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가 

명사십리가 아니라면 
해당화는 왜 피나
모춘 삼월이 아니라면 두견새는 왜 우나 
일본아~~ 
대판에는 지남철을 깔았더냐
한번 간 우리 임은 다시는 못 오시냐
창문을 닫아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달빛이 사랑인가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울산 달래에는 철길이 나서 토철이 바닥나고
쇠곳 잃은 이들은
만주로나 갔을까 압록강을 건넜을까 
쇠부리꾼도 태개꾼도
뜨거운 가슴들일랑 불매소리로나 남았나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포경선 들어오면 고래 씨가 말라가고
비행장이 들어오면 이수삼산 흔적 없네
학교가 들어오자 우리말이 사라져가네
말깨나 하는 놈은 감옥으로 가고
힘깨나 쓰는 놈은 공동묘지 가나 놋그릇 숟가락도 훑어가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나 놀진 못하리라
임 떠난 울산역에는 검은 연기만 남아있고
배 떠난 부산항에는 파도의 물결만 남아있네

        동나다

짐승뼈나 돌칼 같은 걸 곧잘 다루던 
장생포 사람들은 
털복숭이숲에서 몇 만년이나 울어오던 바람을 달래 놓곤 했다
보랏빛으로는 
맑고 깊게 포구를 마련하고  
물장구치듯 하나 둘 목선도 띄웠다
바지락을 줍거나 가자미나 청어도 길러내는 동안
멀리로 고래떼는 
물기둥 올려 자주 무지개도 내걸었다

왜선이 들이닥치자  
몇 십만의 전봉준 장군들이 살해당하는데
국모를 불태운 흔적은 어딜 갔을까
도포자락 휘날리던 기백들도 무리로 살해당하네
구만리 앞길의 박상진 총사령도 삶을 내려놓을 무렵
포경선들로 이미 장생포는 새까매졌다 

전깃불이 켜지자 
몇 만년만에 일제히 등잔불이 꺼지고 
신사도 좌정했다
대일본제국 어린이들의 울산만공립심상소학교가 들어오고
왜말들은 
교실 넘어 거리로 멀리 읍내로까지 나폴나폴 나비인양 돌아다녔다
포경선이 지나는 곳곳 진달래꽃처럼 붉게 피어나서  
철선의 고동 소리는 
집채만한 전과를 꽃소식이듯 멀리로 전하곤 했다
해체 칼을 따라서
살갗들은 뼈째로 콸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