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싱크 불법미인

수고한다

 

전부터 이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알바
하는 줄은 몰랐어

 

어디서 만났던가요?

 

머리 염색 했으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이 지냈던

유즈하라 치카

 

떠올랐어?

 

떠올리기 싫은 일이
떠올랐어

다행이다

사실 좀 힘들거든

집세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날 상황이라서

이것도 무슨
인연이기도 하니

오늘 밤만 재워줄래?

 

미안해, 우오즈미

우오즈미는 결국
날 이해해주지 못하는걸

 

유즈하라 아세요?

얘기해본 적은 없지만

아는 밴드의 멤버였고

여기서도 몇 번 봤었어

그래요?

분명 별명이

파괴왕

 

뭐든 그 여자가 들어간 밴드는

반드시 연애 문제로
질척해지고

결국 해산하나 봐

그게 뭔지 알 것만 같네요

 

고등학교 땐 위원회 같은 걸
하고 성실해 보였는데

그 후에 이것저것
무용담이 생겨나고

졸업할 즘에는
피해자 모임이 생겨났어요

저도 당시에 왜
차였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근데 엄청난걸

짝사랑 중인 미인에다 하루

그리고 전 여친이랑
재회할 줄이야

그냥 다시 합치는 게 어때?

뭐가 그렇게 즐거우세요

남 일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옛날 일이에요

그리고 이미 나갔거든요

 

이런 거 부탁해서 미안해

 

새삼스럽게 무슨

이제 뭐가 무슨 코드인지
우리 집보다 잘 알 것만 같아

 

학생 떄도 이사
갈 때마다 해줬으니까

그 꼬마는 어떻게 지내?

 

이럴 때야말로
나설 때 아니야?

 

로우 군 말이야?

교사로서 학생을
부려 먹는 건 좀 그래

그래?

뭐, 나라도 괜찮으면
배선 정도는 언제든 도와줄게

 

응, 부탁할게

 

문이 열려있어?

 

어서 와

때마침 저녁 준비가
다 됐어

 

어떻게 들어왔어?

평범하게 들어왔어

문 쪽에 여벌 열쇠가
있길래 나갈 때 빌려 갔어

 

짜잔

냉장고에 있던 남은
재료로 만들었어

참고로 된장국 건더기는
내 돈으로 샀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야채를
대충 볶아 봤어

그리고 계란은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길래 다 썼어

파 넣은 계란인가?

 

맛있어?

맛있어

 

맛있는데

너, 눌러앉을 셈이야?

부족한 몸이지만

난 허락 안 했다고!

한 달

아니, 3주만이라도

오늘 알바 구했고

급료 받으면 바로
나갈 테니까

 

무슨 알바?

피로연 같은 데서
피아노 치는 알바

피아노는 잘 쳤으니까

 

근데 왜 나야?

난 친한 여자친구 없는데다

다른 전 남친은 여친 있고

나도 있을지도 모르잖아?

없어, 방 보면 알아

 

뭐 어때?
부탁해

전 여친이 힘들어하잖아
도와줘

 

고작 4개월 만에 찼으면서

 

자기 편할 때만 의지하고

친구라니 너무해

 

난 뻔뻔스러운
여자인 걸까?

 

모리노메 선생님?

 

네?

어디 가세요?

준비실 지나치셨는데요

 

맞아, 니이가타 쪽 친구한테
받은 죽여주는 술이 있는데

같이 한잔 어때요?

 

실은 아는 스타디오가
일손이 필요하다길래

거기서 알바
해보지 않을래?

 

여기서 짤린다는 건가요?

그런 게 아니야
널 위해서야

프로 사진가가 되고 싶다면
그쪽 일을 봐두는 게 좋잖아?

 

그건 그렇긴 해

편의점도 갤러리도

장래로 이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치만

 

어서 와

오늘은 교자야

잠깐 기다려 봐

바로 치울게

 

딱히 상관없는데

 

불 꺼야지

 

잠깐만, 우오즈미?

