정타가 필요했다. 내가 아무리 박정수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오라 했지만 미쳤나?.. 눈앞에 넘어올듯 안넘어오는 오리 한마리가 뒤뚱거리는데, 당장이라도 확! 덮치기라도 해서 널 내꺼로오..만들거야 하! (많이 익숙한 노래다) 하지만 그랬다가, 정강이 제대로 차이고 이 짐승 늑대! 다시는 나타나지마! 넌 해고야- 라는 말을 들을까봐 겁난다. 이래뵈도 그는 이 까페의 마스터니까- "아..언제쯤 박정수의 입에서 날 좋아한다는 말이 나올까?" 쓰레기 봉투를 쓰레기 차가 오는 길목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곤 먼지 묻은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한번 폈다. 내일은 좀더 가까워지는 우리를 떠올리면서 *** ps.stoty 박정수 분부대로! (박정수 편) 잘나가는 게이 까페의 마스터, 그리고 술먹으면 나도 모르게 돌변해 버리는 그들의 입으론 나를 '마성의 게이'라고 부른다. 사실 나는 내가 주사 부리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체험담을 듣고 나선..절대 술을 먹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해본다. but! 사회인으로 술을 입에도 대지 않은 채 살아간다는 것은 밥 을 안먹고 하루를 산다는 것과 동일한 얘기..특히 오지랖 넓고 소심한 성격의 나 는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사춘기 언제 부턴가 나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정체성을 발견했다. 여자에게 두근 거리지 않고 나와 같은 남자에게 두근 댄다는 사실을..하지만 인정하지 않았었다. 잊기 위해 여자도 사귀고 일부로 좋아하려 애썼다. 피땀 나는 사투끝에 오는 것은 힘겨움..지치는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매일 자기 전 나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나는 여자가 좋다..여자가 좋다.. 그렇게 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사춘기가 지났고 대학 시절 한경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나를 어쩔수 없는 게이로 도장 찍어준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운 사람.. 한결 마음은 편해졌지만, 이루어 질수 없는 짝사랑에 나는 괴로워 했다. 선배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나는 더이상 폐인일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까페였다. 소심한 내가 무슨 마스터 냐며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뭐..이만큼 잘 해내고 있지 않은가, 알바 생들도 나를 위해 배려해 주고 있고.. 나는 우연한 기회(나의 실수) 로 인해 김영운 이란 사람을 알바생으로 들였다 그것이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무척 말이 험하고 행동이 조금 (많이) 무식한 사람이었지만...속은 무척 따듯한 사람이란걸 알수 있었다. 그는 겉으론 씩씩 대지만 결국엔 내 애인 역할도 해주고..챙겨주고 있다.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리고 조금은..행복 하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박정수 , 널 좋아해" 한경 선배를 한국에서 다시 만난 나는 또다시 혼란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다 지운줄만 알았는데...미세하게 남아버린 미련이 머리를 마비 시킬 정도로..힘들었다 그때 겹겹으로 다가온 영운씨의 고백에 나는 적잖게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나는 거절했었다..