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unchbox.2013.1080p.BluRay.DTS.x264-PublicHD

오늘 비 오니까

 

운동장에서 놀지 마
알았지?

 

땅이 질 거야

 

넘어지면
머리 다치니까

 

- 안에서 놀아
- 응

 

그리고 나무 밑으로
다니지 마

 

어제 나무 쓰러졌어

 

고가도로 무너진 거
뉴스에서 봤지?

 

비 그쳤는데

 

언제 또 올지 몰라

 

왔다
서둘러

 

이봐요!

 

잠깐만요!

 

기다려요!

 

곧 나가요!

 

양념 다 넣었어?

 

아뇨
뭘 빠뜨린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뭐가 빠진 것 같은 냄새야

 

이거 받아

 

고마워요, 이모

 

조금만 넣어도 돼

 

 

그 레시피로 하면
절대 실패 안 해

 

- 이모?
- 지금 비웃고 있지?

 

지금은 안 믿겠지만
곧 알게 될 거야

 

냄새 딱 좋다!

 

한 입 딱 먹으면
자기한테 타지마할 지어줄걸?

 

타지마할은 무덤이에요

 

나도 알아

 

가져가세요

 

주세요

 

런치박스

 

이르판 칸

 

님랏 카우르

 

나와주딘 시디퀴

 

감독/ 리테쉬 바트라

 

페르난데스,
이쪽은 셰이크

 

셰이크,
여긴 페르난데스

 

셰이크는 사우디 회사
회계 담당이었네

 

다음 달부터
자네 후임으로 일할 거야

 

추천장이 아주 화려해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일찍 투입했으니

 

자네가 교육 좀 시켜줘

 

행운을 비네

 

이 회사에 35년이나
다니셨다고요?

 

동료분들이
많이 그리워하겠어요

 

근데 기분이 어떠세요?

 

곧 노후에 접어드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 좋네
- 좋아요? 와우

 

교육 안 해요?

 

해야지

 

근데 지금
점심시간이야

 

4시 45분에 오게

 

4시 45분, 4시 45분...

 

알겠습니다
그때 오죠

 

감사합니다
이따 봬요

 

오늘 이 시간에
만들 요리는

 

많은 분이 좋아하는
'파니 도 피아자'

 

이모?

 

이모!

 

- 주무세요?
- 왜 그래?

 

도시락이 왔어요

 

어떻게 됐어?

 

다 먹었어요

 

하나도 안 남기고?

 

네!

 

싹싹 핥아 먹었나 봐요

 

내가 뭐랬어?
이제부터 시작이야

 

노래 좀 꺼줘요
남편 왔어요

 

알았어

 

일찍 왔네

 

오늘 점심 어땠어?

 

좋았어

 

그냥 좋았다고?

 

응, 괜찮았어

 

도시락이
다 비었던데

 

그래서 난...

 

'콜리플라워'가 끝내줬어

 

진짜 맛있었어

 

여보세요?

 

방금 집에 왔어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

 

그래

 

그렇게 지루했어?

 

그래도 빨리 온 거야

 

이모?

 

왜 그러시죠?

 

다음 달에 퇴직해요

 

도시락 서비스
취소할게요

 

네, 메모해 놓겠습니다

 

이달 말에
정산할게요

 

네,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 누가 했죠?

 

저희가 했는데
왜 그러시죠?

 

맛있어서요

 

- 네?
- 정말 맛있었어요

 

계속 그렇게 해줘요

 

대체 왜 저래?

 

'콜리플라워'가 대박 났네

 

내일 또 해야겠어

 

이거 가져가

 

어이, 거기

 

뭐 하는 거야?

 

공이 아저씨네 집으로
들어갔어요

 

좀 갖다 주세요

 

부탁해요

 

- 내가 하인으로 보이냐?
- 아뇨

 

이제 여기서 안 놀고
딴 데 가서 놀게요

 

또 이 문앞에서 놀면
쫓아낼 거야

 

부탁해요

 

딴 데 가서 놀게요

 

아저씨, 죄송해요

 

일라? 일라!

 

- 일라!
- 저 여깄어요

 

아까 나 찾았어?

 

 

아저씨 기저귀
갈고 있었어

 

남편이 뭐래?

 

아무 말 없어요

 

뭐?

 

도시락이 딴 사람한테
갔나 봐요

 

뭐?

