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죽음, 외면하지 말아야 할 가치들
ㅡ현기영의 순이삼촌을 읽고서 

2109 노현수

1. 서론

수학여행으로 제주를 찾았을 때, 나는 제주도가 그렇게 많고 많은 죽음과 아픔을 품고 있는 곳인 줄 몰랐다. 4.3평화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묘비들이 펼쳐졌다. 하나씩 이름을 쭉 읽으면서 지나가다가 멈춰섰다. 누구누구의 자. 이름조차 아직 가지지 못한 어린아이들이 그곳에 묻혀있었다. 이제 막 태어나 아무 잘못도 없는 생명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보고도 나는 제대로 된 말 한마디를 떠올릴 수 없었다. 
다음 일정인 너븐숭이를 도착했음에도 감정이 복잡했다. 그곳에서는 여러 무덤과 순이삼촌 책구절들이 돌에 새겨져 있었다. ...순이 삼촌은 한달 보름전에 죽은 게 아니라 이미 삼십년 전 그날 그 밭에서 죽은게 아닐까... 라는 구절이 이었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그날의 공포와 상실이 이미 순이삼촌을 그날 심적으로 파괴시킨 게 아닌걸까 라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한켠이 내려 앉는 느낌이 들었다. 몸뚱아리만 살아있다고 해서 살아남은 뜻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비경쟁 독서토론은 생각보다 더 묵직하였다. 각 모둠별로 순이삼촌을 읽고 호스트가 처음만든 질문을 바탕으로 서로 독서토론을 하며 그에 대한 파생질문과 서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해보는 활동을 하였다. 국가의 명렬과 개인의 양심이 충돌할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서북청년단을 가해자라고만 단정지을 수 있는가 등과 같은 것으로 토론을 하며 4.3사건의 그날을 기억하고 한발자국 앞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 보려 했다, 결국 우리가 간접경험한 고통과 질문들 그리고 서로 토론을 하는 것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고작 하루라는 시간의 간접경험조차도 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짤막한 글귀 하나 짧은 묘비명 하나에도 오래도록 멈춰서며 그 고통을 좀 더 헤아리려고 했고, 또한 쉽사리 아무 말이나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순이삼촌을 읽고 한 책대화 프로젝트는 단순히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