 

왜 그래?

 

너, 열 있잖아?

 

모리노메 선생님
술 잘 드시네요

- 저번에 말한 회사원은?
- 모리타 선생님, 전 이쯤에서

알았으니까요

모리노메 선생님은?

없어요

또 그러긴

없다니까요

사실대로 말할 때까지
안 보낼 거야

 

술 그만 좀 따라주세요

 

병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병원은 좀 별로

 

병원이 아니라
주사가 싫잖아?

옛날부터 그랬잖아

 

쓸데없는 것만
기억하고 있네

 

죽 만들었는데
먹을 수 있겠어?

 

땡큐

나도 먹어야지

이 빨간 거 뭐야?

매실장아찌

담백해질 거 같아서

 

유즈하라가 요리
잘할 줄은 전혀 몰랐어

자취하고 나서부터 배웠어

 

그 부모님이 용케
자취를 허락해주셨네

 

허락 안 해줬어

반은 강제로 나왔어

사회인이 됐는데도 통금
7시라니 참을 수 없잖아?

인제 와서 반항기가 왔어?

아무 말이나 하셔

그치만 마지못해 배운 피아노
덕분에 밥벌이는 하고 있으니까

아이러니한 상황이지?

 

우오즈미는 카메라맨이
되고 싶어?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만만한 세계가 아니니까

 

그렇구나

 

뭐야, 다들 놀리긴

잃은 애인을 그리워하다니

순수 그 자체인걸

 

아뇨, 애인 같은 게…

제가 멋대로 좋아했을 뿐이지

잠, 잠깐만

그럼 너 아직 한 번도
남자랑 사귄 적 없어?

 

그럼 안 돼요?

 

안 되나요!?

됐어, 이제부터 시작인걸

적극적인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어라?

어느샌가…

 

우오즈미 군 있을까?

 

시나코 선생님!

 

노나카

 

리쿠오한테 볼일 있죠?

 

볼일이라기보단…

뭐, 일단 들어가죠!

잠깐만

 

감기?

전화상으로는 내일도
못 올 거 같은데

뭐, 원래 튼튼한 놈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칫, 오랜만에 왔는데

우오즈미 군은
잘 못 챙겨 먹으니까

감기가 오래 안 가면 좋겠네

 

저기, 선생님

 

무방비한 얼굴은 뭐람

하지만 사람 참
착하단 말이야

이래서 괜찮은 걸까?

 

이 시간에 누구지?

 

네?

 

저기

우오즈미는 감기로
자고 있는데요

 

저기, 그쪽은?

 

그냥 식충이예요

그래요?

 

저희 병문안 왔는데요
가볼게요

 

노나카, 가자

저기

 

들어와도 되는데

 

저거 뭐야?

글쎄

식충이래잖아

저거 뭐냐고?
대체 언제!?

우리한테 아무 예고도 없이?

그치만 우린 딱히
여친이 아니니까

그건 그렇지만

선생님 왜 그렇게 냉정해?

이거 배신 행위잖아

 

하지만 난 한 번 거절했었고

우오즈미 군을 탓할 순 없어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은 거니까

 

선생님

 

둘 다 왔었어?

뭔가 조심스럽게
바로 돌아갔지만

그런 귀여운 여자 친구가
있다니 제법이잖아

그럼 다녀올게

 

어이, 아직도
맘에 두고 있냐?

 

어떡하면 좋을까요?

 

리쿠오 왔어?

아니, 오늘은 안 왔는데
감기는 좋아진 거 같아

 

할 얘기 있으면 전해줄게

 

잘 지내셨는가

나한테 뭔가 할 말은?

 

진, 진정하라니까

 

전 여친

 

옛날 일이지만

 

하지만 역시 싫어!

나가라고 해!

 

인제 와서 쫓아낼 순 없어

거봐, 벌써 정이 붙었잖아?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애초에 너랑은 상관없잖아

 

바보!

