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싱크 불법미인

관동 미술 연구소

 

여기까지

나머지는 오후부터

시간 내에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도

필수 능력이니까

 

식당 갈래?

빵 사오자

잠깐만

 

저 애는?

 

왜 그래, 하야카와 군?

 

뭐야, 타키시타냐?

 

컨디션 안 좋아?

 

치사해

치사하다고, 다들

 

연필 말고 내가
모르는 도구를 쓰잖아

갑자기 솔로
칠하는 녀석도 있고

대체 뭐냐고

연필 데생이잖아?

 

기술적인 거 말이지?

 

너무 기발한 짓을 했다간

수험 때
떨어질 수도 있지만

다들 자기만의
잔기술은 갖고 있어

그런 거야?

 

학교 미술부랑은
레벨이 다르네

현역생도
다들 잘하잖아

역시 1년차부터
안 하면 힘든 걸까

 

보기에 번지르르한 그림은

1년간 성실하게 달라붙으면
누구든 그릴 수 있어

 

다들 처음엔 잘해지고
싶어서 필사적이야

 

그래서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되면

뭔가 흥미가 없어져

 

자기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충 이런 느낌이랄까?

 

다녀왔어

 

어서 와

시나코?

웬일이야?

어제 고향에서
야채가 왔길래

나눠주려고 왔어

 

저녁

아직 안 먹었다길래

앗싸, 안 사 먹길 잘했네

기다려
다시 데워줄 테니까

도와줄게

 

어라?

 

로우 군 키 컸네

 

한창 자랄 나이니까

 

유우 군은 170cm였으니까

곧 앞지르겠네

 

잘 먹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주무시는 거 같아

로우 군, 요새
항상 늦게 들어온다며?

 

뭐…

 

아저씨한테서 로우 군이 어떤
입시 학원에 갔는지 들어버렸어

아버지가 진짜

딱히 상관없잖아?

왜 숨기는 거야?

 

아니

뭔가 진심 같아서
부끄러우니까

이상해

근데 엄청 힘들지?

미대는 어디든
경쟁률이 세니까

뭐, 그렇지

 

왜 그림을 그리냐고?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수업 때
그린 풍경화가

지역 콩쿨에서
상을 받았다

그 후에

난 학교에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캐릭터가 잡혔다

 

로우 군, 그림 잘 그리네

유우 군은 못 그리는데

 

유일하게 그림은

형을 이길 수 있는 것이었다

 

성품이 뛰어나고
몸이 약한 형은

 

언제나 주위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형보다 한 발 뒤처진 나를

모두가 인정해주었다

 

로우 군은 8월
명절에 고향 가?

아니, 수업 있어

그래?

난 갈까 싶어

 

그래?

 

왜 그래?

아냐

그냥 방금 말투가

유우 군이랑
비슷한 거 같아서

 

형제니까

당연한 거구나

 

시나코

 

응?

그렇게

계속 형만 바라볼 거야?

 

로우 군

 

난 시나코가 계속 죽은 놈한테
얽매이는 모습 보기 싫어

 

그렇지만 딴 놈을
보는 건 더 괴로워

 

형의 모조품이 아니야

대체품이 될 수도 없고

완전한 오리지널로
생각하기 힘든 것도 알아

 

로우 군?

지금은

내 방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똑똑히 지켜봐줘

 

아마 넌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우린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니까

그만큼 서로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일 뿐이야

로우 군은

남동생 같은
존재로밖에 안 보여

그런 건 관계 없잖아!

 

관계 없진 않아

 

그럼 시나코는 어떤데?

 

형도 착각 아니었어!?

몸이 약한 형한테

동정이랑 애정을
혼동한 게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있어

 

나도 그런 것쯤은
생각해봤어

 

그런 말 하는 거

로우 군답지 않아

 

매번 고마워요
밀크 홀이에요

수고했어

다음엔 에이프런 좀
꼭 입고 와줘

싫어요, 부끄럽게시리

애초에 이 코스튬은 제가 아니라
점장님 취미니까요

그런 거야?

알바 면접 때 갑자기

메이드복 입어줄래?

이렇다니까요

생각해보니 그 녀석은 소녀
같은 취미를 갖고 있으니까

 

그 말투를 보니
친한가 보네요?

이 녀석, 마담이랑
고등학교 동창이야

게다가 졸업식 때 차였는데
지금도 포기 안 했어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실례할게요

방금 한 얘기

쿄코한텐 말하지 말아줘

 

그럼 다음에도
애용해주세요

 

무슨 볼일 있어?

 

여름수업 신청서
가져왔어요

그래?

힘내

 

뭐야?

내가 할 소리거든

무슨 볼일이야, 청소년?

