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stay night
번역본 제작 : 사신이라 불리는H 님. (http://volfogg.ivyro.net)
JSCaption용 프롤로그 번역본. (미소년 ver 1.0)|
Prologue...|
그것은, 번개 같은 칼날이었다.
_
심장을 꿰뚫기 위해 강하게 내찔러 오는 창끝.
_
피하려고 하는 시도는 무의미하겠지.
_
그것이 번개인 이상, 사람의 눈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_
이 몸을 뚫으려 하는 번개는,
_
이 몸을 구하려고 하는 월광에 튕겨나갔다.
샤랑, 하는 화려한 소리.
아니. 눈 앞에 내려선 소리는, 실제로는 철보다도 무겁다.
일반적으로 화려함과는 연이 없고, 몸에 걸친 거친 철은 얼어붙은 밤공기 그 자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울림 따위 있을 리가 없다.
본래 울린 소리는 강철.
단지, 그것을 방울 소리로 바꿀 정도의 아름다움을, 그 기사가 가지고 있을 뿐.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_
어둠을 튕겨내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소환에 따라서 찾아왔다.
_
이제부터 나의 검은 그대와 함께 하며, 그대의 운명은 나와 함께 한다. ---여기에, 계약은 완료되었다」
그렇다, 계약은 완료되었다.
_
그녀가 이 몸을 주인으로 고른 것 같이.
_
분명히 자신도, 그녀의 도움이 되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달빛은 더욱 맑디 맑게 어둠을 비추고.
_
창고는 기사의 모습을 본뜬 듯, 일찍이 가졌던 고요함을 되찾는다.
시간은 멈춰있었다.
_
아마도 1초조차 미치지 않았던 광경.
_
허나.
_
그 모습이라면, 설령 지옥에 떨어진다고 해도, 선명하게 다시 떠올릴 수 있겠지.
살짝 돌아본 옆얼굴.
_
끝없이 온화한 성스러운 녹색 눈동자.
_
시간은 이 순간만 영원이 되어,
_
그녀를 상징하는 푸른 옷이 바람에 흔들린다.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창광(蒼光).
_
사금과도 같은 머리카락이, 달빛에 젖어 있었다.
Fate|
그것은, 지금부터 10년 전의 이야기.
......그리운 사람을 보고 있다.
키가 크고, 윤곽이 뚜렷한 얼굴 생김새에, 내가 아는 한 한번도 농담 같은 건 입에 담은 적이 없었던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아니, 조금 다른가.
힘을 얼마나 줘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인지, 쓰다듬고 있다기보다는 머리를 손으로 콱 쥐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라는 표현 쪽이 옳다.
그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럼 떠난다. 뒤에 해야 일은 잘 알고 있겠지」
무거운 목소리로, 예의 바르게 예, 하고 대답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던 사람은 딱 한번 끄덕이고는, 손을 떼고 일어섰다.
......그래서, 그것뿐.
그 때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준비해 둔 최고의 농담으로 웃겨줬을 텐데.
언제가 이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을 무너뜨려줘야지 하고, 혼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웃겨주는 것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것이 결국, 한번도 공개되지 못한 것이, 슬프다고 말하면 슬펐다.
「성인이 될 때까지 협회에 빚을 만들어 둬라. 그 이후의 판단은 너에게 맡기겠다. 너라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겠지」
라고 말하면서도, 일단은 걱정이 되는 거겠지.
가보인 보석이라던가, 대사부가 남겨놓은 보석이라던가, 지하실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던가.
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들을 연달아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마음에도 눈치챘던 것이다.
---아마도.
_
이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하고.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전쟁.
그렇다고는 해도, 반목하고 있는 것은 겨우 7명뿐이다.
그러면 전쟁 같은 타이틀은 안 어울리겠지만, 그 싸우는 사람들이 마술사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파벌이 다른 7명의 마술사들은 잘 모르는 이유로 경쟁하기 시작해, 잘 모르는 방법으로 서로 죽고 죽였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도 죽이고, 언젠가는 죽는 입장에 있다.
그 때가 가깝다는 것은, 나보다도 이 사람 쪽이 확실히 느끼고 있을 터이다.
「린, 얼마 안 있어 성배는 나타난다. 그것을 손에 넣는 것은 토사카의 의무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마술사로 있으려 한다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다시 한 번.
슥슥,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 사람은 떠나갔다.
그것이 마지막.
한 사람의 마스터로서 성배전쟁에 참가하고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된, 스승이며 아버지였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
「다녀오세요, 아버님」
예의 바르게 배웅했다.
자신이 울어버릴 것 같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눈물은 결코 흘리지 않았다.
저 사람이 좋았다.
아버지로서도 뛰어났고, 마술사로서도 뛰어났던 인물.
마술사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편벽한 자들밖에 없다.
그 세계에 있어서, 저 사람만큼 뛰어난 인격자는 없었겠지.
그는 스승으로서 나를 가르치고, 아버지로서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정했던 것이다.
저 사람이 마지막에 무엇을 남기는가로, 나는 자신의 길을 정해야지 하고.
――――린, 얼마 안 있어 성배는 나타난다.
_
그것을 손에 넣는 것은 토사카의 의무이기도 하며, 마술사로 있으려 한다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그는 최후의 최후에,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마술사로서 말을 남겼다.
그래서, 그 순간에 내가 갈 길은 결정되었다.
「---좋아. 그럼 집중해서 제 구실 하는 마술사가 되도록 노력해볼까---」
제자가 스승의 분부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로부터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나 즉 *토사카 린(遠坂)은 성장했다.
*토ː사카이므로 이를 어찌 할까 고민하다 장음은 단음으로 한다. 라는 원칙을 만들고 따르기로 했다. 이하의 일본인 이름에 있는 장음들은 이렇게 쓸 것이다.
아버지가 싸움에 나선 겨울날로부터, 벌써 10년.
이 때를 고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분은 모르는 새에 들떠있다.
그것도 당연.
10년간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 이벤트는, 조금만 있으면 시작하려고 하고 있기에---
1월 31일|
「..................으응」
무언가가 울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시끄러워. 멈춰」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따르릉 따르릉 하고, 마치 내가 부모의 원수라고 떠드는 것 같은 시끄러움.
「......뭐야, 정말......어제는 늦게까지 깨어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게 해 줘도 괜찮을 텐데.
아니, 오히려 자게 해 줘야 한다.
여하튼 새벽까지 아버지의 유언을 해독하고 있었고, 마력도 호기 있게 펑펑 써 버렸다.
즉 피로, 곤비(困憊), 몸도 마음도 녹초입니다.
「......아아, 정말---융통성 없는 녀석」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자명종에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따르릉 따르릉 하는 소리가『지각이야 지각이야』라고 들리는 건 대체 어떤 장치로 돼 있는 걸까.
「......지각......지각은, 곤란해......」
그러나 그것도 시간과 장소에 따르는 것.
아무리 우등생이라고 해도, 오늘 정도는 아슬아슬하게 등교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래 그래......미리 30분 시간을 앞당겨서 알람을 맞춰놨으니까, 앞으로 30분은 잘 수 있을 터......」
---응?
그거,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30분, 앞당겨서......」
졸린 눈으로 시계를 본다.
시계는 정확히 7시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의 습관이 된 기상시각은 6시 반이니까, 30분 예금은 깨끗하고 말끔하게 다 써버렸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막 일어났을 때는 사고능력이 저하되는 걸까 나는.
「..................음」
시계와 눈싸움하길 수 초.
알람을 끄고, 마지못해 침대에서 나오기로 했다.
아주 차가워진 복도를 건너서, 아주 차가운 거실로 이동했다.
1월의 마지막 아침 7시.
후유키(冬木) *시는 겨울이라도 나름대로 따뜻한 기후인데, 오늘 아침에 한해서는 다른 곳만큼이나 추웠다.
*시 : 사실 여기서는 町로 나와 있지만, 행정구획 상 市인 듯 하고 이쪽이 더 자연스러운 듯 하여 市로 했다.
집 안에 있어도 입김은 하얗고, 무엇보다 집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더더욱 못 견디게 춥다.
「......난방, 난방......」
히터를 켜고, 세면장으로 향한다.
이럴 때,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은 불편하다.
자신보다 먼저 일어난 사람이 있다면, 거실은 이미 난방이 잘 되어 있을 텐데.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는다.
긴 머리에 빗질을 하고, 몸단장을 한다.
추운 아침, 싸늘한 세면장.
유일한 이점이라고 한다면, 차가운 물이 다짜고짜 잠 기운을 날려보내준 것 정도.
꾹, 하고 목 부분의 리본을 묶고 준비 완료.
남은 건 아침을 먹고 등교하는 것뿐.
시계를 보니 아직 7시가 막 지났을 뿐이라서, 적이 김빠졌다.
「뭐야, 이러면 달려갈 필요도 없잖아」
물론, 달려서 학교에 간다, 같은 추태를 부릴 생각은 결코 없다.
어떤 때라도 여유를 가지고 우아하게, 가 토사카 가의 가훈인 것이다.
그런 가훈을 계속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우리 선조는 정말로 고귀한 출신이었겠지.
이런 고풍스런 서양식 저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증거이고, 덤으로, 토사카 가는 "마술" 이 전해지는 마법사의 혈통인 것이다.
오래된 걸로 따지면, 정말 할 말 없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뭐 그렇게, 자랑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기보다는, 넉살 좋게 선전하고 다닐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은 토사카 린, 마법사예요---
라고, 대체 누구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술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마술이다.
이미지가 치칭뿌이뿌이라도 아브라카다브라라도 상관없다.
요컨대, 주문을 외워서 신기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 그렇다곤 해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지팡이를 흔들면 별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건 할 수 있지만, 그다지 의미가 없기에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들은 세상에 숨어 지내는 이단자다.
눈에 띄는 일은 금지 당하고 있고, 그런 일을 할 여유가 있다면 집에 틀어박혀서 마술을 연구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마법사라는 것도 어폐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세계에 마법사는 5명 밖에 없다.
누구에게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현대의 과학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 것, 그런 "기적"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를, 우리들은 마법사라고 부른다.
아무리 시간과 기술을 들이더라도 실현할 수 없는 신비가 마법이며,
아무리 신기해도 시간과 기술을 들이면 누구라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마술.
그래서 내가 쓰는 "신비"도 마법이 아니라 마술에 지나지 않는다.
복잡하지만,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그렇게 알아뒀으면 한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마술사라는 존재는 현대에서는 용인되지 않는다.
계측할 수 없는 것을 믿고, 다루고, 배우는 우리들은, 현대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존재다.
일단, 별로 의미가 없다.
마술 같은 걸 배우느니, 제대로 된 학교에 가서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쪽이 몇 배나 행복해질 수 있다.
인간의 기술은 위대하다.
이 수백 년간, 마술은 늘 문명사회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어졌다.
과거 마술로밖에 해낼 수 없었던 기적은, 먼 옛날에 기적도 뭣도 아닌「별 것 아닌 도구」로 격하되어버렸다.
---뭐 그래도, 마술에는 마술의 이점이 있다.
과학으로밖에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것처럼,
신비를 통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과학이 미래를 향해서 질주하고 있다면, 마술사는 과거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라는 것은 토사카 가의 대사부의 말이었었지.
과거도 미래도 종착점은 결국 같다. 제로를 향해서 계속 달려라, 랄까.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내버려 두자. 철학은 노후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둬야 될 테고.
아침 식사를 끝내고, 가방을 손에 든다.
「---맞다. 펜던트, 가져가야지」
학교에 그런 걸 가지고 가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놔 두고 가는 것도 아깝다.
「뭐니뭐니해도 100년이나 된 돌이고 말이지. 집에 있는 보석 중에선 단독최강이고」
아니, 오히려 차원이 다르다, 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젯밤 아버지의 유언을 해독해서 손에 넣은 이것은, 지금의 내 마력 10년 분을 가지고 있다.
토사카 가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가보가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게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변환, 힘의 유동을 잘 다루는 토사카의 마술사는, 틈만 있으면 보석에 자신의 마력을 옮겨놓는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권총이 자신이고, 보석이 탄환이라고 비유하면 적당하다.
그 이외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하면, 왼팔에 새겨진 토사카의 마술각인 정도다.
마술각인은 간단하게 말해서 후계자의 증표로, 토사카 가가 전해온 마술을 응축한 문신 같은 것이다.
「......아직 시작한 건 아니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나」
이제 와서 보면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펜던트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최후의 카드니. 여기에 담긴 마력이라면, 불가능한 건 없을 정도고」
시간은 7시 반.
슬슬 나서지 않으면 시간 안에 학교에 도착할 수 없다.
「*Schließung. Verfahren, Drei」
*폐쇄. 방법, 3 : ※ 사실 린 양의 주문은 린 양이 순수 일본인이라 그런지 멀쩡한 독일어가 아닌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것도 메모를 붙일 테니 참고.
짧게, 마력을 담아서 말을 자아낸다.
마술사 된 자, 자신의 본거지를 비울 때는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설령, 지금까지 한 번도 도둑이라던가 미아라던가 도둑고양이던가 그런 종류의 침입자가 없었다고 해도.
......아니, 그것뿐이 아니라 옆집 사는 사람이 인사하러 온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흥, 뭐 별 상관없지만. 도둑고양이조차 들어오지 않는 건 대체 어찌된 영문이지」
10여 년 살아온 을 올려다본다.
후유키 시는 이상한 도시로, 교차점 저편 주택가에는 일본 풍 무가 저택[광인4]이 많고, 이쪽 주택가에는 우리 집 같은 서양 저택이 많다.
먼 옛날, 외국에서 이주해 온 가족이 많았던 것이 이유라지만, 그런 것치고는 외국인은 거의 안 보인다.
강을 낀 신토(新都)[광인5]에는 외국인묘지조차 있지만, 거기에 있는 묘도 이주해 온 세대의 사람들 것뿐이다.
「일본의 풍토가 맞지 않았던 걸까」
응, 다음에 교회에 가서 신부한테 물어보자.
그 신부라면 별 것 아닌 것도 이것저것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어라」
밖에 나와서,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생각보다 조용한데요......」
밖은 고요하고, 아침의 소란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7시 반쯤 되면, 통학하는 학생이나 통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댈 터인데.
「......뭐, 이런 날도 있겠지」
다들 오늘 아침은 늦잠인 걸까.
오늘은 드물게도 춥고, 누구나가 침대에서 움츠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응-......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건 이상하다.
7시 반이면, 이제 여기저기 교복이 보이는 시간대다.
그런데 교문에 있는 건 나뿐이고, 부 활동 아침 연습은 막 시작한 참인 듯.
즉 이 경우, 도출되는 결론은---
「어라, 토사카?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왔네」
「......역시 그런 건가」
하아, 하고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을 걸어 온 여학생을 돌아본다.
「안녕. 오늘도 춥잖아, 이거」
싹싹한 말투인 그녀는 미츠즈리 아야코(美綴 綾子).
같은 2학년 A반 클래스메이트로,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인물이다.
「안녕 미츠즈리. 엉뚱한 것 좀 묻겠는데, 지금 몇 시인지 알아? 」
「응? 몇 시라니 7시 전이잖아. 토사카 잠 덜 깼어? 」
괜찮냐? 하고 손바닥을 절레절레 흔드는 아야코.
그녀는 내가 아침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이다.
......요컨대, 내가 아직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헤아리고 있는 것이겠지.
「우리 집 시계, 1시간 빨랐던 모양이야. 그것도 전부 다.
_자명종은 물론이고, 괘종시계까지 다 빨라져 있었어」
정말, 대체 어쩐 영문일까.
아버지, 그 펜던트를 지하실에서 꺼내면 시계가 안 맞게 해 놓았던 걸까.
「토사카?」
「신경 쓰지 마. 별 일 아니니까. 그것보다, 미츠즈리는 오늘도 아침 훈련? 」
「으응. 궁도부는 문제아도 많고, 실력자가 하나 줄어서 말이지. 4월에 신입생 획득을 위해서, 조금 정도는 겉치레라도 해 두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래. 마음 고생이 끊이질 않는구나, 여전히」
「다른 사람 일이라고 막말하네. 아, 마침 잘 됐는데 보고 갈래? 토사카가 견학하면 남자부원들도 기뻐할 텐데」
「----궁도부, 라」
궁도부에는 지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3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눈앞에 있는 아야코이고, 다른 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는 지인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두 사람 중 하나는 지인이라는 한 마디로 나타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내가 궁도부 주장인 아야코와 친구가 된 것도, 그저 궁도장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도 그러네, 잠깐 보고 가는 정도라면 들렀다 갈까. 너무 빨리 와서 할 일도 없고」
「좋아. 그럼 좋은 일은 서둘러야지, 빨리 가자」
우리 학교 특징 중 하나에, 이 호화로운 궁도장이 있다.
이사장이 궁도에 관심이 있는 건지, 궁도장은 학생 부 활동만으로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훌륭하다.
「자자. 아직 시작할 때까지 시간도 있고, 안에서 차나 마시자구, 토사카」
뭐가 기쁜 건지, 아야코는 강제로 손을 끌고 간다.
본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면 남자 같은 말투가 되는 것이 그녀의 나쁜 버릇이다.
아야코의 말대로, 도장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우리들은 오늘 수업의 예습 등을 하면서, 혀가 저려올 정도로 뜨거운 일본차를 마시고 있다.
한산한 겨울의 도장에는, 이 뜨거운 차가 실로 맛있다.
「근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그 쪽은 어때 토사카. 슬슬,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는 찾았어? 」
그런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틈타서, 아야코는 엄청난 걸 물어왔다.
「……후우. 정말, 갑자기 핵심을 찌르는구나 너는.
_그 말투로 봐선, 그 쪽은 벌써 찾은 거야? 」
「노 코멘트. 토사카가 패를 밝힐 때까지는 이쪽도 비밀이야. 그래서, 어떤 거야. 그 피곤한 얼굴을 보면 찍어놓은 상대가 있는 것 같은데? 」
「이쪽도 노 코멘트……지만, 너한테는 숨겨도 어차피 들키려나. 유감이지만 이쪽은 아직이야.
_아야코 쪽은? 우리 둘 다, 태평하게 있을 여유는 없을 텐데? 」
「그렇긴 한데, 나도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부랴부랴 꾸미는 건 가능하겠지만, 일이 일이잖아? 앞으로의 운명이 걸려있으니까, 타협할 수도 없고」
「흐응. 간단히 정해서, 나한테 지는 건 싫은 거야?」
「물론이지. 나한테 있어서 중요한 건 너를 이기는 거니까. 무엇이 손에 들어온다 라던가, 무엇을 손에 넣는다 같은 건 그 다음 문제야」
흐흥, 하고 건방지게 웃는다.
「---하아. 정말 서로 비슷하구나, 우리들」
「으응. 처음 만났을 때 말했잖아. 너랑은 그런 관계라고」
아아, 그랬었지.
『너랑은 분명, 죽고 죽이는 관계까지 갈 거 같아』
라고, 처음 만났는데 들었을 때는 나도 진짜로 놀랐다.
요컨대, 아야코는
『갈 데까지 가도록 치고 받지 않으면 너랑은 우정이 싹트지 않을걸』
이라고 한 것이다.
그것은 나도 같은 의견으로, 그로부터 2년, 이렇게 친구인지 천적인지 알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근데 말야. 우리들, 왜 이런 얘기를 하게 된 거지?」
「왜라니, 말을 꺼낸 건 토사카잖아.
_네가 언제까지고 남자가 없는 건 여자로서 생각해 볼 문제야, 라고 투덜거려서, 그럼 3학년이 되기 전에 어느 쪽이 먼저 남자 만드는가 승부하기로 했었잖아」
「……아―, 그랬었지. 폭언에는 폭언. 그래서, 진 쪽이 하룻동안 말한 대로 따르기로 했었지」
「어어. 요즘 애들도 안 하는 약속이지만, 나랑 너에 한해서 진 쪽이 패배를 인정 안 하는 일은 없겠지.
_ 어떤 결과가 되던지, 진 쪽은 얌전히 승자에게 따른다. 그걸 생각하면, 난 지금부터 그게 낙이라고」
큭큭 하고 즐겁게 웃는 아야코.
정말.
이런 데에 아주 진심인 점 등, 미츠즈리 아야코라고 하는 여자는 다루기가 어렵다.
……뭐, 나도 아야코를 이겼을 때가 기대되고 기대돼서 어쩔 수 없기에, 애먹이는 건 서로 마찬가지인 셈이지만.
「그래. 하지만 미츠즈리? 낙으로 삼는 건 상관없지만, 목적을 잊지 않도록 조심해. 승부 내용은 선착순만은 아니잖아?」
「알고 있어. 토사카보다 빨리, 토사카가 진심으로 부러워할 것 같은 관계가 되지 않으면 완전승리라고 말 못하지.
_……뭐, 우리들한테 있어서는 그게 제일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데. 아무리 좋은 남자라고 해도, 좋아하게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하아, 하고 무겁게 한숨을 쉬는 아야코.
내가 아는 한, 미츠즈리 아야코는 남자를 싫어한다고 곧잘 말을 듣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내는 소문 같은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승부를 걸어오는 걸 보면, 남자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단지 지금까지 흥미가 없었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접어두고.
「잠깐만. 우리들이라니 무슨 소리야.
_미리 말해두겠는데, 나는 그 쪽과는 다르게 냉혈한이 아니에요.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정도, 문제도 뭣도 아니야」
「아아, 그건 거짓말. 아니면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야. 토사카가 남자애를 마음에 두다니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걸.