그를 받아 들이기엔 나에겐 마음의 방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나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 나는 그것 마저 받아 들일수 없었다 양심이 있지... "천천히 다가와, 나에게 오기만 해 ..지켜줄게 박정수" "박정수! 나 너 좋아해..너 진짜 귀여워!" "박정수 ! 가짜이긴 해도 니 애인은 나야 다른곳에 한눈팔지마.." 나는 이런 그의 말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왔고, 어쩌면 날마다 들을 정도 였으니.. 별 다른 마음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건방진 생각이었다.. 나의 이 오만함을 꾸짖듯..나에겐 무척이나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그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까페에 데리고 온것이었다.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를 데려 올수도 있지.. 라고 다잡아 봐도..함께 온 그사람의 외모를 봤을때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버렸다. 귀엽고 젊고..당당했다. 내가 주눅이 들 필요가 뭐가 있지? 영운씨와 나는.. 따지고 보면 아무사이도 아닌데 말야.. "선배! 데이트 해요 다음에도 네?" "웃기고 있네 토끼는 우리에 가서 배추나 뜯어먹으시지?" "치..그래도 싫다는 말은 안하네 헤헤" 영운도 그사람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말했던 모든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닐거란..착각이..아니면 현실인가... ? 김영운 이란 사람은 원래 이리도 다정하고 ..속넓은 사람이었나? 그럼 그동안 나에게 했던 말들은 뭐야? 당신,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나도 모르게 심술이 나서 ... 내 성격에 맞지 않는 직설적인 말들을 해버렸다. 왜 나에게 했던 장난 스럽지만..달달한 말들, 다른 사람에게 하느냐고.. 내 애인 행세는 그저 우리가 일적인 관계에서 맺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서 그런것이냐고.. 나는 묻고 싶었다. 그사람이 차라리 화를 낸다면 나는 ..괜찮았을 지도 모른다 "어라? 박정수..너 나 좋아해? 왜 신경쓰여?" 나도 참 바보지...무덤을 파고 말야...결국엔... 이렇게 엉뚱하게 알아버렸잖아- 나도 당신을..항상..눈여겨 봤던 건지도 모르겠어.. 뭐지?...이 벅차는 가슴속은 - 16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으아 끝났다" 역시 물장사는 여름에 해야 제맛, 이라고 하지 않던가? 더운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찾아 달콤한 음료를 찾아 온 손님들 (게이들) 이 끊이지 않던 할렘은 드디어 새벽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간판을 끌수 있었다 다들 막판에 들어오는 손님들 (게이들) 덕분에 허리 한번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일을 했기에 , 종료후 오는 기분좋은 통증에 다들 굽어진 몸을 스트레칭 하고 있었다. "마스터" "네? 희철씨" "오늘 매상도 좋은데 가게안에서 조촐한 회식이라도 하면 어떨까?" "회식이요..?" "응, 어때 다들?" "이야! 오랫만에 제대로 된 소리 한번 하시네요 셰프!" 역시 놀고 먹는것 좋아하기론 나 다음일 거라 예상되는 동해녀석..벌써 부터 좋다고 난리다. 동해가 좋으니 은혁도 한번더, OK! 사실 나느 집에 가서 씻고 늘어지게 잠을 자고 싶었지만 다수가 이러니..거절할수 없지 "그럼 가게에 있는 과자랑 가지고 올테니까 앉아있어..훗..소년 ? 주방에서 음식 옮기는 것좀 도와주면 안될까?" "왜 내가 해야 하는데?" "...아..보인다 보여..소년에겐..사랑의 오로.." "알았어! 간다 가!!!" 썅놈의 주둥이..오늘 저 주둥이에 알새우칩 과자를 마구 쑤셔 박고야 말겠다. 