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봄

                                허남국

오뉴월 햇살이 등짝을 지글지글 태워도  
영감탱이 한마디에 나는 또 속아 웃지!
요 밭만 다 갈아주면 점순이랑 혼례 치러주마  
그 말이 꿀처럼 달아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또 속아 넘어가 
허허 웃으며 쟁기질하지 

점순이 분홍 치맛자락 바람에 살랑이면  
내 심장도 밭고랑처럼 벌렁 일어나 뛰었지!
남들은 곰 같은 놈이라 
손가락질해도
무릎 꼬뱅이가 으스러지게 일해도 좋은 미련곰탱이 
점순이 얼굴 한 번 품어보는 게 소원이었지.

오늘도 영감탱이는 또 밭만 갈아 대라 하고
성례는 내일로, 또 내일로 미뤄만 두니
머슴만 공짜로 부려 먹는 도둑놈일세
내 속은 까맣게 타도 점순이 생각에 일만 해댔건만  
봄은 와도 내 혼례는 오질 않네!
허허, 참 내 팔자야

  
각주:
  영감탱이 : 영감의 비하적 구어체
  미련곰탱이 :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 
  무릎 꼬뱅이 : 무릎 관절

작가 프로필



청일문학 시인등단(2018) 수필문학 수필가등단(2019) 강원시조시인협회 시조시인 등단 (2022)
저서: 「소리로 보고 빛으로 듣고 (시. 사진집)」
한국문인협회 강원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춘천지부 이사. 춘천수필 이사  한국디카시강원지부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