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기심

                                                                             
                                                                       황의옥
  비 온 뒤, 구슬 같은 물방울 하나가 갸우뚱 기울어진 커다란 잎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농산물을 가끔 나눠주던 후배가 지난겨울 토란 알 두어 웅큼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토란국을 끓여 먹을 수도 있었지만, 봄에 심어 보고 싶어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옥상 작은 텃밭에 꾹꾹 묻어 두었다. 따스한 햇볕이 땅 온도를 한참 데운 뒤에야, 잊고 있던 생명이 뾰족하게 말아 쥔 잎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잎 모양만 보고도 토란 싹임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자라더니 어느새 작은 우산 같은 잎들을 비스듬히 펼쳐 세우고 텃밭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움틈의 미학을 지닌 식물의 열매와 알뿌리들은 자연 속에서 한 치의 어김도 없이 본래의 성질을 품은 채 이어진다. 계절 따라 나고 지고 다시 살아나는 식물들의 순환은 참 신비롭고 경이롭다.
 가을이 되면 이 식물이 어떤 결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알을 많이 맺지 않아도 괜찮다. 커다란 잎들이 만들어 내는 초록 풍경만으로도 회색빛 도시에서 누리는 작은 호사가 아닌가. 큰 잎들은 제 몸의 근원을 가리듯 드리워져 있고, 어느새 내 가슴 높이만큼 자라 있다. 튼실한 줄기 위에 얹힌 푸른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래전 응급실로 달려갔던 일이 떠올랐다. 6~7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베란다 화분에서 잎이 크고 매력적인 알로카시아를 키우고 있었다. 어느 날 무성해진 잎을 정리하려고 줄기 몇 개를 잘랐는데, 잘린 단면에서 하얀 진액이 송골송골 배어 나왔다. 나는 ‘토란 줄기와 같네, 무슨 맛일까?’ 하고 중얼거리며 그 액을 무심코 혀끝에 살짝 대보았다. 호기심으로 한 행동의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