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서방
 꾀가 많고 유모아가 많다는 서철이가 스무 살이 되도록 주인 윤광훈 아저씨 댁에서 머슴으로 일하였는데 그 때에 가장 괴로움을 준 것은 주인아저씨였다.
어찌나 서철이에 대해서 간섭이 많고 잔소리를 해대는지 서철은 일을 하면서도 도무지 기분이 나지를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어라고 대꾸를 할 수는 없었다.
이날도 새벽같이 일어나신 주인아저씨는 서철이가 자는 방문 앞에서 기침을 캑하시고는 매일처럼 천자문 외우다 싶이 같은 말씀을 하신다. 
  “아직 잠을 자는 거냐.”
그때 서철은 대문 밖 뒷간에 가서 있을 때였다.
  “ 이 녀석이 왜 대답이 없어. 식전부터 어디를 갔단 말이야. 혹시 염 서방네 사랑방에 간 게 아니야. 일전에도 밤새도록 거기 가서 화투장을 붙들고 있었다던데. 알량한 새경 받아 가지고 하룻밤에 다 날려 뿌리면 즈 어멈은 어떻게 살라구 .”
그때 대문이 열리며 서철이 들어서자 댓돌을 내려서던 아저씨는 반기는 듯 하다가 금방 상을 찡그린다. 
 “ 서철아. 너 그 꼴이 뭐냐. ”
서철이 그 소리를 듣고 제 옷매무새가 잘못되었나 하고 내려다보니 오른쪽 가랑이가 무르팍까지 죽 찢어지고 어떻게 일을 보고 나서 밑을 씻다가 고만 앞자락에 똥을 묻혔던 모양이었다. 시철이는 왜 바짓가랑이가 찢어졌는지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다 있었으니 방금 뒷간에서 나오다가 아저씨가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놀라 뒷간 문 모서리에 가랭이가 걸렸지만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바지가달이 찢어진 것을 몰랐으며 더구나 앞자락에 똥이 묻은 것은 생각도 못하였는데 아저씨는 그것까지는 보시지를 못하신 모양이었다.
 “ 그래 어제저녁에도 염 서방네 사랑엘 갔던 게냐.”
 “ 절대로 어제저녁에는 다른 데를 갔지 거기에는 가지를 않았습니다. 요.”
 “ 다른 델 가다니 네가 아는 곳이라고는 그 집, 밖에 더 있더냐.”
 “ 아저씨가 언젠가 강 건너 엄 첨지 댁에 심부름시키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머슴 놈이 저와 한동갑이고 걔의 여동생이 아프다고 해서 약을 구해다 주고 왔습니다 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