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제 지내는 날

김경숙

영영 깨지 못할 잠에
깊이 빠진 당신
타버린 연탄재처럼
온몸을 불 사르고
조용히 떠난 당신

그곳에도 막장이 있을까요
병든 몸도
말없이 받아 주는 곳인가요

건강검진에서 밀려난 몸이라
받아 주지 않을까 두려워
당신은 산업 전사 명패 하나
가슴에 품고
그 길을 가신 건가요

젖은 그리움 흰 옷깃에 여미고
낮은 산길 따라 오릅니다
오늘은 
산업 전사 위령제 지내는 날

당신께 닿는 길 위에서
애타게 불러 보지만
그 부름은 낮은 산자락에
메아리 되어 돌아옵니다

탄광촌

김경숙

탄광 문 닫은 지
오랜데
우리는 아직도
탄광촌이라는 이름을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안고 산다

어딜 가나
태백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탄가루 묻은 골목과
검은 먼지의 시간을 떠올린다

아직도 태백병원 규폐 병동엔
얼마 남지 않은 광부들이
콧줄에 숨을 기대고
하루하루를 건너고 있다
광부의 날이 정해지고
산업 전사를 기리는
행사는 늘어가지만

메마른 오늘보다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녔다던
그 시절의 왁자한 골목이
못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