난 손님이야
친절하게 대하라고

딱히 널 만나러 온 게 아니야

학원 끝나고 가는 길에
편의점 있으면 보통 들르잖아

여름방학 반납하느라
고생 많구나, 고등학생

맞아

너처럼 되기 싫으니까

 

뭐라고!?

사실이잖아

방가, 리쿠오

 

뭐야, 너희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라기보단

밀크 홀 손님?

아직 손님은 아니지만

저번엔 잘 마셨어

아냐, 빨리 가게로 와

110엔입니다

뭐?

어서 돈 내놔

그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냐?

 

여기

리쿠오, 일 언제 끝나?

바래다줘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지 마

왜 내가 널
바래다줘야 하는데?

너무해

이런 한밤중에 젊은
아가씨를 혼자 보내게?

항상 혼자 가잖아

시나코 선생님은
바래다주면서!

그럼 나도 바래다줘!

 

뭐야?

너희 그런 관계?

 

진짜냐? 보험
들어놓은 거냐?

시나코한테
일러바쳐야지

아, 아니야

이건 절대 아니라고

잠깐만, '이거'라니!?

그보다 네가 리쿠오의
라이벌이었구나

- 뭐!?
- 뭐!?

- 라이벌 아니라고
- 라이벌 아니라고

 

우오즈미

인마

자기만 일 빼먹지 말라고

어서 이쪽 도와줘

죄송해요

 

너도 토이즈미
고등학교였구나

중퇴지만

 

왜?

그냥 귀찮아져서

 

갑자기 뭐야?

그치만 시나코 선생님
너무 인기 많잖아

비운의 하루와의
차이는 뭘까?

이건 진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그치만 난 전혀
상대 안 해줘

그래?

 

속상하긴 한데

 

힘내

날 위해서도

뭐!?

그런 녀석의
어디가 좋아?

 

글쎄

 

여기면 돼

바래다줘서 고마워

어이

 

까, 까마귀

칸스케야

안녕

 

이상한 녀석

 

다녀왔어

 

아버지?

 

오늘 간다고 했었지

 

그럼 시나코도 갔겠네

 

로우 군에게

냉장고 안에 있는
카레 데워서 먹어

사 먹기만 하지 말고
직접 해 먹기도 해

시나코가

 

럭키, 역시 시나코야

 

잘 먹겠습니다

 

맛있다

 

그 후로 우리 집에 안 왔는데

분명 명절 지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얼굴 비추겠지

 

시나코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어

덕분에 난

'미안해, 고마워'란 말이
솔직하게 나오지 않아

 

아직도 애야

 

시나코

북소리가 울리고 있어

곧 시작해!

그치만 유우 군이

축제 같이 간다고
약속했잖아

 

그치만

 

됐어!

기다려, 로우 군!

 

로우 군!

 

시나코가 도쿄에서 취직

아니, 카나자와를
벗어난 건

형을 잊으려고
그런 건 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었어

 

카나자와에서

형이 없는 일상이
익숙해지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야

 

아저씨, 그 상자

 

내년에 이 집을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려고

 

나도 로우도 당분간
도쿄에 있을 거 같으니까

 

유우의 유품이야

 

뭔가 계기가 없으면

나도 시나코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만 잊어도 될 거 같아

 

이렇게 가끔 와서
떠올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낙서

 

형이 죽었단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을 잊기 싫으니까

 

그런 시나코가

자기 발로 카나자와에 갔어

 

결국 시나코 자신의 문제야

 

바보

 

난 형이 될 수 없어

 

그게 뭐 어쨌다고

 

한 번 차인 거 가지고
포기할 거 같아?

 

기술적인 건 둘째치고

하야카와 군의 그림은
재밌는 거 같아

 

하야카와 군은 왜
미대에 가려고 해?

 

달리 장점이 없으니까

나도야

 

난 대학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정체성를

증명해주는
하나의 목표라고 생각해

애초에 그림은 남에게
배우는 게 아니니까

 

지식이나 기술로 그린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한다면

좋은 그림이건 하찮은
그림이건 상관없이

난 계속 그릴 수밖에 없어

 

왜냐면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하야카와 군도 그렇잖아?

 

그 '군'은 붙이지 마

같은 학년이잖아?

 

불안과 주저

 

진심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생의 입구에 선 것만 같아

 

뭐, 그렇지

 

뻔한 대답을 외면하며

얼버무린 줄 알았던
상처를 마음속에 품었어

물고 늘어진 반응을
더듬어보아도

되물은 말은 이미

몇 번이건 반복되고 있어

똑같은 곳을, 똑같은 마음을

몇 번이건 여름이
여기에 오더라도

난 똑같은 계절에 있어

아아, 어떡해야

이 몸으로부터 당신을
숨길 수 있을까?

저기, 어떡해야?

저기, 어떡해야 웃으며

어제를 노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