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혹성 서바이브 17화

우주 개발이 활발하던 시대

스페이스 콜로니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내던
우리들 7명과 1마리는

수학여행을 떠난 당일
우주 폭풍을 만나

 

미지의 혹성에
불시착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들의 서바이벌이
시작되었다

 

이 하늘이, 이 바람이

이 빛깔이
만약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들은 우리들은

어떻게 되어 버릴까

무인혹성 서바이브

이 바다가 이 별이 이 꿈이 이 시간이

끊어져 버리지 않도록

길을 떠나네
고민하고 있을 틈이 없어

무한히 펼쳐진 미래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한 그 날
맨발인 채로

믿고 싶어
변함없을 사랑하는 이들을

 

[ 마음은 언제나 푸른 하늘 ]

 

오늘도 날씨 좋구나

루나 아침이야

 

아이참,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오늘은 동쪽 숲에
가는 날이잖아

 

루나?

 

이런! 열이 심하잖아!

어?

몇 도나 돼?

 

39.1도야

높잖아

 

루나!

 

무슨 일 있어?

큰일 났어. 루나가 열이 있어

 

루나, 괜찮아?

 

안 돼, 그냥 누워 있어

 

- 열이 있잖아
- 가야 해...

안 돼! 오늘은 가만 누워 있어!

 

감기인가?

지금 챠코가 알아보고 있어

피로가 쌓였는지도 몰라

그럼 출발은 연기해야겠네

그래, 오늘은 간만에 좀 쉬자

한가한 소리 하지 마!
루나가 걱정되지도 않아?

걱정한다고 낫는 것도 아니잖아?

그만들 둬, 조용히들 못 해!

 

내 능력으론 잘 모르겠어

이런! 열이 더 올랐어

 

어떻게 됐어?

 

원인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어떻게든 열을
떨어뜨려주지 않으면 괴로울 거야

열을 식힐 약초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내 데이터에 따르면
칡뿌리에 해열 효과가 있는데

칡뿌리?

응, 나무에 얽혀 자라는
콩과 식물인데

뿌리에 그런 성분이 있어

 

그렇군...

그런데, 찾을 수 있는 거야?

영상 데이터가 있어
칡뿌리는 내가 찾아볼게

알았어

베르, 다른 거 또 아는 거 없어?

약이 없을 때
쑥을 달여서 마신 적이 있어

응, 여러 가지 비타민도 들어 있고
해열 효과도 있다더라

위가 약한 사람은 안 되지만
루나라면 괜찮을 거야

그치만 쑥 같은 건
본 적도 없다구

괜찮아. 쑥은 내가 찾을게

나도 도울게

그리고, 기운을 차릴
먹을 게 있으면 좋겠어

과일이나 알 같은 거

 

알은 내가 가져올게

할 수 없군,
나도 과일을 찾아가지고 오지

그럼 루나의 간호는
샤아라한테 맡기고

각자 분담해서 찾으러가자

잠깐만!

 

나, 챠코랑 같이
찾으러 가고 싶어

  괜찮겠어?

큰 도마뱀이나 식인식물이
덮쳐올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식물 분포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나야

위험한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겁쟁이인 네가 할 수 있겠어?

난 루나에게 힘이 되고 싶어!

 

알았어. 루나의 간호는 내가 할게

샤아라는 챠코랑 다녀와

고마워, 메노리

 

아~ 폭삭 젖어 버렸네

 

어떡하지
오래 올 것 같은 비야

가자

가자니, 흠뻑 젖을 텐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가, 같이 가

샤아라 혼자 가면
걱정되잖아

 

비...?

응, 오늘 출발했으면
다 맞았을 뻔 했어

연기하길 잘했어

샤아라는?

약초를 찾으러 갔어

 

그런 샤아라는 처음 봐

 

널 돕고 싶어 필사적이야

 

좋은 거구나, 친구란 건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샤아라!

 

샤아라, 괜찮아?

 

응...

 

아얏!

 

더 이상은 못 가겠네

 

미안해, 루나
나 기권해도 될까?

여기서 기권하면
저 녀석들 생각대로 된다구!

난 절대 지고 싶지 않아

괜찮아. 내가 곁에 있잖아

좀 믿음직스럽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베르가 굉장히 상냥한 애라는 건
샤아라가 제일 잘 알잖아

샤아라, 힘내자

 

괜찮아. 걷다 보면
아파지지 않을 거야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 정도로 지면 안 돼
루나한테 그렇게 배웠다구

 

좋아. 나도 도울게

 

- 저기, 챠코
- 응?