나는 에로영감의 뒤를 투덜투덜 거리며 뒤따라 갔고 다른 이들은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쟁반에 케익이랑 과자..오! 저기 냉장고에 남은 캔맥주 가져가" "술 먹게?" "소년, 내말 잘들어" "뭘!씨발..이거 안놔?" 내 물음에 눈이 번쩍! 꼬마전구 크기 만한 빛이 발하더니 곧장 내옆으로와 느끼한 버터를 바른듯한 손으로 내 팔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급격하게 밀려오는 소름에 나는 온몸을 부 르르 떨었다. 에로영감은 살짝 입술을 떨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 "마지막 기회야.." "어?" "마스터를 넉 다운 시킬..절호의 찬스! 하느님(김희철) 이 주신 마지막 기회!" "야 ! 무슨 소리라니까?" "...이래서 공부 를 잘해야 한다고 어머니가..말씀 하신 거로군.." "씨발, 내 욕하는건 잘 알아 먹겠거든?" 내 손목을 놓은 에로영감은 쯧쯧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영문을 알수 없는 내 눈을 계속 주시하며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마지막 기회라니 거기에다 박정수를 넉 다운 시키라는게 무슨 말인데?...... ....무슨 말이구나!! "야 영감! 너 혹시..." "물론이지" "역시 무서운 놈이야" 술을 먹여, 박정수를 김영운의 것으로! 옳커니 지화자 좋구나 ! 나는 이제서야 에로영감의 깊고도 은혜로운 생각을 이해해 내곤 음흉하기 까지한 웃음을 지었다. 웃지 않으려 해도 자꾸 입에선 피식 피식 대며 웃음이 나왔다. 술이란 걸 악용하면 안되는데...특히 박정수는 안되는데....아..김영운 너 양심을 지켜라, 너 사나이잖아 사나이 체면이 뭐가 되냐?.....뭐라도 되겠지, 지금 난 똥 오줌을 가릴 처지가 아냐, 어차피 휴지로 닦음 되는 걸? 안그래? "에로영감 실패하면 어쩌지?" "실패는 실을 뭉친.." "닥쳐" 에로영감 과는 1분 이상 대화하면 안된다는 규칙을 잠시 잊었다. 나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곤 주방을 빠져 나왔다.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은해들은 서로 가위바위보를 하며 진 사람이 이긴사람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유치뽕짝 게임을 하고 있었고 박정수는 오늘 하루 매상을 장부에 기록하고 있었다. 어이구 어째 공책에 글씨 쓰는 모습도 귀엽냐? 나중에 살림은 잘하겠어-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엥? 왠 술이야?" "회식에 술이 빠지면 섭섭하다고 에로셰프가 하도 지랄해서 말야 하하" "야, 이은혁 너 술먹지마" "..왜?" "너 내가 술에 곯아 떨어지면 집까지 데려다 줘야지 너 마저 취해버리면 나 집에 못간단 말야" 나는 절대로 연애 하거나 결혼을 한다면 (결혼을 할수 있을까?) 은혁이 녀석처럼 잡히며 살지 않을 것이다 절대 네버! 벨도 없는 멍청한 녀석, 기집애가 먹지 말란다고 테이블에 내가 손수 놓아준 잔을 거꾸로 놔? 야 기집애 너 그러는거 아냐! "박정수, 넌 안먹을 꺼지?" "..네?" "술말야, 너 술 기피하잖아" "...아.." "니 것까지 내가 먹어.." "주세요" "엉?" 처음엔 배려 해주는 척 하다가, 나중에 빈틈이 보일때 자연히 술을 먹이게 할 나의 철두철미한 계획이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박정수가 ! 박정수가! 지입으로 술을 달라 하다니, 왠일? 나는 조금 벙쪄 있다 물끄러미 날 보는 박정수의 눈과 마주치게 되자, 약간은 어색하게 캔맥주를 넘겨 주었다. "야! 야! 박정수!!" "어..어??? 마스터?" "마스터!" 하느님...지금 제가 보고 있는 장면은 영화입니까 아니면..드라마 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꿈 입니까? 내가 캔맥주를 건네 주자, 거침없이 집어 들곤 단번에 뚜껑을 딸깍 하고 열더니 거품이 마구 솟아 오르는 캔맥주를 단숨에 입으로 집에 넣는 것 이 아닌가? 이게 아닌데? 내 계획은 이게 아닌데? 