 

딴 사람한테 갔는데

 

그 사람이 맛있어서
다 먹은 것 같아요

 

설마, 배달부는
그런 실수 안 하는데

 

왜 그래?

 

안녕하세요
나오셨어요?

 

왔나

 

어제 왔는데
안 계시던데요

 

- 자네가 늦었잖아
- 4시 45분에 왔는데요

 

난 여기 있었어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청구 서류입니까?

 

청구 담당 부서니까

 

교육은 언제 시작해요?

 

하지

 

지금요?

 

점심 먹고

 

- 다시 오겠습니다
- 그래

 

- 정말요?
- 그래

 

여기 계실 거죠?

 

감사합니다

 

도시락을 깨끗이
비워주셔서 감사해요

 

제 남편을 위해
만든 음식이었어요

 

빈 도시락으로 와서

 

남편이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어요

 

몇 시간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감사의 뜻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파니르'를 보냅니다

 

일라 드림

 

이모,
편지 쓰려니까 이상해요

 

고맙단 인사는 해야지

 

남편한테 가면요?

 

그럼 더 좋지

 

어제 딴 사람 거
먹고도 몰랐잖아

 

알게 해줘야지

 

다른 말도 써요?

 

아니, 짧게 써

 

이모!

 

이모, 주무세요?

 

왜 그래?

 

이모

 

도시락이 왔어요

 

또 다 비었는데
답장이 있어요

 

- 답장?
- 네

 

뭐라고 쓰여 있어?

 

남편 글씨는 아녜요

 

한번 읽어봐

 

'일라, 오늘은 음식이
너무 짰어요'

 

또 뭐라고 썼어?

 

'일라, 오늘은 음식이
너무 짰어요'

 

뭐?
고맙단 말은 없고?

 

'일라, 오늘은 음식이
너무 짰어요'

 

웃기는 놈이네

 

다 먹어놓고
말이 많아

 

잠깐만

 

자, 이거 써

 

싫어요
안 할래요

 

배달부한테
잘못 갔다고 말할래요

 

고맙단 말은
들어야지

 

아뇨, 안 할래요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안녕하세요
기분 어떠세요?

 

좋네

 

자리에 안 계셔서
여기 와봤어요

 

식당에서 뭐 읽고 계셔서
아는 척 안 했어요

 

도시락 냄새가
예술이던데요

 

안 먹어봐도
맛을 알겠더라고요

 

사모님...

 

솜씨가
좋으신가 봐요

 

집사람은 죽었네

 

일라,
오늘 간은 괜찮았는데

 

고추가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바나나 두 개를
먹으니까

 

매운 기가
좀 가시네요

 

배변에도
좋을 것 같아요

 

바나나 몇 개로
점심 때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싸고
포만감이 있죠

 

안녕하세요

 

어제 남편이
늦게 왔어요

 

한마디도 안 했죠

 

남편은 출근했고
딸은 학교에 갔어요

 

전 데쉬판데 이모랑
음식 준비를 했죠

 

저희 윗층에 사는
아줌마인데

 

아저씨가 15년째
혼수상태예요

 

어느 날 눈을 뜨더니
천장 팬을 바라보더래요

 

그때부터 하루 종일
팬만 보고 있대요

 

밤이 되면 자고요

 

아침이 되면
다시 팬을 바라본대요

 

아무 말도 않고요

 

15년 동안
쭉 그랬죠

 

이젠 의사들도
포기했어요

 

그냥 옛날 천장 팬이에요

 

절대 끄질 않죠

 

이모는 팬 때문에
남편이 산다고 믿거든요

 

어느 날
전기가 나갔는데

 

아저씨 심장박동이
느려졌어요

 

다행히 곧
전기가 들어왔죠

 

그 후로 이모는
발전기를 달았어요

 

아저씨는 팬만 보고

 

제 남편은
핸드폰만 봐요

 

다른 건 없단 듯이...

 

사실 그런지도 모르죠

 

왜 사는 걸까?

