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떠나는 날엔     차주도

오늘도 최선(最善)을 다했는지?
습관(習慣)처럼 달고 다닌 이 말이
그래 최선(最善)을 다했어 
편하게 쉬어
바람이 던지는 고요에 답하고
아내가 곁에 있어 집착(執着)했던 욕심들을 태우며
저 모퉁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한 점의 티끌이지만
해와 달이 처연히 비치는 바위에 새기련다.

그래도 행복했다고
고맙다고.

<시작 노트>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을 살면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지만
사람의 일은 누구도 예단 豫斷을 못합니다. 
고희연 古稀宴을 열면서
생전 장례식을 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날을 위해
잘 살겠습니다.

<해설과 비평>
차주도 시인의 **<내 떠나는 날엔>**은 
생의 황혼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담담하게 마무리를 준비하는 태도가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이 시와 시작(詩作) 노트를 바탕으로 한 감상평입니다.
1. 삶의 치열함과 평온한 마무리의 조화
시의 도입부에서 시인은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이는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이의 습관적인 자기검열이자 책임감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자책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그래 최선(最善)을 다했어, 편하게 쉬어”**라는 스스로에 대한 따뜻한 위로로 매듭지어집니다. 치열했던 삶의 과정을 긍정하고 비로소 안식에 드는 노년의 평안함 느껴집니다.

2. ‘비움’을 통한 존재의 승화
“집착했던 욕심들을 태우며”, **“사라지는 한 점의 티끌”**이라는 표현은 불교적 달관이나 무소유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광활한 우주(지구 모퉁이)에서 자신을 한 점의 티끌로 낮추는 겸손함을 보이면서도, 그 삶의 기록을 **“해와 달이 처연히 비치는 바위에 새기련다”**고 선언함으로써 티끌 같던 개인의 삶을 영원한 자연의 일부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3. 고마움과 행복의 미학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구절입니다.
“그래도 행복했다고 / 고맙다고.”
복잡한 수식어 없이 내뱉는 이 두 마디는 시인이 도달한 삶의 결론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