이건 너무 빠르잖아!! 벌컥 벌컥 , 얼마나 급하게 들이키는지 목넘기는 소리가 까지 들린다. 나는 물론이고 은해들도 박정수의 모습에 심하게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나를 뒤따라 나온 에로영감도 눈썹을 심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두손으로 캔맥주를 잡고 눈을 질끈 감 은 박정수의 얼굴은 삽시간에 벌겋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푸하!" "...야...박정수?" "..왜요" "..마스터..내가..누군지..알아요?" "알아요 동해씨.." "엇? 아직 살아있다!!!" 입가에 거품을 묻히며 캔을 테이블에 소리나게 내려놓은 박정수는 ..동해의 말대로 아직 살아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머리가 뱅뱅 도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머리박고 쓰러졌어야 할 박정수일텐데...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동해도 구별해 내고, 내 목소리에 도 꼬박꼬박 답을 했다. "야 너 술도 못먹는 애가 !" "왜요, 나는 술 먹으면 안돼요?" "누가 그..그렇데? 나는 그저 니가.." "맘에 안들어..." "엉?" "답답해 죽겠다구요!!" 쩌렁 쩌렁 하게 들리는 박정수의 목소리는 까페전체에 울려 퍼졌다. 정신이 나간것도 아 닌데 박정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살짝 머 리도 쥐어 뜯는듯 했다. 그런 모습에 은해들은 다시 한번 놀라 서로를 껴안았고 나는 여전히 서있는 채로 박정수를 내려다 보았다. 에로영감?..이미 피신한지 오래지 "너 왜그래? 정신 나갔어?" "아뇨? 나가지 않았어요! 내가 무슨 정신 병자 인줄 알아요?" "그런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아..모르겠어요, 그냥..그냥! 갑자기 영운씨만 보면..답답해 지잖아요.." "..뭐?" 알아 들을수 없고 이해가 불가능한 말만 지껄여 대는 박정수에게 나는 할말이 없었다. 분위기 좋게 회식을 하며 박정수를 천천히 내것으로 만들려 했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나에겐 이미 빈정상한 마음만이 남아 있었을 뿐, 내가 답답하다고? 나만 보면 답답하다고? 어째서..어째서! "너, 똑바로 말해 내가 뭐 잘못한거 있냐?" "아뇨.." "그런데!" "몰라요! 모르겠다구요!! 모르!!!..." "야..야야! 박정수!" "마스터!"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박정수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곤 스르륵 눈을 감으며 그대로 의자에 쓰러졌다. 마치 건전지가 다 되어 작동을 멈춘 장난감 처럼 전원이 꺼져 버렸다. "야..불곰..어떡해?" "씨발..젠장, 몰라!" "이러다가..변신하는거 아냐?" "..설마..나 무서워 동해야" "제길, 박정수! 박정수 정신차려!" 은혁이는 벌써부터 과거 회상을 하기 시작했는지 동해에게 붙어 덜덜 떨기 시작했다. 동해도 내심 겁이 났는지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나는 박정수가 쓰러진 의자를 향해 몸을 숙이곤 벌겋게 달아오른 박정수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썅..에로영감의 말을 듣는게 아닌데..괜히..들떠 가지곤...그나저나 어디로 튄거야? 낼 뒤졌어. "박정수! 박정수!! 마스터!" "...." "..너무 많이 먹어 죽은거 아냐? 야! 야!" "...뒤질래" 은혁이의 눈이 더 찌푸려지며 옹알 대기 시작한다. 박정수, 박정수 박정수, V! 랄라랄라라라라라 공격개시!! 변신 완료! 씨발... "어이, 김영운" "왔냐? 마성의 게이" 이젠 겁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니가 친근할 정도다..봐도봐도 적응 안될줄 알았는데 이짓도 오래하고 보니 , 역시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고 하는게..