_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고백 받은 주제에, 한 번도 Yes라고 대답하지 않았지.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사귀어볼까 하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계속 거절하고 있다는 건, 넌 남자한테 흥미가 없다는 말이라고」
「발상이 빈곤하네. 그 경우, 이미 좋아하는 상대가 있어서 거절하고 있다는 것도 가능하잖아?」
「우와, 굉장한 미담. 좋은데. 그런 거, 로망인걸」
놀리지도 않고, 진지하게 아야코는 끄덕인다.
정말 그렇다면 멋지구나, 하고 한숨 쉬며 이야기하고 있다.
……질렸다.
정말 이 녀석한테는 비밀로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아야코의 말대로다.
나도, 자신이 얼마나 혹독하고 박정한 인간인지 알고 있다.
「인정할게. 나, 연애에 관해서는 초심자인 모양이야」
「그렇다니까. 서로 닮았다고 말한 건 토사카잖아.
_……이런, 이제 곧 7시인가. 비밀 이야기는 이쯤 해 두자. 언제 사람이 올지 모르기도 하고, 아침이 되었으니 학생답게 처신해야지」
「어머. 미츠즈리한테도 그런 체면치레를 하는 면이 있었다니 의외야. 응, 이것만으로도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었던 것 같네」
「흥, 너 정도로 굳건하진 않지만 말야. 내 체면치레 정도, 토사카 린에 비하면 당랑거철이라구. 네 내숭은 의태를 넘어서서 이중인격 레벨이야, 이중인격」
과장되게 한숨을 쉬는 아야코.
타 놓은 뜨거운 차는 서로 텅 비어서, 이번엔 내가 차를 탈 차례가 되었다.
「근데, 토사카는 왜 부 활동 안 하는 거야. 운동신경이 안 좋다, 같은 헛소리는 하지 마. 난 말이지, 작년 체력측정에서 전부 너한테 진 걸 아직도 가슴에 담고 있어」
「어머나. 폐활량에서는 미츠즈리한테 졌어, 나. 그리고 체중도 미츠즈리가 위였잖아」
「아하하하하! 만세―, 몸무게로 3kg 웃돌았다―!
_……체중에서 이겨도 안 기뻐 이 너구리야!」
타―앙, 하고 상을 강타하는 아야코.
「이런. 차가 넘치잖아, 미츠즈리. 주장이니까 도장은 소중히 하세요」
「시끄러, 난 주장이기 전에 토사카의 라이벌이야.
_부원이 없으면 너한테 덤벼드는 건 당연해」
흥, 하고 반쯤 뜬 눈으로 곁눈질을 하는 아야코.
……얘는 독특한 미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미인은 무도를 익히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항상 입에 담고 있다.
그러는 본인도 무도백반, 대개의 무도에 정통한 호걸이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소양이 없는 궁도부에 스스로 적을 두고, 지금에 와서는 당연한 듯이 주장 자리에 앉아있다.
남녀 불문, 우리 학교 안에서 거역해서는 안 되는 리스트 Top 3에 들어가지 않을까.
「어머. 부원이 없으면 주장이 아니라니, 문제발언 아냐, 그거?」
「문제발언일 리가 있나. 나는 허울뿐인 주장이니까, 하는 일은 불량부원을 다잡는 것뿐이야.
_나 이상으로 잘 쏘는 녀석이 있으니, 주장으로서 면목이 없잖아」
「그래? 후지무라 선생님, 미츠즈리는 다른 부원들보다 뛰어나게 잘 쏜다고 했었는데」
「으음……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조금은 자신이 생기지만. 뭐, 없어진 녀석 생각하고 있어봐야 어쩔 수 없지. 그래, 후지무라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진지하게 주장 역할 하지 않으면 곤란한가」
「그래 그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슬슬 부원들이 올 때쯤 됐지. 나는 슬슬 물러갈 테니까, 미츠즈리는 주장 제대로 해」
「왜, 안 보고 가, *사(射)?」
*사(射) : 말 그대로 활쏘기다.
「봐도 모르는 걸. 멀리서 바라보는 건 좋은데, 소양도 없는 사람이 도장에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게 내가 자리를 뜨는 것과, 도장에 부원이 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안녕하세요, 주장」
「아아, 안녕 마토(間桐). 오늘 아침도 혼자?」
「……네. 힘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아, 괜찮아 괜찮아. 본인이 궁도를 그만 한다고 말하는 거니까, 무리하게 시켜서 될 게 아니지」
아야코는 들어온 부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실례할게. 나중에 봐, 미츠즈리」
「으응. 나중에 보자, 토사카」
「……수고하셨어요, 토사카 선배」
「---고마워. 사쿠라도 열심히 해」
방해되지 않게 도장을 뒤로 한다.
「야아, 토사카. 안녕, 아침부터 너와 만나다니 운이 좋은데」
운이 없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과 딱 만나버렸다.
「안녕 마토군. 오늘은 빨리 왔네」
「당연하잖아. 주장이니까, 좀 빨리 오지 않으면 1학년한테 본보기가 되지 못하잖아」
싱긋 하고 웃는 남학생은 2학년 C반의 마토 신지.
궁도부 부주장으로, 교내에서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이분하는 잘 생긴 남학생이다.
그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성적 우수, 붙임성 좋고 여자에게는 상냥한, 그야말로 아이돌이라던가.
나한테는 그런지 잘 모르겠기에, 전부 클래스메이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옮긴 것뿐이지만.
「그래. 기분 좋은데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한 글자 빠졌어 마토 군. 중요한 글자니까 잊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 한 글자 빠졌다니, 뭐가 말야?」
「공부의 부. 글자는 달라도 음은 똑같잖아, 부주장 씨. 조심해. 별로 주장이든 부주장이든 다를 건 없지만, 이상하게 의식하면 거기에 구애되는 것 같이 들리잖아?」
「---.
_그렇구나, 앞으로는 조심할게. 고마워, 토사카」
「감사를 받을만한 일은 하지 않았는걸. 뭐, 마토군이 그렇게 생각한 거니까 나랑은 관계 없지」
그럼, 하고 궁도장을 떠난다.
「잠깐 기다려봐. 견학하러 온 거잖아? 그럼 보고 가면 되잖아. 토사카라면 대환영이야」
「사양할게. 아침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걸」
「그런 거 상관 없잖아. 다른 녀석들이 거슬린다면 쫓아버릴 테니까, 잠깐 들렀다 가」
「……그러니까 방해할 생각은 없다고 하고 있잖아.
_거기에 나, 별로 궁도에 흥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야.
_모르는 사람이 활 쏘는 거 봐도 기쁘지 않아」
「? 뭐야 토사카, 궁도에 흥미는 없었던 거야.
_……헤에. 그런데도 학교 끝나면 멀리서 보고 있었던 건 그런 이유인 걸까」
…….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가 다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건 틀림없네, 이거.
「---뭐야. 알고 있었어, 마토군?」
「어, 곧잘 눈이 맞았잖아, 나랑 토사카. 다 쏘고서, *잔심(?心) 때만 되면 토사카는 날 보고 있었잖아.
_말을 걸어주고 싶었지만, 일단 규칙이라서 말야. *사장(射場)에서는 소리를 지르면 안 되거든」
*잔심(?心) : 활을 쏘고 나서 자세를 유지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 마음을 단련하는 스포츠라는 궁도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자세한 설명은 본편에서도 나올 것이다.
*사장(射場) : 도장 안에서도 특히 과녁에 활을 쏘게 되는 그 장소.
뭐가 기쁜 건지, 신지는 쓱, 하고 다가왔다.
붙임성 있는 웃음은, 동시에 우위에 선 듯한 속뜻이 있다.
「착각하고 있었어. 토사카는 궁도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궁도에는 흥미가 없잖아? 그럼, 왜 토사카는 도장을 보고 있었던 걸까」
「------」
아아, 그런 얘기였군.
과연, 확실히 그런 식으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였구나, 지금 그건.
「떨어져 주지 않을래, 마토군. 나, 그다지 다른 사람이 가까이 오는 거 좋아하지 않아」
「응? 뭐라고, 토사카?」
「어이없네, 이렇게까지 말해도 못 알아듣다니.
_……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네. 간단히, 너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줄게.
_잘 들어 마토군. 나는 궁도에 흥미가 없는 이상으로, 너한테 흥미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사실, 네가 사장에 있었다 라는 건 지금 처음 알았을 정도고, 분명 이후로도 눈에 안 들어올 거야」
「---뭐, 뭐라고……!」
부아를 건드렸는지, 난폭하게 손이 뻗어온다.
그것을 휙, 하고 가볍게 피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럼 안녕 마토군. 자의식과잉인 건 상관없지만, 적당히 해 두는 편이 좋아」
「토사카, 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말투인 채, 신지는 화내지도 않거니와 뒤따라오지도 않는다.
……정말이지, 겉멋만 들었다니까.
저 녀석도 좀 더 내실 있는 성격이면, 주위가 고생하는 일도 없을 텐데.
궁도장이 있는 교사 뒤에서 교내로 들어간다.
아침 7시를 지나도, 아직 복도에는 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라, 토사카다―」
「---. 안녕하세요, 후지무라(藤村)선생님」
「응, 안녕 토사카. 제대로 인사해 줘서 선생님은 기뻐요오」
엉엉엉, 하고 기쁜 듯이 펑펑 우는 제스처를 하는 수수께끼의 여성.
……믿기 힘든 일이지만, 이 보통 사람을 훨씬 능가하는 친근감과 무사태평함을 함께 갖춘 인물은, 우리 학교의 교사다.
「……저, 선생님. 제대로 인사를 하는, 이외에 하는 인사가 있는 건가요」
「응, 있어. 1학년은 제대로 인사해 주는데 말야, 상급생이 될수록 내 성으로 인사해주지 않아. 토사카는 그런 녀석들 흉내내면 안 돼」
「---하아.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에게 실례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만」
「좋아 좋아. 아―아, 모두들 토사카만 같았으면 좋은데―」
안녕―, 하고 손을 흔들고는 후지무라 선생님은 떠나갔다.
다행히, 우리 반 담임은 후지무라 선생님이 아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의 교과는 영어.
저런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검도는 유단자이고, 학생 시절에는 「후유키의 호랑이」라고 불리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일단, 그 근처부터가 수수께끼다.
보통, 호랑이라고 별명이 붙는 사람은 인기가 많은 게 아니라 두려움을 받는 것 아닐까?
기분이 좋은 것인지, 후지무라 선생님은 즐거운 듯이 궁도장으로 향했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검도부가 아니라, 왜인지 궁도부의 고문인 것이다.
시각은 7시 반 되기 전.
교정에는 부 활동에 열심인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교내에는 전혀 인기척이 없다.
그런데도,
「---게엑, 토사카」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실례되는 말을 무심코 입 밖에 내는 도배와 조우했다.
「어머 학생회장님. 이런 아침 일찍부터 교사 순찰? 그렇지 않으면 각 부실 정비인가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여전히 부지런하네, 그런 데에는」
「흥---그러는 너야말로 무슨 꿍꿍이냐. 부 활동도 안 하는 네가,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
「단지 변덕일 뿐이야. 류도(柳洞)군네처럼 빨리 일어나지 않아, 나」
「………………」
음, 하고 단정한 얼굴을 흐리는 학생회장.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 같다.
이유는 정말로 모르겠다.
……어쩌면. 수학여행 회의 때 『절은 따분하니까 패스』하고 말참견한 것이 원인일까.
「…………하나 묻겠는데. 최근, 밤 늦게까지 교사에 있었던 일은 있나, 토사카」
「없는데. 내가 바로 바로 집에 돌아가는 건 알고 있잖아, 류도군은」
「당연하지. 학생회장을 맡은 이상, 전교 학생의 정보는 파악하고 있다」
「그래. 그럼 나한테 물어볼 것도 없잖아. 왜 그런 걸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회 일을 바깥 사람한테 강요하는 건 좋지 않은 거 아냐?
_정보수집은 혼자서 해. 나 같은 외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천치, 네가 어디가 외부인이냣!
_우리 회계 약점을 잡고 악행을 저지른 것을 모른다고 생각한 거냐, 이 암 여우!」
「어머,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건 미츠즈리에게 부탁 받아서, 부비의 비율을 명확히 했을 뿐이잖아?
_모두의 예산이 어디에 쓰여지고 있는지 조사하는 건 학생으로서 당연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뭣이. 우리 회계를 1주일간 쉬게 만든 정신적 대미지가 당연한 행위인 겐가. 어처구니 없는 윤리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여전히」
「너도. 부하들 고삐 정도는 제대로 잡고 있어.
_문화계에만 역성 드는 건 공정하지 않아」
「알고 있어. 그러기에, 내 손으로 부정을 바로잡고 싶었던 것인데---」
「잇세, 수리 끝났다」
---앗.
생각지도 못했던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앗, 미안. 부탁한 건 이쪽인데, 에미야에게 전부 맡겨버렸군. 용서해라」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그래서, 다음은 어디야. 별로 시간 없다구」
「아아, 다음은 시청각실이다. 전부터 상태가 나빴었다는 듯 한데, 이번에 드디어 천수를 다했다」
「천수를 다했으면 못 고치잖아. 새로 사는 편이 빨라」
「……그건 그런데, 일단 봐 주면 도움이 되겠는데. 내가 보기에는 임종인데, 네가 보면 꾀병일지도 모르겠군」
「그래. 그럼 일단 보지」
남학생에게 재촉 받아 떠나가는 학생회장.
「--------」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손에 스패너, 드라이버 등을 든 남학생은 생각났다는 듯이 돌아보고는,
「일찍 일어나는구나, 토사카」
그러곤, 무뚝뚝하게 떠나갔다.
……방금 그건, 인사라고 한 걸까.
학생회장이 에미야라고 부르고 있었던 학생은 종종걸음으로 떠나갔다.
에미야라고 했으니, 2학년 C반의 에미야 시로(衛宮 士郞)를 가리키는 거겠지.
「……그건 좋은데, 말야」
그, 뭐라고 할까.
저렇게나 스패너가 잘 어울리는 녀석은, 위험한 건지 편리한 건지 모르겠네, 하고 생각해 버렸다.
아침 7시 반, 2학년 A반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할 수 없지. 예습이라고 하고 있자」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훌훌 수학 문제집을 펼쳐본다.
아침 HR까지 30분, 클래스메이트가 등교해 올 때까지 지겨운 예습이 될 것 같다.
4교시가 끝나고, 교실은 활기찬 점심 시간을 맞이한다.
우리 학교는 학교 식당도 있기에, 교실에 남는 학생은 절반 정도.
덧붙이자면, 남은 학생의 대부분은 여자이다.
우리 학교 식당은 맛이 조잡하기에 여자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고, 결과적으로,
「저, 저, 토사카……! 저, 점심 같이 안 먹을래……!」
같이, 여자애들끼리 사이 좋게 도시락, 이런 식이다.
「고마워 사에구사. 하지만 미안, 나 오늘은 식당이거든. 오늘 아침은 늦잠 자서, 도시락 만들 여유가 없었어」
「아, 아, 그랬어.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불러 세워서. 나, 괜한 짓 했네」
풀 죽어서 미안한 듯이 머리를 숙이는 사에구사.
품위 있고 얌전한 학생이 많은 A반 중에서도 한결 얌전한 학생으로, 왜인지 나에게 신경 써 주는 상냥한 사람이다.
「괜한 짓이라니, 그렇지 않아. 오늘은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내일도, 불러 줘」
싱긋, 하고 진심이 담긴 웃음을 띄우며 대답한다.
「아, 응. 그런데, 토사카도 늦잠 잘 때도 있구나」
내 웃음에 마음을 놓은 것인지, 사에구사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전환.
「--------」
그 웃음은 귀엽다.
사에구사 유키카(三枝 由紀香)는 굉장한 미인은 아니지만, 웃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든다.
「응, 사실은 그래. 안 들키고 넘어가고 있지만, 사실 잠꾸러기야, 나. 부활도, 아침에 못 일어나니까 안 들고 있는 거고」
어머, 하고 이거 참 우아하게 놀라주는 사에구사.
그 반응은 무척 평온하게 만들어주지만, 즐겁다고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런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느새 본 모습이 튀어나오는 게 나다.
「그럼 식당 갔다 올게. 사에구사도 점심 잘 먹어」
「응, 토사카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극상의 인사를 나누고는, 사에구사는 일단의 여자들 쪽으로 돌아갔다.
사에구사와 점심을 같이 먹는 건 마키데라(蒔寺)랑 히무로(氷室)인가.
맞다, 사에구사 육상부 매니저였지.
마키데라와 히무로는 육상부의 호프다.
마키데라 녀석이랑은 휴일에 아이 쇼핑을 함께 하는 악우이고, 히무로와는 그다지 면식이 없다.
「오, 차였구나 유킷치. 그러니까 말했잖아, 토사카는 도시락 안 가지고 온다고. 낚고 싶으면 저 녀석 몫까지 밥을 준비해야 된다고―」
「……마키. 그건, 우리들도 식당으로 가면 되는 문제잖아?」
「안돼 안돼. 식당은 좁으니까, 도시락부대가 앉을 자리 같은 건 없다고. 거기에 토사카랑 동석해 보라구, 남자들의 시선이 지긋지긋하다니까.
_요전에 휴일에도 말야―, 둘이서 놀러 갔는데 저 녀석한테만 남자들 몰리고 말이지―. 진짜 싫지 않냐―, 미인이기까지 한 우등생은―」
사에구사의 책상을 둘러싸면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대로 내뱉는 마키데라.
그 거친 말투와는 정반대로, 이 녀석은 기모노가 어울리는 일본 미인이다.
「……마키. 네 험담은, 토사카 양 귀에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한편, 히무로는 시끄러운 마키데라와는 대조적으로 쿨하고 딱딱한 느낌이다.
「아, 큰일이다, 토사카가 들었어? 게겍, 무진장 노려보고 있잖아 저 녀석……!」
「에……벼, 별로 토사카, 마키쨩을 노려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 하는데」
「노려보는 거야 저거. 저 녀석은 웃고 있을 때가 제일 무섭다니까. 뭐야―, 불평 정도는 해도 괜찮잖아. 좀 봐 줘―, 친한 사이잖아―. 붕어빵 사 줬잖아―」
볼을 부풀리곤 나무젓가락을 휘두르는 마키데라 카에데(蒔寺 楓).
저런데도 취미가 풍령(風鈴) 모으기라니, 아무래도 세상일 참 복잡하다.
……어찌되었든, 언제까지고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건 사에구사에게 미안하다.
끝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마키데라를 앞에 두고, 사에구사는 어쩔 줄 모르고 평정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사에구사.
_그리고 마키데라? 사 준 건 나고, 거기다가 그건 붕어빵이 아니라 크레이프였어.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바꿔버리는 나쁜 버릇, 다음에 안 고쳐져 있으면 나도 생각이 있어?」
「겍. 진짜 무서워 저 얼굴」
스슥 하고 도시락 뚜껑으로 얼굴을 가리는 마키데라.
어느 면으로 보나 조화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삼인조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뒤로 한다.
드르륵, 하고 교실 문을 닫는다.
……그런데.
「부―. 뭐야―, 별 차이 없잖아 붕어빵이나 크레이프나―. 어느 쪽이나 단 걸 껍질로 싼 건 마찬가진데―」
마키데라에 의한 여자애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폭언이 들려왔다.
「……부, 붕어빵이랑 크레이프가 마찬가지라고……!?」
저 녀석은 정말로 여자인 건가, 단 거라면 뭐든지 마찬가지인 건가.
500엔이나 하는 Fleur의 베리베리베리가, 길거리의 1개 80엔짜리 붕어빵과 같은 레벨이라니 어떤 의미로는 부러운 미각의 소유주라고 말할 수 없지도 않다고나 할까,
네놈 마키데라 카에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붕어빵으로 했으면 420엔이나 이득이었잖앗……!
「……이런, 뭘 진심으로 분해하고 있는 거지 나」
어젯밤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듯 하다.
식당 가기도 귀찮고, 매점에서 빵이랑 마실 거 사서 옥상에서 해치우자.
매점에서 점심 식사를 조달해서, 사람이 없는 옥상으로 이동한다.
여름이라면 또 몰라도, 겨울에는 옥상은 학생들이 다가오지 않는 편리한 장소다.
점심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춥지만,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자. 일단 밥부터 먹자, 밥부터」
매점의 토마토 샌드위치와 핫 레몬티를 입으로 나른다.
간소한 식사지만,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옥상이라면 몇 할 정도 추가로 맛있게 느껴졌다.
「------후우」
샌드위치를 다 먹고, 미지근한 핫 레몬티로 입술을 축인다.
……약간 지쳤다.
우등생이면서도 극력 교제를 피한다, 라는 건 밸런스를 잡기가 어렵다.
문무양도, 학원 최고의 우등생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 허영이랄까, 신념이다.
어차피 학생으로 있을 거라면 1등으로 있고 싶기도 하고, 토사카란 이름을 폄하는 것은 당치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토사카 린은 완벽한, 누가 봐도 틈이 없는 여학생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마술사 같은 불온한 생업을 가지고 있어서, 그다지 보통 사람과 관계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인에게 정체가 알려진 마술사는, 목격자를 없애는 것 외에는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다.
……그런 건 사양하고 싶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내 교제는 간소하고 표면적인 것에 그치게 된다.
