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우리는 한 번쯤 누군가의 판단 앞에서 아파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누군가가 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때문에, 혹은 우연히 듣게 된 나에 대한 흉 때문에 오해와 낙인으로 상처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나는 그런 경험과 상처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듯, 또 나는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는다는 듯 나에게 상처 준 이들과 똑같이 나 역시 누군가를 판단하곤 합니다. 행동 하나, 실수 하나, 겉으로 모습만을 보고 다른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단정해 버립니다. “왜 저렇게 하지? 저건 아닌데... 저 사람은 이래서 안돼...” 예수님의 말씀처럼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남의 잘못은 쉽게 보지만, 내 안의 교만, 욕심, 미움, 단죄는 잘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은 아무것도 분별하지 말거나 무관심 혹은 모른 척하며 살거나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조심해야 될 것은 바로 사랑이 없는 판단입니다. 누구나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 깊은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티 하나 뒤에도 말하지 못한 아픔, 두려움, 외로움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눈은 남의 허물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눈이 아니라, 상대방의 내면까지도 들여다볼 줄 아는 눈. 때로는 눈도 감을 줄 아는 눈이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통 판단은 빠르고 자비는 느리지만 하느님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심판보다 앞서 있는 것이 그분의 자비입니다. 
  믿음이 성숙됐다는 것은 더 많이 안다는 것도 아니고, 더 오랜 시간 기도하는 것에 있지 않으며, 남의 허물을 들추며 ‘나는 그들과 달라’하고 스스로 의인이라 칭하는 것에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내가 하느님께 얼마나 큰 용서와 사랑받은 죄인인지 잊지 않는 것, 바로 나의 들보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믿음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