이래서 나온 말인가 보 다. "어쭈? 못본 사이 더 귀여워 졌네?" "니 덕에" "하하.." "야 이은혁 이동해 너희 자리좀 피해줘" "물론이지!!" 우정에 국끓여 먹은 것들, 저것들을 동료라고 믿고 일한 내가 백번 잘못한거지.. "박정수, 오늘따라 왜그렇게 술을 급하게 먹은거냐?" "글쎄..왜 그럴까나?" 나온다 나온다.. 저 살벌하면서 섹시한 눈빛, 고개를 높이 들어 올리곤 눈만 살짝 내리깔 아 버리는데 진짜 돌아버리겠네.. "박정수..나 좋아하지 너?" "풋, 뭐라구?" "너 나 좋아하는거 다알아..내가 신경쓰이는거 다알아" "..웃기고 있네" "어디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 박정수가 어질 어질 대는 시각의 효과를 견디며 조금씩 나에게 벗어나 바닥을 걷고 있었다. 휘청 휘청 시계추 처럼 사정없이 흔들리는 박정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말해야되...오늘만...오늘만이 ! "좋아해!!!" 내 외침에 뚝 끊긴 박정수의 발걸음 "좋아해!, 그만 고민하고 나한테 와!" "...." "너무 튕기면 매력 없어 알어? 술먹고 투정 부리고, 때리고, 욕하는 너도 좋아 어리버리하게 자기맘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하고 끙끙대는 너도 좋다고!" "...김영운.." 앞으로 쏠린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넘긴 박정수가 어렵게 방향을 틀어 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푹 숙여진 고개가 안쓰러웠다. 그 힘없는 고개는 선뜻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너만 생각하면 하루가 행복 했다 가도, 그리워지면 하루가 불행해.. 끔찍하다고, 날 뒤흔들수 있는 사람..바로 너야 박정수" "...." "나에대한 믿음이 부족한거야? 내가 어려서? 너보다 어려서?..." "부족해..." 희미하게 들리는 박정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떨려있었다. 그리고 물기가 섞여있었다. 더이상 망설이지 말자. 더이상 숨길것도 더이상 움츠려 들것도 없다. 나는 나 김영운, 나의 방식대로 밀어붙이자- "사랑해" ".." "사랑해, 이래도 부족해?" "...흐윽....흐으윽..!" 나의 박정수가 힘없이 주저 앉더니 두손을 모아 얼굴에 묻어 버리곤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박정수는 자신에게 믿음을 줄수 있는 사람과, 자신과 함께 나아갈 믿음을 줄수있는 단 한마디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터벅 터벅 걸어가 박정수가 앉아있는 곳에 무릎을 꿇었다. "벌개진 얼굴 완전 홍당무 같네" "..흐...흐으...흐으읍.." "울지마라, 쑥스럽게 용기내서 고백했는데..울면 어쩌냐?" "..미안...미안해..미안해 김영운" "뭐가..아씨발 졸라 떨려서 니 눈물 닦아주지도 못하겠다" 미친놈의 손 같으니, 그깟 고백 하나때문에 수전증 까지 일으켜야 되겠냐? "뭐가 미안한데" "...그냥, 다..그동안의 일들 다" "됐어, 너만 대답해주면 되 그러면 다 잊을수 있어" "...흐읍.." 박정수, 대답을 해줘 내가 그동안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그말을.. 다른것 다 포기해도 이것 하나는 포기할수 없었던..그 한마디를 말야 "나도...김영운, 널 좋아해" 完 그대로 나와 박정수는 까페안 테이블에서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 어차피 인사불성이 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박정수 덕분에 나는 집에도 가지 못하고 꼼 짝없이 외박을 했어야 했다. 내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퍼붓다 어느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깨에 빠질것 같이 아파도 (난 진짜 로맨스는 적성에 안맞나보다. 