루나는 왜 저렇게 강해?

글쎄. 샤아라가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리 강한 것도 아냐

 

내가 처음 만났을 땐
루나는 엄청난 울보였어

어?

그건 벌써 8년도 더 된 얘기야

그 무렵의 루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지
아직 얼마 안 돼서

늘 울고만 지냈어

잘 다녀왔니, 루나
냉장고에 간식 있단다

 

잘 다녀왔니, 루나
냉장고에 간식 있단다

 

다녀왔다. 루나, 없니?

 

찾았네. 또 여기야?
루나는 이 장소가 좋구나?

 

짜안~

 

아빠가 일 때문에
밤새는 날이 많으니까

혼자서는 외로울 것 같아서

루나의 새 친구란다

 

헬로우~

 

필요 없어!

 

루나!

 

루나한테 퇴짜를 맞은 나였지만

아빠는 조만간 친해질 거라면서
있게 해 주셨어

하지만, 루나는 전혀
나한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지

 

그래서 루나네 집을 나왔는데
갈 데가 어디에도 없는 거야

  실물의 별을 볼 수 있는
천문공원에서

어느 결에 혼자서
별을 쳐다보고 있었어

 

뭐하니?

 

아무 것도 안 해!

 

너야말로 왜 이런 데 있는 건데?

 

난 외로울 땐 자주 여기 와서
별님들을 봐

그래?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면
왠지 기분이 차분해지지

너도 외롭니?

당연하지. 주인님한테
퇴짜 맞은 로봇 펫처럼
외로운 신세는 없다구

 

미안해

 

됐어

 

난 루나!

난!

난... 예전 이름이 싫어

난 전 주인님에게서
버려졌단 말야

 

- 무인혹성 서바이브 17화 -

 

( 모두의 집 )

 

번역&자막: nekko
nekko@shinbiro.com

 

난 전 주인님에게서
버려졌단 말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난 다 망가져서
메인 스위치도 꺼지고 버려졌어

벨트 컨베이어에 올려져서

다른 잡동사니들이랑
처분될 참이었어

 

녹기 바로 직전에

마침 작업 중이던
루나 아빠가 발견해서 주워주신 거야

그리고 나서
깨끗하게 씻기고

수리를 해서
선물상자에 넣어 주신 거야

 

그랬구나...

그러니까 난
전에 쓰던 이름은 싫어

 

너, 여자애니?

맞아

 

우아한 새 이름을 지어줄래?

어... 그럼...챠코!

뭐? 그게 어디가 우아하니?

귀엽잖아

싫어. 다른 걸로 지어줘

 

할 수 없군!
그냥 그 이름으로 할게

진짜?

 

잘 부탁해, 챠코

응?

 

나야말로 잘 부탁해

 

그 이후로 나랑 루나는

서로의 마음에 뻥 뚫린 구멍을
메우듯이 친해지게 됐어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에
이번엔 아빠까지 돌아가셔서...

 

여자애는 누구나 마음속에
유리 구두를 가지고 있잖아?

유리 구두?

어렸을 때 꾸는 꿈이라든가
환상 같은 거 말야

응...

루나는 여덟 살 때 이미
유리 구두가 깨져 버렸어

나도 버려졌을 때
깨져 버렸지

그 후론 나랑 루나가
둘이서 살아왔어

 

그런 일도 있었구나

듣는 쪽도 눈물나고

말하는 쪽도 눈물나는
괴로운 얘기지

 

- 하지만 어째서일까?
- 응?

그렇게 슬픈 일이 많았는데도
루나는 늘 밝고, 굉장히 씩씩해

 

힘든 일이 있으면
하늘을 올려다 봐

비가 오는 날도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푸른 하늘이야

캄캄한 밤에도,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 날에도

햇님이 있는 한
반드시 푸른 하늘이 나온다니까

마음은 언제나 푸른 하늘

그래, 언제까지나
걱정만 하면 안 돼

푸른 하늘은 푸른 하늘이야

 

됐어

 

잔뜩 있네

쑥잎은 비벼서 상처에 대면 소독도 돼

자, 이 정도 있으면 되겠지

응!

 

막다른 곳 같은데?

 

예쁜 꽃이네

샤아라, 이 식물,
내 데이터랑 아주 비슷해

뿌리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뿌리는
낭떠러지 쪽에 있는걸?

 

챠코, 조금만 더

 

안 돼, 한계야

 

샤아라, 힘내

 

아, 올라왔다

다친 데는 없어?

