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시> -3편

선운사 꽃무릇 외 2

조영웅

갑자기 선운사 꽃무릇이 보고 싶다는 아내
아, 그거 꽃 따로 잎 따로 피어
고고하지만 참 쓸쓸하기도 하던데
봉분 따로 화장 따로 헤어진
어머니 무덤 앞에 서러운 상사화꽃 같거든
그러면 싫단다
그래도 나는 달려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쓸쓸함을 싫어하는 아내의 말이 젖어있다
늘 마음 따로 몸 따로 사는
남편에 대한 투정이기도 질책이기도 한
저 붉은 꽃송이 같은 말
화들짝 놀라 피어 타는 꽃잎이 더 뜨겁다

봄, 바람

당신이 내게 오신다는 기별이 봄, 바람이라면
눈 녹고 푸른 싹이 돋겠지요
추억이나 상처, 시간의 아픈 자리에 당신의 사랑처럼
강물도 넘쳐흐르겠지요.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내 마음 내려놓은 자리 당신이 돌아오는 것이니
당신이 내게 오신다는 기별이 봄, 바람이라면
내가 잠든 사이
소리 없이 오셨다 가실 수도 있겠지만
나뭇가지 흔들리듯 잠 못 들고 
밤새 뒤척거리다가
신열처럼 푸른 하늘 한 자락 밀어 올리잖아요

내 몸의 각도

나무가 나무에게 기울어져 갈 때 뜨거워지는
나무 몸속의 비스듬한 기울기를 알겠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모르게 너에게 기울어져 가는 내 몸의 기울기와
너도 모르게 나에게 기울어져 오는 네 몸의 기울기가
한곳에서 만날 때
서로에게 불어가는 바람이 된다는 것
너와 나의 거리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우리들의 비스듬한 각도,
너에게 기울어져 가는
가장 아름다운 내 몸의 각도는 얼마쯤일까?

조영웅 약력 

1992년 계간 시전문지 <시세계> 등단
동포문학상, 강원문학상, 문학세계 문학상, 강원펜번역작품상 등 수상
개인시집 <봄날, 오후 2시> 외 18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강원문학, 평창문학 등에서 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