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신나는 꿈을 꾼 아침,
새벽의 문을 열고 들어선 병원,
바늘 끝은 잠시 스치고  
X-RAY의 빛은 투명한 바다 물처럼 맑다.  
정기 검진의 개운한 하루

주치의의 Good News,  
“이제 더 이상 병원 오지 않아도 됩니다.”
몇 해 더 살아갈 수 있다는  
그 한마디가  
내 심장(心臟)을 새롭게 뛰게 한다.

사랑스런 아내가 떠올라  
전화기를 들면,
“지금 뭐 하냐” 묻는 나에게  
TV 속 ‘가요무대’라 답하며  
멀리 보내온 책(冊)을 펼친다.

빙허 현진건의 단편집(短篇集),
고교 시절 열독(熱讀)하며 마음 저미던 활자들,
다시 펼치지 않고 싶은 입맛 쓴 이야기들  
오늘은 반갑고 기쁘다.

우리 부부는 때때로 어긋난 생각, 엇갈림으로  
낭비(浪費)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고희(古稀) 바라보는 지금은 인생의 종점(終點) 향해  
같은 곳으로, 비슷하게 헤쳐간다.

운수(運數) 좋은 날,
오늘은 살아 있음이  
그 자체로 노래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