 

여기요

 

일라,
남편이 바쁜 분 같군요

 

다들 사는 게 바쁘죠

 

사람도 너무 많고

 

다들 남의 것을
부러워해요

 

몇 년 전에는 전철에
간혹 자리가 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힘드네요

 

데쉬판데 씨가
깨어나셔도

 

세상이 달라진 걸 느끼고
다시 팬만 볼지 몰라요

 

죽은 내 아내는
가로로 된 무덤에 묻혔죠

 

저도 가로로 된 무덤을
사려고 했는데

 

세로로 된 무덤을
권하더군요

 

평생을 전철에서
서서 보냈는데

 

죽어서도
서 있게 생겼어요

 

둘째를 가져보는 건
어때요?

 

결혼생활에는 아기가
도움이 되기도 해요

 

여보?

 

이거 어때?

 

괜찮네

 

잊어버렸어?

 

신혼여행 갔을 때 입고
처음 입는 거잖아

 

수선해야 하나 해서
한번 입어본 거야

 

근데, 봐
딱 맞아

 

- 그치?
- 응

 

- 여긴 헐렁해
- 그러네

 

신혼여행 다녀와서
애가 생긴 줄도 몰랐잖아

 

한참 뒤에 알았지

 

두 달 후에 알았어

 

그땐 형편이 어려웠는데

 

그치?

 

 

애가 태어나면서
좋아졌어

 

요즘은 물가가
너무 비싸서 힘들어

 

'콜리플라워'는 왜
맨날 넣어?

 

다발로 샀어?

 

여보

 

야스비한테
동생이 있으면 어떨까?

 

당신도 있었잖아

 

근데...

 

'콜리플라워' 좀 그만해

 

자꾸 가스 찬단 말이야

 

릭쇼, 버스, 비행기

 

안 막히는 게 없어요

 

몇 시간째 이래요

 

저 건물 보이죠?
저기 큰 타워

 

어떤 여자가 딸이랑
같이 뛰어내렸어요

 

딸이랑 뛰어내려요?

 

 

이름이 뭔지 알아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가족도 아닌데

 

가정 문제겠죠

 

아는 사람이라도
살아요?

 

죽었어요?

 

안녕하세요

 

남편은 출근하고...

 

안녕하세요
기분 어떠세요?

 

나 지금 바빠

 

교육은요?

 

점심시간이잖아

 

나중에 와

 

다들 당신한테
아무 기대 말라더군요

 

전 아슬람 셰이크예요
고아죠

 

이름도
내가 지었어요

 

공부도 다
독학으로 했죠

 

이 일도
저 혼자 배우면 돼요

 

이봐

 

이리 오게

 

내 자리에 가면

 

아마다바드
파일이 있어

 

지급명세서 작성해서
회계과에 넘겨

 

가봐

 

- 고맙습니다
- 고맙긴

 

정말 고맙습니다

 

금방 오겠습니다

 

아니, 오지 말고
가서 일해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은 출근하고
야스비는 학교에 갔어요

 

라디오를 틀었더니
뉴스를 하더군요

 

동생이 죽었을 때도
사람들은 그랬죠

 

'용기를 냈어야지'

 

'시험에 떨어지면 어때'

 

'용기를 내 살았어야지'

 

여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아마 보석도
다 풀어놨겠죠

 

팔찌, 귀걸이

 

목걸이

 

딸은 뭐라고
물었을까요?

 

엄마
뭐 하고 놀 거야?

 

힘겹게
올라갔을 거예요

 

높은 데서 떨어지려면
용기가 필요했겠죠?

 

일라,
그렇게 생각 말아요

 

세상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어느 날 열차를 타고
직장에 가는데

 

갑자기 뭔가
느껴졌어요

 

누군가 내 몸을 만졌죠
아래쪽을요

 

웃는 거야?

 

네, 이모

 

재밌는 생각이 나서요

 

나도 알려줘

 

까먹었어요

 

- 까먹었다고?
- 네

 

아몬드 다섯 개를
물에 담가놨다가

 

아침마다 먹어

 

기억력에 좋대

 

그렇게 할게요

 

안녕하세요

 

- 역으로 가시죠?
- 그래

 

전 뭄바이 중앙역에서
내려요

 

동그리에 살거든요

 

- 선배님은요?
- 반드라

 

뭐 좀 물어봐도 돼요?

 

그래

 

회사 사람들 말이

 

선배님이 고양이를
찼다면서요

 

그래서
버스에 치였는데

 

뒤도 안 보고 갔다고

 

진짜예요?