같이 노는 친구인 마키데라도 휴일밖에 만나지 않고, 사에구사 같은 붙임성 좋은 아이의 권유는 거절한다.
나는 학원 최고의 우등생이면서, 누군가의 첫 번째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게, 뭐, 이렇게 지쳐있을 때는, 왜―앤지 모르게 따분하다아,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벌써 시간 됐나」
핫 레몬티를 다 마시고 일어난다.
감상에 빠지는 건 이 정도로 해 두고, 계단을 내려가면 평소의 토사카 린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그럼 HR을 마치겠다. 주번은 일지와 문단속 확인을 해라.
_부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은 신속히 귀가하도록」
상투적인 말을 남기고, 2학년 A반 담임이 퇴장한다.
내가 아는 한, 지금 그 말은 이 1년간 일언일구도 달랐던 적이 없다.
「토사카, 오늘은 바로 돌아가?」
「으응. 아침에 마토군이랑 한바탕 했으니까, 일이 꼬이기 전에 갈래」
「하하, 역시 그랬었구나. 마토 녀석,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험악해서 말야. 토사카한테 호되게 당했나 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랬었어. 폐 끼친 거 아냐, 미츠즈리?」
「별로. 마토군이 하급생을 들볶는 건 평소에도 마찬가지니까. 그런 것도 나름대로 좋은 정신단련이 돼」
「그래, 다행이네. 그럼 이 빚은 다음에 갚겠어」
「그래 그래. 마음에 두지 말고 다음에도 또 들렀다 가」
어디에 들리지도 않고 귀로에 오른다.
궁도부나 학생회실에 갈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며칠 전부터는 그럴 여유는 없다.
학교에서 나오면, 학생으로서의 토사카 린의 시간은 끝이다.
남은 반나절은 학생이 아닌 자신,
토사카의 마술사로서의 자신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택에 돌아온 나를 마중한 것은, 점멸하는 자동응답기 램프였다.
「---자동응답기라니 잘 없는 일인데. 상대는……역시 너지, *키레(綺?)」
*키레(綺?) : 솔직히 어감이 좀 안 좋지만 쥬베이라고 일컫는 자들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키레를 고집했다.
무슨 말을 들을지는 예상은 가지만, 일단 들어두지 않으면 뒷일이 어찌될지 무섭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다. 알고 있을 테지만, 기한은 내일까지다, 린.
_ 너무 느긋하게 있어도 곤란해. 남은 자리는 앞으로 2개다.
_서둘러 마스터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갑자기 본제를 입에 담는 점 등을 봐도, 이 신부는 용서가 없다.
『마스터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오늘 중으로 연락을 해라. 예비 마술사를 파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니』
거짓말은. 예비 마술사 정도, 당신이라면 금방 준비할 수 있는 주제에.
『너에게는 이미 령주(令呪)의 예조가 나타나 있다. 지체하지 말고 서번트를 소환해서 *령주를 열어라.
_물론, 성배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목숨이 아깝다면 급히 교회에 도망쳐 들어오도록』
*령주(令呪) : 이쪽이 멋지기 때문에! 두음법칙 무시. 령주다!
메시지는 거기서 끝났다.
……간결하게 줄이면 너무나도 간결한 말.
싸울 거면 오늘 중으로 준비해라, 싸우지 않을 거라면 눈에 거슬리니까 빨리 기권해라, 인가.
「……흥. 말할 것도 없이 알고 있다구」
뭐, 이렇게 되면 할 수 없다.
더 미루는 것도 오늘이 한계다.
다행히, 어제는 아버지의 유언을 해독할 수 있었다.
싸울 준비는 이미 갖춰져 있다.
남은 건, 그렇다---글자 그대로, 이 싸움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 것만 남았는데---
「성배전쟁……단 하나뿐인 성배를 얻기 위해 다투는 죽고 죽이는 싸움. 몇 백 년이나 전부터 전해져 온 성배의 의식, 인가……」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마술사는 마스터라고 불린다.
이것은 계급을 나타내는 호칭이 아니라, 단지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의미한다.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조건.
그것은 *서번트라 불리는 *패밀리어를 소환하여, 계약하는 것뿐이다.
*서번트 : servant.
*패밀리어 : 사용마, 라는 대충 번역한 듯한 이상한 말이 널리 사용되는 듯 한데, 사역마 쪽이 차라리 맞을 것이다. 그리고 familiar 라는 널리 사용되면서 보다 마술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가 있으니 이쪽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아무리 마술사로서 뛰어나다고 해도, 서번트를 거느리지 않고서는 마스터로 인정 받지 못한다.
서번트는 통상의 패밀리어와는 일선을 긋는 존재다.
그 소환, 사역방법도 통상의 패밀리어와는 다르다.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마술사는 이 날에 대비해서 서번트 소환용으로 쓰일 촉매를 준비하는 법이지만……
「……정말. 아버지도 세이버와 연이 있는 물건을 남겨주셨으면 했는데」
나에게는 "연(緣)"을 나타낼 물건이 없다.
서번트는 부를 수 있다.
생각만 있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불러내서 계약할 수 있다.
이 도시의 영지는 토사카의 관할이다.
대대로 토지를 지켜온 토사카의 후계자로서, 다른 곳에서 온 마술사 따위에게 뒤지지는 않는다.
뒤지지는 않겠지만……그렇다곤 해도 컴퍼스도 없이 항해에 나설 수는 없다고나 할까, 무계획에도 정도가 있다.
「……서번트는 심볼에 끌리어 소환된다.
_강력한 서번트를 부르고 싶다면, 그 서번트와 연이 있는 물건이 필요불가결인 것이다, 라……」
즉, 그 서번트가 가지고 있었던 검이라던가 갑옷이라던가, 문장이라던가 뼈라던가, 그런 터무니없이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아버지의 유언에 기대하고 있었는데……아니, 이것도 나름대로 굉장한 비밀병기(切り札)지만」
어젯밤 지하실에서 발견한 펜던트는, 로서 최상급인 물건이다.
이것도 대단하긴 하다.
대단하긴 하지만, 서번트 소환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흥. 좋아, 그런 거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애초에, 나 이외에 세이버를 다룰 수 있는 마스터 따위 있을 리가 없고」
---좋아, 정했다.
이 이상 미뤄서 키레에게 싫은 소리 듣는 것도 사양하고 싶고, 아슬아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성미에 안 맞는다.
이렇게 되면 준비 생략하고 곧바로 승부.
오늘밤 만전의 태세로 서번트 소환에 임해서, 억지로라도 세이버를 손에 넣어주겠어……!
심야.
시계 바늘은 곧 오전 2시를 가리키려고 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파장이 좋은 시간대.
그 중에서도 피크에 달하는 때가 오전 2시 정시.
제한적이나마 이것이 최초이자 최후의 찬스니, 약간이라도 실수를 할 수는 없다.
「---소거(消去) 안에 퇴거(退去), 퇴거의 진을 4개 새기고 소환진으로 감싸고」
지하실 바닥에 진을 새긴다.
……사실, 서번트 소환에는 그다지 대규모의 강령은 필요하지 않다.
서번트는 성배에 의해 불려오는 것.
마스터는 그들을 유지하고, 실체화에 필요한 마력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사항이며, 소환은 저쪽이 멋대로 해 준다.
「원소로는 은과 철. 기초에는 돌과 계약의 대공. 조상으로는 우리의 큰 스승 *슈바인오그.
_내려선 바람에는 벽을. 사방의 문은 닫히고, 왕관에서 나와, 왕국에 이르는 삼거리는 순환하라」
*슈바인오그 : 키슈아, 젤렛치, 슈바인오그. 혹은 마도원수 젤렛치. 후에도 언급될 것이다.
그래도,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본래대로라면 혈액으로 그리는 마법진을, 이번에는 용해시킨 보석으로 그린다.
……내가 지금까지 간직해 왔던 보석 중 절반을 쓰는 것이니, 재정적인 관점에서도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닫아라. 닫아라. 닫아라. 닫아라. 닫아라.
_
되풀이 하기를 5번.
_
다만, 전부 채워지는 때를 파각(破却)한다」
……곧 오전 2시.
토사카 가에 전해지는 소환진을 다 그리고, 전령을 기울여 대치한다.
「------*Anfang」
*Afang : 개시
내 안에 있는, 형태 없는 스위치를 켠다.
찰칵, 하고 몸 안에 있는 것이 교체되는 듯한 감각.
통상의 신경이 반전해서, 마력을 전달하는 회로로 바뀐다.
이제부터 토사카 린은 사람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신비를 이루기 위한 부품이 된다.
……손가락 끝부터 녹아 간다.
아니, 손가락 끝부터 채워져 간다.
거둬 들인 마나가 너무나도 농밀해서, 애초에 있었던 육체의 감각이 빈틈없이 덧칠해져 간다.
그래서, 채워진다고 하는 말은, 동시에 파각한다는 것이다.
「---------------」
전신에 골고루 퍼진 힘은, 대기에 포함된 순연(純然)한 마력.
이것을 회로가 된 자신 안으로 거둬들여, 다른 마력으로 변환한다.
마술사의 몸은 회로에 지나지 않는다.
유체와 물질을 잇기 위한 회로.
그 결과, 얻어지는 다양한 신비를, 우리들은 마술이라고 부른다.
……몸이 뜨겁다.
이마에 뿔이 돋는 듯한 착각.
_
등에 날개가 돋는 듯한 착각.
_
손에 비늘이 돋는 듯한 착각.
_
복사뼈에 물이 차는 듯한 감각.
……땀이 배어 나온다.
푸욱, 푸욱, 하고 온몸에 검이 꽂힌다.
그것은 사람인 나의 몸이, 마술회로가 되어 있는 내 몸을 거부하는 성흔(聖痕)이다.
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고 해도 사람은 사람.
이 아픔은, 사람의 몸으로 마술을 사용하는 한 영구히 따라다닌다.
그래도 순환은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 아픔 끝에, 망아의 늪에 "이어지기" 위한 경지가 있다.
「---------」
……왼팔에는 꿈틀대는 아픔.
마술각인은 술자인 나를 보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영창을 시작해, 더욱, 내 신경을 침식해 간다.
받아들인 마나는 혈액으로.
그것이 뜨겁게 타오르는 납이라면,
작동하기 시작한 마술각인은 가시나무로 된 신경이다.
드득드득 하고, 이빨 달린 지네처럼 내 몸 안을 마구 기어 다닌다------
「------------」
그 아픔에 나를 잊고.
동시에, 이르렀다는, 반응을 얻었다.
너무나도 과민해진 청각이, 거실의 시계 소리를 듣는다.
오전 2시까지 앞으로 10초.
전신에 가득 찬 힘은, 더 이상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전.
「---------고한다」
시작하자.
받아 들인 마나를 "고정화"하기 위한 마력으로 변환한다.
남은 건, 단지.
이 몸이 텅 빌 때까지 마력을 부어서, 소환진이라고 하는 엔진을 돌릴 뿐------
「----고한다.
_
그대의 몸은 나의 곁에,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_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시각이 닫힌다.
눈앞에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제5원소.
때문에,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시각은 스스로 정지한다.
「맹세를 여기에.
_
나는 *상세(常世)전부의 선이 되는 자,
_
나는 상세 전부의 악을 시행하는 자.
_
그대 3대 언령을 두른 7천,
_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평의 수호자여---!」
*상세(常世)
1. 고대인이 아득히 먼 곳에 있다고 믿었던 나라.
2. 불로불사의 선경.
3. 죽은 자의 나라.
완벽해……!
손에 오는 느낌도, 낚싯대로 고래를 낚아 올렸다고 느낄 정도로 퍼펙트!
「……완벽해……! 틀림없이 최강의 카드를 뽑았어……!」
아아 정말, 시각이 돌아오는 게 답답해.
앞으로 몇 초만 있으면 눈이 회복되고, 그러면 이제 눈앞에는 소환된 서번트의 모습이---
----없다.
「에……?」
없는 건 없다.
변화 같은 건 손톱만큼도 없다.
그만큼이나 거창하게 에텔을 난무시키고는, 실체화하고 있는 것이 단편도 없다.
덤으로.
왜인지, 거실 쪽에서 폭발음이 나고 있고.
「어째서-----!?」
달렸다.
정말 머리 속이 텅 빈 채로 달렸다.
지하실 계단을 달려 올라가서 거실로 서둘러 간다.
「문, 부서져있어!?」
거실 문은 우그러져 있었다.
손잡이를 돌려도 의미가 없다.
밀어도 당겨도 안 열리기에,
「---아아 진짜, 방해된다니까……!」
콰아-앙 하고, 발로 차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거실에 들어선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거실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무언가가 천장에서 떨어져 온 건지, 방은 와해투성이고, 잘났다는 듯이 몸을 뒤로 젖히고 앉아있는 남자가 한 명.
「……………」
저 녀석, 틀림없이 꽝이다.
「……………」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파괴를 면한 괘종시계는 정확히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그걸로, 생각해내 버렸다.
응, 그래 그래. 확실히 우리 집 시계, 오늘만 이상하게 1시간 빨랐었지.
즉 지금은 오전 1시.
내 최고 컨디션은, 사실은 앞으로 1시간 뒤.
「…………또, 일 저질렀네」
나는 대개의 일들은 보통 사람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데, 딱 하나 유전적인 저주가 있다.
그것은 이번만은 성공해야 돼, 하는 가장 중요한 승부를 할 때에는, 믿어지지 않는 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반성」
자신의 바보 같음에 화가 난다.
신경이 곤두선 채로, 잘났다는 듯 와해 위에 누워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너, 뭐야」
「입을 열자마자 하는 말이 그건가. 이거 참, 어이없는 마스터를 뽑았구만」
붉은 외투를 입은 그 녀석은, 에구 에구, 하면서 과장되게 목을 움츠렸다.
덤으로 「이거 제일 안 좋은 걸 뽑은 거 아냐」하고 중얼댄다.
……단언하지.
이 녀석, 절대로 성격 비뚤어졌다.
「------」
그건 그렇고, 이게 서번트, 인 걸까.
패밀리어라고 해서 형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래선 완전 인간 그 자체다.
……아니, 그건 아닌가.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 녀석이 차원이 다른 마력을 띄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외견에 속아선 안 된다.
저것은 틀림없이 인간 이상의 것, 인간의 몸이면서도 정령의 영역에 달한 "망령"이다.
「------」
언제까지고 압도당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저것은 나의 것.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머리를 식히고 빈틈없이 대처해야 한다.
「---확인하겠는데, 당신은 내 서번트인 게 틀림없지?」
「그건 이쪽이 묻고 싶은데. 너야말로 내 마스터인 건가. 이렇게까지 난폭한 소환은 처음이라서 말이지, 솔직히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나도 처음이야. 그런 질문은 각하하겠어」
「……그런가. 하지만 내가 소환되었을 때에, 너는 눈앞에 없었다. 이건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 줬으면 하는데」
「진심이야? 병아리도 아니고, 눈을 떴을 때 밖에 주인을 정할 수 없다, 같은 농담은 그만둬」
음, 하고 정체불명의 서번트는 얼굴을 굳혔다.
이쪽이 한 말에 화가 났는지,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내 말이 올바르기에 감탄한 건지, 약간 미묘한 반응이다.
「뭐 좋아. 내가 묻고 있는 건 말야, 당신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나의 서번트냐 라는 것뿐이야.
_그걸 확실히 하지 않는 이상, 다른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어」
「……소환에 실패해 놓고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이 경우엔, 그 밖에 이런저런 해야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런 거 없어. 주종관계는 제일 처음에 확실히 해 두는 것인걸」
「---음」
꿈틀, 하고 서번트의 눈썹이 올라간다.
문제가 산재한 소환이었기 때문인지, 이 녀석, 나에의 불만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흐음. 주종관계는 확실히 해 둔다, 라. 하는 일은 실점투성이지만, 입만은 달변인 듯 하군.
_---아아, 확실히 그 의견에는 찬성이다. 어느 쪽이 강자고 어느 쪽이 약자인지, 명확히 해 두지 않으면 서로 괴롭겠지」
와해에 누운 채로, 의미심장하게 나를 쳐다보는 서번트.
「어느 쪽이 약자냐고……?」
「아아. 나도 서번트다, 불려온 이상 주종관계는 인정하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약 상이잖아?
_어느 쪽이 보다 뛰어난 자인지, 함께 싸우기에 합당한 상대인지를 재는 건 다른 이야기지.
_---그럼. 그 건에 대해서 말하자면, 너는 나의 마스터에 어울리는 마술사인가, 아가씨」
히죽히죽 웃는 서번트.
남의 집을 부숴놓고는, 그 국왕 폐하틱한 태도인 것만으로도 열 받는데, 마스터에 어울리냐고……!?
「---당신의 의견은 묻지 않았어.
_내가 묻고 있는 건, 당신이 내 서번트인가 아닌가 그것 뿐이야」
배에 힘을 주고 노려본다.
이런, 노골적으로 내려다보는 녀석에게 질까 보냐.
「호오. 과연 과연, 그런 당연한 건 대답할 필요도 없다, 라는 건가? 정말 용감하군. 이야, 기개만은 훌륭한 마스터인데---」
「그·러·니·까, 순서를 착각하지 말라고……!
_가장 처음에 확인하는 건 소환자의 의무야. 자아 대답해, 당신은 내 서번트지……!?」
대답 여하에 따라선 덤벼들 기세로 다가선다.
「---―――하아. 고집 센 아가씨군, 이래서는 이야기가 진전이 없잖아.
_……어쩔 수 없지. 만약에, 내가 네 서번트라고 치자. 그래서, 그 경우에, 너는 내 마스터인 건가? 아니,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다, 당연하잖아……! 당신이 나한테 불려온 서번트라면, 당신의 마스터는 나 이외에 누가 된단 말야……!」
끓어오를 것 같은 머리를 간신히 냉각시키고, 이 괘씸한 놈을 노려본다.
「호오. 그런가, 뭐 가정이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치자.
_그래서. 네가 나의 마스터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나?」
히죽히죽 웃으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서번트.
이 녀석, 마스터의 증거라는 말에 내가 당황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여기 있어. 당신의 마스터인 증거라는 건 이거잖아」
「음?」
오른 손등에 떠오른 령주(令呪)를 보여준다.
흥,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쪽은 아버지로부터 마스터에 대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고, 령주 정도는 알고 있어.
「납득이 갔어? 이래도 아직 할 말 있어?」
어떠냐, 하고 마스터의 증거를 들이댄다.
와해에 누워있던 서번트는 눈을 깜박대더니,
「……하아. 질렸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가씨」
라며, 더더욱 불만인 듯 얼굴을 흐렸다.
「지, 진심이라니, 뭐가 말야」
「그 생각 말이다. 령주가 있으면 마스터인 건가? 령주 따위 서번트를 다루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
_ 정말, 그런 모양뿐인 걸 가지고 마스터연 하다니.
_내가 보고 싶었던 건, 네가 충성을 바치기에 어울리는 인물인가 아닌가 였는데」
「아---으」
그, 그건 그렇지만---마스터 된 증거라고 하면, 일단 령주라고 생각하잖아, 보통.
「……뭐야. 그럼 난 마스터 실격?」
「그러길 기원하고 싶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지. 령주가 있는 이상, 내 소환자는 너인 모양이다. ……믿기 어렵지만, 넌 정말로 내 마스터인 것 같군」
쯧쯧, 하고 과장되게 어깨를 움츠린다.
「………………」
---안 좋다.
끓는 점이 너무 낮아서, 때맞춰 냉각이 안 될 것 같아.
「참으로 불만이지만 인정하지.
_우선, 너는 내 마스터다. 하지만 나에게도 조건이 있다. 나는 이후, 네 말에는 따르지 않겠다. 전투방침은 내가 정하고, 너는 거기에 따라서 행동한다.
_이게 최대의 양보다. 그래도 상관없겠지 아가씨?」
「--------」
아―, 이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아버지.
나, 슬슬 임계점이예요.
「……그래. 불만이지만 인정하는 주제에, 내 의견에는 따르지 않겠다니, 그건 무슨 말이야? 당신은 내 서번트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일단 물어본다.
아까 령주 건도 있고, 나에게는 크게 양보한 최후통고다.
그것에.
「아아, 모양만은 말이지. 때문에 형식 상으로는 너에게 따라주겠어. 하지만 싸우는 건 나 자신이다. 너는 이 집 지하에라도 숨어서, 성배전쟁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처박혀 있으면 돼.
_그러면 미숙한 너라도, 목숨만은 살겠지」
나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하고 완전히 깔보는 눈으로 말했다.
「----, 윽」
「응, 화났냐? 아니, 물론 네 입장은 존중할 거야. 나는 마스터를 이기게 하기 위해 불려온 거니까 말이지.
_내 승리는 너의 것이고, 싸움에서 얻은 것은 전부 너에게 주겠다. 그러면 불만은 없겠지?」
「--------, 여」
「어차피 넌 령주는 쓸 수 없어.
_뭐, 뒷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자신의 안전, 을……!?」
「열 받았어-----!
_좋아,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써 주겠어!」
「----*Anfang……!」
*Afang : 개시.
이제 용서 없다, 이런 비뚤어진 녀석을 상대로 베풀어 줄 자비 따위 있을까 보냣……!
「아니-----설마……!?」
「그 설마야 이 건방진 놈아!
_령주에 고한다……! 성배의 규율에 따라, 이 자, 나의 서번트에게 금제의 법을 짐지우라-----!」
*Vertrag : 계약.
*Ein neuer Nagel : 새로운 병사.