리쿠오 같은 건 죽어버려!

 

살아있냐?

 

안, 안녕

전화했더니
외출한 거 같길래

어라, 우오즈미 군

감기는 이제 괜찮아?

저기

어젯밤에 와준 거 같아서…

무슨 얘기일까?

난 어젯밤엔 학교 선생님이랑
마시고 곧장 집으로 갔어

저, 저기

 

시나코 씨?

 

아직도 상태 안 좋아?

 

아니, 딱히

 

결국 내 자업자득이니까

이 고등어 말인데

한 마리 사서
세 조각으로 살 발라냈어

등뼈랑 살을 갈라서
자르는 게 어렵다니까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역시 밥은 누군가랑
같이 먹는 게 맛있지?

 

 

뭔가 이상한 기분이야

 

사귈 때도 이렇게 식탁에서
밥 먹은 적 없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때 너

 

결국 날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했었잖아?

 

그때는 갑작스러워서
뭐가 뭔지 몰랐는데

지금은 뭐랄까
그랬던 거 같기도 해

 

인제 와서 이해해 달라고
할 생각 없어

그리고 그때는
별로 의미 없어

다른 남자 생겨서
헤어지고 싶었을 뿐이야

 

너, 옛날부터 왜 그런 건
깔끔하지 못하냐?

반항기니까?

 

농담이야

 

아니야

 

결국 난

남한테 좋게
보여지고 싶을 뿐이야

좋아한다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었어

 

분명 난 뇌에
뭔가 하나 빠졌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뭔가를 열중해본 적이 없는걸

 

그렇겐 말하지만
넌 인기 많고

공부도 피아노도 잘하잖아

 

팔방미인일수록
성공하기 어려우니까

 

왜 난 화난 거지?

 

안녕하세요

우오즈미한테 볼일 있으면
들어가서 기다리는 게 어때요?

 

아, 아뇨

실례할게요

 

잠깐만!

 

혹시 오해하고 있어?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그냥 식충이

우오즈미랑은 전혀, 진짜, 기여코
아무 사이 아니에요

 

미안

난 또 여친 같은 건
없는 줄 알았거든

아, 아뇨
아니에요

전 대학 친구예요

여친이니 그런 게…

그럼 그 녀석의 짝사랑이구나

 

뭐라고 해야 할까요…

 

담배 펴도 돼?

 

그 녀석은 그냥
사람이 좋을 뿐이야

옛날부터 그런 녀석이었어

편의점에서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야

고등학교 시절 친구 얘기로
알바 하는 건 알고 있었고

그 녀석이라면 부탁하면
어떻게든 될 거 같았거든

 

그거뿐이야

 

정말 그것뿐

 

나 같은 거 때문에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야, 아까부터
한숨만 쉬고

귀찮게시리

쉴 만하잖아요?

 

뭐, 화내서 오히려
다행 아니야?

 

내가 보기엔 넌
배 부른 놈이야

 

다녀왔어

 

어라?

 

어디 갔지?

 

우오즈미에게

갑작스럽지만

피아노 알바가
정식 채용이 돼서

급료를 가불할 수 있어서
나갑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마워

 

추신, 어중간한
난 아무래도

피아노를 좋아하나 봅니다

우오즈미도 힘내주세요

 

이기적인 녀석

 

내리기 시작한
습관이란 비가

숨길 수 없는 말을
얼버무리고 있어

번져버린 물에
잘 녹는 날들이

메말라버린 꿈과
물들어가고 있어

몇 번이고 회상하고 있어

똑같은 곳을, 똑같은 마음을

몇 번이건 봄이
여기에 오더라도

나 혼자
말하지 못하고 있어

아아, 어떡해야

이 몸으로부터 당신을
숨길 수 있을까?

저기, 어떡해야?

저기, 어떡해야 웃으며

어제를 노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