 

고양이가 아니고
장님이었어

 

길을 묻길래 밀쳤는데
버스에 치였지

 

자네도 조심해

 

수고해요

 

담배 좀 줘요

 

- 돈은 나중에 드릴게요
- 네

 

농담이시죠?

 

반드라에
오래 사셨어요?

 

그래, 오래됐지

 

전 계속 옮겨 다녔어요

 

처음엔
무하마드 알리 로드

 

그다음엔 두바이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약혼녀를 만난 뒤론
안 갔어요

 

이렇게 썰어놔요

 

집에 가면
바로 팬에 넣으려고요

 

그렇게 써는 거
어디서 배웠어?

 

사우디에 있는
호텔서 일했어요

 

- 호텔?
- 네

 

주방, 룸서비스
청소, 회계

 

안 해본 게 없어요

 

사우디는 심심해요

 

놀 거리가 없죠

 

기도하고 일하고
기도하고 일하고...

 

여긴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요리를 해놓고
기다리죠

 

약혼녀가 저녁에
집에 오거든요

 

같이 밥 먹고
산책 나가요

 

좋군

 

무지 사랑해요
누가 뭐래도요

 

저녁에 뭐 하세요?

 

TV 봐, 가끔씩

 

저랑 같이 가요

 

- 어딜?
- 우리 집요

 

'파산다'
만들어 드릴게요

 

- 뭐?
- '파산다'요

 

- 그게 뭔데?
- 양고기 요리예요

 

고기를 이렇게
잘라요

 

- 양고기 요리라고?
- 네

 

- 제가 전문가예요
- 언제 한번 가지

 

- 지금 가요
- 오늘?

 

- 지금 가요
- 아니, 아니

 

오늘은 집에서
할 일이 있어

 

오늘 말고
나중에 꼭 한번 갈게

 

- 진짜요?
- 그래

 

- 약속해요?
- 그래

 

- 기다릴게요
- 나중에 갈게

 

그럼 저
먼저 내려요

 

잘 가

 

안녕하세요

 

어제 남편이
늦게 왔는데

 

전화받고
다시 나가고

 

야스비는 자요

 

결혼하면서 엄마 몰래
가져온 물건들이 있는데

 

거기서
낡은 일기장을 찾았어요

 

할머니가 써놓으신
봄 사과 레시피가 있네요

 

봄 사과가 제철이에요

 

입맛에 맞으실 거예요

 

훌륭해

 

안녕하세요

 

앉아도 돼요?

 

앉아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먹어봐, 어서

 

진짜요?

 

그래

 

왜 그래?

 

- 누가 만들었어요?
- 왜?

 

집 근처 식당에서
주문한 건데

 

왜?

 

죽이는데요

 

최고예요

 

제 도시락도
주문해 주세요

 

곧 문 닫아

 

이렇게 맛있는데요?

 

이 나라에선
재능이 중요치 않으니까

 

맞아요

 

이 나라에선
재능이 중요하지 않죠

 

손맛이 있어야 해요

 

요리는 누구나 하지만
손맛이 필요하죠

 

일라, 할머니의 레시피
정말 좋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가지 요리보다 훨씬

 

어제 저도
옛날 물건을 찾았어요

 

아내가 녹화해둔
TV 프로그램을 찾았죠

 

그게 방송됐을 때
당신은 아주 어렸을 거예요

 

집사람이 좋아했죠

 

왠지 그게 보고 싶어서

 

몇 시간 동안
그걸 봤죠

 

프로별로, 에피소드별로
내리 본 거죠

 

그렇게
밤을 새우고 나서야

 

내가 찾던 게 뭔지
깨달았어요

 

일요일마다
아내가 TV를 볼 때

 

난 밖에서 자전거를 고치거나
담배를 피웠죠

 

그러다 한 번씩
창문을 보면

 

TV 스크린에 비치는
아내 모습이 보였어요

 

아내는 똑같은 농담에도
웃고 또 웃었죠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그때 계속 돌아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급명세서
다 넘겼어요

 

사과랑 바나나예요

 

이거 먹어

 

아니에요

 

괜찮아

 

- 먹어
- 그럼...

 

그건 뭔가?

 

편지 같은데요

 

물 한 잔 주시겠소?

 

어때, 맛있어?

 

끝내줘요

 

고맙소

 

요즘은 다 이메일 쓰지
편지 안 쓰는데

 

- 요즘은 안 쓰나?
- 편지요?