*Ein neues Gesetz : 새로운 법전.
*Ein neues Verbrechn : 새로운 죄.
「바…………!? 잠깐, 제정신인가 마스터!? 그런 일에 령주를 쓰는 녀석이……!」
「시끄러―엇!
_알겠어? 넌 내 서번트! 그럼, 내 말에는 절대 복종하는 게 당연하잖아---!?」
「뭐, 뭐라고------!?」
----오른손에 새겨진 각인이 쑤신다.
세 개의 령주.
성배전쟁의 요, 서번트를 다루는 3개의 절대명령권이 행사된다.
「새, 생각이 없는 거냐 넌……! 이, 이런 데에다 령주를 쓰다니……!」
흥, 화내봐야 버스는 이미 떠났어.
……본래, 나도 예상 외다.
자기혐오로 죽고 싶어진다.
설마 이런 일로, 소중한 령주를 허무하게 쓰게 되다니---!
----그 후에.
폐허 같이 되어버린 거실에서 철수해서, 일단 내 방으로 이동했다.
눈 앞에는 내 령주로 "절대복종"이 됐을 터인 서번트가 있다.
있긴 한데---
「……과연. 네 성격은 대충 이해했다, 마스터」
이것의, 어디가 절대복종이라는 거냣.
「만일을 위해 다시 묻겠는데. 너는 영주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는 건가, 마스터」
「아, 알고 있어. 서번트를 다루는 3번뿐인 명령권이잖아. 그게 어쨌다고」
「……하아. 알아듣겠나? 령주는 서번트를 강제적으로 행동시키는 것이다.
_그건 "행동을 멈춘다" 뿐이 아니라, "행동을 강화시킨다" 라는 의미이기도 하지」
「예를 들면, 나는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순간적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하지만 령주로 "가라" 라고 명하면, 그것이 나와 네 마력으로 닿는 범위라면 가능해진다.
_강제명령권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서번트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육체의 한계조차 돌파시키는 대마술의 결정이 3개의 령주인 거지. 뭐, 지금은 2개로 줄었지만」
「아, 알고 있어 그런 것 정도는. 괜찮잖아, 아직 2개 있고, 당신한테 명한 규칙은 헛된 것도 아니고」
「……후우. 확실히, 이건 내 오산이었다.
_령주라고 하는 것은 애매한 명령에는 효력이 약해지지.
_ "나를 끝까지 지켜내라" "이 싸움에서 이겨라" 같은, 넓고 길게 효과가 계속되는 것에는 령주의 힘이 약해진다. 길게 지속되지만, 고통이 적기에 거역할 수 있는 서번트도 나오겠지」
「거꾸로, "다음 일격을 사력을 다해 날려라" "저 컵만은 부수지 말아라" 같은 단일한 명령은 절대적이고, 대단히 강력한 서번트라도 어기는 건 어렵게 된다.
_……그럼. 이 정도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겠지, 마스터」
「……알겠어. 요컨대, 넓고 긴 명령은 의미가 없다는 거잖아.
_효과도 금제도 약하니까, 서번트는 령주에 거역하면서 행동할 수 있지. 그런 효력이 약한 명령을 할 바에는, 절대적인 "단일의 명령"을 하는 편이 나아」
「그렇다. 령주라는 것은 원래, 자신들의 능력 이상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것. 그것을 대용이 가능한 명령으로 소비하는 우는 용납되지 않지.
_……너의 아까 전의 령주는 그야말로 거기에 해당된다. 내가 너에게 따르는가는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였고, 만약 령주를 쓴다 해도 "모든 언동에 절대복종" 따위, 령주가 100개 있어도 실현 불가능하다」
「으……그럼, 내가 아까 전에 쓴 령주는 무의미하다는 말이야……?」
「……보통이라면 그렇겠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네 마술사로서의 성능은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
기가 막힌 건지, 기쁜 건지.
서번트는 한숨을 쉬면서도, 웃음을 띄고 있다.
「차원이 다르다니---혹시.
_당신.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솔직히 말해 봐」
단박에 깨닫는 바가 있어서, 약간 고자세로 물어본다.
「아아. 오산이라고 한 게 바로 그거다.
_아까의 , "조금은 마스터의 의견을 존중하자" 정도 마음이 변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터.
_허나, 지금의 나는 네 말에 강한 강제를 느끼고 있다. 네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렇군……랭크가 하나 정도 떨어지는 것 같다.
_즉, 마스터의 의향에 거역하면 몸이 무거워져서 움직이기 힘들다, 라고나 할까」
곤란하군, 하고 어깨를 움츠리는 서번트.
「---에에」
……그렇다는 말은, 아까 쓴 령주는 무의미하지 않았고,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한 걸까?
하지만 이 녀석은 변함없이 빈정거리고만 있고, 전혀 약해진 것 같이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만약 이 서번트가 나에게 거역해서 힘이 떨어져도, 나 정도는 10명이 있어도 맞설 수 없지 않을까……?
「전언을 철회하겠다, 마스터.
_나이는 젊지만, 너는 탁월한 마술사다.
_아이라고 얕보고, 싸움에서 멀리 두려고 했던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저지른 무례도 함께 사과하지」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인다.
「에---잠깐만, 그만, 확실히 말싸움을 서로 했지만, 그런 건 서로에게 잘못이 있었달까……」
「그런가. 이야, 말이 통하는 마스터라서 살았어」
「……뭐야, 재기가 빠르잖아, 너」
「뭐, 오산은 오산이었지만, 기쁜 오산이었다는 거지. 이 정도 재능이 있다면, 너를 싸움에 끌어들이는 것에 이의는 없다」
「에----?」
에……지금 그 말은, 강한 마스터와 만났다는 의미, 니까----
「그럼 령주 없이도, 내가 마스터라고 인정하는 거지?」
「물론이다. 아까는 막 소환된 참이라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이어졌다. 마술사라면, 계약에 의한 연결을 느낄 수 있겠지」
「계약……?」
음. 그러고 보면, 몸 안에 무언가 위화감이 있다.
지금까지 안쪽으로 닫혀있었던 신경이 밖을 향하고 있는 듯한 느낌.
……덧붙이자면, 내 마력의 몇 할 정도가 눈 앞의 남자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렇군. 서번트는 성배에 의해 불려오지만, 불려온 서번트를 이 세상에 머물게 하는 건」
「그렇다, 마스터의 힘이다. 서번트는 마스터로부터의 마력제공에 의해 이 세상에 남게 된다」
「마력제공량은 충분하다. 경험 면에서 문제는 있을 듯 하지만, 네 능력은 출중하지.
_보통 마술사라면, 서번트를 소환한 순간에 의식을 잃겠지. 그런데도 너는 활력에 넘쳐 있다.
_아까의 령주도 그렇고, 이 마력량도 그렇고---마스터로서, 너는 틀림없이 일류다」
「---흐, 흥. 이제 와서 칭찬해 봐야 암 것도 안 떨어져」
멋쩍어져서 시선을 돌린다.
……약간 의외다.
뭐 령주로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고는 있지만, 인간 이상인 서번트가, 순순히 나를 마스터로 인정해 주다니.
「……그래서? 당신, 어떤 서번트야?」
기분을 새로이 하고, 드디어 본제로 들어간다.
「보고도 모르나. 아아, 그거 참 다행이군」
………….
아까 그 말은 실수.
이 녀석, 역시 날 놀리고 있다.
「……알았어, 이건 마스터로서의 질문이야.
_당신, 세이버가 아냐?」
「유감이지만, 검은 가지고 있지 않다」
「--------」
……역시 그런가.
그도 그렇군, 시간은 틀렸지, 소환진은 아무 기능도 못 했지, 끝내는 엉뚱한 곳에 서번트를 불러들였는걸.
최강의 서번트인 세이버를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실수가 많았다.
「……실수였어. 그만큼 보석을 썼는데 세이버가 아니라니, 꼴불견이네」
「……음. 미안하군, 세이버가 아니라서」
「에? 아, 응, 뭐 통한의 미스라서 유감이지만, 잘못한 건 나니까---」
「아아, 어차피 아쳐는 화려함이 부족하다구.
_알았어, 나중에 지금의 폭언을 후회하게 해 주지. 그 때가 돼서 사과해도 안 받아줄 거라구」
「……응?」
……의외.
내가 세이버에 고집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정체불명의 서번트는 삐진 모양이다.
「뭐야, 기분 상했어, 아쳐?」
「상했어. 두고 보라고, 반드시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알게 해 주지」
눈을 반쯤 뜨고 지그시 쳐다보며 항의하는 아쳐.
분위기는 상당히 비뚤어져 있지만, 지금의 거동은 어딘가 어린애 같이, 천진했다.
----의외로.
이 녀석, 꽤 좋은 녀석일 지도.
「그래. 그럼 꼭 나를 후회시켜 봐 아쳐.
_그러면 순순히 사과해 줄 테니까」
「아아, 잊지 말라구 마스터. 자신이 소환한 자가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 알고 감사하라구.
_ 물론, 그 때 가서 사과 받아봐야 이쪽은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겠지만」
흥, 하고 또 비뚤어진 웃음을 흘리는 아쳐.
아―, 역시 이 녀석 성격 나쁠지도.
「뭐 좋아. 그래서 너, 어디 영령이야」
「---」
아쳐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까까지의 비꼬길 좋아하던 태도는 사라지고, 심각하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아쳐? 마스터인 내가, 서번트인 당신에게 묻는 거라구?」
「---그건, 비밀이다」
「어……?」
「내가 어떠한 자였는지는 대답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봐. 시시한 이유라면 화낼 거야」
「------그건」
아, 또 그 얼굴.
정말로 곤란한지, 아쳐는 말하기 힘든 듯 입을 열고는,
「---왜냐하면,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잠깐, 뭐라고……?
「하아아아아아아!? 뭐야 그거, 너 지금 나 놀려?!」
「……마스터를 모욕할 생각은 없다.
_ 단지, 이건 네 불완전한 소환 탓이야. 아무래도 기억에 혼란이 보이고 있군.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이름이나 출신은 아무래도 애매하다. ……뭐 그다지 중요한 결락이 아니니 신경 쓸 필요는 없다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라니 신경 쓰잖아 보통!
_당신이 어떤 영령인지 모르면, 얼마나 강한지 모르잖아!」
「뭐야, 그런 건 문제가 안 되잖아. 사소한 문제야, 그건」
「사소하다니 당신 말야, 파트너가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야 작전을 세울 수가 없잖아!? 그래서야 싸워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슨 말이야. 나는 네가 불러낸 서번트다. 그런데 최강이 아닐 리가 없지」
똑바로.
절대의 자신과 신뢰를 담아서, 붉은 기사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
사고가 정지한다.
아쳐의 말에 거짓은 없다.
그는, 막 만났을 뿐인 나를, 나 이상으로 확실히 인정하고 있었다.
「------」
……얼굴이 빨갛다.
아아, 틀림없이 얼굴이 새빨갈 것이다.
왜 이렇게, 기습적인 사건에 약한 걸까, 난.
「……뭐, 넘어갈까. 누구도 정체를 모른다는 건 변함없고……적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부터 라는 말도 있고……」
멋쩍은 걸 감추기 위해 말하고는, 아쳐로부터 얼굴을 돌린다.
뭐, 아쳐가 어느 정도의 서번트인지는 차차 알아 가면 되겠지.
일단은, 지금은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 있으니.
「알았어, 당분간 당신의 정체에 관해서는 불문에 붙이겠어.
_---그럼 아쳐, 첫 할 일 말인데」
「곧바로 전투인가. 호전적이군 너는.
_그래서 적은---」
어디 있지, 하고 말을 잇는 아쳐 앞에, 툭툭 하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던져준다.
「----음?」
「아래층 청소, 부탁해. 네가 어지럽혔으니까, 책임지고 깨끗하게 해 둬」
「-----」
멍하니 있기를 10초.
드디어 사고를 되찾은 아쳐는, 불만인 듯 콱 하고 빗자루를 쥐었다.
「잠깐. 너는 서번트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나」
「패밀리어잖아? 좀 제멋대로라서 다루기 힘들지만」
「------」
말을 삼키는 아쳐.
물론 명령을 철회할 생각은 미진도 없고, 이쪽에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이의 있다. 그런 명령은 거절----」
「그래도 괜찮아? 이거, 마스터로서의 명령이야? 마스터의 방침에 거역하면 몸이 무거워진다면서?」
「음」
「뭐, 넌 그 정도는 별 일 아니겠지만, 그 페널티는 거실을 청소할 때까지 계속된다구? 그런 상태로, 내일부터 싸워나가는 건 위험하잖아?」
「으으음」
빗자루를 쥔 채로 신음하기를 수 초.
붉은 외투의 서번트---아쳐는 분한 듯이 눈을 감고,
「알았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마스터」
깨끗하게,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은 이만 자자.
저 녀석을 어떻게 다룰까는 일어나서 정해도 된다.
---운명의 날이 끝을 고한다.
_
아니, 운명은 이날 밤부터 돌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서 이걸로 6명.
_
마지막 한 명, 아직까지 마스터로서 각성하지 않은 7번째 마스터가 서번트를 소환했을 때, 이번 성배전쟁이 개시된다.
그것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
_
10년 간 계속 기다려왔던 나의 싸움은, 조금만 있으면 시작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2월 1일|
---성배전쟁.
그것은 몇 백 년도 더 전부터 되풀이되는 대의식,
참가하고 나면 다른 6명을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존을 건 싸움.
성배전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이 땅 후유키에는 성배가 있다고 일컬어지고, 과거에 몇 명이나 되는 마술사들이 실력을 겨뤘다고 한다.
목적은 단 하나, 성배라 불리는 보구를 손에 넣는 것뿐이다.
그러나, 성배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신의 피를 받은 잔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 굉장한 힘은 전설 속의 그것에 필적한다---
그렇다.
말하기를, 성배는 어떠한 소원도 이루어준다고 한다.
그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뿐.
하나의 성배가 이룰 수 있는 소원은, 한 인간의 소망뿐.
하지만, 이 땅에서 성배를 소환하려면 마술사 7명이 필요했다.
하나의 기적과, 7명의 협력자.
……뭐, 요컨대.
성배를 다투는 싸움이 시작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발단은 그런, 곧잘 있는 이권 다툼 같은 것이었다.
7명의 마술사들은 평등하게 성배의 힘을 쓰고, 각자의 를 가지고 다른 마술사들과 경쟁했다.
성배를 손에 넣는 마술사는 한 명뿐.
결과적으로, 그들은 동료였던 6명을 적으로 돌리고, 처참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성배전쟁이라고 불리는 의식, 마술사들에 의한 성배쟁탈전이다.
성배에 선택된 마술사는 마스터라고 불리며,
마스터는 성배의 은혜를 입어 강력함을 얻는다.
---마스터의 증표는 2가지.
서번트를 소환하여, 그를 따르게 하는 것과.
서번트를 다루는, 3개의 령주를 몸에 깃들이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는 말할 것도 없다.
어제……아니, 정확히는 몇 시간 전……에 불러낸 아쳐가 나의 서번트가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두 번째.
서번트를 다루는 령주를 마지막까지 지켜낸다.
이것이 마스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겠지.
아쳐의 소환에 의해, 오른손에 새겨진 문양.
이것이 령주.
성배에 의해 주어진 , 서번트를 소환함에 따라 변화한 마스터의 증표이다.
강대한 마력이 응축된 각인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것이다.
이것은 쓰면 없어지는 것이며, 모양대로, 한 획에 한 번씩의 의미가 있다.
즉, 단 3번.
이 3번의 령주를 잃은 마스터는 서번트를 지배할 수 없게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때문에.
령주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과 같이,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걸 시작하자마자 써 버린 건 머리가 아파오지만, 완전히 낭비한 건 아니었으니 넘어가자.
여하튼 서번트는 언제 마스터를 배반해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들인 것이다.
령주를 하나 써서 개 목걸이를 걸은 셈이니 요행인 셈이다.
……요점을 정리하는 건 이 정도로 해 두자.
서번트 7명이 모였을 때, 성배전쟁은 개시된다.
느긋하게 자고 있을 수는 없다.
마지막 마스터가 언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바로 눈앞에까지 닥쳐와 있을 테니까---
「응----벌써, 아침……?」
……나른하다.
의식이 멍한 채로 창에 시선을 던지니, 이미 해가 떠 있었다.
「……9시 지났잖아……지각 어쩌고 할 레벨이 아니네……」
조는 채로 시계를 확인하고, 오늘은 학교를 째자, 하고 끄덕였다.
「……몸이 무거워……절반 이상 빼앗긴 것 같네, 이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뒤, 후우,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몸이 나른한 건 내가 아침에 약하기 때문에, 가 아니다.
아쳐 녀석이 말했었지.
서번트를 막 소환한 마스터는 만족스럽게 활동할 수 없다고.
「---그렇지.
_나, 세이버가 아니라 아쳐를 불러냈었어」
확실히 생각해 냈다.
뭐 가능하면 생각해 내고 싶지 않지만, 부정해 봐야 다시 불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력이 회복될 때까지 하루 정도인가. 오늘은 시운전하는 셈 치자」
느릿느릿 침대에서 나온다.
……겨울치고는 따뜻한 공기와, 이불을 둘둘 말곤 있고 싶은 욕구와 조금 정도 격투했다.
그래서, 다시 자고 싶은 유혹을 공 울리고 3초 만에 녹아웃 시키고, 거울 앞에서 가볍게 전신을 체크.
이렇다 할 이상은 없다. 몸에 흐르고 있는 마력이 절반 정도 밖에 없는 것 이외에는 전부 정상.
「---뭐, 문제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만」
우선, 지금은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
내가 불러낸 서번트는 아쳐고,
소환주인 마스터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무례한 녀석이다.
그것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라는 덤까지 붙었다.
……우와. 갑자기, 머리 아파 온다.
「……저 녀석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보구는 봉인인가……생각이 안 나는데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서번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패밀리어지만, 그들을 최강으로 만드는 것은 강력한 "필살기(奧の手)"를 반드시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곤란하게도, 그 필살기를 아쳐는 생각해내지 못하겠다고 한다.
「---뭐, 잘못은 이쪽에도 있기도 하고, 어찌어찌 해 나갈 수 밖에 없나」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우리들은 운명공동체.
조금이라도 빨리 기억의 혼란이라는 게 정리되기를 기도하겠지만, 지금 상태로 봐서는 대체 언제가 될지.
……정말.
전도다난인 듯하다---
「……우와. 다시 보겠는데, 이거」
거실은 완전히 원래대로였다.
하다못해 와해 정도는 치우게 시켜야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으니, 이렇게까지 해 주면 감탄을 넘어서 감동이 온다.
저 녀석도 거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걸 마음에 두고 있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기특하다고 할까, 보기보다는 좋은 녀석이랄까---
「해는 옛날에 떠올랐다구. 이거 참, 심각하게 늘어졌구나, 너」
「………………」
아까 한 말 취소.
이 뻔뻔스러운 태도, 어디에 기특한 마음가짐이 있다는 거야.
「---좋은 아침. 그러는 당신은 상당히 릴랙스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남의 집 거실을 멋대로 쓰고 있고 말야」
「뭘, 하룻밤을 지낸 방이니까 말이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파악했어. 아아, 하는 김에 주방도 치워뒀다. 좀 더 어지럽혀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주방이던걸. 혼자 사는 저택치고는 훌륭하군」
「………………」
두통이 온다.
어째서 서번트에게까지 얼마나 정리정돈을 잘 하고 있는지 체크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서번트라는 건 싸우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 녀석들이라고 하는데, 이 녀석, 정말로 서번트로서 결함품인 거 아닐까……?
「과연, 제 컨디션이 아닌 것 같군. 어젯밤에는 멀쩡했지만, 수면을 취하니 피로가 닥쳐왔겠지.
_---흠. 홍차라도 대접하도록 하지」
구석구석 잘 알고 있는 집인 양.
아쳐는 자리를 일어나, 막힘 없는 동작으로 새 찻잔을 꺼내서는, 고급스러운 붉은 색을 띈 홍차를 따르고 있다.
「------」
여기저기 따지고 싶은 부분은 있지만, 이상하게 딴지를 걸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일련의 동작은 아주 세련된 것이었고, 뭐, 신경 써 주고 있는 거니까.
「……뭐 좋아. 지쳐있는 건 사실이고, 마실래」
의자에 앉는다.
찻잔이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내밀어지고, 우선, 한 모금 입을 댄다.
----아, 맛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에 딴 중국홍차다. 좋아하는 잎인 데다가 제일 맛있는 때에 딴 것이니, 맛 없으면 화나지.
아니, 멋대로 내가 좋아하는 걸 써 버리면 당연히 화난다.
……응.
화나지만, 이렇게까지 맛있게 타 주면 불만보다 먼저 행복감로 가득 차 버린다.
「흠. 흠흠」
「……잠깐. 왜 웃는 거야, 당신」
「아니, 감상이 듣고 싶었는데, 그 얼굴을 보니 들을 것까지도 없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
탕, 하고 찻잔을 테이블에 놓는다.
「아깝군. 식기 전에 마시는 게 낫잖아. 내가 있는 게 방해된다면 사라져 주겠는데」
「잘 마셨어. 난 차 타 줄 사람이 필요해서 마스터가 된 게 아니라구. 당신도, 부탁하지도 않은 일은 할 필요는 없어」
「그런가. 확실히, 나도 차 타주거나 청소를 하기 위해 계약한 것이 아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제부터는 조심하지」
「응. 내가 원하는 건 전력이 될 패밀리어야.
