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편 雪片
                                                 글 德田 이응철(수필가)

새벽부터 눈이 흩날린다. 유년 시절 눈이 내릴 때면 어머니는 툇마루가 눈 아래 보이는 작은 창가에 창호지로 바른 유리창에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시며 흥분에 젖어 눈이 가늘게 내리면 많이 온다고 공식처럼 되뇌곤 하셨다.
  눈이 내리면 신비롭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철없던 시절이나 망팔望八의 지금 중년에도 눈의 마력은 참으로 여전하다. 
  부드러운 설편雪片을 바라보는 노년의 심정은 어떠한가! 마음 그대로 사진으로 투사하고 싶다. 때묻지 않고 춤추며 낙하하는 눈을 보노라면 습관처럼 저들의 생애를 견주어 보곤 한다. 부러움이 앞선다. 나도 너처럼 가벼웠던 시절을 그려본다.
 
손바닥에 닿으면 금세 사라질 유한한 생을 공유하면서 왜 이토록 뿌리치지 못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아온 내 생을 돌아본다. 순백의 눈처럼 우리의 동심도 한없이 출렁이면서 꿈들을 모아 움츠리지 않고 대나무 순처럼 뻗어나가던 생이 이제 고희를 넘었다.
 거침없이 내리던 설편雪片이 오후가 지나서 멈추었다. 손을 비비며 내리는 눈에 가슴을 내어주던 어머님의 하루, 항상 내 천川 자를 이마에 달고 지난한 세월을 인고하시던 맏형도 이날만은 활짝 이마를 펴시고 온 식구들의 마음을 편케 해주시던 모습이 선연하다. 새벽부터 고향에도 눈은 내려 쌓이겠지, 
  고희를 넘은 중늙은이에게 설편은 다가와 입 맞춘다. 입가에 스치는 깃털 같은 눈발을 보면서 녀석이 무엇을 내게 암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쁨에 잠기기도 하면서도 언자무식 言者無識을 일깨우는 것인가, 다변에 자신을 성찰하라는 경고는 아닐런가 돌아본다.
 
 누군가는 밤길에 자동차 불빛에 검은 하늘에 새하얀 꽃잎이 반짝인다고 너를 극찬하고, 춘설이 나뭇가지에 내리면 백화라고 너를 노래한다. 꽃이 피면 지는 것이 순리요,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데, 번영하고 시들고 성하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