 

이메일 시대예요

 

안녕하세요

 

엄마는 옛날 TV
프로그램을 좋아하세요

 

어릴 때 몇 시간씩
엄마랑 같이 봤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담배는
수명을 단축시켜요

 

아버지가 폐암이신데

 

고통이 심해지면

 

담배를 더 피울걸
그랬다고 하세요

 

그럼 이런 고통
겪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일라!

 

네?

 

당근 사왔어?

 

네, 여기 있어요

 

올려

 

10루피밖에 안 해요

 

또 뭐 샀어?

 

항상 사는 거요

 

'에그플랜트'가
뭔지 아시죠?

 

가지예요

 

채소 이름에 왜
'에그'가 들어갔을까요?

 

요즘은 새 약을 먹어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한데
계속 잠만 자

 

엄마
TV는 어딨어요?

 

요즘은
재밌는 거 안 해

 

혹시 돈 필요해요?

 

그런 거 아니야

 

새 약이
비쌀 거 같은데

 

걱정하지 마
그 정돈 감당할 수 있어

 

어떻게요?
돈이 어디서 나는데요?

 

아들이 살아 있었으면

 

돈 걱정 안 할 텐데

 

남편한테 말할게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

 

5천 정도는
제가 해줄 수 있어요

 

넌 부인이야

 

맨날 돈 달라면
좋아하겠어?

 

괜찮으니까
천천히 갚으세요

 

아니

 

나도 돈 조금 있어

 

내가 알아서 해

 

그래, 알았어

 

근데
아빠한텐 비밀이다

 

5천이면
약값은 될 거야

 

이번 달은...

 

다음 달은
어떻게 되겠지

 

아빠 볼래?

 

깨울까?

 

늦었어요, 가야 해요

 

알았다

 

일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저녁에 셰이크랑
걸어가고 있었어요

 

셰이크는
직장 동료죠

 

걸음을 멈추고
화가의 그림을 봤는데

 

그림들이 다
똑같은 거예요

 

그런데 아주
자세히 보니까

 

다 달랐어요
아주 조금씩 달랐죠

 

차가 다르고, 버스에서
멍때리는 남자가 다르고

 

길 건너는
개가 다르고...

 

화가의 상상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죠

 

그런데 그 속에서
절 봤어요

 

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날 전
오토릭샤를 탔어요

 

같이 놀던 친구들 집은
다 사라지고 없었죠

 

학교도요

 

그런데
똑같은 게 있어요

 

낡은 우체국이
그대로 있어요

 

내가 태어나고

 

부모님과 아내가 죽은
병원도요

 

말할 상대가 없으면
다 잊어버리나 봐요

 

뭐라고 하셨어요?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뇨

 

뭐 하니?

 

장님놀이

 

- 엄만 뭐 하고 놀았게?
- 뭔데?

 

이거부터 풀자

 

- 내가 할까?
- 아니

 

내가 할게

 

우린 소꿉장난했어

 

얘가 아기야

 

난 아빠

 

그리고
네 외삼촌은

 

엄마 했어

 

안녕하세요

 

할 말이 있어요

 

남편이 외도를 해요

 

따지려고 했는데

 

그럴 용기가 없어요

 

전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한군데 있긴 하죠

 

딸이 배웠다는데
부탄에선 다들 행복하대요

 

거기선 총생산지수 말고
총행복지수만 따진대요

 

여기서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계세요

 

'내가 당신과 함께
부탄에 가면 어떻겠소?'

 

오늘 좀 이상하세요

 

정신이 다른 데
팔리신 것 같아요

 

그래?

 

- 제가 뭐 잘못했어요?
- 아니

 

자네 말이야, 셰이크

 

네?

 

부탄에 가본 적 있나?

 

부탄요?

 

나시크 말고
부탄서 살면 어떨까 해서

 

전 사우디밖에
안 가봤어요

 

부탄도 좋죠

 

물가가 싸요
여기 1루피가 거긴 5루피죠

 

누구나 갈 수 있어요

 

엄마가 말씀하셨죠

 

항상 말했어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고요

 

- 자네 어머니가?
- 네

 

고아라고 안 했나?