_가사를 하는 서번트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고, 별로 할 필요도 없어」
「? 별로 없다, 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좋을 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아.
_그것보다---당신, 자신의 정체는 생각해 냈어?」
아니, 하고 머리를 흔드는 아쳐.
……역시, 사태는 심각하다.
하룻밤에 생각해내지 못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히 생각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겠지. 오늘 하루,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고 해도, 이건---
「알았어, 당신 기억에 대해서는 차차 대책을 생각해 두겠어.
_그럼, 나갈 준비해 아쳐. 막 소환된 터라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지? 시가를 안내해 줄게」
「나갈 준비? 아니, 그런 건 필요하지 않지. 나갈 거라면 당장에라도 나갈 수 있는데」
「이봐요, 그런 차림으로 나다닐 생각이야? 아무리 봐도 보통 사람 같지 않고, 다른 마스터가 보면 단번에 서번트라고 알잖아.
_나, '나는 마스터입니다' 라고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닐 생각은 없는데?」
「아아, 그 얘긴가.
_그것도 문제는 없다. 확실히 갈아입을 필요는 있지만, 그건 실체화하고 있을 때 뿐이지.
_서번트는 원래부터 영체다. 비전투시에는 영체가 되어 마스터에게 가는 부담을 줄이지」
「아, 그런가. 소환되었다곤 해도 영령은 영령이지. 영체에 육체를 부여하는 게 마스터의 마력이니까, 내가 마력제공을 커트하면」
「자연히, 우리들도 영체로 돌아간다.
_그렇게 된 서번트는 수호령 비슷한 거지. 레이 라인으로 이어져있는 마스터 이외에는 관측되지 않는다.
_물론,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으니 정찰이라면 지장은 없다만」
「우와, 편리. 그럼 정말로, 다른 마스터를 찾아내는 건 어렵겠네」
「아아. 하지만 마술사는 마술사를 지각할 수 있잖아? 그것과 마찬가지로 서번트도 서번트를 감지할 수 있다.
_뛰어난 마술을 알고 있는 서번트라면, 멀리 떨어진 서번트의 위치까지도 파악할 수 있겠지」
……아쳐의 말대로이긴 하다.
마스터라고 하는 것은 뛰어난 마술사가 되는 것.
강력한 마력을 띈 마술사는, 그만큼 마력감지에 걸리기 쉽긴 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그렇게까지 강력한 마력을 띈 녀석은 이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흐응……그래서, 당신은 어떤데? 다른 서번트의 위치, 알아?」
「마스터, 내 클래스가 무엇인지 잊은 건가. 멀리 떨어진 적의 위치를 알아내는 게, 기사 출신에게 가능할 것 같나」
……뭐, 그렇겠지.
아쳐의 마력은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
멀리 떨어진 적을 찾을 정도의 마력을 가진 건 서번트 중 캐스터 정도라고 생각된다.
「알았어, 그럼, 우선 뒤에 붙어서 따라와 아쳐. 네가 소환된 세계를 보여줄 테니까」
「그렇게 진기한 건 없을 듯 하지만 말이지.
_---그것보다 마스터. 너, 중요한 걸 잊고 있진 않나」
「에? 중요한 거라니, 뭐?」
「……거참. 너, 아직 정상이 아니야. 계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환을, 우리들은 아직 하지 않았어」
「계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환----?」
등가교환?
아니, 애초에 서번트에게 있어서의 보수는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교환은, 이제 없을 텐데---
「……너. 아침에는 약하구나, 정말」
질린 듯이 말하는 아쳐.
그, 또다시 빈정대는 듯한 말을 듣고, 마음에 짚이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한 번도 날 이름으로 안 부르는구나, 라는 것.
「---아. 이런, 이름」
「짐작이 갔나. 뭐,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았어. 그래서 마스터, 네 이름은? 이제부터 어떻게 부르면 되나」
부루퉁한 얼굴로 말하는 아쳐.
---이런. 이 녀석, 좋은 녀석이다.
응, 그럼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름의 교환 같은, 그런 것에 의미는 없다.
서번트와 마스터는, 령주에 의해 만들어진 힘에 의한 주종관계다.
일반적인 패밀리어와의 계약이라면 이름의 교환은 강한 의미를 가지지만, 마스터와 서번트에게는 그런 친애의 감정은 필요 없다.
그런데도, 아쳐는 그것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령주를 차치하고서라도, 이제부터 함께 싸워 가자는 신뢰의 증표나 다름없다.
「………나, 토사카 린이야. 좋을 대로 불러도 돼」
솔직해지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뭐, 그래도 마스터라던가 너라던가, 그런 타인을 부르는 듯한 말로 불리는 쪽이 편하기도 하고, 이 녀석은 분명히 그렇게 부르겠지.
그런데.
아쳐는 곱씹는 듯이 「토사카 린」이라고 중얼거린 뒤.
「그럼 린이라고 부르도록 하지. ……아아, 이 쪽이 정말 너에게는 어울려」
라고, 상상치도 못한 말을 입에 담았다.
「--------」
「린? 왜 그래, 왜인지 얼굴색이 이상한데」
「----시, 시끄러! 됐으니까 빨리 가자 아쳐! 어, 어쨌든 태평하게 있을 여유는 없으니까……!」
흥, 하고 얼굴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분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하다.
아쳐 녀석, 어쩌면 나를 분하게 만들려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닐까.
「……가능해. 이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그럴 거야……」
그래, 그게 틀림없어.
그러니 얼굴이 뜨거운 것도 동요하고 있는 것도 전부 이 녀석의 간계다.
조심해 나.
이제부터는 이런 비뚤어진 녀석과 손을 잡고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쳐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 후유키 시는 크게 나눠서 두 개의 거리로 구성된 도시다.
옛날부터 있었던 거리가 남아있는 여기 미야마 *쵸(深山町)와,
*쵸(深山町) : 町는 행정구획 명이기에 쵸ː로 했다.
강 저편에 근대적인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신토.
내 집이 있는 곳은, 오래된 거리인 미야마 쵸 쪽이다.
그 미야마 쵸도, 또 크게 둘로 나눠져 있다.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살고 있었던, 이 서양식 거리가 한쪽.
그리고, 반대쪽, 산을 뒤에 끼고 있는 오래된 일본식 주택가가 또 하나.
양쪽 다 비탈길 위에 있기에, 교외라고 하면 교외겠지.
이, 일본식과 서양식에 끼인 한가운데 지역은 비교적 보통이다.
어느 정도 보통인가 하면,
이 정도 보통.
여기가 미야마 쵸의 분기점인데, 여기에서 내 집이 있는 서양식 주택가 쪽 오르막길,
반대쪽에 있는 일본식 주택가 쪽 오르막길,
옆 동네인 신토에 이어지는 다리, 학교, 상점가, 산에 있는 류도사라는 절에 이르기까지 통해있다.
그리고, 이것이 신토와 미야마 쵸를 잇는 대교.
몇 년 전에 큰 역이 만들어져,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같은 시인데도, 미야마 쵸와 신토는 완전히 다른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후유키 시라고 하는 이름은, 겨울이 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듯 하다.
그러고 보면, 이 도시의 겨울은 길다.
하지만, 그 반면 기온은 따뜻하고, 후유키 시의 2월은 다른 곳의 12월 정도의 기온이기도 하다.
적당히 지면을 파면, 온천 하나 둘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어중간하게 추워서는 온천도시로는 실격이다.
후유키 시는 지내기 좋은 겨울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인가 4월이 되어 봄을 맞이하고 있는, 이상한 기후이다.
신토는 대략 이런 분위기다.
급속하게 발전한 시가는, 무언가에 재촉 당하는 것처럼 높은 빌딩만을 세워서, 결과적으로 완연히 인공적인 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런 것도 요 10년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10년 전에 일어난 대화재로 주택가는 거의 전소.
전혀 사람이 살지 않게 된 땅을 이용해서, 이렇게 빌딩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_
여기가, 그 중심.
「여기가 신토에 있는 공원이야. 이걸로 웬만한 곳은 다 돌았는데, 감상은?」
옆에 있는 아쳐에게 말을 건다.
아쳐의 모습은 물론 보이지 않는다.
「---넓은 공원이군. 그런데도 인기척이 없는 건, 뭔가 이유라도 있는 건가」
「역시 그렇게 보여? 뭐, 여기는 약간 사연이 있으니」
빙글 하고 공원을 둘러본다.
이 정도로 넓고 정리된 공원이라면, 평일이라도 아이들 놀이터가 되어 있겠지.
하지만, 여기에는 사람은 셀 수 있을 정도로 밖에 없고, 단지 한산한 공기만이 흐르고 있다.
「10년 전 이야기야. 이 근처 일대에 큰 화재가 있었다고 해. 불은 만 하루 타올라서, 비가 내릴 때 돼서야 꺼졌다지.
_그 뒤, 도시는 부흥했지만 여기만은 그대로야.
_온통 불탄 허허벌판이 돼서, 아무것도 없어졌기에 공원으로 만들었다는 듯 해」
「---------」
아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그가 특별한 것을 감지하고 있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눈치 챈 것 같네. 그래, 여기가 저번 성배전쟁이 결판난 곳. 나도 사정은 모르지만, 저번 성배전쟁은 여기서 종결돼서, 그게 마지막이었어」
「---과연. 그래서 이렇게도, 여기는 원념에 가득 차 있는 건가」
「흐응. 알 수 있어, 그런 거?」
「서번트라는 것은 영체다. 그 본연의 상태는 원념, 망집에 가깝지. 때문에 같은 "억울함"에는 민감한 거야. 도시 안에도 농밀한 장소는 있지만, 여기는 차원이 달라. 우리들이 보기에는 고유결계에 가깝다」
하고.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아쳐는 자주 듣기 힘든 단어를 입에 담았다.
----고유결계(固有結界).
마술사에게 있어서 도달점 중 하나라고 하는 마술로, 마법에 한없이 가까운 마술, 이라고 일컬어진다.
근래 수백 년간. "결계"는 마술사를 지키는 방어진으로 으레 사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집에 붙어있는 방범장치가 극악해진 것이다.
원래부터 어떤 토지?건물을 가공해, 외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결계.
그건 어디까지나 "이미 있는 것"을 손 봤을 뿐인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고유결계라는 것은 다르다.
고유결계는, 현실을 침식하는 이미지다.
마술사의 심상세계---마음 본연의 상태 그 자체를 모양으로 만들어, 현실을 빈틈없이 덧칠하여 덮어 감추는 결계를 고유결계라고 부른다.
요컨대 마술사의 마음대로 세계를 일그러뜨리는, 아니, 마음대로 다시 만드는 광범위한 마술인 셈인데----
「린? 무슨 일이야, 깊이 생각이라도 한 건가?」
「에……? 아니, 조금 의외여서.
_고유결계라니, 아쳐 주제에 희한한 말을 알고 있구나 해서」
「뭐야, 알고 있으면 이상한가」
「그치만 그렇잖아. 고유결계는 마술사에게 있어서는 금기 중의 금기, 오의(奧義) 중의 오의인걸. 아쳐인 당신이 알고 있다니 엉뚱하잖아」
그렇지? 하고 시선으로 물어본다.
그러자, 옆에서는 하아, 하고 커다란 한숨.
「린. 영웅이라 함은 검술, 마술에 뛰어난 자를 가리킨다.
_아쳐라고 해서 활 밖에 못 쓴다고 생각하는 건 네 자유지만, 나 이외의 서번트에 그런 낙관은 가지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
……으.
확실히, 듣고 보면 그렇다.
「아, 알았어. 지금 그 말은 경솔한 발언이었어. 다음부터는 조심할 테니까, 이걸로 됐지?」
「……. 린, 솔직히 말하지. 너는 우수하지만, 그렇기에 타인을 과소평가하는 결점이 있어. 성인이 될 때까지 교정해 둬」
「으---! 아, 아무렇지도 않게 실례되는 말 하지 마, 당신……!」
교, 교교교정이라니, 이상한 버릇이 든 말을 다시 길들이는 걸 뜻하는 거잖앗……!
「이야, 실례. 별로 린이 *왈가닥(じゃじゃ馬)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어. 단지 이미지 대로의 표현을 썼을 뿐이라고나 할까」
*じゃじゃ馬 : 말썽부리는 말.
「에에이, 그 쪽이 더 나빠----, 아얏……!?」
당돌하게, 오른팔이 아파왔다.
「----린?」
「…………잠깐만, 조용히 해 아쳐」
오른팔에 새겨진 령주가 아프다.
지끈, 하고. 주인에게 주의를 주는 듯한, 둔한 경고.
「----누군가가 보고 있어」
「음」
……주위에 의식을 길게 늘인다.
정신으로 만들어낸 실을 가득히 깔아서, 공원 전체를 수색한다.
「……나는 찾아낼 수 없어.
_아쳐, 당신은?」
「---어려운걸. 나에게는 시선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다면, 보고 있는 건 마스터겠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쳐가 찾아내지 못한다면 상대는 마스터겠지.
아직 7명 모인 건 아니지만, 시작하려고 생각만 하면, 싸움은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
나를 감시하고 있는 녀석은 전초전이라고 하고 싶은 듯 하지만---
「……령주는 령주에 반응한다. 마스터라면, 누가 마스터인지는 만나면 느낄 수 있다, 라는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린에게도 상대가 식별 가능한 거 아닌가?」
「으응, 하지만 고위인 술자라면, 자신의 마력 정도는 숨길 수 있어. 아무리 령주끼리가 반응한다고 해도, 그 령주도 마력으로 발동하는 것. 뿌리 된 마스터 자신이 마술회로를 닫고 있다면, 찾는 건 어려워」
「……성가시군. 그럼, 이쪽은 저쪽 좋을 대로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셈인가」
「그렇겠지. 뭐, 나도 집을 뒤지면 마력을 숨길 도구[광인24] 정도는 찾을 수 있겠지만---」
「필요 없다, 라는 건가?」
「응. 그도 그럴 것이 안 숨어있으면 저쪽에서 와 주잖아? 이쪽에서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어」
「----」
질린 것인지, 아쳐는 숨을 삼키곤 입을 다물어 버렸다.
「……뭐야. 자신과잉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까의 말다툼을 떠올리곤,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보았다.
아쳐는 설마, 하고 짧게 내뱉은 뒤.
「너는 지금 그대로가 가장 강해.
_뭐, 잔챙이는 따라다니게 놔 둬도 괜찮겠지」
하고,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서, 아쳐가 한 말이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태도를 전환해서 그대로 거리를 걷기로 했다.
주된 곳을 돌고, 이래도 따라올 테냐 하고 외치는 것처럼 따라오는 녀석을 끌고 다니며, 덤으로 저녁식사도 마치고, 마지막 장소로 이동한다.
실컷 걸어 다녀 시간은 밤 7시 좀 지난 정도.
이 시간이라면, 지금부터 향할 장소는 최고의 경관을 보여주겠지.
화악, 하고 부는 바람.
신토에서 가장 높은 빌딩.
그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는, 오늘을 매듭짓기에 어울린다.
「어때? 여기라면 잘 보이지, 아쳐」
「……하아. 장래에, 너와 사귀게 될 남자에게 동정이 가는군. 잘도, 이렇게까지 멋대로 데리고 돌아다니는구나」
「에? 무슨 말 했어, 아쳐?」
「솔직한 감상을 조금. ……그런데, 확실히 좋은 곳이로군. 처음부터 여기에 왔으면 그렇게 많이 걸어 다닐 필요도 없었잖나」
「무슨 말 하는 거야. 확실히 잘 보이지만,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건 도시의 전경뿐이잖아. 실제로 그 곳에 가 보지 않으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잖아」
「---그렇지도 않아. 아쳐 클래스는 폼이 아니라구. 궁병은 눈이 좋지 않으면 맡을 수 없어」
「그래? 그럼 여기에서 토사카 저택이 보여, 아쳐?」
「아니, 아무리 나라도 옆 도시까지 보이지는 않아. 간신히 다리 정도까지군. 거기까지라면 타일 숫자 정도는 셀 수 있다」
「거짓말, 타일이라니 다리에 깔린 타일……?!」
그건 눈이 좋다던가, 그런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곧잘 옥상에는 망원경이 있는데, 그것과 같은 레벨의 시력이니까.
「놀랐어. 아쳐는 정말로 아쳐였구나」
「……린.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너, 나를 깔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 단지 말야, 당신은 아쳐치고는 궁수 같지 않으니까, 그만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건 문제발언이다. 돌아가거든 추궁하도록 하지」
아쳐는 여기에서 보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걸 끝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마도 도시의 생김새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겠지.
……전장의 예비 조사를 방해할 수는 없다.
아쳐 옆을 떠나서 빌딩 끝으로 이동한다.
「--------」
내 시력으로 보이는 것은, 이 빌딩 아래의 불빛뿐이다.
큰길에는 오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흐르고, 보도에는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뿐.
그것이 어떤 차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그것은 보이고는 있지만,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잠깐 전 정도까지, 나는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그 상대가 보이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최소한, 신토를 본거지로 삼고 있는 녀석이 한 명 있어」
뚫어지게 지상을 노려본다.
……마스터는 전부 7명.
누가, 어떤 서번트를 데리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불명.
지금은, 모든 마스터가 다른 마스터의 정보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고 있겠지.
「---?」
갑자기, 시선을 느꼈다.
령주에는 반응 없음.
단지 순수하게, 나를 향하는 시선을 느낀다.
「아래----?」
지상을 바라본다.
……길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한 명.
마치 달이라도 바라보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이 있었다.
「………………」
그것이 누구인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누구인지는 보고 알 수 있었다.
……어이없어.
저 녀석, 이런 시간에 뭐하고 있는 거지.
「린. 적을 찾은 거냐」
내가 살기를 띄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아쳐가 말을 걸어온다.
「---아니. 그냥 좀 아는 사람. 우리들에게는 관계 없는, 일반인이야」
신경이 곤두선 것을 숨기지 못한 채로 대답하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지상에서 내가 보였을 리가 없다.
저 녀석이 빌딩을 올려다 보고 있었던 건 그냥 우연이었겠지.
그러니까 모습을 보였다, 라는 건 아냐.
……그런데도.
나는 마술사로서의 마음가짐이었던 토사카 린을, 저 녀석이 봐 버린 것에 흥분해 있었다.
미야마 쵸에 돌아올 무렵에는, 시간은 9시를 넘어서 있었다.
미야마 쵸는 신토와는 다르게, 옛날부터 있었던 주택가이다.
밤 9시를 지나면 나다니는 사람 모습은 없어지고, 거리는 심야처럼 조용해진다.
「이 정도네. 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알았어?」
「……응? 아아, 도시라면 알겠어. 남은 건 앞으로 알아가도록 하지」
「그럼 오늘은 이쯤 해 둬야겠네. 나도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니, 집에 돌아가서 쉬자」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간다.
……그런데.
무언가, 앞을 걷는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어라, 사쿠라……?」
안 좋다.
지금은 대면하고 싶지 않아.
「린. 왜 숨어있나」
「조용히 해! ……아, 응, 저기 있는 건 아는 애야. 오늘은 학교도 빠졌고, 그다지 마주치고 싶지 않아」
말하면서, 전방의 인영을 관찰한다.
길에는,
아는 얼굴인 1학년생과
모르는 외국인이 있었다.
( 엔 터 )
두 사람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니, 외국인 쪽이 말을 걸어와서, 여학생은 싫어하고 있는 듯 하다.
「린, 아는 사람이라는 건 외국인 쪽인가?」
「아니, 몰라. 이 근처에는 저택이 많으니까, 어딘가 외국에서 놀러 온 거 아냐?」
하고, 거기까지 말하고는, 저 애가 얽히면 물러지는구나, 하고 스스로 반성한다.
「……아쳐. 저 녀석, 인간?」
「글쎄. 실체는 있으니까 인간이겠지. 최소한 서번트는 아니야」
「……그렇지. 마스터도 아니고, 그냥 그런 쪽 다툼인가」
……물론, 저 애가 남자와 문제 일으키는 애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두 사람 다 가는군. 남자는 오르막을 올라간다.
_남자는---」
금발 남자는, 우리들이 온 길을 내려갔다.
「그럼 당신은 여기를 써. 나는 이제 잘 건데, 뭔가 질문 있어?」
「특별히 중요한 의문은 없다. 곧 전투를 벌이지 않는 네 판단은 옳아. 오늘 밤은 마력의 회복을 해야겠지」
「응. 그럼 내일, 오늘 아침에 나왔던 홍차 부탁해」
방에 돌아오자마자, 피로가 확 몰려왔다.
「----맞다. 자기 전에 키레한테 연락해야지」
그 시끄러운 신부가 하는 일이다.
지금쯤 예비 마술사의 수배 같은 걸 하고 있겠지.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지만, 그래 봬도 내 후견인이기도 하고. 일단, 절차는 밟아둬야지.
「전화, 전화……」
무선전화기의 다이얼을 PUSH한다.
얼마 안 있어 사이비 신부가 전화를 받았다.
「키레? 난데, 어제 아쳐랑 계약했어. 정식 마스터 등록, 부탁해」
「………………」
짧은 침묵.
수화기 너머라도 기분을 무겁게 만들 정도로, 키레의 침묵은 압력이 있다.
