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왔을까?

정   성   천

어디쯤 왔을까?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
또 한 해가 저물고
텅 빈 마음속으로 바람은 휘몰아치는데

어디쯤 왔을까?
원해서 시작된 길은 아니라도
칠십 년을 넘게 묵묵히 걸어 온 길
낡은 몸속으로 스멀스멀 고통은 깨어나는데

어디쯤 왔을까?
작은 그리움을 안고
또 걸어가야만 하는 길
가물거리는 기억 속으로 미래는 깜빡이는데 

어디쯤 왔을까?
허물어지는 몸을 부추기며 마음을 곧추세워도
그 끝은 기어이 오고야 마는 길
무상 속으로 적멸의 바다는 넘실거리는데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