 

이거야! 틀림없어

 

이건 약이야

입맛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힘내서 전부 마셔야 돼

응...

 

저기, 챠코 응?

오늘 유리구두 얘기해줬잖아?

응...

 

난 14살이 된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유리구두를 가지고 있어

아니, 유리구두에 매달려서
여태 꿈을 꾸고 있어

딱히 나쁜 건 아닌데?

루나도 그렇게 말해줬었어

하지만, 그 때문에 지금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걸 거야

응?

난 말야, 판타지 소설 같은 걸
굉장히 좋아해서

직접 이야기를 쓴 적도 있었어

하지만...

 

공주님은 살짝 성을 빠져나와
숲으로 놀러 나갔습니다

숲에는 예쁜 꽃들이
잔뜩 피어 있고

귀여운 동물들도
잔뜩 모여 있었습니다

 

뭘 쓰고 있냐?

아, 뭐하는 거야?

잠깐만 보자니까

그러지 마!

 

돌려줘

 

돌려줘

 

뭐가 어째?

옛날 어느 곳에
얌전한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줄 몰랐지만

이름을 붙이는 것만은
잘 했습니다

헷, 자기 얘기 아냐?

 

제발 돌려줘~

어느 날,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애한테
말을 걸었다가

친해진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걸 계기로
나도 따돌림을 당했어

 

원래부터 집단행동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내가 말을 걸었던 아이도
어느새 따돌림을 하는 쪽에 서 있더라

 

그 후론 친구가 생길 것 같아도
절대 한 발도 꼼짝하지 않았어

난 점점 자기 껍데기 안에
틀어박히게 됐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만의 소중한 유리 구두가

깨어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멋진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었어

판타지 소설처럼 멋진 이야기가

 

그럴 때 내 앞에
루나가 나타났어

처음 만났는데도
왠지 루나랑은 친해질 수 있었어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그건 틀림없이 루나의 상냥하고
밝은 성격 덕분이었을 거야

그 때부터 내가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던 이야기가
정말로 시작되었어

 

하지만, 막상 시작되고 보니
현실은 즐겁지만은 않았어

괴롭고 무서운 일도 많았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절대로 굽힐 줄 모르는데

난 금방 소극적이 돼서
모두에게 폐만 끼쳐 버려

 

그렇지 않아

 

루나, 깨어 있었어?

 

이 섬에 온 이후로
샤아라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어

덩굴을 엮거나 요리를 하는 건
샤아라가 제일 잘하잖아

그리고 '모두의 집'에 돌아왔을 때

샤아라가 '어서 와'라고 해주면
굉장히 마음이 놓여

진짜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루나...

 

샤아라는 아무에게도
폐 같은 거 안 끼치고 있어

고마워

난... 나 말야, 지금까지는
현실에서 도망치기만 했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할 거야

그렇게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지, 현실도?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잔뜩 생긴 것도

이 별에 온 덕분인걸

샤아라

 

응, 열도 거의 떨어졌어

다행이다~

 

이렇게 열렬한 간호를
받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아픈 채로 있을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벌 받으려구, 진짜

맞아

 

미안, 미안

좋아진 것 같구나

아, 메노리

응, 모두의 덕분이야. 고마워

 

이제 곧 날이 밝겠네

 

해 돋는 걸
조금만 봤으면 좋겠다

그럼 가 볼까?

 

아, 잘 잤어, 루나?

이제 괜찮아?

안색도 아주 좋아졌어

고마워

 

해는 또 뜰 거야

그리고 마음은 언제나 푸른 하늘이지?

그래

뭐야, 그게?

챠코의 입버릇이야

난 어렸을 때부터
내내 저 소리를 들어서...

근데 어떻게 샤아라가 알고 있어?

뭐, 어때 그럼
오늘도 날씨 좋겠는걸

 

우리는 루나가
회복되기를 기다려

동쪽 숲으로 가는 것을
연기하긴 했지만

싱고는 선진 문명을
보고 싶은 나머지

하워드와 챠코를 꾀어서
먼저 가 버리고 말았어

루나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게 되어

숲을 헤매게 되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거야?

 

다음 이야기
'이것이 동쪽 숲!?'

 

특별한 편지는
어딘가에 두고 가야지

 

여행은 언제라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망설이지는 마
어디까지든 걸어갈래

펼쳐진 지도는
하늘에 그려지기 시작해

 

스쳐가는 바람을 쫓아서 달려가

누구보다 먼저 여기에서

 

흘러가는 경치, 이 마음에 울리네

끝없는 꿈의 전부

 

영원히 계속될 이야기,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