「……알았다. 그럼 어쩔 건가. 한 번 이쪽에 들리지 않겠나. 네 양친으로부터 맡아두고 있었던 물건도 있다. 네가 마스터가 되었을 경우에만, 성인이 되기 전에 전해 달라고 부탁 받은 것인데」
「아아, 그거 아버지의 유언 말야? 그거라면 이미 해독해서 손에 넣었으니까 됐어. 그럼, 마음 내키면 들를 테니까, 잘 부탁해」
「잠깐. 린, 마스터가 되었다면----」
마지막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피곤할 때 키레의 잔소리 따위 듣고 있으면, 마력의 회복 같은 건 생각도 못 한다.
「---자. 이걸로 준비는 끝, 났고……」
남은 건 자는 것뿐.
눈이 뜨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침이 있다.
……10년 전.
아버지가 마술사로서 도전하고, 패한 성배전쟁.
그 싸움에, 나도 몸을 던지게 된 것이니까.
2월 2일|
그래서.
아침 식사 뒤에, 이후의 방침을 딱 잘라 말했다.
「뭐, 학교에 가겠다고?」
「응. 뭔가 문제 있어, 아쳐?」
「……문제는 없지만, 하지만 그건」
아쳐는 말을 머뭇거릴 뿐 반론은 하지 않는다.
어제 하루 만에, 토사카 린이라는 인간은 한 번 정한 일을 뒤집는 성격이 아니라, 하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말로 하지 않아도 안다고나 할까, 아쳐는 비꼬길 좋아하지만 묘하게 솔직한 데가 있어서, 인정한 사항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음, 요컨대 처신이 서툰 충신인 것이다.
이건, 어제 하루 아쳐를 관찰하고 얻은 결론이랄까, 직감 같은 건데.
「린. 마스터가 된 이상, 항상 적 마스터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라는 곳은, 불의의 습격에 대비하기 힘든 곳이지 않나」
「그렇지 않아. 알아들어 아쳐? 나는 마스터가 된 걸 이유로, 지금까지의 생활을 바꿀 생각은 없어. 거기에 마스터끼리의 싸움은 사람들 눈을 피해서 하는 거잖아? 그렇다면 인목이 항상 있는 학교에 있으면, 습격 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가. 린이 그렇게 정했다면 나는 따를 뿐이다.
_ 하지만, 영체화해서 네 호위를 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설마 학교에 가 있는 동안은 여기 남아있어라, 라고는 말하지 않겠지」
「당연하잖아. 학교뿐 아니라, 밖에 나갈 때는 옆에 있어줘야 돼. 마스터를 지키는 것도 서번트의 역할이니까, 믿고 있겠어」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신뢰에 보답하는 것은 기사의 의무, 가능한 한 기대에 응하도록 하지」
「하지만 린. 가정이지만, 그 안전한 곳에 적이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
「? 뭐, 학교에 마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그래. 확실히 학교 안에는 학생과 교사 이외는 들어가기 힘들지만, 이미 내부에 있는 자가 마스터라면 성가시지 않은가」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이 도시에는 마술사의 가계는 토사카랑, 그 외엔 하나뿐이야. 그 가계는 영락해 있고, 마스터도 되지 않았어」
「마스터가 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알지」
「이봐요, 토사카 이외에 마술사 가계가 있다면, 제일 먼저 거길 확인하는 게 당연하잖아.
_그 녀석, 마스터도 되지 않았었고, 그 쪽 가계의 후계자에게는 마스터가 될 만큼의 마력이 없으니까 무시해도 괜찮아」
「그런가. 즉 린이 다니는 학교에는, 또 한 사람 마술사가 있는 거로군. 하지만 마스터가 될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라는 말?」
「그런 셈이지. 그러니까 다른 마스터는 밖에서 찾아온 녀석이 태반일 터. 그런 녀석들이 학교에까지 찾아오는 일은 없겠지」
「……뭐, 지금 단계에서는 말이지.
_하지만 린, 어떤 일에도 예외는 존재해. 만일의 경우 학교에, 네가 모르는 마술사가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그러니까 없다니까. 마술사라고 하는 건 다른 마술사에게 민감해. 1년이나 같은 학교에 있으면, 아무리 감추고 있어도 마술사의 존재는 감지할 수 있어.
_단언하는데, 우리 학교에 마술사는 2명 밖에 없어. 그 중 한 명이 나고, 또 한 명은 마스터가 될 정도의 힘이 없는 견습마술사야.
_알았어? 아쳐가 경계하는 건 단지 기우야.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 만일이지. 일에는 항상 뒷면이 존재해.
_본래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또한 운명이다.
_혹시 그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나에게 화풀이하는 것만은 그만둬줬으면 하고 말하고 있는 거지」
훗, 하고 마른 웃음을 흘리는 아쳐.
……그 태도만으로도 화풀이하고 싶어지지만, 일일이 상대하고 있다간 학교에 늦어버린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만일의 경우라는 건, 일어나지 않으니까 만일인 거야. 만약 그렇게 되면, 그 때는 내 예상이 물렀을 뿐이지」
「좋아, 확실히 들었다. 그럼 갈까 린.
_네 학교까지는 30분, 슬슬 나가지 않으면 시간 안에 맞출 수 없는 시간대다」
「놀랐어. 만일의 경우란 게 정말 있네」
「아아, 나도 놀라고 있다. 이야,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아봐야겠군. 생각지도 못한 데서 도움이 됐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둘이서 그런 농담을 주고 받는다.
주위에는 교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있고,
_
시계는 곧 HR 개시 시간이 되려고 하고 있다.
그런, 바쁘게 교사로 향하는 인파 속에서, 두―웅 하고 서 있는 나와 아쳐.
「공기가 정체된 정도가 아닌데. 이거, 이미 결계가 펼쳐져 있는 거 아냐?」
「완전하진 않지만, 이미 준비는 시작된 모양이군.
_이렇게까지 요란하게 하고 있다는 건 상당히 배짱이 두둑한 녀석이던지……」
「엄청난 초보네. 다른 사람에게 이상을 느끼게 하는 결계 따위 3류인걸. 할 거라면, 작동시킬 때까지 끝까지 숨겨두는 게 1류야」
「---그래서, 넌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나, 린」
「글쎄. 1류던지 3류던지 알 바 아냐.
_ 내 영역에서 이런 비열한 걸 쓰는 녀석은, 말할 필요도 없이 쓰러뜨릴 뿐이야」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교정을 지나간다.
마술사인 이상, 겉치레뿐인 정의니 평화니 그런 것들을 입에 담을 생각은 없지만. 이 결계를 친 녀석에게는, 응분의 대가를 주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2교시가 끝나고, 음악실에서 돌아오는 도중.
위태위태한 걸음걸이로 복도를 걷고 있는 1학년을 발견했다.
1학년은 어떤 자료를 나르고 있는 건지, 보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도와줄게, 사쿠라」
「에---?」
「아, 토사카, 선배---」
「뭐야, 프린트? 세계사라면 우리 담임이잖아. 쿠즈키 녀석, 여학생한테 심부름을 시키다니 무슨 생각하는 건지. 자, 절반 줘 봐」
「아…………네. 감사합니다, 선배」
「괜찮아 괜찮아. 그럼 이거, 사쿠라네 반까지?」
「……아뇨, 쿠즈키(葛木)선생님한테요. 오자가 있으니 회수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납득. 쿠즈키는 융통성 없으니까. 오자 하나 있었다고 시험을 중지시킬 정도인 녀석이지」
「……? 시험이라니, 학교 시험 말인가요?」
「응, 그건 작년 중간고사였던가. 다들 쿠아―하고 OMR 카드에 열심히 칠하고 있는데 나타나서는, 오자가 있어서 올바른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시험은 중지하고, 후일에 다시 실시한다, 라고 그 말투로 담담히 말한 거야. 우리들도 놀랐지만 선생 분들도 놀라서 말이지, 지금도 그건 이야깃거리야」
「왠지 쿠즈키 선생님답네요, 그거. 선생님, 무언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잘못은 용납 받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니까」
「쿠즈키는 도가 지나치지만 말이지. 사쿠라도 좀 있으면 뼈저리게 알게 될 거야, 쿠즈키의 완고함은 바위나 산 레벨이라니까」
「후후. 토사카 선배, 쿠즈키 선생님을 좋아하는군요. 선배가 그렇게 말하다니, 드문 일이네요」
「그래? ……뭐, 확실히 쿠즈키는 조금만 더 유연성이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하지만, 그 선생은 지금 그대로 있는 쪽이 좋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한다.
우리 학교에는 학생과 아주 친하게 지내는 교사와, 아주 두려움을 받는 교사가 있다.
그 밸런스가 아주 절묘해서, 쿠즈키 선생은 좋은 규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근과 채찍 중의 채찍이랄까.
「뭐, 2학년이 되면 더 쿠즈키랑 얼굴을 맞대게 될 거야. 그 녀석 윤리도 담당하고 있고.
_……근데, 그런 것보다 사쿠라. 잠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아?」
「에? 뭐예요, 선배?」
「어제 말인데. 사쿠라, 못 보던 외국인이랑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어?」
「아……보, 보고 있었어요, 선배」
「우연히. 그래서 그 녀석, 누구야. 아는 사이?」
「……아뇨. 그게 그, 잘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 길을 잃은 것 같았는데. 이 말 저 말 해 오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아아, 그래서 도망쳤다, 라고.
「그래. 미안, 조금 마음에 걸려서」
「아뇨, 상관없어요. ……저, 여기까지 왔으면 됐어요 선배. 이제 가져다 드리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 그럼 또 봐」
프린트 뭉치를 사쿠라에게 돌려준다.
그대로 자신의 교실에 돌아가려다가, 잠깐 멈춰 섰다.
「사쿠라, 최근엔 어때?」
「아……네, 괜찮아요. 건강해요, 전」
「……그래. 신지가 또 무슨 짓 하면 말해. 그 녀석은 정도라는 걸 모르니까, 입 다물고 있으면 악화되기만 해」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선배. 오라버니, 요즘은 상냥하니까」
……웃는 얼굴로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잘 아는 후배에게 등을 돌렸다.
하루가 끝났다.
교실에서 학생들의 모습이 줄어들어 가고, 교사는 시시각각 황혼에 물들어 간다.
곧 해가 저문다.
붉은 석양이 지고 밤이 되면, 학교에 남는 사람은 없어지겠지.
「시작하자 아쳐. 우선은 결계의 조사. 어떤 결계인지 알아보고 나서, 지울지 남겨둘지 결정해야지.」
보이지 않는 파트너에게 말을 건다.
아쳐는 동의하는 것인지, 끄덕이는 듯한 기척을 되돌려 보냈다.
결계라고 하는 것은 술자를 지키는 것을 가리킨다.
마력으로 짜인 그물을 땅에 치고, 그 안을 가공하는 지형마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결계 내에서의 효용은 천차만별.
결계를 친 지역 그 자체를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차단하는 것부터, 결계 내의 마술을 제한하는 것까지 다종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이, 결계 내에 있어서의 생명활동의 압박이다.
학교에 쳐져 있는 결계는 그런 류다.
아직 완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단 결계가 짜여지면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정신을 잃고 쓰러지겠지.
하지만 그런 건, 나에게는 효과가 없다.
결계는 결국, 나라고 하는 개인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장소에 거는 것이다.
그런 간접적인 마력간섭은, 자신의 몸에 마력을 돌리고 있는 마술사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대기에 떠다니는 정도의 약한 전류는, 나라고 하는 강한 전류에는 다가오지 못하고 튕겨나갈 뿐이니까.
때문에, 이 결계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
어떤 녀석이 학교에 결계를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의 목적은 마스터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믿기 힘들지만, 그 녀석은 학교 안에 있는 사람 전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짓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설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녀석은---
교내를 샅샅이 조사하고, 마지막으로 옥상에 올라온다.
밖은 온통 어둠에 싸여 있었다.
강제 하교 시간인 6시를 지나서, 시간은 8시.
학교에 남아있는 것은 나와, 옆에서 영체가 되어 잇는 아쳐 뿐이다.
「---이걸로 7개째인가. 우선 여기가 기점(起点) 같네」
옥상에는 당당히 7획의 각인이 그려져 있다.
마술사에게만 보이는 적자색 문자는, 본 적도 없는 형태에, 들은 적도 없는 것으로 새겨져 있다.
「……곤란한데. 이거, 내가 어찌할 수가 없어」
이 결계를 친 녀석은 생각 없이 행동하고 있다.
생각 없는데, 이 결계 자체는 격이 다른 기술로 짜여져 있다.
일시적으로 이 (呪刻)에서 마력을 지우는 건 할 수 있지만, 그 자체를 철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술자가 다시 여기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그것만으로 은 부활해 버리겠지.
「-------」
아쳐는 아무 말도 없다.
……옥상에서 주각을 봤을 때부터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그도 결계의 정체를 눈치챘기 때문이겠지.
이 결계는 체력을 빼앗는 정도의 것이 아니다.
한 번 발동하면, 결계 안의 인간을 글자 그대로 "용해"시킨다.
내부의 인간으로부터 정신력이나 체력을 빼앗는다는 결계는 있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 펴지려고 하고 있는 결계는 격이 다르다.
이것은 *소울 이터(soul eater). 결계 내에 있는 인간의 몸을 녹여서, 배어 나오는 혼을 억지로 모으는 나 다름없다.
*소울 이터(soul eater) : 魂食い.
예로부터, 혼이라고 하는 것은 다루기 어렵다.
있다고 하고, 마술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라고 일컬어지지만, 그것을 확립시킨 마술사는 한 사람 밖에 없을 정도이다.
혼은 어디까지나 "내용을 조사하는 것" "그릇에 옮겨 담는 것"에 그친다.
그것을 뽑아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한 곳에 모은다는 것은 이해불능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변환 불가능한 에너지를 모아봐야 마술사가 사용할 길이 없다.
그러니,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쳐. 당신들이 역시 그런 거야?」
나도 모르게, 차가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짐작하는 대로다.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영체라고 했었지. 때문에 식사는 제2, 혹은 제3요소가 된다.
_너희들에게 고기가 영양인 것처럼, 서번트에게는 정신과 혼이 영양이다.
_영양을 취했다고 해서 기본적인 능력은 변하지 않지만, 섭취하면 섭취할수록 터프해지지---즉 마력 저장량이 상승한다, 라는 거지」
……그렇다.
자신의 서번트를 강력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차별로 인간을 습격하는 것.
「---마스터로부터 제공되는 마력만으론 부족하다는 말?」
「부족하지는 않지만, 많아서 나쁠 건 없지.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 약점을 물자로 보충하는 게 전쟁이잖아.
_주위의 인간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마스터로서 기본적인 전략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결계는 효율이 좋아」
「--------」
이기고 싶으면 사람을 죽여서 힘을 모아라, 라고 아쳐는 말하고 있다.
간단한 계산이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자신이 택해야 할 방향도 잘 알고 있다.
「그거, 마음에 안 들어. 두 번 다시 입 밖에 내지 마, 아쳐」
지면에 그려진 주각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쳐는, 왜인지 들뜬 듯한 목소리로
「동감이야. 나도 흉내 낼 생각은 없다」
그렇게, 힘있게 대답해 주었다.
「……자. 그럼 지울까. 헛수고겠지만, 최소한 방해를 하는 정도는 되겠지」
지면에 그려진 주각에 다가가, 왼팔을 내민다.
왼팔에 새겨진 내 마술각인은, 토사카의 가계에 전해오는 "마도서"다.
철컥, 하고 의식에 있는 스위치를 넣는다.
마술각인에 마력을 돌려서, 결계소거가 기록되어 있는 부분을 읽어 들이고, 남은 건 단숨에 발동시키는 것뿐.
「*Abzug Bedienung Mittelstnda 」
차감. 조작. 중도.
왼팔을 지면에 대고, 단숨에 마력을 흘려 보냈다.
그것으로, 일단은 이 주각에서 색을 씻어내는 것인데---
「뭐야. 지우는 거냐, 아까운걸」
당돌하게.
결계소거를 막는 듯이, 제3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순간적으로 일어나, 돌아본다.
급수탑 위.
10 미터의 거리를 둔 상공에서, 그 녀석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에 녹아 드는 깊은 군청.
치켜 올라간 입 꼬리는 거칠고 난폭, 짐승 냄새 같은 것이 바람에 타고 전해져 온다.
……짐승의 시선은 시원하다.
푸른 남자는, 이 색다른 상황에서, 나를 10년 만에 만난 친구처럼 바라보고 있다--
「---이거, 당신이 한 짓이야?」
( 엔 터 )
「아니. 잔재주를 부리는 것은 마술사의 역할이지. 우리들은 단지 명을 받은 대로 싸울 뿐. 그렇지 않나, 거기 있는 형씨」
「---!」
가볍고, 하지만 살의에 찬 목소리.
이 남자에게는, 아쳐가 보인다……!
「역시, 서번트……!」
「그렇고 말고. 그래서, 그걸 아는 아가씨는, 내 적으로 판단해도 괜찮겠지?」
「----」
등골이 얼어붙는다.
이렇다 특징 없는, 남자의 표표한 목소리.
그런 것이, 지금까지 들은 어떤 말보다도 차갑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무섭다니---
「--------」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이 남자와 여기서 싸우는 것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이성이 말하고 있다-----!
「……호오. 대단한걸,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도 요점은 알고 있구만.
_아-아, 실수했는걸 이거. 장난 삼아 말 거는 게 아니었어」
남자의 팔이 들려진다.
「------」
한 순간에 일어난 일.
지금까지 무엇 하나 쥐고 있지 않았던 그 팔에는,
붉은, 2미터나 되는 흉기가 있었다.
「하, 앗--------!」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바로 옆으로 뛴다.
옥상이니 힘껏 뛸 수 없어, 같은 여유는 없다.
어쨌든 전력으로, 있는 힘껏, 펜스에 몸통박치기를 할 기세로 옆으로 도약한다……!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하는 선풍.
---아슬아슬.
눈 깜박할 새에 돌진해 온 그것은, 용서 없이 펜스 채로, 1초 전까지 내가 있던 공간을 휘둘러 베었다.
「하, 다리 힘 좋잖아 아가씨……!」
---푸른 선풍이 쫓아온다.
퇴로 따위 없다.
등 뒤에는 펜스, 좌우는---안 돼, 분명 늦어……!
「*Es gros, Es klein…………!!」
그것은 크고, 그것은 작다.
반응은 빨랐다.
왼팔의 마술각인에 마력을 넣어서, 한 소절로 마술을 짜 올린다.
신체의 경량화와 중력조정.
이 한 순간, 깃털이 된 몸은 가볍게 날아 올라----
「린……!」
「알고 있어, 맡겨둬……!」
펜스를 뛰어 넘어, 옥상에서 낙하했다.
「윽----」
풍압과 중압이 몸을 조인다.
지상까지 약 15미터, 착지까지― 7초----그래선 늦어, 분명 저 녀석에게 따라 잡혀……!
「*vox Gott Es Atlas-------!
신의 목소리 그것은 아틀라스.
아쳐, 착지는 맡기겠어……!」
「----, 하----!」
아쳐에게 착지의 충격을 죽이게 하고, 지면에 발이 닿는 것과 동시에 달린다.
---어쨌든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옥상 같은 좁은 곳이 아니라,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
나와 아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차폐물이 없는 넓은 곳으로 이동해야……!
「헉, 하----!」
옥상에서 교정까지, 7초도 안 걸리고 주파한다.
거리로는 100미터 이상, 보통 사람이라면 잔상 밖에 보이지 않을 속도.
하지만, 그런 것은,
「이야, 정말 발 빠르네. 여기서 해치워 버리는 건, 좀 너무 아까운데」
서번트 상대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쳐----!」
내가 뒤로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나온 서번트가 실체화한다.
구름 낀 밤.
아쳐의 손에는, 희미한 달빛을 반사하는 한 자루의 단검이 있었다.
「---헤에」
남자는, 입가를 기분 나쁘게 일그러뜨린다.
「……좋아,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안 되지. 얘기가 빠른 녀석은 싫어하진 않아」
휘잉, 하고 불어오는 선풍.
……그것은 옥상에서 휘둘러진 흉기, 나를 용서 없이 죽이러 온, 피와 같은 진홍의 창---
「서번트, 랜서---」
「그렇다. 그러는 네 서번트는 세이버
_……는 아닌 듯 하군. 뭐냐, 넌」
아까까지의 가벼운 언동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살기 덩어리가 된 랜서에 대해, 아쳐는 어디까지나 무언.
……둘 사이의 간격은 약 5미터.
랜서가 손에 든 흉기는 2미터 가깝다.
짐승 냄새가 나는 저 남자라면, 남은 3미터 정도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흥. 정면에서 1:1 대결을 하는 타입이 아니군 넌. 그럼 아쳐인가」
조롱하는 목소리에도 아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치하는 것은 기묘하게도 청적.
비슷하면서 다른 두 색깔의 기사는, 이미 서로의 필살의 공격을 가늠하고 있다.
「……좋아,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만난 이상 한 판 벌일 수 밖에 없지. 자, 꺼내라 아쳐.
_이래봬도 예의는 알고 있으니 말이지, 그 정도는 기다려 주지」
「--------」
아쳐는 대답하지 않는다.
쓰러뜨려야 할 적에게 말할 필요 따위 없다고.
그, 과 같은 등이 말하고 있었다.
「----」
그것으로 깨달았다.
……나는 바보다. 아쳐는 단지 한 마디, 내 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아쳐」
다가가지 않고, 그 등에 말을 건넨다.
「난 돕지 않겠어. 당신의 힘, 여기서 보여봐」
「----크」
그것은 웃음, 이었을까.