 

고아 맞아요

 

엄마가 말했다고 해야

 

제 말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잘 먹히죠

 

그렇군

 

여러분은 지금
부탄 방송을 듣고 계십니다

 

어떻게 부탄에
같이 가요?

 

당신 이름도 모르는데

 

안녕하세요

 

바나나랑 사과예요

 

같이 먹어

 

먹어

 

얼굴에서
광채가 나시네요

 

뭐예요? 뭐예요?

 

10년은 젊어 보여요

 

정말요

 

자네 어머니가
그러셨다고?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고?

 

엄마는 틀린 적이 없죠

 

맛있어요

 

많이 먹어

 

고맙습니다

 

이모

 

이모?

 

응, 왜?

 

이모...

 

영화 '사잔'
테이프 있어요?

 

당연히 있지
근데 왜?

 

노래 좋죠?

 

응, 괜찮지

 

들을 수 있어요?

 

지금?

 

네, 지금요

 

틀어줄 수 있어요?

 

틀어줄게

 

안녕하세요

 

어제 '사잔'
테이프를 들었는데

 

재밌는 우연이네요

 

이모가 영화 테이프를
다 갖고 있죠

 

CD나 MP3는
안 들으세요

 

카세트 공장을
혼자 먹여 살리죠

 

맞춰볼래요?

 

내가 무슨 생각
했는지?

 

이렇게 편지 주고받는 거
좀 묘한 거 같긴 해요

 

편지에 뭐든 쓸 수 있죠
하나도 안 어려워요

 

그런데 이건...

 

만나서
얘기해야 돼요

 

당신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마툰가에 있는
쿨러 카페라고 알아요?

 

'키마 파오'를
잘한다고 들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죠

 

내일 만날까요?

 

1시 어때요?

 

일라 드림

 

사잔 씨...

 

사잔 씨

 

네?

 

과장님이 찾아요

 

- 점심 먹고 갈게요
- 급하대요

 

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 들어가도 돼요?
- 들어와

 

오늘 회계과와
미팅이 있었네

 

그렇게 당황한 적은
내 평생 처음이야

 

그쪽에서 뭐라는 줄 알아?

 

우리 부서가
있긴 하느냐는 거야

 

지급명세서가 다 틀렸어

 

전부 셰이크 서명이
되어 있고

 

이런 사람을
자네 후임으로 생각했다니

 

자네가 다 수정하게

 

밤을 새워서라도
고쳐놔

 

셰이크, 자넨
당장 나가게

 

제 실수입니다

 

제가 작성했어요

 

그리곤 셰이크 서명을
넣은 겁니다

 

제 실수예요

 

페르난데스

 

- 감싸줄 필요 없네
- 감싸는 거 아닙니다

 

자넨 35년 동안

 

실수 한 번 없었잖나

 

전 아무도
감싸지 않습니다

 

어쨌든

 

회계과는
내가 처리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왜 파일에서
채소 냄새가 나지?

 

양파, 감자
마늘 냄새도 나!

 

정말요?

 

맡아봐, 맡아보라고!

 

글쎄요...

 

절 구해주셨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신 파일 받치고
채소 썰지 마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위에
비닐봉지를 대고 썰게요

 

죄송해요

 

채소고 뭐고
아무것도 안 썰게요

 

죄송합니다

 

여기는
사우디 식당이 아니야

 

이건 정부 파일이라고

 

알았어?

 

못하겠으면 가!

 

제가 왜 가요?

 

싫어요

 

가르쳐 주셔야죠

 

선배님이
가르쳐 주세요

 

학력 위조하라고
자네 어머니가 가르치셨나?

 

엄마가 헷갈렸나 봐요

 

자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저희 집에 가실래요?

 

가세요

 

'파산다' 만들었어요

 

가세요

 

기가 막히는군, 셰이크

 

기가 막혀

 

'파산다' 타령이라니

 

가실 거죠?

 

- 더 드세요
- 아니, 아니

 

정말 맛있군

 

제 레시피예요

 

아빠가 경고하셨죠

 

절 주방에
묶어놓을 거라고요

 

아주 위험한 양반이죠

 

마지막으로 웃은 게

 

1982년 월드컵 때예요

 

그것도 딱 한 번
아주 살짝요

 

표정이 뚱해요

 

부인께선
무슨 일 하세요?

