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눈동자 

오승석

헐렁한 바지, 커진 눈망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계곡과 산을 끼고 비탈진 모퉁이 우거진 영산홍
소나무 그늘 아래 노랗게 물든 수선화 꽃밭이 떠오른다

심연의 여행길로 나를 부른다

길가에 늘어선 온갖 들꽃들이 내 마음 흔들어 놓는다

그늘의 수선화, 산자락의 영산홍 손짓 뒤로하고 
흐르는 시간 등에 얽어매고 방황하는 마음 추슬러본다

내일의 햇살이 마중 나오고 
어떤 꽃들이 반길까 멈춰서는 5월의 그길

먼 창공에서 안내하는 까치의 눈빛은 희망의 눈이다

동백                            

바람 일어 노랗게 톡 톡 터지는
수꽃에 질세라 가지마다 맺힌 꽃망울

오동잎 질 때쯤 
손자 손잡고 산으로 향하는 할머니
구름에 매달려 달리는 웃음소리

​"할머니, 여기 새카맣게 익었어요!"
댕댕이바구니 소복이 채워지는
양지바른 바위 옆

용트림하듯 타오르는
동백의 혼 등잔불 아래
아이는 꾸벅꾸벅 졸음 섞인 콧물 훔쳐

놋그릇 마주 앉아 참빗 드시더니
쪽 찐 머리 곱게 빗어 넘겨
빈 됫병 품고 오일장으로 내달리고

코끝엔 아린 냄새 머물러도
할머니의 가장 향기로운 유산 동백기름

※  동백 : 생강나무를 중부지방에서 동백나무라 하는 나무 열매

 매미의 희망가

수풀을 헤집고 터져 나오는 뙤약볕의 선율
바스락거리는 전율 끝에 우렁찬 날갯짓이 시작된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다
기어이 닻을 내린 곳은 느릅나무 가지 끝

​땅 밑에 감춰둔 고독한 세월을 털어내고
새로운 후계를 찾아 울어 대는 며칠의 생
태어난 자리에 허물하나 남기지 않았으니
여기는 잠시 머물다 가는 타향일 뿐

​거미줄 감은 막대 들고 소리를 쫓던 소년의 꿈이
기억의 갈피마다 새하얗게 흩어지는데

​생사(生死)의 도도한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회화나무 연노랑 꽃 아래 보금자리를 틀고
누군가의 앞날을 축복하고, 관직의 운을 깨우듯
매미는 다시금 목놓아 세상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