내 말에 대답하듯이 입가를 밀어 올리곤, 붉은 기사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超疾)했다.
소용돌이치는 돌풍.
단검을 손에 들고, 붉은 탄환이 질주한다.
「----멍청한 놈!」
맞아 치는 것은 푸른 찌르기.
달려가는 아쳐가 돌풍이라면, 영격하는 창끝은 신풍이겠지.
달리는 칼날, 흐르는 일격.
고속으로 찔러오는 창의 일격을, 아쳐는 아슬아슬하게 단검으로 받아낸다.
「읏------!」
붉은 외투가 멈춘다.
적은, 아쳐의 질주를 용납하지 않았다.
창의 간격 안까지, 겨우 2미터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자루가 긴 무기에 있어서, 거리는 항상 떨어져 있어야 것.
2미터에 가까운 무기를 가지는 랜서는, 자신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적을 영격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파고들어 오는 적을 꿰뚫는 것은, 스스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보다 쉬운 것이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랜서는 스스로 거리를 좁혀, 아쳐에게 전진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천치 같은 놈, 궁병 따위가 접근전을 걸어오다니----!」
그 기질은, 열화(烈火)와도 같다.
랜서는 일격마다 거리를 좁히며, 정지를 모른다.
……긴 무기에 있어서, 간격을 좁히는 것은 자살행위다.
장대한 간격으로 적을 억누르고, 싸움을 다스리는 것이 창병의 싸움이다.
때문에, 전진을 멈추지 않는 랜서에게 승기는 없다.
「----거짓말」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정석.
목을, 어깨를, 미간을, 심장을, 쉴새 없이 뚫으려 하는 랜서의 창에, 되돌리는 틈 따위 없었다.
잔상조차 남기는 고속 찌르기.
일격마다 아쳐를 튕겨내고, 밀어내고, 후퇴시키는 랜서의 창은, 단 한 번의 찌르기조차 필살이라고 칭해지겠지.
그러나, 아무리 궁병이라고 해도 아쳐도 서번트.
보통의 공격 정도로는, 필살에 이를 수 없다……!
「후----!」
미간에 닥쳐오는 창끝을 이미 튕겨내고, 랜서의 창도 이러하랴 싶은 속도로 파고 드는 아쳐.
---그 모양을 보면 찌르기야말로 주체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창의 기본전술은 휘두르기에 있다.
길이로 모든 걸 말하는 광범위의 후려치기는, 애초에 몸을 빼서 회피, 같은 방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후퇴로는 창의 간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격을 시도하려 어설프게 간파하면 배가 갈릴 뿐.
그렇다고 무작정 앞으로 나가면, 창의 긴 자루에 맞고, 간단히 늑골을 분쇄당한다.
아쳐와 랜서는 거의 같은 체격이다.
덤으로 중장갑이 아닌 아쳐에게 있어서, 창의 간격---선풍과도 같이 휘둘러지는 공격범위에 파고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찌르기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고속의 일격, 확실하게 급소를 꿰뚫는 찌르기는 확실히 무섭다.
하지만 궤적이 점인 이상, 간파하면 피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아쳐와 같이, 급소를 뚫으러 오는 창 자루를 쳐서, 살짝 궤도를 빗나가게 하면 그것만으로 틈이 생긴다.
궁병이라고 얕보고 방심한 것이겠지.
긴 무기의 이점은 자유도가 높은 사정거리와 간격이다. 그것을 스스로 좁힌 시점에서, 랜서의 패배는----
「----」
「웃----!?」
붉은 외투가 정지한다.
---시간이 역행한 것인가 싶은 악몽.
내찔러진 일격은, 앞선 찌르기보다 더욱 고속……!
「크, 윽----!」
궤도를 바꾸려고 받아넘기던 아쳐가, 단검 채로 튕겨져 나간다.
랜서의 창에 되돌리는 틈 같은 것은 없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날카로움도 위력도 한없이 올라간 찌르기는, 이제 와서는 서번트에게도 필살의 영역……!
「-----」
가볍게 본 것은 우리들이었다.
저 서번트---랜서의 창에, 창병의 정석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숨도 못 쉬게 하는 연격을 막아내는 것이 누구에게 가능하랴.
아쳐는 간신히 후퇴하면서 튕겨내고, 결과적으로, 둘 간의 거리는 약간 더 벌어진다.
그 빈틈.
떨어진 간격을 더욱 도움닫기 해서, 더한 강격을 쏘아내는 랜서.
폭풍 같은 연격은 그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이 정도에 달하면 신기(神技)의 영역.
이미 10합.
아니, 실제로는 그 수 배인가.
직선적인 창의 호우는, 더욱 기세를 더해서 아쳐를 고슴도치로 만들려고 계속 퍼부어진다.
……저것은 빠른 것이 아니라, 단지, 뛰어나다.
랜서의 창에는 완급 따위 없고, 폭포와도 같이 내찔러진다.
방어에 들어간 아쳐에게 어떤 수단이 있을까.
저런 짧은 검으로는 창을 흘려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계속 후퇴하는 아쳐에게, 랜서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
내질러지는 강철의 진공.
원호를---아쳐의 원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목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내 마술은 조준이 정확하지 않다.
아쳐가 랜서로부터 크게 이탈하지 않는 한, 아쳐도 함께 말려들어 버린다.
그런 틈은, 랜서를 더욱더 유리하게 할 뿐이다.
……거기에, 그래.
솔직히, 나는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이것이 서번트의 싸움.
에게는 손이 닿지 않는 최고 랭크의 패밀리어----영령을 사역하는, 성배전쟁 그 자체인 것이라고.
서번트.
7명의 마스터에 따르는, 각각 다른 클래스의 패밀리어들.
그것은 성배 자신이 불러들이는, 영령이라 불리는 최고위의 패밀리어다.
---하지만, 그들을 패밀리어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본래, 패밀리어라는 것은 마술사를 대신하여 심부름을 하는 정도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지적으로는 장화를 신은 고양이라던가,
하얗고 가련한 작은 새라던가,
주인이 하는 말을 듣지 않은 검은 개라던가, 뭐 그런 것들이겠지.
일개 마술사가 사역할 수 있는 패밀리어는 그 정도다.
어디까지나 패밀리어는 패밀리어.
주인 대신에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는 마스코트인 것이니, 주인 된 마술사보다 강력한 존재가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서번트는 다르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인류 최강의 존재다.
아마도 5명 밖에 없다고 하는 마법사라고 해도, 그들을 사역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것은 소환이 어려워서도, 서번트의 능력이 마술사 이상이기 때문도 아니다.
서번트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마술 위에 있는 존재인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서번트라는 것은, 과거의 영웅 그 자체인 것이다.
신화, 전설, 우화, 역사.
진위를 묻지 않고, 전승 속에서 활약해 확고한 존재가 된 "초인"들을 영웅이라고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영구 불변하게 된 영웅은, 사후, 인간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서 제외되어 다른 존재로 승격된다.
……기적을 행하여, 사람들을 구하고, 위업을 달성한 인간은, 생전, 내지 사후에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
그렇게 떠받들어진 그들은, 사후에 영령이라고 불리는 정령으로 승격되어, 인간 측의 수호자가 된다.
이것은 실재하는 인물이던 신화 상의 인물이던 상관없다.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들의 상념이다.
이래 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그들을 형태 짓고, 그들을 실재하는 것으로 떠받든다.
거기에 진위는 관계 없다.
단지 전설로서 확실한 지명도와 신앙심만 있으면 그들은 구현화된다.
인간이 낳은 궁극의 이상, 인간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
그것이 영웅이며, 영령이다.
그리고 당연히, 인간 이상인 그들은, 결코 인간이 부릴 수 없다.
마술사는 그들의 힘의 일부를 빌려서, 그 흉내를 낼 정도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다.
영령 그 자체를 불러내 사역한다, 같은 일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성배는 그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
본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영령을 통째로 소환하고, 더군다나 마스터를 섬기는 패밀리어로 고정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한 것이, 그야말로 성배가 만능인 것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게 연대를 묻지 않고, 가까이는 백 년 전, 멀리는 신대(神代) 무렵에서부터 영령은 소환되었다.
7명의 영령은 각각 7명의 마스터에 따라, 자신의 마스터를 수호하고, 적인 마스터를 구축한다.
……온갖 연대, 온갖 나라의 영웅이 현대에 되살아나, 패업을 다투는 싸움.
그것이, 이 의식이 성배전쟁이라고 불리는 유래겠지.
……물론, 성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성배라고 해도, 정령에 달한 녀석들을 무차별로 불러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악마라고 불리는 *제6가공요소의 실체화에는 "사람들이 창조한 형상"이 필요한 것처럼,
_영령들도, 이쪽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형상이 필요한 것이다.
*제6가공요소 : 지,수,화,풍,에텔에 이어지는 6번째 원소.
그것이 그들의 임시 이름이기도 하고, 이 세계에 용납된 존재의 상태.
성배는 영령들이 형체를 이루기 쉬운 ""을 만들어, 그릇에 해당하는 영령만을 소환시킨다.
현대에의 패스포트라고나 할까, 미리 패밀리어로서의 역할을 준비해 두고, 소환된 영령이 그 역할에 빙의하는 것으로, 일시적인 물질화를 돕는다.
성배에 선택된 마스터가 7명이라면, 마스터를 섬기는 영령도 7명.
미리 나눠진 클래스는 일곱.
검의 기사, 세이버.
창의 기사, 랜서.
활의 기사, 아쳐.
기병, 라이더.
마술사, 캐스터.
암살자, 어새신.
광전사, 버서커.
이 일곱 클래스 어느 하나의 속성을 가지는 영령만이 현대에 소환되어, 마스터를 따르는 패밀리어---서번트가 된다.
그것이 서번트 시스템---
사람에겐 분에 넘치는 "성배"를 쟁취하기 위해 주어진, 사람에게 힘에 겨운, 영령의 소환과 계약.
다른 성배전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 땅에서만 벌어지는, 최강의 경쟁----!
「----!」
한층 높은 소리를 울리는 검극.
랜서의 창을 튕겨낸 단검은, 그대로 아쳐의 손에서 떠나갔다.
랜서의 기술이다.
직선뿐인 찌르기에서, 일전하여 아쳐의 손목을 쓸어가는 휘두르기.
그것은 아쳐에게 있어서, 알고 있으면서도 피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검으로 창을 흘려 보내는 유효한 수단은 없다.
강하게 튕겨내면 튕긴 이상의 날카로움으로 다시 베어오고, 그렇다고 해서 최소의 힘으로 흘려 보내도 틈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검과 창의 싸움이라는 것은, 결국 어떻게 간격 밖에서 적을 쓰러뜨리는가, 라는 점에 집약된다----
「---얼간이」
매도하는 랜서에게 주저는 없다.
아쳐를 몰아넣으려고 내딛는 발이 멈춘다.
---한 순간에 승패를 결정할 생각인가.
힘차게 지면에 뿌리를 내린 랜서와,
_
맨손이 된 아쳐의 시선이 부딪힌다.
순간.
숨 한 번 쉴 틈에 뿜어진 랜서의 창은, 그야말로 섬광이었다.
시인(視認)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미간, 목줄기, 그리고 심장.
꿰뚫는 3연격, 전탄 급소--------!!
그러나.
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섬광을, 일륜과도 같은 칼날이 튕겨낸다……!
「---!?」
아쳐의 손에는 다시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아까의 검과 같은, 손도끼를 생각나게 하는 중화 풍의 검.
하지만, 그 최대의 차이는----
「치잇, 이도류인가……!」
검은 한 쌍.
양손에 쥐어진 그것은, 좌우대칭인 쌍검이었다.
「하, 궁병 주제에 검사 흉내나 내고 있다니---!」
랜서의 창이 달린다.
더 이상 살려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이 창의 속도가 더욱 올라간다.
「-------」
열화의 기세로 튕겨내는 아쳐.
이 이상은 물러서지 않겠다---아니, 이제부터는 나아갈 뿐이라고, 매와 같은 두 눈이 말하고 있다.
귀를 때리는 검극의 소리는, 잘 만들어진 음악인 듯 하다.
울리는 두 개의 강철.
불꽃을 흩뜨리는 검합은 끊임없고, 리듬을 끝없이 빠르게 해 간다.
양자의 싸움은 진공에 가깝다.
주위의 공기를 끌어들여서,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만으로 찢겨져 나갈 것 같다.
「---------」
사실은 한 순간.
하지만, 보고 있는 자신에게는, 숨이 막힐 정도로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품 안으로 들이지 않으려 하는 랜서와,
_
쌍검을 방패로 간격을 좁히는 아쳐.
양자의 부딪힘은 백을 넘으며, 그 때마다 아쳐는 무기를 잃는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 다음 순간에는 아쳐의 손에는 검이 있고, 랜서는 그 때마다 약간 후퇴한다.
일이 여기에 이르러, 랜서는 자신의 방심을 인정한 것이다.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이상 궁병이라고 얕보고 있으면, 패배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간격이 멀어진다.
재정비를 할 셈인지, 랜서는 크게 거리를 벌렸다.
……그 속도는 보통이 아니다.
아쳐의 돌진도 상궤를 벗어나 있었지만, 랜서에 비하면 여전히 느리다.
순식간에 간격을 벗어난 랜서의 움직임은, 표범 그 자체의 속도와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27. 그만큼 튕겨 보냈는데도 아직 있다니」
초조해하며, 중얼거리는 랜서.
아니, 저것은 초조라기보다는 곤혹이다.
……그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
아버지의 이야기로는, 서번트가 가지는 무기는 단 하나.
각각이 절대적인 마력을 띠는 그들의 무기는, 아쳐처럼 계속해서 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번트라는 것은, 영웅이 사후에 영격을 승화시켜, 정령, 성령과 동격이 된 자를 가리킨다.
다르게 말하면 악마, 천사의 류에 가깝다.
그들은 혼자서도 강력한 패밀리어지만,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영웅의 증거", 즉 "보구"라고 불리는 매직 아이템이다.
"보구"는 서번트가 영웅이었던 시절에 애용한 무기나 방어구이며, 글자 그대로 "필살기"로 취급된다.
서번트에게 있어서, "보구"는 유일무이한 무장.
그것은 보구 그 자체가 대치할 것이 없는 최종병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랜서가 가지고 있는 창도, 랜서가 쓸 생각이 있으면 "보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겠지.
보구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뛰어난 무기지만, 그 본래의 힘은 "진명"을 불러 힘을 해방시키는 것에 있다.
과거, 용을 죽이고 신을 죽이고, 만물에 군림해 온 영웅의 무기.
서번트는 스스로의 마력을 가지고 그 "보구"를 발동시킨다.
말하자면 마술과 마찬가지다.
서번트들은, 자신의 무기를 촉매로 전설 상의 파괴를 재현한다.
그 무기들은 결코 쓰고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아쳐가 수십 개나 꺼낸 검은, 확실히 각각이 명검인 듯 하지만, 아쳐의 "보구"는 아닌 것이겠지.
그는 서번트 중 아쳐.
고로, 그가 숨겨 가지고 있는 "보구"는 활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니까.
「왜 그러나 랜서, 탐색이라니 너답지 않군. 아까의 기세는 어디에 갔나」
「……칫, 너구리 자식이. 입만 살아서는」
랜서의 초조는 당연하다.
랜서는 창병으로서 싸우고 있는데도, 아쳐는 검사로서 싸워서, 이를 버텨냈다.
말하자면 아쳐로서의 실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랜서에게 귀기가 감도는 것도 당연하겠지.
「……좋아, 물어봐 주지. 네놈, 어디 영웅이냐.
_이도류를 쓰는 궁병 따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는 넌 알기 쉽군. 창병에는 가장 빠른 영웅이 선택 받는다고 하지만, 너는 그 중에서도 뛰어나다.
_이 정도로 창을 쓰는 자는 세계에 3명도 없겠지. 덤으로, 짐승과도 같이 민첩하다고 하면 아마도 한 명」
「---호오. 말 잘했다, 아쳐」
갑자기.
엄청난 살기에, 호흡을 잊었다.
랜서의 팔이 움직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푼의 얕봄도 없는 그 자세.
창 끝은 지상을 꿰뚫으려는 것처럼 내려가고, 단지, 랜서의 두 눈만이 아쳐를 꿰뚫고 있다---
「---그럼 맛 좀 볼 테냐, 나의 필살의 일격을」
「말리진 않겠다. 언젠가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적이니」
스윽, 하고 랜서의 몸이 가라앉는다.
동시에.
가시덩굴과도 같은 오한이, 교정을 유린했다.
……공기가 얼어붙는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얼어붙어간다.
대기에 가득 차 있던 마나는 전부 동결.
지금 이 곳에서, 호흡을 허용 받은 것은 랜서라고 하는 전사뿐.
랜서의 손에 들린 창은, 틀림없이 마창의 류에 들어간다.
그것이 지금, 진짜 모습으로 내뿜어질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안 좋아」
죽는다.
저것이 어떤 "보구"인지는 모르지만, 아쳐는 죽는다.
이런 직감, 처음이라 믿기 힘들지만 틀림없다.
저 창이 내뿜어지면 아쳐는 죽는다.
그것은 절대다.
글자 그대로, 랜서의 창은 필살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아」
아쳐는 패배한다.
랜서에게 심장을 뚫리면 아쳐는 죽는다.
---그런데도.
거기까지 예지하고 있는데도, 나는 아쳐를 구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그것이 개시의 신호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싸움, 아쳐의 패배를 막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누구냐…………!!!!」
우리들이 못 보고 놓친, 우연이라고 하는 제3자의 등장에 다름없었다.
「……에?」
랜서로부터 뿜어지던 귀기가 사라졌다.
달려서 떠나가는 발걸음.
……그 뒷모습은, 틀림없는 교복이었다.
「학생……!? 아직 학교에 남아있었어……!?」
「그런 듯 하군.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만」
냉정하게 말하는 아쳐.
……아니 뭐, 확실히 그건 도움이 됐지만.
「……실수였어, 랜서에 신경을 빼앗겨서 주위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다니……근데, 아쳐. 너, 뭐하고 있어」
「보고도 모르나. 할 일이 없어져서 쉬고 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랜서는 어쩐 거야」
「아까 그 사람을 쫓아갔어. 목격자니까, 아마도 죽이러 간 거겠지」
「--------」
일순.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쫓아가, 아쳐! 나도 금방 따라갈 테니까……!」
「---」
즉시 랜서를 쫓는 아쳐.
「……제길,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한다.
목격자는 제거하는 것이 마술사의 룰이다.
……그러니. 그게 싫다면 목격자가 생기지 않으면 된다고, 지금까지 계속 지켜왔는데, 하필이면 오늘 이런 실수를……!
달빛도 갇힌 밤.
매우 차가운 복도에는, 바닥에 쓰러진 학생과, 가만히 서 있는 아쳐의 모습이 있었다.
「………………」
그는, 단지 멍하니 학생을 바라보고 있다.
……코를 찌르는 냄새.
그것이 죽음의 냄새인 것이라고, 바닥에 흐르는 혈액을 보고, 사무치게 깨달았다.
「……쫓아, 아쳐. 랜서는 마스터에게로 돌아갈 터. 하다못해 상대 얼굴 정도는 파악하지 않으면, 수지가 안 맞아」
「---」
랜서를 쫓아가는 아쳐.
남겨진 것은 나와,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학생뿐이다.
「………」
직시할 수 없다.
하지만,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나의 책임.
_
이것은 나의 책임.
_
이것은 나의 책임.
---어릴 적.
토사카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정했을 때부터, 이런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마술사에게는 선도 악도 없다.
단지 그 길에 있는 것은, 자신과 타인이 흘리는 피뿐이라고, 그런 건 옛날에 각오하고 있었어----!
「……랜서의 창으로 찌르기 한 방인가. 심장이 부서져서야 살 수 없지」
랜서가 이 녀석을 몇 초 전에 죽였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뚫린 것이 심장이었던 것은 다행인가 불행인가.
랜서의 일격은 단순한 외상이 아닌 것인지, 심장파열에 의한 혈액의 역류는 심하지 않다.
심하지는 않지만, 뇌에 혈액이 가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아니, 애초에 심장이 부서졌다면 즉사라고 봐도 틀림없겠지.
「……그런 것치고는 아직 안 죽었다는 건, 대단한데」
……그렇다.
단말마라고나 할까, 아직 약하게 숨이 붙어있다.
하지만 그것도 앞으로 몇 초.
이 애에게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나에게는, 이 애를 구할 정도의 힘은 없다.
「얼굴을 봐야지.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안 돼」
엎어져 있던 얼굴에 손을 대려고 하다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알아챘다.
……떨고 있다.
어째서, 일까.
이런 일에는 익숙해져 있다.
이런 선택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 자신의 제멋대로인 행동으로 여러 가지를 잃어 왔다.
그래서---언제라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오겠지, 하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나는 이렇게도,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걸까.
「……미안. 임종을 지켜보는 정도는 해 주겠어」
떨리는 손가락과, 지금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무릎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쓰러져있는 학생의 얼굴을 확인했다.
「--------」
콰―앙, 하는 소리.
정말로, 뒷머리를 해머로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농담은 그만둬. 왜, 네가」
으득, 하고 이를 깨문다.
떨림을 억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정말로 화가 나 있다.
왜 이 녀석인 걸까.
하필이면 이 녀석인 거냐고.
정말 완벽하게, 서번트답게 깔끔하게 목격자를 처리한 랜서에게는 화는 나지 않는다.