어깨 빠질 걱정을 하다니) 그 원인이 박정수라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 면 "흐음..." "깼냐?" "엇?..여기가..어디.." "할렘이야" "네?...우리 여기서 잠든 거에요? 으하..머리야 머리아퍼" 술을 그렇게 가리지 않고 먹더니, 당연 머리가 깨질듯 아프시겠지...박정수는 윙윙 울려 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연신 흔들어댔다. 부시시하게 뻗은 머리도 푸석하게 말라버린 건조한 얼굴도..사랑스럽다. 금방이라도 볼록한 볼을 매만지고 키스하고 싶지만, 아침이라 입안에서 단내가 날까 조심 스럽다. (진짜 로맨스는...) "박정수" "...으..네?" "어제 한말 기억나?" 이쯤에서 확인해야 할일. 나는 지난밤 마성의 게이 박정수가 한일을 알고있다! 행여나 기 억 못한다면 이자리에서 패서라도 확신을 받고야 말테다. 나는 박정수의 얼굴을 빤히 보며 물었다. 머리를 누르며 마사지 하는 박정수가 나를 바라봤다 "뭘..요?" "뭘요? 너 발뺌하지마! 너 분명 술 퍼먹은 이유 나 때문이란거 다 아니까" "왜...왜이래요" "진짜 고단수네 이거 ? 오늘은 기필코 제정신일때 대답도 받아내고 말겠다" 나는 조금 떨리는 박정수의 목소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것을 꾸역 꾸역 참으며 건조한 박 정수의 양 볼을 잡았다 그리고 마구 눌렀다. 귀여운 얼굴에 입술까지 오리처럼 내밀어 졌 으니 금상첨화 로세 "왜..왜이에요!" (왜이래요!) "사랑한다고 말해" "..네?" "나는 박정수 사랑해, 그러니까 너도 말해줘" "무..무슨!" "나 사랑해 안 사랑해?" 이제 도망갈 곳은 없어, 박정수 넌..밀폐된 공간안에 있어........이건 아닌가 하도 볼을 만지는 바람에 금새 박정수의 하얀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프다며 바둥 대는 바람에 나는 금새 흥미를 잃고 볼을 놔주었다. 푸하 , 하며 숨을 쉬는 박정수의 눈 을 피하지 않았다. "사랑해? 안사랑해?" "...여..영운씨! 전..어제 제가..한 고백이..생각...헉!" "어쭈? 이거 다 기억 나나 본데? 야..너 혹시 그동안 마성의 게이인척 구라 깐거아냐?" "아..아니에요!!" 아니라며 두손두발 들며 고개까지 도리질을 친다. 너의 애처로운 모습이 나의 마음을 자 극하지만 미안하다 박정수! 나도 살아야 되지 않겠냐? "말해! 사랑한다고!" "영운씨.." "말 안하면 키스 한다?" "...네?" "하나" "영운씨!" "둘.." "아...아..." "셋!" "사랑해요!!!!" 아씨...차라리 말은 이따가 듣고 뽀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이럴때만 말을 잘듣지 박정수 머저리.. 입술 을 쭉 내민 나는 아까운 마음에 쓰읍- 입맛만 다시며 다시 쑥 입술을 집어 넣었다 "크하! 금메달 딴것이.. 이것보다 짜릿하지 못할거야" "...나...나빠요!" "뭐가, 그동안 뜸들인 니가 더 나빠" "..치.." "아, 너한테 어깨 빌려주느냐고, 어깨 고장난것 같아 삐그덕 삐그덕 거려, 한의원이라도 가던가 해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뻐근한 어깨를 휙휙 돌리며 박정수에게 어제는 니가 술에 쩔어 곯 아 떨어지는 바람에 집에도 못가고 종일 봐주고 있었다며 나름 생색을 내고 있었다. 시원 한 냉수를 한잔 마시며 정신을 차릴까 하고 발을 옮기는데 박정수가 내 티셔츠를 잡고 늘 어지는게 아니겠는가, 뭔일 인가 싶어 뒤를 돌아 보는데 , 헛..무척이나 상기된 박정수의 얼굴.. "뽀뽀...안해줘요?" 하느님, 부처님 공자 맹자 루소 소크라테스 알라신이여, 저..이남자에게 홀딱 빠진거 맞 죠? *** "선배!!!!!!!!!" "야 귀 안먹었어 고막 터지겠네" "미워..미워요!!!! 날 두고..고무신을 거꾸로 신어요?" "니가 군대갔냐, 무슨 고무신이야" "나와 만나보고도 끌리지 않으면 포기하랬지..누가 냉큼 다른 사람 만나서 연애 하라고 했어요!?" "미안..아..진짜 미안, 사실 나 그녀석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거든" 할렘에서 아침을 떼우고 구겨진 교복을 대충펴 입고 학교에 왔다. 그리고 먼저 찾은것은 교과서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성민이었다. 