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의 농업정책 1. 농지개혁 미군정기와 이승만정부 초기에 단행된 농지개혁은 한국자본주의 발전에 결정적 의미를 갖는 조치였다. 일제시대에 형성된 대지주의 농지독점을 해결하고 경작자가 농지를 소유하도록 하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을 실현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당시 농지개혁은 대지주의 농지를 유상몰수하고 이를 다시 농민들에게 유상분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지주층의 경제적 토대를 붕괴시키고 일반농민층에게도 그다지 큰 혜택을 주지는 않았다. 즉 토지대가로 지가증권을 받은 지주들은 대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그 지가증권의 가치하락으로 몰락하였으며, 농민들도 과중한 상환부담에 허덕였던 것이다. 요컨대 중간에서 국가가 토지개혁의 이익을 챙겨서 상공업발전에 충당했다고 할 수 있다. 농지개혁에 의한 효과는 해방직후와 6ㆍ25전쟁기간에 발생한 농촌 내부의 정치적인 대립으로 인해 농촌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층이었던 지주층 소멸로 당시 한국 경제성장의 걸림돌인 토지소유관계를 철폐했다. 그리고 토지를 분배받은 농민은 경제적으로 연평균생산량의 150%에 해당하는 현물을 5년간에 거쳐 상환해야 하는 큰 부담을 지게 되었고 농지개혁의 후속조치 결여는 단순한 가난한 자작농의 생성이라는 제한적인 효과밖에 거둘 수 없었다. 2. 주요 농업정책 ① 농산물가격정책 - 농업정책의 핵심이며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기조에 입각한 농산물 저가격정책이었다. 농산물가격정책은 해방 이후 1950년대 한국 경제가 원조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경제의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기근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러한 잉여농산물의 대량 도입으로 농산물가격이 평균생산비 이하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농민들의 소득을 떨어뜨리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하였음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미국의 잉여농산물 방출은 농산물가격을 하락시켜 중상층 농가에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② 임시토지수득세 - 전쟁 등으로 악화된 재정구조 개선 및 안정적인 군량미 확보를 위해 시행되었다. 농민에게 부과되었던 모든 조세를 통합하여 등급별로 토지수익의 일정 비율을 현물로 납부하게 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 하에서의 현물납부라는 점에서 분배농지에 대한 현물상환과 함께 농민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3. 고리대부채의 증대원인 금융전반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근대적인 금융은 주로 도시부문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불안정한 농업생산과 낮은 생산성하에서 농민에게 부과된 현물납부 부담은 곧바로 중ㆍ하층 농민들의 식량부족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농민들은 고율의 고리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 1960년대의 농업정책 1. 중농정책의 표방 1960년대 초까지 1950년 농촌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여 농업을 중시하는 중농정책이 표방되었고 특히 식량증산과 농산물 가격지지가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① 농산물가격유지법(1961년) - 농산물가격 조절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제도화되어 미곡을 중심으로 하는 농산물에 대한 가격지지가 이루어졌다. ② 식량증산계획 - 경제개발계획의 실시와 연관하여 개간과 간척을 중심으로 하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2. 농어촌고리채 정리사업의 실시 박정희 군사정권은 쿠데타 이후 농민을 지지세력으로 흡수하기 위해 농어촌 고리채 정리사업을 실행하였다. 1950년대의 빈궁한 생활 속에서 농민들에게는 고리채의 부담이 가중되었고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이 조치에서는 사채업자에 대한 지급이자율을 강제로 낮추고 농민들의 상환이자율은 그보다 더 낮춤으로써 농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려 하였다. 농협이 중간매개가 되어 고리대보상이자율(20%)과 상환이자율(12%)의 차액을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충당함으로써 사채를 처리한다는 것이 그 주요 골자였으나 우선 사업 자체를 통해 정리된 액수가 전체 고리채 추정액에 상당히 미달하는 것(30~40% 수준)이었고, 사업 이후 수속조치로 농협을 통해 농민들에게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의 목적대로 고리채의 근절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3. 중농정책기조의 후퇴 1963년 곡가파동, 곡가지지를 위한 재정자금의 부족, 그리고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입금ㆍ저곡가정책으로 인해 정부의 시장개입폭이 축소되면서 1960년대 초반의 가격유지정책은 후퇴한다. 식량증산 7개년 계획은 공업 중심의 투자정책으로 인한 재원 및 자원부족, 그리고 1960년대 후반 두 차례의 흉작이라는 벽에 부딪쳐 백지화되었다. 그 결과 1960년대 후반에는 국내식량의 부족을 식량수입으로 충당하게 되었다. 4. 기타 1960년대 이래 한국경제는 농업의 희생을 담보로 성장제일주의를 추구해왔다. 그 결과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농업·농촌의 심각한 낙후, 농촌인구의 대량 이농과 이들의 도시 빈민화, 그로 인한 도시 빈민문제, 노동문제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부각되었다. 이농하지 않고 농촌에 머물면서 농업에 종사한 가구들은 산업화로 인한 농업의 위기를 동원가능한 가족노동력, 특히 여성의 노동력 동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다. 또한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작, 시설재배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성농민의 노동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한편, 농업생산만으로 농가의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들은 가내부업, 농외소득활동, 계절취업, 행상, 노점 등의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활동까지 해야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노동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