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바다 외 2

동, 서를 잇는 비단길 끝자락에서
사막의 별빛을 닮은 원유, 향료, 보석들이
신의 이름 아래 평화롭게 교류했던 좁은 뱃길
그러나 오늘
바다 넘어 도시에 번뜩이는 포탄 섬광으로
지구는 무너지고 있다.

‘호르무즈Hormuz’
빛을 상징하던 이름의 유래는 간데없고
파괴, 살상이 자행되는 현실 너머
세계의 운명은 위태로운 항해를 계속한다.
빈사의 호르무즈
빛의 신 아후라 마즈다의 이름은 사문화되었고
푸른 바다에서 시작된 탐욕의 주문이
해협의 맑은 물을 검은 기름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문을 닫는 자, 세계를 지배하리라.“
질서를 의미하던 호르무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뢰가 깔려버렸다.
평온이 떠난 바다, 그 좁은 통로에는
이성을 잃은 카오스의 항적만이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곤장

뜨거운 햇빛 아래 도리깻열 힘차게 내려치면
타다닥 튀어 오르는 콩알이 내 얼굴 때리는구나.
다시 도리깨채 올리고 내려치고
이마엔 땀방울 송알송알, 마음은 너무너무 후련해 
이 도리깨로
지체 높은 양반, 국민 우롱하는 거짓말쟁이
권세와 금력으로 패도 부리는 사람들 
약소국 괴롭히는 황제
인류 평화 침탈하는 전쟁광
가공의 무력으로 살상 파괴 저지르는 자들 한데 모아
곤장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황제 놀이 

붉은 갈기 털, 사자 납신다.
“나보다 센 놈 나와 보실까?”
국제법 위에 발 올리고
“내 말이 곧 정의.”
여기저기서 수군거린다.
하지만 용감하게 나서는 군주는 없다.
전횡은 애드벌룬처럼 높이 더 높이 올라가다가
뻥 터져, 푸시식 땅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세계 시민들, 키득 키득 웃으며
쪼그라진 풍선을 바라본다.
협약은 유희가 아니야.
평등한 입장에서 정의롭게 계약하고 
신의 성실하게 지켜야 하지 않나?
구부러진 강줄기 바로잡을 순 없을까?
역사는 어떻게 기록해 나갈 것인가?                      시 3편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