학교 건물뒤 벤치에 앉은 나는 내앞에 서있는 성민에게 몹쓸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너를 계속 만나는건 박정수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그리고 아침에 한 도발을 보면..바람 폈다간 죽을지도 모른단 살벌함이 들었단 말이지 "너무해...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서...나한테.."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빌잖냐 어? 어?" "...흐...흐아아아앙!!!" "서..성민아! 왜..왜울어?" "나.. 선배 없으면 못사는데!!! 선배 없으면 싫은데! 싫단 말이에요 으앙!!" 한문 선생님, 진퇴양난, 사면초가..이 상황에 쓰는 적절한 말이 맞습니까? 뜻은 모르지만 ..왠지 써야 할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성민의 울음보가 터지더니 그대로 엉엉 크 게 울며 바닥에 주저 앉는다. 엄마!! 저 장난감 사줘! 사주지 않으면 나 떼 쓸테야!! 라 며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앞에서 주저 않아 다리를 동동 구르는 젠장 스러운 꼬마아이들이 연상되었다. 아..진짜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성민아..너 이학교에서 나름 아이돌이야!! 이미지가 있 지! "야..성민아..성민아!" "..싫어..싫어!! 흐아앙!! 흡..!" "내가 이렇게 빌게 응? 잘못했다..뚝 그쳐" "흐읍...흑..그럼.." "응..그럼뭐?" "나랑 바람펴요" "나 간다" 하여간 세상에선 1분이상 대화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니까, 에로영감과 이성민. 하지만 근성 하나 만은 박수 쳐준다. 짝짝 아무리 내가 죄의식이 있어도 그렇지, 박정수를 두고 바람필수가 있겠냐? 우리 이쁜 박정 수를 두고 딴 사람을 만나다니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지 암! 선배!! 선배!!! 고래고래 소 리를 치며 나를 찾는 이성민을 뒤로 한채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저러다 그치면 말겠지...바람 피자고 말한 댓가야, 쳇! 그나저나 에로영감의 예언이 맞았군... 한사람은 운다 ..라.. "야 김영운, 너 이성민 얼굴 봤어?" "어..김종운 너도 봤냐?" "어! 완전 얼굴이 씨뻘개 가지고 콧물까지 흘리더라니까? 야..아이돌이 콧물이라니..하하 !" "인기좀 떨어지겠네...이거..미안한데 괜히?" "엥? 니가 왜 미안하냐, 미친놈" "맞아 난 미친놈이야" "돌은새끼, 그래도 아이돌은 아이돌인지, 성민이가 우니까 여기저기서 손수건이며 물수건 이며 수건이란 수건은 다꺼내서 애들이 코앞까지 대령하더라. 조금만 더 오바되면 콧물까 지 손으로 직접 받게 생겼어!" "하하! 그래서 성민이는 어때?" "제일 맘에 들었는지, 분홍색 손수건에 자기 코를 묻어 버리던데?" "분홍 손수건? 그놈이랑 잘되겠네 이제..그놈에게 맡기면 되나??" "무슨 헛소리야" "병신..그런게 있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몇일 후 성민의 근황을 알기위해 녀석의 교실로 찾아 갔을때 성민 의 옆엔 그 분홍색 손수건의 주인공이 그 빛나는 손수건으로 성민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 다. 하..이걸 아쉬워 해야되 기뻐해야되? 변덕이 죽 끓듯 하군 요즘 청소년은.. 하여간, 날 두고 버린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나겠지!..하하.. 김영운 미친놈- *** 여전히 나의 할렘은 바쁘다. 쑥쑥 오르는 매출과 함께 나의 시급도 300원이나 상승했다. 나름 빚쟁이 었던 나도 100만원 정도는 갚게 되어 겨우 집안에 여유있게 발을 붙일수 있 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갚아야 할돈이 남아 있기에...