 

조용히 해

 

죄송해요, 몰라서요

 

괜찮아

 

집사람은 죽었어요

 

잊어야죠

 

여자친구는 있어요

 

정말요?

 

 

그분 성함이 뭐예요?

 

일라

 

그럴 줄 알았어요

 

도시락이랑 쪽지랑...

 

언제 결혼했어요?

 

결혼이라... 35년 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25년, 10년, 어떤 때는
어제 같기도 하죠

 

안 드시네, 더 드세요

 

팍팍 좀 드세요

 

만든 사람 성의를 봐서

 

전혀 안 드시네

 

부탁이 하나 있어요

 

그래, 뭔데?

 

언제 결혼했냐고
물으셨죠?

 

사실은
아버님이 반대하셨어요

 

제가 고아에 키도 작고
피부도 까맣다고요

 

그래서 메헤루니사가
집에서 나왔어요

 

근데 아버지 축복 없인
결혼 안 하겠대요

 

비밀 지킬게

 

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은 허락하셨어요

 

곧 결혼해요

 

신부 측은
엄청 많이 올 거예요

 

언니, 오빠,
남편들, 아이들

 

삼촌, 숙모
친척들 다 올 거니까요

 

근데 전
아무도 없어요

 

전 혼자예요
그래서...

 

괜찮으시면

 

와주셨으면 해서요

 

제 보호자로요

 

내가?

 

일라도 오시면 좋고요

 

당연히 가야지

 

- 감사합니다
- 갈게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님이
스쿠터를 주신대요

 

승진 선물로요

 

나 은퇴 안 하는데

 

조기 퇴직을
안 할까 생각 중이야

 

자네를 조수로 쓰겠다고
과장님께 말하겠네

 

그러니까 승진은...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정말 잘됐어요
멋진 소식이에요

 

아버님께는 비밀이에요
스쿠터 뺏길 거예요

 

부탁드려요

 

메헤루니사한텐
제가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여기 앉으실래요?

 

나요?

 

네, 앉으실래요?

 

아뇨

 

앉으세요
전 내려요

 

- 페르난데스
- 네?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아닙니다

 

비서가 그러던데

 

지급명세서 때문에요

 

그게 왜?

 

다 수정했습니다

 

- 그래?
- 네

 

좋아, 이따 보세

 

주문하시겠어요?

 

일라

 

도시락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없네요

 

그럴 만도 하죠

 

어제 식당에서
날 한참 기다렸죠?

 

그날 아침 난...

 

욕실에 뭔가를
두고 갔어요

 

그래서
가지러 갔는데

 

욕실에서
냄새가 났어요

 

우리 할아버지 샤워한 후랑
똑같은 냄새였죠

 

할아버지가
거기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건 바로 나였죠

 

나한테서 늙은 할아버지
냄새가 났던 겁니다

 

내가 노인이
됐나 봐요

 

아마 내가
예전처럼 젊었다면

 

욕실에 뭔가
두고 왔어도

 

금방 찾았겠죠

 

여기 앉으실래요?

 

아닙니다

 

인생은 계속 날
뒤흔들었어요

 

이쪽저쪽 흔들면
난 이리저리 휘둘렸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어제의 로또를
사는 사람은 없어요

 

사실 그때
나도 식당에 갔어요

 

당신은 거기 있었죠

 

가방을 어루만지고

 

물을 들이키면서...

 

당신한테 가서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당신을
보고만 있었죠

 

당신은 아름다웠어요

 

당신은 젊어요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죠

 

잠시나마 나도
꿈꿀 수 있었어요

 

그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뒤에
여자분 두 분

 

앞으로 나오세요

 

웃으세요

 

하나, 둘, 셋

 

단체사진 찍습니다

 

신부 측은 오른쪽
신랑 측은 왼쪽입니다

 

신랑 측은 왼쪽입니다

 

웃으세요

 

가시는 거예요?

 

- 새 스쿠터야?
- 타보실래요?

 

은퇴하지 마세요

 

스쿠터는
돌려드리면 돼요

 

택시!

 

날씨가 이상해요

 

너무 가물어요

 

그럼...

 

잘 살아, 셰이크

 

그거 아세요?

