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 남창 사람들
                                             이 한 열

 
그곳에 처음 근무했을 때
다른 곳보다 인정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 여겼어요. 
한참 지난 후에 
이름 그대로 
볕이 드는 따뜻한 곳(溫陽)이라는 유래가 
그곳 사람들의 다정한 눈빛이 
내 마음 깊이 닿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얼굴을 대할 때마다
마음에 따뜻한 주머니를 차고 있었어요
속 깊이 우러나오는,
진심 담은 주머니 이었어요
만나는 술잔마다 사람으로 대하는 온기에
술이 가슴에 젖어 들 듯이 정이 들더군요
평생 마신 술보다 
거기서 몇 년 마신 술이 더 넘쳐났으니까요
더욱 가슴에 깊이 박히는 건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이 
방방곡곡으로 물결쳐 퍼져나갔을 때
온양 남창에서도  
남창천 물줄기 따라 독립의 기운 철철 흘렀고
동상뜰 벌판으로 만세소리 우렁차게 퍼졌으며 
대운산 골짜기에 충정의 청솔 풋풋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게 되었지요 
온양 남창 사람들,
마음만 자애로운 게 아니라
그 깊은 속에는
애국의 곧은 심지 뜨겁게 품고 산다는,
늦게 안 감동에 
그곳 사람들이 격의 없이 좋아서 
어깨를 겯고 술이 밤을 새도록 취하곤 했었지요.     

남창역, 추억의 향기
                                                   이 한 열

우린 작은 대합실에서 
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을 깔고 앉아 
대화가 스며나는 삶의 향기를 나누곤 했지요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속에
엷은 고백 섞인 마음이 설핏 흘러나오면
그녀의 붉어지는 얼굴이 노을처럼 아름다웠지요

기적소리 들리면
아쉬움의 향기 대합실에 남겨두고
해운대로 내려갈 그녀가 먼저 일어나지요 

귀가 한 그녀를 떠올리며 
오만가지 상념 속에서 허우적거리면 
작은 대합실이 너른 간절곶이 되어 출렁거렸지요

울산으로 올라가는 차창에 기대어
내일 만날 
그녀를 그려보면 설렘이 풍선처럼 부풀곤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