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수집책 – 나의 스무 살 이야기

달리기 시작!

가을. 노오란 은행잎이 황금빛 길을 펼쳐준 어느 날, 그와 나는 몽글몽글한 설렘을 가슴에 품고 나란히 2인용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우리의 스무 살은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먼 길을 가게 될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무서울 것은 없었다.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달큰했고, 햇살이 쏟아지던 길은 눈부시게 반짝였기에.

이제는 내 뜻대로 무엇이든 해도 괜찮은 줄 알았던, 어른이 된 것만 같던 어린 나는 똑같이 어린 그를 만나 "영원히 함께 하자"며 손가락을 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철없는 아이들의 소꿉장난 같은 약속이지만 당시의 우리에게 그것은 더없이 순수하고 단단한 다짐이었다. 
온 세상이 우리를 향해 열려 있는 것만 같았고, 둘이 함께라면 마음먹은 곳 어디라도 닿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무모하지만 아름답던 시절이었다.

삐삐 세대였던 우리는 지금처럼 손끝 하나로 쉽게 사랑을 전할 수 없었다. 고심하며 고른 숫자 암호 몇 개에 마음을 한껏 눌러 담아 보내고 나면, 그의 답이 돌아오기까지 내 시간은 온통 두근거림으로 가득 찼다. 음성이 녹음되었다는 신호가 작은 액정 위로 깜빡거릴 때면 한달음에 공중전화 부스로 가 동전을 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녹음된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감미로웠는지! 

볕이 따스한 오후에는 캠퍼스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고 가만히 노래를 들었다. 음악 소리에 섞인 우리의 흥얼거림이 좋았다.
때로는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내가 좋아하는 가요를 부르기도 했다. 바람이 불어올 때 내 앞머리를 조심스레 쓸어 넘겨주던 그의 손길은 지금도 여전히 설레는 기억이다.
시험 기간, 갑자기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하기로 한 내가 감기라도 걸릴까, 그는 한 시간 거리 집에서 두툼한 겉옷을 챙겨 와 조용히 건네주었고, 때로는 밤새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인 뒤 동아리방 한구석에서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고 짧은 잠을 청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특별할 것 없는 그저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