 

처음에 선배님이랑
전철 1등 칸 탔던 날

 

표도 안 샀어요

 

뭄바이 중앙역까지
가는 내내

 

안 걸리기만 바랐죠

 

선배님이 알면
쪽팔리잖아요

 

바로 다음 날
1등 칸 패스를 끊었죠

 

자넨 좋은 남편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잠깐만요

 

나시크에 놀러 와

 

여보세요

 

엄마

 

지금 갈게요

 

80루피예요

 

남편도 올 거예요

 

회의 중이라고

 

화장터로
바로 온대요

 

배가 많이 고프다

 

'파라타' 먹고 싶어

 

아침도 못 먹었어

 

아침 준비하던 중이었어

 

그래요...

 

전부터 항상
걱정이었지

 

네 아빠가 죽으면
난 어떻게 되나 하고

 

걱정 마세요

 

근데 지금은...

 

그냥 배가 고파

 

처음엔

 

사랑이 넘쳤어

 

너 태어났을 때

 

그런데

 

몇 년 동안
네 아빠가 너무 싫었다

 

엄마

 

- 아침마다 밥해 줘야지
- 엄마

 

밥해야지
약 먹여야지

 

씻겨야지

 

밥하고
약 먹이고

 

씻기고

 

네 남동생이
죽었을 때는

 

빨간 등을 켠
구급차가 왔었지

 

기억나니?

 

마타도르 옛날 모델

 

오늘은
뭐가 왔니?

 

무슨 색이야?

 

흰색요

 

등은 파랗고요

 

그래, 그래

 

저기요

 

- 아저씨
- 네

 

도시락이
잘못 배달됐어요

 

그럴 리가요

 

- 그런 적 없습니다
- 네, 모르실 거예요

 

그런데 제 도시락이 계속
다른 주소로 배달됐어요

 

- 잘못 간 적 없어요
- 잘못 갔다니까요

 

하버드에서 오신 분이...

 

그 사람 말 말고

 

제가 하는 말을
들으세요

 

이 도시락이
제 남편한테 안 갔어요

 

다른 사람한테 가서
그 사람이 먹었어요

 

하버드 사람들이
우리 시스템을 연구했는데

 

결점이 없다고 했어요

 

계속 잘못
배달됐다니까요

 

내가 거짓말한다는
겁니까?

 

영국 왕도
직접 와서 봤어요

 

도시락이 다른 데로
간다니까요

 

다른 데로 안 갑니다

 

그 건물 주소
알려줘요

 

사잔 씨 자리가
어디죠?

 

저기 두 자리를
사용합니다

 

실례지만...

 

사잔 페르난데스 씨
자리인가요?

 

다시 전화하죠

 

사잔 페르난데스 씨는...

 

떠나셨어요

 

회사 그만두셨어요

 

어디 갔는데요?

 

나시크요

 

나시크에 가셨어요

 

나시크에 가나?

 

 

거기로 이사 가나?

 

 

아주 가는 건가?

 

아마도요

 

나도 은퇴해서
거기 살아

 

가끔 아들 보러
뭄바이에 오고

 

미안해요, 일라

 

안녕하세요, 아저씨

 

떠나신 줄 알았는데

 

갔다가 다시 왔어

 

왜요?

 

그래
그냥 여기서 놀아

 

창문 깨면 안 된다
알았지?

 

받아

 

감사합니다
페르난데스 아저씨

 

일라?

 

일라!

 

네?

 

아까부터
계속 불렀잖아

 

어디 갔다 왔어?

 

볼일이 있어서요

 

걱정했잖아

 

아저씨 기저귀가
떨어져서 불렀는데

 

슈퍼에
갖다 달라고 했어

 

있잖아
나 오늘 팬 청소했어

 

끄지도 않고 했어

 

나시크에
도착했겠군요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셨겠죠

 

그리고 산책도
나갔을 테고

 

난 아침에 일어나서
보석을 다 팔았어요

 

팔찌, 귀걸이
결혼 목걸이...

 

별로 안 되네요

 

그런데
여기 1루피가

 

부탄에선
5루피래요

 

그래서 한동안은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나중엔

 

나중엔...

 

두고 봐야죠

 

야스비가 학교서 오면
짐을 싸서

 

오후 기차를
탈 거예요

 

내가
이 편지를 보낸다면

 

당신의 새 배달부가
배달하겠죠

 

아니면
그냥 간직하고 있다가

 

몇 년 후에
다시 읽어보겠죠

 

어디서 읽었는데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대요

 

두고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