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어버리기 위해
안 상 홍

 정신이 혼미했다. 머릿속에 축축한 안개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땅의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공중에 뜬 상태로 걷는 듯했다. 귓속에서는 종류가 다른 소리 들이 뒤섞인 채 쉼 없이 윙윙거렸다.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 것은 티베트 고원지대로 들어서면서였다. 고도가 4천 미터 넘는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숨이 찼고, 머리가 아팠다. 조금만 걸어도 몸이 축축 처졌다. 라사에서 카일라스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본교의 절대 성지인 카일라스산은 신화에 따르면 대지와 하늘을 연결하는 우주의 축이다. 우주의 축으로 가는 길이니 멀고 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밤에는 꿈을 많이 꾸었다. 아내가 자주 나타났다. 아내는 혼자 나타나지 않았다. 현수와 함께 왔다. 현수의 얼굴은 윤곽이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현수가 탄 승용차가 새벽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전복됐다. 운전자의 부상은 가벼웠지만 조수석에 앉아 있던 현수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지 얼마 안 돼 숨졌다. 겨우 열일곱 살이었다.
 머릿속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 것은 언덕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바위투성이 언덕에는 수많은 룽다와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티베트인에게 경전의 언어는 진리의 표상이다. 그 표상을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삶의 공간에 배치해 놓았다. 룽다가 경전의 언어가 새겨진 천을 깃대에 꽂은 한 폭의 깃발이라면, 타르초는 경전의 언어가 새겨진 오색 천들을 기다란 끈에 연결해 놓은 천 다발이다. 우리나라의 오방색이 여기에서부터 전해져 온 것이 아닐까. 멀리 날아 이곳에 온 이유를 또 잊어버릴 뻔했다.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흔들었다. 수도승이 득도를 위해 고행을 자처하듯 인천 공항을 출발하지 않았던가. 
 올라가는 길 언저리에 共同富裕 溫飽社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