그리고 나의박정수가 있 기에 나는 아직도 할렘에서 일을 한다 "불곰! 4번 테이블에 머핀 하나 추가!" "셰프, 아이스라떼랑 아이스 비엔나, 아! 비엔나엔 아이스크림이요" "동해야, 이리와서 빨대 뭉치좀 찾아줘 보이지 않아!" "이은혁! 머핀 가져 왔으니 가져가 니가! 나 지금 바쁘다!" 우리는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이제 불곰 기집애등 약점을 노린 닉네임도 미운정이 들었 는지 익숙해지고..가끔은 귀여워 보이기 까지 한다. 여전히 동해와 은혁이는 은밀한 주종 관계를 이어가며 재미있게 연애를 하고 있고 (물론 은혁이가 봉이지만) 에로영감도 음지 의 오로라를 마구 내뿜으며 나를 겁주고 있다. "소년...소년은 정력이 얼마나?" "뭐야! 갑자기 정력은 왜 물어 기분 더럽게!" "...풋..삼계탕이라도 하나 들지 그래? 요새 기운이 없어 보여서 말야" "야! 너한테 그런말 듣기 짜증나거든!!넌 그 얼굴에 거시기가 달려있긴 하간?" 저녀석은 신기가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도 사람을 꿰뚫어 볼수 없는거다 .! 요새 알바가 계속 바빠 저녁도 제대로 못먹고 일한적이 많고..일은 일대로 힘들고 가 끔 때려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저기 저쪽 카운터에서 꽃미소를 날리는 나의 박정수 를 보면 그런 기분도 상쾌하게 사라지고..행복해 진다 "박정수우.." "네?" "나 너무너무 힘들어..쉴틈도 없구..기집애는 자꾸 나에게 일 떠맡기구.." "애 처럼 왜그래요 영운씨" "아아아아아아! 박정수야..응? 나 진짜 힘들어 응?" "어서 가서 일해요 네? 다른 분들 영운씨가 없어서 할일이 더 늘겠어요" "에이씨! 씨발! 알았어! 둔탱이 머저리" 누가 박정수고 누가 김영운인지..헷갈릴 정도로 우리는 닮아 가고 있었다. 산만한 등치에 팔을 베베꼬며 아잉.! 을 날리는 어색한 나와, 이젠 술을 먹지 않고도 무심한듯 시크한 파이터가 되는 박정수 (욕만 안했다 뿐이지..) 은해들과 에로영감이 이런 현장을 목격하 면 항상 혀를 끌끌 차거나 심지어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기집애... 나는 투정을 받아 주 지 않는 박정수에게 괜한 욕을 하며 뒤를 돌았다. 쳇! 오늘 집에 같이 가나 보자 안데려다 줄꺼야, 젠장할 새끼 "영운씨" "뭐!!" "내가 , 사랑하는거 알죠?" "..." "사랑하니까, 오늘도 힘 내줘요" "...바보 새끼, 사랑하니까 매일 힘내고 있는거야" "고마워요" 오지랖 백만평수에 , 소심한 박정수는 이제 제법 사랑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줄 안다. 오히려 내가 사랑한다란 말을 아끼고 쑥스러워 한다. 나의 비타민 나의 청량음료 박정 수...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싱그러운 애정의 말...이보다 더 행복한 남자가 또 있을 까? 저요!! 저요!! 라며 나에게 도전할 이은혁이 떠올랐지만...푸훗 녀석 넌 아직도 형님 을 따라오려면 멀었다 자식아, 할렘, 이곳에서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2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한심한 고 등학생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것이다 비록 평범한 세계가 아니었던 터라, 힘들고 외로운 날들이 많았지만.. 박정수 너를 만날수 있어서 나는 다 이겨낼수 있었고 희망을 품을수 있었어, 나와 만날수 있게 할렘을 만들어준 너에게 ...그날 공원에서 닭둘기를 향 해 과자를 날리던 너에게..(이상한 추억..) 내 새파란 거짓말을 철썩같이 믿어준 바보 같은 너에게...착한것 빼곤 시체인 어리석은 박정수에게... 고마워, 백번 말해도 모자라..고맙다는 말 나란 인간 좋아해주고 아껴줘서...나를 받아줘서... "박정수!" "또 왜요.." 평생, 함께 해줄래? "커피 떨어졌어, 같이 저녁에 사러가자" "좋아요" 너랑 언제나 함께이고 싶어- "나도 좋아해" "..풋..장난 그만하고 일해요" 사랑해- 박정수, 사랑한다!! 나의 까페, 할렘!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