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과 실천의 관계

현기영, 〈순이 삼촌〉을 읽고 나눈 대화

2402권시후, kwonsihoo1@naver.com

서론

작년 나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책 대화 보고서를 썼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이번 4·3 이오공감 프로젝트는 그 여행과 함께 진행되었다. 평화로운 풍경 속을 거닐며, 가기 전 읽었던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의 내용이 4.3 사건과 함께 생각나니 그 아래에 묻혀 있는 또 다른 역사를 떠올리는 일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작년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발 딛고 서 있는 땅의 이야기로 직접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고통이 역사가 되기까지는 오랜 침묵이 필요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에 일어났지만,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이 세상에 나온 것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78년이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발표한 뒤 실제로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말하는 것 자체가 처벌의 이유가 되던 시대에,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썼다. 그는 침묵은 가담이고 저항을 실천한 것이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소설을 다시 읽으니 순이 삼촌의 침묵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순이 삼촌은 외부의 억압이나 뒤로 숨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말할 수 없도록 강요받는 세계 속에서, 말하지 못한 채 버틴 사람이었다. 이 소설은 한 개인의 비극을 다루는 동시에, 그 비극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었는지를 묻는다. 국가의 폭력만이 아니라, 30년간 이어진 사회의 침묵,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까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사건을 지금껏 몰랐을까.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이 글에 기록해볼 것이다.

본론
   30년의 공백
   우리는 왜 4·3 사건을 몰랐는가 — 침묵은 중립인가, 가담인가?

우리가 이 사건을 거의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