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권숙월

 생각이 강처럼 깊고 길었다 꽃 없으면 나무 축에 못 든다 꽃 사태 나던 꽃철 빈 몸의 허전한 역사 쓰던 배롱나무 꽃 안 피울 듯 딴전 부리다 불볕에도 녹지 않는 백일 가는 꽃 피웠다 꽃 하나에 여럿 일가 이뤘다 생각이 깊고 긴 다음 더디게 온 사랑 불볕에도 녹지 않는 백일 가는 꽃 피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