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이효주
S#1. 현관/밤
비 내리는 밤, 서영(17/여)이 들어오며 현관 센서등이 켜진다. 문 열 때 종소리 딸랑인다. 서영의 손에는 우편물이 잔뜩 들려 있다.

 서영: 다녀왔습니다

깜깜한 집, 닫힌 안방 문틈 사이로 옅은 노란빛이 새어 나온다. 서영, 문을 여니 옥순(73/여)이 방문을 등지고 앉아 TV를 보고 있다. 

 옥순: 왔나
 서영: 밖에 불 좀 켜놓으라니까. 무섭단 말이야
 옥순: 무습기는

서영, 가방도 외투도 대충 방문 근처 바닥에 던져둔다. 옥순의 얼굴 바라보는 쪽으로(TV 등진 채) 눕는다. 새우잠 모습으로, 인형 베고 누웠다. 

 옥순: 옷 단디 안 걸어놓재. 저 또 구겨지면 옷 다 상할라꼬.
 서영: 나 진짜 일어날 힘이 없음... 오늘 하루종일 학원 갔다 왔단 말이야. 

옥순, 서영이 베고 누운 인형 뺏는다.

 서영: 아야!
 옥순: 으이그~ 공부 그거 잘해봤자 추잡게 살면 어데 쓰나. 먼저 인간이 돼라 인간이.

비 내리는 창문 비추고, 서영이 앓으며 일어나는 소리 들린다. 

 서영: 나 그럼 내일 파전해줘. 오징어 잔뜩 넣어서. 
 옥순: 오야~ 

스탠드 꺼진다.

S#2. 주방/아침
여전히 비가 내리는 아침. 거실에 놓여 있는 어린 서영과 옥순의 사진 비춘다. 배경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데. 주방에서 서영은 부침 가루 담긴 믹싱볼에 물을 붓고, 옥순은 옆에서 쳐다보고 있다.

 서영: 좀 더??
 옥순: 뭐 떡 만들 일 있냐? 쭉 넣어 쭉. 
 서영: 됐으면 말해!!!
 옥순: 오케이~ 스돕.

옥순이 전 굽고 있고, 서영은 수저 챙겨서 거실 상으로 들고 가는데, 햇살 들어온다. 서영, 창문 연다.
 
 서영: 어? 비 그쳤다...

옆으로 다가온 옥순.

 옥순: 해가 짱짱한 것이, 봄 다 됐는가벼. 다 먹고 빨래나 하자잉. 겨울 다 가고 할라믄 촉박혀.

S#3. 다용도실/오전
햇빛이 쨍쨍한 오전. 서영이 옷을 잔뜩 안고 다용도실로 들어간다. 빨랫감을 분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