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서 실천으로

2414 박찬일 / 문창고등학교 / cksdlf0218@naver.com
망각에 저항하는 인간의 윤리에 대하여
-현기영, <순이삼촌>, 창비, 1978을 읽고 나눈 대화 

서론: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인 동시에 망각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과거의 경험을 현재와 연결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기에 망각 역시 인간 존재의 자연스러운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망각이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망각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지만, 어떤 망각은 한 인간의 삶과 고통을 역사 밖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폭력이 된다. 따라서 기억과 망각은 단순한 심리적 현상보다 인간이 타인의 고통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확장된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은 이러한 기억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 작품은 제주 4·3 사건의 참상을 고발한 역사소설로 읽힌다. 그러나 내가 읽은 <순이삼촌>은 사실적으로 국가 폭력의 비극을 재현하는 작품을 넘어 사회적 망각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두 번 죽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증언에 가까웠다. 특히 작품 속 “30년 전 순이삼촌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은 처음에는 육체적 죽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읽을수록 그것은 기억 속에서의 죽음, 즉 사회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간이 온전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이 기억되고 이해되며 누군가의 응답 속에서 의미를 가질 때 비로소 인간은 존재의 가치를 획득한다. 그렇다면 아무도 그의 고통을 기억하지 않고, 아무도 그의 상처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또 한 번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기억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과거를 저장하는 능력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인간의 윤리가 타자의 고통에 대한 응답에서 시작된다고 보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