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박귀주
혼자서 밥을 먹는다. 
아침에 혼자서 밥을 먹는다. 부엌으로 들어갔다. 가스레인지를 보았다. 어제 끓여놓은 누런 된장국이 남아 냄비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 옆에 압력밥솥, 뚜껑이 열린 채 흰 주걱 아래로 잡곡밥이 보인다. 냄비에 불을 붙이고, 공기와 주걱을 가져와 압력밥솥에 밥을 긁어 담았다. 냄비에 된장국이 지직거린다. 숟가락으로 냄비 속을 한 번 휘젓고 끓기를 기다리는데 피어오르는 연기에 짠내가 난다. 불을 끄고 된장국을 냄비 채 뒤집어 국그릇에 담는다. 국물이 옆으로 흘러내린다. 설거지통에 냄비를 집어넣고 한 손에 밥, 한 손에 된장국을 들고 식탁에 앉는다. 3분, 아침밥을 마쳤다.
물을 떠 와 약을 먹는다. 당뇨약, 혈압약, 고지혈증 약, 그리고 각종 건강식품이 식탁의 한 쪽에 도열해 있다. 지난번 누군가가 당뇨에 좋다고 해서 산 여주 그리고 필수 영양소라고 해서, 세포막에 좋다고 해서, 노화를 방지한다고 해서, 전립선염에 좋다고 해서, 한 주먹 입에 넣고 물을 마신다. 

혼자서 봉화산을 오른다. 
목이 마른다. 배낭을 연다. 500 밀리리터 패트병이 보인다. 물이 반쯤 남아있다. 이게 그제 담아 둔 것이가? 그전에 담아 둔 것인가? 그냥 입에 대고 말끔히 마셔 버린다. 젊은이가 앞서 지나간다. 따라가 보려고 기를 쓰자 가슴이 헉헉거리고 고관절이 삐그덕 거린다. 소나무 그루에 손을 기대고 하늘을 본다. 더럽게도 맑다. 비둘기 한 마리 보이지 않고 휑하다.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야외로 나간다. 바퀴 닿는 대로 차를 몰고 나간다. 들녘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운다. 가을 햇볕이 따갑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금빛이던 논은 곳곳에 갈색 맨몸을 드러내고 흰 비니루에 감긴 짚더미만 팝콘을 뿌려놓은 듯 나뒹굴고 있다. 트랙터 한 대가 장난감처럼 움직이는데 사람이 없다. 논길을 걸어도 사람이 없다. 한참을 달려 장흥에 닿았다. 주차할 곳이 많을 듯한데 막상 대려니 쉽지 않다. 저녁 먹을 곳 찾는 것도 그렇다. 좀 번화하다는 곳에 차를 대고 길거리로 나섰다. 길거리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