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사택
         손정식

강원도 삼척시 도계, 심포리
하늘 가까운 함백산 기슭
나직이 엎드린 유창 갱 아래
넓은 공터 한쪽에는
1동 4호 연립 광부 사택이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먼 타향의 보금자리
가난한 살림 끌어안고
광부들은 저마다의 일터로
하루를 견디러 나갔다

병방에서 갑방으로
밤낮 없이
탄광은 돌아가고
까만 석탄가루 날리는
칠흑 같은 갱도 속에서도
한길 탄맥을 만나면
가슴이 먼저 뛰었다

그 들뜬 숨을 누르며
뜨거운 바닥에 웅크린 것은
가난의 서러움을 지우고
가족을 살리고 싶은 꿈이었다

유배지는 아니었으나
아이들은
아비가 광부였음을
차마 말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사택의 아내들은
서로의 고단함을 앞지르지 않고
존중이라는 오래된 말로
밥상을 차렸다



산업화의 초석

             손정식

어두운 터널 속에서
청춘을 바친 광부들,
생명을 담보로
석탄을 캐던 그들은
뜨거운 지열과
돌먼지 속에서도
굽어진 삶을
묵묵히 견뎌냈다

막장의 어둠을 지나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가족의 내일을 위해
앞만 보고 걸어온 세월
오늘의 경제발전은
그들의 땀과 눈물 위에
세워졌고
그들은 산업화를 이끈
이름 없는 전사들이었다

한때 삶의 터전이던 그곳은
이제 빛바랜 그림자로 남았지만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검은 땅속에 묻히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