단지 정말, 이런 날, 이런 시간에 학교에 남아있었던 이 녀석이, 밉살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
사쿠라의 얼굴을 떠올린다.
분명 그 애는 울겠지.
덧붙여서, 상당히 예전의, 붉은 방과후 같은 걸 다시 떠올린다.
……먼 석양.
혼자서 언제까지고 달리고 있었던 누군가.
그것을 멀리에서,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시시한 여자애.
????????????????
「--------」
……방법은 있다.
실패해서 비밀병기를 잃을지도 모르지만, 방법은 있다.
아아 아니, 실패하든 성공하든 어차피 비밀병기는 없어지는 것이니, 나에게 있어서 결과는 변함없지만.
「--------」
그건 잘못이다.
이 녀석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로 끝난 일이다.
주위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한 나의 책임과,
운 나쁘게 학교에 남아있었던 이 녀석의 책임.
그러니, 내가 그렇게까지 해 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렇다, 애초에 이것은, 아버지가, 나에게 무엇 하나 남겨주지 않았던 아버지가, 나만을 위해서 남겨준 것이다.
이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절대의 비밀병기가 될 강력한 마력 덩어리.
나만을 위한, 소중하고 소중한----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바보」
미련을 뿌리치고, 사체 1초 전인 듯한 녀석 앞에 무릎 꿇었다.
「……아아, 일 저질러 버렸네」
손에 들고 있던 펜던트가 가벼워진다.
아버지의 유품인 펜던트는, 이제 거의 텅 비어서, 통, 하고 사체 1초 전이었던 녀석 위에 떨어졌다.
「---뭐, 어쩔 수 없나」
그래, 어쩔 수 없다.
나에게는, 심장이 파손되고, 혈관이라는 혈관 전부 다 상해 있으며, 덤으로 뇌사 직전인 인간을 소생시킬 힘도 기술도 없었다.
그래서 뭐, 부족한 부분은 힘으로, 콰―앙 하고 이어 붙일 수 밖에 없었을 뿐.
「아직 숨이 붙어있었던 게 운이 좋았어. 완전히 죽어있었다면, 아무리 마력 비축이 있어도 소생 따위 할 수 없었고」
하지만, 아직 살아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살려냈을 뿐.
「……실패했었다면 정말 처참했겠지만, 성공했으니 됐지. ……으응, 솔직히 말하자면 충실감도 있고, 이런 경험도 나쁘지는 않았어」
라고, 있는 힘껏 허세를 부린다.
「……가자. 지난 일은 지난 일. 이 녀석이 눈을 뜨기 전에 돌아가야지」
맞아맞아, 이런 곳에 오래 있을 필요는 없지.
아쳐는 랜서를 미행하고 있을 테고, 혼자서 돌아가 버리자.
----그런데, 돌아가는 중에 생각해 냈다.
마력을 끌어내서, 보통 펜던트가 되어 버린 그것을, 학교에 놓고 와 버렸다는 것을.
「……뭐, 괜찮겠지」
이제 그 펜던트에 볼일은 없다.
뭐 조금은 마력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건 내가 가지고 있는 10개의 보석 이하이고.
아버지가 남기고 싶었던 것은 성배전쟁에 이기기 위한 마력이다.
그 마력을 다 써 버린 그것은, 이제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인사도 하지 않고 집에 들어와서, 풀썩 하고 소파에 앉는다.
아쳐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하아, 하고 힘 빠지는 한숨을 쉬고, 멍하니 시계 소리를 듣기를 수 분.
「---아니, 슬슬 기분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되지.
_그 정도 싸움을 경험해 놓고, 뭘 멍해져 있는 거야 난」
척 하고 일어나서, 일단 홍차를 탄다.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산만큼 있는 것이다.
각별히 중요한 것은 서번트에 관해서.
나는 방금 전, 지식으로밖에 알지 못했던 서번트끼리의 싸움을 눈으로 본 것이다.
「랜서인가……보구를 사용하려고 했을 때는 초조했지만, 정말로 썼다면 정체는 알 수 있었겠지……」
적 서번트를 타도하려면, 그 정체를 아는 것이 지름길이다.
자신의 정체조차 모르는 바보 녀석은 예외로 하고, 서번트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은 그 "본명"인 것이다.
서번트의 본명---즉 정체만 알면, 그 영령이 "어떤 보구를 소유하고 있는가"는 대체로 추측가능하기 때문이다.
말할 것까지도 없지만, 서번트는 영령인 이상, 확고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알면, 능력의 대부분을 해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번트가 클래스 명으로 불리는 것은, 요컨대 "진명"을 숨기기 위해서인 것이다.
여하튼 유명한 영웅일수록, 숨겨가지고 있는 무기나 약점이 알려져 있으니까.
서번트가 된 영령은 결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서번트의 정체를 아는 것은 그 서번트의 마스터뿐.
마스터는 자신의 서번트의 정체를 숨기면서, 다른 서번트의 정체를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암묵의 룰이 있을 정도다.
……성배전쟁도 이번으로 5번째.
각 서번트의 우열은, 물론 불러낸 영령의 격으로 결정된다.
유명한 영웅, 전설 속에서 뛰어난 무장을 가진 영웅일수록 강력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그런 영령을 소환하는 것은 어렵다.
영령소환에는, 그들이 생전에 소유하고 있었던 무장이나, 어떠한 연이 없으면 소환할 수 없다.
영웅의 소지품 같은 것은, 마술협회에서도 셀 수 있을 정도로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개는 나처럼, 수많은 영령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영령을 소환하게 된다.
서번트의 강함은 영령의 격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 않고, 아무리 뛰어난 영령이라도 주어진 클래스에 따라서는 고전을 강요당한다.
그것이 클래스 별 특수능력, 소가 대를 쓰러뜨리는 가능성이다.
일곱 클래스는 각각이 다른 부가능력을 가지고, 그 상성에 따라서는 격이 위인 상대에게 승리하는 일도 있다.
그 예로, 과거에 4번, 지명도가 낮은 영웅이 대영웅을 이긴 일도 있다는 듯 하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서번트는 세이버다.
과거 4번, 세이버는 전부 마지막까지 이겨 살아남았다.
세이버, 랜서, 아쳐 이 세 클래스는 강력한 대마력을 가진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 녀석들에게 마법은 통용되기 힘들다.
여하튼 신대의 시대, 마법이 당연한 듯이 발호하고 있던 세계에서 계속 싸워온 전사들이다.
현대의 마술사가 쓰는 마술 따위, 그들에게 닿은 것만으로 무산되겠지.
……뭐, 그런 이유로 이 세 클래스는 기본적으로 우수, 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 이외에 주의해야 할 것은 버서커.
이 클래스가 돼서 불려진 영령은, 제정신을 잃는다.
글자 그대로 마스터가 조종하는 인형이 되어 활동하는 광전사가 되는 셈인데, 그 은혜는 생전의 능력을 크게 웃도는 "강화"이다.
물론, 서번트가 강하면 강할수록, 마스터에게 가는 부담은 크다.
과거, 버서커를 얻은 마스터는 폭주하는 서번트를 제어하지 못하고, 마력이 다해서 자멸해 왔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성배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려온 서번트의 능력이다.
물론 마스터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이길 방법은 있겠지만, 기본은 서번트를 써서 서로를 때려부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스터는 서번트 소환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데---
「------」
혼자 번민하며, 이후의 작전예정표를 세워본다.
이런 저런 일을 하는 동안에 시간은 11시가 되어……물론, 시계는 이미 고쳐뒀다……아쳐가 돌아왔다.
「어서 와. 성과는 어때?」
「……미안하군, 실패했다. 대단히 주의 깊은 마스터였던 모양이야. 최소한 이쪽 편 도시에는, 랜서의 마스터는 없었다」
역시 그런가.
랜서는 혼자였고, 랜서의 마스터는 직접 전장에 얼굴을 내미는 타입이 아닌 듯 하다.
「그래. 뭐, 그렇게 간단히 일이 풀리진 않겠지」
그래, 전부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오늘 밤 일은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자.
「패기가 없군 마스터. 평소의 위세는 어쨌나. 설마 아까의 일전으로 겁먹었다, 라는 건 아니겠지. 네가 명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랜서와의 리매치에 임해도 좋은데」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무언으로 항의하는 아쳐.
……그런가.
나, 침울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공격으로 전환하지 않는 건 말이야, 단지 헛수고를 하고 싶지 않아서야」
「음? 헛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고……?」
「왜냐하면 아직 마스터가 다 모이지 않았잖아. 오늘 밤은 어쩔 수 없었지만, 개전 신호가 있을 때까지는 싸우지 않을 거야. 그게 성배전쟁의 룰이라고 아버지도 말했었고」
「……그런가. 네 아버지도 마스터였었나」
과연, 하고 납득하는 아쳐.
---이런.
왠지, 못마땅한 얼굴로 고민하는 아쳐.
「뭐야.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고 있어, 당신」
「아아, 하나 묻는 걸 잊고 있었다.
_린, 너는 어릴 적부터 마스터가 되도록 키워져서, 거기에 따라 온 거지? 즉, 처음부터 마스터가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셈이지」
「당연하잖아. 물론 갑자기 마스터에 임명되는 마술사도 있다는 것 같지만, 나는 아냐. 토사카 가의 사람에게 있어서, 성배전쟁은 몇 대나 전부터의 비원이니까」
「그렇겠지. 즉 처음부터 마스터가 되도록 키워진 너라면, 목적이 이미 있을 터.
_나는 그걸 묻는 걸 잊고 있었다. 주인의 소망을 알지 못하면 나도 검을 맡길 수 없지.
_---린. 그래서, 네 소원은 뭐냐」
「소원? 그런 거, 딱히 없는데」
「----뭐라고?」
아, 아쳐가 재미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 그럴 리는 없지! 성배라는 것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만능의 잔이다. 마스터가 된다는 것은 성배를 손에 넣는다는 것. 그런데도, 이룰 소원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냐……!」
「-------」
아쳐는 진지한 얼굴로 추궁해 온다.
……아아, 그런가.
성배를 손에 넣었을 때, 그 마스터가 무엇을 원하는가는 서번트에게 있어서도 무관계 하지 않다.
하지만 이상한데. 아버지는 서번트에게도 소망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서번트의 소망이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다고 해서 아쳐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좋아, 가령 명확한 소망이 없다고 한다면, 막연한 소원은 어떠냐. 예를 들면, 세계를 손에 넣는다 같은」
「어째서? 세계 같은 건 원래부터 내 거잖아」
「------」
「이봐, 아쳐. 세계라는 건 즉, 자신을 중심으로 한 가치관이잖아? 그런 건 태어났을 때부터 내 거야. 그런 세계를 지배해라 라고 한다면, 나는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어」
「----」
못마땅한 얼굴로 날 보는 아쳐.
질렸다. 이 녀석, 완고하네―.
「바보 같은 소리. 성배라는 것은 소망을 이루는 힘, 현실의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이다. 그걸 원하는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건가, 너는」
「그치만 세계정복도 귀찮고, 그런 쓸데없는 일을 바래도 쓸모가 없잖아. 당신, 상당히 상상력이 빈곤하네」
「……. 이해하기 힘들군. 그럼 무엇을 위해 싸우나」
「거기에 싸움이 있기 때문이야, 아쳐. 덤으로 받을 수 있는 건 받아 두지. 성배가 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원하는 게 생기면 쓰면 될 뿐이잖아? 인간, 살아있으면 원하는 건 한이 없을 거고」
「---즉, 너는」
「그래. 단지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거야, 아쳐」
「--------」
후우, 하고 어깨를 움츠리는 아쳐.
내 말에 심히 기가 막혔는지, 간신히 어깨의 힘이 빠진 모양이다.
「……어이 없군. 확실히 너는, 내 마스터에 어울린다」
---으.
……그, 그렇게 돌려 말하는 건 대처하기 곤란하니까, 그만둬 줬으면 좋겠는데, 이 녀석…….
「……흥. 서번트에게 마스터를 고를 권리는 없지만, 일단 물어는 보겠어. 왜 내가 당신의 마스터에 어울리는 거야」
「말할 것도 없지. 너는 틀림없이 최강의 마스터다.
_섬길 상대로서 이보다 더 뛰어난 자는 없어」
「그래, 고마워. 당신이 말한다면 빈말일 리도 없고」
……계면쩍기에 얼굴을 돌린다.
아쳐는 비꼬길 좋아하는 주제에, 이런 말을 정면에서 해 오니까 상대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뭐, 신뢰 받고 있는 건 솔직히 기쁘다.
나도 아쳐를 신뢰하고 있고, 아쳐도 나를 신뢰하고 있다.
이 연대감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 그럼 좀 쉴까. 7명째의 마스터가 나타나던, 그건 지금 당장일 리도……응, 잠깐만 린. 너, 그 장식은 어쨌나」
「장식이라니, 펜던트 말야? ……아아, 그거라면 잊고 왔어. 이제 아무 힘도 없는 물건이고, 별로 필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겠지만」
「으응. 아버지의 유품이지만, 별로 추억은 그것뿐인 것도 아니---」
「---괜찮지 않아. 거기까지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잖나, 린」
노려보듯이 그렇게 말한 뒤.
아쳐는, 학교에 잊고 왔던 펜던트를 꺼냈다.
「아……줏으러 갔다 와 준 거야, 아쳐」
「……이제 잊지 마. 그건 린에게밖에 어울리지 않아」
계면쩍은 건지, 시선을 돌리고 펜던트를 건네주는 아쳐.
「----그래. 그럼, 고마워」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든다.
솔직히, 수줍어해야 할지 쿨하게 흘려 들어야 할지, 나에게는 알 수 없었다.
펜던트는 이전 그대로다.
……역시, 아무리 봐도 마력은 남아있지 않다.
텅 비어버린 그것은, 고가이지만 역시 단지 보석으로, 이렇다 할 힘은 없다.
하지만, 아쳐 식으로 말한다면.
이 펜던트에 힘은 없어도, 아버지가 나에게 남겼다고 하는 의미만은, 아직 남아있는 것이겠지.
그거라면---비밀병기와 맞바꿔서 그 녀석을 구한 것도, 정말로 잘한 일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잠깐.」
약간 걸린다.
후회가 있어서 머리가 돌지 않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생각이 부족했다.
그 녀석이 우리들을 본 이상, 기억을 조작하지 않으면 위험하고.
무엇보다, 랜서는 우리들과의 싸움보다 목격자의 소거를 우선했다.
랜서의 생각은 마스터의 생각일 터.
그렇다면---그렇게까지 하는 랜서의 마스터가, 죽였을 터인 상대가 죽다 말았다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녀석, 살려두지 않아---」
소파에서 일어난다.
……그로부터 3시간.
늦어버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 정도 대가를 치르고 구했으니 시간 안에 가서 구하지 않을 수 없잖아---!
밤을 달린다.
다행히, 그 녀석의 집은 알고 있었다.
아니, 내가 조사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아는 사람이 곧잘 놀러 가는 집이었을 뿐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간 적은 없다.
「……정말. 쓸데없는 고생을 하려고 하고 있어, 넌」
아쳐는 의욕이 없다.
내가 죽어가는 그 녀석을 살린 것도, 이제부터 구하러 가는 것도 비난하고 있었다.
----오전 0시.
구름에 덮인 밤하늘 아래, 우리들은 무가저택에 도착했다.
주택지 끝, 교외에 가까운 이 저택에는, 인기척이라는 것이 없다.
인접한 집도 적고, 혹시 일이 터져도 달려오는 인간은 없겠지.
「----」
내뱉는 숨이 하얗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우 강한 것이겠지, 구름이 떠들썩하게 흘러간다.
따뜻할 터인 후유키의 바람은 등골을 떨게 만들어, 부들 하고, 전신이 경련했다.
후유키 시가 따뜻하다고 해도, 언덕 위는 제대로 된 겨울 기온이다.
찡, 하고 얼어붙은 공기.
너무나도 차가운 대기에 귀를 기울인다.
모든 것이 냉기에 지배된 감각으로, 확실히, 적의 기척을 느꼈다.
「……있어. ……!」
입술을 깨문다.
기척은 이 담 저편에서부터다.
랜서는 이미 저택 안에 침입해 있고, 이유도 모르고 돌아온 그 녀석을, 다시 죽이려고 하고 있다.
「……뛰어 넘어서 쓰러뜨릴 수 밖에 없어. 그 뒷일은 그 때 생각하자---!」
아쳐에게 돌입의 지시를 보내려고 한 그 때.
화악, 하고.
태양이 떨어진 듯한 백광이, 저택 안에서 뿜어졌다.
「---」
기척이, 기척에 지워진다.
랜서라고 하는 서번트의 힘의 파도가, 그것을 웃도는 힘의 파도에 지워져 간다.
……순간적으로 폭발한 에텔은 유체인 그것에 육체를 부여하고,
실체화한 그것은, 랜서를 압도하는 자로 소환되었다.
「거짓말---」
중얼거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증거로, 자---방금 전, 담을 뛰어넘어서 뛰쳐나온 랜서는, 저택에서 도망치듯이 떠나갔으니까.
「……있잖아 아쳐. 이것도, 만일의 경우?」
「글쎄다. 하지만 이걸로 7명. 드디어 다 모였어, 린」
침착하게 대답하는 아쳐.
나는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고 있었다.
그래서, 용이하게 상상할 수 있을 터인 다음의 전개를, 고려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한층 강하게, 바람이 불었다.
우산과도 같은 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빛이 없는 교외는 일전하여 어둠에 갇히고.
그 서번트는 담을 뛰어넘어, 마조(魔鳥)와도 같이 날아 내려왔다---
「---!」
아쳐는 반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반응할 수 없었다.
그것이 실점.
1초에도 미치지 않는 그 틈으로 싸움은 끝났다.
나에게 있어서는 1초라도,
그 서번트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틈이었던 것이다.
파고들어오는 검풍.
「에, 아쳐……?」
나를 쳐 날리는 아쳐와,
아쳐를 베어 넘기는 서번트.
정말로 일순.
랜서의 맹공을 그렇게도 화려하게 막아내던 아쳐가, 겨우 일격에 쓰러진 건가---
「---아쳐, 사라져……!」
하지만, 이번에는 늦지 않았다.
적 서번트가 되돌린 검으로 아쳐의 목을 베어버리는 순간, 강제적으로 아쳐를 철수시킨다.
지끈, 하는 오른팔의 아픔.
너무나도 무리한 명령과 행위였기 때문이겠지, 오른팔에 있는 령주가 하나 줄어든 것이다.
……이걸로 남은 령주는 하나뿐.
하지만 이것이 최선.
아쳐가 죽는 거에 비하면, 령주 하나나 둘 정도 없어져도---
「---」
소실된 아쳐에도 신경 쓰지 않고, 서번트는 덮쳐 온다.
「---얕보지 마!」
주머니에서 풍주(風呪)를 짜 넣은 토파즈를 꺼내, 그대로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고 마력을 내던진다---!
집 한두 채는 흔적도 없이 날려보낼 그것은, 평소부터 조금씩 쌓은 바람 주문의 덩어리다.
17년 간 하루도 쉬지 않고 짜 올린 10개의 보석, 그 하나.
그것을 다 쓰는 것이니, 쓰러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저지 정도는---
……되지, 못했다.
정말로 괴롭게도.
말려든 것을 한 순간에 갈갈이 찢어버리는 바람의 무리는, 그 서번트에게 닿은 순간, 마술처럼 소멸했다.
----정말 강력한 대마력.
이 서번트에게는, 마술사 정도의 마력으로는 상처 하나 낼 수 없는 거야……?!
---아, 안 돼.
마술은 통하지 않고, 아쳐라고 하는 방어를 잃은 나에게, 이 서번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신히 일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걸로 끝.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거기에는, 보기 흉하게 쓰러져 있는 나에게 손을 내리치려 하는, 냉철한 사신의 모습이----
「---아」
바람이 분다.
먹구름이 끊어진 틈에, 나선의 하늘에 달이 엿보인다.
내리쬐는 달빛과, 너무나도 가련한 얼굴생김새.
그것이 랜서를 도망치게 하고,
내 아쳐를 일격에 쓰러뜨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술을 무효화한, 서번트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마술은 훌륭했다, 」
방울과도 같은 소녀의 목소리.
아아, 지금은 그런 목소리조차 악몽과도 같다.
당연하겠지.
이 상대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 경이적인 실력과의 차가, 인정할 수 없는 악몽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최후다, 아쳐의 마스터여」
들이밀어진 검이 번뜩인다.
----그 죽음 직전에 이해했다.
_
증도 없이 한눈에 알았다.
이것이 내가 원했던 카드,
_
서번트 중 최강이라 불리는 검의 영웅.
「--------」
죽음을 각오한 채로 달을 올려다본다.
목숨을 구걸할 정도, 도망칠 틈도 없다.
나는 여기서 죽고, 토사카 린의 성배전쟁은 3일로 끝난다.
거기에는 굴욕과 후회밖에 없고, 나는 적을 증오하는 채로 사라지겠지.
---그런데도,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정말로 어떻게 되었나 보다.
눈을 깜박인 뒤에는, 확실히 죽어있다는 걸 알면서, 다시금 넋을 잃고 바라보다니.
……그렇다.
분하다고 한다면, 그게 분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나를 죽이는 최강의 서번트.
그 모습은 단지 무정하고, 끝없이 늠름하며, 그리고, 분할 정도로, 사랑스러웠으니까---
Prologue...End...|